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9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
몸과 마음이 무거운 날들은 계속된다. "그냥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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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되면 잠에서 깬다. 허벅지의 근육은 풀리지 않고 여전히 묵직하다.

마른 텐트를 정리하고, 오늘의 일정을 세우려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푹 쉬기로 한다.

"휴식만큼 좋은 것도 없겠지."

오늘도 춥고 흐린 날씨다.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해결한다.

이틀 전에 산 치킨을 잘라 전자렌즈에 돌리고.

빵과 함께, 조식으로 먹는 빵에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오후까지 자료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쓰고.

저녁이 가까워져 볼가강변의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간다.

20여 분쯤 거리를 걷자 화려한 첨탑의 교회가 나온다.

붉은 벽돌의 석조 건물, 기둥과 외벽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들이 경이롭다.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다."

건물을 돌아 작은 언덕을 오르자 종탑의 건물이 나온다.

교회로 들어가 50루블로 두 개의 양초를 사 들고, 예배당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금빛의 화려한 벽면과 샹들리에, 실내등이 꺼지고 청아한 찬송가 소리와 기도문을 읽는 소리가 이어진다.

작은 촛불을 들고, 수기로 쓰여진 작은 책을 넘기며 기도문을 읽는 여자, 그리고 예배당 안쪽에서 굵은 저음의 남자의 기도문이 이어진다.

짧은 기도문과 청아한 찬송가가 대화를 주고받듯이 이어진다.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20분, 30분, 40분.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있다면 무엇을 소원할 것인가.

촛불 하나를 켠다.

"그녀의 삶에 있어 나의 존재가 잠시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촛불 하나를 켠다.

"나의 삶에 있어 그녀의 존재는 언제나 큰 위안이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거리를 걷는다.

"도시가 예뻐도 문제네."

"독한 술에 취하고 싶은 날이다."

아침과 다르지 않는 저녁으로 식사를 하고.

"떠날까? 머무를까?"

"그냥 쉬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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