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76~577일 / 맑음 ・ 29도
춘천-홍천
이틀간 춘천 여행, 크리티컬 매스가 진행되는 토요일에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카일라스 형님을 만나기 위해 홍천으로 간다.


이동거리
52Km
누적거리
26,643Km
이동시간
6시간 44분
누적시간
2,001시간

 
5번국도
 
444번도로
 
 
 
 
 
 
 
30Km / 2시간 35분
 
22Km / 4시간 11분
 
춘천
 
홍천
 
도광터
 
 
244Km
 

 

 

"아, 소주 칵테일!"

 

현기가 만든 소주 칵테일과 함께 끊이지 않는 대화의 시간은 즐거움이 충만하지만 다음날의 무거운 피로감과 숙취를 남겨놓는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카일라스 형님을 만나기 위해 홍천으로 떠난다. 현기가 추천했던 순대국집에서 해장과 함께 점심을 해결한다.

 

"5개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거지. 든든하게 먹고!"

 

홍천으로 가기 위해 5번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화창한 여름날의 무더위가 느껴지는 날씨다.

도로는 이내 350미터의 원창고개로 향하는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조금씩 무거워지는 페달링, 거칠어지는 호흡 그리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고무 신발은 자꾸만 미끈거리며 페달링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아쿠아 신발을 샀어야 했는데."

그리 높지 않은 원창 고개지만 경사도가 가파른 것인지 아니면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고개를 오르는 길이 꽤나 힘이 든다.

"신발이 아니고 체중이 문제인가?"

 

귀국 후 자가격리를 거치고 여행 중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먹다 보니 20Kg이나 증가한 체중이 부담스럽다.

 

원창고개를 넘고 다시 두 번째 고개인 모래재를 오른다. 원창고개를 넘으며 숨이 트이고 근육이 풀렸는지 조금은 수월한 기분이다.

"아, 진짜 강원도!"

세 번째 부사원 고개를 넘기 전 도로변 그늘에 의자를 펴고 다시 쉬어간다.

"지친다. 지쳐!"

350미터 3개의 고개를 넘고 홍천강을 건너 홍천의 경계에 들어선다.

"조용한 동네네."

도광터로 가는 444번 국도로 가기 위해 홍천강을 따라가는 동안 갈증이 밀려온다. 작은 슈퍼에서 얼음 커피를 마셔보지만 한낮의 뜨거운 더위는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도광터까지 아직도 고개가 2개나 남았는데."

홍천읍을 벗어나는 오룡산의 첫 번째 고개를 넘고 아래로 내려가는 달콤함도 잠시 뿐이다. 홍천읍 동면을 지나쳐 가는 길은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형님, 한 10km 정도 남았어요. 막걸리 한 통 받아 갈까요?"

"좋지요!"

도광터가 자리 잡은 공작산을 오르기 전 마을의 슈퍼에서 막걸리 두 통을 산다.

"갈수록 수납 능력이 다양해진다."

커다란 두 통의 막걸리 때문에 무거운 자전거가 더 무거워진다. 700미터가 넘는 공작산을 오르기 전 초입에서 큰 숨을 쉬어보고.

오늘의 마지막 고개를 오른다.

"오늘 몇 미터를 오른 거야?"

500미터가 조금 넘는 공작산 도로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경사도로 구불구불 휘어진다. 흘러내리는 땀과 미끌거리는 신발 작은 날벌레들이 정신없이 달라붙는다.

손뼉을 치며 시야를 가리는 날벌레들을 잡아보지만 수없이 잡아도 그 수는 줄지 않는 느낌이다. 채 열 걸음을 떼기도 힘든 경사도의 도로다.

"아놔, 이 길은 대체 뭐야!"

그렇게 30여 분을 오르고 공작산의 정상에 이른다. 소나기와 같은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진다.

다시 급경사로 떨어지는 고개를 잠시 내려오자 도광터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도로가 나타난다.

"얼추 여기인 것 같은데."

"형님, 저 왔어요?"

"갈가에 있는 우편함, 그 길로 올라와요."

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제멋대로의 자갈들로 더욱 가팔라진다. 오는 길에 5개의 고개를 넘는 동안 이미 근육들이 풀려버린 다리는 땀으로 미끌리는 신발을 이겨내지 못한다.

"형님, 도와주세요!"

인가의 실루엣이 나뭇잎 사이로 보일 때쯤 뒤로 밀려가는 자전거를 부여잡고 소리를 친다.

 

"형님!"

카일라스 형님은 친근한 목소리와 함께 반갑게 웃으며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자전거를 밀어준 덕에 겨우 도광터의 집으로 들어온다.

자전거는 콩을 쑤는 가마솥이 놓인 곳에 넣어두고.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을 온몸에 끼얹는다.

"아, 살 것 같다."

10년 전 자전거 샵을 처음 오픈했을 무렵 기어 속선을 사러 온 낯선 자전거 여행자의 모습으로 처음 마주한 형님은 홍천의 도광터에 자리를 잡고 일산과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다 정년 퇴임과 함께 교편을 내려놓은 후 이곳에 정착을 한 모양이다.

전국을 여행하던 중 시골의 노인에게 막장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도광터에서 막장을 담그며 자전거를 타고 글을 쓰며 생활을 한다.

"여기가 화장실."

쇠똥구리 같은 작은 딱정벌레들이 꼼지락거리며 돌아다니는 화장실이 이상하게 친숙하다.

직접 담근 막장으로 만든 된장국과 물김치 하나가 전부인 밥상이지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풍족한 저녁이다.

막걸리 한 잔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 산속의 밤이 깊어간다.

따듯하게 불을 넣어둔 작은 방에서 피로가 쌓인 몸을 뉘인다.

"산골 냄새, 좋다!"



11시, 정오 가까이 늦잠을 자고 일어난다. 맑고 더운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지만 산속의 바람은 시원하다.

"마음에 들면 신고 가요."

정말 오랜만에 신어보는 검정 고무신의 매끈함이 좋다.

막장이 익어가는 장독대와 굵은 자갈과 돌들을 고르고 정성스레 일궈놓은 텃밭,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연못들을 둘러보는 사이 형님은 예초기를 들고 집 주변의 풀들을 제거하고, 새로 지을 가마터에 사용할 커다란 기둥들을 끌고 내려온다.

느릿한 산골의 삶이지만 부지런해야 즐길 수 있는 모양이다.

"이곳의 산속의 삶이 좋아."

"형님, 저는 바다가 있어야 해요."

"숲 속의 적막함 보다는 바다의 쓸쓸함이 좋아요."

공간의 숲과 시간의 바다,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품고 간직한 공간의 숲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스쳐가는 시간의 바다다.

"간직해야 할 것들은 기억하며 내 안을 들여다보는 평온함보다 지나치고, 버려지고, 완전하지 못할 시간들에 아파하는 것이 어울리나 봐요."

"이제는 모두 버려버려서 간직해야 할, 지켜야 할 무언가가 더는 없어요. 텅 비어버린 껍데기 같아요."

조용한, 아주 조용한 산골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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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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