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일:2018.11.07 / 구름・19도

통영항-동피랑-충무교-도남관광지-달아항-연명예술촌-당포항-모상항-명지항-해란항-따신몰-벌포항-통영대교-해양과학대

한국의 나폴리라고 했던가? 이동을 멈추고 오늘 하루 천천히 통영을 일주해보기로 하였다. 

이동거리

51.43Km

누적거리

1,390.13Km

이동시간

5시간 12분

누적시간

74시간 27분


도남관광지
동섬
45Km/2시간 36분
94Km/3시간 58분
통영항
달아항
해양대
 
 
1,390Km

 

통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항구, 푸른 바다, 가고보고 싶은 섬 같은 것.


8년전 전국일주 때 거제도에 가기위해 통영을 잠시 지나쳤었다. 충열사에 들려 이순신 장군의 큰 칼을 보고 "저것을 어떻게 칼집에서 뽑았을까?" 하였고 고갯길을 넘어 급히 거제도로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아쉬움이였을까, 통영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그런 도시였다.  


초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만들어 놓은 하루, 통영의 하늘도 흐린날의 불투명함 같았다. 동피 벽화마을을 구경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통영을 일주해 보기로 했다.    

 

 

숙소가 있던 통영항을 출발하여 중앙시장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중앙시장에 이르기전 강구안거북선과 조형물들이 놓인 문화마당이 나타났다.


 

 

 

통영 중앙시장은 지난 저녁의 모습과 달리 상인들의 분주함을 엿볼수 있었다. 역동적이거나 활기차 보이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하루를 이어가는 일상의 모습같은 소소함이 있었다.  


 

중앙시장 옆에 위치한 동피랑 벽화마을은 정상에 동포루를 중심으로 작지만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동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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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중앙시장 뒤편에 위치한 동쪽벼랑 동피랑마을



 

언덕을 오르기전 초입의 태권브이. "하필 태권브이야?"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어린시절 대부분 TV를 통해 방송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라왔다. 체육대회 같은 것을 하면 늘상 은하철도 999 라든지 들장미 소녀나 꼬마자동차 붕붕붕 같은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을 연이어 부르며 응원을 했었다. 


모든 애니메이션이 일본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서울로 전학을 온 중학교 2학년 무렵이였다. 그때는 약간의 허탈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서 태권브이나 똘이장군 같은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배신감을 넘어 분개하였다. 이후 김청기 감독은 그저 뻔뻔한 표절감독, 시대의 기회주의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우리의 애니메이션 사업을 넘어 문화 컨텐츠의 대표적 상징이라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생각한다. 동피랑 마을의 핵심 키워드중 하나가 "추억"이라는 컨텐츠일테지만 추억보정의 감성적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태권브이는 부끄럽다. 


"차라리 둘리를 그려놓지. 태권브이는 요즘 일본 대부업체 광고하느라 바쁘더라. 근데, 서태지는 요즘 뭐하나?"  


 

 

 

 

 

 

언덕을 오르자 좁은 골목길 사이로 시멘트 계단길이 나와 더는 자전거를 끌고 오를 수 없어 자전거를 묶어두고 동피랑 마을을 올랐다.


 

 

좁은 골목길을 돌면 무엇이 나올지에 대한 궁금한 호기심과 아기자기한 옛골목을 걷는 재미가 느껴졌다.


 

 

 

 

 


동피랑 마을의 정상에 있는 동포루에서 통영항과 강구항 주변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었지만 조금 실망하였다. "나폴리에 꼭 가봐야지"


 

 

 

동포루 바로 밑에 동피랑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기념품샵과 카페가 있어 따듯한 커피 한잔을 주문하였다. 


도시재생에 관심을 두고 길과 사람, 자연, 공간, 건축, 스토리, 컨텐츠 그리고 공동체 등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 앞으로 무언가를 해야한다면 숨겨진 가치를 살릴 수 있고, 유지할 수 있으며 생산해 낼 수 있는 일이였으면 한다.  


 

 

 

 

 

 

 

 

동포루를 중심으로 작인 일부분만 남아있는 동포랑마을의 둘레길에는 형형색색의 벽화들과 함께 작은 샵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마을의 모습에서 공간을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의 정성이 묻어나 있었다.


 

 

통영시내와 미륵도를 잇는 다리는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있다. 미륵도를 넘어 시계방향으로 미륵도를 일주하고 통영대교를 넘어 돌아오는 40Km정도의 경로를 선택하였다. 충무교를 넘어 미륵도에 들어가 전 아침 영업중인 음식점에 들려 충무김밥 1인분을 비상식으로 넣어두고 충무교로 향하였다.


 

지난 밤 침침한 어둠속에 묻혀있던 충무교와 통영대교 사이의 바닷길이 도시의 뒷골목정도로 활용되는 것 같아 아쉽다 생각하였다. 충무교를 넘어 도남광관단지에서 시작되는 해안길을 찾았다.


 

작은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는 마리나리조트의 측면으로 시작되는 통영의 해안누리길에 들어서며 지난 국도이동의 피로를 잊게해줄 것이라 기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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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미륵도 관광특구에 위치한 해안누리길


 

4Km가 조금 넘는 해안누리길은 한산도 등의 주변 도서에 가로막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동해의 해안과 같은 시원함은 없었지만 잔잔한 물결과 바다 위에 떠있는 하얀 부표들 그리고 바다위를 지나치는 어선들과 여객선의 모습들에서 한가로운 시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나온 20여명의 사람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였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표정들 속에서 삶의 공허함에 갇혀있던 나의 시간들이 부끄럽다 생각하였다.


 

 

 

해안누리길의 끝에 위치한 마리나리조트는 갈대같은 것을 지붕으로 올려놓은 단층의 객실들이 주변의 환경과 이질감없이 어우러져 이국적이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마리나리조트 건너편 고갯길이 시작되는 이운항에서 잠시 쉬며 아침나절 시내에서 포장해온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충무김밥을 감싸고 있는 하얀 종이포장을 벗기는 기대감과 달리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비닐봉지 속을 두어번 더 확인하여도 나오지 않는 오징어무침과 빈약한 내용물에 실망하였다. "충무김밥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건 아니지!" 아무래도 충무깁밥의 원조는 명동인가보다.


 

 

이원마을에서부터 시작되는 미륵도의 업다운 고갯길이 시작되었다. 고개를 넘으면 작은 항구의 마을이 나오고 다시 고갯길이 연이어 이어진다.


 

3Km 정도의 긴 새받이고개를 넘어 낚시배들이 정박해있는 달아마을을 지나치기도전에 무섭게 꺾여 올라가는 달아고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힘겹게 오른 달아고개의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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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공원내 달아전망대


 

 

달아전망대의 쉼도 잠시, 다시 이어진 연명마을의 고갯길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고갯길. 이운마을에서 시작된 다섯개의 고개를 넘으며 무거워진 페달링의 속도는 더뎌져 갔다. 도로변의 멋진 카페명에 반하여 페달링을 멈추었다.


 

당포항의 언덕길에 위치한 "달이 떴다고 전화을 주시다니요".  


 

 

카페앞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두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되뇌였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김용택 선생님의 시구나." 대학시절의 한때가 생각이 났다. "콩이, 콩이.."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잡아라

콩잡으러 가는데                                                           

어,어,저 콩 좀 봐라

쥐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1997년 10월. 그녀는 두꺼운 전공책의 한가운데 까만 소금을 뿌려놓고 장난기 가득한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심심하면 소금드세요!" 


 

지나는 길, 길가의 카페에서 가슴속 깊히 박힌 채 잊고있던 가시 하나를 꺼내어 시간의 아픔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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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망에 잠시 자리를 내어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카페


 

미륵도의 서쪽으로 코끼리 코처럼 길쭉하게 풍화리가 이어진다. 풍화리로 통하는 풍화일주로의 입출입로는 500여미터 거리를 두고있어 풍화리로 들어가지 않고 지나치면 500미터뿐이지만 풍화리를 일주하면 15km 정도의 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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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미터 거리의 풍화리 입출입로


풍화리를 들어가는 첫번째 삼거리를 지나쳤다. 잠시 지도를 확인하며 풍화리를 일주할 것인지를 고민하다 500여미터를 되돌아가 풍화일주도로를 이어갔다. "설마 계속 고갯길이 이어지겠어?"


생각을 비웃듯 풍화일주로는 고갯길과 작은 어촌마을 다시 고갯길이 반복되었다. 굴양식을 하는 어촌마을의 풍경 또한 비슷하여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였다. 


 

 

 

 

 

 

연이어지는 고갯길을 넘느라 지쳐있을때쯤, 물이빠진 동네앞 바닷가에서 굴을 따는 어르신들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무엇들을 하시는거에요?" 


 

 

 

 

멀리서 왔다며, 도시에는 볼 수 없으니 실컷 구경하시라 말씀하신다.


 

 

 

 

깨끗한 것으로 하나 먹어보라며 굴하나를 따서 건내주셨다. 바로 딴 굴은, 짠맛이 느껴지다 굴 특유의 향과 맛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맛이 입안에 남는 싱싱함 그 자체였다.


 

맛있다 하였더니 많이 먹으라 권하셨다. "어머니, 이거 따서 뭐하시게요?" 물으니 업자들이 와서 수거를 해간다고 하였다.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얼마씩에 파시는데요?" 물으니 1Kg에 8,000원씩 갖어간다고 하였다.


"고생하시는데 많이 좀 쳐주지. 우리가 사먹을때는 되게 비싼데요"


 

패니어에서 찬통 하나를 꺼내어 담아달라 하였다. "어머니, 제가 굴 좀 살게요. 혼자라 많이는 못먹구 여기에 담아주세요."


 

 

만원 한장을 어르신의 몸빼 주머니에 집어 넣어주며 다시 한번 조금만 달라고 청하였다.


 

 

"이래도 돼나?" 여러번 반복하시며 바닷물에 씻어내고 찬통 가득 담아주셨다. "어머니, 그만요. 그만 담으세요!"


 

 

깨끗히 씻어내지 못한 굴을 조금 담아주려니 미안하셨던 모양이다. "어머니, 잘 먹으께요. 오늘 굴로 포식하겠네요. 여기 마을이름이 뭐에요?"


"따신몰! 따신몰!" 두어번을 더 묻고서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이 따듯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 여러번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투리라 잘 알아듣지 못하였다.


 

 

 

따신몰을 출발하여 다시 5개정도의 고갯길을 넘어서야 풍화리로 들어갔던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고갯길 라이딩에 피곤하다 생각하면서 싱싱한 굴 한찬통을 얻은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통영대교를 넘기위해서는 풍화리의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점심이고개를 다시 넘어야 했다.


차량 통행이 많이 지던 점심이고개를 넘어 겨우 통영대교에 도착하였다.


 

 

 

아침에 건넜던 충무교가 보인다. 통영항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의 도로가 또한번 아쉽게 느껴졌다.


 

도로의 폭을 줄이고 사람들이 거닐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통영항, 서호시장, 중앙시장, 동피랑마을까지 이어지는 멋진 거리가 될 것 같았다. 


 

통영대교를 넘어 통영시의 서쪽을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지도상에 보이는 고갯길들이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충분하다. 여기까지가 통영인 것으로"


 

 

해양과학대 앞,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축구장의 주변 공터에 텐트를 설치하였다.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하여 하루종일 비가 올것이라 예보되었다. 비가 내리면 숙소를 잡고 하루 더 머물며 영화 한편과 시장이나 충열사 같은 곳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구경할 생각이다. 


 

통영에 대한 기대감때문인지 조금 실망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통영아, 너의 청량함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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