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6일 / 맑음 ・ 20도
난양시-팡청현-예현
정저우시를 향해 가는 길, 매일 120km가 넘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중국, 너 쫌 넓다!"


이동거리
114Km
누적거리
6,169Km
이동시간
6시간 48분
누적시간
433시간

 
G234도로
 
G234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난양시
 
팡청현
 
예현
 
 
3,38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어제 먹은 술에 때문에 뒷골이 무직한 것이 숙취가 있나 보다.

"괜히 술은 마셔가지고."

침대 시트를 부둥켜 안은 채 게으름을 피우다 숙소의 조식 제공 서비스가 생각난다.

"조식이 있었지!"

8시 58분, 조식 마감 타임을 2분 남기고 부랴부랴 식당을 찾아 내려간다.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식사를 마친 것인지 식당 안이 썰렁하다. 중국 사람들은 밥을 먹으면서 왜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젓가락 자동 세척기인가?"

음식들은 거의 떨어져 딱히 먹을 것이 없다. 흰죽도 보이질 않고 빵과 계란 그리고 수박, 오렌지를 겨우 접시에 담는다.

"아깝네. 만원어치는 먹어야 하는데."

흰죽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수박과 오렌지를 간만에 먹을 수 있어서 만족.

방으로 돌아와 어제의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편하게 뒹굴거린다.

"천천히 출발하자, 날도 길고 날씨도 좋은데 뭐."

차를 한 잔 마시며 오랜만에 시간의 여유를 부린다. 오늘 가야 할 곳은 110km 거리에 있는 예현이다.

10시쯤 출발해서 부지런히 가면 6시 전에는 도착할 것 같다. 길이 나쁘지 않거나 펑크만 나지 않는다면.

이틀 연속 주숙등록과 트립닷컴 그리고 숙소들의 황당한 응대에 너무나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아침부터 오늘은 숙소를 찾아 얼마나 헤맬지 답답함이 밀려온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룸키를 프런트에 반납하니 여직원이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한다.

"是要退房吗?"

'투이팡' 퇴방이 체크아웃인가 보다.

"웬만하면 체크아웃 같은 기본 영어 단어는 좀 해라."

어제 술을 샀던 슈퍼에서 콜라와 물 그리고 숙취를 달래줄 요구르트 한 병을 산다.

"콜라가 3위안인데 양도 적은 요구르트가 6원이라니."

누렁이가 곧 검둥이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좀 늦은 아침 시간인데도 오토바이 부대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차와 사람, 오토바이가 한 번이라도 뒤엉키면 정말 답이 없는 곳이 중국이다.

오는 길에 어떤 중년의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택시와 마주 서서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본다. 복잡한 1차선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자신이 역주행했으면서 택시를 막고 불만 가득 심술궂은 표정으로 택시를 째려보고 있다.

"민폐도 저런 민폐가 없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차량들이 줄지어 정체되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지나가는데 중간에 접촉 사고가 난 차량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각도상 자전거 도로를 가던 승용차를 SV차량이 받은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중국인들에게 사이드 미러는 필요 없는 장치이다.

사고 때문에 차들이 정체되었나 싶었는데 우회전하는 곳에서부터 도로공사가 있어 차들이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사 구간을 인도에 올라 자전거를 끌고 이동한다.

공사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3륜 오토바이를 탄 할아버지가 줄줄이 이어 나오는 차량들을 난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할배, 거기로는 절대 못 가. 완전히 막혔다고요."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까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데, 한참을 기다리며 망설이더니 끝내 역주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 대씩 빠져나오기도 버겁던 좁은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다.

"하하하, 완전 용자 할배."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내달리다 더는 견딜 수 없는 크락션 소음에 이어폰을 꺼내든다.

"내가 진짜 웬만해서는 자전거 탈 때 이어폰 안 쓰는데. 화병으로 누군가 한 명 죽이는 것보다 이게 차라리 낫겠어."

이어폰을 써도 크락션 소리들이 어찌나 우렁찬지 큰 문제는 없고, 고막을 찢어 놓을 듯한 소리가 좀 작아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잘나가던 도로가 작은 마을을 지나며 나빠지기 시작한다.

폭죽과 결혼용품을 파는 가게. 결혼식 폭죽은 따로 있나 싶기도 하고.

길가에서 1위안짜리 빵을 두 개 산다.

마을을 지나치며 잠시 쉴 곳을 못 찾고 울퉁불퉁 곰보바닥으로 변해버린 도로를 달리다 시골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잠시 쉬어간다.

12시 20분, 80km가 남아있다.

3일째 연속되고 있는 동일한 풍경, 정확하게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보리는 아니고, 생강도 아니고, 파도 아니고."

생김새가 보리와 비슷한 것이 밀이 맞나 보다. 어릴 때 시골에서 가끔 밀밭을 보기는 했지만 그 기억이 흐릿하다.

"저 안에 텐트 치고 한나절 누워있고 싶네."

빵은 밀가루 빵이다. 내용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이 단백하고 짭조름한 게 매력 있다. 앞으로 자주 먹을 것 같다.

곰보바닥의 길은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된다. 허리가 아파오고 덜컹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피곤하기 그지없다.

중국에서 무서운 것들 중 하나는 뭐든 시작되면 한참 동안 이어진다는 것이다. 빨리 도시가 나와 도로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한 시간이 조금 넘어 드디어 팡청현에 들어선다. 도시의 초입 광장에 커다란 석상이 세워져 있다.

張騫(장건, 장치엔)
한나라 때의 여행가로 중국에서 서역으로의 교통로를 공식개통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여행으로 서역의 지리·민족·산물 등에 관한 지식이 중국으로 유입되어 동서 간의 교역과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두산백과)

"어머, 선배님! 반갑습니다."

할머니가 쓰레기 같은 것을 엄청 큰 포대에 담아 자전거로 옮기고 있다.

"아이고 할매, 기어도 없는 자전거로 어떻게 가시려고."

팡청현을 지나 좋아질 것 같던 도로는 이내 지나쳐왔던 도로와 같은 모양으로 이어지고.

오후 3시, 엉망인 도로를 타고 오느라 쉽게 피곤해져 버리고 문이 닫힌 담벼락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40km 남았는데, 끝까지 이러려나?"

높은 담에 날카로운 유리조각까지 촘촘하게 박아 놓은 집. 중국에서 담벼락을 보기도 힘들지만 뭐 대단한 것이 집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잠시 쉬고 마지막 스퍼트를 하려고 하니 화물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길을 막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화물 차량들의 정체되어 줄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직각으로 끼어드는 차량이 한 차선을 마저 막아버리고 만다.

다행히 자전거가 다니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늘어선 화물차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지나친다.

길은 작은 마을을 관통하고 차량들의 줄은 끝이 안 보인다.

3km 가까이 차량들이 밀려있고, 역시나 그 끝에는 무시무시한 공사구간이다.

"다 나오려면 밤새야겠네. 쌤통인데!"

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잘생기고 쾌적한 도로가 이어진다.

조심스레 화물차량들과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느라 30분 동안 4km 밖에 이동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시원하게 달려볼 것이다.

멀리 밀밭 너머로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보이고, 날개가 나를 향해 돌아간다.

"굿! 이럴 때 뒷바람인가."

신나게 페달을 밟아 라이딩을 즐기다 보니 서서히 오늘의 목적지인 예현이 보이기 시작한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5시에 예현에 도착한다. 오토바이가 주차장을 가득 들어찬 최신식 쇼핑몰과 옛 시장 골목이 함께 있는 소도시 예현.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층의 근대 가옥 구조로 보이는 건물들이 길게 이어지고.

예전의 상가들, 무역이나 교역들의 물품들이 거래되던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을 중심으로 좌우, 길 건너에 재래시장들이 자리 잡고 있고, 재래시장 옆으로 최신식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작은 소도시에 인구가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거대한 시장들이 이어질까 싶다.

맞은편 작은 공원에 앉아 숙소들을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이 지역 숙소가 안 보이고, 고덕지도을 검색해 적당한 곳을 선택한다.

"오늘은 제발 쉽게 가자."

공원 옆, 구두를 수선하는 할아버지를 구경하는데 두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여행에 대해 묻고,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더니 자전거를 들어본다.

힘을 주어 드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자전거. 약간 당황해하더니 있는 힘껏 뒤쪽을 겨우 들어 올린 후 엄지를 척하고 세운다.

"대단하다!"

시끄럽게 두 남자가 떠들어 대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주시한다.

"오늘도 멋짐 폭발. 근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쳐다보니 조금 부끄럽네."

검색해 두었던 빈관은 낡아 보이는 2층 건물인데 80위안이나 달라고 한다.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숙소 같은 곳에서 자자."

근거리에 있는 규모가 있는 주점으로 들어갔다. 119위안 숙박비에 야진까지 300위안을 결제하고 무난하게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 보관을 문의하니 한 아저씨가 오더니 숙소 밖의 주차장에 놓으라 알려준다.

"안돼, 자전거 잃어버리면 절대 안 돼!"

프런트 직원이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라 안내해 준다.

갑자기 의욕에 찬 아저씨가 내 얼굴에 침을 튀기며 뭔가를 설명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작다.

"노노노노!"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넣으려는 아저씨와 웃으며 실랑이를 하는 사이 숙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 이 몹쓸 놈의 인기란."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관우상이 모셔져이는 곳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다섯 번을 넘게 관우상을 가리키며 여기에 놓아도 되는지 물어도 아저씨는 괜찮다고 한다.

자전거를 놓고 아저씨와 농담을 하며 손으로 웃으라고 제스처를 하니 이해를 못 하고 어리둥절 쳐다본다.

"笑!"

번역기를 보여주니 돋보기를 꺼내어 들여다보고 알았다며 웃는다.

아저씨는 굳이 방까지 직접 안내를 해주고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주고 내려간다.

의욕이 넘치는 친절한 할배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방에 놓인 커피가 유혹의 손짓을 날린다.

"이건 무료야? 유료야?"

이너웨어 등쪽에 소금꽃이 폈다.

"이제 이것을 벗을 때가 됐나."

숙소를 나와 주차장에 앉아있는 할배에게 '츠판' 했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며 앞장을 선다.

첫 번째 들어간 집은 면만 파는 집.

바로 옆에 있는 두 번째 집에 들어가 뭔가를 설명하더니 여기서 먹으라고 알려준 뒤 씩씩하게 돌아간다.

"아, 완소 캐릭터 할배."

모형이 아니고 실제로 돌아갈 것 같은 인테리어.

"중국 식당치고 너무 밝은데."

돼지고기 메뉴를 골랐는데 빌지까지 가져와 무언가를 계속 추천하는 사장님.

몇 개를 거절하다 마지못해 15위안 두부요리를 추가한다.

"그래, 오늘까지만 시발 비용이다."

먼저 두부요리가 나오고 소스가 나온다. 중국 식당에서 음식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하면 대부분 어색해 한다.

언제나 식당에서 음식을 받을 때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녹색 소스는 차 맛이 나고, 주황색 소스는 약간 매콤한 느낌의 소스다.

젓가락으로 두부를 꺼내어 소스에 찍어 먹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먹는 법을 알려준다.

그릇에 두부를 넣고 두 가지 소스를 조금씩 넣어 으깬 후 먹는 것이다.

순한 두부와 소스가 맛이다. 특히 차 맛이 나는 소스가 일품이다.

조금 후 돼지고기 요리가 나오고.

"오, 비주얼 터지네."

중국에서 먹은 돼지고기 중 가장 부드럽고, 우리의 중국요리와 비슷하니 맛이 좋다.

두 공기 클리어하고.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여자는 사장의 부인인 듯한데, 식사 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오빠!'를 하는 바람에 식당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밥 먹는 것을 구경하게 만들어 버렸다.

식사 후, 위챗의 SNS를 하는지 음식 품평을 해달라고 하며 질문 공세를 펼친다.

"맛이 아주 좋다. 중국에서 먹은 저녁 중에 최고다."

그리고 셀카봉을 들고.

"다 모여! 이 얼 싼!"

계속되는 질문 공세를 피해 바이바이.

숙소에 돌아와 커피에 대해 물으니 한 개에 5위안이라고 한다. 커피 엄청 비싸다.

숙소 할배에게 밥을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자전거를 관우상이 있던 곳에서 프런트 맞은편 책들이 꽂혀있는 곳으로 옮겨놓았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밀밭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엇인지 물었는데 할배의 발음이 안 좋아 계속 오번역이 난다.

번역기에 '밀'을 써서 보여주니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워한다.

"小麦, 샤오마이"

주변에 슈퍼를 찾았지만 없다. 중국은 길거리 가로수에 반짝이는 조명을 많이 달아 놓는다.

"반짝거리는 거 무진장 좋아한다. 골목에 가로등이나 설치하지."

숙소에 들어오며 보니 사람들이 유치한 가운을 입고 1층을 돌아다닌다. 숙소에 온천이라며 목욕탕 같은 시설이 있나 보다.

"이건 한국 동네마다 있는 목욕탕인데."

이너웨어와 져지를 샴푸로 손빨래를 하니 누런 흙물들이 빠져나온다.

장가계부터 매일처럼 100km 이상을 달려왔다. 베이징까지 850km 정도가 남아 8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정저우에 도착하면 베이징까지 조금 속도를 늦춰 여유 있게 가려고 한다. 

"시발 비용도 이제 그만하고, 빼먹은 일기도 채워 넣고."




경비내역
식비:55위안 / 식료품:33위안 / 숙박:119위안 / 합계:201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5일 / 맑음 ・ 20도
상양시-난양시
일찍 쉬지 못한 탓인지 피곤함이 씻기지 않은 아침이다. "그래도 비가 안오니 좋네."


이동거리
130Km
누적거리
6,055Km
이동시간
8시간 45분
누적시간
426시간

 
S217도로
 
S10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샹양시
 
신예현
 
난양시
 
 
3,27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주숙등록으로 밤거리를 헤맨 저녁, 허름한 버스터미널 근처의 숙소에서 보낸 밤은 새우잠을 잔 것처럼 피곤하고 몸이 무겁다.

8시,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빈관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버스터미널의 뒷골목에는 작은 식당과 빈관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한자 메뉴판을 번역기로 스캔하고 치킨이 들어간 밥 메뉴를 주문하니 나온 음식은 심플하다.

"뭐랄까 중국식 조식 느낌인가?"

확실히 면요리보다 밥을 먹으면 속이 든든한 느낌이 든다. 오늘의 목적지는 130km 정도 떨어진 난양시, 계속해서 100km가 넘는 라이딩이 이어진다.

"일단 아침밥은 먹었으니 오늘 하루 제발 뿌연 먼지도 사라지고 그리고 숙소도 쉽게 찾기를."

샹양시를 빠져나오는 시내의 도로는 그동안 중국에서 보지 못한 정도로 혼잡하고 요란하다. 차량들이 길게 정체된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는 물론이고 인도까지 진입해서 새치기를 하는 운전자들이 보인다.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들 넓은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서로의 규칙이 있는 것처럼 물 흐르듯 움직이는 중국 도시들의 모습은 혼잡하지만 무질서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규칙이 무너지면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이 뒤섞이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야! 아무리 바빠도 인도까지 차를 몰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니?"

유난히 복잡하고 무질서한 샹양시의 모습이다. 여기저기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들과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중국의 운전자들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무조건 차량의 머리를 집어놓고 보는 운전자들이 언제나 이기는 것 같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대해 위협적으로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중국의 운전자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전용도를 달려오든 말든 우선 도로로 진입하려고 한다.

후진이나 직진을 하여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의 운전자들이 다가서는 자전거를 확인하고 차량을 세워 자전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줄 것이라 생각하면 사고가 나기 쉽다. 중국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눈이 마주쳤다고 해서 차량을 세워주지 않는 것 같다. 무조건 먼저 도로에 진입하여 들어간다.

어수선했던 샹양시를 벗어나고 한적한 S217 국도에 들어선다.

"아휴. 살 것 같네. 아침이 어수선하면 하루가 꼬이던데."

여기저기 나무를 싶으며 조경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공공 근로와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 나무를 많이 심어. 부지런히 심어 봐."

한적한 밀밭의 풍경이 이어지고.

"중국의 평야가 대단하구나."

"이 기름진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도 싸웠다는 거지?"

한가로운 밀밭의 풍경 속을 달려가는 사이 멀리 검문소와 같은 건물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거나 아니면 지역의 경계에 들어서면 가끔씩 보이는 교통 공안의 검문소다.

처마가 있는 그늘에서 잠시 앉아 쉬어간다.

"어라. 수도!"

검문소로 들어가 교통 공안에게 수도에서 세차를 해도 되는지 물어본다.

"커이 시쳐! 쒸~~~~~!"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하니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어보더니 세차를 하라고 허락해 준다.

며칠 동안 흙구덩이 길을 달려오며 엉망으로 더러워진 자전거를 세차한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다시 도로를 따라가다 작은 마을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점심시간이라 허름한 식당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로봇 모양의 반죽기가 있는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작은 외부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역시 시골 밥이 푸짐하고 저렴하고 맛있어!"

1시 반, 샹양시에서 60km 떨어진 신예현의 초입에 들어선다.

"안녕!"

조금은 지루한 라이딩이지만 중국의 소도시에 들어서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겁고 재미있다.

신호의 길이가 조금 긴 중국이 신호등 때문에 라이딩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신예현을 벗어나자 멋진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길이 이어진다.

다양한 가로수가 이어지는 중국의 도로는 중국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아고, 할매요. 어디를 가세요?"

1시간의 라이딩과 휴식을 반복하는 사이 멀었던 난양시 외곽의 모습이 천천히 시작되고.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과 각종 바퀴 달린 것들이 도로변을 가로막고 있다.

"뭐지?"

하교길의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학부모들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가지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생경한 모습이라 이유 같은 것을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대중교통이 안 좋거나 남다른 자식 사랑인가?"

저마다 자동차에 오토바이에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간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지나.

난양시를 가로지르는 바이허강에 도착한다.

수초섬이 떠있는 바이허 강변의 풍경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강변과 대교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뭐가 잡히기는 해요?"

"오호."

종징대교의 난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오늘도 부지런히 달렸어!"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다 종징대교를 건너기 전 강변에 높이 세워진 주점으로 찾아간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넓은 리셉션으로 들어가 주숙등록이 되는지를 물으니 숙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오늘도 시작인가?"

트립닷컴으로 두 번째 숙소를 예약하고 바이허강을 건너 5km 정도 떨어진 빈관을 찾아간다.

종징대교 건너자 넓은 해방광장이 나오고 사람들이 모여 이른 저녁의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퇴근 시간에 맞물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오토바이 행렬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두 번째 빈관에 도착한다.

예약 승인이 난 두 번째 숙소에 도착했지만 주숙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장난을 치듯 중국의 숙박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하니 리셉션의 여자 직원들도 동의를 하며 웃는다.

조금 피곤하지만 어젯밤처럼 팬티 바람으로 쫓겨나 길거리를 방황한 탓에 조금은 해탈하거나 체념한 상태의 기분이다. 약간의 피곤함에 트립닷컴으로 조금 비싼 주점을 선택하여 결제를 마친다.

"그냥 비싸더라도 쉽게 가자. 쉽게!"

자전거를 끌고 대리석이 깔려있는 리셉션으로 들어가자 중년의 남자 매니저가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바우처를 보여주며 예약을 확인하니 매너 있는 태도를 유지하던 중년의 매니저는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다.

"왜? 내가 더러워서 그래 아니면 더러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여기에 오면 안 돼?"

호텔의 예약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호텔의 매니저는 방이 없다며 다른 주점을 소개해 주겠다며 안내한다. 매너 있게 응대를 하는 매니저의 모습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짜증이 시작된다.

매니저를 따라 맞은편 주점으로 이동하고 남자는 주점의 리셉션에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지만 안된다는 뉘앙스의 제스처다. 매너 있는 남자는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예약 취소와 함께 숙박 불가의 안내를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네 번째의 주점까지 숙박을 거절당하고 트립닷컴의 채팅상담으로 예약한 주점에 전화를 걸어 주숙등록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난양시 주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빙빙 돌아 다섯 번째 주점에 도착한다. 건물 안쪽으로 주차장과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예전 주점의 모습이다. 친절한 리셉션의 안내에 따라 무난하게 체크인이 이루어진다.

"숙소를 잡는 데 무려 3시간이 걸렸군."

샤워를 하고 기진맥진 침대에 쓰러지니 씁쓸한 감정이 찾아든다.

"중국여행, 주숙등록, 중국의 서비스 마인드, 가난한 여행자의 주머니 그리고 빌어먹을 트립닷컴."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니 시장처럼 보이는 도로변의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오늘은 좀 취해야겠다."

양꼬치와 오징어를 구이를 주문하고.

슈퍼에 가서 작은 병의 싸구려 백주를 사서 함께 저녁을 한다.

커다란 민물고기를 추가로 주문하고.

오랜만에 마시는 술과 피곤함에 빠르게 취기가 올라온다.

"양꼬치 헌 하오 취! 중궈 한 하오!"

"오늘은 좀 취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여행길에서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겠지 뭐."

쓸데없이 지치고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경비내역
식비:77위안 / 식료품:18위안 / 숙박:24,031 / 합계:95위안, 24,031원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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