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일 : 2018.11.01 / 화창함・18도

강릉항-울릉도 저동항-울릉도 도동항-독도-울릉도 도동항-사동리

강릉항에서 울릉도에 들어간다. 굳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을 왜 가느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가보고 싶었다"고 말하겠다.

이동거리

416.55Km

누적거리

732.64Km

이동시간

9시간 46분

누적시간

31시간 55분


울릉 저동항
울릉 도동항
297Km/6시간 14분
120Km/3시간 32분
강릉항
독도
사동리
 
 
734Km

 

3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깨었다. 울릉도를 향하는 배편을 구하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이 이른 아침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시원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모래사장의 푹신함에 첫 번째 와일드 캠핑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침낭과 텐트를 정리하느라 꽤 애를 먹었지만 붉게 피어오르는 동해의 일출을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6시 반, 이른 시각 한산한 강릉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을 때 여행의 즐거움을 서두르는 한두 명의 여행객들이 빈 터미널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머지않아 터미널의 직원들이 출근하여 여행객들의 간단한 질문들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날씨가 좋아 독도까지 가려는 한 여행객의 독도행 여객선을 예매하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하였다. "독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꽤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시간의 소요에 대한 망설임이었다. "잠깐 내렸다 오는 건데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매표소 옆에 위치한 작은 터미널 매점에 들러 멀미약과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셔 두었다. 내가 뱃멀미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간간이 짧은 거리를 가는 여객선은 타봤지만 3시간 가까이 배를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뱃멀미를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를 일이니 미리 마셔둔다. 감기약 드링크제처럼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들에 대해 게으른 나는 대부분 안 하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해놓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적 확신에 대해서는 게으른 선택을 하지만, 미경험의 불확실에 대해서는 예상치 않은 상황의 돌발성을 끔찍이 싫어하는 것 같다. 


 

7시가 되었을 때 터미널 안은 울릉도를 여행하는 단체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한산했던 터미널이 5일 장날의 번잡스러움으로 바뀌면서 여객선의 잔여석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유분의 표가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 여객터미널의 응대에 조금 불만이었고, 20분이 다가왔을 때 미리 대기줄의 첫 번째에 서서 기다렸다.


몇 석 정도의 잔여석이 남아있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투덜거렸다.


 

첫 번째로 울릉도행 표를 사들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승선까지 20여 분의 자투리 시간, 작은 터미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잠시 기다리던 사이 울릉도를 향할 씨스타 5호가 항으로 들어섰다.


 

 

 

"울릉도에 가는데, 독도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독도에 대한 특별한 생각은 없지만 상징성이라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매표소 옆 안내소 문틀에 기대어 독도행 배편의 잔여석이 있는지 문의하여 임시 예매를 해두었다.


"1시 출발입니다. 12시 반까지 도동항에 도착하셔서 수속 절차를 하셔야 합니다." 울릉도에 도착하는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는 안내에 1시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자전거로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늦어 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독도행 예약을 해두었다. 잔여석은 겨우 5석 정도 남아있는 상태였다.


 

 

밖에 묶어두었던 자전거를 미리 승선을 할 위치에 옮겨놓았을 때, 자전거를 유심히 살피던 배낭 여행객이 말을 걸어왔다. 큰 배낭을 지고 전국을 걸어 다니며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8시 20분 울릉도행 여객선에 승선 시작, 자전거나 화물을 따라 싣는 이동로는 없었고 일반객과 함께 객실로 이동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배의 후미 쪽 화물칸에 자전거와 함께 패니어를 넣어두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사이, 커다란 겨울용 이불 백을 든 현지인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옆자리에 자리하였다. 좌석 통로에 놓아둔 이불 백을 치워달라는 여행객의 요청에 "자리가 텅텅 빌 텐데, 아무곳에나 앉으면 되는데.."하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여객선은 깔끔하였고 아주머니의 말처럼 많은 자리들이 공석으로 비어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매표를 하기까지 조바심을 내었던 마음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잔여석 정도만 알려주었어도 불필요한 걱정 따위는 안 했을텐데" 생각하였다.


 

강릉에서 울릉도까지 2시간 40여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와 함께 천천히 배는 출항하였다. 큰 출렁거림 없이 어느새 푸른빛의 바다만이 눈에 들어왔고 3일간의 여행의 사진들과 글을 정리하는 사이 11시가 조금 넘어 배는 울릉도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저동항에 입항하기 전, 옆자리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걸어왔다. 몸이 불편하여 이곳에서 요양을 하는 중이라 말하며 "이곳이 처음이냐? 생각보다 울릉도가 꽤 크죠?" 하였다. 관음도의 전망에 대해, 일주터널이 뚫려 곧 개통된다는 설명들과 함께 좋은 것들을 많이 구경하라 알려주었다.


"울릉도에는 세 가지가 없어요. 뱀이 없고, 멧돼지 등 산짐승도 없고, 공해도 없고, 도둑이 없어서 여자 혼자 살기에도 무섭지가 않아요."


 

저동항에 입항하여 다시 패니어를 장착한 후 더운 날씨에 옷가지들을 갖춰 입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다. 독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도동항까지 이동하기에 여유가 없었다.



순식간에 많은 여행객들이 빠져나간 저동항에서 바라본 하늘과 구름은 이색적이었고 육지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서둘러 소박한 저동항의 여객터미널을 지나칠 때 갑작스레 풍겨오는 오징어 냄새. "울릉도에 왔나보다"


작은 어촌의 복잡한 길처럼 꼬여있는 저동항의 입구에서 도동항으로 가는 길을 묻고 이동을 시작하였다. 출발과 함께 시작되는 고갯길, 구불길로 이어진 저동재를 넘는 사이 뜨거운 땀방울이 고글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도 크게 보기

울릉도의 저동항과 도동항 사이의 고갯길 저동재



 

시간에 쫓기듯 저동재를 넘어 차량과 사람들로 복잡한 좁을 길을 따라 내려오니 작은 항구가 보였다. 여행객들과 호객을 하는 상인들의 틈 사이를 지나 저동항의 안쪽 여객선 터미널에 12시 30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도착하였다.


2층에 위치한 터미널을 찾아 계단을 오르는 동안 무거워진 허벅지의 근육이 "왜 하필 2층이냐"며 따져 묻는듯하였다.


예매한 표를 구매하고 독도행 여객선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승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자전거를 묶어둘 곳을 찾아야 했다.


 

지도 크게 보기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은 도동항의 안쪽 선착장의 2층에 위치해있다.


 

패니어들과 침구류들을 모두 제거하고 자전거는 여객터미널 주변에 묶어두었다. 그때서야 다시 한번 독도행 시간에 늦지 않았음을 안도하였고, 울릉도의 색다른 하늘과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청명한 하늘 아래 내 눈 가까이 솜털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떼들.


 

 

 


목과 어깨, 양손에 패니어와 침구류들을 메고 들고 많은 사람들의 틈 사이에 끼어 독도행 배에 승선하였다. 배의 입구에 짐들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이 갖춰져 있었다. 


노트북만을 챙겨들고 짐들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매점에 들려 맥주 한 캔과 빵을 사들고 우등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일반석보다 조금 넓은 우등석은 그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울릉도행 여객선의 선내와 달리 독도행 선내는 굉장히 시끄러웠다. 단체로 여행을 온 것 같은 학생들과 나이 지긋한 여행객들의 수다와 잡음 소리들.


열심히 핸드폰 게임을 하는 여학생과 지정석을 벗어나 직원들의 지적을 받는 어르신들의 실랑이 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되었음에 대한 만족과 밀려오는 배고픔의 허기짐을 캔맥주의 시원함으로 달래였다.


 

독도로 항하는 길, 잠깐의 단잠에 빠져들었다. 독도 입항 30여 분을 남기고 잠에서 깨어났다. 깊고 고요한 단잠 속을 벗어나 여전히 시끄러운 소음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어르신들의 움직임들은 살짝 짜증스러웠다.


 

독도에 내려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은 30여 분 남짓이었다. 패니어에서 빼낸 노트북을 다시 넣어두기 위해 1층 입구로 내려갔다. 독도에 들어가는 흥분감에 이미 나와 하선을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패니어에 노트북을 집어넣는 사이 독도 정박을 앞둔 배의 입구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모두들 독도에 가는 것이 흥분되는가 보다." 생각하는 사이, 배의 정박과 함께 문이 열렸다. 순간, 하선을 하려는 사람들이 일시에 입구로 향하며 2초간 사람들이 문에 끼어 멈춤 상태가 되는 것을 보았다.


독도에 내려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좁은 공간에서 30여 분의 시간은 주변을 둘러보기에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사람들과 혹여 무슨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겠다" 생각하였다. 


 

 

독도라고 해서 상징적인 의미 외에 특별한 감회 같은 것은 없었다. 360도 몸을 한바퀴 돌리면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는 작은 섬이었다. 화산분출로 만들어진 섬답게 독특한 형질과 형상의 섬모양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탓에 차분하게 독도를 구경하기에는 무리였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만세를 부르는 단체객들 사이를 분주하게 이동하며 최대한 방해받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30여 분의 짧지 않은 시간 독도를 둘러보고 남들보다 서둘러 승선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승선을 알리는 안내와 함께 여행객들이 하나, 둘 승선하여 선내는 다시 시끄러운 시장 바닥이 되었다.


 

 

 

 

 

 

 

 

 

 

 

 

 

독도 관람에 대한 자신들의 소회를 나름의 방식대로 떠드는 동안 다시 짧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5시 30분. 일몰이 시작되는 시간 여객선은 도동항에 도착하였다. 여전히 배의 정박을 앞둔 여객선의 입구를 향해 서둘러 몰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무엇이 저리도 바쁘고 급할까? 이 작은 섬에서 딱히 서둘러 할 무엇도 없을 것 같은데.."


 

자전거를 놓아두었던 곳에서 패니어와 침구류들을 다시 장착하고, 붉게 떨어지고 있는 울릉도의 일몰을 감상하였다. 구름과 하늘이 참 인상적인 곳이다.


 

 

 

낚시객의 행위 하나하나에 민첩하게 반응하던 검은 냥이들. "너희들을 줄 것 같지는 않은데.."


해가 떨어지기 전에 어딘가로 이동하여야 했다. 좁은 도동항 주변에 마땅히 야영을 할 곳이 없었고, 복잡한 여행객들 사이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싶지 않았다.


울릉도에 도착하기 전에 야영지로 생각해두었던 사동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고갯길을 넘어가야 했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며 도동항 주변이 울릉도의 군청 소재지가 있는 중심지라는 것에 조금 의아해했다. 생각보다 협소했다. 


 

사동리로 가기 위해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고 울릉터미널을 지날 때쯤 해는 완전히 떨어져 육지보다 더 짙은 어둠이 찾아왔고, 울릉도의 도로의 상태는 좋지가 못했다. 시멘트 포장길은 여기저기 파여있었고 비가 내린 것처럼 젖어있었다.


조심스레 내리막길을 내려와 사동리해수욕장을 찾았다. 여러번 지도앱을 확인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해변이나 해수욕장처럼 보이는 장소는 없었다. 다시 한번 좁은 마을길을 돌아 해수욕장을 찾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해수욕장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장소가 보였다.


해수욕장이라는 작은 안내간판이 없었다면 그저 작은 마을앞 해안가 정도라 생각했을 것이다. 몽돌들이 깔려있는 곳에 바닷물이 출렁이는 작은 해안가 정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고 몽돌을 깔고 누워 잠을 잘 수는 없다.


마을을 돌아 나와 중국집과 홍합밥을 파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해결할까 생각하다 좀 더 이동을 해보기로 하였다. 식사보다 야영을 할 곳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식사를 하고 주변에 야영을 할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조금 더 길을 따라 이동하였으나 오히려 도로 주변의 빛들은 더 어둡게 변하였다. "이게 아닌가 본데.. 돌아가야 하나?"


길 주변 어둠 속 환한 불빛의 음식점을 찾았다. "아, 돼지국밥.." 음식점 앞 낮은 곳에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좀 더 이동해보았다. 하루의 허기를 그것도 처음 찾은 울릉도의 첫 끼를 돼지국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좀 더 가보고 없으면 돌아와서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양해를 구해 주차장에서 야영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사동항을 지나칠 때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사동항 앞 사동 관광호텔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다시 몽돌식당으로 돌아와 식당 문을 열었다. 


 

몇몇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이 오리고기와 함께 반주를 하고 있었다. 늦은 밤 7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의 외지 여행객이 만들어낸 공간의 이질감은 나마저도 어색하게 만들었다.


따듯한 방 안에서 마을의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 그들 사이에서 저녁을 먹은 후, 주인에게 주차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보낼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고갯길의 시작점에 위치한 식당의 주차장은 언덕의 아래쪽 도로와 식당의 가운데에 위치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시끄럽다고 말하며, 사동항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오른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오르면 작은 공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여기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워요. 저기 동네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하는 공원이 있는데 잔디밭에 정자도 있고 해서 여기보다 좋을 거예요."


 

사동 관광호텔 뒤편의 길을 오르니 마을길 사이로 농업센터 건물과 식물원 같은 곳이 나왔다. 정자를 찾았지만 어둠 속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고 식물원 한구석 커다란 편백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식물원을 정비하는 것인지 곳곳에 땅을 고르는 작업의 흔적들이 있었다. 마을 안쪽에 위치하여 조용했고 바람 또한 없어 아늑하고 그만이었다.



내일 울릉도를 일주할 경로들을 확인하고, 후포항으로 나가는 여객선의 배편을 확인하였다. 후포항으로 나가는 배는 다행히 사동항에서 출발하였다. 저동항에서 출발하였다면 그곳으로 가기 위해 다시 넘어야할 사동리의 고개와 저동재가 끔찍하였다.


"내일 아침 사동항에 들려 배편을 예약하고 일주를 시작하면 되겠다. 하루종일 배편 때문에 시간에 쫓기였는데.. 나가는 것도 이렇구나.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은 어쨌든 다했네. 다행이야. 그거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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