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22일 / 맑음
주보보-스타로쿠르마세보
일다 가족과 보낸 주보보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우파를 떠난다. "다스비다니아!"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15,012Km
이동시간
6시간 30분
누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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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일다의 동네를 산책한다. 만연한 가을의 냄새와 정취가 느껴진다.

"러시아에서 봐도 예쁘네."

엘비나는 아침으로 오트밀을 내어주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오트밀은 달달한 맛이 좋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난 처음 먹어보는데,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다이어트식으로 먹나 봐."

"오트밀은 장을 청소해 준다. 좋은 음식이야. 한국에서는 아침에 뭘 먹어?"

"한국은 삼시 세끼 밥과 국이야."

"오, 힘들겠다."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일다의 가족도 외출을 하려는지 분주하다.

"오늘은 바쉬코르토스탄의 대통령 선거가 있어."

"어디서 투표를 하는 거야?"

"학교에서 투표를 한다."

러시아의 투표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뭔가 번잡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일다, 모두 모여서 사진을 찍자."

대문까지 모두 마중을 나와 할머니, 일가, 엘비나 그리고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주보보를 떠난다.

"다스비다니아!"

이틀 동안 러시아 말을 가르쳐주려던 할머니의 가르침대로 인사를 한다.

"4년 후에 한국에서 봐."

마을 입구의 슈퍼마켓에 들러 비상식을 사들고, 삼일 전 샤슬릭을 포장했던 식당에 들어가 플롭을 포장하다 카운터 위에 곱게 올려진 샤슬릭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 덩이를 포장한다.

"유혹 당하고 말았어."

우파의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기 전 핸드폰을 확인하니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뭐냐? 또 속은 거야?"

첼랴빈스크의 MTC 매장에서 확인했지만 다시 400루블의 충전(발란스)을 하라는 메시지가 떠있다.

"@#$%%#@!"

러시아 여행의 불편한 점은 러시아인들의 무뚝뚝함, 어떤 의미에서 불친절함이 묻어있는 그들의 표정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배려가 없어 보인다.

"이번엔 유심을 바꾸고 만다."

끊겨버린 네트워크가 신경에 거슬리고, 도로변의 주유소를 보며 데이터 충전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이 도로의 작은 턱에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자전거가 넘어간다.

도로 바닥에 넘어지고 손바닥이 까졌다.

"젠장할!"

도로변의 경계선이나 작은 턱을 넘을 때 사선으로 밟지 않기 위해 항상 주의를 기울였지만 새로 교체한 폭이 넓은 타이어를 너무 믿었나 보다.

병적인 집착이지만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이나 인지하고 있던 범위에서 벗어난 상황이나 변수에 대해 끔찍하게 싫어한다.

게으른 성격 탓에 어떤 상황을 대비하며 예상하거나 특별히 기대를 하며 바라는 것이 없지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때의 불쾌감은 아직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파의 외곽을 벗어나기 전, 메인도로를 벗어나 작은 마을로 들어간다. MTC의 매장은 검색되지 않지만 KFC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핸드폰 매장이 있을 것 같다.

작은 마을로 들어가 붉은색 물방울 로고를 찾고.

매장에 들어가 인터넷이 안된다는 제스처를 해보지만 직원은 영어를 못한다는 제스처를 하며 시선을 외면한다.

"정말 불쾌한 얘들이야. 웃자, 웃어!"

쉼 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쉬고, 다른 여직원에게 핸드폰으로 구글을 시행시켜 구글 번역기를 켜달라 웃으며 부탁한다.

"너네들이 아무리 시크해도, 내가 웃게 만들고 만다."

"유아 러시안, 암 꼬레안!"

설명대로 구글 번역기를 실행시켰지만 어플이 아니라 음성인식 기능이 없다.

"오! 잉글리쉬. 잉글리쉬."

"네트워크가 안된다. 데이터 무제한 유심카드를 사고 싶어."

"인터넷 노 리미팃?"

"어. 노리밋 인터넷!"

여직원은 500루블의 상품을 가리킨다.

"노 리밋 인터넷?"

계속해서 제스처를 하며 물으니 그제서야 여직원들이 웃기 시작한다.

여권 정보를 기재하고 가입서류 같은 것에 사인을 하라고 한다.

"오, 뭔가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유심을 교체하고 번역기를 사용하여 다시 한번 사용기간과 데이터 무제한임을 확인한다.

"이번에도 속이면 러시아에서는 인터넷 없이 산다."

마을의 중심이 시끄럽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행사가 있나?"

늦은 출발과 유심 문제로 시간이 많이 지체됐지만 궁금한 것은 못 참는다.

입구에서 풍기는 샤슬릭을 굽는 연기와 냄새가 유혹의 손짓을 하고.

"시장이네. 장 날인가 보다."

장터거리의 중간쯤 작은 공연 무대에서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며 공연을 하고 있다.

장터의 끝까지 돌아보지만 꿀이나 묘목 등이 주로 판매되는 시장은 딱히 특별한 것이 없다. 다시 공연 무대로 돌아오니 두 여자아이가 악몽의 크리스마스 OST에 맞춰 독특한 춤을 추고 있고, 곧이어 모자를 쓴 15여 명의 소녀들이 단체 무용을 이어간다.

어릴 적부터 발레나 무용을 한다는 러시아 소녀들의 몸짓이 남다르다. 전문적인 군무는 아니지만 멋진 공연이다.

가끔 한국의 광장에서 K-팝 공연을 하거나 춤을 추는 아이들의 공연을 구경하며 현란하지만 어설픈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씁쓸했던 생각이 스쳐간다.

시장 입구의 노점에서 다시 마음의 흔들림을 다잡고 길을 출발한다.

"가을이네. 하늘과 바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침으로 먹은 오트밀은 역시나 금세 꺼지고 출출함이 느껴진다. 페달링도 신이 나질 않고 도로변에 앉아 아침에 사온 샤슬릭과 플롭으로 허기를 채운다.

"저녁에는 뭘 먹지?"

우파의 외곽을 돌아가는 길은 꽤나 길게 이어진다. 새로 장착한 슈발베 마라톤 GT 타이어가 버겁게 느껴진다. 겨울과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 폭이 넓은 타이어를 선택했는데 역시나 구름성이 떨어진다.

"왠지 지루한 하루다."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그리고 러시아까지, 8개월 가까이 넓은 나라의 초원과 평야를 주로 달려온 탓인지 여행의 지루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캠핑을 할 지역에 가까워지며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메인도로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간다.

8시가 가까워지며 붉은 해가 떨어지고.

마을 입구의 슈퍼에서 떨이로 판매되는 통닭과 1리터 맥주를 저렴하게 구매를 했다. 슈퍼에서 파는 수제 맥주는 저렴하고 맛이 좋다. 1리터에 1,800~2,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석양빛을 감상하며 적당한 캠핑 자리를 찾고.

작은 마을 앞, 도로변의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어둠이 내려앉아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네트워크도 끊겨있어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조용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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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21일 / 맑음
우파-주보보
일다의 집에서 그의 가족들과 하루를 보내기 위해 주보보로 간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4,927Km
이동시간
2시간 17분
누적시간
1,08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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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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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장소
 
주보보
 
 
1,94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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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다. 일다에게 오후에 집으로 가겠다 메시지를 보내고 게으른 아침 시간을 보낸다.

남은 계란과 햄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짐들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시내를 둘러보고 일다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바쉬코르토스탄의 엽서를 사 볼까."

시내에 있는 서점을 검색하고.

바쉬코르토스탄 공화국의 중심, 0점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놓여있다.

첫 번째 서점에 들러 우편엽서를 찾았지만.

도시의 안내 카드 같은 것만 있고, 우편엽서는 찾질 못했다.

두 번째 서점 역시 같았다.

"요즘에 누가 우편엽서를 찾겠어."

시내에 있는 작은 공원에 앉아 결혼사진을 찍는 모습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일다의 집으로 향한다.

이틀 전에 왔던 길이라 익숙하다. 주보보, 일다의 집은 우파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외곽의 작은 마을이다.

2층 구조의 집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조용한 마을 주보보.

시장을 보고 오는 일다의 가족과 집 앞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일다의 집은 2층의 단독주택을 2가구가 나눠 사용하고 있다. 집의 뒤편으로 작은 텃밭을 갖추고 있다.

세 명의 남자아이를 기르고 있는 일다의 부부는 외할머니와 함께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2살과 5살의 남자아이를 키우는 집답게 여기저기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고.

얌전한 편이지만 사내아이들의 장난스러운 천방지축은 어쩔 수 없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나오자 일다의 아내 엘비나가 묻는다.

"벌써 끝난 거야?"

"응? 한국 남자는 5분이면 충분해."

"우리는 오리들처럼 물을 좋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다는 저녁으로 바베큐를 한다며 준비를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상어가족이면 정리가 된다.

일다가 고기를 굽는 동안 아이들과 놀아주고.

엘비나, 일다와 사진도 찍고.

러시아 가정의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닭날개 바베큐, 감자, 버섯과 호박, 토마토절임, 고수와 우크롭, 마늘쫑 절임 등.

엘비나는 한국에 크림우유가 있는지 물어본다.

"한국에 요거트는 있는데 러시아처럼 맛있지는 않아."

"이건 요거트가 아니야."

"응?"

계란 머랭처럼 부드러운 크림 스메따나(сметана).

신우유 키피르(кефир)는 설탕을 넣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이건 보드카를 마시고 다음날 먹으면 그만이겠다."

"맞아. 키피르도 좋지만 술을 마신 다음날에는 뜨보록(творог)이 더 좋아.

"뽀보록?"

러시아의 슈퍼에는 유제품들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모두 맛이 좋다.

"여기 주소가 어떻게 돼?"

주소를 따라 그리며 러시아어를 쓰는 법을 배우고, 한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었다.

"러시아 글자 너무 어려워."

러시아 글자 중 Д, Л를 쓰는 법 그리고 У와 Ч의 차이점을 배운다. Л는 ^ 모양의 쓰면 되는데 대문자는 크게 쓰면 된다.

그 모습을 보더니 엘비나가 다가와 꼬불꼬불 한 필기체를 쓴다.

"이건 뭐야? 다 똑같잖아."

몽골어와 러시아 필기체는 모두 똑같아 보인다.

"이걸 읽을 수 있는 거야?"

"사람마다 필기체가 다르지만 읽는데는 문제가 없어. 하지만 의사들이 적는 내용은 우리도 읽을 수가 없어."

아들의 의료기록부에 적힌 글씨는 완전히 낙서처럼 보였다.

서로의 언어를 써보며 깔깔거리며 웃는다.

"우리는 В나 Б 모두 ㅂ이야."

일다의 발음이 다르다는 것은 알겠는데 따라 하면 모두 브가 된다.

"야, 너도 해봐. 우파!"

한글 번역기를 주고 우파의 발음을 해보라고 하자 모두 오빠로 번역된다.

"오빠 말고 우파라고 하라고. 하하하."

아무리 해도 그들의 '파' 발음은 '빠'로 번역된다.

서로의 글과 발음으로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고.

벽에 걸린 일다의 어릴 적 사진과 그의 아들의 모습은 완전히 똑같다.

러시아의 소파들은 대부분 간의 침대로 변신을 한다. 엘비나가 거실의 소파로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인종, 언어, 문화, 종교, 가치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삶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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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20일 / 맑음
우파
첼랴빈스크를 떠나 우파로 오는 여정은 비로 인해 꽤나 어려웠다. 숙소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하며 우파를 산책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4,910Km
이동시간
2시간 36분
누적시간
1,085시간

 
자전거정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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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우파
 
우파
 
 
1,92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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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다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9시면 잠이 깬다.

짙은 구름이지만 일기예보처럼 오늘 하루는 맑을 것 같다.

"러시아 얘들, 낙서 좋아하네."

어제 정비를 했던 튜브는 예상대로 바람이 빠져있다. 역시 본드는 돼지표 오공본드가 최고인 것 같다.

"오늘은 반드시 타이어를 바꾼다."

게스트하우스에 식용유가 없다. 첼랴빈스크의 호스텔보다 시설이 좋지만 주인이 관리하던 곳과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소시지 기름으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빵과 함께 아침을 해결한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날에는 이런 아침도 썩 괜찮은 것 같다.

"촌놈이, 어메리칸 스타일이라니."

세탁한 빨래들은 아침 햇볕에 잘 건조되고, 노란색 수건이 얼룩덜룩 검은 물이 들었다.

"월터, 힘들어? 얼굴이 왜 커졌냐?"

예브게니 아저씨는 낚시와 사냥을 갔다 왔다고 한다.

"군복을 참 좋아한다."

안드레는 연락이 전혀 안된다. 스마트폰도 이메일도 없는 친구라 연락할 방법이 없다. 며칠 후면 안드레의 마을에 도착하는데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오까지 그냥 시간을 보내다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일단 자전거 샵으로."

"이번엔 느낌이 좋은데."

매장에 들어가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를 찾자 직원 중 한 명이 영어를 한다.

"드디어 찾았다."

"앞 쪽도 바꿀까."

출고되자마자 전국일주를 시작을 15,000km를 달린 타이어를 교체한다.

"수고했다!"

능숙하게 타이어를 교체하고.

청소를 해준다.

작은 컵에 에스프레소 한 잔도 내어주고.

장력이 늘어난 변속기 속선을 재조정하여 변속기도 점검한다.

"귀찮아서 브레이크 패드도 교체 안 하고 있는데."

깨끗하게 정비를 해준 직원과 사진 한 장.

탱탱해진 타이어를 달고 시내 구경을 시작한다.

"날씨 좋다."

도로의 끝으로 보이던 정교회에 도착한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 사이로 우뚝 솟은 교회의 첨탑과 하늘색 교회가 너무 예쁘다.

교회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신부 한 분이 지나가며 살며시 모자를 벗겨준다.

"땡큐."

잠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교회 내부의 샵으로 들어가 양초 하나를 사 들었다. 50루블.

"어떤 신이든 상관없으니, 그녀의 삶이 건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바쉬키르야 공화국의 상징이자 영웅인 Salavat Yulaev의 기념비가 있다는 언덕으로 이동한다.

우파는 바쉬코르토스탄, 바쉬키리야 공화국의 수도이다.

벨라야 강변의 모스크를 구경하고.

도심 곳곳의 작은 공원들을 지나.

강변의 공원으로 들어간다.

가족들과 연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공원.

"연인의 다리라나."

"다 풀어놓고 싶다."

벨라야 강의 전경과 푸른 평야의 나무숲을 보며 따듯한 햇볕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도심 어디를 가든 공원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처럼 보이지만 이젠 이런 자연스러운 길들이 익숙하고 좋다.

러시아의 초원에서도 나무가 자라는 곳은 그대로 두고 평야를 일군다. 우리 같으면 나무를 밀어버리고 반듯하게 농지정리를 할 것 같은데, 숲과 나무가 귀한 초원지역이라 그런지 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구불구불하게 피해서 밀밭이 들어서 있었다.

전망이 좋은 언덕에 위치한 공원에는 젊은 연인들과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들 그리고 아이들을 거느린 가족들이 많다.

언덕의 끝에 세워진 Salavat Yulaev의 기념비는 벨라야 강과 평야의 넓은 나무숲을 바라보고 있다.

벨라야 강과 나무숲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혼부부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이리저리 자전거를 옮겨주고, 짧은 틈을 이용해 자전거 사진도 찍고.

"아, 풍경은 좋은데. 여기저기 염장 커플들 뿐이네. 밥 먹으러 가자."

숙소 방향으로 이동하며 시내를 둘러보고, KFC 앞에서 여러 식당을 검색하다 샤슬릭으로 결정했다. 언제나 결론이 똑같은데 고민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작은 모스크가 있는 카페는 이슬람 옷차림을 한 무슬림들이 많다. 여직원은 모두 스카프와 히잡을 쓰고 있다.

카운터 옆으로 마련되어 있은 바베큐 메뉴들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없던 결정 장애가 발생한다.

"가격도 저렴하네. 이거 하나, 저거 하나 아니면 저거 하나."

구글 후기에 사람들이 먹은 야채와 채소들이 올려진 메뉴를 보고 같은 것을 주문했다. 500루블, 만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맛이 궁금하다.

"기분도 꿀꿀하고, 먹자."

차와 함께 감자, 토마토, 가지, 호박, 양파들과 고기 그리고 얇은 밀전병 같은 빵이 올려져 있다.

작은 숯불 화로 위에 따끈하게.

특별한 감동은 없었지만 괜찮은 조합의 음식이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캔 맥주 한 캔을 사서 공원에 앉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일다의 집으로 가 그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것이다.

뭔가 감정적 피곤함이 계속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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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9일 / 흐림
우파
흐린 날씨, 휴식을 위해 우파 시내로 들어간다. "일다는 어디에 있는 거야?"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4,895Km
이동시간
2시간 07분
누적시간
1,083시간

 
일다
 
호스텔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우파
 
우파
 
우파
 
 
1,9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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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야 강변은 조용하고 편안했다. 안개비인지 이슬인지 모르겠지만 텐트가 젖어있다.

도시 근처지만 아무런 개발도 되지 않은 강변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여행 자료들을 조금 정리하고.

모닝커피를 끓이고.

요거트와 시리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우파에서 보낼 호스텔과 둘러볼 시내의 지역들을 검색한다.

첼랴빈스크처럼 우파의 모습도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부킹닷컴으로 시내 중심에 위치한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짐들을 준비한다.

텐트 정리 전, 패니어들을 장착하며 타이어를 살피니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며칠 조용하다 했다."

철심을 제거하고 펑크패치로 정비를 하고,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가 성능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접착력이 약한지 패치가 잘 붙지를 않는다.

1시 30분, 조금씩 흐려지던 하늘은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우기냐?"

우파로 들어가는 교차로를 지나.

시내를 향해 달려간다.

서서히 우파의 모습이 드러나고.

구불구불한 벨라야 강에 둘러싸인 우파, 첼랴빈스크와 달리 고층 건물들도 제법 솟아있다.

모래 퇴적층이 쌓인 곳은 자연 그대로 강변 공원을 만들고, 반대편은 시멘트 구조물로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중심으로 왼편이 구도시, 오른편이 신도시처럼 느껴진다.

도시 초입의 기념탑, 바쉬코르토스탄과 러시아의 우정을 상징하는 탑이라고 한다.

약간 언덕에 위치해 있어 벨라야 강변의 모습을 둘러볼 수 있다.

기념탑을 구경하는 사이 빗방울이 강해진다. 기념탑 공원의 나무 밑에 마련된 벤치에서 비를 피한다. 땅바닥까지 내려온 나뭇가지 덕에 비나 햇볕을 피하기 좋은 자연의 파라솔 같다.

"뽀뽀하기도 좋겠네."

우의를 챙겨 입고 나무 밑에 앉아 숙소로 바로 이동할지, 주변을 둘러볼지 고민하는 동안 일다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온다.

"어제 잠을 자느라 메시지를 못 봤어. 어디에 있어?"

한 시간 후에 휴식 타임이라는 일다에게 위치를 보내주고 숙소로 갈 생각이라 알려주니 자신에게 올 수 있는지 물어본다.

"비가 와서 못 가."

비도 문제지만 일다가 사는 마을로 돌아가고, 다시 시내로 들어올 수는 없다.

바로 숙소로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경로에 있는 공원들을 둘러볼 생각이다.

비가 내리는 날, 낯선고 좁은 구시가지의 도로는 정신이 없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누나와 일다의 메시지, 정말 정신이 쏙 빠져나간다.

조각상이 있는 작은 공원에서 누나와 통화를, 일다에게 답장을 하는 동안 길을 지나치던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는 아저씨는 연락처를 주고 사진을 찍자며 요청을 한다.

"아, 정신없어."

겨우 아저씨가 자리를 떠나고, 일다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사비, 어디에 있어?"

공원의 위치를 보내주고, 사진을 보내주니 20분쯤 후 일다가 공원으로 찾아온다.

"미안해. 내가 잠을 자느라 메시지를 아침에 봤어."

"괜찮아."

일다는 자신의 집에 와달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다음 목적지인 카잔으로 가는 반대편에 있는 일다의 마을을 가리키자 일다는 지도를 축소시키더니 일다의 마을을 지나 카잔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리키며 웃는다.

"하하하. 그래 그 길이 있네."

내일은 결혼식장에 간다는 일다에게 토요일에 집으로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사비, 메시지가 안되면 전화를 해줘."

"알았어."

일다와 헤어지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로의 신호등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반색을 하며 나에게 무엇을 하는지 영어로 물어온다.

"자전거 여행 중인데."

영어권의 사람들처럼 호들갑스러운 몸짓과 표정으로 놀랍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고서 명함을 받고 바쁘게 사라진다. 거리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나에게 쏠려버린다.

도로변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아마도 우파의 핫플레이스가 아닌가 싶다.

작은 공원의 멋진 분수대에서 젊은 남자아이와 대화를 하고.

"와, 정신없어!"

구시가지는 오래된 석조건물의 상가들 사이로 작은 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러시아의 구도시의 구조는 정말 마음에 든다. 단지 도로가 좁은 탓에 혼잡한 면이 있지만 산책을 하듯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벗어나 숙소로 이동한다. 곳곳에 있는 KFC 매장, 일단 좋은 도시다.

길게 뻗은 골목길을 따라가고.

관공서가 있는 공원을 지나.

숙소의 위치에 도착한다.

"아, 또 아파트형인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숙소의 주소를 보며 난감해 하자 1층에 있는 사무실의 유리창 너머로 한 아저씨가 숙소의 위치를 알려준다.

건물을 돌아 직접 밖으로 안내를 나온 아저씨를 따라간다. 아저씨의 사무실 옆, 좁은 계단의 2층 입구를 알려주고 아저씨는 사무실로 들어간다.

"스바시바."

깨끗한 인테리어의 숙소에서 쉽게 체크인을 하고, 하루를 더 연장해 결제를 한다.

샤워 후 세탁기를 돌리고, 슈퍼와 식당을 물어보고 밖으로 나간다.

화분들를 쌓아올린 묘한 구조물을 지나, 러시아 사림들은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쓰지 않는다.

트렌치코트와 비니, 후드티를 둘러쓴 모습이 꽤 멋지기도 하다.

"기분 전환으로 머리를 잘라볼까. 비싸 보이는데."

슈퍼에 들러 계란과 햄 등을 사들고.

숙소의 여직원이 알려준 식당은 찾지 못하고, 키르기스스탄으로 간 월터와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월터는 여자 친구와 함께 3,900미터의 설산을 트레킹하고 있나 보다.

숙소로 돌아와 햄과 계란 후라이로 저녁을 해결한다.

"꼭 하나씩 깨져있네."

휴식을 취하고 우파의 밤거리를 산책한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조도의 러시아 구도시의 거리 산책은 정말 마음에 든다. 커피숍과 맥주집, 카페들이 이어지는 도로변과 작은 공원들을 산책하고 돌아왔다.

"혼자,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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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8일 / 흐림
심-우파
우파로 향하는 여정, 우랄산맥의 끝자락의 산길들은 심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난 것 같다. 첼랴빈스크에서 만난 일다의 집을 찾아 우파로 향한다.


이동거리
133Km
누적거리
14,878Km
이동시간
7시간 30분
누적시간
1,081시간

 
E30도로
 
E30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장소
 
우파
 
 
1,89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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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흐리네."

짙은 구름이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아침으로 도시락 라면에 예브게니 아저씨의 돼지고기 통조림을 넣고.

예브게니 아저씨의 비상식 통조림이 모두 떨어졌다.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침낭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민달팽이들의 습격을 받은 텐트에서 달팽이 들을 떼어내고 짐들을 정리한다.

첼랴빈스크의 호스텔에서 만난 일다의 집까지 120km 정도가 남았다.

우파의 모습은 구불구불한 벨리야 강을 끼고 들어선 도시고, 일다의 집은 우파의 시내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외곽지역이다.

"일다의 집에 가기 전, 벨라야 강변에서 캠핑을 하자."


한 시간을 달리고 도로변의 첫 번째 카페에서 출출함을 달랜다.

"플롭과 빵으로 간단하게."

마지막 고개를 넘으며 구글맵으로 보이는 녹색 지대를 벗어났지만 산길은 계속 이어진다. 우파까지 100km 정도가 남았다.

드넓은 초원에서 들어선 산길, 이 산길의 끝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다시 초원이 이어질까,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까?"

길은 숲길이 계속되지만 도로는 평탄해진다.

며칠 동안 산길을 오르내리며 피로가 쌓인 다리가 무겁게 느껴진다.

근육을 풀듯 페달링의 흐름에 천천히 속도를 맞춰간다.

점심을 먹은 지 3시간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출출하다. 뭔가 부족하고 허전한 것은 마음인데, 그 허기를 먹는 것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플롭 한 그릇으로 공허한 무언가를 채워 넣는다.

오르고.

내려가고.

낮은 언덕들을 넘어가는 동안.

하늘의 풍경도 쉴 새 없이 변해간다.

요거트 간식을 챙겨 먹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기계적인 페달링이 이어진다.

멀리 지평선 끝으로 도시의 실루엣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아직 30km나 남았는데."

5시 30분, 산길이 끝나며 내리막길, 평탄해진 도로를 달려온 탓에 생각보다 일찍 우파에 도착할 것 같다.

우파를 20km 정도를 남기고 도로와 갓길의 상태가 좋아진다.

우파의 주변을 굽이굽이 돌며 흐르는 벨라야 강을 건넌다.

큰 강은 아니지만 벨라야 강은 유난히 구불구불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일다의 집과 우파로 들어가는 인터체인지, 일다는 우파 시내와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일다가 사는 마을로 들어가.

일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왔어!"

현재 위치를 왓츠앱으로 공유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도 일다에게서는 답이 없다.

일다가 알려준 주소로 집으로 찾아간다. 단층 구조의 현대식 집들이 가지런히 놓인 마을이다.

"이곳인데."

일다에게 위치와 메시지를 다시 보내고, 메시지는 확인 상태임에도 아무런 답이 없다.

"뭐지?"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여 더 기다릴 수 없어 벨라야 강변의 캠핑 장소를 찾아 출발을 한다.

일다의 마을을 벗어나기 전 카페에 들러 플롭과 샤슬릭을 포장한다.

"아, 미친다."

해는 예쁘게 지평선으로 내려앉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벨라야 강변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을 찾아갔지만, 골재 공장의 주변길은 막혀있다.

공장의 입구에 서서 차량들을 통제하는 아저씨에게 손짓을 하며 도움을 청한다. 구글맵을 보여주며 강변으로 갈 수 없는지 묻자 아저씨는 공장의 경비원처럼 보이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잠시 후 철문의 쪽문으로 들어가라고 알려주었다.

비가 내려 질퍽해진 흙길을 따라 벨라야 강의 방향으로 이동한다.

강변의 수풀 언덕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한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자리지만 날이 흐려 오늘은 조용할 것 같다.

샤슬릭과 플롭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조용한 강변에서 하루를 정리한다.

일다도, 안드레도 연락이 되질 않는다.

"러시안들, 왜 이러냐? 몰라,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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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7일 / 흐림
바칼-심
바칼의 숙소에서 보낸 짧은 휴식의 편안함이다. 계속되는 궂은 날씨, 산들을 넘어 우파로 향한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4,745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073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칼
 
장소
 
 
 
1,76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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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계속된다. 눅눅한 신발, 하루를 쉬고 싶은 게으름이 찾아든다.

식당에 내려가 플롭과 샤슬릭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을 준비한다.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고 출발하려 하자 안개비가 짙어진다. 우의와 레인팬츠를 꺼내 입자 숙소의 여직원이 싱긋 웃는다.

"180km, 80만 줄여놓자."

물보라를 흩날리며 지나치는 차량들의 움직임이 신경을 건드리고, 전방으로 보이는 하늘은 맑게 개어있다.

10분 정도 지나 비구름을 벗어나고 우의와 레인팬츠를 벗어던진다. 숙소가 있던 뒤편의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저 지역만 내리고 있었군."

가뿐해진 옷차림은 채 5분도 가질 못하고 다시 굵은 소나기가 내려 우의와 레인팬츠를 입어야 했다.

고개의 정상에 들어선 기념품 가게의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도로를 지나치며 고개의 정상마다 들어선 가게들의 판매 물품이 자동차의 배기통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생맥주 기계처럼 생겼다.

"이게 뭐야?"

계속해서 비는 오락가락 반복하며 내림과 멈춤을 반복한다. 땀과 함께 젖어드는 우의를 벗어버리고 싶다.

"벗으란 말이냐, 말라는 말이냐. 어쩌라고!"

맑게 갠 하늘을 향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달려간다.

6~7도 경사의 오르 내리막이 이어지고.

비구름을 완전히 벗어났는지 하늘빛과 바람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우의와 레인팬츠를 벗어버리고 쉬는 사이.

뒤편으로 검은 비구름이 몰려온다.

"도망가자."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을 2시간가량 오르고.

3시, 650미터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이제 내려가자. 힘들다!"

맑게 갠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내달리고.

다시 시작되는 짧은 오르막들, 며칠째 이어지는 반복 패턴에 종아리의 당김이 느껴진다.

오늘 지나가야 할 가장 높은 구간을 넘어서인지 이어지는 작은 오르막들은 쉽게 느껴진다.

한 시간 반을 더 이동하고 도로변의 카페에서 잠시 쉬어간다.

"러시아 느낌 난다."

카페에 들어가.

밥과 구운 돼지고기에 계란과 햄을 올려놓은 메뉴로 허기를 채운다. 러시아의 카페들은 생선이나 고기를 다져 만든 음식들을 꽤 먹음직스럽게 만든다. 저렴하고 맛도 좋다.

1km가 안되는 간격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5~6개의 구간을 지나며 다리의 근육은 완전히 풀어진다.

"그만해. 근력 운동도 아니고."

끝나지 않는 산길, 양치를 하며 기분 전환을 하고.

오늘의 목적지 심(Sim)을 가까이 두고 마지막 고개를 넘는다.

7시,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내리막 고개의 언덕 밑으로 심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고개를 넘는 차량들과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심의 전경을 구경하고 있다.

"와.."

작은 강이 마을의 중심을 지나가고, 평탄한 주위의 산에 둘러싸인 심의 모습은 저녁의 석양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2층 구조의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미니어처로 꾸며놓은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언덕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좋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어가 저녁으로 먹을 샤슬릭을 주문한다.

130루블의 바베큐를 두 조각 포장을 하고.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산 너머로 붉게 피어오르는 석양빛이 황홀하다.

우주 공간의 성운처럼 붉게 타오르는 고개를 향해 불나방처럼 정신을 팔고 달려간다.

"고개 정상에서 보고 싶다."

마음과 달리 고개를 오르는 페달링은 무겁기만 하고, 고개의 오르막은 숲을 향해 이어진다.

해는 떨어지고, 빠르게 어두워진다. 석양빛의 유혹에 쓸데없이 8km를 더 달리고 숲의 언덕으로 들어가 텐트를 설치한다.

포장해온 샤슬릭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하루를 정리한다.

"내일이면 산을 내려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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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5일 / 흐림
미아스-브레조비모스트
300km 넘게 남아있는 우파를 향하여 간다. 첼랴빈스크에서 우파로 향하는 구간은 우랄산맥의 끝자락이라 계속해서 산들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4,613Km
이동시간
8시간 11분
누적시간
1,062시간

 
E30도로
 
E30도로
 
 
 
 
 
 
 
40Km / 3시간 50분
 
43Km / 4시간 21분
 
미아스
 
 
브레조비
 
 
1,63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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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텐트의 천장을 두드린다. 다행히 밤사이 빗줄기는 굵어지지 않았다.

소나무 숲의 싱그러움이 한 층 더 진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요거트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떠난다. 일주일 동안 비 예보가 되어있듯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쌀쌀한 바람이다.

첫 번째 산을 내려가고 도로변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간다.

자작나무 사이 아주 작은 카페.

친절한 웃음의 할아버지에게 바베큐 메뉴를 주문하고 앉아있으니 텔레비전의 리모컨을 건네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니 종이 신문을 건네준다.

할머니는 소일거리로 뜨개질을 하는가 보다.

겨울에 신을 양말로 가격을 물어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사지는 못했다.

5,000원이 안되는 두툼한 바베큐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핸드폰 조작이 미숙한 할머니 덕에 한참 동안 인형처럼 웃고 있어야 했다.

사진이 잘 찍혔다며 할아버지는 좋아하신다.

연이어지는 산과 언덕들을 오른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멀리 또 하나의 산이 장벽처럼 들어서 있다.

아무래도 우파까지 이어지는 구글맵의 녹색지대는 이런 소나무 숲의 산악지형이 아닐까 싶다.

"우랄산맥의 끝자락인가?"

고개와 산들을 하나씩 넘어간다.

약하게 네트워크가 잡히는 작은 마을 앞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러시아의 음료는 과일 주스로!"

1리터에 900원 정도 하던 카자흐스탄의 콜라는 러시아에서 1,600원 정도로 비싸졌다. 대신 카바스나 과일 음료가 저렴해서 콜라를 대신하면 된다.

한 시간을 오르고.

추위와 달리 온몸은 땀으로 젖어들고.

잠시 자리에 앉아 쉬기조차 힘든 한기가 느껴진다.

"이제 좀 내려가는가?"

산을 오른 시간에 비해 너무 부족한 내리막을 내려오고, 산 중의 작은 호수들이 나타난다.

"산꼭대기에 호수라."

원색의 올드카가 놓인 카페로 들어가.

볶음밥을 주문했다.

"이거 어떻게 읽는 거야?"

"Плов, 플롭."

식당에 있던 젊은 남자는 따끈한 고기만두를 하나 선물해 준다.

볶음밥 두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자 여직원들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배고프다고."

길은 다시 산을 향해 이어진다.

한 시간 동안의 지루한 업힐, 짙은 안개비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 나무에 매달린 휴지와 천들이 바람에 날린 쓰레기인 줄 알았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매듭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중국이나 몽골처럼 붉고, 푸른 천을 묶어놓질 않고 러시아는 옷 갖 것들이 묶여있다. 휴지, 천, 운동화끈, 뭔지 모를 이상한 것들.

안개비가 주위를 감싸고 내려앉는다.

20분가량을 더 올라 산의 정상에 다다랐지만 안개비로 인해 시야가 완전히 가려진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구글맵을 여러 번 확인하여 질을 찾고, 조심스레 내리막을 달려 내려온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도로.

경사도는 조금씩 낮아졌지만 연이어지는 고개를 넘느라 허벅지와 종아리가 당겨온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인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오늘은 여기까지."

마을을 벗어나기 전 카페에 들어가.

빵과 함께 바베큐를 포장하고.

"에쒸, 너무 비싸게 판다."

44~49루블 정도의 칼스버그는 없고, 하이네켄을 80루블에 판매하고 있다.

맥주맛은 모르지만 녹색의 하이네켄을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맛보다 가격이고 칼스버그도 녹색이다.

바들바들 손을 떨며 하이네켄 하나를 사 들었다.

마을을 바로 벗어나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바로 숲으로 들어갔다.

캠핑 자리를 찾느라 어둠이 시작되는 숲을 헤매고, 신발과 바지가 흠뻑 젖어버렸다.

"에잇, 신발 어쩔 거야."

평평한 자리를 골라 텐트를 치고.

바베큐와 빵, 하이네켄 한 캔을 마치 두 캔을 마시는 것처럼 아껴서 마신다.

"아, 시원해."

하염없이 빗줄기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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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3일 / 흐림
첼랴빈스크
차가운 바람과 비가 내리는 하루, 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4,42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046시간

 
뒹굴뒹굴
 
뒹굴뒹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랴
 
첼랴
 
첼랴
 
 
1,44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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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영상 9도, 아침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우신을 쓴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두 겨울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계란과 햄을 꺼내어.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을 하고.

침대와 쇼파를 오가며 시체 놀이를 한다. 오후에 바람을 쐴 겸 숙소의 건너편 쇼핑몰을 구경하고.

"러시아에 없던데. 김태희?"

쇼핑몰 내 대형 슈퍼의 모든 코너를 아이쇼핑 하고.

저녁으로 먹을 볶음밥과 맥주를 사들고 나왔다.

캔맥주를 마시며 비둘기와 잠시 놀고.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잤다.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다시 슈퍼로 나가.

콜라와 물을 사고.

"카자흐스탄의 저렴했던 콜라가 그립다."

중국의 리즈훼이와 잠깐 동안 소식을 주고받고, 안드레에게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없다.

"러시아 미녀들은 다 어디에 있니?"

"모두 모스크바에 있어."

"아하!"

침대의 아래층 남자와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11시가 되어 저녁을 먹었다.

다스뵈이다를 보며 시시덕거리다 잠을 잔다.

초겨울의 날씨와 흐린 날씨가 계속된다.

내일부터 500km 정도의 우파를 향해 떠날 것이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1일 / 맑음
카예라크-첼랴빈스크
친절한 사람들과 끝없는 평온의 카자흐스탄 여행을 마치고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된다. "모스크바로 가자!"


이동거리
145Km
누적거리
14,397Km
이동시간
7시간 59분
누적시간
1,042시간

 
E123도로
 
E12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카예라크
 
트로잇
 
첼랴빈스
 
 
1,41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뭔가 몽롱하고 불편한 아침이다. 쌀쌀함이 온몸을 움츠려들게 만드는 아침의 기운, 텐트를 정리하고 국경을 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화물차들이 길게 줄서있던 국경 검문소의 앞이 한산하다.

흐린 날씨에 구름 사이로 해가 들어가며 초겨울의 한기가 느껴진다.

"아, 너무 추운데."

검문소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지만 빵 이외에 먹을 것이 없다. 1,500텡게가 남아있어 주유소의 편의점 역시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담배나 사자."

주유소에서 따듯한 물을 얻어 커피를 타 마시고 검문소의 작은 초소로 이동했다.

초소의 군인은 한국인이지 짧게 묻고는 확인증을 주고 검문소의 차단기를 올려주었다.

국경 사무실로 들어가니 두 개의 심사창구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질문도 없이 무난하게 출국 도장이 찍히고, 짐을 검사하는 군인도 자전거만을 훑어보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너무 심플한데."

카자흐스탄의 국경 검문소를 나오자 1km 정도의 거리에 러시아의 국경 검문소가 바로 이어진다.

앞서갔던 차량들이 줄을 서 있고, 검문소의 초소 앞에는 세 명의 남자가 서 있다. 세 명의 남자와 인사를 하고, 짧은 질문에 대답을 하는 동안 초소의 군인이 돌아와 출입국 카드를 건네준다.

웃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지만 신경 쓸 것도 없고, 그냥 무시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추위에 떨며 잠시 기다려야 한다.

"겨울 져지를 꺼내 입는다는 걸 깜박했네."

검문소의 차단기가 올라가고 함께 있던 세 명의 남자가 나를 부르고 검문소로 들어가며 초소의 군인에게 확인증을 받는다.

그들을 뒤따라 가며 확인증을 달라고 하자 세 명의 남자와 함께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뭐야? 일행도 아닌데."

세 명과 함께 국경 사무실로 들어가니 작은 실내의 러시아 사무실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함께 들어온 사람들은 그제서야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려고 볼펜을 빌려 달라고 한다. 세 명에게 볼펜을 빌려주고 기다리고 있으니 승용차로 이동하는 사람들 한무리가 사무실로 들어와 어수선해진다.

한 차량에 5~6명씩 이동을 하니 한두 대만 들어와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제법 많은 것이다.

볼펜을 빌렸던 일행들은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는 법을 모르는지 몇 가지 적을 것도 없는 내용을 채우느라 한 세월이다.

미리 대기줄에 서서 기다려도 출입국 카드 작성을 끝내지 못하고 7~8명의 사람들이 심사를 끝내는 시간까지 출입국 카드를 들고 씨름을 한다.

내 차례가 되어 세 사람을 불러도 오지를 않고, 어쩔 수 없이 다섯 명이 일행인 사람들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순서를 양보해 줬던 사람들이 심사를 받는 동안 일행들이 볼펜을 들고 내 뒤로 줄을 서고, 잠시 후 뒤에 줄 서 있던 남자가 우리 일행의 남자에게 뭔가 따지듯 언성을 높인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순서를 지키라는 말을 한 것 같고, 우리 일행은 내가 먼저 줄을 서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 같다.

내 뒤에 줄을 서 있어서 뻔히 순서를 알면서도 언성을 높이는 남자의 얼굴에 심술이 가득하다.

"I'm first!"

쓸데없는 일에 언성을 높이는 남자가 얄미워 한마디를 거들자 언쟁은 끝이 났다. 하지만 잠시 후 남자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다시 우리의 일행에게 언짢은 표정으로 언성을 높인다.

"정말 눈치 없는 여자네."

그녀의 얼굴에도 심술이 가득하고, 정말 얄미운 가족이다.

"아, 초소의 그 녀석은 왜 일행도 아닌데, 하나의 확인증으로 묶어서 이 난리를 만드나."

내 차례가 되어 심사관은 질문 하나 없이 무언가를 확인하며 비자를 찾는다.

"Koreans don't need a Russian visa."

짧게 대답을 하자 더 이상 질문은 없고 한참 동안 무언가를 뒤적거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계속 걸었다.

여직원이 먼저 나와 웃으며 남한인지, 북한인지를 묻더니 말이 안 통하자 웃으며 돌아가고, 다음에는 무표정한 남자 직원이 나오더니 내 여권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마치 '넌 이런 것도 처리를 못하니'라는 표정과 몸짓이다. 심사관은 잠시 밖에서 대기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국경인데,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

이미 분위기 파악이 끝난 상태라 예상되던 상황이다. 러시아의 무사증 협약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약간 헷갈릴 수 있는 내용이다.

'무사증 입국은 6개월 이내 최대 60일을 체류할 수 있고, 재입국 시 추가 30일을 체류할 수 있다.'

즉, 6개월 이내 최대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으며 1회 체류 시 6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 된다.

나는 첫 번째 입국에서 24일을 체류했고, 이번 입국에서 35일 정도 체류하고, 세 번째 입국 시 30일간 러시아를 여행할 계획이다.

무표정했던 남자 직원이 사무실에서 나와 여권을 심사관에게 넘기며 뭔가를 말하고 심사관은 나를 불러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일행의 가장 연장자였던 남자와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오자 짐을 검사하는 군인은 '포!'를 외치며 나머지 일행과 함께 오라고 한다.

"아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함께 오라는 제스처를 전달하자 일행의 남자는 미안한 듯 근무를 교대하는 심사관에게 뭔가를 설명한다.

무뚝뚝한 심사관을 따라가자 짐을 검사하는 군인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포'를 외치던 군인은 짐 검사도 없이 그냥 가라며 손짓을 한다.

"아싸뵤."

확인증도 없이 러시아의 입국 검문소를 지나치며 국경을 넘었다.

"모든 복잡함의 시작은 그 얄미운 녀석의 게으름에서 시작된 거야."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가 14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트로잇스크로 가자."

"첼랴빈스크까지는 거리가 애매하네."

생각보다 빠르게 국경을 넘은 탓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트로잇스크에서 하루를 쉴지, 첼랴빈스크 가까이 이동해서 야영을 할지 결정을 못 했다.

핸드폰 통신을 개통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트로잇스크로 이동한다.

"숙소에서 쉴까? 첼랴빈스크에서 다시 숙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트로잇스크의 시내로 들어가며, MTC 매장과 식당을 찾는다.

도로변의 가게들 중 찾고 있는 매장은 보이질 않고, 도시나 마을에 처음 들어가면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분위기를 구경하느라 다른 것들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수도원 앞의 작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많은 비둘기들이 모여있는 공원에서 시진을 찍고 있으니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인사를 하시더니 지갑에서 100루블을 꺼내주신다.

러시아인들은 평상시에는 무표정한 표정이지만, 대화가 오가면 표정과 어투가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식당이나 가게에서 마주하는 직원들이 처음에는 무신경하거나 불친절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러시아의 유심 카드를 패니어에서 꺼내고.

카자흐스탄의 유심카드는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넣어두었다.

"다시 동전과의 전쟁이 시작되는가."

ATM 기기에서 비상금을 보충하고.

MTC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 입구에 있는 결제 기기에서 충전을 할 수 있지만 러시아어로 서비스되는 자동화 기기는 패쓰하고.

매장의 남자 직원에게 테이터 충전을 문의해 충전을 마쳤다.

"15일 후에 다시 충전해야 하나요?"

전산을 확인하더니 남자는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아침부터 어색한 뭔가가 있는데."

국경을 넘으면서부터 손목시계와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며 이상한 느낌이 계속되었는데, 매장에서 두 개를 동시에 확인하니 서로 시간이 다르다.

네트워크 시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핸드폰의 시간이 한 시간 느리게 잡힌다.

"이거군!"

첼랴빈스크까지 갈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시간의 여유와 촉박함을 번갈아가며 느끼게 했던 부자연스러운 원인을 찾았다.

매장의 손님에게 어떤 것이 맞는지 시간을 확인하고.

시계의 시간을 한 시간 늦추었다.

"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한 시간의 변화이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흐리던 날씨마저 밝게 변해간다.

"가자. 첼랴빈스크로."

식당을 찾으며 트로잇스크를 빠져나오지만 빵집과 레스토랑 이외에 일반 식당이 보이질 않고, 슈퍼에 들어가 주변 식당의 위치를 물었다.

도로변까지 나와 길을 건너 지하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해주는 안내를 받고, 묘한 건물의 지하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려간다.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수프 전문식당은 보통 배식 형태의 일반 식당인가 보다. 별 특색 없이 비싼 러시아의 레스토랑보다 훨씬 저렴하고 메뉴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서 좋다.

메뉴를 구경하며 침을 흘리고 있으니 배식을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배식판을 들고 오라며 유쾌하게 소리를 친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이것저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아주머니는 '얌얌'거리며 주문이 맞는지 확인한다.

"그래, 얌얌. 빨리 줘!"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얌얌거리는 통에 식당 안은 즐거운 어수선함이 일어난다.

"얌얌?"

"오케이, 얌얌!"

볶음밥과 다진 고기에 계란이 올려진 메뉴, 닭고기를 양배추로 감싸 익힌 메뉴를 정신없이 흡입하고, 볶음밥을 한 접시 더 비웠다.

"역시 밥이 최고야!"

볶음밥 2인분을 얌얌으로 포장을 해서 식당을 나왔다. 일반 식당에서 3~4가지 메뉴에 음료나 커피를 먹으면 200~300루블, 5~6천원 정도의 가격이 나온다.

12시 20분, 트로잇스크와 첼랴빈스크로 가는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첼랴빈스크로 달려간다.

오늘은 첼랴빈스크의 부근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일찍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가 볼까!"

작은 언덕을 길게 오르고 길은 평지와 같은 평야의 도로가 이어진다.

1시, 첼랴빈스크까지 120km. 날이 밝아지며 기온이 오르고, 바람막이를 벗고 복장을 추스른다.

"어디까지 갈까?"

지도를 보니 첼랴빈스크을 중심으로 이곳 지역에는 작은 호수들이 달마티안의 점박이처럼 샐 수 없이 많다. 마치 중국의 쑤저우와 비슷한 모양새다.

첼랴빈스크 중심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외곽의 호숫가에서 캠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좋아, 여기까지."

한 시간을 달리고 다시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패니어에 쌓인 빵들을 하나씩 비워간다.

하늘의 구름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살랑이던 바람의 느낌이 수상해지고, 지나온 길의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내려앉는다.

"왜 또? 에쒸, 도망가자."

흩날리기 시작하는 빗방울을 피해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카자흐스탄의 초원과 다를 것 없는 평야의 지역이지만 도로변과 평야에 자작나무의 숲이 무성하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몽골과 러시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넘으며 느껴지는 미세한 환경의 변화는 경계선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러시아쪽의 땅들은 왠지 모르게 수목들과 강이나 호수들이 풍성해 보인다.

풍성한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작은 도시 유즈노우랄스크를 지나친다. 알타이 지역과 달리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은 계속해서 작은 마을들과 도시가 이어질 것이다.

음식, 샤워와 같은 문제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비좁은 러시아의 도로를 생각하면 그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도로변의 목조로 지어진 정교회의 모습에 급하게 자전거를 세웠다.

사과와 같은 유실수들이 심어진 정원 가운데 세워진 목조의 교회, 아담하니 예쁘다.

삐걱거리는 바닥의 교회 내부를 둘러보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마을과 수목이 울창한 숲, 마을과 노란 물결의 밀밭을 지나친다.

숲의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자작나무와 소나무의 숲을 달리고.

도로 공사로 정체되어 있는 차량들을 지나치며.

신나게 페달을 밟던 중, 멀리 산타페 한 대가 정차하고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하던 아저씨는 식빵 하나를 건네주고 엄지를 추켜세우며 바로 떠나셨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지만 전체적으로 뒷바람이다.

"맘껏 달리자."

한차례 짧은 휴식을 취하고 도로를 내달린다.

한 시간, 30km의 거리를 삭제하고 휴식을 취한다.

몽골의 호르고를 가던 날 30km 정도를 이동하기 위해 무려 6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갔던 일이 생각난다.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가 어떤 날에는 여섯 시간의 고통이기도 하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너, 참 잘 달린다."

신체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면 이놈이다.

6시, 30km 정도 남은 거리 천천히 땀과 근육을 가라앉히며 첼랴빈스크까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러시아의 예쁜 목조 주택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벽돌 주택들이 대신한다. 아쉽다.

첼랴빈스크까지 20여 km, 목적지로 생각했던 두 개의 호수 중 첫 번째 호수가 도로의 건너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호수의 주변을 따라 집과 마을들이 동그랗게 들어서 있다. 길을 건너기도 귀찮고, 마땅히 텐트를 칠만한 장소도 없는 것 같다.

첫 번째 호수를 지나자 바로 첼랴빈스크의 시계가 나온다. 하늘에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구조물의 뒷편으로 나무숲에 야영을 해도 좋을 것 같지만, 오늘의 컨셉은 숲이 아니라 호수다.

"두 번째 호수로 가서 마땅치 않으면 돌아오자."

첫 번째 호수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번째 호수가 이어진다.

호수 주변의 작은 마을로 내려가 호수 방향으로 길을 따라간다.

도착한 호수변은 생각과 달리 갈대숲이 무성하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고무보트를 정리하던 남자와 인사를 하고, 여러 가지 질문에 즐겁게 대화를 하고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물었다.

남자는 맵스미를 켜고 호수 안쪽으로 길쭉하게 들어간 곳을 알려주며 밤에 조용하고 좋다고 한다.

그리고 우파로 가는 길의 중간에 있는 호수를 알려주며 꼭 들러보라고 추천까지 해주었다.

남자가 알려준 나무가 있다는 장소를 찾아 울퉁불퉁 삐뚤삐뚤 덜컹거리는 흙길을 따라가고, 마주 오던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는 여행을 묻더니 열심히 하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남자가 알러준 나무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조금씩 더 많아진다.

호수의 건너편으로 첼랴빈스크 외곽의 모습이 보이고.

나무 주변에 SUV와 오래된 러시아의 승용차가 정차되어 있고,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운 흔적들이 있지만 큰 고민 없이 나무 사이에 텐트를 쳤다.


승용차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아 보트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것임이 틀림없다.

트로잇스크에서 사온 볶음밥과 요거트로 저녁을 해결하는 동안 몇 대의 차소리, 보트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둠이 내려앉고, 호숫가에서 세수와 양치 그리고 간단히 팔과 다리를 씻어낸다.

먼저 있던 어부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와 떠나고, 나중에 도착한 어부들이 낚시를 준비한다.

"헐, 잠수하는 거야?"

그물이나 낚시를 이용하지 않고 잠수복장과 함께 작살총을 사용한다.

"아니, 무엇을 잡으려고?"

10시가 넘은 쌀쌀한 날씨에 두 명이 남자가 조용히 고무보트에 오른다. 뭔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물고기를 잡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충만하였지만 12시가 되어도 두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12시가 되며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뭐냐?"

네트워크 설정, 재부팅을 해도 통신이 되질 않고, 4G의 안테나는 만땅의 안테나를 자랑한다.

"트로잇스크의 그 남자는 대체 무엇을 충전한 것이냐?"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문제이겠지만 센스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용 기간만 물어보고 데이터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것이 실수다.

"센스가 없는 남자였군. 잠이나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0일 / 맑음
페도로브카-카예라크
친절하고 친절했던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여정, 러시아의 국경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98Km
누적거리
14,252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034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페도로브
 
카라발리
 
카예라크
 
 
2,07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새벽까지 거세게 텐트를 뒤흔들던 바람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다행이다.

여전히 두꺼운 구름에 뒤덮여있는 하늘은 일출인지, 일몰인지 알 수가 없는 분위기다.

텐트 밖을 나가기가 싫을 정도의 한기가 느껴지는 아침이다. 

"춥다."

요거트와 시리얼로 간단히 속을 달래고, 가까운 거리의 카페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을 생각이다.

손이 시려 패니어 깊숙이 들어있던 장갑을 꺼낸다.

어제 야영을 한 곳이 페도로브카의 경계라 5km 정도의 이동으로 페도로브카에 도착한다.

도로변 마을의 카페 중 화물차들이 많이 정차되어 있는 곳을 들어간다. 우리의 기사식당처럼 화물차 운전자들이 가는 곳이 저렴하고 맛이 좋다.

"오, 깔끔."

주문을 받는 카운터의 여직원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메뉴를 고르고.

"나 저기 사람들이 먹는 것을 줘."

사람들이 먹는 계란 후라이와 햄을 가리키며 말을 하자 여직원이 걸어 나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가리키며 확인한다.

"그래, 그것을 줘. 수프하고 커피도."

여직원이 추천한 수프는 카자흐스탄의 대표 음식이라던 고기국수다.

수프를 내어주고 기본 식빵 이외에 동그랗게 튀긴 빵 3개를 접시에 담아 내어준다.

"?"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주문을 받았던 여직원이 웃으며 다시 메뉴를 물어본다.

"계란 후라이하고 햄!"

"수프는 아니고?"

"아니 이것도 먹고, 계란도 먹을 거야."

그제서야 주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듯이 빙그레 웃고는 카운터로 돌아간다.

"730텡게에 계란 후라이 가격은 안 들어간 건가?"

수프, 계란 후라이에 커피까지 해서 730텅게는 정말 싸다.

"동그랑땡 같은 빵은 서비스 같은데."

아마도 번역기에 저장되어 있던 자전거 세계 여행 중이라는 번역 기록을 얼핏 보고서 동그랑땡 빵 3개를 더 내어준 것 같다.

식사 후 친절하고 푸짐하게 서비스해 준 식당에서 빵과 음료수를 추가로 사들고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남은 거리 95km.

"북서쪽으로 가니 북서풍이 부네."

이상한 일이지만 초원에서 서풍은 기본이고, 남쪽으로 가면 서남풍이 불고, 북쪽으로 가면 북서풍이 불어온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늦은 굿모닝도 알려주고.

조금씩 사그라드는 바람을 느끼며 달려간다. 조금 힘들었던 어제보다 수월한 라이딩이다.

러시아로 향하는 도로가 지나치는 마지막 마을 카라발리크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을 초입에 철퇴를 든 멋진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마을로 들어가서 마지막 쇼핑을 하자."

카자흐스탄 현금이 남아있어 비상식을 추가로 사둘 생각이다. 아침을 먹고, 오는 도중 빵들을 먹어서 출출함은 전혀 없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물, 음료수, 캔맥주, 빵, 요거트 등을 구매하고 1,500텡게만을 남겨 둔다. 혹시 국경 근처에 식당이 있으면 내일 아침으로 간단한 음식을 먹을 생각이다.

국경이 있는 카예라크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7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가도 가도 40km냐? 트로잇스크?"

국경까지 25km 정도가 남았고, 이정표는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까지의 거리를 안내하고 있다.

4시 반, 넉넉하게 6시면 국경까지 도착할 거리다.

페달링은 여유로워지고.

쉬엄쉬엄 천천히 구경을 향해간다.

6시 30분, 추수가 끝난 노란 들녘 너머로 국경 검문소의 구조물들이 나타난다.

"다 왔네."

화물차들이 길게 줄지어 정차를 하고 있고.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도 쉴 새 없다.

잠시 국경 부근에서 쉬는 동안 사람들이 호기심의 질문들을 건넨다.

"내일 아침 9시에 국경이 열리나요?"

"24시간 열려있어."

몽골-러시아의 국경과 달리 24시간 오픈되어 있다고 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여 국경은 내일 아침에 넘어갈 생각이다.

근처에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큰 군용 트럭을 타고 있던 군인이 적당한 자리를 알려준다.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되어 있는 밀밭 주변에 대놓고 텐트를 설치하고.

오후에 슈퍼에서 사놓은 맥주로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무리를 자축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는 잊지 못할 거야."

코스타나이에서 사놓은 버거킹은 여전히 맛이 좋다.

9시가 넘어도 밝은 것을 보니 시간 변경선이 멀지 않았나 보다.

일기도, 자료도 미뤄두고 잠이 든다.

"카자흐스탄, 내년에 알마티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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