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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차니-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러시아의 도시 중 가장 보고 싶었던 도시다.
조금씩 내리던 이슬비는 아침이 되어 멈추었다. 이제 밤이 되면 비가 내리는 날씨도 그러려니 포기한지 오래다.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 자료들을 정리하다 한국의 불합리한 상황에 버럭 화가 치민다.
"미친 세상 같지만.. 언제나 이런 상황들을 견디며 한 걸음씩 걸어왔잖아. 힘내라!"
10시 40분, 늦은 출발이지만 바람도 없고 괜찮은 날씨다. 9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부지런히 달려볼 생각이다.
"네 번의 라이딩으로 끝내자. 4시 정도!"
러시아에서 어느 도시가 가장 궁금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답할 것이다. 유럽의 문화권에 가까운, 바다를 품은 도시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이상한 모양의 도시 구조 그리고 무질서한 낙서처럼 이어진 도로들, 비좁은 도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혼잡하고 어렵다.
많은 도시들과 대도시를 지나쳐왔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는 외곽 도시의 도로는 그중 최악인 것 같다.
"방심했군."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교차로를 앞두고 길을 확인하는 동안 차량 한 대가 정차하며 뭔가를 제재한다.
"느낌이 안 좋더라."
도로 순찰대로 보이는 남자는 제복을 입었지만 경찰이나 군인의 복장은 아니다.
어딘가 전화를 하며 나와 여권을 사진촬영한다. 위압적이지도 않았고, 그 나라의 도로 상황을 모를 수도 있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한참 후 다른 차량이 오고,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내비게이션을 따라오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알려주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곳은 유료도로이다. 일반 도로로 가야 한다."
"알고 있다. 저기 보이는 도로로 벗어나려고 했다."
"맞다. 우리를 따라와라."
인터체인지를 조금 지나 차에서 내린 두 남자는 자전거를 들어 가드레일 건너편으로 옮겨주고 떠나버린다.
"땡큐, 스바시바."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밑을 지나 일반 도로로 가려니 작은 하천이 가로막고 있다.
"에쉬, 너네들 일부러 이런 건 아니지?"
앞은 하천, 뒤편은 도로의 가드레일로 막혀 진퇴양난이다.
"젠장, 이제 배까지 고프네."
첨탑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멋진 건물이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이다.
"춥고 배고프다. 일단 숙소로 가자."
"네가 겨울 궁전이냐?"
"저기 맞은편에 겨울 궁전이 있다는 말이지?"
삼겹살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찬물을 담은 물병을 가져다준다.
"역시, 냉수부터 나와야지. 제대로네."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쌈을 하고, 삼겹살의 양에 실망했지만 밑반찬 등의 맛이 한국에서의 음식과 똑같아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들어가니 입술이 따갑고, 몸에서 열이 나지만 너무나 좋다.
보바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바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곳에 살고 있는 보바의 친구 알렉산드르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일주일 정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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