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1일 / 맑음
포스펠리카-룹촙스크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5시간 36분
누적시간
877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스펠리
 
해바라기
 
룹촙스크
 
 
1,27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새벽까지 화물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휴식을 하는 바람에 조금 시끄러웠고, 새벽 일찍 떠나는 화물차들의 엔진음으로 6시부터 잠이 깨고 잠들기를 반복해야 했다.

8시가 안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양치와 함께 짐들을 정리한다.

식당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아침으로 고기를 주문했다. 250루블.

출발하기 전 몽골의 보츠와 같은 튀김 만두를 두 개를 점심으로 먹기 위해 포장을 한다. 여전히 식당의 종업원들은 잘 웃지 않는다.

"먼저 웃으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렇다고?"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의 날씨가 꽤 쌀쌀하다.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출발을 한다. 오늘은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간다. 90km 정도의 거리다.

15km 정도의 속도로 길을 이어가고.

끝없는 해바라기 밭은 오늘도 계속된다.

"언제쯤 이 해바라기 밭이 끝날까?"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점에서 사온 튀김만두를 꺼내었다. 크기에 비해 만두의 소로 들어간 고기의 양이 조금 적어 약간 실망스럽다.

"45km 정도 남았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도로변에 접근하기 편안한 해바라기 밭이 나온다.

"사진을 좀 찍고 갈까. 또 언제 이런 해바라기 밭을 볼 수 있겠어?"

해바라기를 찍고 출발한 길은 기역자를 그리며 왼쪽 방향으로 크게 휘어진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이 질주의 유혹을 보낸다.

"뭐, 그럼 달려줘야지."

5km 정도의 직선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힘차게 질주하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룹촙스크 까지 27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쉴만한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 앞에 놓여있는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길을 건너자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잉? 또?"

튜브를 탈착해 보니 이물질이 박혀 펑크가 난 것이 아니고 튜브가 약간 불량인 것 같다.

펑크 패치로 정비를 했지만 실패,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의 성능이 떨어지나 보다.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오늘 숙소에 들어가 두 개의 튜브를 정비해둘 생각이다.

천천히 라이딩의 속도를 줄이며 여유를 부리고.

인공 호수인지, 자연 호수인지 알 수 없는 저수지 크기의 작은 호수가 나오고 도로는 호수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작지만 오랜만에 호수를 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바다도 보고 싶네."

작은 호수를 지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의 굴뚝을 시작으로 룹촙스크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나무집들을 지나 두 번째 호수를 앞두고 룹촙스크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A322의 도로를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돌아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이 나오지만 작은 길을 따라 시내 외곽부터 구경을 하고 싶다.

잠시, 두 번째 호수를 구경하러 가보니 10여 명의 남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요금을 받은 관리소가 있다. 미끄럼틀처럼 보이는 커다란 목조건물이 호수를 향해 경사를 두고 만들어져 있다.

"별거 없네. 시내로 들어가자."

흙길과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을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지나가고.

철도길을 넘어.

시내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주택가 도로는 몽골처럼 포장이 안 된 흙길 그대로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재래시장의 근처인것처럼도 보이고.

룹촙스크 시내의 인도는 오래된 가로수가 우거진 흙길이고, 차도 역시 먼지가 날리는 오래된 시멘트길이다.

"나라가 작아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참 대단한 나라야."

지방의 소도시는 물론 작은 시골의 마을까지 깨끗하게 도로가 정비되고 관리되는 우리나라가 대단해 보인다.

시내에 있는 광장을 향해 길을 따라가고.

오래된 건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룹촙스크 의 광장이 나온다.

공장의 중앙에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분수들이 물을 뿜어내고 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난을 치고 있다.

광장의 정면에 레닌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분수대에서는 아이들이, 주변의 벤치에는 부모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리에 앉아 구글맵으로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6인실 침대가 놓인 깨끗한 호스텔을 찾았다.

"바로 옆에 있네. 좋았어."

일단 슈퍼에 들러 탄산수 하나를 사서 갈증을 해결한다. 가끔은 콜라보다 탄산수가 좋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러시아에서 탄산수 맛을 알아버렸네."

검색했던 호스텔로 갔지만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시큰둥하게 방이 없다며 몇 마디를 하고 그만이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응대 문화야? 뭐야? 뭐가 이렇게 불편해!"

혹시나 하고 트립닷컴을 검색하니 호텔의 저렴한 3인실 룸이 검색된다. 추가 정보가 불확실하여 일단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을 찾는 동안 길거리의 아저씨들과 운전자들이 환대를 해주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의 호텔에 도착한다.

"외관이 그럴싸한데. 저렴한 방이 있다고?"

호텔의 프런트에는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앉아있다.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투숙을 하고 싶다고 하니 가장 어려 보이는 직원이 당황한 듯 살짝 웃으며 안내를 한다.

"1,800루블."

"아니, 그 방 아니고."

다시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3인실 방을 확인시켜 주어도 여전히 어리둥절.

"그냥,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될까요?"

여직원은 뭔지 모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던 여직원 뭔가를 퉁명스럽게 몇 마디 하고 만다.

트립닷컴으로 할인까지 받아 8,000원이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호텔 바우처를 보여줘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왜 너네가 당황을 해. 난감한 건 난데."

몇 분 동안 아무런 안내도 없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책상에만 앉아있다.

"어떤 문제라도 있어?"

그제서야 몇 마디를 러시아말로 중얼거리는 여직원이다. 번역기를 갖다 대니 '필요서류'라는 말이 번역된다.

"혹시 여권?"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권을 주자 여러 차례 복사를 하더니 방의 키를 들고 안내를 한다.

"아니, 말을 해야 알지. 뚱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앉아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숙소는 호텔의 별관처럼 도로변에 있는 저가형 룸들의 건물이다.

3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고, 별관의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것 같다.

"아주 좋아."

여직원은 방을 확인시켜 주고 열쇠만을 건네준 후 돌아가버린다.

"한 번이라도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라도 생긴다니."

짐들을 옮겨놓고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한다.

"월터, 러시아 여자들은 정말 잘 안 웃어. 내가 못생겨서 그런가 봐."

"아냐, 그냥 러시아인이라 그런 거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겸 룹촙스크 시내를 살짝 둘러본다.

사람들이 모여있을 기차역으로 가서.

전쟁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의 동상을 보고,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작은 도시라 딱히 별다른 것은 없다.

"오, 생맥주 가게. 맥주나 1리터 사 마실까?"

근처 슈퍼에 가서 90루블 통닭 반 마리와 맥주 두 캔을 사서 돌아온다.

이곳의 인도는 가로수 관리나 인도 정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도시들이 모두 그랬지만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방치된 느낌에 가깝다.

잘 보면 몽골의 도시들이 러시아의 도시들과 구조나 모습들이 흡사하다.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을 복사하듯 받았네."

아마도 몽골 도시의 설계나 건축은 러시아의 원조나 시공으로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것 같다.

호텔 입구에 있는 묘한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마사지 광고야? 꿀 광고야?"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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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0일 / 맑음
알레이스크-포스펠리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국경 도시 룹촙스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12,092Km
이동시간
5시간 32분
누적시간
872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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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이스
 
시푸노보
 
포스켈리
 
 
1,18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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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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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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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골아 떨어졌다. 새벽에 잠시 깨었지만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물 마셨나?"

신체 알람 8시에 자동으로 일어나.

러시아 땅에도 굿모닝을 푸짐하게 알려주고.

어제 남은 닭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다시 남은 닭고기는 잘게 찢어 점심에 요거트와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세 끼를 해결하고 290루블이면 정말 훌륭하다."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가까워져 온다.

"오늘 어디까지 가야 하나. 160km, 룹촙스크까지 가 볼까?"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풍으로.

"잠시만, 팔토시를 써야겠어. 너무 따가워."

어제 라이딩으로 팔 부분이 탔는지 따갑고 간지럽다.

약간의 바람이 불어 평속 12km 정도의 진행이다.

여전히 끝없는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이 펼쳐지고.

푸른 콩밭도 나타나고.

들풀이 무성한 들녘도 나타난다.

계속되는 12km 정도의 이동, 더워지는 날씨 탓에 조금씩 지쳐가고.

배고픔도 찾아온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그늘이 없냐?"

점심을 먹을 그늘을 찾아 길을 따라가지만.

평야의 도로변은 하얀 메밀꽃과.

밭들의 구획을 나누는 경계인듯한 나무들과.

은은한 파스텔톤을 뽐내는 밀밭과.

작고 예쁜 러시아의 클래식한 승용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는 것을 제외하면 몽골의 환경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리며 겨우 찾아낸 도로변의 나무 그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수풀 사이로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몰려드는 날벌레가 적어 나름 괜찮은 장소이다.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닭고기를 준비하고.

요거트에 시리얼과.

닭고기를 넣어 푸짐하게 먹는다.

"닭고기가 신의 한 수인데."

밥을 먹는 동안 두어 대의 승용차들도 그늘을 찾아 들어오고, 건너편의 그늘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시 반, 룹촙스크까지 120km가 남았다.

"덥다. 룹촙스크까지는 못 간다."

두 개 정도의 마을을 지나면 룹촙스크까지 80km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 마을인 40km 거리의 포스펠리카까지만 갈 생각이다.

노란 해바라기밭과.

하얀 메밀꽃밭은 너무나 예쁘지만.

쉴 수 있는 그늘이 없다.

그늘을 찾아 한 시간 반을 달려 앉을 곳조차 없는 곳에서 햇볕을 피하고, 물을 마시고 목덜미에도 뿌려보지만 큰 효과가 없다.

길 건너편으로 한 대의 버스가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린다. 휴게소 같은 것이 없으니 소변을 해결하려는 듯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들 숲을 향해 들어간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러시아 정도면 대충 휴게소 정도는 만들어 놓지."

포스펠리카까지 15km, 도로를 달리는 동안 심심치 않게 도로변에서 정비를 하는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자동차 긴급 정비 같은 네트워크가 러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없으니 때때로 자가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인데, 땅이 너무 넓어도 불편하겠구나 싶다.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전,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에서 캠핑을 하고 싶지만 내일의 비상식을 사야 한다.

잠시 후 주유소가 보이고.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가 나온다. 6km, 마을로 들어가면 식당과 함께 저렴한 호텔도 검색되지만 왠지 들어가기가 귀찮다.

잠시 그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도로변에 있는 24시간을 알리는 식당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주유소를 발견한다.

식당의 주변에는 주차장과 함께 넓은 공터가 있고, 주유소의 사무실로 사람들의 드나들며 손에 뭔가를 들고 나온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 근처에 텐트를 치자. 그리고 저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나 본데, 그러면 이곳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

먼저 주유소로 넘어간다.

주유소에는 작은 슈퍼가 있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내일 아침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다.

주유소에서 시원한 물을 사고 건너편 식당으로 다시 넘어간다.

"자, 여기서 텐트만 허락해 주면 오늘은 끝."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식당에서.

"헉, 고기!"

"고.. 고기 주세요!"

토마토 수프와 함께 숯불구이 고기를 340루블에 사 먹는다.

"에어컨 바람에 고기라, 천국이군."

식당의 세면대에서 세안을 깨끗하게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고 번역기를 보여준다.

"자전거 여행 중인데, 주차장에 텐트를 쳐도 되나요?"

번역기를 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더니 그렇게 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한다.

"뭐지? 이 애매함은. 하라는 건가?"

몽골의 500투그릭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먹은 후 계산대에 다시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며 음식점 주변을 가리키니 이번에도 뚱한 표정으로 반대편을 가리키며 무어라 말한다.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라는 제스처인데 웃지도 않고 표정이 뚱하다.

많은 러시아의 슈퍼들과 음식점을 다녔지만 사람들이 좀처럼 웃지를 않는다. 이방인의 낯선 행동이 서툴고, 대화가 안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을 법도 한대 대부분이 무뚝뚝하다.

"러시아인들은 왜 잘 안 웃지?"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고.

"아고, 내 집이 제일 편해."

텐트 건너 해바라기도 구경하고.

"사비, 나 고기도 먹고 러시아 여자도 많이 봤어."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고기는 알겠는데, 러시아 여자는 어디에 있냐?"

월터는 어제 클럽 같은 곳을 갔는지 요란한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낸다.

"어, 세미온 집보다는 좋네."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싸이키 조명 같은 것을 켜놓았던 세미온 집의 이상한 분위기를 생각하며 함께 웃는다.

"사비, 카자흐스탄에 가면 세메이 부근에 좋은 캠핑 자리가 있으면 알려줘."

"알았어."

밤이 깊어지고 주자창 공터에 요상한 차들이 들락거린다.

"에쉬, 편히 자기는 틀렸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9일 / 맑음
바르나울-알레이스크
휴식을 취했던 바르나울을 떠나 카자흐스탄을 넘어가는 국경으로 향한다. 러시아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이동거리
142Km
누적거리
12,011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866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장소
 
알레이스
 
 
1,10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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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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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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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나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으로 향한다. 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350km의 거리, 4~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에어컨이 없는 게스트하우스, 더위가 시작되었는지 새벽까지 방안의 후덥지근한 열기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숙소를 나가기 위해 부스럭거리는 젊은 러시아 친구 때문에 8시쯤 잠에서 깨어난다.

"스모그인가? 날씨가 흐린 건가?"

바르나울에 도착해서 하늘은 언제나 뿌옇다. 매캐한 냄새는 없어서 스모그나 미세먼지처럼 느껴지진 않은데 잘 모르겠다.

하루 종일 혼잡한 도로의 상태를 보면 스모그일 것도 같다.

약간 바람이 빠진 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우고.

짐들을 정리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오늘은 어린 남자아이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가족이 돌아가며 게스트하우스를 지키는 것 같다.

오늘 가야 할 거리가 130km가 넘으니 비상식을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

슈퍼에서 시리얼과 식빵 등을 사는데 어제부터 카운터에 있는 30대 중후반의 뚱뚱한 여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건들을 던지듯 하며 계산을 한다.

"뭐가 저리 불만일까? 인상을 쓴다 해서 삶이 달라질 것 같진 않은데."

숙소 옆에 있던 식당은 영업 전인지 문이 닫혀있다.

"아침을 해결하고 떠나고 싶은데 로만의 가게 옆 식당으로 가자."

언덕을 내려와 로만의 자전거 가게 근처의 식당으로 갔지만 역시나 문이 닫혀있다.

"설마?"

시계를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매일 영업을 하는 우리와 달리 몽골과 러시아는 주말에 많은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알레이스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몇몇의 식당이 검색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니, 우선 슈퍼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본다.

30루블의 커다란 빵과 60루블의 1리터짜리 콜라를 사든다. 러시아의 가격표에는 소수 자리까지 적혀있는데 대부분 가게에서는 계산을 할 때 절삭을 하고 계산을 한다.

나름 맛이 좋은 빵을 먹는 동안 비둘기 한 마리가 다가와 뻔뻔스러운 얼굴로 쳐다본다.

"뭐? 어쩌라고?"

녀석에게 빵 부스러기와 빵을 작게 떼어주며 아침을 해결한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A322 도로를 따라 남서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바르나울을 벗어나는 인터체인지의 언덕을 오르며 작은 러시아의 소도시 바르나울을 떠난다.

트램의 철로를 따라가는 도로는 공사 중으로 교통이 혼잡하고.

갓길이 전혀 없는 좁은 도로는 약간 불편하다.

40여 분이 지나 트램의 철로는 끝이 나고, 이상한 회전 교차로를 지나 유턴을 한 후 바르나울의 교외 지역까지 완전히 벗어난다.

이곳의 회전 교차로는 사방의 도로에서 진입하고 빠져나가는 다른 곳과 달리 바르나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만이 진입을 할 수 있는 이상한 교차로다.

교차로 부근에 몇 군데의 식당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비둘기와 99.9:0.1의 비율로 분할해서 먹은 빵 때문에 그냥 지나친다.

길은 오르마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고 언덕의 곡선을 따라 마을들이 종종 나타난다.

조금씩 넓은 평야들이 펼쳐지더니 4~5대의 트랙터들이 줄을 맞춰 흙먼지를 날리며 밀밭을 고르는 풍경이 펼쳐진다.

끝이 없는 평야의 밀밭은 연녹색의 푸른 밀들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밀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파종하는 시기가 다르거나 품종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에잇, 발!"

"점심이나 먹자."

1시, 약간은 지루한 라이딩에 허기도 일찍 찾아든다. 월터에게 배운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식빵과 잼으로 조합하는 식단이다.

빨간 잼은 석류잼 같은 것인데, 나탈리아의 집에서 식사를 할 때 만저로크에서 유리에게 선물 받았다며 자랑하던 월터의 것을 맛보고 슈퍼에서 발견하고 하나 사 들었다. 66루블인데 적당한 양과 무게가 마음에 든다.

"월터 따라 하기 점심!"

햇볕 아래에서 날벌레들과 사투를 하며 점심을 끝내고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푸석거린다.

"일일 일빵이니? 그만하지."

쉐발리노의 고개를 넘으며 임시 조치로 덧대었던 펑크패치가 더는 공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올챙이배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더는 안되겠다."

전국 일주와 중국, 몽골, 러시아까지 견뎌냈던 16방의 펑크 패치를 붙인 튜브의 퇴역이다.

"수고했다. 충분했어!"

고르노 알타이에서 새로 산 튜브로 교체하고.

넓은 평야를 달린다.

완전 평면으로 변한 평야의 길을 언더바를 잡고 3단을 걸어 달려간다.

"간만에 제대로 달려보자."

무엇을 심을지 궁금한 로터리가 잘 쳐진 평야도 보이고.

쭉쭉 뻗은 도로에는.

적당한 곳에 식당도 있고.

어디가 끝일까 궁금한 밀밭을 지나고.

천지가 들꽃뿐인 들판도 지나고.

쓸데없는 셀카질도 해보고.

어느새 94km를 달려왔다.

"50km 정도 남았네. 3시간이면 충분하겠지."

긴 질주 끝에.

노란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월터와 함께 라이딩하는 동안 찍지 못했던 해바라기.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

"참 재미있고 유쾌한 꽃이야."

"자, 발!"

수천, 수만의 웃는 얼굴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즐겁다.

40km 가까이 이어지던 평야는 알레이스크가 가까워지며 끝이 난다.

오르막의 길이 조금씩 힘들어질 때쯤 왼쪽 방향 멀리 건물과 함께 마을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변을 따라 단층의 나무집들이 보이고.

"여기가 입구가 아닌가?"

왼편으로 마을의 모습이 보이는데 도로의 안내판은 계속 직진을 하라고 한다.

4km 정도 후 알레이스크를 지나가는 길은 좌회전을 알리며 기역자 모양으로 꺾인다.

"일단, 다 왔다."

마을로 향하는 내리막을 달려.

마을 초입의 도로변에 식당들과 함께 작은 슈퍼들이 있다.

"시원한 콜라를."

식당 주변에 있는 작은 슈퍼에 들어가려고 하니 어린 여자가 웃으며 밖에서 주문을 하라고 한다.

작은 슈퍼는 시내의 간의 판매점처럼 밖에서 물건을 주문하여 구매하는 방식이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비싸!"

27루블 정도 하는 콜라가 50루블, 아침에 60루블에 산 콜라가 100루블이다.

"마을로 들어가서 사자."

도로변에서 밥을 먹고 야영지를 찾아가려던 생각을 바꿔 알레이스크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고 야영지를 찾으려고 한다.

알레이스크로 들어가는 도로의 구조물에서 인증샷을 찍고.

3km 정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글맵을 검색하여 초입에 있는 마리아-라로 들어간다.

슈퍼를 둘러보고 시원한 콜라만을 사서 밖으로 나와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한다.

"어디서 왔어?"

슈퍼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어르신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건넨다.

"한국요. 혹시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있나요?"

번역기를 보여주니 아저씨는 '뭐?'라는 표정으로 놀라며 없다고 한다.

"이곳은 밤에 위험한가요?"

아저씨는 심각한 얼굴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아저씨가 다가와 마리아-라 위가 호텔이라며 그곳에서 자라고 알려준다.

"얼만데요?"

"600~800루블 정도."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일반 호텔처럼 보이고, 신축을 했는지 깨끗하게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 가격을 물어보려 4층의 호텔로 올라간다.

"500루블이면 여기서 쉬어야지."

공실로 비어있는 2, 3층을 지나 4층으로 들어가니 프런트의 여자가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가격을 물으니 1,400과 2,200을 종이에 적는다.

"헐, 시골에 호텔이 뭐가 이렇게 비싸!"

그대로 뒤돌아서 내려와 슈퍼에서 290루블 통닭과 맥주, 요거트, 물을 500루블에 사서 나온다.

"숙박비로 치맥을 먹는 것이 낫지."

이제 야영지를 찾아야 한다. 다시 A322 도로로 빠져나와 룹촙스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가며 야영지를 찾는다.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나 네트워크가 되는 곳이면 좋겠는데."

핸드폰의 네트워크 안테나를 보며 한참 동안 길을 따라다 5km 이상 벗어난 지역에서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어, 대충 이 근방에서 찾아보자."

도로와 기찻길 사이 나무숲으로 자동차 바큇자국이 있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자전거를 끌고 나무숲으로 들어가니 길은 기찻길을 지나는 통로로 이어진다. 통로는 큰 자갈밭이라 텐트를 치기가 어려웠고, 주변은 기차의 소음으로 잠을 자기가 힘들 것 같았다.

풀밭의 땅을 고르며 생각하는 동안 모기에게 수방을 물리고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왔던 길로 돌아온다.

도로로 나가는 도중 작은 샛길을 발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트랙터 같은 것이 지나가며 길이 난듯한 곳인데 땅도 푹신하고 무언가가 지나간 흔적들도 전혀 없다.

"좋은데, 여기로 결정!"

모기들을 피하며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물로 간단히 세안을 하고, 물티슈로 팔과 다리를 닦아낸 후 침낭을 베고 눕는다.

"아고, 좀 쉬자. 먹는 건 나중에."

9시 40분, 해가 떨어져가며 어두워진다.

"먹어 볼까."

우리의 전기구이 통닭처럼 생긴 녀석과 함께 시원한 맥주 두 캔으로 저녁을 먹고, 남은 닭은 내일 아침으로 먹을 것이다.

140km를 달려와서인지, 맥주 두 캔에 약간의 취기가 느껴진다.

"사비, 여기는 완전히 미쳤어. 네가 여기에 왔어야 했는데."

노보시비르스크에 간 월터는 러시아 남자들만 잔뜩 나온 사진을 보내며 러시아 여자가 많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 아주 황홀하다. 좋겠다!"

아무래도 요즘 러시아에서는 여자들이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는가 보다.

"잠이나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1, 162일 / 맑음, 비 ・ 23도
코쉬아가츠
하루를 쉬고 러시아의 여행을 시작하려 했지만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98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94시간

휴식
비내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숙소
숙소
 
 
8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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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어제 가지 못했던 식당으로 들어갔다.

"음. 난감모드."

무언지 모르지만 고기를 외치며 메뉴를 선택했다.

"이건 뭘까?"

식사와 함께 먹었던 커피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것이 문제의 러시아 동전이군."

러시아는 동전이 많아 관리가 힘들다고 한다. 1, 2, 5, 10루블.

자료들을 정리하다 코쉬아가츠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몽골의 도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분위기지만 조금은 정리가 되어있는 모양이다.

어제부터 모기에 물린 것인지 몸이 너무나 가려워 연고를 사기 위해 약국으로 갔다.

"저기 모스키토."

모기에 물린 곳을 보여주며 연고를 달라고 하자 여자 약사가 방긋이 웃는다.

그리고 무언가 연고를 주는데 모기의 그림이 없다.

"모스키토 맞아?"

약사는 다시 한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와 함께 내일의 비상식량을 구매했다.

몽골의 슈퍼 냉장고에는 이상한 버튼이 있고 문이 잠겨있다. 버튼을 눌러야 문을 열 수 있었다.

비상식으로 빵들을 사고, 저녁으로 닭다리를 두 팩 사서 돌아왔다.

"저쪽만 비가 내리는 것인가?"

이틀째 묘한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자료를 정리하다 잠들었다.



약을 발라도 빨갛게 부푼 곳은 계속 간지럽다. 모기에 물린 것인지 숙소의 찐득이 같은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출발을 위해 패니어들를 정리하고.

삼일 전부터 뜯겨진 핸들바.

전기 테이프로 잘 묶어 정비를 하고.

어제 슈퍼에서 10분 동안 물병을 들고 '노까스'를 외치며 사온 물은 결국 탄산수인가 보다.

"에쒸, 망했네. 이것으로 물을 끓일 수 있나?"

출발 전 식당에 들러 배를 채우기로 한다.

튀김 만두를 하나 고르고, 만두를 주문했다.

아침을 먹고 늦은 출발을 하려고 하니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뭐지?"

일단 숙소 앞의 슈퍼에서 물을 추가로 구매하고.

우의를 꺼내어 준비를 했지만 비와 바람이 더 강해진다.

비를 피해 다시 숙소로 돌아가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비는 멈출 생각이 없고.

"안 되겠다. 하루 더 머물러야지."

체크인을 다시 하고 짐들을 방으로 옮겼다.

"내일도 비가 올까요?"

숙소의 여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비는 멈추었다.

그리고 하늘이 맑아진다.

슈퍼에 들러 저녁을 찾아봐도 딱히 먹을 것이 없다.

요거트를 사 와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내일도 비 예보가 되어있다.

"태풍이 와도 내일은 떠날 거야!"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0일 / 맑음, 비 ・ 23도
울란바이신트-러시아 타샨타-코쉬아가츠
3달 동안의 몽골 여행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넘어간다. 여행의 세 번째 나라 러시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이동거리
80Km
누적거리
10,986Km
이동시간
5시간 56분
누적시간
794시간

몽골/러시아국경
P256
26Km / 2시간 18분
54Km / 3시간 38분
몽골
타샨타
코쉬아가
 
 
8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몽골-러시아 간의 국경이 열리는 날이다. 어젯밤 몽골의 친구들과 먹은 보드카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무거운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으면 좋겠네."

간단하게 세안과 양치를 하고 몽골에서의 마지막 굿모닝을 알린다.

몽골 화장실에 갈 때는 먼저 옷들의 지퍼들을 모두 잠그고, 핸드폰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언제나 조심조심, 빠지면 대책 없다."

국경이 열리는 9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8시가 되자 비꾸가 나가자며 서두른다.

"아직 멀었는데?"

자전거와 짐들을 챙기는 동안 아스카가 기다려 주고, 담배를 사기 위해 슈퍼에 들렀지만 문이 닫혀있다.

"아직 몇 개 남았어. 그냥 가자."

"자전거는 첫 번째로."

밤새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을 지나 검문소의 가장 앞자리까지 가라고 한다.

검문소의 입구에 자전거를 세우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비꾸, 아스카, 아카와 사진을 찍고, 군복을 입은 국경 검문소의 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을 한다.

"어, 어제 몽골 긴또깡의 와이프인데?"

어제 비꾸 일행과 잠시 놀러 갔던 집의 젊은 여자도 군복을 갖춰 입고 출근을 한다. 몽골 긴또깡은 직장 커플인가 보다.

군복을 입고 머리를 가지런히 올려 모자를 쓰고 있으니 세 명의 남자아이에게 시달리던 엄마의 모습과는 달라 보인다.

"멋진데."

8시 30분, 검문소 입구의 작은 초소에서 비꾸 일행은 여권을 보여주며 무언가를 체크 받고 작은 확인표를 받는다.

"사비, 이리 와."

초소의 군인에게 여권을 건네주니 쓸데없이 여권의 빈 면들을 뒤적거리고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확인표를 적어준다.

"아스카, 뭐라고 쓰여있는 거야?"

"자전거."

잠시 후 아스카는 아카의 담배를 몇 개비 뺏어와 담뱃갑에 담아준다.

"러시아 담배야."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있으니 초소에서 여권을 체크했던 군인이 나와 담배를 피우며 나를 부른다.

"왜?"

초소의 군인은 국경 검문소의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는 제스처를 하며 사진을 삭제하라고 했다. 조금 전 찍었던 몇 장의 사진을 삭제하며 핸드폰을 보여주니 이전에 찍었던 인물 사진까지 지우라고 한다.

"융통성 없는 자식."

비꾸 일행과 찍었던 사진까지 검문소의 글자가 나왔다며 모두 삭제된다.

9시가 되어 문이 열리고 첫 번째로 검문소에 입장을 했다. 검문소의 오른 편, 승용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검사를 받는 2층 사무실로 올라간다.

사무실 내부에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심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든다.

입구에 있는 출국 카드를 작성하는 동안 비꾸 일행도 사무실에 들어와 심사대 앞에 줄을 서고 나를 부른다.

심사대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한 직원이 뭔가를 말하고 사람들이 엑스레이 검사대로 돌아가서 가방들을 올려놓는다. 아스카와 함께 엑스레이 검사대에 핸들 가방을 통과시킨다.

"뭔가, 어설픈 시스템이다."

잠시 후 몽골 긴또깡의 아내가 다가와 심사대 옆에 있는 창구 쪽으로 가라며 안내를 한다.

창구로 가서 확인표를 주니 도장 하나를 찍어주고, 이번에는 비꾸가 머리를 처박고 뭔가 대화를 하고 있는 입구 쪽의 창구로 가라고 한다. 다시 도장(서명) 하나를 더 받고 심사대 앞에서 대기한다.

초소에서 준 확인표에 3단계의 스텝을 알리는 몽골어가 적혀있는데, 정확히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짐들을 확인받는 절차인 것 같다. 하여튼 조금 어설프고, 어쨌든 3개의 도장을 받으면 되는가 싶다.

마지막 심사대에 여직원이 들어서고 여권과 출국카드 그리고 확인표를 건네주고 멀뚱하게 서 있다.

"출국카드는 쓸 필요가 없는 거군."

아무런 질문도 없고, 뭔가를 뒤적거리더니 여권에 출국 스탬프를 예쁘게 찍어준다.

"바엘샤!"

국경 검문소를 나가는 초소에서 멋진 군인이 거수경례를 하고 확인증을 받아 가며 다시 거수경례를 해주며 차단기를 올려준다.

"멋진 군인이네."

초소 입구의 거들먹거리던 녀석에게 살짝 삐쳐있던 기분이 상쾌하게 달아난다. 어쩌면 몽골을 벗어나는 것이 이런 기분일는지 모르겠다.

불안하고, 불쾌하고, 힘들고, 지치고, 배고팠지만 너무나 경이롭던 하늘과 풍경들 그리고 그 자연과 너무나 어울리는 사람들. 몽골을 벗어나니 뭔가 아쉽지만 알 수 없는 상쾌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다시 오게 될까? 글쎄, 오토바이나 캠핑카라면 모를까."

초소의 출구를 벗어나 있으니 비꾸의 일행이 자동차를 세운다.

"사진을 다 삭제당했어. 다시 찍자!"

아스카, 아카와 사진을 찍고 러시아 국경 검문소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그들과 헤어진다.

검문소를 벗어나 지겨운 몽골의 비포장 산길을 다시 오른다. 몽골-러시아 국경까지 약 5~6km 정도의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잘 있어라. 몽골!"

자민우드, 사인샨드에서의 황망스러웠던 첫 느낌들이 생각나고, 어느새 익숙하고 친숙해져버린 몽골의 풍경들이 사라져 간다.

러시아 국경으로 바쁘게 달려가는 차량들이 뿌연 흙먼지를 날리고, 날벌레들이 쉼 없이 달려든다.

"아직은 몽골이네."

"빨리 벗어나자!"

몽골의 마지막 하늘과 양떼들의 한가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러시아로 향한다.

저 멀리 앞서가던 차량들이 정차를 하고 대기하고 있는 초소 같은 것이 보이고.

몽골의 국기와 러시아의 국기가 보인다.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 비꾸의 말처럼 러시아의 국경부터 아스팔트가 깔려있다.

"뭐랄까, 참 할 말이 없다."

초소를 지키는 군인이 나오지를 않고, 몇 대의 차량이 대기를 하며 정차를 한다.

한참 후에야 마르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군인이 느린 발걸음으로 걸어 나와 국경의 문을 열어준다.

간단하게 여권을 확인하고 어딘가 무전을 하더니 패쓰. 대략 자전거를 탄 한국 사람 한 명이 국경을 넘었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스팔트를 달리기 전 감격의 휴식.

"러시아에 왔구나."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리에 앉아 몽골의 데이터로 마지막 인사들을 전송하고 있으니, 늙은 군인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려다 돌아간다.

아마도 빨리 러시아 검문소로 가서 입국을 하라는 말을 하려고 한 모양이다.

국경에서 타샨타에 있는 검문소까지 20km 정도를 가야 하니, 현재의 나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와 같다.

"러시아를 달려 볼까!"

바람과 함께 황홀한 구름과.

고산지대의 풍경은 몽골과 다를 것이 없지만.

아스팔트가 있고, 왠지 날벌레도 날아들지 않는 느낌이다.

썩 좋은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비단길이 따로 있을까. 꿀렁꿀렁 넘어가는 언덕을 조금 지나고, 도로는 시원하게 아래를 향해 내려간다.

멀리서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커플의 모습이 보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독일에서 온 필립과 마리사. 러시아를 지나 몽골과 중국으로 여행을 가고 있다.

웃는 얼굴이 너무나 편하고 예쁜 커플, 괜히 부러우니까 짧게 인사를 하고 각자의 사진과 인스타그램을 교환하고 헤어진다.

"시간 있으면 한국에도 가 봐."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달려간다.

하늘도 멋지고.

날씨도 좋고.

"앗, 기념주가 빠졌군."

타싼타의 경계를 알리는 곳에서 몽골에 대한 감사의 레츠비를.

"바람과 추위, 배고픔 속에서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길을 달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몽골의 자연은 그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굿바이 몽골리아!

툴가, 바트보르드, 오초르와 조르노크 사람들, 감바, 간져, 김병남 선교사, 뱀바, 서동고의 가족, 루시아노, 간수크, 야기, 유나박시, 비꾸, 이스카와 아카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모든 몽골의 사람들에게 감사!"

20km를 달려 러시아의 검문소에 도착했다. 나를 지나쳤던 차량들이 검문소 앞에서 길게 정차를 하고 대기를 하고 있다.

"나도 줄을 서야 하는 거야?"

일단, 가장 마지막 차량의 주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주변을 살피는 동안 카자흐스탄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어, 어디로 가, 얼마나 됐어 등등의 여행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고 러시아를 지나 카자흐스탄으로 간다고 하니 되게 좋아한다.

짧은 영어를 하는 남자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검문소로 들어가기 위해 지루하게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낯선 여행자를 보며 즐거운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아롯과 카자흐스탄의 빵, 말린 육포 같은 것을 주며 먹어 보라고 하고, 어떤 이는 50루블을 주며 커피를 사 먹으라고 웃어 보인다.

"감사합니다. 아직 카자흐스탄에 안 갔는데, 마구마구 좋아지려고 하네. 여자들도 이쁘다던데."

울란바토르에서 툴가는 카자흐스탄의 여자가 가장 이쁜 것 같다고 말했었고, 울기에서부터 보았던 카자크들은 동양과 서양의 외모가 섞여있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나는 카자흐스탄의 여자보다 G.G.G 겐나디 골롭킨을 좋아한다.

"카자흐스탄에 가며 G.G.G만을 외치고 다닐 거야."

영어를 하던 남자는 앞쪽으로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를 끌고 검문소의 입구로 이동, 잠시 후 문을 여는 군인에게 들어가도 되는지 묻자 초소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한다.

검문소 출입문의 옆에는 몽골 검문소처럼 작은 초소가 있었고, 여권을 보여주자 확인증과 함께 출입국 카드를 준다.

육로로 구경을 넘는 프로세스는 아마도 '1. 초소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확인증과 출입국 카드를 작성한다. 2. 검문소로 들어가 짐들을 검사받는다. 3. 입출국 심사 후 스탬프를 찍는다.' 이런 스텝인가 보다.

"여기는 센스 있게 코팅을 해서 사용하네."

입국카드를 작성하고, 다음번 문이 열리는 타임에 검문소로 들어갔다. 여직원이 여권을 확인하고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 준다.

승용차에서 사람들이 짐들을 모두 꺼내어 넓은 테이블에 펼쳐 놓고 있다. 그리고 엑스레이 검사대에 가방들을 열심히 올려놓느라 바쁘다.

남자 군인이 나를 보며 손짓을 하고 출입국 카드를 확인한다. 그리고 무언가 열심히 말하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왜? 가만 너 지금 영어를 하는 거야?"

자세히 들어보니 군인은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를 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러시아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영어가 러시아어로 들린다.

"출국 카드에도 내용을 적으세요."

한 장으로 되어있는 입출카드의 내용을 똑같이 적은 후에 입국 심사대에서 기다렸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어수선한 창구 쪽을 보니 비꾸와 아카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아카, 여기서 뭐해?"

실외의 검사대이지만 떠들면 혼날까 봐 조용히 웃으며 아카와 수신호를 보내고, 입국 심사대에 섰다. 하늘에서는 굵은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진다.

여권과 확인증, 출입국 카드를 제시하고 서 있으니 언제 출국할 것인지를 묻는다.

"한 달 후에 카자흐스탄으로 갈 거야."

뭔가를 다시 물어보는 무표정한 여자 심사원.

"아 왜? 내 발음 구린 거 나도 알아!"

여자는 출국카드에 체류기간 항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 안 적었구나. 미안!"

무표정하게 무언가를 말하며 숫자 8을 적어서 보여준다.

러시아의 무사증 체류기간은 60일이고, 6개월 이내 재입국이 필요할 때 추가 30일의 체류기간을 준다.

출국일을 넉넉하게 60일로 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싶어 여자에게 '나인', '셉템버'를 번갈아 외친다.

살짝 짜증이 난 듯한 여자는 종이에 숫자 9를 크고 예쁘게 적어 보여준다. 아마도 지금까지 본 9의 글씨 중 가장 예쁜 글씨다.

"땡큐!"

입국 스탬프가 찍히고 자전거를 세워둔 진열대로 가자 남자 군인이 다가와 패니어들을 모두 열라고 한다.

주섬주섬 패니어를 열고 있으니 영어로 질문을 한다.

"총기나 위험한 무기가 있어?"

"없어."

"코카인이나 마약 같은 것이 있어?"

"없어."

곁에 서있던 여자 군인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묻는다.

"듣기 평가를 하나. 없어!"

남자와 여자는 패니어 안을 조금 살피더니 검사가 끝났다며 가라고 한다.

"엑스레이 안 찍어? 정말?"

"끝났어. 그냥 가."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짐들이 많아서인지, 내 짐들은 육안으로 검사하고 끝을 냈다.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다시 장착할 노고가 사라져서 다행이다.

잠시 검문소 내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꾸 일행과 다시 재회를 하고 검문소 출구로 나간다.

확인증을 반납하며 출국카드를 본 순간.

"어, 왜 8이야? 9라고 했는데."

출구를 지키던 군인이 빨리 나가라며 재촉을 하고.

"08.09.19! 아, 어색한 표기법이다."

입국심사를 무사히 끝내고 타샨타의 거리로 나왔다. 출국을 하려는 차량들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서 있고, 입국을 끝낸 사람들을 태우려는 버스들도 반대편에 길게 정차되어 있다.

"꼭 환영 인파 같네."

사람들과 차량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쉬고 있으니 비꾸 일행이 자동차를 몰고 도착한다.

"사비, 어디까지 갈 거야? 코쉬아가츠는 40km 정도야!"

"잉? 40km?"

시계를 보니 2시가 안 된 시간이고, 코쉬아가츠까지 50km 정도의 거리다.

"오늘 코쉬아가츠까지 갈 수 있겠다."

"그래, 조심해!"

비꾸, 아스카, 아카는 손을 흔들며 출발한다.

타샨타를 시작으로 도로는 나지막이 떨어지는 내리막이 계속되고 검은 비구름과 함께 우렁찬 천둥소리가 계속된다.

검은 구름 지대를 빠르게 벗어나려 힘껏 페달을 밟지만 거센 바람이 시작되고.

반대편의 맑은 하늘과 달리.

국경 지역은 검은 비구름과 함께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정말 묘하고 신기한 하늘이다."

길을 달려 러시아의 작은 마을이 도로변으로 이어지고.

2층으로 지어진 목조 건물과 흙길의 골목은 몽골과 다르지 않지만 뭔가 정리가 된 느낌이다.

마을 앞의 구조물을 보면 마치 몽골처럼 느껴진다.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긴 도로를 달리고, 몽골과는 달리 도로 한편을 임시 도로로 사용하여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늘 날씨와 하늘의 컨셉은 변화무쌍인가 보다.

멀리 보이는 코쉬아가츠의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

"저 동네는 무슨 죄를 졌길래?"

묵직한 구름 아래로 만화에서 볼 수 있을법한 비가 내리고 있다.

실루엣에 가깝던 코쉬아가츠의 모습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진다.

"궁금하다. 러시아의 첫 도시의 풍경."

돔 모양의 이상한 공처럼 생긴 구조물이 보이고.

마을의 모습은 몽골의 도시와 비슷하다.

소들이 자유롭게 이동을 하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고.

마을 중심부의 모습도 큰 변화는 없지만 사람들의 생김새가 달라진다.

큰 슈퍼마켓을 확인하고 벤치에 앉아 주변을 검색한다.

"일단, 통신을 해결하자."

러시아의 이동통신 중 핫스팟이 연결되는 MTC를 선택하고 슈퍼마켓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로 들어간다.

무표정한 얼굴의 여직원에게 유심칩을 문의하고, '노리미트'를 외치는 유심의 가격을 물으니 400의 숫자를 적는다.

"언리밋 데이타?"

여전히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직원은 현금으로만 계산이 된다고 한다.

"오케이, 은행이 어디에 있어?"

여자가 알려준 방향에는 은행이 없었고, 길을 오며 봐두었던 슈퍼마켓 옆의 ATM으로 돌아간다.

당분간 사용할 현금을 찾고 다시 핸드폰 가게로 찾아간다.

"유심 줘 봐."

간단하게 상품을 소개하는 숫자나 영어가 있을까 싶어 봤지만 온통 러시아 글자뿐이다.

"정말 데이터 무제한이야?"

쓸데없는 것을 자꾸 물어본다는 듯 쳐다보더니 돈을 받고 담배를 피우러 나가버린다.

옆에 있던 어린 여자의 도움을 받아 유심을 교체하고.

"이거 30일 동안 쓰는 거야? 30?"

손가락까지 동원하여 한 달의 사용기간을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는다.

"이상하게 싸네!"

개통이 된 핸드폰으로 주변의 호스텔을 검색하고 이동한다. 러시아의 일반 호텔들도 몽골처럼 숙박비가 비싼 편이었다. 특별한 시설이 없는데 30,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도로변의 호스텔의 가격은 700루블, 공용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게스트하우스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방에 패니어들을 옮겨두고, 샤워를 마친 후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주변에 식당이 어디에 있어?"

식당을 물어보니 숙소 앞에있는 카페를 알려 주었지만.

문이 닫혀있다.

도로를 걸어가.

큰 슈퍼로 들어간다.

"일단 슈퍼마켓 구경을 하고."

넓고 쾌적한 슈퍼마켓은 우리의 마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슈퍼마켓을 한 바퀴 돌아볼 때쯤 탐스러운 각종 소시지들과 함께 치킨이 눈에 들어온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얼마야? 100루블이면 2,000원 정도?"

작은 닭다리를 모아놓은 팩과 큰 넓적다리 팩을 하나씩, 맥주 두 캔과 물을 사들고 바쁜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온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소는 이미 몽골에서 흔하게 본 터라 관심도 없고.

이상한 구름의 변화와 날씨 따위도 안중에 없다.

숙소의 부엌에서 살짝 렌즈에 돌리고.

"잘 먹겠습니다."

매콤한 맛의 닭다리와 큰 넓적다리를 시원한 맥주와 함께 흡입한다.

몽골에서 닭고기는 비싸기도 하지만 찾아보기도 힘들어, 가끔 쇠고기보다 비싼 파인애플 치킨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좋아!"

함께 사온 오이 피클 한 병을 다 비우며 치맥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울기를 떠나 굶주렸던 삼 일간의 허기가 사라지는 것 같다.

"러시아, 러시아까지 와버렸다."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 경험은 생소하고, 재미있고, 부러웠다. 가상의 선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 인종과 언어는 물론 소소한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국가를 나누는 경계에 불과한 선을 두고 삶이 결정되는 선택의 폭과 조건들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 한편으로 부당하고 가혹해 보이지만 필요에 의해 선을 그은 것도 그들이며, 변화 발전의 몫도 그들의 것이다.

"국가라는 것이 다른 의미의 폭력이구나. 난 아나키스트는 아닌데."

그리고 또 한 번, 육로를 통해 자유롭게 대륙을 넘나들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몽골과 비슷한 환경이라 크게 실감이 나질 않지만 분명 이곳은 불곰의 나라 러시아다.

"자, 내일부터 밭을 매는 김태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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