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3일 / 맑음 ・ 12도
딩저우시-왕두현-바오딩시
베이징까지 남은거리 200km, 3일에 나누어 천천히 라이딩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67Km
누적거리
6,883Km
이동시간
4시간 08분
누적시간
477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딩저우시
 
왕두현
 
바오딩시
 
 
4,09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3일 동안 맞바람 속 라이딩 탓인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아침엔 사과!"

언젠가부터 사과를 먹게 되면 주문처럼 이 말을 중얼거린다.

어제 호텔에서 담아온 사과로 아침을 대신하고, 어디까지 갈지 결정하지 못한 채 출발한다.

"일단 바오딩시까지 가보고 결정하자."

엄지를 세워주며 응원해 주는 숙소 여주인과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오니 이내 다시 들어가고 싶다.

쌀쌀하게 느껴지는 아침의 차가운 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든다.

"어휴, 추워!"

사거리의 신호등을 건너고 서둘러 겨울 자켓을 꺼내어 입는다.

계절을 거슬러 달려온 것처럼, 지금껏 따듯한 남쪽 지방에 있었다는 것이 실감 난다.

우리의 최북단 위도보다 높은 곳에 와있으니, 태어나서 가장 위쪽의 위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가게 될 러시아나 핀란드, 알래스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야겠네."

쉽게 몸의 열기가 올라오지 않고 얇은 겨울용 장갑을 낀 손등으로 차가운 냉기가 스며든다.

4월 초에는 도착할 수 있을까 싶던 베이징이 200km 밖에 남질 않았다.

"시안(西安) 정도는 돌아왔어도 충분했었는데, 아쉽다."

30분 만에 딩저우시를 벗어나 계속되는 맞바람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간다.

측소(厕所, 처쑤오), 선수간(洗手间, 씨쏘우지엔)으로 표현하는 중국의 화장실.

기대는 없었지만 들어선 순간 '허걱' 소리가 절로 새어 나온다.

편의점까지 갖춘 멀쩡한 주유소의 화장실이 일명 푸세식이다. 소변을 보는 곳이 이렇다면 대변을 장소는 보나 마나.

"예비군 훈련 때 보고 처음인가? 정겹기는 하네."

중국은 항상 겉모습은 멀쩡한데 한 발짝만 들어가 보면 황당한 곳이 여전히 많다.

스자좡시를 지나며 사놓았던 빵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팥이 가득 들어찬 빵을 3개쯤 먹으니 금방 배가 차오른다.

"어디까지 갈까. 바오딩시에서 일찍 쉴까. 몸도 무겁고."

빵을 먹고 출발한지 몇 분이 안돼 속이 불편해진다.

아침의 모닝 의식이 시원치 않았는데, 뱃속이 부글부글 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큰일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중국의 평야에서 시원하게 엉덩이를 까야 하나."

아무것도 없는 국도의 도로변, 괄약근을 조이며 마땅한 장소를 찾아서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조심스레 페달링을 이어가던 중 1km 주유소 이정표가 보인다.

패니어의 안쪽에 넣어둔 휴지를 급하게 꺼내들고 들어간 화장실은 다행히 푸세식은 아니고, 칸막이가 없는 쪼그려 쏴.

한방으로 시원하게 해결을 하고 보니 양쪽 변기 앞에 물이 담긴 양동이가 놓여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물을 내리는 버튼이나 장치는 없고.

"이 정도는 익숙하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 아침부터 무거웠던 컨디션이 그 님 탓인가 싶기도 하고.

오랜만에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밀밭의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만, 나 지금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강물이 마르고 흙바닥이 되니 마른 수초들을 태우고 농경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 흙먼지가 날리는 것보다 밀이라도 심어서 방지하는 것이 좋겠네."

바오딩시를 15km 남기고 잠시 쉬어간다. 콧물이 조금씩 나오는 게 수상하다.

어제 저녁 딩저우 야경을 구경하느라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컨디션도 좋지 않고.

"이럴 땐 일찍 발 닦고 자는 것이 최고지."

천천히 바오딩시가 나타나고.

허베이의 성도 스자좡시와 베이징시의 사이에 있는 제법 큰 도시인데 타 도시에 비해 세련되거나 화려하지가 않다.

낮 시간이라 조금은 한적한 사거리에서 숙소를 검색하고 외국인 투숙이 되는지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조식포함'의 검색 옵션을 넣어 숙소를 검색한다.

"조식 중독자가 돼버렸어!"

시내 중심에서 4km 떨어진 숙소를 찾아가던 중 숙소 근처에서 노점 골목으로 들어간다.

"입맛도 없고, 여기 나와서 아무거나 먹어야겠다."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보관을 물으니 직원들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는 건물 외부를 알려준다.

"노, 노!"

"귀중품을 갖고 있나요?"

"자전거 세계여행 중, 자전거를 잃어버리면 안 돼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을 불러 지하 1층에 보관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체크인을 할 때부터 센스 있게 응대를 하던 프런트 직원은 바로 관리 직원을 데려와 지하 1층 비품실에 자전거를 보관해 준다.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특히나 좋다. 업무의 경중과 권한의 유무를 떠나 부지런히 일만 하는 사람보다 센스가 있고 사고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다.

여행사 사무실 같은 프런트에 3명의 직원이 앉아있고 숙소의 프런트가 맞는지 의아해하며 다가서 호텔인지를 묻자 두 명의 직원은 당황해하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Is this here? right?"

호텔 바우처를 보여주며 재차 숙소를 확인하니 한 여직원만이 오케이 하며 핸드폰 번역기를 사용해 여권과 보증금을 요구하고 체크인을 도왔다.

"Can i get.."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도 되는지 물으려 하자 자전거를 보며 어떻게 할지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살피고 안내를 한 것이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하나 없는 일처리였다.

자신의 업무 범위와 권한의 매뉴얼이 확실한 사람만이 갖은 자연스러움, 이런 사람들은 대개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업무의 확장성이 다양하다.

"프로페셔널, 그들은 섹시하다."

'우리 만년 과장님은 능력은 떨어지지만 사람이 좋아서 그런지 직원들의 일에 관심이 많고 특히 누구보다 부지런해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해.'라는 말을 듣고 있을 김과장은 여전히 그러한지 궁금해진다.

샤워를 마치고 바로 노점이 있는 곳으로 나간다.

한 개에 1, 2, 3위안 정도 하는 해산물 꼬치. 문어 꼬치는 15위안으로 꽤 비싸다.

유독 해물 꼬치집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

문어 꼬치 한 개와 오징어 꼬치 두 개를 사고.

중국의 핸드폰 결제는 봐도 봐도 심플하고 좋다. 나만 현금으로 돈을 낸다.

다음은 한 개에 3위안, 두 개에 5위안 하는 돼지고기 꼬치.

내륙이라 돼지고기보다 오징어가 더 비싼가 보다.

돼지고기 꼬치를 두 개 사고.

엄지 보다 더 굵은 대추는 정말 크다.

따펀렁미엔(大份冷面), 넓은 면에 양념을 넣고 철판에 볶은 요리. 2장에 5위안, 버섯 추가 2위안.

어디서 왔는지 물어 한국이라고 하니 친절하게 웃으면서 요리를 해준다.

내 것이라며 알려주며 라지오(매운고추, 辣椒)를 추가로 넣어주는 센스.

젓가락도 아니고 요지도 아닌 이것으로 찍어서 먹으면 된다.

꼬치와 면 요리를 사고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로 다가가니 세 명의 여직원이 동시에 일어선다.

체크인을 하며 조식권을 받지 않아 조식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물어보려 했는데 말똥말똥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동시에 쳐다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만 나온다.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웃기만 하다

"How to have.. 아니다. 짜오찬?"

이번에도 센스 있는 여직원이 핸드폰으로 조식 시간과 위치를 알려주며 조식권을 건네준다.

노점에서 팔던 핫도그처럼 생겨 칼집이 나있는 것을 가리키며 뭐냐고 묻자 세 명이 동시에 까르르 웃는다.

그것을 사고 싶냐고 물어 고개를 가로저으니 핸드폰으로 이름을 알려준다.

烤面筋(카오미엔진), 밀가루를 구워서 먹는 것 같은데 직원의 중국 핸드폰 번역기에는 고무줄로 나온다.

"고무줄? 하하하."

숙소로 걸어오는 동안 조금 식었지만 음식은 나름 괜찮다.

특별하게 맛있는 것은 아닌데 중국 젊은이들은 이런 것을 좋아하나 보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5시가 되기 전에 바로 잠들어 버린다.

며칠째 맞바람을 맞으며 달렸던 것이 피곤하고, 기온이 낮아지며 컨디션이 떨어졌나 보다.

5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니 피곤함도, 약간의 감기 기운도 조금은 사라진 기분이다.

"역시, 피곤할 땐 발 닦고 자는 게 최고야."






경비내역
식비:33위안 / 식료품:10위안 / 숙박:30,795원 / 합계:43위안, 30,795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2일 / 맑음 ・ 16도
위안스현-스자좡시-신러시-딩저우시
편안하고 좋은 아침이다. 핸드폰으로 여행기를 정리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것도 곧 해결될 터.


이동거리
111Km
누적거리
6,816Km
이동시간
6시간 34분
누적시간
47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위안스현
 
스자좡시
 
딩저우시
 
 
4,03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두 번의 알람을 거르고 조식을 먹기 위해 의지의 하루를 시작한다.

"조식 중독이야!"

식당 정도는 알아서 찾아가고.

조금은 실망스러운 분위기와 메뉴들이지만.

김치 같은 것이 있어 일단 하나만 담는다. 모양은 잘 익은 배추김치인데 맛은 어떨지 모르니.

빵은 패쓰.

감자 패쓰.

이렇게 저렇게 패쓰하다 보니 접시가 휑하다. 김치는 중국식인지 더는 못 먹을 맛이다.

"계란국이 있어서 봐준다."

본격적으로 계란 후라이를 추가하여 세 접시를 비워낸다. 돼지고기 편육에 오이를 곁들여 볶은 반찬이 마음에 든다.

"입맛이 떨어진 건가."

수박으로 디저트를 하며 느긋하게 먹다 보니 식당에 나만 남아 있다.

방으로 돌아와 출발 준비를 하는데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간만에 펑크네."

새로 펑크가 난 것은 아니고 이전에 정비했던 패치에서 바람이 새고 있다. 돼지표 펑크패치로 다시 붙여 정비를 하고 타이어를 탈착한 김에 가이드 풀리도 교체한다.

자이언트 매장에서 얻어온 중고 풀리로 교체, 닌자 표창처럼 별모양이 돼버린 가이드 풀리.

변속선의 장력이 느슨해졌고 뒷바퀴 허브의 유격이 생겨 약간 흔들거리지만 급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알고만 있는 것으로 패쓰.

"지금은 귀찮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녹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10시가 되어간다.

'편하게 잘 쉬었다'며 프런트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밝은 햇살과 달리 쌀쌀함이 느껴지는 아침, 여전히 바람이 계속된다.

자전거를 밀어냈던 어제의 맞바람 정도는 아니라 조금은 다행이다. 바람이 잦아드니 하늘은 중국 특유의 뿌연 느낌이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물을 뿌리느라 바쁘다.

바람으로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아 12시가 되어 스자좡시에 접어든다.

낮 시간의 중국 시내는 아침, 저녁에 비하면 한적할 정도로 조용하고 복잡하지 않다.

고층 빌딩들과 복잡한 구조의 시내를 다이렉트로 관통하여 지나고.

중국의 공원에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수가 없어 아쉽지만 그것이 허용된다면 아마도 끔찍할 것 같다.

스자좡시를 직선으로 관통하고 중국의 복잡한 고가 밑의 길들을 지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1시간 동안 겨우 10km 이동하고.

고가도로 밑으로 많은 노점들이 이어지고.

"병아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빵집이 있어 쉴 겸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1근에 8위안 하는 빵들의 냄새가 좋다.

2개씩 담아 10위안어치 사들고 하나를 꺼내어 먹어본다. 단팥을 고명으로 넣고 튀긴 빵이다.

시내를 벗어나 넓은 후투어강(滹沱河)을 넘는데, 이렇게 넓은 강도 말라가는가 싶다.

"어깨에 힘만 조금 빼면 참 좋을 텐데."

가끔 주유소에 엄청 큰 로봇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미국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햄버거와 로봇은 또 그렇게 좋은가 보다.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담벼락에서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 두 분과 훈수꾼 할아버지.

잠시 쉬며 장기를 구경한다.

검은 옷의 할아버지는 행마가 시원시원하며 여유가 있고.

대머리 할아버지는 소심하고 장고파다. 장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쉽게 행마를 못하고 혼잣말을 자주 중얼거린다.

한 수를 두기 위해 오랫동안 장고를 하는데도 검은 옷의 할아버지는 크게 재촉을 하지 않는다.

백중세의 형세인데, 대머리 할아버지가 이길 확률이 낮으니 비기기 전략으로 가야 할듯싶다.

전기 오토바이를 충전하기 위해 콘센트를 밖으로 만들어 놓았다.

여전히 좋은 길 위로 맞바람이 불어오고.

미래의 크락션 빵빵이들이 운전 연습을 한다.

경사, S자, T자 주행 및 주차 연습은 우리와 같지만 아마도 실내 수업으로 크락션 신호 소통법 과목이 따로 있을 것이다.

바람은 불지만 유난히 따듯한 햇볕이 내리는 날, 분무 차량이 물을 뿌리며 지나가니 도로 위로 예쁜 무지개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중국의 남부지역을 지날 때는 시골들이라 스쿨버스가 바쁘게 다니며 학생들을 하교 시켰는데, 북부 도시에 오니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이 북적북적 혼잡하다.

아이들을 태워가기 위해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교문 앞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전거를 한 대씩 사주면 편할 것 같은데."

완전히 말라버린 강, 북동부를 지나며 중국의 사막화 실태에 대한 리포트를 쓰는 것 같다.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쪽 편은 사막화의 황사와 미세먼지, 반대편은 자연재해로 인한 방사능 오염."

오후 들어 조금씩 잦아들던 바람이 고요해지기 시작한다. 바람막이의 지퍼를 열고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천천히 저물기 시작하는 햇살이 등 뒤로 떨어지며 따듯하니 좋다.

흥겨운 라이딩도 잠시, 바람을 이기며 달려온 오전 라이딩의 피로로 이내 자전거를 멈춘다.

"햇볕 너무 좋다. 쉬었다 가자."

도로변 버려진 폐가의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하늘과 햇살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한가롭네. 좋다!"

30여 분, 아무것도 하질 않고 앉아있다 다시 출발한다. 딩저우까지 20km 정도 남아있다.

대책 없이 길을 막아버리는 중국 사람들의 운전 방식은 정말 어이가 없다.

베이징에 가까워지니 제법 멋들어진 이정표까지 볼 수 있다.

G107 국도를 벗어나 딩저우시로 들어가는 시 외곽의 도로로 접어든다.

도로가 좁아지고 노면이 평탄하지 않다. 이상한 일이지만 중국은 시내로 들어가기 전 도로들의 상태가 가장 나쁜 것 같다.

딩저우시로 들어가는 도로, 언제나 선을 그은 듯 좋은 도로가 시작된다.

길가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노점, 자전거가 줄어들다 보니 점차 자전거 정비업도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하고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도 노년층에게는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딩저우시는 작은 도시처럼 느껴진다. 하늘 높이 치솟는 거대한 빌딩들이 보이질 않고 거리 가득 봄날의 햇볕이 가득하다.

"아저씨, 신기하면 먼저 니하오 해봐요."

시내의 학교도 하교 시간이 다가오는지 교문 앞으로 오토바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 명 또는 두 명씩 오토바이에 태워 집으로 돌아가고.

시내 중심에 맥도날드, 버거킹, KFC 간판들이 우뚝 솟아있다.

세로 입간판이 없는 중국에서 미국 햄버거 브랜드 간판만이 높이 세워진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오토바이에도 경보 장치가 있는지 요란한 경보음이 돌아가며 울려댄다.

사거리에 앉아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근처에 있는 평점이 좋은 빈관을 선택하고 이동한다.

"제발, 한 번에 끝내자."

숙소 앞 따오코우에 신호등과 건널목 표시가 되어있다. 사거리가 아닌 일반 도로에 신호등이 있는 것을 중국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얼마나 좋냐! 안전하고 서로 편하잖아."

한 번에 체크인을 할 수 있기만을 바라며 빈관으로 들어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숙박이 가능 한지를 묻고 또 묻는다.

"워 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커이?"

애가 왜 이러나 싶은 얼굴로 숙박 가능하다고 말하며 웃는다.

숙박비가 얼마인지 묻자 방의 종류가 많은지 보고 결정하라며 따라오라 손짓을 한다.

"방에 자신이 있는 거야?"

2층 계단을 올라 첫 번째 방은 창문이 있고 깨끗한 편, 두 번째 방은 창문이 없이 작은방이다. 각각 108위안과 80위안.

"아줌마, 장사할 줄 아네. 깨끗한 방으로 할게."

그제서야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프런트 앞에 놓아두고 체크인을 끝내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사천 음식을 하는 듯한 식당에 들어간다.

주방 앞 테이블에 앉아 말을 하니 유쾌하게 수다스러운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다.

오빠라는 단어를 하는 아주머니와 장난치듯 대화를 하고 있으니 식당 안의 직원들과 식구들이 내 테이블로 모여든다.

식사를 할 적당한 메뉴를 찾지 못하고 매운 음식이라며 추천을 한 닭고기 요리를 주문한다.

"이건 밥반찬이 아니잖아!"

매콤하게 튀겨진 닭요리를 흰밥과 함께 먹고 있으니 카운터 뒤편으로 진열된 술병들 사이에서 그녀가 나를 부른다.

"술은 얼마야?"

아주머니를 불러 술의 가격을 묻고 도수를 확인하고 있으니 다른 것들도 보여주며 맛이 좋다고 추천을 한다.

"됐어. 난 그녀를 따라갈 거야."

종이 포장지를 벗기니 낯선 놈이 그려져 있다.

"에이, 속았어!"

향기가 좋지만 독한 중국 술은 반 병을 채 못 마시고 나머지는 패니어에 집어넣었다.

바람 속 라이딩의 피곤함과 약간의 반주로 열이 살짝 올라오며 노곤해졌다.

숙소에 돌아와 프런트를 지나치려는데 아주머니가 뭔가를 말하며 나를 붙잡는다.

"딩저우 타워 가봤어? 야경이 이쁘다."

"딩저우 타워, 여기서 가까워?"

어제 딩저우시의 관광명소를 검색하며 딩저우탑의 사진을 보았지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여 둘러볼 생각이 없었다.

"가까워. 저쪽에 바로 있다."

"그래, 이쁘다면 가봐야지."

고덕지도를 확인하니 숙소와 1km 정도의 거리에 딩저우탑이 있다. 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가 유혹을 한다.

방으로 돌아와 겉옷만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 10여 분 정도 어두운 골목을 걸어 환하게 빛나는 탑을 향해 걸어간다.

카이위안사탑(開元寺塔), 높이 솟은 탑에서 적의 동태를 살핀다 하여 일명 요적탑(料敵塔).

문이 닫혀있는 개원사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우뚝 솟아있은 딩저우탑을 구경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환한 조명을 받아 더 밝게 반사되는 딩저우탑의 아름다움.

개원사의 건너편으로 넓고 붉은색의 광장이 펼쳐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산책한다.

그중에 일렬로 서서 허리를 세운 채 사각형을 그리며 돌고 있는 여자들의 무리가 관심을 끈다.

"뭐 하는 거야?"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줄을 지어 걷기만 한다.

"정말 알 수가 없다."

공원에서 랩을 하며 버스킹을 하는 힙합 브로들도 보이고, 공원을 런닝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아주 다양하다.

공원을 지나 넓은 대로의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하도를 건너간다.

오래된 성문의 모습과 함께 수많은 붉은 등을 단 옛 건물들의 상가에 현대의 유명 브랜드 샵들이 밀집되어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흥겨운 음악이 들려오는 곳으로 걸어간다.

작은 사당 같은 곳도 보이고.

안쪽에 두 명의 신이 모셔져있는데 중국 시골의 집 앞 여러 곳에서도 곡갱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신의 모습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딩저우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거리의 전개도도 보이고.

조명을 받아 한층 우아한 성문이 나온다. 고중산국(古中山国).

"이쯤 되면 딩저우가 궁금해지는데."

징저우처럼 과거 중국의 주요 중심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의 전체가 과거와 잘 어우러져 이색적이고 흥미롭다 생각할 때쯤 성문과 오래된 성터의 주변으로 화려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큰 스피커를 삼륜 오토바이에 올려놓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단체 군무를 하고 있다.

"이 삼륜 오토바이로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파트너로 춤을 추는 조합이 재미있다. 남자 한 명이 여자 두 명을 리드하며 춤을 춘다.

다른 편에서는 왈츠 음악에 맞춰 고전틱한 사교댄스를 추고, 앞에서는 두 젊은이가 비트에 맞춰 배틀을 벌이듯이 스트릿댄스를 추고 있다.

"밤거리 문화의 폭발이네. 흥미로운 도시야."

거리에 앉아 흥겹게 춤을 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다시 개원사가 있는 방향으로 건너간다.

붉은빛으로 물든 딩저우 고성의 건물들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재현되어 있다.

골목의 안쪽으로 로봇의 놀이 기구와 간단한 놀이 기구들이 조명을 달고 움직이고.

옛 건물들을 재현한 건물에는 현대의 상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화려한 붉은빛의 딩저우시.

큰 도시는 아니지만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도시다.

과거와 현재가 너무나 잘 어우러진 중국의 작은 소도시.

"피아오량!"

숙소에 돌아와 나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아주머니에게 엄지를 세우며 방으로 들어간다.

11시가 되어 출출해진 배를 사과로 달래보고 잠이 든다.

"좀 따듯하게 입고 나갈 걸 그랬나."



경비내역
식비:65위안 / 식료품:24위안 / 숙박:108위안 / 합계:197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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