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4일 / 맑음 ・ 도
크워츠코-보로츠와프
폴란드의 첫 번째 도시 보로츠와프로 향한다. 폴란드 도시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104Km
누적거리
24,490Km
이동시간
6시간 53분
누적시간
1,861시간

 
8번도로
 
8번도로
 
 
 
 
 
 
 
33Km / 1시간 45분
 
70Km / 5시간 08분
 
크워츠코
 
니엠차
 
보로츠
 
 
149Km
 
 

・국가정보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폴란드어, 즈워티(1즈워티=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30일무제한, 15,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8-887-46-0600

 

이른 아침, 텐트 안이 오렌지빛으로 물든다.

"좋은 날씨다."

어제의 흐린 날씨로 하루를 휴식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인가 보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는 알 수 없지만 90km 정도 떨어진 폴란드의 첫 번째 도시인 브로츠와프로 향하는 길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요거트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하고 출발한다.

멀리 산등성이 위의 집에서 걸어 나온 할머니 한 분이 무언가 말을 건네더니 말을 못 알아듣지 못하자 손사래를 치며 웃으신다. 귀여우신 할머니다.

4번째 산을 내려와 도로는 작은 언덕들이 연이어진다. 체코와 폴란드의 경계인 산맥을 넘어왔으니 당분간 작은 언덕들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들판의 나라, 체코와 슬로바키아을 접하고 있는 국경지역의 폴란드 서남부 산악지대를 제외하면 폴란드의 대부부분은 평평한 평야지대다.

집들이 모여있는 타운의 모습은 다른 유럽처럼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한국의 농촌 풍경과 비슷하다.

바람이 조금 불지만 적당히 좋은 그런 날이다.

"하늘에서 계절이 바뀌는 향기가 난다."

연이어지는 언덕의 높이들도 조금씩 낮아지며 평평하게 변해간다.

12시 반, 브로츠와프를 37km 정도 남기고, 시야에서 오르막이 사라진다.

"간만에 달려볼까!"

언더바를 잡고 속도를 내어 질주한다. 뜨겁게 차오르는 땀, 이제는 겨울옷들을 하나씩 벗어낼 때가 되었나 보다.

2시, 쉼 없이 30km를 삭제하고 브로츠와프의 초입에 도착한다.

시내 중심으로 이동하며 첫 번째 맥도널드로 들어간다. 치킨버거 라지세트 20즈워티, 역시 서유럽보다 저렴한 물가다.

브로츠와프의 관광지를 검색하고, 구시가지의 중심에 있는 브로클로 마켓광장으로 간다.

자전거 도로가 없던 폴란드의 도로도 도시에 들어서자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조금 특이한 것은 자전거 도로의 형태가 일관성이 없고 제각각이다.

트램 선로와 도로의 중앙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고.

인도와 도로의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고.

도로의 측면과 인도의 측면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조금 낙후된 러시아의 소도시처럼 보이던 도시의 풍경은 구시가지에 들어서자 유럽의 여느 도시처럼 순식간에 변한다.

차량 진입이 막힌 구시가지의 돌바닥 길을 조금 걷자 넓은 광장과 함께 오묘한 건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과거의 교회 건물이다.

작은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는 날씨 좋은 휴일의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시위가 있는 광장을 지나 박물관의 후면 광장으로 오자 광장의 중앙에 그랜드 피아노를 놓고 연주를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 분위기 어쩔 거야. 역시 쇼팽의 나라!"

알록달록 색감 좋은 유럽풍의 집들과 따듯한 봄날의 햇살, 광장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의 미소와 물방울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천진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의 선율이 너무나 어울린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스며들며 그림처럼 각인되는 느낌이다.

"이것이 폴란드인가!"

서유럽의 도시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풍요로운 편안함이 느껴진다.

브로클로 마켓광장에는 꽃을 파는 노점으로 가득하다.

"아, 장미꽃 향기!"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꽃을 들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고, 꽃을 사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달력을 확인해 보니 세계 여성의 날이다.

"로맨틱하네. 근데 남성의 날도 있는 거지?"

쓸데없는 호기심에 검색을 해보니 날짜는 있으나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여성운동의 상징으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것과 달리 남성의 날은 그냥 구색 맞추기인가 보다.

구 사회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휴일로 지정되어 여성의 자유, 참정권, 인권 등의 정치적 행사가 이뤄지고 기념되던 날이 시대가 변하며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며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해가나 보다.

어쩌면 광장 한 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회는 또 다른 여성의 날 행사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여성으로, 그보다 평등한 인간으로서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해 더 근본적인 차별과 불평등의 사회에 대해 싸우고 변화시켜야 할 많은 일들이 있지만 여성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꽃 한 송이 건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기념일의 본질적인 의미를 여자에게 꽃을 주는 날로 퇴색시키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 해도.

"'오늘은 이런 날이야'하면서 꽃을 주지 뭐."

나는 점점 보수화가 돼가는가 보다.

특별히 여성의 날을 기념해 본 기억이 없어 한국의 여성의 날을 찾아보니 대단한 인물들의 이름이 관련되어 있다.

"김활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친일파가 만들어서 독재파가 없앴군."

난데없이 오랫동안 소액후원을 하던 정의당을 탈당하던 날이 생각난다. 소위 메갈사태를 지켜보며 역차별과 혐오를 외치는 메갈의 행위를 옹호하며 무대답, 무원칙의 정의당에 대해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꼈다.

"저의 페미니즘은 메갈이 아닙니다."

짧은 글을 남기고 탈당서를 팩스로 보냈다.

이후 유시민 장관이 튕겨져 나오고, 노회찬 의원마저 죽고 난 후 정의당은 의미마저 사라진 지 오래다.

"아, 또 멀리 간다. 그만!"

"앞으로 3월 8일에는 꽃을 줘야겠다."

브로클로 광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강변에는 햇볕을 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게 폴란드 편의점 브랜드인가 보다."

일요일이라 모든 슈퍼마켓들이 휴업 중이라 식료품을 보충할 수가 없다. 편의점에 들어가 콜라를 사고.

조금 더 시내를 벗어나 KFC에 들러 치킨박스를 포장한다. 어제 휴식을 하며 모든 비상식을 모두 먹어버려서 갖고 있는 저녁거리가 없다.

5시, 15km 정도 떨어진 도로변 숲을 야영지로 정하고 출발한다.

"뭐야?"

도로를 찾아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6시, 일몰이 끝나고 어둠이 찾아들 무렵 숲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한다.

"아, 다행이다."

야영을 할 곳을 찾아 천천히 이동을 하고 있으니 주차장 쉼터 같은 곳에서 한 남자가 기다리며 손짓을 한다.

천천히 다가가자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후미등과 휴대용 라이트를 건네주며 도로가 위험하다며 선물을 한다.

"고마워요!"

남자는 자전거를 차에 싣고 싶으면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웃으며 거절하자 남자는 '치팅'이라며 함께 웃는다. 서유럽의 사람들에게 비해 순박한 느낌의 폴란드 사람들이다. "러시아인보다 잘 웃고, 서유럽 사람들보다 친근한 느낌이랄까."

손을 흔들며 남자는 사라지고, 숲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찾은 후 소나무 숲에 텐트를 펼친다.

도로의 차소리는 들리지만 아늑하다.

폴란드 여행은 독일의 편안함과는 다른 편안함이 있다.

숲으로 들어오며 네트워크가 불안정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로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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