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일 / 비 ・ 10도
구이린 : 형산공원-일월쌍탑-정강왕성
황산을 출발하여 1,200km의 거리를 달려온 여정의 끝에 구이린에 도착했다. 휴식을 취하며 비가 내리는구이린을 둘러본다.


이동거리
18Km
누적거리
4,663Km
이동시간
5시간 20분
누적시간
316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형상공원
 
일월쌍탑
 
정강왕성
 
 
1,84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오전 10시, 라이딩이 없어 늦잠을 자며 게으름을 피운다. 조금은 가벼워진 몸과 일주일 동안 괴롭히던 감기 기운은 차츰 괜찮아지는 것 같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계림을 둘러보기에 무리는 없지만 비로 인해 계림의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생겨난다.

12시쯤 메시지를 준다는 컴퓨터 수리점의 연락을 받고 나갈까 하다 어찌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밖으로 나간다.

세수를 마치고 나오며 자전거의 타이어를 순서대로 눌러보니 뒷바퀴가 주저앉아있다.

"이제는 일일 일빵이네. 귀찮다, 다녀와서 고치자."

프런트로 내려와 직원에게 계림의 관광지들이 즐겨찾기 되어있는 고덕지도를 보여주며 물어본다.

"나리 하오 마?"

직원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정강왕성과 형산공원을 가리키며 추천을 한다.

"쩌리 최고 하오?"

"하오!"

무슨 말인지 나오는 대로 뱉는 중국어인데 모두들 잘 알아 듣는다. 먼저 숙소에서 가까운 형산공원을 가기 위해 버스노선을 검색하고 버스 번호와 버스비 2위안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숙소를 나온다.

숙소 앞 음식점, 오리와 닭을 좁은 철창에 가둬두고 키우는 것인지 아니면 식재료인지는 모르겠다.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들을 지나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버스 노선을 재차 확인하고 있으니 16번 버스가 바로 도착한다.

2위안을 요금함에 넣고 빈자리에 앉는다. 좌석의 방향이 측면이나 거꾸로 되어있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의 버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버스는 이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 4정거장을 지난 후 형산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내리려고 보니 하차벨이 따로 없고 뒷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도로에서 첫 번째 보이는 매표소에 들어가 관광 안내 팜플렛을 서너 장 뽑아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다.

직원에게 티켓을 달라 하니 공원의 안쪽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알고 보니 이강 유람선 티켓을 파는 곳이다.

조금씩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숙소에서 우산을 빌려올 것을 그랬나?"

평상시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아 웬만해서는 우산을 안 쓰고 다니는 편인데도 중국에서 매일 비를 맞다 보니 조금은 끔찍하게 느껴진다.

매표소는 형산공원 입구의 바로 측면에 있다.

우리 동네가 아니니 관광지도는 한눈에 안 들어 오고.

요금표는 왜 이리도 복잡한지.

"일단 형산은 55위안이네. 비싸네!"

매표소에 100위안을 넣어주니 안내원이 무어라 자꾸 말한다. 우리창에 다른 곳과 합쳐진 입장료들이 안내되어 있는 것을 보니 1+1을 살 것인지 묻는 것 같다.

"상산, 우쓰우!"

알아들었는지 잔돈과 입장권을 내어준다.

"그럼 가볼까? 나 기대 많이 하고 있다!"

코끼리 산이라 그런지 코끼리 조각상들만 여기저기 놓인 입구를 지나 오른 편에 위치한 운봉사에 들어간다.

일층은 커다란 옥바위를 가운데 둔 옥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생뚱맞지만 꽤 비싸다.

이층에는 누군지 모르는 흉상과 각종 화포나 창 같은 오래된 병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중국의 조각상들은 대체로 정교하고 멋지다.

"조각상은 이렇게 잘 만드는데 현대적 상징물들은 왜 그렇게도 기괴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휙 돌아 나온 운봉사의 측면 바위산 절벽 가운데 부처님께서 자리 잡고 계시고.

소원을 비는 붉은 리본들이 보인다. 종처럼 보이는 것에 도교적인 민간신들이 그려져 있고 중앙에는 부처가 자리 잡고 있다.

"리본은 돈을 내고 다는가? 왠지 여기저기서 돈 냄새가."

형산을 오르는 경사진 계단을 오르니 이강을 중심으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계림의 풍경들에 마음이 조금씩 흔들린다.

첫 계단을 오르고 좌측으로 동굴 같은 곳이 있어 들어가 보니 이강의 반대편 전망이 나온다.

"설마, 이 돌산을 뚫어버린 거야?"

형산의 정산에서 계림을 한눈에 보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가파르지만 높지 않은 산이라 쉽게 오를 수 있다.

항아리처럼 생긴 보현탑.

보현탑 앞에서 계림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비가 그친 하늘과 구름, 자연스러운 이강의 흐름과 그 모든 것들을 겹겹으로 둘러싸고 있는 뾰족한 봉우리의 산들이 아름답다.

형산의 정상에 오르기 전 기념품 가게에서 눈에 띈 초코파이.

"유사 중국 제품 먹어봤는데 널 따라올 수는 없는 것 같더라. 전처럼 양 좀 늘려봐."

병풍처럼 둘러진 기이한 산들 때문인지 도시가 참 예쁘다 생각이 든다.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내려가려니 자꾸만 한 번 더 눈 속에 담아고 싶어 뒤돌아 보게 된다.

조심스레 물기가 묻은 좁은 돌계단을 내려와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절벽 가운데가 뻥 뚫린 곳이 나온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아치형 돔처럼 일부로 깎아놓은 듯 매끄러운 구멍이 나있다.

형산을 돌아 건너편 공원으로 건너가며 왜 코끼리산일까 궁금증이 들었는데 건너편 공원에서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누가 봐도 코끼리네."

공원에는 나무 뗏목과 대나무 뗏목이 서너 척 놓여있고 가마우지로 기념촬영을 해주고 요금을 받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먹지도 못하고 빼앗기더니, 이제는 사진 모델로 투잡을 뛰는구나. 불쌍한 것."

공원은 깨끗하고 유독 키스를 하는 조각상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가볍게 산책하기에 아늑하고 좋은 공간으로 느껴진다.

형산공원을 빠져나와 건너편으로 이어진 일월쌍탑공원으로 걸어간다. 마치 열대우림 같은 울창한 가로수들이 인상적이다.

호숫가에 세워진 일월쌍탑. 계림 사진들을 보면 야경이 화려하고 매력적이다.

일월쌍탑을 구경하는 사이 컴퓨터 수리점으로부터 위챗 메시지가 온다.

"메인보드가 인식이 안되어 수리할 수 없습니다. 유감입니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리에 힘이 빠지듯 실망스럽고 머릿속이 멍해진다.

"다른 건 차치하고 사진자료들, 여행 기록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중국인데, 할 수 없는 것도 너무 많다.

때마침 찬숙이 여행 전 소개해 준 중국에 사는 친구 태경씨가 위챗으로 연결된다. 짧은 통화로 정확한 고장 내역을 알고 싶다고 전하고 수리점에 전화를 해달라 부탁을 한다.

컴퓨터 수리점과 통화한 태경씨의 대답은 같은 제품의 모델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행을 위해 장만한 트윙글 요가1 노트북의 사망선고다. 여행을 위해서는 값싼 노트북 보다는 수리가 가능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쓰는 것만큼 쓸데없는 것도 없다. 일단은 즐겁게 구경이나 하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차선책을 찾아보기로 하고 정강왕성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우리의 로데오 거리처럼 음식점들과 쇼핑샵들이 이어지는 거리가 나온다. 조금씩 출출함이 찾아든 시간인데 식당들의 차림표를 보니 가격이 비싼 편이다.

사람들이 꽤 붐비는 가게를 둘러보니 드디어 그분들이 등장하신다.

한쪽에 살아있는 전갈들이 꿈틀거리고.

굼벵이, 번데기, 귀뚜라미, 전갈, 지네, 매미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까지 꼬치에 곱게 꽂혀있다.

"기름에 운동화를 튀겨도 맛있다고는 하더라만."

좀 더 걸어가 열심히 맷돌에 갈고 있는 옥수수빵을 사 먹는다. 4개에 10위안.

약간 밋밋한 맛인데 자극적이지 않고 따듯하니 먹을수록 빠져든다.

정강왕성을 보며 걸어가니 어제 계림에 도착했을 때 오토바이 행렬들과 지나왔던 길이다. 계림 시내의 관광지들은 걸으며 구경하기에 적당한 것 같다.

시내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돌기둥 같은 돌산을 보고 따라가면 정강왕성이 나온다.

오래된 고목들 사이로 노란색 정강왕성의 정문이 나온다.

티켓을 사려고 매표소를 보니 단체관람과 개인관람의 매표소가 따로 있다. 개인 매표소에서 입장료의 가격을 보고 놀란다.

"100위안? 아니 뭐 대단한 것이 있길래 이렇게 비싸?"

몸값 도도한 입장료에 그냥 돌아갈까 하다 우뚝 솟아오른 돌산에서 바라본 계림의 모습이 궁금하다.

"까짓것 저렴한 숙소에서 한 삼일 묵으면 되지 뭐."

정강왕성의 입구에서 안내원은 번호표와 이어폰 그리고 담뱃갑만 한 정체 모를 기기를 건네준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기념품인가?"

일단 주니까 받아들고 가려니 뒤에서 나를 부른 뒤 중국말로 빠르게 떠들어 댄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그래?"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난데없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I don't have a phone number."

그리고 한 번 더 전화번호를 요구하기에 없다고 말하니 조용히 내게 주었던 이어폰과 검은 기기를 뺏어가며 번호표를 목에 걸라는 제스처를 한다.

"별 싱거운 놈이 다 있네."

깔끔하게 정리된 왕성 내부를 앞서가던 관광객 무리를 따라 걸어간다.

첫 번째 보이는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멈춰 서더니 빨간색 패딩을 입은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뭔가를 이해한 듯이 고개들을 끄덕인다.

사람들은 모두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 그때서야 정문에서 주었던 이어폰과 이상한 기기가 안내원의 해설을 듣기 위한 도구였음을 깨닫는다.

핸드폰 번호는 기기를 반납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나 보다.

"에쉬, 아무 번호나 적어줄 걸."

첫 번째 건물의 문이 열리고 짧은 안내원의 설명 후 벽면에 돌산에 대한 영상물이 3D로 재현된다.

영화의 인트로 장면처럼 잘 만들어진 영상이다. 대충 느낌상으로 BC 몇 년 전 돌산이 우뚝 솟아나고 이곳에 정강왕부가 들어섰다는 내용인듯싶다.

"뻥은 역시 대륙의 뻥이 실감나지."

통로에는 박물관처럼 왕부의 유물들과 역사 그리고 독수봉에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음 방에서는 피라미드 모양의 유리화면에 입체영상으로 왕부의 건물들이 소개되고.

역대 정강왕부의 왕들의 세대표.

그리고 세 번째 방으로 이동한다. 특이한 것은 방마다 문이 닫혀있다가 안내원의 설명이 끝나면 챕터가 바뀌듯 문이 열리고 방으로 입장을 한다.

세 번째 방은 실내가 어둡고 여러 개의 원형 테이블 위로 복자 형상의 틀과 빗솔, 붉은 인주 같은 것이 묻어있는 주머니 그리고 볼펜 한 자루가 놓여있다.

"도장을 찍는 건가?"

의문의 사내가 옛 복장을 하고 나타나 벽면에 절을 하며 어떤 의식 같은 행위를 한다.

"기대되는데. 뭘 하려는 거지?"

절을 마친 의복의 남자는 돌아서서 종이를 복자의 틀 밑에 깔고 빗솔로 열심히 두드린다.

"하하하. 난 또 뭐라고."

순간 헛웃음이 터져 나와 크게 박장대소할뻔했다.

눈치껏 남들처럼 빗솔로 때린 후 인주를 묻힌 주머니로 툭툭툭. 그리고 마무리 서명.

복자를 종이에 찍은 후 기념으로 가져가려 하니 방에 있던 안내원들이 그냥 놓고 가라고 한다.

"뭐야. 어린이 체험학습도 아니고."

복자는 정강왕부의 문양인가 싶다.

첫 번째 건물의 관람이 끝나고 독수봉으로 이동한다.

관람 프로그램이 알차게 준비되어 있는 것이 비싼 입장료의 이유인가 보다.

곳곳에 새겨진 글귀들과 문양에 대해 긴 설명들이 이어지고.

조그만 입구 앞에 서서 오랫동안 뭔가를 설명한다.

"설마 독수봉을 터널로 오르는 거야?"

쓸데없는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문이 열리자 콩닥콩닥 마음에 이는 흥분감이 느껴진다.

"뭐야? 뭔데?"

예상대로 터널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입장하며 카메라와 핸드폰을 동시에 들고 터널 안쪽을 휙 둘러보는 순간, 그동안 나긋하고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가던 안내원이 사진을 찍지 말라 제재를 한다.

"드라마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정전이 되는 날벼락."

사람들이 동굴 내부에 노란 리본을 잔뜩 매달아 놓고 벽을 향해 연신 절을 하고 있다. 안내원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설명을 하는 사이 기념으로 한 컷만 몰래 찍고.

제멋대로인 중국인들도 안 하는데 이유가 있겠지 싶어 그냥 눈으로 구경을 한다.

동굴 내 첫 번째 공간에 모형의 제물이 올려져 있고 석상 하나가 놓여있다. 안내원의 설명이 끝나자 함께 관람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두 손을 머리에 올리고 석상을 향해 절들을 해댄다.

그리고 동굴 천장 곳곳의 글귀들을 안내원이 레이저 포인터로 하나씩 가리키면 그곳을 향해서도 절들을 해댄다.

절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고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것은 신기하고 흥미롭다.

"뭐야? 뭔데 절을 하는 거야?"  

동굴의 안쪽으로 더 이동하니 동굴의 벽면에 생년으로 보이는 숫자들이 적혀있고 정교한 인물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너무나 독특하고 인상적인 조각들이라 사진을 찍고 싶지만 겨우 참는다.

"너네 말 잘 안 듣잖아. 아무나 한 명이라도 찍어봐. 못 이긴 척 같이할 생각은 있는데."

짧은 설명이 끝나고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하나씩 바구니에서 꺼내들고 벽면의 그림들을 찾아간다.

"자기 생년을 찾아가 리본을 걸고 기도를 하라는 말이겠지?"

눈치 빠르게 리본을 들고 1974 숫자를 찾으니 약간 무섭게 생긴 대장군의 그림이 조각돼 있고 2034의 숫자가 함께 적혀있다.

리본을 걸고 다른 사람들처럼 손을 이마에 모으고 절을 하며 기도를 드린다. 기도를 마친 사람들의 표정이 굉장히 밝게 느껴진다.

그리고 동굴의 더 안쪽으로 이동하니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환한 조명과 함께 동굴 속 기념품 가게가 나오고, 동굴 벽에 새겨졌던 조강상들의 탁본들과 정강왕부의 문양들로 만든 족자나 액세사리로 만든 것들을 팔고 있다.

안내원의 신호가 떨어지자 준비되었다는 듯 여러 명의 판매원들이 일제히 관광객들에게 달려든다.

"잘나가다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기념품들의 가격은 족자의 완성도에 비해 꽤 비싸 보인다. 1미터 남짓의 탁본 족자가 대충 3,000위안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안내원은 아주 오랫동안 다음 진행을 하지 않고 20여 분이 지나고서야 동굴 밖으로 이동한다.

독수봉을 오르는 계단이 나왔지만 그냥 지나쳐 다른 건물로 들어간다.

관복을 입은 사람들의 재현극을 잠깐 보여주더니 재현극이 끝나자 관광객들이 노란 종이를 받아 한 평 남짓 되는 방으로 들어간다.

"옛날 감옥인가?"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으니 안내자들이 출구를 가리키며 뭐라 쌀쌀맞게 말한다.

"구박한다고 갈 사람이 아니다. 신경 꺼!"

작은방 안에서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붓으로 뭔가를 적다. 젊은 여자가 노란 종이에 이름을 적고 자신을 지켜보던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핸드폰을 건넨다.

사진을 찍어주니 아리가또 하며 인사를 한다.

"are you Japanese?"

어디서 왔는지 묻기에 한국인이라 하니 함께 온 사람들에게 한궈렌이라며 알려준다.

작은방에서 나온 사람들과 옆 건물로 이동하니 김광규처럼 생긴 남자가 뭔가를 낭독하고 호명된 두 관광객에게 붉은 복장을 입혀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작은방들은 감옥이 아니고 시험을 치르던 공간이다. 며칠씩 좁은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김광규에게 불려나와 의복을 입은 사람들은 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에 등용된 사람들인 것이다.

모두가 웃으며 정강왕성의 관람 에피소드들을 만들며 즐거워 한다.

다시 팬시 제품들이 놓인 기념품 샵으로 강제 이동되고.

건물을 벗어나니 사람들이 이어폰과 기기를 안내원에게 반납하고, 길게 이어진 외부의 기념품 가게들 사이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보니 복자의 노란 종이들 떡하고 걸려있다.

"이런 거야? 그래서 못 가져가게 한 거야?"

내 이름이 서명된 것을 가리키자 10위안을 달라고 하며 액자 같은 것들을 소개하며 가격들을 알려준다.

"액자는 됐고요."

독수봉에서 바라보는 계림의 풍경이 궁금하여 독수봉을 오르는 계단으로 걸어간다.

가파르게 꺾여 올라가는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비가 그치며 더 선명하게 주변의 산들과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독수봉을 내려오는 계단은 빗물에 젖어있어 아슬아슬했다. 한 계단씩 난간의 사슬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했다.

독수봉을 내려와 숙소로 돌아갈 버스 노선을 검색하고 정문의 반대편에 있는 출구로 나온다.

동서남북 모두에 출입구가 있는 것 같다.

버스비를 내기 위해 3위안 콜라를 사서 잔돈을 마련하고 잠시 정류장에서 기다리니 100번 이층 버스가 도착한다.

"오호, 이층 버스는 처음이야."

맨 앞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아 뒤쪽에 있는 좌석에 앉는다. 이층 버스는 처음이라 안에서 내려다 보니 사람들이 작게 보일 정도로 시야가 높은 것 같다.

2위안, 350원 정도니 대중교통이 참 저렴하다.

숙소 근처 정류장에 내려 컴퓨터 수리점으로 걸어간다. 소학교 학생들이 하교를 하며 반 전체가 줄을 서 모여있더니 뭔가 구호를 외치고 일제히 교문을 나선다.

컴퓨터 수리점에 들러 접수증을 주고 노트북을 되돌려 받는다.

"중국의 다른 곳에서도 고칠 수 없을까요?"

손사래를 치며 불가능할 것이라고 대답을 한다.

망가진 노트북을 들고 나오며 신제품을 파는 레노바 매장의 전시 제품을 보고 있으니 어린 여직원이 말을 건넨다. 노트북의 가격을 물어보니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근데 윈도우 한글로 설치 가능해?"

말이 안 통하는 한국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노트북 판매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성스럽게 설명을 하던 여자는 당황스러워한다.

"나는 한국어 버전을 사용해야 해."

주변의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며 한글 버전을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며 웃는 여자에게 한글 버전을 보여달라고 하니 얼굴이 빨개지며 웃는다.

"에이, 안 되는구나."

30분 넘게 웃고 떠들던 상냥한 여자도 한글 버전의 난관 앞에서 빨개진 얼굴로 웃으며 포기한다. 정성스럽고 친절하게 응대를 해준 여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전자상가를 나온다.

중국의 어린 친구들, 특히 여성들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지 모두들 수줍어하며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중국의 노트북 자판에는 영자만 적혀있다.

"영자로 어떻게 중국어를 쓰지?"

쇼핑몰에 가서 저녁을 먹을까 생각하다 숙소 근처의 음식점에 들어간다. 여자 주인은 어리둥절 조금 당황한 기색이고 주방에 들어가 남편을 불러낸다.

글자로 된 메뉴판을 들고 난감해 하고 있으니 어린 여자애가 호기심을 갖고 다가와 말을 건넨다.

탄링팡(谭玲芳), 15살 여자아이는 어디서 배웠는지 '네, 아니요, 맞아요' 등의 한국어를 한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 뭐야?"

탄링팡은 주저 없이 50위안짜리 메뉴를 가리킨다.

"효녀네. 장사를 할 줄 알아!"

세 명의 어린 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던 탄링팡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중국어의 단어 입력 방법을 알아보려고 그녀를 불러 물어본다.

"탄링팡,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봐."

생뚱맞은 요구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녀에게 글자를 써보라고 재촉한다.

"니 하오 마, 니 하오 마를 써봐."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이폰의 자판을 열더니 영문으로 ni hao ma를 치니 중국어로 자동 변환 된다.

"오호, 이렇게 쓰는구나. 영문으로 치면 그 발음의 한자들이 뜨고 그중에 맞는 글자를 선택하는구나."

부수의 조합과 많은 획의 한자를 어떻게 입력하는지, 영자 자판만 있는 노트북에 어떻게 한자를 쓰는지 궁금했었는데 궁금증이 해결된다. 간간이 한자를 핸드폰 화면에 필기하여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은 보았지만 자판으로 입력하는 것은 처음 본다.

탄링팡과 대화하는 사이 음식이 나온다. 진한 중국식 향신료에 머리부터 발까지 알차게 들어간 오리고기다.

강한맛의 소스와 총각무를 썰어 넣은 것 같은 크기의 생강의 맛이 조금 먹기에 불편하지만 그동안 중국음식에 적응이 된 것인지 그럭저럭 밥과 함께 잘 먹는다.

아마도 이전 같았으면 한 젓가락하고 그만 먹었을 것 같다.

"오리잖아, 뺏어서라도 먹으라던 오리!"

먹을게 전혀 없는 아니면 먹는 법을 알 수 없는 물갈퀴 발만을 남기고, 밥 두 접시를 해치운다.

든든해진 배를 튕기며 숙소에 돌아와 바람이 빠진 뒷바퀴의 튜브와 여분의 튜브를 돼지표 펑크패치로 붙여 정비한다.

23C 얇은 튜브에 무거운 무게까지 더해지니 붙여두었던 곳의 고무패치가 제대로 붙지 않는 모양이다.

노트북 없이 여행 자료를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다, 급한 대로 티스토리 앱을 사용해 사진과 텍스트를 정리하기로 한다.

"번거롭고 시간이 좀 들겠지만 이렇게라도 정리를 해놔야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일 / 비 ・ 10도
싱안현-링촨현-계림시
계속 이어지는 흐린 날씨, 비가 다시 내릴 것 같다. 얼마 남지않은 계림으로 향한다. "드디어 계림이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4,615Km
이동시간
4시간 44분
누적시간
311시간

G322
G322
47Km / 2시간 23분
21Km / 2시간 21분
싱안현
링촨현
계림시
 
 
1,86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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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허름한 빈관에서의 하룻밤, 피곤이 풀리지 않고 남아있다.

어젯밤부터 부팅이 되질 않는 노트북은 메인보드나 파워가 고장이 난 것인지 수상하다. 멍하게 잠이 덜 깬 정신으로 재부팅을 해보지만 여전히 먹통이다.

계림에 도착하면 데이비스가 알려준 갑천하전뇌성(甲天下电脑城)에 들러 컴퓨터 수리부터 해야겠다.

"없는 것이 없는 중국인데 고칠 수 있겠지."

10시가 되기 전, 조금 늦게 출발을 한다. 다시 흐리고 어두워진 하늘이다.

작은 시내를 벗어나 계림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산들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한 시간쯤 지나 수상하던 바람은 툭툭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도로변 한적한 식당으로 아침도 해결할 겸 들어간다.

메뉴가 한 가지뿐이니 주문도 편하다.

"이거 야요!"

주문과 함께 이내 음식을 내어주며 앞쪽에 놓인 양념들을 넣으라고 알려준다.

"뭘 알아야 넣지."

이것저것 조금씩 넣고 뚝딱 한 그릇을 비워낸다. 시원한 국물과 간간이 씹히는 땅콩의 고소함이 좋다.

잘 먹었다 인사를 하고 가격을 물으니 6위안, 저렴하다는 말도 아깝고 착해도 너무 착한 가격이다.

우의를 챙겨 입고 천천히 빗속으로 들어간다. 어제 무리를 해서 많은 거리를 이동해 놓아 조금은 편안하다 싶다.

중국의 기름값은 휘발유가 대충 리터당 5위안 정도 하나보다.

계림에 인접한 링촨현부터 시작된 시내길은 계림시까지 계속 이어진다.

울창한 계화수에 작은 홍등을 달아놓으니 길이 너무나 예쁘다. 가던 길의 걸음을 바로 멈춰 세운다.

링촨현을 벗어날 때쯤 길가의 자전거 샵을 발견하고 유턴을 해 가게 앞으로 다가간다.

"자전거 가게를 찾기가 정말 힘드네."

대부분 아동용 자전거들을 파는 것 같은 가게에 풀리를 가리키며 부품이 있는지 물어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볍게 물어본 것인데 어두운 가게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부품이 없다는 듯 큰소리를 내며 정색을 한다.

"없으면 빙긋 웃으며 없다고 하면 될 것을."

중국 사람들은 약간 이상한 성향이 있는데, 마치 어르신들이나 식당의 아주머니들처럼 없거나 모르는 것에 대해 역정을 내듯 정색을 한다.

마주하기 싶지 않은 경계심의 눈빛들은 언제 봐도 너무나 싫다.

"자전거 가게에서 생선구이를 찾은 것도 아닌데."

계림시에 들어서며 높게 치솟은 건물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건물들이 이어지고.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씩 늘어난다.


계림 초입의 유산 공원에서 비를 피하며 갑천하전뇌성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며 전자상가 주변의 호스텔을 확인한다.

"어렵게 계림에 왔는데 컴퓨터 수리가 우선이라니."

전자상가가 있는 곳까지 경로를 정하고 리강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기로 한다.

성벽을 따라가며 리강의 산책로를 따라간다. 유명 관광지의 명성처럼 계림의 풍경들은 남다르다.

푸보산 공원(伏波山公园)의 오묘한 모습이 나타나고 조금 욕심을 내어 산책로를 따라 리강의 풍경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산책로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더니.

"망했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산책로에서 험난한 계단을 마주한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한 칸씩 오르고 있으니 산책을 하던 아저씨가 자전거를 들어주며 도와준다.

"씨에 씨에."

묘한 동굴을 지나.

다행히 밖으로 빠져나온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기암괴석들이 우뚝 우뚝 솟아있는 계림이다.

중국 여행을 생각하며 왜 계림에 오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계림의 풍경을 보니 이유 같은 것은 몰라도 될 것 같다.

더욱 풍성해진 것 같은 계화수의 가로수 길을 지나고.

리강을 건너는 다리에 도착한다.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며 전자상가 주변의 호스텔을 예약한다.

"그나저나 다리를 어떻게 건너야 하는 거야?"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대로를 따라 멀리 있는 신호등에서 길을 건넌 후 돌아와야 한다.

정교한 목조건물의 회전 교차로를 돌아.

"고성이야? 호텔이야?"

메뚜기 떼처럼 뭔가 징그러운 면도 있는 오토바이의 행렬이지만 커다란 대로를 유턴하기 위해 우회전을 하는 오토바이 행렬의 흐름을 따라 이동한다. 직진 신호에 좌회전을 함께하는 위험한 중국에서 대로에서 오토바이 행렬을 따라 좌회전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아무리 양보를 안 하는 중국의 운전자들도 오토바이 행렬이 시작되면 차량을 멈출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도심의 오토바이 행렬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한 그들만의 규칙이 있는 것처럼 흐름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대로를 따라 리강을 건너는 다리로 돌아오는 동안 오토바이 행렬의 흐림에 뒤를 따라가며 수월하게 도착하고, 계림시를 둘러싸고 있는 뾰족하게 솟은 산들의 풍경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넌다.

"저기는 유명한 공원인가?"

관광객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는 공원의 매표소를 지나치며 내일 들러보기로 한다.

작은 골목에 있는 깨끗한 주점에 도착한다. 젊은 여직원들이 근무를 하는 주점이라 여권과 바우처만으로 쉽게 체크인이 끝난다.

모던한 인테리어로 잘 꾸며진 주점이지만 자전거를 방에 두어도 괜찮은지 물으니 흔쾌하게 허락을 한다.

샤워를 하며 빨래를 하고, 자전거와 패니에 묻은 흙들을 씻어낸다. 샤워를 하는 것보다 빨래를 하는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자전거와 패니어를 씻어내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그리고 흙으로 엉망이 된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시간은 더더욱 오래 걸린다.

신발과 방풍 자켓만을 세탁하여 난방기 주변에 걸어두고 고장 난 컴퓨터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숙소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쇼핑몰에 도착했지만 거대한 건물의 외관을 보고 막막한 생각이 먼저 앞선다.

각종 음식점들과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쇼핑몰은 넓은 광장처럼 느껴진다.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음식점들을 살펴보고.

KFC로 들어가 헤매고 넓은 쇼핑몰에서 길 읽은 아이처럼 방황을 한다. 계속해서 지도앱을 확인해도 현재 위치는 이미 전자상가 위를 거닐고 있는데 도무지 전자상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대체 어디냐고?"

방황의 끝에 쇼핑몰 밖으로 나오니 전자상가로 올라가는 외부의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커다란 쇼핑몰에 함께 있는 전자상가인데 출입구의 구조가 이상하다. 정말 알 수가 없는 중국 건물의 구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자상가가 있는 층에서 내리니 분위기는 우리의 전자상가와 비슷하다. 온갖 세상의 모든 전자기기들의 판매와 수리 그리고 바가지를 씌울 것 같은 친절한 미소들이 난무한다.

미로처럼 들어서 있는 각종 전자 매장과 수리점들 사이에서 데이비스가 알려준 컴퓨터 수리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에게 컴퓨터 수리점의 이름을 보여주며 위치를 물어 도움을 청한다.

전자상가에서 일을 하는 젊은 여자의 도움으로 찾고 있던 컴퓨터 수리점까지 안내를 받고, 노트북의 수리 접수를 한다.

"노트북 부팅이 안된다."

젊은 담당 직원은 차분하게 접수를 하고 노트북의 전원 어댑터가 없는지 묻는다. 전원코드의 굵기가 조금 얇은 중국의 전기 콘센트지만 전자상가에서 기본적인 전원 어댑터가 없을지는 생각을 못 했다.

숙소로 돌아와 노트북의 전원 어댑터를 들고 수리점으로 돌아가니 수리점에 있는 어댑터로 이미 점검을 했는지 접수증을 건네주며 내일 오후에 다시 오라고 안내한다.

"피니쉬? 수리가 가능할 것 같아?"

"글쎄, 분해를 해서 살펴봐야 알 것 같다. 내일 전화를 줄게."

전자상가의 컴퓨터 매장에서 노트북들을 구경한다. 최악의 상황이면 새 노트북을 구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담장 여직원과 눈이 마주치고 발걸음이 붙잡힌다.

노트북의 가격을 물어보니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근데 윈도우 한글로 설치 가능해?"

말이 안 통하는 한국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노트북 판매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성스럽게 설명을 하던 여자는 당황스러워한다.

"나는 한국어 버전을 사용해야 해."

주변의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며 한글 버전을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며 웃는 여자에게 한글 버전을 보여달라고 하니 얼굴이 빨개지며 웃는다.

"에이, 안 되는구나."

30분 넘게 웃고 떠들던 상냥한 여자도 한글 버전의 난관 앞에서 끝내 웃으며 포기한다. 정성스럽고 친절하게 응대를 해준 여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전자상가를 나온다.

"일단 중국 노트북 가격을 알았으니 됐다."

쇼핑몰을 방황하며 잘못 들어갔던 KFC에서 햄버거를 사들고.

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선 코너를 지나다 재미있는 음식점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13위안 자조....찬? 자조찬이 뭐야?"

한자를 검색해보니 쯔주찬(自助餐)이 뷔페다.

"빙고! 18가지 반찬 13위안 뷔페!

생각할 것도 없이 식당으로 들어간다.

여행을 하며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훨씬 이롭고 좋다.

"이 정도면 천국이지!"

일단 입맛을 확인하는 수줍은 맛보기로 한 판을 비우고.

음식들의 재료와 맛이 확인되면.

입맛에 맞는 것들을 푸짐하게 담아 한 판을 더 비우고.

"한 판 더 할까?"

든든하게 배가 채워지면 잃어버렸던 이성을 수습하고 맛있는 디저트 하나를 사서 끝을 낸다.

숙소로 돌아와 물에 담가놓았던 옷들을 세탁한다. 광시성의 흙먼지 가득했던 회색빛의 마을들을 지나오며 더러워진 옷들에서는 끝도 없이 누런 흙탕물이 빠져나온다.

8시가 넘어가고 출출함이 찾아든다. KFC에서 사 온 햄버거를 해치웠지만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주변에 한국 식품점이 없나?"

믹스커피가 먹고 싶은 마음에 쓸데없이 검색을 하고, 고장 난 노트북으로 널널해진 저녁 시간의 공백은 하릴없이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컴컴하고 어두운 저녁거리를 걸어 한국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에 도착한다.

"커피 딱! 하지만 100개 짜리.."

"믹스 커피 작은 거 없어요?"

한국어를 잘 하는 중국인처럼 느껴지는 여자는 100개 수량의 큰 박스만 있다며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준다.

빈 손이 심심하여 돼지바 하나를 집어 들고, 쓸데없이 김치가 생각나 총각김치와 소주 한 병을 사서 돌아온다.

겨우 10여 분을 걷는 동안 흐물흐물 녹아버린 돼지바를 먹고.

총각김치에 소주를 마신다. 피곤에 쌓인 노곤함을 풀어볼 생각이었는데 소주도, 김치도 한국에서 먹던 맛이 안 난다.

"비 오는 날에 이 정도면 고급진데. 이상하게 맛이 없네!"

"내가 정말 이 조합의 맛을 좋아했었나?"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도 어쩌면 게으른 자기 착각의 일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입맛이 변했나 보지 뭐."

내일은 계림의 풍경을 산책하며 둘러봐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일 / 구름 ・ 12도

링링구-취안저우현-싱안현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이틀 연속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이런 벼락 같은 축복이 있나. 서두르자!"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4,547Km

이동시간

7시간 56분

누적시간

306시간


G322도로
G322도로
75Km / 4시간 30분
59Km / 3시간 26분
링링구
취안저우
싱안현
 
 
1,79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까지 오늘의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다. 100km 거리의 취안저우현은 국도에서 조금 벗어나 있고, 130km가 넘는 싱안현은 거리의 부담이 있다.


그리고 취안저우현에서 싱안현까지 마땅한 숙소가 있는 없다. 고덕지도를 최대로 확대하여 몇몇의 주점이 있는 도로면의 작은 마을들을 몇 군데 파악해 놓고 출발을 준비한다.


"전주현, 샤오쑤이진, 지에쑈진, 씽안현.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어둡지만 비가 올 것 같지 않다. 날씨를 확인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디든 좋아! 일단 비가 내리기 전에 가자."

 

 

아침 시간의 복잡한 시내길을 빠져나와 G322 국도로 이어지는 G207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181km. 오늘 그리고 내일이면 어쨌든 계림에 도착하겠구나."


 

황티엔푸전에 도착하여 G322 국도로 갈아타지 못하고 잠시 길을 헤매고.


 

비와 산길 그리고 감기 기운으로 험난했던 후난성을 벗어나 광시성으로 들어선다.


 

비만 내리지 않을 뿐 도로의 상태는 엉망이고 광시성에 들어서며 회색의 흙먼지들이 마을을 뒤덮고 있다.


"이건 더 지옥인데. 차리리 비가 오는 게 낫겠어."


비가 내려서 몰랐을 뿐, 그동안 지나왔던 길들이 모두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끔찍한 회색 먼지 구덩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광시성에 들어서 허기가 밀려든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마땅한 식당들을 찾지만 도저히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뿌연 회색 먼지로 뒤덮인 마을과 어두운 실내에서 음식을 먹으며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들이 전혀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을씨년스럽다."


무섭거나 공포심이 들기보다 이질적인 거부감이 찾아든다. 배는 고프지만 경계심 가득 담긴 희번덕한 눈빛들을 대하며 견딜 자신이 없다.


 

단지 마을을 가득 두껍게 내려앉은 흙먼지 탓인지도 모르겠다. 지나쳐 가는 식당들과 도로변에 나와 밥을 먹는 사람들의 눈빛들이 너무나 강렬하게 파고드는 것 같아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싫다. 볼품없는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는 늙은 개들의 눈빛 같아."


 

회색빛의 흙먼지 마을을 지나 도로변의 작은 슈퍼에서 잠시 쉬어간다.


"뭐든 먹어야지. 갈 길이 먼데."


 

빵과 콜라를 사들고 중국에 들어와 먹고 싶었던 사과의 아삭한 맛이 생각나 사과를 집어 든다. 사과를 하나만 달라고 하니 '싱거운 놈을 다 본다'는 눈빛으로 사과 하나를 저울에 올려놓더니 감귤이 맛있다며 제법 알맹이가 굵은 감귤을 권하는 아주머니다.


도로변 노점과 과일 가게에서 많이 파는 귤인데, 보통 우리의 귤감 크기만 한 것이 지금까지 봐왔던 중국의 귤보다는 크기가 조금 크다. 사과 하나와 귤 6개를 8위안에 사들고 슈퍼의 작은 대나무 의자에 앉아 점심을 대신한다.


당도가 떨어지고 아삭한 식감만이 좋은 사과 그리고 껍질이 두껍고 굵은 씨가 들어있는 귤은 그다지 맛이 없다.


"중국 과일들은 신선한데 다 맛이 없네."


중국에서 탁구공만 한 귤들을 많이 먹는 것으로 보아 그 정도 사이즈가 가장 맛있는 크기가 아닐까 싶다.


 

 

취안저우현 외곽의 시내에는 도로면은 여전히 비에 젖어있었다.


"비가 왔었나? 근데 왜 도로면만 젖어있는 거지."


 

취안저우현을 빠져나올 때쯤 뒤바퀴의 느낌이 이상하여 확인하니 또 펑크가 나있다.


"아,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자전거를 눕히고 타이어를 탈착한 후 타이어 내부를 여러 번 훑어보아도 타이어에 박힌 이물질은 없다. 튜브를 꺼내어 튜브 패치로 정비를 하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는데 집에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와 쳐다본다.


마당 한편에 자전거를 널브러뜨리고 있는데 별다른 말없이 인사를 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타이어를 장착하며 얼핏 보인 뒷드레일러의 풀리 모양이 이상하다. 흙모래들이 달라붙어 달그닥거리는 체인과 스프라켓만을 신경 쓰다 보니 풀리가 완전히 마모되어 닌자들의 표창처럼 날카롭다.


풀리가 이렇게 빨리 마모되어 버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별일이 다 있네. 자전거샵을 구경하기도 힘든데 어디서 풀리를 구하나."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지 않는지 기다린다.


"제발 한 번에 붙어라!"


 

"이것은 경운기일까, 자동차일까, 트럭일까?"


경운기의 엔진을 달고 있는 트럭의 크락션 나팔이 유독 눈에 띈다.


 

"풀리, 풀리를 어디서 구하지. 본드도 아직 못 구했는데."


풀리에 대해 고민을 하다 문득 도로변 곳곳에 버려진 공공 자전거가 떠오른다.


"길가에 버려진 자전거들에서 풀리를 빼내면 되겠구나. 오케이!"


 

생각해 보니 셔터로 되어있는 중국의 문 앞에 대책 없이 자전거를 세워 놓은 것 같다. 언제 어디에서 셔터가 올라갈지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중국의 멋진 현관문이나 대문이 있는데, 왜 이런 볼품없는 셔터를 달아 놓는 거지?"


 

다행히 바람이 빠지지 않아 가던 길을 이어간다. 작은 오르막을 오르고 시내를 완전히 빠져나와 크락션을 빵빵거리는 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자전거의 속도감이 이상하다.


펑크 정비를 하고 5km도 가지 못했는데, 하필이면 울퉁불퉁 도로가 파여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서 펑크가 난다.


"아, *************************"



 

 

펑크가 난 튜브를 정비하려다 시간이 늦어지고 위험한 도로변이라 어제 펑크 패치로 정비를 해두었던 튜브로 교체한다.


"부처, 예수, 알라여! 제발 제대로 펑크 패치가 붙었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5년이 넘게 MTB샵을 운영하면서 수 천 번이 넘도록 펑크 정비를 했을 터인데도 무거운 여행용 자전거의 펑크 정비는 쉽지 않다. 두 번의 펑크 정비를 하는 사이 시간은 4시가 가까워진다.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 정비를 해두었던 튜브는 그런대로 괜찮은 모양이다. 오늘의 1차 목적지로 생각했던 지에소우전까지 30km 정도가 남아있다. 비가 내리는 날의 12km 정도 평속에 비해 조금 빠르게 달려온 하루라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취안저우현을 완전히 빠져나오자 도로변의 풍경은 흙먼지의 회색빛 세상에서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짙푸른 색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달려!"


 

쭉 뻗은 직선 도로를 따라 작은 노지의 귤 밭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짙푸른 귤나무에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감귤의 주황빛 색의 조합이 너무나 좋다.



"이번엔 노란색과 녹색의 조합."



마치 봄과 가을을 계절을 넘나들며 제주도의 어느 마을을 달려나가는 것처럼 페달링의 가벼움이 느껴진다.



도로변으로 이어지는 감귤밭과 감귤을 처리하는 집하장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의 특산물이 감귤이 아닌가 생각된다.



5시 20분, 주황빛 감귤과 노란빛 배추꽃의 싱그러운 풍경을 달리다 보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지에소우전에 들어선다. 마을이 가까워지며 다시 회색빛 흙먼지의 세상이 되어 버린다.


대형 차량들이 마을을 거칠게 지나치며 흙먼지를 날리고, 생기가 없어 보이는 마을의 곳곳에는 버려진 감귤들이 쌓여있다.


"이거 생각과 너무 다른데."


도로변에 위치한 허름한 슈퍼마켓의 입구에서 음식점과 빈관의 위치를 검색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빈관을 찾는다. 황량해 보이는 마을의 풍경이다. 싱안현까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6시. 15km 정도라."


콜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마시고 싱안현으로 달려간다.



봉인해 두었던 비장의 능력을 개방한 사람처럼 자유롭고 거칠게 페달을 밟아 싱안현으로 향한다.


"울트라 캡숑 콜라 파워!"



지에소우전을 출한하여 1시간 후 16km의 싱안현에 도착한다. 흥건하게 젖어든 져지와 탱글하게 느껴지는 허벅지의 느낌이 좋은 즐거운 라이딩이었다.


도착한 싱안현 역시 다른 이전의 현(县)들에 비해 조금 낙후되어 있는 듯한 풍경이다. 일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주변의 빈관들을 검색하고 작은 빈관들이 모여있는 허름한 골목으로 들어간다.



몇 개의 빈관들을 지나치며 내외부의 모습을 살펴봐도 아주 오래된 빈관들의 모습은 시골 역전 주변의 오래된 여인숙 같은 느낌이 난다.


"쑤이 지아오, 뚸 샤오 치엔?"


첫 번째 눈이 마주친 빈관의 여자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50위안을 달라고 한다.


"싸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빈관으로 들어가 주숙등록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른 빈관으로 가 보라고 한다. 역시 중국에서는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숙등록이 가능할지가 더 중요하다.


"워 쓰 한궈렌. 커이 쑤이 지아오 마?"


두 번째 오래된 재봉틀이 놓여있는 빈관으로 들어가 잠을 잘 수 있는지 물어보니 친절해 보이는 중년의 여자는 가능하다는 제스처를 한다.


"커이?"


큰 기대 없이 그냥 물어본 것인데 숙방이 가능하다고 하니 나도 놀랍다.


"뚸 샤오 치엔?"


"40."


"40?"


"40!"


아주 오래된 빈관이고 잠깐 내부를 살펴봐도 허름해 보이지만 씻을 수 있고,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여행자에게 빈관의 40위안이라는 가격은 너무나 마음에 든다.


"하오! 하오!"


여권을 보여주고 체크인을 마친 후 자전거는 재봉틀 옆에 묶어두고 낡은 계단으로 패니어를 들고 올라간다.



"정말 딱 40위안 빈관이야."


난방기조차 없는 작고 허름한 방이지만 작은 화장실과 침대는 놓여있으니 만족한다.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오니 빈관은 여자는 주숙등록을 못했는지 컴퓨터 앞에서 씨름을 하고 있다.


"왜 그래? 컴맹인 거야 아니면 주숙등록을 못하는 거야?"


컴퓨터로 주숙등록을 할 수 있다며 웃는 여자는 계속해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한다.


"안 해 봤어? 그런 거야!"


빈관의 컴퓨터에 주숙등록을 하는 프로그램 창이 열러있는 것으로 보아 주숙등록이 가능한 빈관인 것은 확실하다. 경찰들이 빈관으로 찾아와서 주숙등록을 처리해 줬던 티먼현의 빈관처럼 프로그램의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중국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서 외국인에 대한 주숙등록을 입력할 일이 있었겠나 싶다. 다른 빈관에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들으며 주숙등록을 입력하던 여자는 한참 후 뿌듯한 표정으로 빙그레 웃음을 보인다.



빈관 주변 저녁 장사를 하느라 분주한 길거리 식당으로 들어간다.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저녁을 먹는 식당은 저렴하고.



고기 메뉴를 골라 밥을 먹었지만 130km를 넘게 달려온 하루의 허기짐에 뭔가 허전하다.



"나쓰 썬머?"


다른 사람들이 먹는 메뉴를 가리키며 같은 것을 추가로 주문을 한다.



허름한 길거리의 식당이지만 입맛에 맞는 음식이다. 두 개의 메뉴를 시키고 밥까지 배불리 먹었는데 20위안이다.


"하, 너무 좋아!"



만족스러운 저녁을 하고 빈관으로 돌아오니 빈관의 할머니가 재봉틀 앞에 앉아있다. 눈이 침침하여 실을 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재봉틀의 실을 꿰어준다.


"아니 눈도 침침하신데 불을 켜야죠."


재봉틀로 뭔가를 수선하는 할머니에게 공항에서 뜯겨진 커다란 가방을 수선해 달라 부탁을 할까 생각하다 귀찮아진다.



난방기가 없어 쌀쌀한 방, 패니어에서 침낭을 꺼내어 덮고 자료들을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하던 중 블루 스크린이 뜨면서 컴퓨터가 꺼져버린다.


"왜 이래?


다시 전원을 켜보지만 정상적으로 부팅을 하지 못하는 노트북이다. 여행을 준비하며 작은 사이즈의 노트북을 털보네에게 구매한 것인데 말썽을 일으킨다.


여러 차례 재부팅을 반복해보지만 전원마저 들어오질 않는다. 마더보드가 망가졌나 생각했는데 파워 쪽의 문제인가 보다.


"망했다."


 

차링현에서 만난 데이비스에게 노트북을 수리할 수 있는 장소를 물어본다.


"메이커가 어디야? 삼성? 엘지?"


"없어. 그냥 중국 제조 제품이야!"


"..."


"메인보드나 파워가 고장 난 것 같아. 어디서 고칠 수 있을까?"


데이비스는 한참 후에 계림시에 있는 전자상가의 위치를 보내준다.


"중국에는 큰 전자 상가들이 있는데 웬만한 것들을 모두 고칠 수 있어. 걱정 마!"


일단 데이비스의 도움으로 계림에 있는 전자상가의 위치를 알아뒀고,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이지만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라 쉽게 수리를 할 수 있거나 부품 교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장 난 노트북을 덮어버린다. 중국 여행에 적응을 하면서 밀려있던 자료들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난감한 기분이 든다.


"몰라. 자자!"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불킥을 몇 차례 날리고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일 / 구름 ・ 7도

창닝시-링링구

8시에 깨어나는 아침, 한 시간만 더 일찍 생활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생각처럼 잘 되질않는다. "오늘도 가 보자!"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1,664Km

이동시간

7시간 05분

누적시간

130시간 09분


S320소도
X006길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창닝시
바수이전
링링구
 
 
1,66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불쾌한 꿈에서 깨어 습관적으로 커튼부터 열어본다. 여전히 낡은 창문 너머로 뿌옇게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시원스쿨 강좌를 틀어놓고 패니어들을 정리한다.


여행을 위해 시원스쿨 강좌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20분이 조금 넘는 한 강의를 듣는 것이 좀이 쑤셔 그렇게 힘들더니 여행 중 한국말로 대화할 일이 없으니 강의 내 들리는 설명마저 귀를 쫑긋 집중하게 된다.


어제 자전거를 씻지 못하여 엉겨 붙은 흙들로 엉망인 자전거는 오늘은 또 얼마나 크게 달구지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달릴른지 모르겠다.

 

 

 

숙소 앞에 노점상들이 야채와 채소를 팔고 있다. 중국인들이 등짐을 질 때 쓰는 대나무로 만든 도구인데 무거운 짐에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채소나 야채도 저울에 달아 파는구나."


 

 

10여 분 만에 창링시를 쉽게 벗어나 계속되는 S320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이전과는 달리 이곳의 길은 새로 정비되었는지 검은 아스팔트가 윤기나게 잘 깔려있어 라이딩 하기에 편안했다.


 

10시 30분쯤 작은 촌마을 시장길을 지나간다. 사람들로 붐비지만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잠시 쉬며 어제 사놓은 빵을 먹을까 하다 시장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이 있어 시장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들어간다. 자전거를 세워두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한국인임을 알아챈 사람들의 대화들이 들린다.


"나 왜 자꾸 중국말이 들리지?"


 

할머니가 투명한 면발을 가리키며 그것을 먹을 건지 제스처로 물어봐 그렇다고 대답한다.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하는 모양이다.


 

 

면을 준비하던 할머니가 어떤 소스를 보여주며 넣을 거냐고 물어본다. 중국에 와서 소스를 첨가할 것인지의 물음에는 언제나 "쓰!". 그들이 먹는 그대로 먹고 싶고 지금까지 딱히 거북하거나 입에 맞지 않는 소스는 없었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기름에 튀기듯 후라이한 계란과 국수 가득.


 

열심히 맛있게 먹으니 할머니가 맛있냐고 물어본다.


"하오 츠! 하오 츠!"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식사를 마치니 가게 안에 있던 남자들이 재미난 것을 보는 사람처럼 서로 웃고들 있다. 할머니가 면이 더 필요하냐고 물었지만 기본적인 양이 많아 배가 넉넉하게 부르다.


"부 요!"


가격을 물으니 가게 안에 있던 남자들이 다섯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웃는다.


"우! 우! 파이브!"


먹으면서 10위안 정도 하겠지 생각했는데 5위안(850원) 이라니 정말 싸다.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S320 도로. 오늘 가야 할 링링구까지 거리는 90Km가 조금 넘는다. 오전 라이딩으로 40Km를 달리고 50Km 정도가 남아있다.


 

 

링링구까지 이동하는 길에는 성도나 소도, 국도가 없이 X00*으로 넘버링 되는 시골길이 이어진다. 아마도 지금까지 도로와 도로를 잇기 위해 잠깐씩 지나쳤던 시멘트 포장길이나 비포장의 도로일 것이다.


어쩌면 오늘도 험난한 길을 이어가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던 S320 도로를 벗어나 초입부터 의미심장한 느낌의 시골들을 접어든다. 산길들과 탄광촌을 지나며 언제나 산의 정상에 올려놓았던 S320 도로를 며칠 만에 벗어난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중국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


 

구불구불한 시골의 마을길들을 이어간다. 큰 도로변들의 수많은 촌부락들을 지나쳤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시골 마을들의 내부를 자세히 구경할 수는 없었다. 정말 흥미로웠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오토바이나 차량의 통행이 없어 지겹도록 들었던 크락션 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 좋다.


 

 

큰 도로변의 마을들은 시장이나 상점들이 이어져있는 길이 아니면 대부분 집들의 셔터가 내려져있어 텅 빈 것처럼 휑한 분위기가 많은데 한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골 동네들은 길가 주변으로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다.


 

 

마을의 슈퍼에 모여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 마을 사람들이 모여 큰 소리로 무언가를 의논하는 모습 그리고 의외로 어린아이들이 무리 지어 놀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모두 노인들뿐인데,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지?"


 

 

 

중국의 시골에는 광고판이나 현수막보다는 집의 벽면에 대부분 광고가 그려져 있다. 시골길에 접어들어 계속되는 서양인 의사의 사진이 걸린 병원 광고. 나중에 알아보니 유라시아 남자 의사가 보는 치질 치료 광고다.


 

 

 

 

오래되고 이상한 골목길을 지나 면소재지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작지만 상점들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중학생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나를 보면서 한꿔렌하며 의아해 한다.


 

 

가끔씩 보이는 탑인데 논 한가운데 세워져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은 시골의 소학교 앞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학교 앞 문방구를 겸하고 있는 상점에 들어가 빵을 사든다. 패니어에 빵들과 콜라가 있었지만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잠시 쉬어가려고 가게에서 추가로 빵을 산다.


좁은 가게 안에서 기다란 종이에 뭔가가 적혀있는 카드를 들고 게임을 하느라 나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별 관심이 없다. 너무나 진지하고 심각하여 색다른 카드 게임을 하는 모습을 찍지 못하겠다.


 

이 넓적한 빵이 재미있다. 내용물 없이 달랑 두 쪽이 들어있는데 위에 뿌려져 있는 각설탕의 맛이 맛의 전부다. 그런데 먹다 보면 심각한 중독성이 있다.


 

"여기도 업어져 있네."


 

 

조용한 산길로 이어지던 길은 급기야 공사 중인지 시멘트가 벗겨진 난장판의 흙길이 나타난다. 20여 분을 진흙밭과 물웅덩이를 지나느라 고생을 하고 길은 하늘로 올라간다.


 

힘들게 하늘길을 올라오니 갑자기 윤기나는 검은 아스팔트가 펼쳐진다.


"아, 드디어 살았다!"


 

검은 아스팔트 길은 바람과 달리 딱 5분 정도 마을을 관통하고 끝이 난다. 그리고 길은 중앙선만 그어졌을 뿐 이전의 시골길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시멘트 포장길의 S236 도로로 이어진다.


 

 

자전거와 패니어에 붙은 흙들이 말라가며 엉망이 돼버리고, 드드득거리며 돌아가는 체인들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정신이 혼미해지면 길이 이렇게 보이는 걸까?"


짧은 거리를 두고 모굴처럼 위아래로 이어진 도로를 보면 마치 엿가락처럼 휘고 굽은 길처럼 착시현상이 보인다.


 

4Km 정도를 남기고 목적지인 링링구의 높은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량들의 통행이 많아지는 길 위에서 한 차량이 달리는 나에게 속도를 맞추며 조수석의 문을 열고 한국인지를 묻고 자꾸만 중국어로 질문을 한다.


너무 위험하여 손가락으로 저 앞에서 서서 말하자고 가리켰더니 잘못 이해했는지 그냥 지나쳐 가버린다.


"한국 사람 쌀쌀맞다고 오해하지 마. 네가 잘못 알고 그냥 가버린 거야."


 

 

예전 홍콩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아파트들이 보이고.


 

 

넓은 링링시의 시내로 들어선다. 큰 사거리의 건너편 넓은 광장에 사람들과 음악이 가득하다. 궁금하여 길을 건너보니 음악에 맞춰 사교댄스를 추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춤을 추는 사람들, 장기나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 중국의 도시마다 있는 커다란 광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즐기는 그들의 광장문화는 재미있다.



광장에 앉아 고덕지도로 주변의 숙소를 검색하고 주점으로 이동했지만 2층에 프런트가 위치해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도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던 중 작은 빈관이 눈에 들어온다.


빈관의 계단 아래에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숙박비를 물으니 60, 80위안이라 말한다. 피곤함이 조금 밀려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없다.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 묻자 숙소 뒤편에 창고가 있다며 따라오라고 안내를 하다. 긴 건물을 빙 돌아 숙소 뒤편의 창고에 가보니 넓은 창고 건물에 온갖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 심지어 십여 마리의 닭들이 창고 안을 시끄럽게 헤집고 돌아다닌다.


"헐, 창고에서 닭을 키우는 거야?"


자전거를 숙소의 벽에 기대어 놓고 자전거를 씻어내기 위해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크게 하며 수도가 없는지 찾는다.


"메이요!"


"쑤이, 워 요 쑤이."


주인 여자는 알았다며 숙소의 뒷문으로 따라오라 한다. 어두운 실내로 들어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밑의 공간을 활용해 만든 부엌으로 들어간다.


너저분한 부엌에는 낡은 조리 시설과 설거지들이 쌓여있고 바로 옆에는 구식 좌변기가 놓여있다. 좌변기에는 붉은 이물질들이 지저분하게 묻어있어서 주인 여자는 황급하게 좌변기에 물들을 뿌려대며 중얼거린다.


환경이 좋지 않아 보이는 빈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열악한 내부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 이건 뭐야! 화장실에 부엌이 있는 거야, 부엌에 화장실이 있는 거야?"


주인 여자는 설거지들이 쌓여있는 곳의 옆에 놓인 큰 물통을 가리키며 받아놓은 물을 양동이로 사용하라고 알려준다. 첫인상이 수다스럽고 재미있는 동네 아줌마 같은 여자는 능글맞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렇다.


양동이에 물을 담아 자전거를 씻어내고 주인 여자가 황급하게 물을 부으며 없애려던 것이 음식을 만들 때 쓰던 양념이거나 남은 음식을 변기에 버린 찌꺼기라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난 또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가 있나했다. 그래도 식기들 옆에 변기는 좀."


패니어들을 모아두고 체크인을 하며 여권을 알아서 건네주어도 어찌 주숙등기를 못하는 눈치의 여자지만 언제나 유쾌하고 수다스럽다. 보증금을 포함해 100위안을 내니 신형 난방기 리모컨을 주며 새것이라며 수다스럽게 생색을 낸다.


"리모컨이 새 것이면 뭐해. 난방기가 신형이어야지! 방 키를 줘. 팡카!"


한참을 프런트 서랍을 뒤적이며 열쇠 뭉치들을 뒤적이더니 없다고 하며 올라가면 있다고 한다.


"뭐야. 카드도 아니고 열쇠야?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빈관의 상태를 보아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2층 계단을 낑낑대며 올라 방은 긴 복도를 따라 나무로 된 방문들에 자물쇠들이 하나씩 매달려 있다.


허름하고 낡은 빈관. 중국의 건물들은 겉모습을 보고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최근에 지어진 빌딩들을 제외하면 모두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샤워를 하고 숙소의 건물 끝에 위치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손님이 와도 아무런 신경도 안 쓰는 중국의 식당, 볶음밥 같은 메뉴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음식을 하던 젊은 여자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날카로움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언성을 높여 떠들어 댄다.


밥을 먹는 내내 신경질적으로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여자,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고 귀에 거슬려 왜 그런지 여자를 살펴본다.


등치가 제법 크고 골격이 굵은 여자는 양꼬치 같은 것을 굽고 있는 남자를 향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질러대고, 남자는 한마디의 대꾸도 없이 얇은 양꼬치를 들고 왔다 갔다 식당을 드나든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식당에서 적당히 맛있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불쌍한 그대, 그대의 죄라면 단지 중년의 남자인 거야!"

 


숙소에 돌아오니 프런트에 귀엽게 생긴 여자애가 앉아 있다. 아무리 봐도 주인 여자를 닮지 않은 귀여운 얼굴이다.


"자전거를 고쳐야 해. 창고 문을 열어줘."


잠시 어리둥절하던 여자애는 부엌에 있는 주인 여자를 부르더니 숙소 뒤편의 창고 문을 열어준다. 링링시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빠진 것을 확인한 자전거, 좋지 않은 산길을 다니다 보니 쉴 새 없이 펑크가 난다.

 


숙소의 프런트 앞에서 3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는 동안 자전거 꺼내어 튜브 정비를 한다. 밥그릇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밥을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


"우리나라였으면 등짝 스매싱을 열두 대는 더 맞았을 거야."


 

 

예비 튜브까지 펑크패치로 잘 정비를 해두고.


 

살짝 김유정을 닮은 것 같은 20대 초반의 여자애는 BTS를 안다며 케이팝이 좋다며 방긋 웃는다.


"아무리 봐도 엄마를 하나도 안 닮았네. 정말 딸이 맞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방으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다 고기가 없는 저녁 식사를 한 탓인지 배가 출출해진다. 빵과 콜라를 사기 위해 슈퍼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었던 식당에서 연신 잔소리를 듣던 남자는 부지런히 꼬치들을 굽고 있다.


메뉴판에 적힌 꼬치들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숙소로 돌아와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실없이 웃고만 있는 아주머니에게 무엇이 맛있는지 물어본다.


어떤 것이 맛있냐고 물어보는데 자꾸만 꼬치의 가격만 알려주는 아주머니다.


"알았어. 계속 드라마 봐."


 

식당으로 되돌아가 1개에 2위안 하는 양꼬치를 10개 주문한다. 식당 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다양한 꼬치들을 가득 쌓아놓고 먹고 있는데 무엇을 먹는지 알 수도 없고,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지글지글 양꼬치들을 숯불에 굽고 양념들을 조금씩 가미한 후.


 

건네받은 양꼬치, 한 개를 꺼내어 먹으니 맛과 향이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야, 이거 한국 양꼬치 집에서 먹는 맛과 다른데. 술 친구라도 있으면 배불리 가득 먹고 싶다."


 

양꼬치를 먹으며 숙소로 돌아오니 여전히 핸드폰 드라마를 보며 실없이 웃고 있는 아주머니. 양꼬치 다섯 개를 꺼내어 주었더니 괜찮다며 많이 먹으라고 한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양꼬치의 아쉬움.


"아, 쓰고 달달한 소주가 당기는 밤이네."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지만, 계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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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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