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4일 / 맑음 ・ 32도
투르가이-아스타나
아스타나로 향하여 4일간 달려왔던 여정이 끝나간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로 간다.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13,046Km
이동시간
8시간 34분
누적시간
951시간

P4
P4
70Km / 3시간 58분
64Km / 4시간 36분
투르가이
프르레츠
아스타나
 
 
1,004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부터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파블로다르에서부터 4일째 계속되는 바람이다.

"그만 불어도 되지 않니?"

간단히 세수를 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차를 마시자며 카페를 가리킨다. 정말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자신의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에 웃음으로 답하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필요할 때 연락을 하라고 한다.

"아저씨, 영어 못하잖아요. 하하하."

어젯밤 알리나의 가족이 놓고 간 상자 안에는 빵과 햄, 찐 감자, 삶은 계란, 오이 등등이 가득 들어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하지. 날씨도 더운데 난감하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식당의 여자가 사탕과 쿠키를 담아 건네준다.

"일주일은 먹겠어. 오늘 배고플 일은 없어서 좋긴 한데."

텐트를 정리하고 알리나의 가족이 준 음식들은 각각의 패니어에 나눠 담는다.

카우치서핑으로 아스타나에서 하루를 머무를 호스트 팀에게 연락을 한다.

"아스타나까지 123km가 남았는데 바람이 불어 늦어질지도 모르겠어. 늦은 저녁이나 내일 정도 도착할 것 같아."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하루가 늦어지면 호스트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고 도착이 늦어지면 숙소를 잡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오면 알려줘. 차로 픽업을 갈게."

"아냐. 오늘 안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게. 주소를 줘. 도착하면 연락할게."

팀의 집은 아스타나의 외곽에 있어 140km 정도의 거리가 찍힌다.

"야, 이게 부지런히 가야겠다."

바람을 이기며 15km씩 이동을 한다.

"남서쪽으로 가니 서남풍이 불어오네. 참 나."

길을 따라가던 중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던 커플은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생수통을 가리키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노, 노, 노, 노!"

사진을 찍은 후 남자는 꿀처럼 보이는 큰 유리병을 던지듯 건네주고 가버린다. 시골 할머니들이 아무리 사양을 해도 주머니에 돈을 꽂아 넣어 주며 괜찮다는 듯 웃어주는 그런 모양새다.

"아니,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지. 이러다 살아있는 말도 주는 거 아냐?"

어찌 됐든 여자를 데려가라는 몽골 사람들보다는 괜찮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은 너무나 과분할 정도이다.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아 하루를 머물며 신세를 지는 것이 숙소비를 절약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일정이 정확하지 않은 자전거 여행이다 보니 날씨나 자전거 트러블 같은 변수가 있어 도착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물론 하루나 이틀 동안 잠자리를 내어주고 음식 등을 대접하겠다는 호스트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덜 쓰겠지만, 어쨌든 한국 사람이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늦어지면 먼저 연락하고 숙소를 잡자."

15~18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50분 단위의 휴식으로 평상시보다 짧게 짧게 끊어간다.

"오늘은 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해."

패니어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어 치워야 한다.

날은 계속해서 더워지고 바람 때문에 조금 선선했던 이틀보다 7~8도가 더 올라간다.

배는 든든하게 부르지만 갈증이 밀려온다.

아주 멀리서 흰색의 승용차가 정차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몽골에서는 길 위에 차량이 정차되어 있으면 왠지 모를 피곤한 감정이 앞서들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그들의 친절함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역시나 밝게 웃는 커플이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차에서 한가득 음식들을 건네준다.

"아니, 많아요! 엄청 많이 있어요."

말이 안 통하니 웃으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표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갑게 냉장이 잘 된 빵과 과자, 포도 그리고 바나나까지 받아들 수밖에 없다. 하나를 먹으면 세 개가 더 늘어나는 음식들이다.

시원한 작은 포도로 갈증을 해소시키고 무르기 쉬운 바나나는 바로 먹어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모든 패니어에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어 더는 넣을 공간도 없다. 음식이라기보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이 맞는 표현 같다.

먹을 수 있는 만큼 감사하게 먹고, 남은 음식들은 호스트에게 주면 될 것이다. 문득 이쯤 되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국인을 도와주라는 방송이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 하릴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일 뿐인데."

어느 나라 사람들이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현재를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속의 바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하고 헛헛한 감정선 같은 것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만다.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나의 여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멀리 보이는 초원에서 불이 났는지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다.

"불이 났는가? 그건 그거고, 연기가 바로 올라가네."

"오호, 드디어 바람이 사그라드는 건가."

아스타나까지 70km 정도를 남기고 4일 동안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아, 시원한 물이 필요해."

아스타나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상태도, 갓길의 너비도 좋아지고.

"사비, 어디쯤 왔어?"

"50km 정도 남았어. 4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8시쯤 도착하겠다."

네트워크가 끊겨 연락이 안 되던 팀과 메시지를 교환하고 아스타나를 향해 달려간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톨게이트를 지나며 아스타나의 경계를 넘고 부쩍 혼잡해진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가 빨라지며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만 없으면 이렇게 좋은데."

천천히 아스타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차량의 통행이 많아질수록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씩 늘어난다.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들은 모두 상태가 안 좋다.

"이 지역들의 컨셉인가?"

공단 지역과 같은 아스타나의 외곽을 가로질러.

중국의 도시마다 들어선 화력 발전소와 비슷한 모양의 거대한 굴뚝을 지나고.

이스티나의 북동쪽 시내로 들어선다. 일단,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은 갈증이 밀려온다.

"오, 버거킹! 좋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슈퍼에 들러 음료수를 사들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덕에 시내를 둘러보고 팀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구글맵으로 아스타나의 시내를 검색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진을 찍자며 인사를 한다. 잠시 어딘가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은 참 편안하다.

근처에 있는 공원과 모스크를 구경하고 팀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잡는다.

전쟁 기념 공원을 지나.

웅장한 규모의 모스크, Hazrat Sultan Mosque으로 향한다.

유난히 깔끔하고 깨끗한 아스타나의 시내.

거대한 규모의 모스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우!"

아치형 돔과 네 개의 기둥, 흰색의 외관이 저녁의 햇볕을 받아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스크의 광장에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저팬?"

한 사람으로 시작된 '셀피'는 끊임없이 이어져 모스크의 모습을 감상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진조차 찍을 수가 없다.

자리를 옮겨 모스크의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이 모여들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다. 팀의 집으로 가자."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히고 질문에 대답을 하느라 다른 곳을 둘러볼 염두가 나질 않는다.

모스크를 빠져나와 팀의 집을 찾아간다.

모스크 옆에 위치한 공원을 지나치고.

작은 이심강을 건너.

2017년 엑스포가 열린 엑스포 광장으로 이동, 이곳은 마치 신도시처럼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해는 저물어 가고.

팀이 알러준 주소에 도착하여 메시지를 보낸다.

"팀, 나 왔어."

팀은 다시 자세한 주소를 구글맵으로 찍어주고, 그곳의 사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큰 키에 마른 체형, 환하게 웃는 얼굴이 친숙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은 친구로 느껴진다.

팀의 안내로 새로 지어진듯한 오피스텔의 19층 그의 집에 도착한다.

오늘 먼저 도착한 키프로스의 젊은 학생 커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프랭키 커플은 배낭 여행으로 1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고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 놓여있는 체중기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설마?"

하루 종일 물과 음식을 섭취하고 왔는데 60kg이 나온다.

"고장난 거 아니야?"

길 위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챙겨준 음식들을 팀에게 건네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함께 웃는다.

팀이 저녁으로 샐러드와 계란 후라이로 대접하고 차를 마시며 넷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천천히 말해라,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내 말은 너네들이 알아서 듣고 이해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그리고 키프로스와 터키,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멋진 곳들의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터키에서 10달러면 키프로스에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알았어!"

"응, 근데 하루면 다 구경할 거야."

12시가 되어 거실의 넓은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어 편하게 잠이 든다.

잠시 시내를 지나며 아스타나를 구경했지만 작은 도시 아스타나가 궁금해진다.

현재의 카자흐스탄에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듯한 아스타나는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다.

내일은 팀과 함께 논의를 한 경로를 따라 아스타나를 불러볼 생각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2일 / 맑음 ・ 26도
에키바스투즈-토르트쿠두크
강한 초원의 바람이 불어온다. 아스타나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12,939Km
이동시간
8시간 06분
누적시간
934시간

A17
P4
45Km / 4시간 00분
36Km / 4시간 06분
에키바스
쉬데르티
토르트쿠
 
 
763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햇살, 창문과 하얀 커튼 그리고 살랑이는 바람. 아침을 맞이할 때의 이 느낌을 좋아한다.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식당의 여자는 어제 사놓은 얼음물을 가져가라며 테이블 위로 물을 챙겨준다.

"오늘의 아이템!"

딱히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 없어, 늘 그렇듯 먹어본 음식을 주문하고.

"은근히 괜찮단 말이야!"

오늘 가야 할 거리는 120km 정도의 파블로다르와 아크몰라의 경계지역이다. 아스타나에 도착하는 날의 거리를 최대한 줄여놓고 싶다.

어제부터 조금씩 불어오던 바람이 서쪽 방향에서 정면으로 불어온다. 왠지 하루의 느낌이 좋질 않다.

"아, 빌어먹을 바람."

시속 8km 정도로 기어가는 힘겨운 페달링이 이어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 때문에 기온은 높이 올라가지 않고.

"에쉬, 몽골이냐!"

"아무래도 깔판이나 캠핑 의자를 하나 사야겠어."

공사 중으로 차량의 통행을 막아놓은 차로를 편하게 독차지하고 달리지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몽골에서처럼 바람이 부는 날에는 구름의 모양이나 움직임이 신기하다.

이제 멋진 구름의 하늘이 무섭다.

"그만해. 몽골에서 원없이 봤잖아."

쳐질 대로 쳐진 무거운 페달링이 계속 이어지고, 멀리 주변을 희뿌옇게 만드는 이상한 연기가 보인다.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다행이지. 끔찍하네."

골재 공장으로 보이는 곳의 굴뚝과 주변에 쌓아놓은 골재의 흙더미에서 연기와 흙먼지가 콜라보를 하며 주변으로 흩날리고 있다.

골재 공장을 지나 도로변에 작은 마을이 나온다. 쉬데르티, 이곳을 지나면 주의 경계까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마을의 외곽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에는 식당이나 카페가 보이질 않는다.

"망했나?"

잠시 후, 구글맵에는 주유소만 검색되던 곳에 작은 식당이 함께 있다.

"죽으라는 법은 없네."

나를 지나쳐가며 손인사를 했던 바이크 커플의 오토바이가 보이고.

주유를 하던 러시아 친구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주유를 하던 그에게 떨어져가던 버너의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주유기의 사용법을 물어보려 했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인사를 하고 떠나간다.

"야, 잠깐만."

그러는 동안 두 대의 버스에서 중학생 또래의 학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몰려든다. 자전거와 태극기를 보며 서로 무언가를 떠들며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은 짧은 영어를 하며 호기심의 눈빛으로 인사를 한다.

"정신 차리자, 한두 마디 받았다가는 여긴 지옥이 될 거야."

바쁜척하며 인사만을 건네고 딴청을 부리며 시선을 외면하고, 지도 선생님의 외침에 아이들은 서둘러 버스로 돌아간다.

"살았다!"

연료통을 들고 주유소의 직원에게 휘발유를 살 수 있는지 물오본다. 연료통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재팬'이라고 한다.

"아냐, 한국 거야."

주유를 하느라 바쁜 아저씨를 기다리며 주유기에 달린 95의 숫자를 가리킨다.

"퓨얼! 가솔린!"

한꺼번에 몰려든 차량들이 빠져나가고, 아저씨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보이더니 주유소의 사무실을 가리킨다.

"오케이! 땡큐!"

휘발유를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옆의 식당으로 가니 아저씨는 사무실 방향을 가리키며 나를 부른다.

"배고파요. 밥부터 먹고."

햇볕에 놓아둔 자전거를 식당 옆의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파블로다르를 지나며 멋진 러시아의 클래식한 소형차가 잘 안 보인다. 그 대신 일본의 못생긴 도요타 차량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일본 차량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물을 때 저팬이라고 먼저 묻는 것 같다.

들어선 식당 안의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고 카운터의 여자와 진지한 메뉴 고르기 토론을 한다.

"수프, 그냥 첫 번째 것으로 줘."

빵과 음료를 묻는 질문에 '카바스'라고 말하니 여직원이 피식 웃는다.

카운터에 올려진 닭다리를 하나 더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다.

"아무래도 카바스는 내 취향이 아닌가 봐."

월터가 쉴 새 없이 외치던 러시아의 국민음료 카바스는 달달한 느낌의 연한 한약 맛도 나고, 탄산이 섞여있는지 김빠진 느끼한 콜라 같기도 하다.

"뭔가 식단의 조합이 이상해."

소시지가 들어간 빵과 정체 모를 빵을 포장하고 닭다리 하나를 포장해서 식당을 나온다.

여전히 바람은 거세고, 바람이 없는 햇볕은 따갑기만 하다.

"얼마나 부는 거야? 23짜리 서풍이냐!"

40이 넘는 바람도 몽골에서 흔하게 맞아온 터라 23의 숫자가 커 보이지는 않지만 정면에서 불어오니 아주 죽을 맛이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겨우 23km/h 가지고."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가 물을 사고, 여직원에게 연료통을 보여주며 가솔린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조금 난감해 하더니 손가락으로 사고 싶은 휘발유의 양을 알려주니 방긋 웃으며 허락을 해준다.

밖으로 나와 아저씨를 보며 연료통을 흔드니 따라서 웃는다.

74텡게, 250원 정도로 연료통을 가득 채웠다.

"휘발유 가격 엄청 싸네. 카자흐스탄에도 석유가 나오는가?"

1리터에 500원 정도이니 우리나라의 1/3도 안 되는 가격이다.

주유기의 사진을 찍어 사무실로 들어가지 여직원이 재미있다는 듯 친절하게 웃으며 영수증을 보여준다.

"오호, 자동이네."

카자흐스탄에서는 주유를 하고 난 후 사무실에 들어가 결제를 하는 시스템인 모양이다. 동전 주머니를 털어 75텡게을 주니 5텡게를 되돌려준다.

"페이백인가? 스바시바."

휘발유를 채워 넣으니 괜히 마음이 편하고 든든하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이제 겨우 45km 왔네."

4시, 목적지까지 70km 정도가 더 남아있다. 평상시라면 무난한 거리지만 바람 속에서 목적지까지 갈 수 없을 것 같다.

"80? 100?"

바람 속에서 길마저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며 라이딩의 속도를 줄여놓는다.

도로 위에서 만나는 친절한 카자흐스탄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손인사를 하며 지나치는 차량들마저 없다면 정말 지루하고 힘든 하루였을 것 같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변화 없는 초원의 풍경 속을 달리는 동안 천천히 하루가 저물어 간다.

"초원은 모두 똑같아."

아스타나로 가는 도로는 도로의 확장과 함께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공사들이 계속된다. 파블로다르와 아스타나까지 동서를 가르는 도로에 주변의 도시나 마을을 잇는 도로를 만들어 가는 중인 것 같다.

7시 30분, 구글맵에 검색이 되지 않던 작은 마을이 도로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일몰까지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지만 야영지를 찾으며 라이딩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마을로 들어가기엔 귀찮은 거리다. 인터체인지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앉아 캠핑을 할 장소와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를 검색한다.

휴식을 위해 정차를 하는 한두 가족이 지나가고, 승용차에서 상의를 탈의한 남자와 함께 가족들이 내린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아스타나에 가고 있다는 남자는 너무나 유쾌한 사람이다.

여행에 대해 질문을 하더니 차에서 코냑을 가져와 따라준다.

향이 좋고 달콤한 맛이 아주 좋다.

남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의 아내는 빵과 함께 먹을 것들을 챙겨 놓는다.

"카자흐스탄 돈은 있어?"

돈이 필요한지 묻는 남자에게 '노'를 외치며 사양을 하느라 고생을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적은 금액의 돈을 주었지만, 돈이 필요한지 묻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을 생각은 없다.

유쾌한 남자는 못내 아쉬운지 탄산수 한 병을 더 꺼내어 건네주고 아스타나로 떠난다.

그리고 몇몇의 차량들이 더 지나가며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동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월터에게 메시지가 와 잠시 왓츠앱으로 대화를 나누고.

"여기서 캠핑을 할 거야. 새로운 켄셉이지. 어때?"

"나도 해봤어. 나쁘진 않은데 버스가 서지 않기를 바라."

8시 50분, 빠른 속도로 하늘이 붉게 변해가고, 약간의 코냑은 피로에 지친 몸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다.

"이건 뭐 갈수록 태산이네."

버스 정류장 뒤편 공간에 자리를 잡고.

식당에서 사온 빵과 닭다리로 저녁을 해결한다. 배가 고프진 않은데 여름 날씨라서 먹어치우는 것이 좋겠다 싶다.

달달한 코냑에 취한 것인지, 사람들의 정에 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졸음이 밀려와 이내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1일 / 맑음 ・ 28도
파블로다르-에키바스투즈
파블로다르를 떠나 아스타나로 향한다. 450km의 여정,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136Km
누적거리
12,858Km
이동시간
9시간 00분
누적시간
926시간

A17
A17
72Km / 4시간 30분
64Km / 4시간 30분
파블로다
도르투크
에키바스
 
 
682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1시간의 시차가 생기며 딱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괜한 게으름이 시작된다.

"딱 한 시간 만큼의 게으름."

밖에 나가 날씨를 확인하고, 어젯밤 마른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더니 선선한 자람이 불며 날씨가 좋다.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데, 무심결에 틀어놓은 유시민 작가의 유튜브 강연에 빠져 한 시간을 시청했다.

패니어를 정리하고, 어제 냉동실에 얼려놓은 물을 꺼내려고 하니 냉동실에 있어야 할 물병이 사라졌다.

"에잇, 방심했네."

숙소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신경을 덜 썼더니 누군가가 들고 간 모양이다. 기분이 조금 상한다.

500원 정도의 1.5리터 생수의 가격은 차치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한 회심의 아이템이었는데 말이다.

새로 바뀐 숙소의 여자에게 물어보기도 귀찮고 바로 숙소를 나온다.

얼음물 때문에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도 별 흥이 안 나고.

파블로다르를 벗어나기 전, 근처에 있는 정교회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돌아간다.

오늘의 목적지 에키바스투즈까지 는 145km 정도의 거리라 부담스럽지만 큰 상관은 없다.

얼음물 때문에 빈정이 상해 있는 터라 오늘 하루는 아무렇게나 삐뚤어질 것이다.

"삐뚤어질 테야!"

"뉘신지? 1,700년대 사람이라니."

파블로다르의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교회의 전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을 들어갈까, 말까?"

조용하게 교회로 들어가 신부님이 보는 앞에서 과감하게 사진을 찍는다.

"삐뚤어질 거야."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정교회는 정숙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고.

벽에 걸려있는 많은 액자와 장식물 등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행동,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믿음에 대한 간절함 같은 것.

정말 정성스럽고 바람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맹목적으로 아멘만을 외쳐대는 한국의 개신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대머리 큰목사, 빤스목사 따위에게 아멘이라니."

교회를 나와 아르티시 강변의 산책로를 따라가고.

어제부터 궁금했던 아르티시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보기 위해 찾아간다.

"정말 구닥다리 철교네."

철교의 근처는 버스들의 종점처럼 보인다. 슈퍼에 들어가 물과 미니 피자처럼 생긴 빵만을 사 든다.

"밥은 가다가 식당에서 해결하지 뭐."

파블로다르를 빠져나오며 도로변에 있는 식당처럼 보리는 곳에 들어갔지만 SM그룹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도로변에 식당 하나쯤 더 있겠지."

인터체인지를 돌아 아스타나로 향하는 도로에는 아무것도 없다. 왕복 4차선으로 만들어진 도로에는 속도를 내어 달리는 승용차와 화물차만이 바쁘게 지나칠 뿐 아무것도 없다.

도로변에 마련된 공동묘지는 마치 모스크를 줄여놓은 미니어처들처럼 보인다.

정교회를 믿는 사람들의 공간도 함께 있는데, 무슬림의 화려한 무덤에 비해 작은 공간에 소박한 묘비만이 놓여있는 것이 다르다.

한 시간을 달려 도로변의 식당을 발견했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다.

매끈하던 아스팔트 도로는 시멘트 도로로 바뀌며 도로면이 좋지는 않고, 서서히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글렀어."

슈퍼에서 산 피자 모양의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어떠한 풍경의 변화도 없이 똑같은 도로를 소처럼 달려간다.

두 번째 휴식, 45km를 달렸다. 남은 거리는 100km, 날씨마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한다.

화물차의 통행이 많고 갓길이 거의 없는 도로여서 너무 시끄럽다.

끝없는 직선 도로가 사방을 둘러봐도 똑같은 초원 위로 길게 이어지고.

가도가도 똑같은 풍경이다.

"에쒸, 물도 떨어져 가네."

몸을 씻고 취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숙소에서 수돗물을 1.5리터 정도 받아왔지만, 식수용 생수는 슈퍼에서 딱 한 통만을 사 왔다.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의 도로에 드문드문 마을이 있었기 때문에 식당이나 슈퍼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탓이다.

20분 정도를 달려 도로변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이 보였지만 들어가기가 귀찮다.

"그냥 가자, 주유소라도 하나쯤 나오겠지."

하지만 주유소 같은 헛된 바람은 일찍 버렸어야 했다.

도로는 자꾸만 공사를 하는 느낌으로 변해가고.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멀리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공사 구간에서 작업자들이 차량들을 흙길로 우회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에잇, 정말! 어라, 식당?"

공사장 근처의 도로 건너편으로 작은 식당이 보인다.

작은 식당의 카운터에는 보란 듯이 닭고기 바베큐가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거, 이거!"

번역기를 사용할 정신도 없고, 손가락질을 하며 고기와 계산기를 번갈아 가며 가리킨다.

"1,000."

300, 500 단위의 도로변 식당의 음식을 먹어온 터라 닭꼬치의 가격에 살짝 당황했지만 비장한 합리화로 정신승리를 한다.

"좋은 고기니까 조금 더 비싼 거겠지."

빵이 얼마나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두 팔을 들어 엑스자를 만드니 여직원이 이상한 듯 빤히 쳐다본다.

"왜? 난 고기 먹을 때 빵 같은 건 안 먹어."

잠시 후, 아주 성의 있게 접시에 담은 고기를 성의 없이 던져주듯 테이블에 올려놓은 여직원에게 포크를 달라며 귀찮게 하고.

3,000원짜리 닭고기 4조각을 해치운다. 당연히 아쉽고 부족하다.

식당을 나서며 물과 함께 닭고기를 포장한다. 자세히 보니 빵 두 조각을 함께 놓어준다.

아무래도 닭고기 바베큐에 빵이 세트로 나오는가 싶다.

"진작에 빵은 공짜라고 말을 했어야지."

인터체인지 공사를 하는 짧은 우회로를 돌아 도로는 다시 이어진다.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에는 가는 방향의 차로를 막고 건너편 차로를 임시 도로로 열어놓아 혼자서 도로를 독차지하고 편안하게 달린다.

마치 중국의 넓은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다시 생각해도 중국의 자전거 도로는 정말 환상적이다.

"심심할 때는 쓸데없는 셀카짓."

도로의 시멘트면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내어 틈을 만드는 작업과 도로의 주변에 철조망을 쳐서 초원과 분리를 하는 작업으로 사람들이 바쁘지만.

공사 구간으로 막아놓은 도로를 라이딩 한다고 제재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손을 흔들거나 작업을 멈추고 달려와 사진을 찍자며 반가워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 사람인지를 묻는다.

한국보다 일본에 대한 인식이 더 높은 것 같다. 일본말로 인사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인이라고 하면 잘 알아듣는 것이 우리에 대한 인식도 그리 나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주 멀리에서부터 보이던 공장의 굴뚝과 연기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아무래도 저기가 에키바스투즈 근처인가 본데."

에키바스투즈로 들어가는 교차로는 15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고, 에키바스투즈는 교차로에서 10km 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중국의 모든 도로는 도시와 연결되지만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로는 도시들과 5~10km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평평한 초원에서 도로를 도시와 연결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교통의 흐름 때문이라면 도시의 외곽으로 이어놓아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에키바스투즈로 들어가는 교차로 근처에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목적지를 잡는다.

저녁을 해결하고 식료품들을 보충한 후 적당한 야영지를 찾아봐야겠다.

페달링의 속도가 많이 떨어지면서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진다.

8시가 넘어가며 붉은 태양은 초원의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내려앉는다.

"멋지네."

여행 전 초원의 라이딩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라이딩의 모습, 지평선으로 붉게 떨어지는 석양의 풍경 속을 달린다.

중국의 내몽골, 몽골의 초원에서 쉽게 할 수 없었던 늦은 시간의 라이딩이다.

"하루 종일 볼거리가 전혀 없더니, 이거면 충분하네."

8시 40분, 도로변의 식당에 도착했지만 야영지를 찾아 갓길이 없는 도로를 더 달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식당 주변에 텐트를 쳐야겠다."

깔끔하게 정리된 식당의 내부.

여전히 난감한 메뉴판.

젊은 여자의 추천으로 카자흐스탄 음식이라는 메뉴를 주문하고,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물으니 흔쾌하게 수락을 한다.

잠시 후 식당의 뒤편에 있는 숙소에서 자라며 1,500 텡게라고 알려준다.

"1,500? 4,500원? 왠지 끌린다."

밥을 먹고 식당의 숙소에 짐을 푼다. 그리고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물을 얼려줄 수 있는지 물으니 이미 얼어있는 생수병을 보여준다.

"오, 대박!"

자료를 정리하다 출출해져 포장해온 닭고기를 야식으로 먹는다.

오늘 먹기는 아깝지만 날씨가 더우니 빨리 해치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제부터 생양파가 나왔지? 비스크?"

바베큐나 고기에 함께 나오는 양파의 식감과 매운맛이 좋다. 보통 소스를 뿌려 먹는 것 같은데, 생양파를 그대로 주는 식당도 많다.

"그래도 양파는 쌈장이지."

아스타나까지 300km 정도가 남았고, 길은 오늘과 같은 초원이 계속될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카자흐스탄 여행에서 알마티 지역으로 경로를 잡는지 알 것 같다.

"난 러시아로 가야 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0일 / 맑음 ・ 32도
파블로다르
바람이 불어오는 날,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2,722Km
이동시간
3시간 12분
누적시간
917시간

아르티시강
뒹굴뒹굴
15Km / 3시간 12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산책
숙소
 
 
54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다. 어제 마셨던 약간의 보드카는 피곤한 몸을 완전히 넉다운 시켜버렸다.

9시에 잠이 깨고 바로 숙소를 연장한다.

"산책이나 가 볼까?"

구글맵으로 확인한 파블로다르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 작은 박물관과 정교회, 모스크, 도시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 그리고 아르티시 강변 등이 전부다.

자전거를 챙기고 나가려고 하니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차와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한다.

어제 숙소에 있던 아주머니 보다 훨씬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예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법하다.

"야속한 세월이네. 뭐, 지금도 많이 예뻐요."

32도의 기온과 24km/h의 바람이 예보된 하루, 강한 바람에 자작나무들의 흔들림이 요란하다.

차량의 통행은 많지만 경적을 울리거나 크게 불편함을 주는 운전자들은 아니다.

작은 도시인데 곳곳에 공원들과 산책로가 정말 많다.

이곳의 조각상들은 왠지 감성적이다. 강렬한 느낌의 중국, 강인한 느낌의 몽골, 러시아의 상징적 조각들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애잔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도로변의 인도들은 울창한 가로수에 싸여 아늑하고 시원하다.

곳곳에 예쁜 카페들도 보이고.

현대식 건물들조차 높고 웅장하기보다는 작은 도시의 한 부분처럼 어울림이 좋다.

어디를 가든 길은 작은 공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곳에는 작은 나무 벤치들이 놓여있다.

"영원한 기억."

큰 기대없이 도착한 아르티시 강변은 생소한 풍경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길 그리고 작은 모래사장에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고 있다.

야외 수업을 하는 듯 한 무리의 학생들이 백사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

백사장에는 나무로 만든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고.

마치 동해안의 작은 해변처럼 느껴진다.

신발을 벗고 백사장을 거닐며 잠시 강물에 발을 담근다.

작은 물고기들이 발을 간지럽히고.

강가의 돌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수영복이 하나쯤 필요하겠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강변의 공원에서.

냉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랜다.

러시아의 광장도 마찬가지였지만 공원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연주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파블로다르의 지도를 검색하다 공원 주변에 있는 버거킹을 발견하고.

"카자흐스탄의 햄버거도 먹어봐야지."

시원한 매장은 한가롭고, 메뉴판에서 간단한 버거세트를 주문한다.

직원은 이름을 묻더니 영수증에 이름을 적어놓는다.

"오호, 이런 시스템."

가끔씩 방송으로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싸비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1,700텡게면 우리 돈으로 얼마지?"

시원하고 한적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노트북을 가져왔다면 좋았겠다 싶다.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30도를 알려주는 커다란 온도계를 지나.

예쁜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97이라는 숫자가 지붕 위에 세워진 박물관처럼 보이는 목조 건물이다.

자주빛 짙은 색에 하얀 창틀과 문양이 조각된 목조 건물이 정말 예쁘다.

"정말 걷고 싶게 만드는 골목들이네."

작은 골목길들을 따라가며 시내를 구경하고.

은행에서 비상금도 조금 보충하고.

현대식 건물들도 참 예쁘게 짓는다.

대리석의 탑이 세워진 곳은 2차 세계대전의 추모공원이다.

탑 아래로 횃불이 타오르고 공원에는 참전 군인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인도와 산책로, 골목과 도로가 울창한 가로수 사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느껴지네."

골목과 작은 이면 도로를 따라오다 보니 숙소 근처로 되돌아온다.

"모스크를 구경하러 가 볼까."

예쁜 상점들도 많고.

골목길을 따라가며 호기심 가득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이리저리 모스크의 방향으로 길들을 따라간다.

"숙소 근처의 맛집인가 보다."

햄버거를 파는 노점에 젊은이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다.

"24시 오픈이면, 저녁에 와 볼까."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의 골목길을 따라가고.

어제 보았던 모스크에 도착한다.

"어, 반바지 출입금지네."

이슬람의 모스크 내부를 본 적이 없어 그 모습이 궁금한데 복장이 문제다.

"들어가 보자. 안되면 나오고."

모스크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입구의 안내 데스크처럼 보이는 곳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잠시 당황을 한다.

"신발을 벗어야 해."

신발을 벗자 아저씨와 한 중년의 여자가 맨발을 보더니 난감한 듯 양말를 신어야 한다며 제스처를 한다.

아주머니가 자신의 부츠를 벗어 양말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자신도 맨발이다.

아저씨는 미소를 짓더니 잠깐 구경을 하라며 예배당의 방향을 알려준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넓은 예배당에는 서너 사람이 벽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고, 예배당의 천장과 벽은 화려하진 않지만 공간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잠시 구경을 하고 안내 데스크로 나오니 아저씨는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서, 긴바지와 양말를 신고, 모자를 써야한다고 알려준다.

"아쉽지만 다음에 복장을 갖춰 모스크 내부를 자세히 구경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를 지나고.

작은 학교도 지나고.

재미있는 사진의 생맥주 가게도 지나며 구불구불 연결되어 있는 골목길들이 재미를 준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물, 요거트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숙소를 지키고 있다.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500텡게."

"오우, 500?"

세탁기를 사용하는 비용에 놀라니 지긋이 웃더니 '너는 공짜야'라고 하신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올려놓고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 쉰다. 몇 시간 후에 세탁기를 돌리려고 나가니 아주머니가 이미 세탁을 하여 건조대에 옷들을 널어놓았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더니 나이를 묻고는 '너보다 24살이 많아. 괜찮아'라고 하신다.

속옷까지 세탁을 한 것을 괜찮다고 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인사를 드린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동양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워낙 친절한 사람들이라 불편한 것도 없지만 외모상으로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도 않아 아주 편안하다.

물론, 말 한 마디만 하면 바로 티나지만..

저녁 6시가 넘어도 햇볕이 강렬하다. 카자흐스탄의 여름은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숙소 건너편의 식당에 꼬치구이 현수막에 정신이 팔리고.

식당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했지만 돼지나 소가 아닌 닭이 나온다.

"이건 사실관계가 다른데."

어쨌든 고기니까, 6,500원 정도로 시원한 맥주 한 잔까지 할 수 있으니 그만이다.

9시 45분, 열시가 되어가는데 밖이 너무나 환하다.

"이상한데."

숙소 전광판의 시계는 한 시간이 느리다.

"언제 변한 거지?"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한 번 더 확인하니 1시간 느린 것이 맞다고 한다.

"얼떨결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어쩐지 요즘 피곤하더라. 시차때문이었어."

내일 가야 할 에스크바스투즈는 145km 정도의 거리, 라이딩을 하며 목적지를 결정해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3일 / 맑음 ・ 30도
룹촙스크-카자흐스탄 보로둘리하
24일간의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으로 간다. 여행의 네 번째 나라 카자흐스탄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106Km
누적거리
12,282Km
이동시간
7시간 56분
누적시간
885시간

 
A322도로
 
A11도로
 
 
 
 
 
 
 
40Km / 3시간 07분
 
66Km / 4시간 47분
 
룹촙스크
 
국경
 
보로둘리
 
 
10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카자흐스탄으로 국경을 넘어가야 하는 하루, 몹시 바쁘고 정신이 없을 하루일 것이다.

러시아 친구의 움직임 소리에 여러 번 잠이 깨었지만 쉽게 눈이 떠지질 않는다.

"조금만 더."

7시 반, 반강제적으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하나둘씩 꺼내어 자전거에 장착을 하니 러시아 친구는 작업복을 입고 문을 잠가달라는 제스처를 하고 숙소를 나갔다.

아마도 룹촙스크에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온 듯하다.

아침은 월터식으로 간단히 해결을 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아침부터 배속이 요란하다.

베이징을 떠날 때 설사로 인해 고생한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속이 편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가끔 시내로 들어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이러는 것 같다. 그렇다고 평소와 다른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두어 차례 화장실을 방문하고, 시장에 나가 고기를 먹고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출발했다.

러시아-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40km 정도, 그리고 세메이까지 100km 정도의 거리를 더 가야 한다.

"세메이까지는 무리고, 중간에서 캠핑을 하자."

룹촙스크를 빠져나오는 길은 단순했다. 그냥 직진이다.

A322 도로에 진입하고 세메이까지 144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굳이 다른 나라 도시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것을 보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관계는 아주 좋은가 보다.

오래된 자전거 펌프를 가지고 다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라이딩을 하고.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지는 기찻길의 승차장에서 잠시 쉬었다.

앙증맞게 작은 기차의 승차장, 트램의 승차장은 아닌데 이런 곳에서 정차를 하고 승객을 태울까도 싶다.

30km 정도를 이동하니 국경의 마지막 마을이 나타난다.

작은 마을의 초입에서 환타와 같은 음료수로 갈증을 해결하고, 주변을 검색하니 가까운 곳에 마리아-라 슈퍼가 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슈퍼로 들어가 캠핑을 할 식량들을 보충한다. 50루블 크림빵, 요거트, 아주 작은 냉동만두를 조금 담고, 닭 날개만을 모아놓은 것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문제의 물, 항상 먹던 물은 작은 용량만 있어 비싸고 탄산수만 진열되어 있다. 이것저것을 흔들어 봐도 모두 탄산수다.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귀찮고, 그냥 탄산수 한 병을 집어 들었다.

슈퍼 앞의 벤치에서 닭 날개 부위로 점심을 대신한다. 3일째 닭만 먹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며 구글맵을 확인하니 국경까지 9km 정도의 거리다.

페달링은 느긋해지고 한가롭기 그지없다.

몽골-러시아의 구경을 넘어온 터라 불안하거나 조급한 마음이 없다.

휑하게 변했던 도로의 주변에서 멀리 검문소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보이고.

바르나울에서 시작된 거리 안내판은 마지막 336을 알려준다.

"국경이야, 휴게소야?"

몇 대의 차량들이 정차되어 있고, 몇몇의 차량들은 왼쪽의 도로를 이용해 그냥 지나간다.

"어쨌든 사진은 찍고."

"레드, 블루, 화이트. 간결하고 깨끗한 조합이다."

차량들이 지나가는 좌측의 도로를 따라가려다 차단기가 내려진 출입구를 보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미그레이션인가?"

두 대의 승용차가 출입구를 향해 대기하고 있어, 잠시 고민을 하다 탑승자에게 물었다.

"카자흐스탄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조수석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는 차단기가 내려진 곳을 가리켰다.

잠시 차단기 앞에서 기다리니 차단기가 올라가고 승용차의 탑승자가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마당을 지나 승용차의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단층의 작은 건물로 들어가고, 그들을 뒤따라 가니 군복을 입은 남자가 '세울'이라고 묻고는 건물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작은 건물은 러시아의 출국사무실, 서너 명의 사람이 출국 심사를 받고 있고 마지막으로 심사창구의 앞에 섰다.

영어를 하냐며 러시아 억양으로 말을 하는 남자의 영어는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몇 차례 '왓', '아이 돈 노우'를 말하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너 발음 무지하게 구려. 자식아!"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묻는 질문도 이상하다.

"어디로 갈 거야?"

"여기서 카자흐스탄 밖에 더 있냐?"

"자전거 어디에서 샀어?"

"소개해 줄까? 김포 자전거 가게!"

"자전거 번호 갖고 있어?"

"한국엔 그딴 거 없어!"

짜증스러운 얼굴로 옆에 서있던 직원과 시시덕거리더니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내가 구린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인지 아니면 동양인에 대한 비하의 웃음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면 쓸데없는 것에 감정을 소비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존감이 강한 편이라 의미 없는 하찮은 외부 자극에 무신경하다.

"굿럭, 웰컴 투 카자흐스탄."

"네가 왜 웰컴투를 해!"

출국 사무실을 나오니 세울을 말하며 웃던 군인이 미소를 지으며 패니어를 열어 달라고 한다.

앞뒤 패니어를 열자 훑어보지도 않고 끝났으니 가보라며 출구 쪽을 안내하고 인사를 한다.

"네가 제일 마음에 든다."

러시아 검문소를 나와 길을 따라가니 바로 카자흐스탄 검문소가 나온다.

"입출국을 공동으로 한꺼번에 할 수는 없는가?"

카자흐스탄 검문소의 입구에는 몸이 마른 남자가 통제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이상한 질문들을 한다.

"어디로 가냐?"

"카자흐스탄 가려고 여기 왔잖아!"

"키르기스스탄?"

"다시 러시아로 갈 건데."

"오홍?"

아마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키르기스스탄으로 간 모양이다.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두 질문을 하고 검문소에 있던 군인의 영어 회화는 모두 바닥이 났다. 이후의 모든 질문에는 난데없는 How가 모두 붙었고, 하우 다음에는 바디랭귀지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체류 확인증을 주며 적어야 할 곳에 체크를 해주어 이름과 국가, 방문 목적을 적고 사인을 하고 보여주니 차단기 앞을 가리키며 말한다.

"하우 스탑!"

"어, 그래."

한참을 차단기 앞에서 기다리고,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을 먼저 보내더니, 그제서야 검문소 확인증을 건네주고 길을 안내한다.

"음, 하우 넘버 원!"

자전거를 끄는 시늉을 하고, 걷는 시늉을 하더니 입국 사무소를 가리키며 재차 '하우 넘버 원'을 외친다.

"그만해. 쉐리야!"

하우 끌바로 차량들이 줄 서있는 곳에 자전거를 놓고, 하우 워킹으로 입국 사무소의 하우 넘버 원 출입문을 들어갔다.

입국 사무소에는 여덟 명 정도의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고, 입국 심사는 3분 정도 소요되었다.

마지막 내 차례가 돌아올 때쯤 한무리의 사람들이 입국 사무실로 들어오고.

동양인 외모의 심사관은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뭔가가 어설퍼 보인다.

역시나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더니 이후에는 러시아말인지, 카자흐스탄말인지 모르겠지만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여러 국가의 비자 정보가 적혀있는 듯한 매뉴얼에서 태극기를 알려주었더니 사증 페이지를 추가해 놓은 두툼한 내 여권을 계속해서 들춰본다.

"러시아 출국 사무실의 그놈도 여권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세어보더니. 너네들 그게 신기한 거야?"

그리고는 난데없이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는 시늉을 하며 뭔가를 자꾸 물어본다.

"노. 바이시클!"

답답하다는 듯 계속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며 말을 하고.

"모터바이크 노! 바이시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답답한 대화의 소리가 커지자 대기줄에 서있던 사람들이 동요를 한다. 마지못해 한 남자가 다가와 심사관에게 무언가를 말하니 무안한 표정으로 더는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지 않았다.

"이름이 뭐야?"

"차섭변."

"뵨?"

여권을 보며 독수리 타법으로 영타를 입력하는데, 누가 봐도 버벅거리는 모양새다.

"왜 또? BYOUN이 아니고 BYUN이라 안 찾아지는 거야, 못 치는 거야?"

한참을 자판과 씨름을 하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여권과 확인증들을 돌려주며 나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뭐야? 도장 안 박았잖아!"

창구에서 물러나 황당하게 서있으니 대기줄에 있던 젊은 남자가 다가와 속삭이듯 영어로 말한다.

"심사관이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어요."

"아하. 땡큐!"

잠시 후 남자와 여자의 다른 검사관이 오고, 이름과 여행 경로를 물어보더니 이전 검사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었다.

검사관은 컴퓨터로 무언가를 처리하고 나를 창구로 부른 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여권과 체류 확인증, 검문소 확인증에 스탬프를 찍었다. 다행히 체류 확인증에 두 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어주었다.

만약 하나만 찍었다면 또 한 세월을 옥신각신하며 복잡해졌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입국 시 거주등록을 해야 하는데 육로로 입국할 때 체류 확인증에 두 개의 스탬프를 받으면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험난했던 입국 심사가 끝나고 새로 나와 사태를 수습한 심사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나왔다.

두건과 헬멧들을 다시 쓰고 있을 때, 검사관이 뒤따라 나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자전거를 가지고 짐 검사를 받은 후에 가라며 인사를 한다.

"하아 참나. 이렇게 완장만 떼면 다 동네의 형, 동생, 아저씨, 오빠인데 말이야."

자전거를 끌고 짐을 검사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니 하오!"

나를 보던 군인이 어설픈 중국어로 인사하며 웃는다.

"나 한국 사람이야. 안녕하세요라고 해야지."

"아하, 세울?"

패니어를 오픈하니 전혀 보지를 않고 핸들 패니어를 보자고 하더니, 다른 군인이 다가오며 담배를 달라고 한다. 러시아 담배 한 개비를 주자 검사원은 패니어 검사가 끝났다며 인사를 한다.

"너네 혹시 담배를 찾았던 거니?"

입국 심사가 모두 끝났다. 바로 검문소의 출구로 이동해 검문소 확인증을 반납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왔다.

1시 30분에 들어선 러시아 출국 사무실에서 카자흐스탄의 입국 절차를 끝내고 나오니 3시가 되었다. 약간의 피로가 몰려온다.

카자흐스탄의 국경 검문소를 조금 벗어나 도로변에 앉아 잠시 쉬었다.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왔지만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잘 잡히고 있어, 러시아를 떠나는 인사를 인스타그램으로 짧게 업로드하고.


"한 달 뒤에 다시 보자. 러시아!"

"그나저나 출입국을 하느라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네."

100미터가 넘는 세메이는 갈 수 없고, 구글맵을 검색해서 카자흐스탄 유심칩 구매와 현금을 찾을 수 있는 마을을 찾았다.

60km 정도의 거리에 몇몇의 슈퍼와 은행이 검색되는 마을이 있다. 세메이로 가는 메인 도로에서 10km 정도 벗어나 있는 Borodulikha라는 마을이다.

"오늘은 여기에서 야영을 하자."

메인 도로를 타고 드미트리에브카까지 가서 10km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64km, 가 볼까!"

30분 정도의 휴식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의 첫 번째 라이딩을 시작한다.

국경의 주변이라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고, 길게 뻗은 평야의 도로 위로 뭉게구름들만이 하늘을 덮고 있다.

갓길이 전혀 없는 도로는 국경을 통과하는 절차들 탓인지 지나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크게 불편하지 않고, 운전자들도 매너 좋게 지나쳐 간다.

마주 오고, 지나치는 운전자들이 손을 들어 많은 응원과 인사를 보내준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라 그런지 러시아의 네트워크가 여전히 잘 잡힌다.

도로의 오른 편은 러시아고, 도로부터는 카자흐스탄이다.

"언제쯤 끊길까? 쓸데없이 괜한 궁금증이 생기네."

카자흐스탄의 도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오래된 도로인지 아니면 아스팔트의 함유량이 부족했던 것인지 바닥 돌들이 드러나 우둘투둘한 바닥면이 드러나 있다.

러시아 지역의 평야와 함께 왼편의 카자흐스탄 지역은 멀리 우거진 숲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조차 없는 평평한 도로는 계속 이어지고, 러시아의 통신도 끊기지 않고 연결이 되어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작은 시골 마을의 모습이 보이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도로변에 가까워진다.

빽빽하게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소나무 숲이다.

주유소와 함께 작은 식당이 나타나고 자연스레 식당 앞의 그늘을 향해 자전거가 이끌려 들어간다.

"아휴 더워."

에어컨 실외기가 놓인 지붕을 수리하고 있던 아저씨가 인사를 하며 식당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핸드폰을 꺼내어 번역기를 사용하려고 보니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끊겨있고, 로밍을 하라는 문자 같은 것이 수신되어 있다. 항상 필요할 때는 이렇다.

"카드 결제돼요?"

카자흐스탄의 현금(텅게)가 없어 카드 결제가 되는지 묻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러시아 루블을 꺼내어 보여주니 식당에 들어가서 물어보라는 제스처를 한다.

식당 안은 에어컨이 켜져 있어 시원했고, 주방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중년의 여자는 이방인의 등장에 낯설어 하며 인상 좋은 할머니를 부른다.

"시원한 뭔가가 없나?"

식당의 한편에 술과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러시아 루블을 보여주며 러시아 돈을 받는지 물어보니 잠시 머뭇거린다.

"안 되는가?"

잠시 의자에 앉고 싶어 뒤돌아서니 계속해서 무어라 말을 한다.

"된다고?"

물건을 파는 공간의 앞에서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자 할머니는 계산대 밑쪽의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웃는다.

시원한 음료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1리터의 콜라의 가격을 묻자 350의 숫자를 보여주더니 놀란 표정을 하자 실수라는 듯 웃으며 계산기에 70을 눌러 보여준다. 100루블을 주니 잔돈 대신에 껌 같은 것을 주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잔돈이 없으니 대충 물건으로 준 것인데, 그것을 설명하는 것 같다.

"알아요. 그 정도 융통성인 있는 남자랍니다."

시원한 콜라를 한꺼번에 반쯤 들이마시고, 간이 세면대를 가리키며 씻을 수 있는지 묻자 양동이에 물을 가져와 간이 세면대에 물을 채워준다.

메뉴표를 가져와 무언가를 설명하는데 알아 들를 수도 없고, 100루블을 주며 알아서 달라는 제스처를 했다.

잠시 후 빵과 함께 오이와 토마토에 소금을 살짝 뿌린 샐러드를 내어주고.

"설마? 이게 끝은 아니지?"

그리고 넓은 그릇에 감자와 고기가 들어간 수프가 나왔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지붕을 고치던 아저씨들과 잠깐 얘기를 나누고 다시 도로를 따라간다.

잠깐의 소나무 숲길을 지나 소나무 숲은 도로에서 멀어지고.

드넓은 평야가 이어진다.

태양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추며 만들어진 그늘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었다.

6시, 목적지인 Borodulikha까지 30km 정도가 남았다.

"먼저 유심 카드를 사야 하는데, 슈퍼나 핸드폰 가게가 몇 시까지 하려나?"

몽골,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이나 핸드폰 가게에서 쉽게 유심 카드를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업시간이 문제였다.

"9시까지는 하겠지."

미지근한 콜라와 더 미지근한 탄산수를 번갈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해보려 했지만 더 갈증이 난다.

아이오버랜드 앱으로 Borodulikha의 주변을 검색하니 세 군데 정도 와일드 캠핑을 했던 정보들이 나온다.

두 개의 포인트는 마을의 외곽을 벗어나 저수지 같은 곳에서 캠핑을 한 것이고, 하나의 포인트는 마을 중심에 있는 공원인데 캠핑에 대한 내용은 없고 공원에 대한 설명만 적혀있다.

"도착해서 마땅한 곳이 없으면 저수지로 가지 뭐."

다시 출발을 하고 잠시 길을 따라가는데 느낌이 안 좋다. 10,000km가 훌쩍 넘어가며 얇아진 타이어가 작은 철심에도 펑크가 나는 것인지,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산 튜브들이 불량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스타나에 도착하면 뒤쪽 타이어를 교체해야 되겠네."

저번에 펑크가 난 부분과 비슷한 위치인데 튜브가 불량인가 싶기도 하고,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산 펑크 패치를 꺼내보니 스티커형 접착식 펑크 패치라 간편하고 좋다.

길은 여전히 평평하고 욕심을 내면 10시 전후로 세메이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쓸데없는 욕심이다.

속도를 늦추고 야영을 할 좋은 장소를 살펴 가며 길을 따라간다.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해바라기 밭도 좋겠는데, 나무들로 시야도 완벽하게 가려져 있고."

이동을 멈추고 노란 해바라기 밭에서 캠핑을 할까 생각하다 일단 유심카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Borodulikha로 들어가는 드미트리에브카의 모습이 나타나고.

나무 집들이 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시골 마을, 가축의 분뇨 냄새가 조금 진하게 나는 마을이다.

Borodulikha로 들어가는 사거리 교차로가 나오고.

8시가 가까워지며 뜨거웠던 날씨의 기세도 차츰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잠시 쉬는 동안, 조금 전에 지나쳤던 젊은 여자가 다가와 담배를 달라고 한다.

담배 한 개비를 주고 불을 붙여주니 '스바시바'라며 인사를 하고 간다.

담배를 빌렸던 여자는 도로변을 걸어가며 가벼운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자전거를 끌고 소를 몰던 아주머니는 도로를 건너느라 바쁘다.

Borodulikha로 들어가는 길은 소나무 숲을 관통하며 긴 내리막이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은 보호구역처럼 관리가 되는 것 같다.

"소나무 숲에서 캠핑을 해도 좋겠어."

중국의 앙증맞은 도로 표지석, 몽골의 볼링핀 모양의 표지석, 러시아의 심플한 안내 표지판. 카자흐스탄의 도로 표지석은 시멘트 기둥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특이하고 웃기다.

세메이로 가는 메인 도로와 달리 차량의 통행이 조금 많아지고, 7km 정도의 소나무 숲길이 이어졌다.

"아고, 왔다!"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독수리가 내려앉은 멋진 Borodulikha의 구조물이 나오고.

마을은 숲을 벗어나 작은 다리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이 생각보다 작네."

"슈퍼에서 유심카드를 살 수 있나?"

마을 입구의 삼거리에서 구글맵을 검색하는 동안 서너 대의 승용차가 지나가며 엄지를 세우거나 손을 들며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여기로 들어가는구나."

천천히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작은 마을이다. 지도에는 몇 개의 슈퍼와 은행이 검색되었는데 눈에 잘 보이질 않고.

관공사처럼 보이는 곳에서 길을 지나가는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헬로, 유심 카드를 어디서 사요?"

핸드폰을 가리키며 '심카드'를 여러 번 반복해도 의사 전달이 잘 안된다. 구글 번역기 있는지 묻자 자신의 핸드폰으로 한국어 번역을 설정해 준다.

"오, 센스!"

다른 사람들은 일본이나 중국인이냐며 묻거나 일본, 중국의 인사말을 건넸는데 여자는 태극기를 보고 내가 한국인임을 알았는지 묻지도 않고 한국어를 설정했다.

번역기로 유심카드를 어디서 파는지 물으니 환하게 웃으며 길 건너편 가게를 가리킨다. 어린이용 자전거가 다섯 대쯤 진열되어 있는 가게는 슈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여자는 빙긋 웃으며 가던 길로 걸어갔다.

들어간 가게는 옷을 파는 가게로, 카운터의 주변에는 간단한 문구류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옷을 고르는 손님을 응대하느라 바쁜 주인 여자는 잠시 후 말을 걸어왔다.

"심 카드!"

두어 번 심카드를 외치자 이해하고 가게의 안쪽으로 가자고 한다. Beeline과 ALTEL의 유심 카드가 진열대 위로 쌓여있고 300, 500 등의 펜 글씨가 적혀있다.

"알텔로 주세요. 데이터가 어떻게..."

알텔의 유심을 선택했지만 데이터 용량과 사용기간을 물어보려니 소통이 안된다.

아주머니는 뭔가를 설명하며 부산하게 가게 안을 돌아다니고 의사소통 불가의 시간, 옷들이 진열된 방향에 조금 전 길에서 만났던 여자가 웃으며 서있다.

"헬프미!"

반갑게 웃으며 도움을 청하자 핸드폰을 들고 걸어온다.

"어떤 게 좋아?"

여자의 통역으로 주인 여자는 비라인이 더 좋다고 하며 카자흐스탄에서만 쓸 수 있는 유심이라고 한다.

데이터와 사용기간 같은 것을 묻자 주인 여자는 비라인의 상품을 안내하는 파일첩을 가져오고, 30일/20기가/3,000텅게의 상품을 선택했다.

"이거 핫스팟은 되는 거지?"

번역기로 몇 차례 음성인식을 해도 오번역이 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핫스팟, 핫스폿, 핫스폿."

월터의 발음처럼 핫스폿을 말해도 소통이 안되어, 핸드폰을 보여주며 '와이파이 커넥션'을 말하니 여자는 자신의 핫스팟을 켜고 내 핸드폰을 연결해 준다.

"어, 이게 핫스폿이야."

그녀의 핸드폰으로 핫스팟을 연결했는데 비라인의 상품에 핫스팟 지원이 되는지 물어볼 방법이 없다.

"너 유심카드 비라인이야?"

"응."

"그래? 그럼 핫스팟 되겠네. 이것으로 할래."

유심카드를 결정하고 그녀와 사진을 찍고, 이름을 물었다.

자넬, 동양인 외모의 자넬은 길에서 마주치고 유심카드를 사러 가는 나를 도와주려고 가게로 돌아온 것이다.

자넬의 도움으로 카자흐스탄의 유심카드를 쉽게 구매하고.

통신사 등록을 하던 주인 여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며 등록을 마쳤다.

"카자흐스탄 전화번호 생겼다."

"자넬, 주변에 캠핑을 할 장소가 있을까?"

주인 여자와 무언가를 상의하더니 주변의 공원에서 캠핑을 할 수 있다며 데려가 주겠다고 한다.

주인 여자는 자넬의 설명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오우'라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혼자서 다니는 거야?"

"응."

"오우."

그리고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보더니 더 크게 '오우'하며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지 묻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는다.

러시안과는 달리 웃음이 많고 친절한 카자크 사람들이다.

자넬과 함께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걸어가는 동안 노을이 지고 있다.

"자넬, 여기 이름이 뭐야?"

"보로둘리하."

마을의 공원에 도착하여 자넬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공원에서 자려면 관리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10분 후에 차로 온다고 해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넬과 악수하며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했다.

공원에는 아이들과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잠시 후 인상 좋은 관리인 아저씨가 오고, 빙긋이 웃더니 공원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아저씨는 공원 안쪽을 설명해주며 화단 안쪽 편안한 곳에 텐트를 치라고 알려주고 돌아갔다.

공원 가운데 러시아의 마을들처럼 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조상되어 있다.

모기들을 피해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빌어먹을 모기. 사비, 여기는 모기가 너무 많아 죽겠어."

노보시비르스크로 갔던 월터는 메인 도로가 없어 작은 도로를 타고 이동 중인가 보다.

"난 카자흐스탄에 왔어. 공원에서 캠핑 중이야."

"일본 스타일이네. 사람들이 귀찮게 안 해?"

"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친절해. 하지만 말이 나를 괴롭히고 있어."

월터와 메세지를 주고받는 동안 말들이 텐트 옆으로 다가와 킁킁거리며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잘 있지?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연락을 줘. 알았지?"

인스타그램으로 자넬의 메세지가 왔다. 자넬에게 마을의 주변에 대해 묻고 메세지를 주고받았다.

주변에 식당을 추천해 주어서 내일 아침을 그곳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보로둘리하에 늦게 도착하여 저녁을 먹지 못했다. 점심때 사놓은 크림빵과 요거트로 간단히 허기만을 채우고, 라면에 넣어 먹으려고 했던 작은 꼬마 만두는 완전히 녹아서 흐물거려 버려야 했다.

그냥 웃으면 바보라고 생각한다는 러시아와 달리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친절하고 웃음이 많으며 편안한 사람들인 것 같다.

카자흐스탄, 오랜 시간 구소련의 지배하에서 그들만의 오랜 전통이 사라지고, 잃어버렸다는 카자흐스탄이지만 사람들의 모습만은 그대로 변하지 않았나 보다.

구경을 넘는 날은 언제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데, 이상하게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몽골의 툴가, 러시아의 비꾸, 아스카, 아카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자넬까지.

"카자흐스탄의 여행이 시작됐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2일 / 흐림
룹촙스크
비가 내린다.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룹촙스크에서 하루를 쉬며 휴식을 취한 후 카자흐스탄으로 떠날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77시간

 
재래시장
 
러시안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룹촙스크
 
룹촙스크
 
룹촙스크
 
 
1,27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8시에 잠이 깨고, 창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피곤함에 다시 잠이 든다.

10시에 일어나 산책 겸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재래시장 같은 골목이 보이고.

룹촙스크의 시내가 한가롭다.

극장처럼 보이는 곳의 레스토랑에 200루블의 세트 메뉴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그림만 좋아 보이는 메뉴다.

오면서 보았던 재래시장으로 들어간다. 의류와 신발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고.

한 블록에는 야채와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제법 사람들도 북적이고.

"시장은 장터 음식이지."

고기를 굽고 있는 시장의 음식점으로 들어가 그림 속에 있는 꼬치구이를 가리키며 주문한다.

160루블, 역시 시장이라 저렴하다.

식빵과 양파 그리고 꼬치구이가 나온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지만 그런대로 고기니까 괜찮다.

숙소 쪽으로 걸어 나오니 바로 숙소의 맞은편이 시장의 입구다.

빗물에 자전거가 깨끗하게 세차가 되고.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5시가 가까워지니 슬슬 배가 고프다.

이번에는 아침에 먹었던 식당의 옆집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재래시장은 4시에 모두 문을 닫는가 보다.

오전에 보았던 극장 같은 곳의 레스토랑으로 걸어간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레스토랑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있으니 건물의 관리를 하는 아저씨가 무언가를 말한다.

"이게 레스토랑이죠?"

"맞아, 그런데 네 복장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있는 나를 보더니 자신처럼 긴바지의 복장을 해야 한다는 듯 제스처를 한다.

"왜? 내 복장이 어때서."

아저씨에게 주변의 식당을 물어보니 재래시장의 입구를 지나 마리아-라 슈퍼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커다란 마리아-라 매장이 보이고, 광장에는 러시아의 도시에서 흔하게 보이는 노점이 보인다. 맥주나 음료를 파는 것 같은데 항상 궁금했다.

"이게 뭐야?"

책을 읽고 있던 여자는 살짝 웃으며 카바스라고 한다. 비스크의 세미온의 집에서 하루를 보낼 때 그는 슈퍼에서 카바스 두 통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월터는 러시아의 국민 음료수라고 알려주었다.

"아, 카바스. 얼마예요?"

작은 컵으로 한 잔에 10루블을 받는다. 거리나 도로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바스를 파는 노점이다.

약간 달달한 음료인데, 시원하게 마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마리아라에 들어가.

빵과 치킨 반마리를 사서 저녁을 해결한다.

오후 늦게 비는 멈추고 하늘이 맑아진다.

숙소에 러시아 친구가 들어온다. 아무런 말도 없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던 중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그런데 러시안들은 왜 잘 안 웃어?"

생뚱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을 일이 있으면 잘 웃지만, 평상시에는 잘 웃지 않아."

"왜?"

"별일 없이 웃으면 바보라고 생각하거든."

위너님이 알려주었던 이유와 똑같이 말하며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안 웃는 것이 더 바보 같던데."

어쨌든 식당, 호텔, 슈퍼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러시아의 여자들이 웃지 않는 이유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고, 월터의 말처럼 단지 러시안이기 때문이었다.

"겁나 다행이네. 다리 펴고 편히 자자."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1일 / 맑음
포스펠리카-룹촙스크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5시간 36분
누적시간
877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스펠리
 
해바라기
 
룹촙스크
 
 
1,27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새벽까지 화물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휴식을 하는 바람에 조금 시끄러웠고, 새벽 일찍 떠나는 화물차들의 엔진음으로 6시부터 잠이 깨고 잠들기를 반복해야 했다.

8시가 안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양치와 함께 짐들을 정리한다.

식당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아침으로 고기를 주문했다. 250루블.

출발하기 전 몽골의 보츠와 같은 튀김 만두를 두 개를 점심으로 먹기 위해 포장을 한다. 여전히 식당의 종업원들은 잘 웃지 않는다.

"먼저 웃으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렇다고?"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의 날씨가 꽤 쌀쌀하다.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출발을 한다. 오늘은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간다. 90km 정도의 거리다.

15km 정도의 속도로 길을 이어가고.

끝없는 해바라기 밭은 오늘도 계속된다.

"언제쯤 이 해바라기 밭이 끝날까?"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점에서 사온 튀김만두를 꺼내었다. 크기에 비해 만두의 소로 들어간 고기의 양이 조금 적어 약간 실망스럽다.

"45km 정도 남았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도로변에 접근하기 편안한 해바라기 밭이 나온다.

"사진을 좀 찍고 갈까. 또 언제 이런 해바라기 밭을 볼 수 있겠어?"

해바라기를 찍고 출발한 길은 기역자를 그리며 왼쪽 방향으로 크게 휘어진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이 질주의 유혹을 보낸다.

"뭐, 그럼 달려줘야지."

5km 정도의 직선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힘차게 질주하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룹촙스크 까지 27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쉴만한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 앞에 놓여있는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길을 건너자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잉? 또?"

튜브를 탈착해 보니 이물질이 박혀 펑크가 난 것이 아니고 튜브가 약간 불량인 것 같다.

펑크 패치로 정비를 했지만 실패,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의 성능이 떨어지나 보다.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오늘 숙소에 들어가 두 개의 튜브를 정비해둘 생각이다.

천천히 라이딩의 속도를 줄이며 여유를 부리고.

인공 호수인지, 자연 호수인지 알 수 없는 저수지 크기의 작은 호수가 나오고 도로는 호수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작지만 오랜만에 호수를 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바다도 보고 싶네."

작은 호수를 지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의 굴뚝을 시작으로 룹촙스크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나무집들을 지나 두 번째 호수를 앞두고 룹촙스크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A322의 도로를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돌아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이 나오지만 작은 길을 따라 시내 외곽부터 구경을 하고 싶다.

잠시, 두 번째 호수를 구경하러 가보니 10여 명의 남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요금을 받은 관리소가 있다. 미끄럼틀처럼 보이는 커다란 목조건물이 호수를 향해 경사를 두고 만들어져 있다.

"별거 없네. 시내로 들어가자."

흙길과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을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지나가고.

철도길을 넘어.

시내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주택가 도로는 몽골처럼 포장이 안 된 흙길 그대로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재래시장의 근처인것처럼도 보이고.

룹촙스크 시내의 인도는 오래된 가로수가 우거진 흙길이고, 차도 역시 먼지가 날리는 오래된 시멘트길이다.

"나라가 작아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참 대단한 나라야."

지방의 소도시는 물론 작은 시골의 마을까지 깨끗하게 도로가 정비되고 관리되는 우리나라가 대단해 보인다.

시내에 있는 광장을 향해 길을 따라가고.

오래된 건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룹촙스크 의 광장이 나온다.

공장의 중앙에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분수들이 물을 뿜어내고 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난을 치고 있다.

광장의 정면에 레닌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분수대에서는 아이들이, 주변의 벤치에는 부모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리에 앉아 구글맵으로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6인실 침대가 놓인 깨끗한 호스텔을 찾았다.

"바로 옆에 있네. 좋았어."

일단 슈퍼에 들러 탄산수 하나를 사서 갈증을 해결한다. 가끔은 콜라보다 탄산수가 좋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러시아에서 탄산수 맛을 알아버렸네."

검색했던 호스텔로 갔지만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시큰둥하게 방이 없다며 몇 마디를 하고 그만이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응대 문화야? 뭐야? 뭐가 이렇게 불편해!"

혹시나 하고 트립닷컴을 검색하니 호텔의 저렴한 3인실 룸이 검색된다. 추가 정보가 불확실하여 일단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을 찾는 동안 길거리의 아저씨들과 운전자들이 환대를 해주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의 호텔에 도착한다.

"외관이 그럴싸한데. 저렴한 방이 있다고?"

호텔의 프런트에는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앉아있다.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투숙을 하고 싶다고 하니 가장 어려 보이는 직원이 당황한 듯 살짝 웃으며 안내를 한다.

"1,800루블."

"아니, 그 방 아니고."

다시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3인실 방을 확인시켜 주어도 여전히 어리둥절.

"그냥,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될까요?"

여직원은 뭔지 모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던 여직원 뭔가를 퉁명스럽게 몇 마디 하고 만다.

트립닷컴으로 할인까지 받아 8,000원이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호텔 바우처를 보여줘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왜 너네가 당황을 해. 난감한 건 난데."

몇 분 동안 아무런 안내도 없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책상에만 앉아있다.

"어떤 문제라도 있어?"

그제서야 몇 마디를 러시아말로 중얼거리는 여직원이다. 번역기를 갖다 대니 '필요서류'라는 말이 번역된다.

"혹시 여권?"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권을 주자 여러 차례 복사를 하더니 방의 키를 들고 안내를 한다.

"아니, 말을 해야 알지. 뚱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앉아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숙소는 호텔의 별관처럼 도로변에 있는 저가형 룸들의 건물이다.

3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고, 별관의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것 같다.

"아주 좋아."

여직원은 방을 확인시켜 주고 열쇠만을 건네준 후 돌아가버린다.

"한 번이라도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라도 생긴다니."

짐들을 옮겨놓고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한다.

"월터, 러시아 여자들은 정말 잘 안 웃어. 내가 못생겨서 그런가 봐."

"아냐, 그냥 러시아인이라 그런 거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겸 룹촙스크 시내를 살짝 둘러본다.

사람들이 모여있을 기차역으로 가서.

전쟁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의 동상을 보고,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작은 도시라 딱히 별다른 것은 없다.

"오, 생맥주 가게. 맥주나 1리터 사 마실까?"

근처 슈퍼에 가서 90루블 통닭 반 마리와 맥주 두 캔을 사서 돌아온다.

이곳의 인도는 가로수 관리나 인도 정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도시들이 모두 그랬지만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방치된 느낌에 가깝다.

잘 보면 몽골의 도시들이 러시아의 도시들과 구조나 모습들이 흡사하다.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을 복사하듯 받았네."

아마도 몽골 도시의 설계나 건축은 러시아의 원조나 시공으로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것 같다.

호텔 입구에 있는 묘한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마사지 광고야? 꿀 광고야?"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잔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0일 / 맑음
알레이스크-포스펠리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국경 도시 룹촙스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12,092Km
이동시간
5시간 32분
누적시간
872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할레이스
 
시푸노보
 
포스켈리
 
 
1,18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골아 떨어졌다. 새벽에 잠시 깨었지만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물 마셨나?"

신체 알람 8시에 자동으로 일어나.

러시아 땅에도 굿모닝을 푸짐하게 알려주고.

어제 남은 닭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다시 남은 닭고기는 잘게 찢어 점심에 요거트와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세 끼를 해결하고 290루블이면 정말 훌륭하다."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가까워져 온다.

"오늘 어디까지 가야 하나. 160km, 룹촙스크까지 가 볼까?"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풍으로.

"잠시만, 팔토시를 써야겠어. 너무 따가워."

어제 라이딩으로 팔 부분이 탔는지 따갑고 간지럽다.

약간의 바람이 불어 평속 12km 정도의 진행이다.

여전히 끝없는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이 펼쳐지고.

푸른 콩밭도 나타나고.

들풀이 무성한 들녘도 나타난다.

계속되는 12km 정도의 이동, 더워지는 날씨 탓에 조금씩 지쳐가고.

배고픔도 찾아온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그늘이 없냐?"

점심을 먹을 그늘을 찾아 길을 따라가지만.

평야의 도로변은 하얀 메밀꽃과.

밭들의 구획을 나누는 경계인듯한 나무들과.

은은한 파스텔톤을 뽐내는 밀밭과.

작고 예쁜 러시아의 클래식한 승용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는 것을 제외하면 몽골의 환경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리며 겨우 찾아낸 도로변의 나무 그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수풀 사이로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몰려드는 날벌레가 적어 나름 괜찮은 장소이다.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닭고기를 준비하고.

요거트에 시리얼과.

닭고기를 넣어 푸짐하게 먹는다.

"닭고기가 신의 한 수인데."

밥을 먹는 동안 두어 대의 승용차들도 그늘을 찾아 들어오고, 건너편의 그늘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시 반, 룹촙스크까지 120km가 남았다.

"덥다. 룹촙스크까지는 못 간다."

두 개 정도의 마을을 지나면 룹촙스크까지 80km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 마을인 40km 거리의 포스펠리카까지만 갈 생각이다.

노란 해바라기밭과.

하얀 메밀꽃밭은 너무나 예쁘지만.

쉴 수 있는 그늘이 없다.

그늘을 찾아 한 시간 반을 달려 앉을 곳조차 없는 곳에서 햇볕을 피하고, 물을 마시고 목덜미에도 뿌려보지만 큰 효과가 없다.

길 건너편으로 한 대의 버스가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린다. 휴게소 같은 것이 없으니 소변을 해결하려는 듯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들 숲을 향해 들어간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러시아 정도면 대충 휴게소 정도는 만들어 놓지."

포스펠리카까지 15km, 도로를 달리는 동안 심심치 않게 도로변에서 정비를 하는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자동차 긴급 정비 같은 네트워크가 러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없으니 때때로 자가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인데, 땅이 너무 넓어도 불편하겠구나 싶다.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전,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에서 캠핑을 하고 싶지만 내일의 비상식을 사야 한다.

잠시 후 주유소가 보이고.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가 나온다. 6km, 마을로 들어가면 식당과 함께 저렴한 호텔도 검색되지만 왠지 들어가기가 귀찮다.

잠시 그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도로변에 있는 24시간을 알리는 식당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주유소를 발견한다.

식당의 주변에는 주차장과 함께 넓은 공터가 있고, 주유소의 사무실로 사람들의 드나들며 손에 뭔가를 들고 나온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 근처에 텐트를 치자. 그리고 저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나 본데, 그러면 이곳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

먼저 주유소로 넘어간다.

주유소에는 작은 슈퍼가 있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내일 아침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다.

주유소에서 시원한 물을 사고 건너편 식당으로 다시 넘어간다.

"자, 여기서 텐트만 허락해 주면 오늘은 끝."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식당에서.

"헉, 고기!"

"고.. 고기 주세요!"

토마토 수프와 함께 숯불구이 고기를 340루블에 사 먹는다.

"에어컨 바람에 고기라, 천국이군."

식당의 세면대에서 세안을 깨끗하게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고 번역기를 보여준다.

"자전거 여행 중인데, 주차장에 텐트를 쳐도 되나요?"

번역기를 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더니 그렇게 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한다.

"뭐지? 이 애매함은. 하라는 건가?"

몽골의 500투그릭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먹은 후 계산대에 다시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며 음식점 주변을 가리키니 이번에도 뚱한 표정으로 반대편을 가리키며 무어라 말한다.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라는 제스처인데 웃지도 않고 표정이 뚱하다.

많은 러시아의 슈퍼들과 음식점을 다녔지만 사람들이 좀처럼 웃지를 않는다. 이방인의 낯선 행동이 서툴고, 대화가 안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을 법도 한대 대부분이 무뚝뚝하다.

"러시아인들은 왜 잘 안 웃지?"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고.

"아고, 내 집이 제일 편해."

텐트 건너 해바라기도 구경하고.

"사비, 나 고기도 먹고 러시아 여자도 많이 봤어."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고기는 알겠는데, 러시아 여자는 어디에 있냐?"

월터는 어제 클럽 같은 곳을 갔는지 요란한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낸다.

"어, 세미온 집보다는 좋네."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싸이키 조명 같은 것을 켜놓았던 세미온 집의 이상한 분위기를 생각하며 함께 웃는다.

"사비, 카자흐스탄에 가면 세메이 부근에 좋은 캠핑 자리가 있으면 알려줘."

"알았어."

밤이 깊어지고 주자창 공터에 요상한 차들이 들락거린다.

"에쉬, 편히 자기는 틀렸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9일 / 맑음
바르나울-알레이스크
휴식을 취했던 바르나울을 떠나 카자흐스탄을 넘어가는 국경으로 향한다. 러시아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이동거리
142Km
누적거리
12,011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866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장소
 
알레이스
 
 
1,10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바르나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으로 향한다. 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350km의 거리, 4~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에어컨이 없는 게스트하우스, 더위가 시작되었는지 새벽까지 방안의 후덥지근한 열기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숙소를 나가기 위해 부스럭거리는 젊은 러시아 친구 때문에 8시쯤 잠에서 깨어난다.

"스모그인가? 날씨가 흐린 건가?"

바르나울에 도착해서 하늘은 언제나 뿌옇다. 매캐한 냄새는 없어서 스모그나 미세먼지처럼 느껴지진 않은데 잘 모르겠다.

하루 종일 혼잡한 도로의 상태를 보면 스모그일 것도 같다.

약간 바람이 빠진 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우고.

짐들을 정리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오늘은 어린 남자아이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가족이 돌아가며 게스트하우스를 지키는 것 같다.

오늘 가야 할 거리가 130km가 넘으니 비상식을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

슈퍼에서 시리얼과 식빵 등을 사는데 어제부터 카운터에 있는 30대 중후반의 뚱뚱한 여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건들을 던지듯 하며 계산을 한다.

"뭐가 저리 불만일까? 인상을 쓴다 해서 삶이 달라질 것 같진 않은데."

숙소 옆에 있던 식당은 영업 전인지 문이 닫혀있다.

"아침을 해결하고 떠나고 싶은데 로만의 가게 옆 식당으로 가자."

언덕을 내려와 로만의 자전거 가게 근처의 식당으로 갔지만 역시나 문이 닫혀있다.

"설마?"

시계를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매일 영업을 하는 우리와 달리 몽골과 러시아는 주말에 많은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알레이스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몇몇의 식당이 검색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니, 우선 슈퍼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본다.

30루블의 커다란 빵과 60루블의 1리터짜리 콜라를 사든다. 러시아의 가격표에는 소수 자리까지 적혀있는데 대부분 가게에서는 계산을 할 때 절삭을 하고 계산을 한다.

나름 맛이 좋은 빵을 먹는 동안 비둘기 한 마리가 다가와 뻔뻔스러운 얼굴로 쳐다본다.

"뭐? 어쩌라고?"

녀석에게 빵 부스러기와 빵을 작게 떼어주며 아침을 해결한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A322 도로를 따라 남서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바르나울을 벗어나는 인터체인지의 언덕을 오르며 작은 러시아의 소도시 바르나울을 떠난다.

트램의 철로를 따라가는 도로는 공사 중으로 교통이 혼잡하고.

갓길이 전혀 없는 좁은 도로는 약간 불편하다.

40여 분이 지나 트램의 철로는 끝이 나고, 이상한 회전 교차로를 지나 유턴을 한 후 바르나울의 교외 지역까지 완전히 벗어난다.

이곳의 회전 교차로는 사방의 도로에서 진입하고 빠져나가는 다른 곳과 달리 바르나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만이 진입을 할 수 있는 이상한 교차로다.

교차로 부근에 몇 군데의 식당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비둘기와 99.9:0.1의 비율로 분할해서 먹은 빵 때문에 그냥 지나친다.

길은 오르마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고 언덕의 곡선을 따라 마을들이 종종 나타난다.

조금씩 넓은 평야들이 펼쳐지더니 4~5대의 트랙터들이 줄을 맞춰 흙먼지를 날리며 밀밭을 고르는 풍경이 펼쳐진다.

끝이 없는 평야의 밀밭은 연녹색의 푸른 밀들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밀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파종하는 시기가 다르거나 품종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에잇, 발!"

"점심이나 먹자."

1시, 약간은 지루한 라이딩에 허기도 일찍 찾아든다. 월터에게 배운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식빵과 잼으로 조합하는 식단이다.

빨간 잼은 석류잼 같은 것인데, 나탈리아의 집에서 식사를 할 때 만저로크에서 유리에게 선물 받았다며 자랑하던 월터의 것을 맛보고 슈퍼에서 발견하고 하나 사 들었다. 66루블인데 적당한 양과 무게가 마음에 든다.

"월터 따라 하기 점심!"

햇볕 아래에서 날벌레들과 사투를 하며 점심을 끝내고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푸석거린다.

"일일 일빵이니? 그만하지."

쉐발리노의 고개를 넘으며 임시 조치로 덧대었던 펑크패치가 더는 공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올챙이배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더는 안되겠다."

전국 일주와 중국, 몽골, 러시아까지 견뎌냈던 16방의 펑크 패치를 붙인 튜브의 퇴역이다.

"수고했다. 충분했어!"

고르노 알타이에서 새로 산 튜브로 교체하고.

넓은 평야를 달린다.

완전 평면으로 변한 평야의 길을 언더바를 잡고 3단을 걸어 달려간다.

"간만에 제대로 달려보자."

무엇을 심을지 궁금한 로터리가 잘 쳐진 평야도 보이고.

쭉쭉 뻗은 도로에는.

적당한 곳에 식당도 있고.

어디가 끝일까 궁금한 밀밭을 지나고.

천지가 들꽃뿐인 들판도 지나고.

쓸데없는 셀카질도 해보고.

어느새 94km를 달려왔다.

"50km 정도 남았네. 3시간이면 충분하겠지."

긴 질주 끝에.

노란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월터와 함께 라이딩하는 동안 찍지 못했던 해바라기.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

"참 재미있고 유쾌한 꽃이야."

"자, 발!"

수천, 수만의 웃는 얼굴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즐겁다.

40km 가까이 이어지던 평야는 알레이스크가 가까워지며 끝이 난다.

오르막의 길이 조금씩 힘들어질 때쯤 왼쪽 방향 멀리 건물과 함께 마을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변을 따라 단층의 나무집들이 보이고.

"여기가 입구가 아닌가?"

왼편으로 마을의 모습이 보이는데 도로의 안내판은 계속 직진을 하라고 한다.

4km 정도 후 알레이스크를 지나가는 길은 좌회전을 알리며 기역자 모양으로 꺾인다.

"일단, 다 왔다."

마을로 향하는 내리막을 달려.

마을 초입의 도로변에 식당들과 함께 작은 슈퍼들이 있다.

"시원한 콜라를."

식당 주변에 있는 작은 슈퍼에 들어가려고 하니 어린 여자가 웃으며 밖에서 주문을 하라고 한다.

작은 슈퍼는 시내의 간의 판매점처럼 밖에서 물건을 주문하여 구매하는 방식이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비싸!"

27루블 정도 하는 콜라가 50루블, 아침에 60루블에 산 콜라가 100루블이다.

"마을로 들어가서 사자."

도로변에서 밥을 먹고 야영지를 찾아가려던 생각을 바꿔 알레이스크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고 야영지를 찾으려고 한다.

알레이스크로 들어가는 도로의 구조물에서 인증샷을 찍고.

3km 정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글맵을 검색하여 초입에 있는 마리아-라로 들어간다.

슈퍼를 둘러보고 시원한 콜라만을 사서 밖으로 나와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한다.

"어디서 왔어?"

슈퍼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어르신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건넨다.

"한국요. 혹시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있나요?"

번역기를 보여주니 아저씨는 '뭐?'라는 표정으로 놀라며 없다고 한다.

"이곳은 밤에 위험한가요?"

아저씨는 심각한 얼굴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아저씨가 다가와 마리아-라 위가 호텔이라며 그곳에서 자라고 알려준다.

"얼만데요?"

"600~800루블 정도."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일반 호텔처럼 보이고, 신축을 했는지 깨끗하게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 가격을 물어보려 4층의 호텔로 올라간다.

"500루블이면 여기서 쉬어야지."

공실로 비어있는 2, 3층을 지나 4층으로 들어가니 프런트의 여자가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가격을 물으니 1,400과 2,200을 종이에 적는다.

"헐, 시골에 호텔이 뭐가 이렇게 비싸!"

그대로 뒤돌아서 내려와 슈퍼에서 290루블 통닭과 맥주, 요거트, 물을 500루블에 사서 나온다.

"숙박비로 치맥을 먹는 것이 낫지."

이제 야영지를 찾아야 한다. 다시 A322 도로로 빠져나와 룹촙스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가며 야영지를 찾는다.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나 네트워크가 되는 곳이면 좋겠는데."

핸드폰의 네트워크 안테나를 보며 한참 동안 길을 따라다 5km 이상 벗어난 지역에서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어, 대충 이 근방에서 찾아보자."

도로와 기찻길 사이 나무숲으로 자동차 바큇자국이 있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자전거를 끌고 나무숲으로 들어가니 길은 기찻길을 지나는 통로로 이어진다. 통로는 큰 자갈밭이라 텐트를 치기가 어려웠고, 주변은 기차의 소음으로 잠을 자기가 힘들 것 같았다.

풀밭의 땅을 고르며 생각하는 동안 모기에게 수방을 물리고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왔던 길로 돌아온다.

도로로 나가는 도중 작은 샛길을 발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트랙터 같은 것이 지나가며 길이 난듯한 곳인데 땅도 푹신하고 무언가가 지나간 흔적들도 전혀 없다.

"좋은데, 여기로 결정!"

모기들을 피하며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물로 간단히 세안을 하고, 물티슈로 팔과 다리를 닦아낸 후 침낭을 베고 눕는다.

"아고, 좀 쉬자. 먹는 건 나중에."

9시 40분, 해가 떨어져가며 어두워진다.

"먹어 볼까."

우리의 전기구이 통닭처럼 생긴 녀석과 함께 시원한 맥주 두 캔으로 저녁을 먹고, 남은 닭은 내일 아침으로 먹을 것이다.

140km를 달려와서인지, 맥주 두 캔에 약간의 취기가 느껴진다.

"사비, 여기는 완전히 미쳤어. 네가 여기에 왔어야 했는데."

노보시비르스크에 간 월터는 러시아 남자들만 잔뜩 나온 사진을 보내며 러시아 여자가 많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 아주 황홀하다. 좋겠다!"

아무래도 요즘 러시아에서는 여자들이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는가 보다.

"잠이나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