D+11일:2018.11.08 / 비・20도

통영-고성-사천-삼천포항-삼천포대교-남해

비가 내리는 날씨, 하루종일 비예보가 있어 통영에서 스테이하며 하루를 보낼까 생각하다 오전내 강수량이 미미하여 그냥 달려보기로 했다. 예상에 없던 통영에서의 시간으로 인해 제주도로 넘어가는 일정과 여수에서 보낼 시간들이 빡빡하게 느껴졌다. 일단, 사천(삼천포)까지만 가보자.

이동거리

62.35Km

누적거리

1,452.13Km

이동시간

4시간 59분

누적시간

79시간 26분


고성
삼천포대교
45Km/3시간 30분
17Km/1시간 29분
통영
사천
남해
 
 
1,452Km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는 비예보는 저녁 9시가 조금넘어 투두둑 투두둑 텐트의 지붕을 때려댔다. 급히 짐들을 정리하고 숙소를 잡기위해 통영항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어둠이 내리면 그만큼 더 어두워지는 통영의 거리, 여전히 마음에 들지않는 도시의 침울함이다. 서호시장 건너편 통영여객선 터미널의 주차장을 살펴보고 비를막고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5mm가 안되는 빗줄기에 숙소를 찾는다면 더 긴여행에서 수많은 날씨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까 생각하였다. 주차장의 쉼터와 터미널 입구의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터미널 입구의 공간은 턱이 있어 비가 흘러내리지 않고 주위가 막혀있어 비바람도 막을 줄 수 있어 좋았지만 새벽녘 주변 섬으로 출발하는 여객선이 있다면 사람들의 간섭을 받을 것 같았다.


터미널 건너편 소문난 3대 할매김밥집의 불빛이 켜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충무김밥 2개를 주문하였다. 점심에 먹은 부실한 충무김밥이 아무래도 이상하여 한번더 먹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새벽에 몇시쯤 여객선이 다녀요?" 통영여객선터미널의 첫배는 4시 30분에 출발하였다. 터미널 입구의 공간에 텐트를 치기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있을 것 같아 아쉬웠다. 


터미널 주차장의 지붕이 있는 쉼터에 텐트를 치고 내리는 비는 막았지만, 지면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리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아침까지 시간당1mm 내외의 강수량을 확인하고 그정도면 지면에 젖어들어 흘러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 안심하였다.


다시 먹어본 충무김밥에는 오징어무침이 들어있었지만 꼴뚜기 같은 것이 함께들어 있어 쓴맛이 느껴졌다. "이것도 아닌데.. 아니야"

 

 

이른 아침,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주차장 지면을 적셔놓았을 뿐 다행이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여객터미널에 들려 간단히 세면을 하는사이 내리던 빗줄기는 잠시 멈추었다.


안개에 싸인듯 뿌옇게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고 일기예보를 다시한번 확인하였다. 12시까지 비는 내리지 않고 1~3시부터 5~10mm의 강수예보였다. 어찌됐든 몇시간동안은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았다.


통영에 머물며 하루를 보낼까 고민하였지만 이틀간 통영에서의 시간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여수로 향하는 길, 비가 내리기전 사천까지 이동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비가오면 고성읍까지 가서 일찍 쉬자"


 

흐린날의 출근시간, 고성으로 가기위해 원문고개로 향하는 복잡한 도로길. 한두개의 언덕길을 지나야했고, 신경질적인 크락션 소리를 들으며 어수선한 도로를 달려야했다. "여유가 없는 동네인가? 불편한 동네네!"


원문고개를 넘어 고성으로 향하는 14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고성에 들어서며 차츰 줄어들던 차량던 통행량들과 충분한 국도의 갓길은 통영도로의 스트레스를 잊게해주었다.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않던 날씨는 고성읍의 경계면을 들어서자 가는 빗방울를 떨어뜨렸다. 아마도 비구름이 고성에서 통영방향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조금씩 거세지는 빗속을 20여분 달리고 고성읍내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자전거를 세웠다.


 

신월IC의 고가도로 밑에서 비를 피하며 이내 멈출 것 같지않은 날씨, 길건너편으로 보이던 국밥집에 들려 점심을 해결하며 시간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신호등을 건너 들어선 황소국밥집은 불이 껴진 채 임대문의의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빗속 라이딩에 젖어있던 몸은 자연스레 긴 탄식을 뱉어내었다. "아.."



다행히 옆건물에 간단한 식료품을 함께 파는 낚시마트가 있었다. 따듯한 난로가 놓인 마트안의 온기에 나도 모르게 손을 부벼대었다. "아.. 춥다!"


흐린날씨에 뜻하지 않은 방문객, 비에 젖은 라이딩복장의 낯선 손님에 대한 약간의 놀람과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낚시 용품들이 어수선하게 놓인 매장의 안으로 라면같은 간단한 식료품을 팔고있었다.


컵라면과 구은계란 1줄을 손에들고 컵라면에 부을 뜨거운 물을 찾았다. 생뚱맞은 표정의 여자는 먹고갈 것인지를 묻더니 "물은 따로 안주는데, 저기서 받으세요" 하였다.


난로위에 놓인 커다란 주전자를 가르키자 벽쪽에 놓인 정수기에서 받으라 안내하였다. "뭐가 저리도 불만일까?" 생각하였다.


 

통영에 도착하여 곰장어를 굽던 사내와 한적한 식당안에서 무신경하게 티비와 핸드폰을 하던 성게비빔밥집 종업원 그리고 울쌍을 짓는듯한 표정의 여자까지. "뭔가 퉁명스럽고 신경질적이며 불쾌한 느낌이야."


웃음기없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있는 감정을 누르며 타인을 불편하게 했던 지난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한조각, 꼭 한조각만큼의 여유가 왜그리도 없었을까?" 생각하였다. 


"웃는 사람이 되고싶다."


 

빗줄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고성읍까지의 거리, 주변의 숙소 등을 검색하였다. 이동을 할 수 없이 비가 계속된다면 폐업을 한 황소국밥집의 계단위나 신월IC의 고가밑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낼 생각이였다.


다행히 한시간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빗줄기는 가는 이슬비처럼 주춤하여 가까이 고성읍내까지 이동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고성읍에 도착하여 길을 헤매는 사이 굵은 빗줄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따듯한 커피 한잔으로 젖은 몸을 녹이며 고성에서 머무를 것인지 빗속 라이딩으로 사천까지 갈 것인지 고민하였다. 30여분이 지나도 빗줄기는 잦아들 것 같지 않았다. "몸에 냉기가 오를정도 추위는 없으니 사천까지 가보자."


패니어에 들어있던 우비를 꺼내입고 사천까지 가장 짧은 거리의 33번 국도를 타고 이동하였다. 여행전 천냥마켓에서 구매해둔 고급 땡땡이 우비.

 

 

비를 맞으며 달리는 라이딩이였지만 춥지는 않았다. 오르막과 간간히 이어지는 맞바람속에서 땀을 배출해내지 못하는 비닐 우비탓에 등과 가슴으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헬멧을 때리는 빗줄기와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더운 땀방울 그리고 천천히 젖어드는 신발의 축축함을 동시에 느끼며 페달링을 이어갔다.  


 

빗속에 침낭과 텐트가 젖어버리지 않을까 싶어 짐받이의 하단에 비닐봉지를 깔고, 위쪽을 바람막이로 덮어두었다. 여행전 주문해 놓은 렉용 패니어 가방이 늦게 도착하여 사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상리면 삼거리에서 사천으로 향하는 1016번 지방도로 빠져나왔다. 33번국도의 이동은 차량이 통행이 많지않고 넓은 갓길이 이어져 나름 편안한 이동이였지만 간간히 지나치는 화물차량이나 대형차량으로 자전거가 빨려들어가는 듯 휘청거림의 불편함이 있던터였다. 


 

 

한적한 도로변에 연꽃공원이 있어 잠시 쉬어가라며 자리를 내주었다. 마을앞 논들의 한가운데 펼쳐진 너른 연꽃밭 상리연꽃공원.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계절이면 그 향과 색깔이 얼마나 고울까 생각하며 연꽃공원의 사이사이 산책로와 연꽃밭 한가운데 올려놓은 정자들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그려보았다. 


"어둠이 찾아든 초여름의 밤, 그윽하게 퍼져오는 연꽃의 향과 짙어져가는 여름의 정취속에서 한없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도 크게 보기

고성 상리연꽃공원


 

상리면을 지나 1016번 지방도는 비구름이 산을 타고 넘어가는 깊은 산속으로 길을 안내하였다. 비가 멈추고 차량의 통행이 사라진 산길의 고요함과 한껏 깊어진 늦가을의 파스텔빛 얼룩들을 타고넘는 하얀 비구름의 움직임이 시간의 흐름을 멈추어 놓았다. 


 

얼음골공원에서 잠시 휴식하였다. 커다란 저수지와 계곡을 두고 캠핑을 할 수 있는 팬션처럼 보였다.


 

"이렇게 넓은 저수지가 사유지라니. 어쨌든 운치있네."

 

 

 

시간의 멈춤, 적막하고 고요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산길에서 뜻하지않은 여행의 작은 행복감을 느꼈다.  



사천으로 향하는 낮게 이어지는 1016번 지방도를 따라 사천시에 들어섰다.  


 

 

 

농촌마을의 작은 읍내처럼 낡은 시간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사천시 변두리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 사천시로 향하는 길이 경쾌하였다.


 

 

궂은 날씨속, 원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하이면의 산길에서 느껴던 마음속 작은 여유가 하루의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삼천포에 왔어."


 

 

 

도착의 기쁨과 함께 허기가 밀려와 삼천포항 주변의 음식특화거리로 이동하였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어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를 잡기에 편하겠다 생각하였다.


 

 

 

 

먼저 주변 노산공원에 들려 시간의 여유를 부리며 비가 그친 삼천포의 해안을 구경하였다.

 

 

 

 

 

오래된 옛노래가 레코드판의 잡음과 함께 나즈막히 울려퍼지는 노산공원의 해안 테크길.


 

 

 

 

 

 

 

8년전 전국일주를 하며 하룻밤 머물렀던 숙소를 찾았지만 조금 변해버린 거리탓에 그때의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남해를 힘들게 돌아 해가 떨어진 삼천포대교를 넘어왔을 때 친절하게 맞아주던 좋은 기억이 있던 곳이였는데 아쉬웠다.


몇몇의 회집들이 도로면에 있을 뿐, 음식특화거리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한시간정도 주변을 헤매며 숙소와 음식점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천천히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 숙소를 잡기위해 어플을 켜고 저렴한 모텔과 후기등을 살펴보고 두곳에 전화를 걸었다.


체크인 가능시간까지 한시간이 넘게 남아있는 곳은 패쓰. 바로 체크인이 가능한지 묻고 위치를 물으니 삼천포대교 근처라고 안내하며 바로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하여 예약을 하고 통화를 마쳤다.  


 

지도앱을 켜고 숙소의 위치를 확인였다. 삼천포대교 근처의 숙소라 생각했던 숙소는 삼천포대교를 넘어 남해에 위치한 곳이였다. "헉.. 사천이 아니구 남해잖아."


예약을 취소하기 위해 전화를 다시 걸어 위치를 묻다 어차피 내일 넘어갈 곳이니 그냥 가자싶어졌다. "근데, 식사를 못해서요. 주변에 음식점이나 식당은 있지요?"


"네, 바로 가까이 회집이며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너무나 경쾌하게 답하시는 여사장님의 목소리에 싱거운 질문을 한 것처럼 머쓱해졌다. 언제 올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거리가 멀어져 1시간 정도는 걸릴 것이다 답해주었다.


 

남해와 사천을 잇는 다리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4개이다. 지난 전국일주때 해가 떨어진 어두운 초행길에 계속 이어지는 대교들을 넘으며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자전거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자전거길. 패니어에 다리의 난간들이 걸리지 않을까 조심조심 조향을 하며 대교들을 넘었다. "조금만 더 인심을 쓰지."


 

 

  

 

 

 

 

 

 

 

일관성있게 좁은 자전거길. 날이 좋고 무거운 패니어가 없다면 차도로 이동하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창선대교를 마지막으로 남해군으로 들어섰다.


 

 

창선대교의 주변 바다를 향해 들어선 숙소에 도착하였다. 패니어와 짐들을 숙소의 입구에 내려놓고 안내데스크에서 호출을 하였으나 아무도 없었다. 조금전 전화를 받았던 여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으니 잠이 일이있어 외부에 나왔다 하였다.


안내데스크에 놓아둔 열쇠를 집어들고 정해준 룸으로 들어갔다.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는 방과 바다를 향해 넓게 트인 전망을 갖춘 아주 좋은 룸이였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비에 젖은 옷들과 신발, 모레와 흙이 묻은 패니어들을 순서대로 세척하고 온기가 들어온 방안에 말려두었다.


눅눅해진 침낭과 텐트를 펼쳐놓고 전자기기들을 모두 꺼내어 콘센트에 꽂아두고나니 "꼬르륵" 간절한 배고픔의 울림이 느껴졌다. 아무리 보아도 바다를 향해 서있는 외진 언덕의 숙소 주변에 음식점은 없을 것 같았다.     


 

잠시 멈추었던 비는 기상예보대로 굵은 빗방울로 바뀌어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다시 여사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제가 배가 고파서요. 주변에 식당이 어디에 있어요?"


주변에 식당과 당항 주변의 횟집거리 숙소에서 차로 5분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당연히 차로 올것이라 생각한 주인의 경쾌한 안내는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였다. 


"대략 난감이네. 비가내리는 멋진 풍경의 바다와 따듯하고 좋은 잠자리, 더할나위없이 모든것이 좋은데 굶게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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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한 전망이 아름다운 남해 창선도 나폴리모텔


여사장이 오면 횟집까지 태워달라거나 콜택시를 부를 생각으로 룸으로 돌아왔지만,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배고픔은 몇분이 지나지 않아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냈다.


"사장님, 들어오실 때 치킨같은 거라도 사도 주시면 안될까요?"


치킨 배달이 된며 비비큐 치킨을 주문하라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비비큐 치킨이 맛있어요!" 알려준 번호를 전화를 하여 프라이드 치킨을 주문하였다.


"거긴 7Km 거리가 있어서 추가로 배달료가 3,000원입니다." 어디서 배달이 되는지 궁금해졌다.


 

얼마지나지 않아 여사장이 도착하였다며 전화를 주었다. 몇차례의 인간적인(?) 통화로 친숙해진 여사장과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숙박비를 결제하자 어떻게 하냐며 "컵라면이 있는데 그거라도 드릴까요" 하였다.


"아니요. 알려주신 치킨을 시켰어요." 말하고 이내 "네, 컵라면 하나 주시면 좋겠어요." 하였다. 


방그시 웃던 여사장은 현관옆에 세워둔 자전거를 안쪽으로 들어놓으라 말하며 공실로 비어있는 룸앞을 가르켰다.  


 

너무 허기진 탓인지 배달이 된 치킨은 반을 먹지 못하고 남기였다. 하지만 모든게 편하고 좋았다.

 

사진과 여행자료를 정리하며 영화채널에서 방송되는 인터스텔라를 보았다. 티비를 통해 3~4번 방송되는 영화를 본적이 있지만 중간에 잠을 자거나 중간부터 보거나 했었다.


"지금의 모든게 그저 좋다. 정말 좋은 하루였어. 기막힌 반전의 하루.." 


수면용 영화가 아닐텐데 이번에도 역시나 잠들어 버렸다. "미안하다.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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