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일 / 구름 ・ 12도

링링구-취안저우현-싱안현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이틀 연속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이런 벼락 같은 축복이 있나. 서두르자!"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4,547Km

이동시간

7시간 56분

누적시간

306시간


G322도로
G322도로
75Km / 4시간 30분
59Km / 3시간 26분
링링구
취안저우
싱안현
 
 
1,79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까지 오늘의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다. 100km 거리의 취안저우현은 국도에서 조금 벗어나 있고, 130km가 넘는 싱안현은 거리의 부담이 있다.


그리고 취안저우현에서 싱안현까지 마땅한 숙소가 있는 없다. 고덕지도를 최대로 확대하여 몇몇의 주점이 있는 도로면의 작은 마을들을 몇 군데 파악해 놓고 출발을 준비한다.


"전주현, 샤오쑤이진, 지에쑈진, 씽안현.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어둡지만 비가 올 것 같지 않다. 날씨를 확인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디든 좋아! 일단 비가 내리기 전에 가자."

 

 

아침 시간의 복잡한 시내길을 빠져나와 G322 국도로 이어지는 G207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181km. 오늘 그리고 내일이면 어쨌든 계림에 도착하겠구나."


 

황티엔푸전에 도착하여 G322 국도로 갈아타지 못하고 잠시 길을 헤매고.


 

비와 산길 그리고 감기 기운으로 험난했던 후난성을 벗어나 광시성으로 들어선다.


 

비만 내리지 않을 뿐 도로의 상태는 엉망이고 광시성에 들어서며 회색의 흙먼지들이 마을을 뒤덮고 있다.


"이건 더 지옥인데. 차리리 비가 오는 게 낫겠어."


비가 내려서 몰랐을 뿐, 그동안 지나왔던 길들이 모두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끔찍한 회색 먼지 구덩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광시성에 들어서 허기가 밀려든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마땅한 식당들을 찾지만 도저히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뿌연 회색 먼지로 뒤덮인 마을과 어두운 실내에서 음식을 먹으며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들이 전혀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을씨년스럽다."


무섭거나 공포심이 들기보다 이질적인 거부감이 찾아든다. 배는 고프지만 경계심 가득 담긴 희번덕한 눈빛들을 대하며 견딜 자신이 없다.


 

단지 마을을 가득 두껍게 내려앉은 흙먼지 탓인지도 모르겠다. 지나쳐 가는 식당들과 도로변에 나와 밥을 먹는 사람들의 눈빛들이 너무나 강렬하게 파고드는 것 같아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싫다. 볼품없는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는 늙은 개들의 눈빛 같아."


 

회색빛의 흙먼지 마을을 지나 도로변의 작은 슈퍼에서 잠시 쉬어간다.


"뭐든 먹어야지. 갈 길이 먼데."


 

빵과 콜라를 사들고 중국에 들어와 먹고 싶었던 사과의 아삭한 맛이 생각나 사과를 집어 든다. 사과를 하나만 달라고 하니 '싱거운 놈을 다 본다'는 눈빛으로 사과 하나를 저울에 올려놓더니 감귤이 맛있다며 제법 알맹이가 굵은 감귤을 권하는 아주머니다.


도로변 노점과 과일 가게에서 많이 파는 귤인데, 보통 우리의 귤감 크기만 한 것이 지금까지 봐왔던 중국의 귤보다는 크기가 조금 크다. 사과 하나와 귤 6개를 8위안에 사들고 슈퍼의 작은 대나무 의자에 앉아 점심을 대신한다.


당도가 떨어지고 아삭한 식감만이 좋은 사과 그리고 껍질이 두껍고 굵은 씨가 들어있는 귤은 그다지 맛이 없다.


"중국 과일들은 신선한데 다 맛이 없네."


중국에서 탁구공만 한 귤들을 많이 먹는 것으로 보아 그 정도 사이즈가 가장 맛있는 크기가 아닐까 싶다.


 

 

취안저우현 외곽의 시내에는 도로면은 여전히 비에 젖어있었다.


"비가 왔었나? 근데 왜 도로면만 젖어있는 거지."


 

취안저우현을 빠져나올 때쯤 뒤바퀴의 느낌이 이상하여 확인하니 또 펑크가 나있다.


"아,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자전거를 눕히고 타이어를 탈착한 후 타이어 내부를 여러 번 훑어보아도 타이어에 박힌 이물질은 없다. 튜브를 꺼내어 튜브 패치로 정비를 하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는데 집에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와 쳐다본다.


마당 한편에 자전거를 널브러뜨리고 있는데 별다른 말없이 인사를 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타이어를 장착하며 얼핏 보인 뒷드레일러의 풀리 모양이 이상하다. 흙모래들이 달라붙어 달그닥거리는 체인과 스프라켓만을 신경 쓰다 보니 풀리가 완전히 마모되어 닌자들의 표창처럼 날카롭다.


풀리가 이렇게 빨리 마모되어 버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별일이 다 있네. 자전거샵을 구경하기도 힘든데 어디서 풀리를 구하나."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지 않는지 기다린다.


"제발 한 번에 붙어라!"


 

"이것은 경운기일까, 자동차일까, 트럭일까?"


경운기의 엔진을 달고 있는 트럭의 크락션 나팔이 유독 눈에 띈다.


 

"풀리, 풀리를 어디서 구하지. 본드도 아직 못 구했는데."


풀리에 대해 고민을 하다 문득 도로변 곳곳에 버려진 공공 자전거가 떠오른다.


"길가에 버려진 자전거들에서 풀리를 빼내면 되겠구나. 오케이!"


 

생각해 보니 셔터로 되어있는 중국의 문 앞에 대책 없이 자전거를 세워 놓은 것 같다. 언제 어디에서 셔터가 올라갈지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중국의 멋진 현관문이나 대문이 있는데, 왜 이런 볼품없는 셔터를 달아 놓는 거지?"


 

다행히 바람이 빠지지 않아 가던 길을 이어간다. 작은 오르막을 오르고 시내를 완전히 빠져나와 크락션을 빵빵거리는 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자전거의 속도감이 이상하다.


펑크 정비를 하고 5km도 가지 못했는데, 하필이면 울퉁불퉁 도로가 파여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서 펑크가 난다.


"아, *************************"



 

 

펑크가 난 튜브를 정비하려다 시간이 늦어지고 위험한 도로변이라 어제 펑크 패치로 정비를 해두었던 튜브로 교체한다.


"부처, 예수, 알라여! 제발 제대로 펑크 패치가 붙었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5년이 넘게 MTB샵을 운영하면서 수 천 번이 넘도록 펑크 정비를 했을 터인데도 무거운 여행용 자전거의 펑크 정비는 쉽지 않다. 두 번의 펑크 정비를 하는 사이 시간은 4시가 가까워진다.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 정비를 해두었던 튜브는 그런대로 괜찮은 모양이다. 오늘의 1차 목적지로 생각했던 지에소우전까지 30km 정도가 남아있다. 비가 내리는 날의 12km 정도 평속에 비해 조금 빠르게 달려온 하루라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취안저우현을 완전히 빠져나오자 도로변의 풍경은 흙먼지의 회색빛 세상에서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짙푸른 색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달려!"


 

쭉 뻗은 직선 도로를 따라 작은 노지의 귤 밭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짙푸른 귤나무에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감귤의 주황빛 색의 조합이 너무나 좋다.



"이번엔 노란색과 녹색의 조합."



마치 봄과 가을을 계절을 넘나들며 제주도의 어느 마을을 달려나가는 것처럼 페달링의 가벼움이 느껴진다.



도로변으로 이어지는 감귤밭과 감귤을 처리하는 집하장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의 특산물이 감귤이 아닌가 생각된다.



5시 20분, 주황빛 감귤과 노란빛 배추꽃의 싱그러운 풍경을 달리다 보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지에소우전에 들어선다. 마을이 가까워지며 다시 회색빛 흙먼지의 세상이 되어 버린다.


대형 차량들이 마을을 거칠게 지나치며 흙먼지를 날리고, 생기가 없어 보이는 마을의 곳곳에는 버려진 감귤들이 쌓여있다.


"이거 생각과 너무 다른데."


도로변에 위치한 허름한 슈퍼마켓의 입구에서 음식점과 빈관의 위치를 검색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빈관을 찾는다. 황량해 보이는 마을의 풍경이다. 싱안현까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6시. 15km 정도라."


콜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마시고 싱안현으로 달려간다.



봉인해 두었던 비장의 능력을 개방한 사람처럼 자유롭고 거칠게 페달을 밟아 싱안현으로 향한다.


"울트라 캡숑 콜라 파워!"



지에소우전을 출한하여 1시간 후 16km의 싱안현에 도착한다. 흥건하게 젖어든 져지와 탱글하게 느껴지는 허벅지의 느낌이 좋은 즐거운 라이딩이었다.


도착한 싱안현 역시 다른 이전의 현(县)들에 비해 조금 낙후되어 있는 듯한 풍경이다. 일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주변의 빈관들을 검색하고 작은 빈관들이 모여있는 허름한 골목으로 들어간다.



몇 개의 빈관들을 지나치며 내외부의 모습을 살펴봐도 아주 오래된 빈관들의 모습은 시골 역전 주변의 오래된 여인숙 같은 느낌이 난다.


"쑤이 지아오, 뚸 샤오 치엔?"


첫 번째 눈이 마주친 빈관의 여자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50위안을 달라고 한다.


"싸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빈관으로 들어가 주숙등록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른 빈관으로 가 보라고 한다. 역시 중국에서는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숙등록이 가능할지가 더 중요하다.


"워 쓰 한궈렌. 커이 쑤이 지아오 마?"


두 번째 오래된 재봉틀이 놓여있는 빈관으로 들어가 잠을 잘 수 있는지 물어보니 친절해 보이는 중년의 여자는 가능하다는 제스처를 한다.


"커이?"


큰 기대 없이 그냥 물어본 것인데 숙방이 가능하다고 하니 나도 놀랍다.


"뚸 샤오 치엔?"


"40."


"40?"


"40!"


아주 오래된 빈관이고 잠깐 내부를 살펴봐도 허름해 보이지만 씻을 수 있고,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여행자에게 빈관의 40위안이라는 가격은 너무나 마음에 든다.


"하오! 하오!"


여권을 보여주고 체크인을 마친 후 자전거는 재봉틀 옆에 묶어두고 낡은 계단으로 패니어를 들고 올라간다.



"정말 딱 40위안 빈관이야."


난방기조차 없는 작고 허름한 방이지만 작은 화장실과 침대는 놓여있으니 만족한다.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오니 빈관은 여자는 주숙등록을 못했는지 컴퓨터 앞에서 씨름을 하고 있다.


"왜 그래? 컴맹인 거야 아니면 주숙등록을 못하는 거야?"


컴퓨터로 주숙등록을 할 수 있다며 웃는 여자는 계속해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한다.


"안 해 봤어? 그런 거야!"


빈관의 컴퓨터에 주숙등록을 하는 프로그램 창이 열러있는 것으로 보아 주숙등록이 가능한 빈관인 것은 확실하다. 경찰들이 빈관으로 찾아와서 주숙등록을 처리해 줬던 티먼현의 빈관처럼 프로그램의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중국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서 외국인에 대한 주숙등록을 입력할 일이 있었겠나 싶다. 다른 빈관에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들으며 주숙등록을 입력하던 여자는 한참 후 뿌듯한 표정으로 빙그레 웃음을 보인다.



빈관 주변 저녁 장사를 하느라 분주한 길거리 식당으로 들어간다.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저녁을 먹는 식당은 저렴하고.



고기 메뉴를 골라 밥을 먹었지만 130km를 넘게 달려온 하루의 허기짐에 뭔가 허전하다.



"나쓰 썬머?"


다른 사람들이 먹는 메뉴를 가리키며 같은 것을 추가로 주문을 한다.



허름한 길거리의 식당이지만 입맛에 맞는 음식이다. 두 개의 메뉴를 시키고 밥까지 배불리 먹었는데 20위안이다.


"하, 너무 좋아!"



만족스러운 저녁을 하고 빈관으로 돌아오니 빈관의 할머니가 재봉틀 앞에 앉아있다. 눈이 침침하여 실을 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재봉틀의 실을 꿰어준다.


"아니 눈도 침침하신데 불을 켜야죠."


재봉틀로 뭔가를 수선하는 할머니에게 공항에서 뜯겨진 커다란 가방을 수선해 달라 부탁을 할까 생각하다 귀찮아진다.



난방기가 없어 쌀쌀한 방, 패니어에서 침낭을 꺼내어 덮고 자료들을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하던 중 블루 스크린이 뜨면서 컴퓨터가 꺼져버린다.


"왜 이래?


다시 전원을 켜보지만 정상적으로 부팅을 하지 못하는 노트북이다. 여행을 준비하며 작은 사이즈의 노트북을 털보네에게 구매한 것인데 말썽을 일으킨다.


여러 차례 재부팅을 반복해보지만 전원마저 들어오질 않는다. 마더보드가 망가졌나 생각했는데 파워 쪽의 문제인가 보다.


"망했다."


 

차링현에서 만난 데이비스에게 노트북을 수리할 수 있는 장소를 물어본다.


"메이커가 어디야? 삼성? 엘지?"


"없어. 그냥 중국 제조 제품이야!"


"..."


"메인보드나 파워가 고장 난 것 같아. 어디서 고칠 수 있을까?"


데이비스는 한참 후에 계림시에 있는 전자상가의 위치를 보내준다.


"중국에는 큰 전자 상가들이 있는데 웬만한 것들을 모두 고칠 수 있어. 걱정 마!"


일단 데이비스의 도움으로 계림에 있는 전자상가의 위치를 알아뒀고,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이지만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라 쉽게 수리를 할 수 있거나 부품 교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장 난 노트북을 덮어버린다. 중국 여행에 적응을 하면서 밀려있던 자료들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난감한 기분이 든다.


"몰라. 자자!"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불킥을 몇 차례 날리고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일 / 구름 ・ 7도

창닝시-링링구

8시에 깨어나는 아침, 한 시간만 더 일찍 생활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생각처럼 잘 되질않는다. "오늘도 가 보자!"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1,664Km

이동시간

7시간 05분

누적시간

130시간 09분


S320소도
X006길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창닝시
바수이전
링링구
 
 
1,66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불쾌한 꿈에서 깨어 습관적으로 커튼부터 열어본다. 여전히 낡은 창문 너머로 뿌옇게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시원스쿨 강좌를 틀어놓고 패니어들을 정리한다.


여행을 위해 시원스쿨 강좌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20분이 조금 넘는 한 강의를 듣는 것이 좀이 쑤셔 그렇게 힘들더니 여행 중 한국말로 대화할 일이 없으니 강의 내 들리는 설명마저 귀를 쫑긋 집중하게 된다.


어제 자전거를 씻지 못하여 엉겨 붙은 흙들로 엉망인 자전거는 오늘은 또 얼마나 크게 달구지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달릴른지 모르겠다.

 

 

 

숙소 앞에 노점상들이 야채와 채소를 팔고 있다. 중국인들이 등짐을 질 때 쓰는 대나무로 만든 도구인데 무거운 짐에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채소나 야채도 저울에 달아 파는구나."


 

 

10여 분 만에 창링시를 쉽게 벗어나 계속되는 S320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이전과는 달리 이곳의 길은 새로 정비되었는지 검은 아스팔트가 윤기나게 잘 깔려있어 라이딩 하기에 편안했다.


 

10시 30분쯤 작은 촌마을 시장길을 지나간다. 사람들로 붐비지만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잠시 쉬며 어제 사놓은 빵을 먹을까 하다 시장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이 있어 시장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들어간다. 자전거를 세워두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한국인임을 알아챈 사람들의 대화들이 들린다.


"나 왜 자꾸 중국말이 들리지?"


 

할머니가 투명한 면발을 가리키며 그것을 먹을 건지 제스처로 물어봐 그렇다고 대답한다.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하는 모양이다.


 

 

면을 준비하던 할머니가 어떤 소스를 보여주며 넣을 거냐고 물어본다. 중국에 와서 소스를 첨가할 것인지의 물음에는 언제나 "쓰!". 그들이 먹는 그대로 먹고 싶고 지금까지 딱히 거북하거나 입에 맞지 않는 소스는 없었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기름에 튀기듯 후라이한 계란과 국수 가득.


 

열심히 맛있게 먹으니 할머니가 맛있냐고 물어본다.


"하오 츠! 하오 츠!"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식사를 마치니 가게 안에 있던 남자들이 재미난 것을 보는 사람처럼 서로 웃고들 있다. 할머니가 면이 더 필요하냐고 물었지만 기본적인 양이 많아 배가 넉넉하게 부르다.


"부 요!"


가격을 물으니 가게 안에 있던 남자들이 다섯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웃는다.


"우! 우! 파이브!"


먹으면서 10위안 정도 하겠지 생각했는데 5위안(850원) 이라니 정말 싸다.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S320 도로. 오늘 가야 할 링링구까지 거리는 90Km가 조금 넘는다. 오전 라이딩으로 40Km를 달리고 50Km 정도가 남아있다.


 

 

링링구까지 이동하는 길에는 성도나 소도, 국도가 없이 X00*으로 넘버링 되는 시골길이 이어진다. 아마도 지금까지 도로와 도로를 잇기 위해 잠깐씩 지나쳤던 시멘트 포장길이나 비포장의 도로일 것이다.


어쩌면 오늘도 험난한 길을 이어가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던 S320 도로를 벗어나 초입부터 의미심장한 느낌의 시골들을 접어든다. 산길들과 탄광촌을 지나며 언제나 산의 정상에 올려놓았던 S320 도로를 며칠 만에 벗어난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중국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


 

구불구불한 시골의 마을길들을 이어간다. 큰 도로변들의 수많은 촌부락들을 지나쳤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시골 마을들의 내부를 자세히 구경할 수는 없었다. 정말 흥미로웠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오토바이나 차량의 통행이 없어 지겹도록 들었던 크락션 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 좋다.


 

 

큰 도로변의 마을들은 시장이나 상점들이 이어져있는 길이 아니면 대부분 집들의 셔터가 내려져있어 텅 빈 것처럼 휑한 분위기가 많은데 한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골 동네들은 길가 주변으로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다.


 

 

마을의 슈퍼에 모여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 마을 사람들이 모여 큰 소리로 무언가를 의논하는 모습 그리고 의외로 어린아이들이 무리 지어 놀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모두 노인들뿐인데,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지?"


 

 

 

중국의 시골에는 광고판이나 현수막보다는 집의 벽면에 대부분 광고가 그려져 있다. 시골길에 접어들어 계속되는 서양인 의사의 사진이 걸린 병원 광고. 나중에 알아보니 유라시아 남자 의사가 보는 치질 치료 광고다.


 

 

 

 

오래되고 이상한 골목길을 지나 면소재지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작지만 상점들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중학생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나를 보면서 한꿔렌하며 의아해 한다.


 

 

가끔씩 보이는 탑인데 논 한가운데 세워져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은 시골의 소학교 앞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학교 앞 문방구를 겸하고 있는 상점에 들어가 빵을 사든다. 패니어에 빵들과 콜라가 있었지만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잠시 쉬어가려고 가게에서 추가로 빵을 산다.


좁은 가게 안에서 기다란 종이에 뭔가가 적혀있는 카드를 들고 게임을 하느라 나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별 관심이 없다. 너무나 진지하고 심각하여 색다른 카드 게임을 하는 모습을 찍지 못하겠다.


 

이 넓적한 빵이 재미있다. 내용물 없이 달랑 두 쪽이 들어있는데 위에 뿌려져 있는 각설탕의 맛이 맛의 전부다. 그런데 먹다 보면 심각한 중독성이 있다.


 

"여기도 업어져 있네."


 

 

조용한 산길로 이어지던 길은 급기야 공사 중인지 시멘트가 벗겨진 난장판의 흙길이 나타난다. 20여 분을 진흙밭과 물웅덩이를 지나느라 고생을 하고 길은 하늘로 올라간다.


 

힘들게 하늘길을 올라오니 갑자기 윤기나는 검은 아스팔트가 펼쳐진다.


"아, 드디어 살았다!"


 

검은 아스팔트 길은 바람과 달리 딱 5분 정도 마을을 관통하고 끝이 난다. 그리고 길은 중앙선만 그어졌을 뿐 이전의 시골길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시멘트 포장길의 S236 도로로 이어진다.


 

 

자전거와 패니어에 붙은 흙들이 말라가며 엉망이 돼버리고, 드드득거리며 돌아가는 체인들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정신이 혼미해지면 길이 이렇게 보이는 걸까?"


짧은 거리를 두고 모굴처럼 위아래로 이어진 도로를 보면 마치 엿가락처럼 휘고 굽은 길처럼 착시현상이 보인다.


 

4Km 정도를 남기고 목적지인 링링구의 높은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량들의 통행이 많아지는 길 위에서 한 차량이 달리는 나에게 속도를 맞추며 조수석의 문을 열고 한국인지를 묻고 자꾸만 중국어로 질문을 한다.


너무 위험하여 손가락으로 저 앞에서 서서 말하자고 가리켰더니 잘못 이해했는지 그냥 지나쳐 가버린다.


"한국 사람 쌀쌀맞다고 오해하지 마. 네가 잘못 알고 그냥 가버린 거야."


 

 

예전 홍콩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아파트들이 보이고.


 

 

넓은 링링시의 시내로 들어선다. 큰 사거리의 건너편 넓은 광장에 사람들과 음악이 가득하다. 궁금하여 길을 건너보니 음악에 맞춰 사교댄스를 추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춤을 추는 사람들, 장기나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 중국의 도시마다 있는 커다란 광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즐기는 그들의 광장문화는 재미있다.



광장에 앉아 고덕지도로 주변의 숙소를 검색하고 주점으로 이동했지만 2층에 프런트가 위치해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도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던 중 작은 빈관이 눈에 들어온다.


빈관의 계단 아래에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숙박비를 물으니 60, 80위안이라 말한다. 피곤함이 조금 밀려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없다.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 묻자 숙소 뒤편에 창고가 있다며 따라오라고 안내를 하다. 긴 건물을 빙 돌아 숙소 뒤편의 창고에 가보니 넓은 창고 건물에 온갖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 심지어 십여 마리의 닭들이 창고 안을 시끄럽게 헤집고 돌아다닌다.


"헐, 창고에서 닭을 키우는 거야?"


자전거를 숙소의 벽에 기대어 놓고 자전거를 씻어내기 위해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크게 하며 수도가 없는지 찾는다.


"메이요!"


"쑤이, 워 요 쑤이."


주인 여자는 알았다며 숙소의 뒷문으로 따라오라 한다. 어두운 실내로 들어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밑의 공간을 활용해 만든 부엌으로 들어간다.


너저분한 부엌에는 낡은 조리 시설과 설거지들이 쌓여있고 바로 옆에는 구식 좌변기가 놓여있다. 좌변기에는 붉은 이물질들이 지저분하게 묻어있어서 주인 여자는 황급하게 좌변기에 물들을 뿌려대며 중얼거린다.


환경이 좋지 않아 보이는 빈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열악한 내부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 이건 뭐야! 화장실에 부엌이 있는 거야, 부엌에 화장실이 있는 거야?"


주인 여자는 설거지들이 쌓여있는 곳의 옆에 놓인 큰 물통을 가리키며 받아놓은 물을 양동이로 사용하라고 알려준다. 첫인상이 수다스럽고 재미있는 동네 아줌마 같은 여자는 능글맞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렇다.


양동이에 물을 담아 자전거를 씻어내고 주인 여자가 황급하게 물을 부으며 없애려던 것이 음식을 만들 때 쓰던 양념이거나 남은 음식을 변기에 버린 찌꺼기라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난 또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가 있나했다. 그래도 식기들 옆에 변기는 좀."


패니어들을 모아두고 체크인을 하며 여권을 알아서 건네주어도 어찌 주숙등기를 못하는 눈치의 여자지만 언제나 유쾌하고 수다스럽다. 보증금을 포함해 100위안을 내니 신형 난방기 리모컨을 주며 새것이라며 수다스럽게 생색을 낸다.


"리모컨이 새 것이면 뭐해. 난방기가 신형이어야지! 방 키를 줘. 팡카!"


한참을 프런트 서랍을 뒤적이며 열쇠 뭉치들을 뒤적이더니 없다고 하며 올라가면 있다고 한다.


"뭐야. 카드도 아니고 열쇠야?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빈관의 상태를 보아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2층 계단을 낑낑대며 올라 방은 긴 복도를 따라 나무로 된 방문들에 자물쇠들이 하나씩 매달려 있다.


허름하고 낡은 빈관. 중국의 건물들은 겉모습을 보고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최근에 지어진 빌딩들을 제외하면 모두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샤워를 하고 숙소의 건물 끝에 위치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손님이 와도 아무런 신경도 안 쓰는 중국의 식당, 볶음밥 같은 메뉴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음식을 하던 젊은 여자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날카로움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언성을 높여 떠들어 댄다.


밥을 먹는 내내 신경질적으로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여자,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고 귀에 거슬려 왜 그런지 여자를 살펴본다.


등치가 제법 크고 골격이 굵은 여자는 양꼬치 같은 것을 굽고 있는 남자를 향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질러대고, 남자는 한마디의 대꾸도 없이 얇은 양꼬치를 들고 왔다 갔다 식당을 드나든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식당에서 적당히 맛있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불쌍한 그대, 그대의 죄라면 단지 중년의 남자인 거야!"

 


숙소에 돌아오니 프런트에 귀엽게 생긴 여자애가 앉아 있다. 아무리 봐도 주인 여자를 닮지 않은 귀여운 얼굴이다.


"자전거를 고쳐야 해. 창고 문을 열어줘."


잠시 어리둥절하던 여자애는 부엌에 있는 주인 여자를 부르더니 숙소 뒤편의 창고 문을 열어준다. 링링시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빠진 것을 확인한 자전거, 좋지 않은 산길을 다니다 보니 쉴 새 없이 펑크가 난다.

 


숙소의 프런트 앞에서 3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는 동안 자전거 꺼내어 튜브 정비를 한다. 밥그릇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밥을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


"우리나라였으면 등짝 스매싱을 열두 대는 더 맞았을 거야."


 

 

예비 튜브까지 펑크패치로 잘 정비를 해두고.


 

살짝 김유정을 닮은 것 같은 20대 초반의 여자애는 BTS를 안다며 케이팝이 좋다며 방긋 웃는다.


"아무리 봐도 엄마를 하나도 안 닮았네. 정말 딸이 맞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방으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다 고기가 없는 저녁 식사를 한 탓인지 배가 출출해진다. 빵과 콜라를 사기 위해 슈퍼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었던 식당에서 연신 잔소리를 듣던 남자는 부지런히 꼬치들을 굽고 있다.


메뉴판에 적힌 꼬치들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숙소로 돌아와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실없이 웃고만 있는 아주머니에게 무엇이 맛있는지 물어본다.


어떤 것이 맛있냐고 물어보는데 자꾸만 꼬치의 가격만 알려주는 아주머니다.


"알았어. 계속 드라마 봐."


 

식당으로 되돌아가 1개에 2위안 하는 양꼬치를 10개 주문한다. 식당 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다양한 꼬치들을 가득 쌓아놓고 먹고 있는데 무엇을 먹는지 알 수도 없고,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지글지글 양꼬치들을 숯불에 굽고 양념들을 조금씩 가미한 후.


 

건네받은 양꼬치, 한 개를 꺼내어 먹으니 맛과 향이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야, 이거 한국 양꼬치 집에서 먹는 맛과 다른데. 술 친구라도 있으면 배불리 가득 먹고 싶다."


 

양꼬치를 먹으며 숙소로 돌아오니 여전히 핸드폰 드라마를 보며 실없이 웃고 있는 아주머니. 양꼬치 다섯 개를 꺼내어 주었더니 괜찮다며 많이 먹으라고 한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양꼬치의 아쉬움.


"아, 쓰고 달달한 소주가 당기는 밤이네."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지만, 계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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