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일 : 2018.10.29 / 흐림, 비・12도

일산-한강자전거길-구리-남한강자전거길-양평-용문

두번째, 자전거 전국일주 출발하였다. 여행의 시작.. 늦춰진 일정탓에 철원, 화천, 양구를 이어 미시령으로 향하려던 길을 양평으로 이어지는 한강의 자전거길로 변경하였다.

이동거리

99.36Km

누적거리

99.36Km

이동시간

6시간 35분

누적시간

6시간 35분


한강자전거길
남한강자전거길
45Km/2시간 36분
44Km/3시간 58분
일산
구리
용문
 
 
99Km

 

"자전거로 여행을 가볼까? 전국일주 같은 거!" 난데없이 던진 바람이었다.


슬럼프-살며 누구나 겪게되는 삶의 눅눅한 시간, 부러진 어깨는 다시 붙어 일반적 생활을 하기에 무리는 없었지만 이전과 다른 불편함과 여러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을 만들어 내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돼버린 어깨의 어찌할 수 없는 통증과 익숙해지는 동안 무기력해져 갔고, 지난 실패의 자괴감과 함께 마음처럼 되지않는 모든 일들에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무력함은 의미없는 과거의 후회들로 체념하였다. 


"이제는 할 수가 없다. 팔 하나 드는것조차 마음대로 되질 않잖아."     


콧바람이라도 쐬고 싶은 투정같은 바람에 언제나 그렇듯 응원의 미소를 보내었다. 너무나 쉽고 흥쾌하게 얻어낸 대답에 다녀오겠다 말하였으나 혼자서 떠날 생각은 없었다. 


그저 현재를 투정하고 싶었던 것이고,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을 뿐이였다.   


...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 나는 여행을 떠난다.



새벽 3시 잠이 깨였다. 오늘 출발을 할 것인지 렉팩이 도착하는 화요일 또는 수요일에 출발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하다. 늦어진 일정의 부담이 밀려왔다.


"그냥. 떠나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네 개의 패니어에 짐을 각기 분류하여 크린백에 담아 수납하였다. 아쉬워서 한가지, 필요할듯 하여 한가지 하다보니 가방의 무게가 생각보다 묵직하였다.


"일단 이번은 연습삼아 이렇게.. 다음 여행에는 필요한 것으로 최소화 하자" 

 

 

월요일 아침. 한때 매일처럼 달렸던 길위에서 낯선 한가로움의 가을을 보았다.


 

패니어를 장착한 자전거는 엄청나게 무거웠고 핸들의 조향은 부담스러울만치 흔들거렸다. 이내 그 무거움에 익숙해졌지만 오르막의 버거움을 어쩔수가 없었다. 


일단 울산까지 달려보고 필요없는 것들은 바이크하우스에서 덜어내야겠다 생각하였다.


 

구리한강공원. 코스모스 정원에 들려 새참같은 점심을 하였다. 평소에는 먹지도 않는 라면과 빵이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역시 빵은 보름달 빵이지. 단식중 보름달 빵을 먹다 문익환 목사에게 들켰다는 YS가 생각났다.


팔당에 도착하였을 때부터 조금씩 시작되던 비가 양수역을 앞두고 제법 굵은 빗줄기로 변하였다. 두세차례 자전거길 옆 쉼터에서 비를 피하는 사이 조금씩 잦아들기는 하였으나 낮아진 기온과 차가운 바람이 기력을 소진케하였다.


양수역에서 비를 피하며 사라져버린 자전거길을 찾기위해 패니어를 장착한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던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다. 자전거길은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것이 아닌 양수역의 좌측으로 샛길처럼 이어져있었다.


지도 크게 보기

양수역 정면의 우측으로 이어져있는 남한강 자전거길.


 


양수역을 지나 이어지는 작은 터널들. 지금의 기찻길 옆으로 쭉늘어진 남한강 자잔거길을 달리는 동안 조금전의 빗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만연한 가을 햇볕이 울긋불긋 물들은 가로수의 단풍빛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주었다. 


 

양평을 지나 잠시 양평시내로 진입하여 길을 헤매였다. 시내를 벗어나 자전거길의 편한함과는 180도 달라진 6번국도를 따라 홍천방향으로 길을 이어갔다. 긴장의 피로가 밀려왔다.


지도 크게 보기

오빈교차로에서 주유소를 끼고 좌회전하여 6번국도를 이어 타야한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양평시내를 지나 여주로 향하게 된다. 속소를 가기위해서는 양평 시내 진입전 오빈교차로에서 6번국도를 올라타 이동하여야 한다.


 

오후 4시.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정도 더 여유가 있었지만 용문읍에서 마무리 하기로 하였다.


용문읍으로 빠져나오기전 기억속을 스치는 휴게소가 눈에 들어왔다. 기억이 맞는지 한번더 생각하고 "아, 여기구나" 하였다.


자타고의 속초라이딩. 본대의 후미에서 펑크로 인하여 뒤처진 회원의 뒤처리를 하느라 멀리 떨어져버린 거리. 거칠게 밀어내는 한강의 맞바람과 몇개의 고개를 넘어 이곳에서 본대를 따라잡았었다.


고양랠리를 준비하느라 체력이 최대치까지 올라와있던 터이라 별생각없이 질주를 하였는데, 다른이들의 눈에는 그 모습이 놀라웠던 모양이였다.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용문읍에 도착하니 다시 가을의 저녁하늘이 쨍하니 볕이 들었다. 생각보다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의 첫날 오는도중 비를 맞았고, 자전거의 핸들링에 애를 먹느라 조금 나른하였다. "오늘 숙소를 잡고 푹쉬어야 겠다. 첫날이잖아."


용문역전의 모텔에 들렸으나 1박 4만원의 요금에 놀라 잠깐 텐트를 칠까 고민을 하다 긴여행의 출발이라 오늘만큼은 편히 쉬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였다. 


군부대앞 오래되어 보이는 모란장의 낡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을 문의하고 비슷한 가격이면 텐트를, 만원이라도 깍아주면 그런대로 일박을 하리라. 


이제는 오래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의 잔때들이 낡은 카펫 위로 켜켜히 눌어붙은 낡은 냄새가 가득한 시골의 모텔.


너무 비싸요 하며 걸음을 돌리는 순간 "그럼 3만원 현금해" 하였다. 1층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양손과 목에 모든짐을 걸쳐메고 4층을 올랐다.


"4층이라니, 그냥 텐트를 치는 것이 편할뻔했나."


 

숙소를 잡고 작은 읍내를 둘러보며 슈퍼에 들려 "주변에 맛있는 집이 어디예요?"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아저씨가 숯불갈비냉면을 추천하여 들렸지만 계절이 바뀌어 냉면메뉴는 하지않는다 하였다.


자리를 일어나기 귀찮아 그냥 갈비 2인분을 시켰다. 여행의 출발을 축하는 자축의 술잔과 함께 호사스러운 저녁을 하였다. 최근 들어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게 먹은 식사였다. "첫날이니 이정도의 축하정도는 괜찮겠지"


 

달리는 동안 머뭇거리며 고민하던 여행의 출발, 흐린날씨를 마주하며 스치는 아쉬움, 잘못 들어선 길에서의 짧은 푸념, 패니어의 무게를 더했던 불필요한 물건들을 담은 욕심으로 인한 부질없는 감정들이 싱겁다 느껴졌다.


나는 나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의미없는 푸념들과 후회들로 스스로를 잘못하였다, 실수하였다 탓하며 살아왔는가 생각하였다. 강하게 멍치끝을 누르는 아픔같은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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