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4일 / 맑음 ・ 32도
투르가이-아스타나
아스타나로 향하여 4일간 달려왔던 여정이 끝나간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로 간다.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13,046Km
이동시간
8시간 34분
누적시간
951시간
70Km / 3시간 58분
64Km / 4시간 36분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부터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파블로다르에서부터 4일째 계속되는 바람이다.
"그만 불어도 되지 않니?"
간단히 세수를 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차를 마시자며 카페를 가리킨다. 정말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자신의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에 웃음으로 답하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필요할 때 연락을 하라고 한다.
"아저씨, 영어 못하잖아요. 하하하."
어젯밤 알리나의 가족이 놓고 간 상자 안에는 빵과 햄, 찐 감자, 삶은 계란, 오이 등등이 가득 들어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하지. 날씨도 더운데 난감하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식당의 여자가 사탕과 쿠키를 담아 건네준다.
"일주일은 먹겠어. 오늘 배고플 일은 없어서 좋긴 한데."
텐트를 정리하고 알리나의 가족이 준 음식들은 각각의 패니어에 나눠 담는다.
카우치서핑으로 아스타나에서 하루를 머무를 호스트 팀에게 연락을 한다.
"아스타나까지 123km가 남았는데 바람이 불어 늦어질지도 모르겠어. 늦은 저녁이나 내일 정도 도착할 것 같아."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하루가 늦어지면 호스트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고 도착이 늦어지면 숙소를 잡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오면 알려줘. 차로 픽업을 갈게."
"아냐. 오늘 안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게. 주소를 줘. 도착하면 연락할게."
팀의 집은 아스타나의 외곽에 있어 140km 정도의 거리가 찍힌다.
"야, 이게 부지런히 가야겠다."
바람을 이기며 15km씩 이동을 한다.
"남서쪽으로 가니 서남풍이 불어오네. 참 나."
길을 따라가던 중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던 커플은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생수통을 가리키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노, 노, 노, 노!"
사진을 찍은 후 남자는 꿀처럼 보이는 큰 유리병을 던지듯 건네주고 가버린다. 시골 할머니들이 아무리 사양을 해도 주머니에 돈을 꽂아 넣어 주며 괜찮다는 듯 웃어주는 그런 모양새다.
"아니,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지. 이러다 살아있는 말도 주는 거 아냐?"
어찌 됐든 여자를 데려가라는 몽골 사람들보다는 괜찮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은 너무나 과분할 정도이다.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아 하루를 머물며 신세를 지는 것이 숙소비를 절약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일정이 정확하지 않은 자전거 여행이다 보니 날씨나 자전거 트러블 같은 변수가 있어 도착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물론 하루나 이틀 동안 잠자리를 내어주고 음식 등을 대접하겠다는 호스트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덜 쓰겠지만, 어쨌든 한국 사람이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늦어지면 먼저 연락하고 숙소를 잡자."
15~18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50분 단위의 휴식으로 평상시보다 짧게 짧게 끊어간다.
"오늘은 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해."
패니어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어 치워야 한다.
날은 계속해서 더워지고 바람 때문에 조금 선선했던 이틀보다 7~8도가 더 올라간다.
배는 든든하게 부르지만 갈증이 밀려온다.
아주 멀리서 흰색의 승용차가 정차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몽골에서는 길 위에 차량이 정차되어 있으면 왠지 모를 피곤한 감정이 앞서들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그들의 친절함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역시나 밝게 웃는 커플이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차에서 한가득 음식들을 건네준다.
"아니, 많아요! 엄청 많이 있어요."
말이 안 통하니 웃으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표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갑게 냉장이 잘 된 빵과 과자, 포도 그리고 바나나까지 받아들 수밖에 없다. 하나를 먹으면 세 개가 더 늘어나는 음식들이다.
시원한 작은 포도로 갈증을 해소시키고 무르기 쉬운 바나나는 바로 먹어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모든 패니어에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어 더는 넣을 공간도 없다. 음식이라기보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이 맞는 표현 같다.
먹을 수 있는 만큼 감사하게 먹고, 남은 음식들은 호스트에게 주면 될 것이다. 문득 이쯤 되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국인을 도와주라는 방송이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 하릴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일 뿐인데."
어느 나라 사람들이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현재를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속의 바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하고 헛헛한 감정선 같은 것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만다.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나의 여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멀리 보이는 초원에서 불이 났는지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다.
"불이 났는가? 그건 그거고, 연기가 바로 올라가네."
"오호, 드디어 바람이 사그라드는 건가."
아스타나까지 70km 정도를 남기고 4일 동안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아, 시원한 물이 필요해."
아스타나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상태도, 갓길의 너비도 좋아지고.
"사비, 어디쯤 왔어?"
"50km 정도 남았어. 4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8시쯤 도착하겠다."
네트워크가 끊겨 연락이 안 되던 팀과 메시지를 교환하고 아스타나를 향해 달려간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톨게이트를 지나며 아스타나의 경계를 넘고 부쩍 혼잡해진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가 빨라지며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만 없으면 이렇게 좋은데."
천천히 아스타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차량의 통행이 많아질수록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씩 늘어난다.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들은 모두 상태가 안 좋다.
"이 지역들의 컨셉인가?"
공단 지역과 같은 아스타나의 외곽을 가로질러.
중국의 도시마다 들어선 화력 발전소와 비슷한 모양의 거대한 굴뚝을 지나고.
이스티나의 북동쪽 시내로 들어선다. 일단,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은 갈증이 밀려온다.
"오, 버거킹! 좋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슈퍼에 들러 음료수를 사들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덕에 시내를 둘러보고 팀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구글맵으로 아스타나의 시내를 검색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진을 찍자며 인사를 한다. 잠시 어딘가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은 참 편안하다.
근처에 있는 공원과 모스크를 구경하고 팀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잡는다.
전쟁 기념 공원을 지나.
웅장한 규모의 모스크, Hazrat Sultan Mosque으로 향한다.
유난히 깔끔하고 깨끗한 아스타나의 시내.
거대한 규모의 모스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우!"
아치형 돔과 네 개의 기둥, 흰색의 외관이 저녁의 햇볕을 받아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스크의 광장에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저팬?"
한 사람으로 시작된 '셀피'는 끊임없이 이어져 모스크의 모습을 감상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진조차 찍을 수가 없다.
자리를 옮겨 모스크의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이 모여들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다. 팀의 집으로 가자."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히고 질문에 대답을 하느라 다른 곳을 둘러볼 염두가 나질 않는다.
모스크를 빠져나와 팀의 집을 찾아간다.
모스크 옆에 위치한 공원을 지나치고.
작은 이심강을 건너.
2017년 엑스포가 열린 엑스포 광장으로 이동, 이곳은 마치 신도시처럼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해는 저물어 가고.
팀이 알러준 주소에 도착하여 메시지를 보낸다.
"팀, 나 왔어."
팀은 다시 자세한 주소를 구글맵으로 찍어주고, 그곳의 사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큰 키에 마른 체형, 환하게 웃는 얼굴이 친숙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은 친구로 느껴진다.
팀의 안내로 새로 지어진듯한 오피스텔의 19층 그의 집에 도착한다.
오늘 먼저 도착한 키프로스의 젊은 학생 커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프랭키 커플은 배낭 여행으로 1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고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 놓여있는 체중기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설마?"
하루 종일 물과 음식을 섭취하고 왔는데 60kg이 나온다.
"고장난 거 아니야?"
길 위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챙겨준 음식들을 팀에게 건네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함께 웃는다.
팀이 저녁으로 샐러드와 계란 후라이로 대접하고 차를 마시며 넷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천천히 말해라,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내 말은 너네들이 알아서 듣고 이해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그리고 키프로스와 터키,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멋진 곳들의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터키에서 10달러면 키프로스에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알았어!"
"응, 근데 하루면 다 구경할 거야."
12시가 되어 거실의 넓은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어 편하게 잠이 든다.
잠시 시내를 지나며 아스타나를 구경했지만 작은 도시 아스타나가 궁금해진다.
현재의 카자흐스탄에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듯한 아스타나는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다.
내일은 팀과 함께 논의를 한 경로를 따라 아스타나를 불러볼 생각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