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1일 / 맑음 ・ 32도
포항-구룡포-감포
울산으로 가는 길, 습도 가득한 더위가 시작된다.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울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27,290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2,077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9Km / 2시간 30분
 
17Km / 1시간 30분
 
포항
 
신창
 
감포
 
 
921Km
 

 

꿈속의 시간, 자꾸 뭔가를 잃어버리는 불안정한 꿈을 꾼다.

"무엇을 잃어버린 거야 아니면 아직 무언가를 찾지 못한 거야?"

불쾌감에 놀라 깨어난 시각 11시, 체크아웃 시간을 1시간 남기고 깨어난다. 어지러운 꿈과 달리 며칠간 계속되던 피곤함은 사라졌다.

짐들을 정리하는 사이 모텔의 주인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같은 성씨를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호의와 호감을 보여주는 남자다.

얼려놓은 얼음물을 선물로 건네준 남자는 좋은 여행을 하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감포까지만 가자."

울산까지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해안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부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울산을 지나면 더는 동해 바다를 볼 수 없다.

포스코를 지나 지루한 포항 시내를 벗어난다.

호미곶으로 가려던 경로를 변경하고 동해면을 가로질러 모포항으로 간다.

31번 국도를 따라 동해면에서 모포항에 이르는 작은 고개들을 넘고 신창리의 간이해변에 도착한다.

작은 조약돌이 깔려있는 한적한 어촌의 해변이다.

 

"여기 좋다. 너무 조용하고."

조약돌의 해변으로 시원한 파도가 밀려든다.

"쉬었다 가자. 이런 곳에서는 시간이 느려!"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출출함이 느껴져 점심을 먹으러 간다. 변변한 편의시설이나 편의점도 없는 마을, 민박을 하는 작은집에 콩국수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편안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중년의 부부, 큰 기대 없이 들어간 민박집의 간의 식당의 저렴한 콩국수와 김치는 꽤나 맛이 좋다.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여주인이 내어준 믹스커피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캠핑을 할까?"

야영을 하고 싶은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지만 울산까지 가야 할 내일의 일정이 있어 아쉽다.

작은 조약돌의 해변에 앉아 돌들을 골라본다.

한 움큼 집어 든 작은 돌들 중 모가 나거나 뒤틀린 돌들을 골라내면 파도와 바람에 서로 부딪혀 둥글둥글 다듬어진 작은 돌들만이 남는다.

"다른 이들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았으면 지금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고."

"그저 다른 이에게 예쁘다는 소리 정도는 들었겠지."

"내가 지금 모난 것들을 골라내는 것처럼."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둥글어졌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버려진 것일까?"

3시간 가까이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이 5시가 되어간다.

 

아쉬움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아나 감포로 향한다.

15km, 한 시간 정도의 라이딩으로 고개를 넘고 작은 시골 읍내 감포항에 도착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다.

"마음에 드는 동네네."

저녁 낚시를 즐기기 위해 항구의 방파제로 나오는 사람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항구의 주차장에 텐트를 펼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는다.

오랜만에 메시지가 온 리즈훼이와 문자를 하고 감포항을 떠난다.

"파도 소리가 듣고 싶다."

감포항을 떠나 작은 고개를 넘자 나정 해변이 나온다. 나정고운모래 해변은 이름과 달리 조약돌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홀로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의 실루엣이 왠지 허전하다.

"어깨 톡톡, 머리 쓰담쓰담."

그저 말없이 곁에 앉아 머리를 기대어도 스스럼없이 마음과 시간을 필요한 만큼 내어줄 것만 같다.

"내가, 네가 아니면 누군가."

차박 캠핑족이 길게 들어선 해변을 따라가다 적당한 장소에 자전거를 세운다.

"오늘은 여기네."

식수대와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 해안가 솔밭에 텐트를 펼친다.

선선한 바람이 시작되는 해변의 저녁이다.

"왜 하필 내 앞에서 염장을 지르시는지요?"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간단히 몸을 씻고, 해변의 식당에서 저녁으로 물회를 포장해 온다.

오늘도 여지없이 밤이 되니 해변에는 폭죽이 터진다.

이곳저곳의 폭죽으로 해변은 순식간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연기로 가득하다.

"거대한 모기향이군."

 

맥주를 마시며 파도 소리에 시간을 흘려보낸다.

 "여전히 둥글지 못한 모난 나는 그러해서..."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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