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6일 / 맑음 ・ 20도
자민우드
하루를 더 자민우드에서 쉬며 캠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준비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19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76시간

주유소
슈퍼마켓
00Km / 00분
00Km / 00분
숙소
자민우드
숙소
 
 
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찍 잠이 깨어 믹스커피 한 잔을 들고 숙소 밖으로 나온다. 프런트에는 어제의 여직원이 아닌 중년의 여자가 앉아있다.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는지 햇살이 좋은 아침이다.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바로 이해하고 알아듣는다. 어제의 눈치 없던 직원과 달리 업무에 능숙하고 친절하다.

"와이파이가 잘 되는 방으로 주세요."

여러 번 번역기를 돌려도 제대로 된 몽골어가 검색되지 않는다. 어렵게 비슷한 뉘앙스의 번역을 보여주니 뜻을 이해했는지 번역기에 알았다는 몽골어를 써준다.

"휘발유는 주유소에서 파나요?"

한 번 더 가솔린을 번역해서 보여주고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국경 근처의 주유소를 가리키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몽골어가 문제가 아니었어. 이건 눈치와 센스의 문제야!" 

어제 숙소에 와 의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여직원과 대화하느라 힘들었는데 이 직원이 있었으면 훨씬 편했겠다 생각이 든다.

전산이 없이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하는 자민우드의 숙소, 마치 몽골어가 복잡한 수학 공식처럼 보인다.

방으로 올가와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바로 내려온다. 숙소 입구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와 페달을 밟으니 핸들이 요란하게 흔들거린다.

이내 가벼운 핸들에 적응을 하고 천천히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국경이 있는 주유소로 도로를 따라간다. 

몽골도 중국처럼 80, 92, 95의 숫자를 붙여 휘발유를 판매한다. 80번은 디젤이고 92와 95는 가솔린인데 차이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무실에 있는 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연료통과 함께 번역기로 가솔린을 보여준다. 약간 의아해하며 안된다는 X 표시를 두 팔로 표시를 하는 남자 직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버너로 음식을 하는 사진을 보여준다.

뜻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지만 계속 안된다는 의사 표현을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가솔린을 팔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작은 버너 연료통만큼은 팔 수가 없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10리터의 커다란 연료통을 가져오더니 그곳에 가솔린을 받아 버너의 연료통에 넣으라고 제스처를 한다. 

"얼마에요? 1리터만 주세요."

핸드폰을 주니 2,000의 숫자를 적어준다. 1리터에 900원 정도의 가격이니 중국과 휘발유 가격은 비슷한 것 같다.

주유소의 직원에게 2,000투그릭를 주니 주유기 측면에 붙어있는 곳에 숫자를 누르고 큰 휘발유통에 휘발유를 넣어준다.

버너의 연료통에 부으라는 제스처를 하며 주유소 건물의 측면 모래밭으로 안내해주며 양동이을 건네준다.

"브로, 남자는 함부로 흘리지 않아. 걱정 마!"

필요한 만큼만 연료통에 휘발유를 담은 후 남은 휘발유는 직원에게 돌려준다. 무려 75일 동안 사지 못했던 가솔린을 몽골에 넘어와 쉽게 산다.

"됐다. 버너의 연료도 샀고." 

돌아오는 길 자민우드 초입에 있는 작은 공원의 탑도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와 여직원에게 빨간 연료통을 들어 보이니 빙긋 웃는다.

"이제 남은 위안화를 환전해 볼까."

중국에서 사용하고 남은 위안화는 505.5위안이 남아있다. 8만원 정도의 금액이니 어제 ATM에서 찾아 쓴 투그릭과 합치면 울란바토르까지 사용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숙소 앞에 있는 은행에 들어가니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며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가장 측면의 여직원에게 번역기를 보여주며 환전하는 곳을 물어보니 다행히 한 사람만이 창구에 서서 업무를 보고 있는 한가한 창구이다.

"번호표 같은 게 설마 있나?"

주위를 둘러봐도 번호표 같은 것은 보이질 않고 은행 창구에도 딱히 순번을 알리는 숫자들이 보이질 않는다.

환전 창구로 가 바닥에 그려진 안내선에 서서 차례 기다린다.

"뭐라고 쓰여있는 걸까? 여기서 대기? 가까이 오지 마시오? 줄을 서시오?"

어느새 익숙해진 위안화. 남은 0.5위안은 기념으로 넣어두고 505위안을 환전할 것이다.

한 사람밖에 없어 빨리 환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행 직원은 계속해서 지폐를 세는 카운터기를 돌리며 오른쪽과 왼쪽의 카운터기를 모두 사용해 무언가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아무래도 지폐의 종류가 많고 금액에 따른 지폐의 숫자가 많아 반복적으로 카운터기를 돌려야 하는 것 같다.

"야, 이 동네는 돈 세느라 하루가 다 가겠네."  

20분 넘게 돌아가는 카운터기의 숫자들만을 구경하는 사이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지폐 확인이 끝나고 내 차례가 돌아온다.

위안화를 보여주며 환전을 하고 싶다고 하니 환전 신청서 같은 것을 건네준다. 환전할 금액과 이름을 적으라 알려주고 뒤에서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서명을 하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고참으로 보이는 여직원을 부르더니 무언가를 상의하고 내 핸드폰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적으라고 한다.

"핸드폰 번호를 적으라고?"

몽골 유심을 사며 핸드폰 번호가 생겼기 때문에 유심카드를 확인하고 당당하게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었더니 재미있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

한 다발의 투그릭을 건네줄 거라 생각했는데 환전 영수증을 주고.

처음보는 돈들을 조금 건네준다.

"금액이 맞나? 왜 이렇게 조금 주지. 만수르가 되고 싶었는데, 실망스럽게."

20,000투그릭, 10,000투그릭, 5,000투그릭, 1,000투그릭 그리고 잔돈들까지 해서 1위안당 391투그릭으로 환전을 해준다.

"무슨 지폐가 이렇게 많아. 주체할 수가 없네."

숙소로 돌아오니 여직원이 다른 방 키를 흔들며 나를 부른다. 와이파이를 확인하라며 함께 올라가자는 제스처를 해서 그녀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

공유기가 붙어있는 복도의 첫 번째 방을 내어주며 와이파이를 확인하라고 안내를 한다. 활기차게 모든 안테나를 채우고 있는 와이파이를 확인하고 OK 표시를 해준다.

4층으로 올라와 짐들을 나눠 들어주고 3층으로 방을 옮긴다. 

점심을 먹기 위해 고글을 벗고 안경을 찾는데 안경이 보이질 않는다. 방을 옮기며 꼼꼼하게 남겨둔 물건이 없나 확인을 했는데 안경을 빠뜨리고 온 모양이다. 

다른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안경을 놓고 왔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경'이라고 한국말을 하니 한국말로 대답을 한다.

"한국말을 하시네요?"

"네, 조금 할 줄 알아요."

"405호에 안경을 놓고 왔나 봐요."

"알았어요."

작은 도시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자민우드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어제의 여직원은 보이지 않고 그녀가 추천해 주었던 세 번째 메뉴 스팀 비프를 주문한다. 감자와 함께 모양 좋게 나온 음식은 제법 괜찮았지만 어제의 파인애플 치킨보다는 조금 맛이 덜하다.

몽골 숙소에서는 물은 큰 물통을 통째로 준다.

캠핑을 대비해 무거운 무게를 감내하며 들고 다녔던 고용량 보조 배터리도 충전을 시켜 놓고 음식들을 사기 위해 기차역 앞의 마트로 간다.

2중으로 되어있는 나무 문이 항상 닫혀있는 자민우드의 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무엇이 있나 천천히 매장을 둘러본다.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뾰족구두 신사화처럼 생긴 동물의 특수 부위도 통째로 있다.

"이게 대체 어느 부위인 거야? 혓바닥인가, 턱인가?"

매장 곳곳에서 한국 제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박카스와 레츠비 그리고 뽀로로 음료수까지 있다.

일단 두툼한 햄과 빵 그리고 잼을 사들고.

아무리 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몽골의 즉석 식품도 무게가 가벼워 하나 사둔다.

과자와 쵸콜릿 등을 조금 골라 담고 계산대로 가 어떻게 계산을 하나 궁금했는데 우리와 똑같이 바코드를 찍으며 쉽게 계산을 한다. 단지 카운터의 책상 서랍에 엄청난 양의 지폐들이 꽂혀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계산을 끝내고 마트 내에 있는 문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 사 먹었는데 엄청나게 달아서 먹느라 힘들다. 

마트 2층에는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그리고 옷 가게 같은 것이 있고 분위기는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으로 먹으려던 파인애플 치킨을 포기하고 매운 컵라면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다. 몽골에서 파는 매운 컵라면에는 중국처럼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있다.

조금 나른한 기분이 들어 잠을 잘까 생각하다 내일부터 시작될 몽골 라이딩을 위해 짐들을 재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양치와 세수를 하려고 칫솔세트를 열어보니 세트 상자에 세면도구가 모두 들어있다.

숙소에 들어와 비누와 샴푸를 찾아도 없어 가지고 다니던 세면도구를 사용했는데 이곳에 한꺼번에 들어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빗은 중국이나 여기나 필수품이구나."

패니어의 짐들을 풀어 헤치며 중국 남부의 빗속을 달리게 도와주었던 6위안짜리 고무장갑을 버린다.

"잘 썼다. 당분간 비 맞을 일이 없으니 여기까지."

패니어의 짐들을 가지런히 펼쳐놓고 중국의 우중 라이딩에 맞춰져 있던 짐들을 캠핑에 적합하게 재분배한다.

렉 패니어에 들어있던 옷들과 잡동사니들을 빼내고 침구류와 취사도구들을 넣고 캠핑용 식량으로 채워 넣고.

취사도구들이 빠져나간 프런트 패니어에 노트북을 옮겨 담고.

노트북이 빠져나간 리어 패니어에는 겨울옷들을 넣어 둔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리어 패니어를 뒤적이며 물건들을 꺼내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많은 짐들이 어떻게 패니어에 다 들어가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짐들을 풀어헤치고 나니 마음은 개운한데 몸이 피곤해진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몽골의 초원과 사막, 높은 고산지대와 드넓은 호수를 향해 달려보자. 밤하늘을 보며 캠핑도 해보고..  

"몽골, 너를 보여줘!"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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