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6일 / 흐림・ 2도
사르미스카시-바기니
며칠 동안 계속되는 이상한 날씨에 싸늘한 겨울의 기온이 느껴진다. "갑자기 추워지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5,823Km
이동시간
5시간 59분
누적시간
1,14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사르미스
벨라브카
바기니
2,84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2도, 눅눅하고 추운 아침이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통이 시작된다.
"멋진 나무야."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할머니들이 나와 사과와 감자 등을 팔고 있다. 도로변 숲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내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본다.
"감사합니다."
신선한 사과는 달고 시원하다.
"멋진 나무야."
수줍게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어제 뜯겨져나간 패니어의 고리를 다시 붙여놓는다.
"이 정도면 대충 된 거지?"
아침으로 이글이 챙겨준 오트밀과.
립킨이 선물해 준 세 번째 통조림.
가지고 있던 오트밀을 더 넣어 양을 늘린다. 이글의 오트밀 팩은 과일이 들어가 새콤달콤하지만 그냥 오트밀은 아무런 맛이 안난다.
10시,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향하는 길을 출발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할머니들이 나와 사과와 감자 등을 팔고 있다. 도로변 숲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내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본다.
비가 멈추고 맑은 날이지만 묵직해진 페달링으로 속도가 나질 않는다. 한 시간을 달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꿀과 사과를 팔던 할머니가 어디서 왔는지 질문을 하며.
작은 사과 하나를 물에 씻어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신선한 사과는 달고 시원하다.
12시, 맑았던 하늘은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볼가강의 지류인 수하강을 건너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맞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어오고.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고, 삼삼오오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페로 들어간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인지 짐과 가방을 든 사람들이 많다.
이틀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탓에 식당의 메뉴를 본 순간 허기짐이 폭발한다. 이것저것 보이는 메뉴들을 주문하니 생각보다 밥값이 많이 나온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검은 구름이 빗줄기를 뿌리고 있고,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에쉬, 이제 라이딩을 해보려는데."
우의와 레인팬츠를 입고 있으니 차를 기다리는 남자가 '안녕'하며 한국 인사를 한다.
"한국어를 어떻게 하는 거야?"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다며 웃더니 핸드폰의 번역기를 보여준다.
남자와 악수로 인사를 하고 겨울 빗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의 느낌이 이상하다 생각할 때쯤 검은 아스팔트 위로 하얀 알갱이들이 튀어 오른다.
빗방울과 함께 작은 콩알만 한 크기의 우박이 떨어진다.
하늘은 변덕스럽게 비 내림과 멈춤이 반복되고, 우의를 입은 몸에서는 땀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사과와 감자를 팔던 도로변의 노점은 보바가 주었던 말린 말고기와 말린 생선을 판매하는 노점으로 바뀐다.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하늘은 완전히 회색빛의 비구름으로 감싸인다.
"잠시 지나가는 비구름이 아니네."
완전히 내려앉은 비구름은 끊임없이 빗줄기를 뿌리고, 손과 발은 비에 젖고 온몸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든다.
오늘 내로 멈추거나 벗어날 수 있는 비가 아닌 것 같다.
젖은 몸으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일찍 마무리를 해야겠다."
음식들을 사기 위해 다음 마을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한 시간여를 달려 오후 4시쯤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비를 피할 곳과 카페를 찾는 동안 마을의 도로변에는 사과와 호박 등을 파는 노점들이 길게 들어서 있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오늘은 고기를 좀 먹어야겠는데."
마을 빠져나오는 끝에 샤슬릭 메뉴들의 현수막을 붙여놓은 카페가 나타난다. 지나쳤던 자전거의 방향을 돌려 카페로 들어간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차림으로 들어선 카페에는 따듯한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포장해 갈 메뉴를 선택하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벽난로 앞으로 다가가 빗물에 젖어 얼어가는 몸을 녹인다.
주문을 하지 않고 벽난로 앞에서 화석처럼 서있으니 카페의 직원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샤슬릭을 포장해 달라고 주문을 하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말리라는 제스처를 한다.
신발과 장갑 그리고 온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아, 따듯해. 가기 싫다."
패니어에 샤슬릭과 카페의 직원이 추천해 준 맥주를 매달고 야영을 할 곳을 찾아 빗속을 달려간다.
따듯한 샤슬릭에 시원한 맥주를 마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쁘다.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 주변의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적당한 위치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고.
비에 젖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텐트를 설치한다.
"밤새 내리지는 않겠지?"
비냄새, 흙냄새 그리고 자작나무와 풀들의 내음이 비에 젖어 진하게 올라온다.
샤슬릭과 맥주로 저녁을 해결하고, 통신도 끊기고 손도 시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자작나무를 타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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