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2일 / 맑음 ・ 18도
조르노크
우연히 만나게 된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보낸 시간은 너무나 편안하고 즐겁다. 바쁘지 않은 몽골의 여행 일정이 하루를 더 머물며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97시간

페인트칠
카드놀이
0Km / 00분
0Km / 00분
조르노크
조르노크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

아침에 일어나 오초르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좋다며 웃는다. 일을 나가는 오초르를 배웅해 주고 집으로 들어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휴식한다.

오늘도 여자들은 페인트칠을 하느라 바쁘다.

도로변의 초원에 나가 따듯한 햇볕을 받으며 앉아 시간을 보낸다. 작은 도마뱀 같은 것이 마른 수풀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며 돌아다니고.

"헤이, 싸비!"

멀리 철도변의 창고 지붕에서 도색을 하던 여자들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창고 지붕의 처마를 진한 파스텔톤의 붉은색으로 칠하느라 요란하다.

지붕으로 올라가 바닥에 누워 깔깔거리며 수다를 떠는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색깔들도 다양하게 이쁘게도 칠한다.

남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어제부터 창고에서 떠나질 않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쉬고 있으니 오드바야르의 아내 서열러가 들어와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너 이제부터 오빠라고 해. 싸비오빠."

페이스북에 1981년생으로 소개되어 있는 그녀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1974를 적어 보여준다.

"싸비 오빠!"

고개를 끄덕이더며 호칭을 따라 하더니 뭐라고 궁시렁거리며 웃는다.

밖으로 나가니 사우나장의 지붕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나보고 페인트칠을 해달라고 한다.

"야, 너는 싸비 오빠라고 하랬지."

싸비 오빠를 부르며 다시 궁시렁거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오드바야르의 동생은 웃느라 바쁘다.

"저 위를 칠해달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올라가라며 사다리를 붙잡는다.

"그래, 너네 둘이 울라 가면 사다리가 휘어지겠다."

사다리에 올라가니 초록색 페인트 통과 장갑을 건네주고 여기저기를 칠하라며 잔소리들을 해대며 웃는다.

"알았어. 사다리 꼭 잡고 있어. 오빠 다치면 안 된다."

지붕의 한 면을 다 칠할 때쯤 점심을 먹기 위해 돌아온 오초르가 나를 부르며 무엇을 하고 있냐는 듯 외치며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친다.

"오초르, 얘네들이 일을 시켜! 혼내줘."

페인트를 칠하고 내려오니 두 명이 지붕을 쳐다보며 '모~, 모~' 거린다.

"모~ 모~"

'아니야'라는 부정적인 뜻 같은데 오드바야르가 쉴 새 없이 쓰는 표현이다.

"모~? 에이 Ok 해줘. 오케이!"

여전히 '모모' 하면서 손가락을 흔들더니 마지못해 Ok를 해주며 웃는다.

점심을 먹자며 오초르는 간볼트의 집으로 들어간다.

페이스북의 친구 등록이 된 오초르의 아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여 사진을 찍는데 역시나 오초르는 개구진 장난을 친다.

"오초르, 이게 뭐야! 하하하."

간볼트의 아내는 몽골의 우유차에 만두와 밥을 넣은 음식을 내어준다. 약간 짠듯하지만 부드럽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다.

자전거를 타지 않아 배고픔이 없는데 한 그릇을 더 먹으라며 권하여 두 그릇을 맛있게 먹는다.

라면을 더 먹겠느냐는 간볼트의 질문에 시간을 확인하고 4시에 와서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대답하고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자료들을 정리하며 쉬는 동안 4시가 되어 패니어에 들어있던 짜장라면을 하나 들고 간볼트의 집으로 간다.

특별한 취사도구가 없이 전기를 이용해 음식을 하는 조르노크의 집들이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는 간볼트의 아내에게 김치라면 하나만을 달라고 요청한다. 양파와 당근 같은 재료들이 있었지만 괜히 일이 커질 것 같아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 것이 낫겠다 싶다.

물을 끓이는 동안 간볼트의 아내는 고기와 야채들을 썰며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바쁘고, 간볼트는 물을 길어오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워야지!"

딱히 라면을 끓이는 법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여 물을 끓이고 스프와 라면을 넣으라고만 알려주었다. 스프를 넣은 라면이 끓는 동안 여기저기서 재채기를 하느라 바쁘다.

세 달 가까이 매운 음식을 먹지 않은 탓인지 라면의 냄새가 아주 맵게 느껴진다.

라면을 끓여 간볼트와 아이들에게 조금씩 덜어주니 아이들은 제법 잘 먹는데 간볼트는 별 흥미가 없어 보인다.

"간볼트,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라면을 많이 먹어야 해."

바로 이어 짜장라면을 끓여주며 스프의 용도를 알려주려는데 짜장라면은 생소한지 이번에도 별 관심이 없다.

짜장 라면을 끓여 다시 두 그릇에 담아 주고 먹어보라고 하니 검은색의 짜장라면이 이상한지 냄새부터 맡아보고 면발을 조금 먹어보는 간볼트.

달콤한 짜장라면의 맛이 괜찮았는지 아내에게 먹어보라고 권해주지만 그의 아내는 낯설어 한다. 이번에도 짜장라면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 치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면이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무언가를 준비하던 간볼트의 아내는 밥과 함께 카레 같은 음식을 내놓는다.

"라면이 아니고 즉석 카레가 있었으면 더 좋았었겠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디를 나가는지 서열러와 오드바야르의 동생이 옷을 갖춰 입고 놀러 왔다. 오드바야르의 셋째가 아들인 줄 알았는데 치마를 입고 있어서 잠깐 놀랜다.

페이스북을 보며 서열러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데 오초르가 한국 로션 팩을 하나 주면서 사용하라고 한다.

"이게 뭐야? 핸드크림? 오초르 나 핸드크림 많아!"

오초르에게 다시 로션 팩을 건네주니 정중하게 선물을 하는 듯 허리를 숙여가며 받아달라고 장난을 친다.

"알았어! 고맙게 쓸게. 근데 이거 핸드크림이 아니고 발에 바르는 로션인데!"

사용 중이던 같은 모양의 로션 팩을 보니 핸드크림이고, 나에게 준 미사용 제품은 발에 바르는 로션이다. 아마도 두 개가 세트인 모양인데 사용하지 않은 것을 선물하려다 보니 발에 바르는 로션을 건네준 것이다.

얼굴이 아니고 발이라며 핀잔을 주며 장난을 치고, 오초르는 그냥 얼굴에 바르라며 개구진 표정을 지어가며 웃고 떠든다.

잠시 후 오드바야르의 아내 서열러가 이상한 크림을 들고 와서 오드바야르와 함께 제품에 대해 물어본다.

"충국?"

"아니 한국 제품인데. 이게 뭐야? 여성용 제품인데."

종이 포장 안에는 A와 C가 적힌 작은 크림로션이 들어있다. 남성용 로션이나 향수도 잘 쓰지 않는 나에게 여성용 화장품을 가져와 사용법을 물어보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보습용인지, 클렌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색깔이 원래 이런가?"

브랜드를 검색해도 회사나 제품이 나오질 않고, 사용 설명서는 번역기를 돌린 것인지 사용법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오드바야르와 그의 아내에게 알 수 없는 제품이니 사용하지 말라고 말해주기도 미안한 분위기다.

"내가 알아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한국의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연구하고 제조했다는 정체 모를 화장품은 아무리 검색을 해도 사용법을 찾을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게 쓰여있는 제품 설명서를 성분들까지 살펴보며 안티에이징 제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말 난감하네.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A, B, C 그리고 클렌징이 세트로 되어있는 제품인데 오드바야르는 A와 C만 들어있는 제품을 구했나 보다. 의심스러운 분홍색의 로션을 살짝 찍어 손등에 발라 문지르고 피부 트러블이 일어나는지 확인한다.

오드바야르 부부가 외출을 하는지 크림을 맡겨두고 나가자 오초르가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한국 커피? 오초르가 믹스커피 맛을 알아버렸네!"

물을 끓이고 커피를 타 놓으니 커피는 마시지 않고 갑자기 핸드폰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어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번역기와 함께 이리저리 온몸을 써가며 오초르의 의사를 확인한다. 이유는 어제 만들어준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며 멋있게 찍어서 바꿔 달라는 것이다.

"하하하. 알았어. 커피잔 들고 멋있게 마셔봐."

이렇게 찍어보고, 저렇게 찍어보고.

컨셉으로 커피를 마시는 척만 하고 자세를 잡아야 하는데 진짜로 커피를 마시면서 찍는 오초르.

"오초르, 이번에는 저기 창문 쪽에 서서 찍자."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오초르와 놀고 있으니 간볼트의 아내가 와서 카드게임을 하자고 한다.

간볼트의 아내도 붙잡아서 한 컷을 찍고.

간볼트의 집으로 건너가니 오드바야르의 처남과 처음 보는 이웃 남자가 함께 있다. 방에 앉아 룰도 모르는 몽골의 카드게임을 하는데 카드게임을 하는 모습을 찍고 구경하려던 나까지 게임에 참여시킨다.

"뭐. 어떻게 하는 건데?"

다섯 장씩 나눠들고 시작하는 게임인데 도무지 게임의 줄거리를 알 수가 없다. 다음 사람에게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카드를 내놓으며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것 같은데 족보 같은 것이 있는지 일정한 규칙을 찾기가 힘들다.

툴가에게 문자를 넣어 카드게임의 룰을 물어보니 어떤 게임이냐고 물어본다.

"다섯 장을 주고 시작하는데 알 수가 없다. 바보가 된 기분이야."

"다섯 장으로 하는 카드게임이 많아요. 모식이나 후주르 아니에요?"

간볼트에게 후주르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툴가에게 후주르라고 알려주니 간단한 게임의 설명을 해주다 룰이 복잡해서 한 번에 배울 수 없다고 한다.

"아, 그럼 포기!"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하더니 두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오초르와 간볼트 부부만이 남는다.

"포커, 포커게임할 줄 알아?"

네 명이 세븐 포커 게임을 하는 동안 오초르는 후주르의 룰처럼 한꺼번에 자신의 패를 바닥에 펼쳐 보이며 뭔가를 외치는 바람에 연신 웃음바다를 만들어 내고.

30분 정도 레이스도 없는 포커 게임을 하다 오초르에게 그만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 조르노크를 떠나기 전에 오초르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어제 사놓은 맥주를 마시며 항상 몽골 철자를 틀리게 적어서 이상한 번역을 전달하는 오초르와 떠들며 웃는다.

"이거 봐. 또 틀리게 적었잖아!"

"오호! 허허허허."

오초르에게 아내의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을 하라며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그의 아내에게 간단한 메시지와 음성 메시지를 보낸다.

"샌 배노!"

메시지를 받은 오초르의 아내가 갑자기 영상통화를 걸어와 당황하며 전화를 받자 전화는 꺼져버린다. 오초르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으니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아놔, 옷을 왜 입어? 하하하."

오초르는 종이와 볼펜을 꺼내어 자신의 아내가 1973년생이라고 알려준다.

오초르 아내와 영상통화로 인사를 하고, 그녀는 오초르에게 내가 어디서 잤는지, 무엇을 덮고 잤는지, 어떤 것을 먹었는지 등을 묻는 것 같다. 느낌상으로 오초르에게 손님 대접을 못했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영상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셋이서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오초르, 와이프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래."

"오홍!"

"이번에는 이상한 표정 하지 마!"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오초르와 약간의 맥주만을 마시고 남은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둔다.

"이제 자자. 오초르!"


삼일 동안 오초르,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보낸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선물해 주는구나. 여행이란 참 좋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0일 / 맑음 ・ 16도
사인샨드-조르노크
190km를 달려온 피곤함이 남아있지만 남풍의 바람이 예보되어 있어 계속 길을 가야한다. 다음의 도시 처이르까지 230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다.


이동거리
10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7시간 24분
누적시간
597시간

AH3
AH3
17Km / 58분
83Km / 6시간 26분
사인샨드
시계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묵직한 피곤함,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햇살과 달리 어제의 장거리 라이딩의 피곤함이 남아있다.

하루를 쉴까 고민하다 숙소의 생활보다 초원에서의 캠핑이 하고 싶어진다.

"천천히 라이딩하다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쉬자. 그게 낫겠어."

숙소를 나와 사인샨드의 마을들을 구경하고 캠핑 음식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나무판자의 담과 나무집, 벽돌집 그리고 게르가 뒤섞여 지어진 사인샨드의 주택들.

흙길의 골목들과 마을의 풍경이 너무나 생경하다.

슈퍼에 들어가 간단한 식료품을 구매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작은 사원을 구경한다.

탑 위로 부처가 모셔져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 사원인듯싶다.

몽골은 티벳불교, 라마교를 믿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의 사찰 양식이 섞여있는 것이 이색적인 모습이다.

숙소에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이 먹고 있는 아침 메뉴를 주문한다. 바트가 해주었던 음식과 비슷한 볶음면인데 양이 굉장히 많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하니 일회용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용기 비용은 별도로 500투그릭을 받는다.

"저녁으로 먹으면 되겠다."

10시 40분, 짐들을 정리하고 남풍이 불어오는 도로를 따라 처이르로 향한다.

AH3 도로를 타기 위해 사인샨드의 높은 언덕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넓은 초원을 두고 산언덕에 도시가 자리했을까?"

어제 사인샨드로 들어왔던 길로 돌아가라는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길들을 따라 이동한다. 끈질기게 남쪽으로 돌아가라는 구글맵.

"고덕양보다 더 융통성이 없는 아이구나."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AH3가 이어지는 곳, 사인샨드의 외곽까지 빠져나온다.

경찰의 검문소와 함께 처이르로 향하는 도로가 나타나고, 도로변에서 무언가를 단속하는 멋진 경찰에게 처이르로 가는 길이 맞는지 손가락을 가리켜 물어본다.

남풍의 예보와 달리 약간 측면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에 가까운 바람이다.

"바람이 자전거를 잡아당길 수는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해가 떠있는 몽골의 초원은 빠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따듯한 봄날의 바람이 불어온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언덕에 위치한 사인샨드의 시계에 도착하여 겉옷과 장갑을 벗고 잠시 쉬어간다.

"80km. 천천히 그 정도만 이동하고 초원에서 하룻밤을 보내야지."

가족 모두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는다. 사인샨드의 경계를 알리는 게이트에서 가족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도 이곳이 처음인가 싶다.

"5도 정도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좋을 것 같은데."

어제보다 조금 더 강해진 바람이 조금씩 측면으로 흐름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1시, 40km 정도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초원으로 내려가 자전거를 눕힌다.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에 앉아 있으니 시간이 더디게 느껴진다.

괜한 사진들도 찍으며 놀아보고.

통신도 끊겨있는 초원에서 30분이 넘도록 자전거에 기대어 시간을 보낸다.

"좋네."

잠시 언덕을 오르자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포장도로가 나오고 30cm 정도의 갓길이 이어진다.

"한 30cm만 더 쓰지."

오후 들어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 시계 방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내일은 그 끔찍했던 서풍이 다시 불어오는 건가?"

울란바토르까지 이어지는 도로에는 순찰을 도는 경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고 가끔씩 모형 간판이 세워져있다.

차량 모양의 간판이나 폐차를 두었던 중국과 달리 납작한 모양의 경찰차 모형이 재미있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 느린 페달링을 하던 중 화물차 한 대가 낮은 크락션을 울리더니 멀리 앞쪽으로 정차를 한다.

차량에서 내려 나를 기다리던 젊은 운전자는 차량에 타라는 손짓을 하며 밝게 웃어준다.

"땡큐!"

그에게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응원의 크락션을 작게 울려주며 천천히 지나쳐가는 화물트럭.

"오늘은 초원에서 캠핑을 하고 싶어."

넓은 초원으로 가끔씩 긴 꼬리를 단 기차가 지나가고 바람은 여전하다.

바람막이를 벗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몽골의 사람들, 운전자들을 보면 매너가 좋아 보인다. 자전거를 향해 손 인사를 하고, 라이트를 깜박이며 응원을 보내준다. 뒤편에서 크락션을 잘 울리지 않으며, 짧고 작게 울리며 자전거를 피해 멀리 돌아간다.

오른쪽 어깨가 좋질 않다. 쇄골이 부러졌던 곳이 바람을 버티는 핸들링으로 쉬 피로해지고 아파온다.

"쉬었다 가자."

아침 식사 후,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 힘들지 않은 라이딩 탓에 허기짐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달리다 보니 4시가 가까워온다.

다시 도로변 초원으로 내려가 자전거를 눕히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카스테라 빵을 꺼내 먹는다. 달달한 빵 안에 시럽이 들어있어 엄청 단 카스테라.

"몽골 사람들은 단 걸 좋아하나?"

자민우드에서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과 마찬가지로 달아도 너무 달다.

하늘을 보고 잠깐 누워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하는데, 유목민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젊은 남자가 웃으면서 다가온다.

"폼 난다. 이름?"

이름을 물어도 수줍게 웃기만 하며 내 발음을 따라 하는 남자는 이러이르, 높은 쇼바의 오토바이를 몰고 짙은 파스텔톤의 유목민 복장을 한 어린 남자다.

"이러이르, 텐트 칠만한 좋은 곳이 어디야?

네트워크가 끊겨 번역기가 되지 않는 곳에서 텐트의 사진을 보여주며 온갖 몸짓을 해도 그저 말을 따라 하며 웃기만 하는 이러이르.

"아니, 텐트를... 내가 잘못했어. 이 넓은데 아무 데나 치면 되는데."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이러이르는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손을 들며 히치하이킹을 하는 듯 차량들을 세우려고 한다.

"뭘 하려는 거지?"

간간이 지나치는 몇 대의 차량들이 지나가고.

몇 대의 차량은 정차를 한 후 이르이러와 몇 마디를 나눈 뒤 그냥 떠나간다.

한참 후 5~6명의 남자들이 탄 RV 차량이 정차하고 이러이르와 잠시 대화와 악수를 나누더니 이러이르가 싣고 왔던 무언가를 오토바이에서 내려 차량에 실어준다.

"뭘 파는 건가?"

차량에 탄 사람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며 그들의 행동을 지켜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러이르가 사람들과의 거래가 끝나면 그가 사는 게르를 묻고 따라갈 요량으로 기다리는 사이 이러이르는 밝게 웃으며 오토바이를 몰고 순식간에 떠나버린다.

"이러이르, 얌 마! 게르가 어디..."

높은 쇼바를 꿀렁이며 초원을 향해 이리저리 곡선을 그으며 점으로 사라져 버리는 이러이르.

"와, 신나게 달려가는구나."

그가 사는 게르를 안다 해도 초원길을 자전거를 끌고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40여 분 앉아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텐트를 칠 마땅한 곳을 찾으며 도로를 달린다.

고르도비에서 사인샨드로 오는 길들은 초원의 산악지대였나 싶다. 오르막과 내리막에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장소들과 게르 있었던 자리들, 큰 바위들의 주변처럼 텐트를 치기에 적합한 장소들이 있었는데, 사인샨드를 지나 평평한 초원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납작 눌러놓은 것처럼 평평할까?"

양들이 도로를 건널 수 있게 도로 밑으로 뚫어놓은 통로만 있을 뿐, 사람의 시야를 벗어날 수 있는 곳은커녕 바람을 막을 곳조차 없다.

도로의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며 몇 개의 언덕을 넘는 동안 이어지는 모든 풍경들이 똑같다.

수십 분 전 나를 지나쳐간 느린 화물 차량의 실루엣이 멀리서 사라지지 않는 평평한 초원의 풍경.

짐승들이 다니는 시멘트 통로에 텐트를 치고 싶지는 않고, 하염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갈 수도 없다.

자전거를 멈추고 약간의 긴 수풀과 낮은 둔턱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초원의 모래바닥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고, 여기저기 온통 양과 말들의 발자국과 똥들뿐이다.

낮은 수풀의 둔턱이 바람을 막아주기에 충분했지만 내가 생각한 초원의 캠핑은 이런 똥밭이 아니다.

"여행의 첫 번째 캠핑인데 똥밭은 너무 아니잖아."

한참 고민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끌고 모래밭을 나온다.

동물들이 이동하는 통로의 주변에는 동물의 마른 사체들이 보이고, 도로에서 바라보이던 황금빛 초원은 온통 마른 똥들과 술병 쓰레기가 뒹구는 흙밭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황금빛 초원에서 별을 바라보며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싶다.'라는 들뜬 바람은 그저 그림속에나 존재하나 보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초원의 도로변을 보면 차량들이 초원으로 진입한 흔적들이 많아 도로변 가까이 텐트를 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초원에도 수많은 차량의 통행 흔적과 오토바이의 바퀴자국이 어지럽게 남아있어 아무 곳에나 텐트를 치기도 힘들다.

"중국은 좋은 장소가 그리 많아도 캠핑을 못 하게 하여 쓸모가 없더니, 몽골은 이리도 넓은데 캠핑할 곳이 없구나."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과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숨을 곳이 없다.

좀 더 도로를 따라가던 중 소형 승용차가 크락션을 울리며 뭔가 소리를 치더니 천천히 정차를 한다.

"서지 말고 그냥 가주라."

자전거가 다가가자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네 명의 젊은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 주변을 감싼다. 인사를 하고 얼굴들을 마주쳐 보지만 느낌이 좋질 않다.

자전거의 바퀴와 패니어들을 만져보며 이리저리 훑어보는 눈빛들에 호기심이 묻어있지 않고 흔들리는 초점에 불온함이 담겨있다.

울란바토르, 사인샨드 등 몇몇 단어들을 내뱉으며 나와 지나가는 차량들을 번갈아가며 살피는 아이들.

나의 시선을 피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는 남자들을 보며 자전거에서 완전히 내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

네 명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고 차량의 번호도 유심히 머릿속에 넣어둔다.

뚱뚱하고 거들먹거리는 남자, 마르고 가벼워 보이는 남자, 그저 보통의 남자 그리고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남자.

"어, 한국어네. 신민지! 네 이름이야?"

시선을 피하며 담배를 피우는 남자아이들 중 다부진 눈빛을 갖은 남자의 후드티에 한국어가 새겨져있다.

"한국에서 일했어? 한국말 할 줄 알아?"

상대에게 너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 남자애에게 집중한다.

"저는 한국말을 하는 몽골 사람입니다."

엉거주춤 말을 피하더니 짧은 한국말을 서툴지만 정확하게 구사한다.

"어디 살아?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어? 만나서 반갑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 사이 나머지 남자들이 주변을 돌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짓궂은 장난을 치며 히덕거리며 웃는다.

"너 하나만 보면 된다. 이거지."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던 남자애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차를 타며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어제와 오늘, 연이어 겪은 불쾌하고 찝찝한 만남이다.

언어의 소통이 어려워 생길 수 있는 오해일 수도 있고, 몽골인들의 대인을 마주하는 습관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유쾌하지가 않다.

서둘러 짐승들의 이동 통로에라도 텐트를 쳐야겠다 싶어 적당한 곳을 찾던 중 멀리 철도길 주변으로 서너 채 들어선 집들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가 좋겠다."

멀리 보이던 집들이 가까워지고 진입로가 나올 때쯤 전방으로 보이는 구름의 모양이 기이하다.

고글을 벗고, 해일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밀려오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뭐야 저게? 화재 연기도 아니고."

맑은 하늘 아래 시커먼 회색의 무언가가 하늘 가득 밀려온다.

"심상치가 않다."

"몰라. 집으로 들어가자."

4채의 집이 철로변에 들어선 곳으로 들어간다.

승용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자동차 타이어를 수리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맞이해준다.

잠시 후 거센 바람이 마을을 덮쳐오고 온몸이 휘청거린다.

타이어를 수리하던 남자들은 서둘러 장비들을 챙기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며 손짓을 하고.

세워둔 자전거를 가리키자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다급해지니 어디서 힘이 나는지 무거운 자전거를 들어 작은 집 안으로 넣어두고, 따듯한 차를 내어주는데도 정신이 없다.

"대단한 모래폭풍이다."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남자들은 펑크 난 타이어의 튜브를 탈착하고 작은 펌프로 바람을 넣으며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고 떠든다.

힘들게 공기를 주입했던 튜브에서는 다시 바람이 새어 나오고 두 남자는 다시 웃으며 장난을 친다.

타이어에서 다시 튜브를 꺼내고 공기를 주입하며 장난을 치며 웃기를 반복하는 두 남자.

그들을 도와 타이어 탈착하는 것을 돕고 펑크가 난 부분을 찾아준다.

손으로 바람이 새는 곳을 찾고 침을 발라 펑크가 난 곳을 찾아 확인하니 두 곳에서 펑크가 나있다.

"여기하고 여기!"

집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튜브에 붙은 펑크 패치를 가리키며 내게 있는지 묻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용 튜브 패치를 보여주니 손사래를 치며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파스처럼 큰 자동차용 펑크 패치를 보여준다.

자전거 펑크 패치의 작은 본드를 보더니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의 본드를 보여주며 본드 튜브를 짜내는데 본드가 안 나온다.

"하하하, 그게 뭐야!"

중국에서 산 본드를 건네주니 놀라는 척 장난을 치는 남자는 튜브에 본드를 바르고 이상한 곳에 펑크 패치를 붙인다.

"여기잖아. 여기!"

내가 볼펜으로 표시해둔 펑크가 난 곳을 가리키며 핀잔을 주자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자동차 타이어의 펑크 수리는 끝난다.

나이 든 남자는 다시 나에게 무언가를 묻더니 알아듣지 못하자 천장의 전구를 가리킨다.

"라이트 있냐고?"

패니어에 들어있는 헤드라이트를 보여주니 이번에도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의 손전등을 보여준다.

커다란 건전지를 넣고 손전등을 켜보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 손전등.

"하하하, 그게 뭐야!"

"차이나! 에에에."

고장이 난 손전등을 가리키며 중국 제품이라며 너스레를 떨며 웃는다.

자전거 라이트를 꺼내어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을 도와주고 집으로 들어온다.

집으로 들어와 작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남자. 손을 씻겠다고 하니 옆에 놓인 물통에서 물을 길어 세면대 위에 있는 물통에 물을 채워준다.

"아, 이렇게 쓰는구나. 수동이네."

"커피? 한국 커피 알아?"

차를 내어주는 남자와 담배를 나눠피며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한다.

"이름? 네르?"

에르덴 오초르(эрдэнэ очир), 몸짓과 표정이 다양하고 유머가 있는 유쾌한 남자이다.

에르덴 오초르와 커피를 마시며 쉬려는데 집으로 한 남자와 여자가 들어와 정신없게 말을 건네며 질문들을 한다.

"술을 마셨나?"

발음이 약간 꼬이는 듯한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여자는 자신의 와이프라며 소개를 한다.

오드바야르, 40살이라며 소개를 하던 남자는 에르덴 오초르와 장난을 치며 말을 한다.

"에르덴 오초르, 49살! 모, 모!"

"에르덴 오초르 49살이라고?"

농담인가 싶었는데 앞니가 빠져있는 검게 탄 얼굴의 에르덴 오초르는 49살이 맞는 것 같다.

번역기를 줘가며 한참 동안 어려운 대화를 이어가고 자신들의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여 그들을 따라간다.

오드바야르의 집은 에르덴 오초르의 집과 한 건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건너 방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20평 남짓의 방이 네 개가 있는 작은 단층 집은 각자의 출입문을 달고 나누어져 있는 구조다.

철도변에 4개의 집이 있어 다른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집의 반대편 문으로 들어가니 조금 낯설고 신기했다.

집안의 구조는 모두 똑같다. 현관처럼 작은 공간이 있고 안쪽 문을 열면 작은 부엌 그리고 안쪽에 넓은 방이 하나 있다.

오드바야르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고, 큰 딸은 9살인데 우리의 12살 정도로 보인다.

한국 드라마 채널이 켜진 방에서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오드바야르와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

"나는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

"한국은 좋은 나라이지만 복잡한 곳이다. 한국에 가면 똑똑하게 살아야 한다."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오드바야르. 도르고비에서 바트보르드도 같은 말을 한다.

툴가에게 몽골인들이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많이 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마음 한켠에 걱정스러움이 생겨난다.

만만치 않은 외국 노동자들의 한국 생활을 생각하면 애써 말려보고 싶기도 하지만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단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막연한 한국 생활의 기대보다 좀 더 현실적인 정보들을 알려주고 그들의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뿐.

"준비를 많이 해서 가라. 그리고 한국에 가게 되면 나에게 연락해."

몽골인들의 한국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한국에서 유학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툴가가 구체적인 것들을 잘 설명해 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내일 나의 몽골 친구와 통화하자. 그가 많은 것을 알려줄 거야."

툴가라면 그들에게 필요한 사항들과 한국에서의 경험들을 잘 설명해 줄 것이다.

대단한 것을 얻은 사람처럼 상기되어 감사의 말을 전하는 오드바야르.

페이스북과 메신저를 등록하고 11시가 다 되어 에르덴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컴퓨터로 캔디크러쉬 사가를 하고 있던 에르덴 오초르, 얼굴이 익숙해지니 동네의 착한 형처럼 그 나이로 보인다.

방에 자리를 깔고 누워 핸드폰을 드려다보는 사이 에르덴 오초르는 코를 골며 잠들어 버린다.

나를 위해 켜두었던 TV를 꺼주고 방의 전등 스위치를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부엌과 방의 내부를 훑어보아도 스위치가 보이질 않아 그대로 두고 잠을 잔다.

초원의 캠핑을 생각하며 한가롭게 달리던 라이딩이 기분 좋지 않은 만남을 시작으로 모래폭풍과 함께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다.

여행의 피로와 어려움으로 마음이 내려앉을 때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거움을 쌓아간다.

"여행이란 참 알 수가 없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9일 / 맑음 ・ 12도
고르도비-사이샨드
기다리던 동풍이 불어온다. 이틀간 함께했던 바트바르드와 작별을 하고 사인샨드로 떠난다.


이동거리
187Km
누적거리
8,414Km
이동시간
9시간 37분
누적시간
590시간

AH3
AH3
74Km / 3시간 26분
113Km / 6시간 11분
고르도비
갈림길
사인샨드
 
 
2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기온이 많이 떨어진 몽골의 아침이다. 아침에 깨어 바람의 바람을 확인하니 일기예보대로 동풍이 불어온다.

"또, 길을 가야겠네."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바트에게 동풍이 불어온다며 제스처를 하니 휘파람을 불며 그렇다고 알려준다.

"바트, 나 이제 가야 해."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바트가 침대에 꽂아두었던 태극기를 챙겨들고 대신 작은 태극기 하나를 건네주니 가방에 넣어둔다. 23~24일에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휴일이라며 집으로 가져갈 생각인가 보다.

패니어들을 꺼내어 하나씩 자전거에 장착하는 동안 바트도 일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바트의 늙은 개에게도 인사를 하고.

"바트, 사진 한 장 찍고 가자."

다치지 말고 건강하라며 인사를 하고 악수와 가벼운 포옹으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랜다.

뒤쪽에서 밀어주는 바람을 맞으며 한결 가벼워진 페달링으로 190km 떨어진 몽골의 두 번째 도시 사인샨드를 향해서 떠난다.

몽골 유목민의 복장으로 말을 타며 양을 모는 아저씨를 만나 사진을 찍으니 손가락으로 양떼들을 가리킨다.

사진을 찍은 핸드폰에 관심이 있는지 뭔가를 물었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그냥 웃으며 인사만을 하고 길을 이어간다.

자민우드에서 만난 툴가에게 몽골이 위험한지 물어봤을 때,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지만 시골 같은 곳에는 카메라나 스마트폰 같은 것이 없어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을 준다면 바꿀 생각은 있는데, 지금은 딱히 말이 필요가 없네."

한 시간 정도를 길게 뻗은 초원의 도로를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평균 20km의 속도가 나는 편안한 라이딩이다.

자민우드에서 사인샨드로 가는 길은 아마도 산악지대가 아닌가 싶다.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지나간다.

바트가 챙겨놓은 차를 마시고.

"언제 챙겨놓은 거야? 자, 본격적으로 달려 볼까?"

몽골 여행의 혹독한 신고식을 거센 바람으로 맞이해주었으니 오늘은 몽골의 초원을 거침없이 달려볼 생각이다.

붉은 흙의 초원과 산들의 고개를 넘고, 낮은 경사로 길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달려간다.

주로 물류를 운반하는 화물 차량들이 오가고 승합차와 승용차들이 간간이 지나치지만 통행량이 많지 않은 AH3 도로.

지나가는 차량들은 가끔씩 차량을 세워 인사를 하기도 하고,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며 손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갓길이 없어 조금은 불안했던 도로 라이딩이었는데 지나치는 차량들의 매너들이 생각과 달리 좋다.

높은 초원 지대에도 물이 고여이는 오아시스 같은 곳도 있고 붉은 흙산들과 아무것도 없는 넓은 초원의 길은 계속 이어진다.

신나게 핸들바의 언더를 잡고 달리던 중, 초원 한가운데 지어진 낡은 나무집 앞에서 두 명의 남자가 짐 같은 것을 옆에 두고 도로변에 서서 히치하이킹을 하듯 차량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인다.

유목민 복장을 한 검은 얼굴의 남자들이 나를 향해서도 휘파람을 불며 자전거를 세우라는 제스처를 한다. 그들을 쳐다보며 도로를 넓게 돌아 피해 질주를 하니 큰 소리를 쳐댄다.

몽골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몽골인들에 대한 낯섦이 아직은 그들과 부대끼며 인사를 나눌 마음의 여유를 주질 않는다. 이국적인 생김새의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큼 그들 또한 외국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한가운데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자민우드에서 사인샨드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의 길로 나뉜다. 구글맵의 지도상으로 보면 작은 마을 두 곳이 있는 오른쪽 길과 아무것도 없는 왼쪽 길이 있다.

Burdene Bulag(Бүрдэнэ Булаг) 야생 동물 보호구역 부근에서 길이 나뉘어지는데, 툴가에게 물어봤을 때 자신들을 에르덴이 있는 마을의 도로를 타고 울란바트로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3시간을 달려 갈림길의 부근에 도착한다.

바람이 부는 언덕을 오르니 왼편으로 돌들을 쌓아올리고 푸른 천들을 걸어놓은 탑들이 보인다.

중앙에 큰 돌무더기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작은 돌탑들이 쌓아져있고 푸른 천들이 바람에 휘날린다.

몽골 유목민들이 소원을 기원하는 장소일 듯싶다. 잠시 쉬며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 돌탑이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간다.

돌탑에는 자동차 핸들커버 같은 것도 여기저기 걸려있고.

바람을 피해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트와 나눠먹고 남은 빵과 잼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지? 그래도 마을이 있는 길로 가는 것이 편하겠지?"

바람을 등지고 온 탓에 생각보다 빠르게 67km 정도를 이동했다. 사인샨드까지는 여전히 100km가 넘게 남았지만 진행속도를 봐서는 오늘 사인샨드까지 갈 수도 있겠다 싶다.

빵을 먹고 중앙의 큰 돌탑을 둘러보니 돈과 술, 담배 같은 제물들을 받쳤던 흔적들이 보인다.

화물차 모양의 장난감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돌들과 함께 쌓여있는 핸들바 커버가 쓰레기를 올린 것이 아니고 안전운행 같은 것을 비는 상징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트의 오토바이에도 묶여있던 푸른 천. 중국의 차량들이 사이드 미러나 바퀴 같은 곳에 붉은색 천들을 묶어 놓고 행운이나 복을 기원한다면 몽골에서는 푸른색의 천이 그것을 대신하는 것 같다.

하늘과 초원 그리고 바람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길.

가끔씩 풀을 뜯는 양떼들만이 있을 뿐.

15km 남짓의 거리에 있어야 할 갈림길을 보이지 않고 계속 길이 이어진다.

"길을 지나쳤나?"

언덕을 오르는 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구글지도를 검색해 보니 현재의 위치가 갈림길을 지나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는 왼쪽의 도로에 진입해 있다. 신나게 내리막길을 달려오기는 했지만 갈림길의 이정표나 도로를 지나친 기억이 없다.

"뭐야? 초원이라 GPS 위치를 정확하게 못 잡는 건가?"

아무리 초원이라도 GPS의 위치 정보가 터무니없이 틀릴 일은 없다. 지금까지 지나쳐왔던 갈림길들을 보면 AH3 도로를 두고 좌우로 갈라지는 길의 초입에만 포장이 되어있고 초원의 흙길을 향해 자동차의 바퀴자국들만 어지럽게 남아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길을 돌아가려니 맞바람이 불어오는 뒤편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모르겠다. 그냥 가보자."

언덕을 오르니 멀리 작은 주유소가 보이고 이정표와 함께 아스팔트 포장의 갈림길이 나온다. 도로가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구글지도의 갈림길과는 거리의 차이가 제법 있다.

에르덴의 마을이 있는 길과 아무것도 없는 AH3 도로의 사이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 작은 경찰 초소가 있는 AH3 도로를 타고 사인샨드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1시 남은 거리 100km, 5시간이면 충분하겠네. 달려보자."

구글맵의 지도를 위성으로 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100km의 도로이고, 자민우드에서 툴가에게 물었을 때 그의 가족들 역시 아무것도 없다고 알려주었던 구간이다.

오르고 내리는 산길들을 넘어가고, 마치 물감을 풀어 휘저어 놓은 것 같은 구름들을 바라보며.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길을 따라간다.

"집 발견!"

도로변에 세워진 게르 한 채를 보며 잠시 쉬어간다.

아무것도 없다.

3시간을 달리는 동안 정말 아무것도 없다.

5시가 가까워지며 붉은빛의 흙산들이 사라지고 황금빛의 초원이 이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조금씩 라이딩의 속도가 쳐져만 가고 체력이 떨어진다. 중국의 작은 도로변 마을을 지나치며 쉽게 먹을 수 있었던 면 요리들이 먹고 싶어진다.

사인샨드에 가까워지며 내리막과 평지 그리고 작은 언덕을 넘는 길들이 반복되며 페달링이 느려지고 지쳐간다.

지나치는 차량들에서는 창문을 열고 말을 걸어오거나 정차를 하고 자전거를 세우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가끔씩 짧은 한국말로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그냥 손인사를 하며 지나쳐 주면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자전거를 세우고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말로 계속 말을 걸어온다.

어떤 모습으로 사인샨드가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해진다. 중국의 도시들은 시내 중심을 4~5km 정도 남기고 갑작스레 도시의 모습으로 변하며 나타난다.

몇 차례 젊은 남자들이 탄 승용차들이 자전거를 세우며 관심을 드러내고, 오토바이를 탄 부부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사이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인사를 하고 길을 이어가는 나를 따라오며 계속 몽골말을 떠들어 자전거를 세웠다. 한국 사람인지 묻는 질문에 한국인이라 대답을 했는데 다시 일본인이냐며 묻는다.

"I'm korean!"

횡설수설 떠드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니 피부가 트고 각질이 올라온 양 볼이 붉게 물든 것이 술에 취해있는 것 같다.

"형이 지금 힘들다. 그냥 가라!"

무언가 강한 어조로 시비를 거는 듯 몽골말을 하는데 위압감이나 두려움이 들기보다 피곤함이 밀려든다.

"술 먹었으면 집에 가서 자. 낼 속 쓰려. 인마!"

그냥 무시하고 사인샨드를 외치며 자전거를 출발한다. 10미터 정도를 앞서가다 차량을 먼저 보내고 가려고 기다리는데 갓길에 정차를 했던 차량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놔, 신경 쓰이게 하네."

술 취한 남자의 있을지 모를 행패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의 차량으로 안한 사고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거리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자전거를 세워 뒤를 돌아보며 기다려도 차량이 지나가질 않는다.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며 어두워지는데 술에 취한 남자로 인해 신경이 쓰여 마음이 불편하다. 갓길을 따라가며 뒤편에서 오는 차량들의 소리에 자전거를 먼저 세우고 확인하기를 반복하며 짜증과 함께 피곤함이 쌓여간다.

"아, 이놈의 도로에는 왜 경찰도 한 명 없는 거야?

어쩔 수 없이 떨어진 체력으로 속도를 내어 달리며 뒤편의 차량들을 신경을 써가며 가는 수밖에.

사안샨드의 도착을 알리는 5km를 남기고 도로변으로 주유소가 나타나고 높은 언덕길이 나타난다.

사인샨드로 들어가는 왼편의 도로를 따라 언덕길을 오른다.

"왜 항상 마지막은 약속이나 한 듯이 오르막 길들일까?"

힘들게 언덕길을 오르니 멀리 산등성이 위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의 모습이 보인다.

"넓은 평지를 놔두고 왜 산등성이에 도시가 있는 거야."

시 외곽의 작은 변전소를 지나 점점 가까워지는 사인샨드의 모습은 산동네의 판자촌처럼 보인다. 도시의 모습을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펼쳐진 사인샨드의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다.

도로변의 집들은 나무 널판의 담 너머로 벽돌집과 게르, 흙집들이 섞여있고 골목길은 모두 흙길이다. 구글맵은 흙길의 집들이 있는 곳으로 길을 안내하는데 낯설고 황망한 풍경의 골목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호텔이 있는 방향으로 마을을 돌아간다. 작은 아파트와 문이 굳게 닫힌 가게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마을을 지나쳐 간다.

호텔들과 마켓들이 모여있는 삼거리에 이르러 작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와 인사를 하고 나서야 알 수 없는 마음의 안도감이 생긴다. 젊은 부부의 편안하고 친절한 눈웃음이 마음에 들었을까 몽골의 여행을 시작하며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막연함과 답답함들이 한순간 녹아 내려간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함이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의 거북함이 불안한 마음의 무게를 만들었나 싶다.

"여기도 이렇게 사람들이 사는 곳일 뿐인데."

몽골, 사인샨드 그리고 사람들. 무언가를 애써 받아들인다는 느낌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몽골의 여행이 시작되었나 보다."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한국의 인사법을 가르쳐주며 장난을 치고 주변의 숙소를 검색한다.

트립닷컴이나 부킹닷컴에는 어떤 숙소도 잡히질 않고, 구글맵을 통해 사인샨드의 호텔들을 검색한다. 생각보다 많은 호텔들이 구글지도에 표시가 되지만 가격정보는커녕 호텔의 기본 정보도 부족하다.

"어, 이건 불고기 백반 같은 건가?"

몇 개의 후기가 있는 호텔 중에 한국 음식이 나와있는 사진을 보고 공원 주변의 호텔들을 포기하고 조금 떨어져 있는 호텔로 찾아간다. 문이 닫혀있는 2층 건물의 호텔로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있는지를 제스처를 하며 물어본다.

멀뚱하게 나를 쳐다보는 프런트의 아주머니와 잠시 스톱 모션이 걸린 것처럼 난감해하는 사이 뒤쪽에 있는 젊은 남자가 한국말로 한국인인지를 묻는다.

자민우드의 호텔에서, 사인샨드로 오는 도로에서 그리고 이곳에서도 짧은 한국말을 하는 몽골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어렵게 찾은 몽골의 회화 어플로 숙박비를 물어보니 프런트의 아주머니가 전혀 응대를 하지 못한다. 한국말을 했던 남자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묻더니 잠시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하고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왔다.

키가 큰 이국적인 외모의 여자는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한다. 숙박비와 와이파이가 있는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 하는데 몸이 피곤하고 힘드니 머릿속에 영어가 뒤죽박죽 섞여 횡설수설이다.

"Sorry. i'm tired. Today, I rode a bicycle for 200km."

자전거는 호텔 옆에 있는 세차장의 안쪽에 열쇠를 걸어 놓아두고 젊은 남자의 도움을 받아 짐들을 방으로 옮겨놓는다.

샤워도 미루고 식당으로 들어가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저녁을 시킨다. 돼지고기볶음 같은 것인데 밥 2인분이 기본으로 들어있는 메뉴다.

조그만 그릇에 담겨있는 밥의 양은 부족했지만 8,000원 정도 하는 고기의 양이 많고 넉넉하여 괜찮다.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해. 미안해 바트."

야채들을 섞어 볶은 돼지고기는 달달하니 제법 우리의 음식과 비슷한 맛이 나서 괜찮다. 하지만 쌀밥은 푸석함이란.

중국도 그랬지만 아직까지 쌀밥은 우리나라의 밥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툴가와 여직원에게 간단한 몽골어를 알려달라 부탁하여 배워봐도 발음이 굉장히 어렵다.

"안녕하세요, 얼마예요, 감사합니다, 저기요, 다음에 봐요, 잘 먹었습니다 같은 것만 알려줘 봐."

짧은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직원에게 근처에 한국인이 사는지 물으니 사인샨드에는 살지 않고 울란바토르에 한국인인 많이 산다고 알려주고, 구글지도에 있는 호텔의 한국 음식을 보여주니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웃는다.

"낚였어?"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질 않는다. 프런트로 내려가 설명을 하자니 그것이 더 피곤할 것 같아 찬물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만다.

자민우드와 사인샨드의 호텔을 보면 몽골의 호텔은 대충 40,000~60,000투그릭 정도의 숙박료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의 시설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들이 많아 비싸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강한 모래바람으로 맞이해준 몽골에게 시원한 라이딩으로 대답해 준 하루다. 너무나 피곤하지만 짧은 한국말을 잘 하고, 자전거 여행자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해주는 몽골인들이 궁금해진다.


"됐어. 일단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8일 / 맑음 ・ 11도
도르고비
어제의 서풍에 이어 오늘은 거센 북서풍의 맞바람이 불어온다. 가는길을 마저 멈추고 바트보르드의 집에서 하루를 더 머무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22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80시간

개와의대화
일만해?
0Km / 00분
0Km / 00분
도르고비
도르고비
도르고비
 
 
4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기차의 기적 소리와 거센 바람 소리를 들으며 새벽에 잠시 깨었다 이내 잠들었다.

"오늘도 틀렸네. 잠이나 푹 자자."

딱히 불편할 것 없는 잠자리다. 다시 잠이 깨어 바람을 확인하러 밖에 나가니 예보대로 강한 북서풍이 거칠게 불어온다.

"바트, 응가는 어디서 해?"

기찻길 옆으로 용도를 알 수 없는 돌담들이 쌓여있는 곳을 가리킨다.

북쪽으로 쌓여있는 돌담을 골라 자리를 잡고 광활한 초원에 수줍은 엉덩이를 까 보인다.

"거름을 뿌렸으니 풀들이 잘 자라겠어."

방에 누워 핸드폰으로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바트는 바쁘게 오토바이를 몰고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수첩에 무언가를 적는 바트, 빼곡하게 점검 일지 같은 것을 채워 넣는다.

"바트, 커피 한 잔 마실까? 한국 커피."

물을 끓이고 대접에 커피를 따라 놓으니 바트는 다시 나가봐야 한다며 집을 나간다.

햇볕이 따듯한 문 앞에 앉아 늙은 개와 대화를 시도한다.

"너, 그러면 안 돼. 성격 나빠진다."

간간이 느린 기차만이 더 느린 초원의 시간 속을 지나가고.

12시가 넘어 돌아와 그릇에 가득 물을 부어 커피를 마시는 바트에게 점심을 먹자며 빵과 잼을 내놓는다.

하나씩의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니 뭔가가 허전하다.

"역시, 난 고기를 먹어야 해."

바트에게 저녁을 사줄 겸 자민우드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한다.

"일을 해야 해서 나는 못 간다."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더 확인하기 위해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을 먹자고 의사를 전달했지만 일 때문에 갈 수 없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루 종일 하는 거야? 어쩔 수 없네."

택시를 부르면 온다고 해서 자민우드로 나가 고기를 사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내일은 남풍이 불어온대, 그러면 나는 가야 해."

"내일은 남풍, 다음날은 남동풍이 분다. 이틀 동안 사인샨드로 가기가 수월할 거야."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며 무언가를 하나씩 준비하던 바트가 저녁을 먹으라며 부른다.

밀가루 면에 감자와 고기를 넣고 볶은 요리다.

"цуйван, 초이완"

맛있다고 하니 웃으며 이름을 알려준다.

"여행이 끝나면 책을 쓰고 싶다."

"너는 여행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라."

여행 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세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공허한 일상의 헛된 푸념이 아닌 정말 하고 싶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세상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고,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리고 돌아올 수 있다면 남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너의 이야기도 쓸 거야."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긴 장문의 글을 여전히 제멋대로 그린다.

"나는 결혼을 해서 부인과 아들을 위해 기찻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 큰 소년은 몸이 부러진 나쁜 사람이다."

"아들이 아프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몸을 가리킨다.

"아, 네가 여기저기 다치면서도 열심히 일했다고."

리즈후이와 장강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스무 살의 옛 기억이 조용한 어둠 사이로 찾아들었는데.

이 드넓은 황무지의 외딴 집에 바트보르드와 앉아 있으니 무거운 삶은 무게가 침묵처럼 가라앉는다.

"바트, 세 번째 바람은 그저 그런 푸념일지도 몰라. 아직 나는 누구를 위해 사는 방법을 모르겠다."

"더는 서툴고 어설프게 살고 싶지 않아."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야 한다면, 돌아가고 싶어지면... If.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