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6일 / 흐림
브레조비모스트-바칼
계속해서 산을 넘어가야 하는 구간인데 날씨마저 도와 주지를 않는다. "산은 괜찮은데 비는 힘들어!"
이동거리
42Km
누적거리
14,655Km
이동시간
3시간 42분
누적시간
1,066시간
75k도로
바칼
12Km / 1시간 20분
30Km / 2시간 22분
브레조비
사트카
바칼
1,67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일찍 잠들어서 인지 6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깨었다. 밤새 내리던 비는 계속해서 추적추적 이어진다.
맛있는 아침 여분의 잠이다. 9시가 넘어 눈만 동그랗게 뜨고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통신만 되면 좋으련만."
비에 젖은 텐트의 내외피를 분리해서 정리하고, 겨울용 이너웨어 상의, 겨울용 긴 양말을 꺼내어 착용했다.
"오늘은 그냥 산골 마을들이나 구경할까."
비를 맞으며 달리는 것도, 하루 종일 숲길을 달리는 것도 귀찮아지는 날이다. 요즘 기분이 그렇다.
"이런 곳에 어떻게 호수가 있지?"
형형색색 원색의 나무집들이 너무나 예쁘다.
"푸틴? 그냥 자전거 타고 모스크바에 가고 있어요."
내가 외국인의 얼굴이 구별이 안 가듯 그들도 그럴 것이다. 재미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가죽점퍼를 입은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투어리스트냐며 말을 건다.
"나한테 60루블 줄 수 있어?"
"싫은데! 할머니가 나한테 준 건데."
호수의 주변으로 놀이공원 같은 곳이 들어서 있다. 작은 산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지만 놀이공원의 모습은 마을과 너무 잘 어울린다.
아마도 휴가철 피서객들을 위한 시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을의 뒤편 높은 산은 골재를 채굴하는 곳인지 커다란 산은 하리가 잘린 듯 평면으로 변해있었다.
아름다운 공주가 갇혀있을 것 같지 않고, 아주 고약하고 생질 못된 스크루지 영감이 살고 있을 것 같다.
"들어가 보고 싶네."
내 생각엔 러시아인들은 타인에 대해 무신경하거나 무심하지 않다. 단지 관심이 있으면서도 선뜻 웃으며 다가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웃고 싶은데 애써 무표정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곳이 마을 중심이구나."
겹겹이 쌓여있는 산길들을 오르고 내려간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비밀의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호수다.
"와, 여기서 캠핑할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비 오는 날의 오후 4시, 호수변에서 캠핑을 하며 여행기를 쓰고 싶지만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아깝다."
구글맵으로 바칼 마을을 검색했지만 메인도로 M5로 이어지는 도로는 마을을 지나치지 않고 마을의 초입에서 갈라진다.
바칼 마을의 중심은 도로에서 조금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메인도로 M5까지 15km 정도의 거리지만 오늘은 라이딩을 일찍 마무리하고 싶다.
"마을 안쪽으로는 못 들어 가겠다."
"내려가자."
바베큐만을 포장해서 나가려 했던 마음이 한순간 흔들린다.
"여기 숙소가 있어? 얼만데?"
갑자기 분주해진 남자를 따라가니 숙소비 안내판을 가리키며 방들을 설명한다.
"젤 싼 거? 600루블?"
조금 비싸다 생각이 들어 방을 보여달라 요청을 하고, 프런트 직원을 따라가니 침대가 하나 겨우 놓인 모서리 작은방이다.
"깨끗한데, 비싸다."
"편히 쉬자. 다 젖었잖아."
새로 지어진 건물인지 따듯한 물도, 샤워장도 제법 괜찮았다. 오랜만에 이태리 타월로 때도 밀어보고, 발바닥의 각질도 밀어본다.
"아, 누가 시원하게 등 좀."
정말 오랜만에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깨끗한 식당으로 내려가 저녁을 주문한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며 먹었던 바베큐 중 가장 완벽한 음식인 것 같다.
"내일 아침에도 먹어야지."
"몇 도야?"
다시 침낭을 끌어당겨 몸을 집어넣고 잠들었다.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잤으면 좋겠다.
맛있는 아침 여분의 잠이다. 9시가 넘어 눈만 동그랗게 뜨고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통신만 되면 좋으련만."
"아침이나 먹자."
라면, 예브게니 아저씨의 잼을 발라 햄과 함께 빵으로 아침을 먹고.
따듯한 커피 한 잔으로 오랫동안 비가 내리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본다.
비에 젖은 텐트의 내외피를 분리해서 정리하고, 겨울용 이너웨어 상의, 겨울용 긴 양말을 꺼내어 착용했다.
"오늘은 그냥 산골 마을들이나 구경할까."
비를 맞으며 달리는 것도, 하루 종일 숲길을 달리는 것도 귀찮아지는 날이다. 요즘 기분이 그렇다.
12시, 짐들을 정리하고 메인도로로 나왔다. 안개비와 함께 지나치는 화물차들이 물보라를 흩날리고 있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8km 정도 떨어진 호숫가 마을 사트카(Satka)로 향한다.
경사가 높은 긴 오르막을 오르고 들어선 마을의 초입에 다시 급경사의 높은 언덕이 이어진다.
계속되는 언덕들.
"이런 곳에 어떻게 호수가 있지?"
형형색색 원색의 나무집들이 너무나 예쁘다.
두 번째 언덕을 넘자 내리막길 주변으로 마을의 중심이 나타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슈퍼를 찾아 음료와 빵 등을 사들고 나왔다.
푸틴을 만나러 가는지 묻는 할머니와 사진을 찍고, 할아버지를 다그쳐 할머니는 100루블을 후원해 주었다. 나의 기사를 봤다는 할머니는 다른 아시아 여행자와 혼동을 하시는 것 같다.
"푸틴? 그냥 자전거 타고 모스크바에 가고 있어요."
내가 외국인의 얼굴이 구별이 안 가듯 그들도 그럴 것이다. 재미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가죽점퍼를 입은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투어리스트냐며 말을 건다.
"나한테 60루블 줄 수 있어?"
"싫은데! 할머니가 나한테 준 건데."
주변을 맴도는 남자에게 빠이를 외치며 자전거를 출발시켰다.
호수의 주변으로 놀이공원 같은 곳이 들어서 있다. 작은 산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지만 놀이공원의 모습은 마을과 너무 잘 어울린다.
아마도 휴가철 피서객들을 위한 시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놀이공원 옆으로 클래식한 건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구글맵에는 식당으로 검색이 되는데 고풍스러운 건물의 느낌 때문에 선뜻 안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고급 레스토랑 같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없을 것 같다.
호수의 주변으로 연이어 고풍스러운 목석조 건물들이 이어진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커다란 골재공장 같은 곳을 돌아 호수의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마을의 뒤편 높은 산은 골재를 채굴하는 곳인지 커다란 산은 하리가 잘린 듯 평면으로 변해있었다.
마을 쪽과는 달리 호수의 건너편은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고, 호수변의 고풍스러웠던 건물들의 실루엣과 조용한 호수의 모습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쁜 산골 마을이네. 평화롭다."
호수 가운데 떠있은 오래된 건물들이 보여 이도했지만, 그야말로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작은 성처럼 보인다.
"누가 사는 집일까? 펜션인가? 마녀? 공주?"
아름다운 공주가 갇혀있을 것 같지 않고, 아주 고약하고 생질 못된 스크루지 영감이 살고 있을 것 같다.
"들어가 보고 싶네."
호수변에는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상한 일이지만 무뚝뚝한 러시아인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푸근한 인상으로 잘 웃으며 반겨준다. 예브게니 아저씨처럼 말이다.
내 생각엔 러시아인들은 타인에 대해 무신경하거나 무심하지 않다. 단지 관심이 있으면서도 선뜻 웃으며 다가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웃고 싶은데 애써 무표정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할아버지들 옆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가야 할 산길이 먼데 그냥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다.
구불구불 오르고 내려가는 마을길을 따라가니 호숫가 마을보다 훨씬 큰 마을이 나온다.
"이곳이 마을 중심이구나."
마을의 외곽을 따라 15km 떨어진 다음 마을 바칼로 향한다.
겹겹이 쌓여있는 산길들을 오르고 내려간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앞으로 보이는 도로의 끝이 한없이 위로 올라가 있는 곳이 나오고.
도로변의 나무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빛의 호수, 푸른 옥빛의 물빛이 궁금하여 자전거를 끌고 숲으로 들어간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비밀의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호수다.
"와, 여기서 캠핑할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비 오는 날의 오후 4시, 호수변에서 캠핑을 하며 여행기를 쓰고 싶지만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아깝다."
다시 도로변으로 나오고.
요거트에 건포도를 넣어 간식을 먹고,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구글맵으로 바칼 마을을 검색했지만 메인도로 M5로 이어지는 도로는 마을을 지나치지 않고 마을의 초입에서 갈라진다.
바칼 마을의 중심은 도로에서 조금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메인도로 M5까지 15km 정도의 거리지만 오늘은 라이딩을 일찍 마무리하고 싶다.
"마을 안쪽으로는 못 들어 가겠다."
하늘 높이 치솟은 언덕을 오르고.
언덕을 돌고, 돌고.
작은 마을의 초입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슬비와 땀으로 온몸은 엉망으로 흥건하고.
잠시 쉬자니 빠르게 땀이 식으며 한기가 스며든다. 땀으로 범벅이 된 레인팬츠를 벗어버린다.
다시 구불구불한 언덕들을 오르고 올라 안개비에 완전히 감싸인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내려가자."
산의 내리막을 시원하게 달리는 동안 짙어진 이슬비에 바지와 온몸이 모두 젖어들고, 작고 아담한 산골 마을을 지나쳐 6시가 되어서야 메인도로 M5에 도착했다.
들어선 교차로에 지도로 검색되지 않던 현대식 카페가 들어서 있고, 카페의 간판이 시선에 들어오자 뱃속이 요란하다.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하는 깨끗한 카페, 메뉴를 둘러보려는 순간 여자 직원이 잠을 자는 시늉을 하며 질문을 한다.
바베큐만을 포장해서 나가려 했던 마음이 한순간 흔들린다.
"여기 숙소가 있어? 얼만데?"
갑자기 분주해진 남자를 따라가니 숙소비 안내판을 가리키며 방들을 설명한다.
"젤 싼 거? 600루블?"
조금 비싸다 생각이 들어 방을 보여달라 요청을 하고, 프런트 직원을 따라가니 침대가 하나 겨우 놓인 모서리 작은방이다.
"깨끗한데, 비싸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식당과 프런트를 오가며 결정을 못 하고.
"편히 쉬자. 다 젖었잖아."
직원들 도움으로 자전거는 외부 창고에 넣어두고, 숙소의 샤워실에서 샤워를 했다.
새로 지어진 건물인지 따듯한 물도, 샤워장도 제법 괜찮았다. 오랜만에 이태리 타월로 때도 밀어보고, 발바닥의 각질도 밀어본다.
"아, 누가 시원하게 등 좀."
정말 오랜만에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깨끗한 식당으로 내려가 저녁을 주문한다.
"그림판이다!"
볶음밥과.
시원한 맥주.
그리고 직원이 추천해 준 300루블 바베큐.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며 먹었던 바베큐 중 가장 완벽한 음식인 것 같다.
"내일 아침에도 먹어야지."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 시달렸지만 러시아 산골 마을은 뭔가 매력이 있다. 가끔씩 메인도로를 벗어나 작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지나쳐 봐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러시아(19.08.28~1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8. 벨라야 강변의 캠핑, 우파에 도착하다. 2019.09.04 (0) | 2019.09.05 |
---|---|
#217. 아, 심! 아름답다. 2019.09.03 (0) | 2019.09.04 |
#215. 우랄산맥, 산과 산 그리고 산을 넘다. 2019.09.01 (0) | 2019.09.01 |
#214. 첼랴빈스크를 떠나 우파로 향하다. 2019.08.31 (2) | 2019.08.31 |
#213. 첼랴빈스크, 비오는 날의 하루. 2019.08.30 (0) | 2019.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