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3일 / 맑음 ・ 30도
룹촙스크-카자흐스탄 보로둘리하
24일간의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으로 간다. 여행의 네 번째 나라 카자흐스탄이 궁금하다.
카자흐스탄으로 국경을 넘어가야 하는 하루, 몹시 바쁘고 정신이 없을 하루일 것이다.
러시아 친구의 움직임 소리에 여러 번 잠이 깨었지만 쉽게 눈이 떠지질 않는다.
"조금만 더."
7시 반, 반강제적으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하나둘씩 꺼내어 자전거에 장착을 하니 러시아 친구는 작업복을 입고 문을 잠가달라는 제스처를 하고 숙소를 나갔다.
아마도 룹촙스크에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온 듯하다.
아침은 월터식으로 간단히 해결을 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아침부터 배속이 요란하다.
베이징을 떠날 때 설사로 인해 고생한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속이 편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가끔 시내로 들어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이러는 것 같다. 그렇다고 평소와 다른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러시아-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40km 정도, 그리고 세메이까지 100km 정도의 거리를 더 가야 한다.
"세메이까지는 무리고, 중간에서 캠핑을 하자."
앙증맞게 작은 기차의 승차장, 트램의 승차장은 아닌데 이런 곳에서 정차를 하고 승객을 태울까도 싶다.
그리고 문제의 물, 항상 먹던 물은 작은 용량만 있어 비싸고 탄산수만 진열되어 있다. 이것저것을 흔들어 봐도 모두 탄산수다.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귀찮고, 그냥 탄산수 한 병을 집어 들었다.
슈퍼 앞의 벤치에서 닭 날개 부위로 점심을 대신한다. 3일째 닭만 먹고 있다.
차량들이 지나가는 좌측의 도로를 따라가려다 차단기가 내려진 출입구를 보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미그레이션인가?"
두 대의 승용차가 출입구를 향해 대기하고 있어, 잠시 고민을 하다 탑승자에게 물었다.
"카자흐스탄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조수석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는 차단기가 내려진 곳을 가리켰다.
잠시 차단기 앞에서 기다리니 차단기가 올라가고 승용차의 탑승자가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마당을 지나 승용차의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단층의 작은 건물로 들어가고, 그들을 뒤따라 가니 군복을 입은 남자가 '세울'이라고 묻고는 건물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작은 건물은 러시아의 출국사무실, 서너 명의 사람이 출국 심사를 받고 있고 마지막으로 심사창구의 앞에 섰다.
영어를 하냐며 러시아 억양으로 말을 하는 남자의 영어는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몇 차례 '왓', '아이 돈 노우'를 말하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너 발음 무지하게 구려. 자식아!"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묻는 질문도 이상하다.
"어디로 갈 거야?"
"여기서 카자흐스탄 밖에 더 있냐?"
"자전거 어디에서 샀어?"
"소개해 줄까? 김포 자전거 가게!"
"자전거 번호 갖고 있어?"
"한국엔 그딴 거 없어!"
짜증스러운 얼굴로 옆에 서있던 직원과 시시덕거리더니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내가 구린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인지 아니면 동양인에 대한 비하의 웃음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면 쓸데없는 것에 감정을 소비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존감이 강한 편이라 의미 없는 하찮은 외부 자극에 무신경하다.
"굿럭, 웰컴 투 카자흐스탄."
"네가 왜 웰컴투를 해!"
출국 사무실을 나오니 세울을 말하며 웃던 군인이 미소를 지으며 패니어를 열어 달라고 한다.
앞뒤 패니어를 열자 훑어보지도 않고 끝났으니 가보라며 출구 쪽을 안내하고 인사를 한다.
"네가 제일 마음에 든다."
러시아 검문소를 나와 길을 따라가니 바로 카자흐스탄 검문소가 나온다.
"입출국을 공동으로 한꺼번에 할 수는 없는가?"
카자흐스탄 검문소의 입구에는 몸이 마른 남자가 통제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이상한 질문들을 한다.
"어디로 가냐?"
"카자흐스탄 가려고 여기 왔잖아!"
"키르기스스탄?"
"다시 러시아로 갈 건데."
"오홍?"
아마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키르기스스탄으로 간 모양이다.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두 질문을 하고 검문소에 있던 군인의 영어 회화는 모두 바닥이 났다. 이후의 모든 질문에는 난데없는 How가 모두 붙었고, 하우 다음에는 바디랭귀지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체류 확인증을 주며 적어야 할 곳에 체크를 해주어 이름과 국가, 방문 목적을 적고 사인을 하고 보여주니 차단기 앞을 가리키며 말한다.
"하우 스탑!"
"어, 그래."
한참을 차단기 앞에서 기다리고,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을 먼저 보내더니, 그제서야 검문소 확인증을 건네주고 길을 안내한다.
"음, 하우 넘버 원!"
자전거를 끄는 시늉을 하고, 걷는 시늉을 하더니 입국 사무소를 가리키며 재차 '하우 넘버 원'을 외친다.
"그만해. 쉐리야!"
입국 사무소에는 여덟 명 정도의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고, 입국 심사는 3분 정도 소요되었다.
마지막 내 차례가 돌아올 때쯤 한무리의 사람들이 입국 사무실로 들어오고.
동양인 외모의 심사관은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뭔가가 어설퍼 보인다.
역시나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더니 이후에는 러시아말인지, 카자흐스탄말인지 모르겠지만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여러 국가의 비자 정보가 적혀있는 듯한 매뉴얼에서 태극기를 알려주었더니 사증 페이지를 추가해 놓은 두툼한 내 여권을 계속해서 들춰본다.
"러시아 출국 사무실의 그놈도 여권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세어보더니. 너네들 그게 신기한 거야?"
그리고는 난데없이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는 시늉을 하며 뭔가를 자꾸 물어본다.
"노. 바이시클!"
답답하다는 듯 계속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며 말을 하고.
"모터바이크 노! 바이시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답답한 대화의 소리가 커지자 대기줄에 서있던 사람들이 동요를 한다. 마지못해 한 남자가 다가와 심사관에게 무언가를 말하니 무안한 표정으로 더는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지 않았다.
"이름이 뭐야?"
"차섭변."
"뵨?"
여권을 보며 독수리 타법으로 영타를 입력하는데, 누가 봐도 버벅거리는 모양새다.
"왜 또? BYOUN이 아니고 BYUN이라 안 찾아지는 거야, 못 치는 거야?"
한참을 자판과 씨름을 하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여권과 확인증들을 돌려주며 나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뭐야? 도장 안 박았잖아!"
창구에서 물러나 황당하게 서있으니 대기줄에 있던 젊은 남자가 다가와 속삭이듯 영어로 말한다.
"심사관이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어요."
"아하. 땡큐!"
잠시 후 남자와 여자의 다른 검사관이 오고, 이름과 여행 경로를 물어보더니 이전 검사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었다.
검사관은 컴퓨터로 무언가를 처리하고 나를 창구로 부른 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여권과 체류 확인증, 검문소 확인증에 스탬프를 찍었다. 다행히 체류 확인증에 두 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어주었다.
만약 하나만 찍었다면 또 한 세월을 옥신각신하며 복잡해졌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입국 시 거주등록을 해야 하는데 육로로 입국할 때 체류 확인증에 두 개의 스탬프를 받으면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험난했던 입국 심사가 끝나고 새로 나와 사태를 수습한 심사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나왔다.
두건과 헬멧들을 다시 쓰고 있을 때, 검사관이 뒤따라 나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자전거를 가지고 짐 검사를 받은 후에 가라며 인사를 한다.
"하아 참나. 이렇게 완장만 떼면 다 동네의 형, 동생, 아저씨, 오빠인데 말이야."
자전거를 끌고 짐을 검사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니 하오!"
나를 보던 군인이 어설픈 중국어로 인사하며 웃는다.
"나 한국 사람이야. 안녕하세요라고 해야지."
"아하, 세울?"
패니어를 오픈하니 전혀 보지를 않고 핸들 패니어를 보자고 하더니, 다른 군인이 다가오며 담배를 달라고 한다. 러시아 담배 한 개비를 주자 검사원은 패니어 검사가 끝났다며 인사를 한다.
"너네 혹시 담배를 찾았던 거니?"
입국 심사가 모두 끝났다. 바로 검문소의 출구로 이동해 검문소 확인증을 반납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왔다.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왔지만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잘 잡히고 있어, 러시아를 떠나는 인사를 인스타그램으로 짧게 업로드하고.
"한 달 뒤에 다시 보자. 러시아!"
"그나저나 출입국을 하느라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네."
100미터가 넘는 세메이는 갈 수 없고, 구글맵을 검색해서 카자흐스탄 유심칩 구매와 현금을 찾을 수 있는 마을을 찾았다.
60km 정도의 거리에 몇몇의 슈퍼와 은행이 검색되는 마을이 있다. 세메이로 가는 메인 도로에서 10km 정도 벗어나 있는 Borodulikha라는 마을이다.
"오늘은 여기에서 야영을 하자."
"64km, 가 볼까!"
국경의 주변이라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고, 길게 뻗은 평야의 도로 위로 뭉게구름들만이 하늘을 덮고 있다.
갓길이 전혀 없는 도로는 국경을 통과하는 절차들 탓인지 지나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크게 불편하지 않고, 운전자들도 매너 좋게 지나쳐 간다.
마주 오고, 지나치는 운전자들이 손을 들어 많은 응원과 인사를 보내준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라 그런지 러시아의 네트워크가 여전히 잘 잡힌다.
도로의 오른 편은 러시아고, 도로부터는 카자흐스탄이다.
"언제쯤 끊길까? 쓸데없이 괜한 궁금증이 생기네."
러시아 지역의 평야와 함께 왼편의 카자흐스탄 지역은 멀리 우거진 숲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조차 없는 평평한 도로는 계속 이어지고, 러시아의 통신도 끊기지 않고 연결이 되어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작은 시골 마을의 모습이 보이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도로변에 가까워진다.
에어컨 실외기가 놓인 지붕을 수리하고 있던 아저씨가 인사를 하며 식당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핸드폰을 꺼내어 번역기를 사용하려고 보니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끊겨있고, 로밍을 하라는 문자 같은 것이 수신되어 있다. 항상 필요할 때는 이렇다.
"카드 결제돼요?"
카자흐스탄의 현금(텅게)가 없어 카드 결제가 되는지 묻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러시아 루블을 꺼내어 보여주니 식당에 들어가서 물어보라는 제스처를 한다.
식당 안은 에어컨이 켜져 있어 시원했고, 주방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중년의 여자는 이방인의 등장에 낯설어 하며 인상 좋은 할머니를 부른다.
"시원한 뭔가가 없나?"
식당의 한편에 술과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러시아 루블을 보여주며 러시아 돈을 받는지 물어보니 잠시 머뭇거린다.
"안 되는가?"
잠시 의자에 앉고 싶어 뒤돌아서니 계속해서 무어라 말을 한다.
"된다고?"
물건을 파는 공간의 앞에서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자 할머니는 계산대 밑쪽의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웃는다.
시원한 음료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1리터의 콜라의 가격을 묻자 350의 숫자를 보여주더니 놀란 표정을 하자 실수라는 듯 웃으며 계산기에 70을 눌러 보여준다. 100루블을 주니 잔돈 대신에 껌 같은 것을 주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잔돈이 없으니 대충 물건으로 준 것인데, 그것을 설명하는 것 같다.
"알아요. 그 정도 융통성인 있는 남자랍니다."
메뉴표를 가져와 무언가를 설명하는데 알아 들를 수도 없고, 100루블을 주며 알아서 달라는 제스처를 했다.
잠시 후 빵과 함께 오이와 토마토에 소금을 살짝 뿌린 샐러드를 내어주고.
"설마? 이게 끝은 아니지?"
태양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추며 만들어진 그늘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었다.
6시, 목적지인 Borodulikha까지 30km 정도가 남았다.
몽골,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이나 핸드폰 가게에서 쉽게 유심 카드를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업시간이 문제였다.
두 개의 포인트는 마을의 외곽을 벗어나 저수지 같은 곳에서 캠핑을 한 것이고, 하나의 포인트는 마을 중심에 있는 공원인데 캠핑에 대한 내용은 없고 공원에 대한 설명만 적혀있다.
"도착해서 마땅한 곳이 없으면 저수지로 가지 뭐."
다시 출발을 하고 잠시 길을 따라가는데 느낌이 안 좋다. 10,000km가 훌쩍 넘어가며 얇아진 타이어가 작은 철심에도 펑크가 나는 것인지,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산 튜브들이 불량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스타나에 도착하면 뒤쪽 타이어를 교체해야 되겠네."
속도를 늦추고 야영을 할 좋은 장소를 살펴 가며 길을 따라간다.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해바라기 밭도 좋겠는데, 나무들로 시야도 완벽하게 가려져 있고."
이동을 멈추고 노란 해바라기 밭에서 캠핑을 할까 생각하다 일단 유심카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담배 한 개비를 주고 불을 붙여주니 '스바시바'라며 인사를 하고 간다.
"소나무 숲에서 캠핑을 해도 좋겠어."
"마을이 생각보다 작네."
"여기로 들어가는구나."
관공사처럼 보이는 곳에서 길을 지나가는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헬로, 유심 카드를 어디서 사요?"
핸드폰을 가리키며 '심카드'를 여러 번 반복해도 의사 전달이 잘 안된다. 구글 번역기 있는지 묻자 자신의 핸드폰으로 한국어 번역을 설정해 준다.
"오, 센스!"
다른 사람들은 일본이나 중국인이냐며 묻거나 일본, 중국의 인사말을 건넸는데 여자는 태극기를 보고 내가 한국인임을 알았는지 묻지도 않고 한국어를 설정했다.
번역기로 유심카드를 어디서 파는지 물으니 환하게 웃으며 길 건너편 가게를 가리킨다. 어린이용 자전거가 다섯 대쯤 진열되어 있는 가게는 슈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여자는 빙긋 웃으며 가던 길로 걸어갔다.
들어간 가게는 옷을 파는 가게로, 카운터의 주변에는 간단한 문구류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옷을 고르는 손님을 응대하느라 바쁜 주인 여자는 잠시 후 말을 걸어왔다.
"심 카드!"
두어 번 심카드를 외치자 이해하고 가게의 안쪽으로 가자고 한다. Beeline과 ALTEL의 유심 카드가 진열대 위로 쌓여있고 300, 500 등의 펜 글씨가 적혀있다.
"알텔로 주세요. 데이터가 어떻게..."
알텔의 유심을 선택했지만 데이터 용량과 사용기간을 물어보려니 소통이 안된다.
아주머니는 뭔가를 설명하며 부산하게 가게 안을 돌아다니고 의사소통 불가의 시간, 옷들이 진열된 방향에 조금 전 길에서 만났던 여자가 웃으며 서있다.
"헬프미!"
반갑게 웃으며 도움을 청하자 핸드폰을 들고 걸어온다.
"어떤 게 좋아?"
여자의 통역으로 주인 여자는 비라인이 더 좋다고 하며 카자흐스탄에서만 쓸 수 있는 유심이라고 한다.
데이터와 사용기간 같은 것을 묻자 주인 여자는 비라인의 상품을 안내하는 파일첩을 가져오고, 30일/20기가/3,000텅게의 상품을 선택했다.
"이거 핫스팟은 되는 거지?"
번역기로 몇 차례 음성인식을 해도 오번역이 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핫스팟, 핫스폿, 핫스폿."
월터의 발음처럼 핫스폿을 말해도 소통이 안되어, 핸드폰을 보여주며 '와이파이 커넥션'을 말하니 여자는 자신의 핫스팟을 켜고 내 핸드폰을 연결해 준다.
"어, 이게 핫스폿이야."
그녀의 핸드폰으로 핫스팟을 연결했는데 비라인의 상품에 핫스팟 지원이 되는지 물어볼 방법이 없다.
"너 유심카드 비라인이야?"
"응."
"그래? 그럼 핫스팟 되겠네. 이것으로 할래."
자넬, 동양인 외모의 자넬은 길에서 마주치고 유심카드를 사러 가는 나를 도와주려고 가게로 돌아온 것이다.
주인 여자와 무언가를 상의하더니 주변의 공원에서 캠핑을 할 수 있다며 데려가 주겠다고 한다.
"혼자서 다니는 거야?"
"응."
"오우."
그리고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보더니 더 크게 '오우'하며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지 묻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는다.
러시안과는 달리 웃음이 많고 친절한 카자크 사람들이다.
"자넬, 여기 이름이 뭐야?"
"보로둘리하."
"10분 후에 차로 온다고 해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넬과 악수하며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했다.
"빌어먹을 모기. 사비, 여기는 모기가 너무 많아 죽겠어."
노보시비르스크로 갔던 월터는 메인 도로가 없어 작은 도로를 타고 이동 중인가 보다.
"난 카자흐스탄에 왔어. 공원에서 캠핑 중이야."
"일본 스타일이네. 사람들이 귀찮게 안 해?"
"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친절해. 하지만 말이 나를 괴롭히고 있어."
월터와 메세지를 주고받는 동안 말들이 텐트 옆으로 다가와 킁킁거리며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잘 있지?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연락을 줘. 알았지?"
인스타그램으로 자넬의 메세지가 왔다. 자넬에게 마을의 주변에 대해 묻고 메세지를 주고받았다.
주변에 식당을 추천해 주어서 내일 아침을 그곳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보로둘리하에 늦게 도착하여 저녁을 먹지 못했다. 점심때 사놓은 크림빵과 요거트로 간단히 허기만을 채우고, 라면에 넣어 먹으려고 했던 작은 꼬마 만두는 완전히 녹아서 흐물거려 버려야 했다.
카자흐스탄, 오랜 시간 구소련의 지배하에서 그들만의 오랜 전통이 사라지고, 잃어버렸다는 카자흐스탄이지만 사람들의 모습만은 그대로 변하지 않았나 보다.
구경을 넘는 날은 언제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데, 이상하게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몽골의 툴가, 러시아의 비꾸, 아스카, 아카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자넬까지.
"카자흐스탄의 여행이 시작됐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카자흐스탄(19.07.31~08.28)'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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