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1일 / 맑음
포스펠리카-룹촙스크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들어간다.
8시가 안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양치와 함께 짐들을 정리한다.
식당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아침으로 고기를 주문했다. 250루블.
출발하기 전 몽골의 보츠와 같은 튀김 만두를 두 개를 점심으로 먹기 위해 포장을 한다. 여전히 식당의 종업원들은 잘 웃지 않는다.
"먼저 웃으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렇다고?"
"언제쯤 이 해바라기 밭이 끝날까?"
"45km 정도 남았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도로변에 접근하기 편안한 해바라기 밭이 나온다.
"사진을 좀 찍고 갈까. 또 언제 이런 해바라기 밭을 볼 수 있겠어?"
"뭐, 그럼 달려줘야지."
5km 정도의 직선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힘차게 질주하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룹촙스크 까지 27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쉴만한 장소를 찾는다.
"잉? 또?"
튜브를 탈착해 보니 이물질이 박혀 펑크가 난 것이 아니고 튜브가 약간 불량인 것 같다.
펑크 패치로 정비를 했지만 실패,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의 성능이 떨어지나 보다.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오늘 숙소에 들어가 두 개의 튜브를 정비해둘 생각이다.
인공 호수인지, 자연 호수인지 알 수 없는 저수지 크기의 작은 호수가 나오고 도로는 호수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작지만 오랜만에 호수를 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바다도 보고 싶네."
A322의 도로를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돌아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이 나오지만 작은 길을 따라 시내 외곽부터 구경을 하고 싶다.
잠시, 두 번째 호수를 구경하러 가보니 10여 명의 남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요금을 받은 관리소가 있다. 미끄럼틀처럼 보이는 커다란 목조건물이 호수를 향해 경사를 두고 만들어져 있다.
러시아 도시의 주택가 도로는 몽골처럼 포장이 안 된 흙길 그대로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재래시장의 근처인것처럼도 보이고.
"나라가 작아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참 대단한 나라야."
지방의 소도시는 물론 작은 시골의 마을까지 깨끗하게 도로가 정비되고 관리되는 우리나라가 대단해 보인다.
자리에 앉아 구글맵으로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바로 옆에 있네. 좋았어."
일단 슈퍼에 들러 탄산수 하나를 사서 갈증을 해결한다. 가끔은 콜라보다 탄산수가 좋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러시아에서 탄산수 맛을 알아버렸네."
검색했던 호스텔로 갔지만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시큰둥하게 방이 없다며 몇 마디를 하고 그만이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응대 문화야? 뭐야? 뭐가 이렇게 불편해!"
호텔을 찾는 동안 길거리의 아저씨들과 운전자들이 환대를 해주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의 호텔에 도착한다.
"외관이 그럴싸한데. 저렴한 방이 있다고?"
호텔의 프런트에는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앉아있다.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투숙을 하고 싶다고 하니 가장 어려 보이는 직원이 당황한 듯 살짝 웃으며 안내를 한다.
"1,800루블."
"아니, 그 방 아니고."
다시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3인실 방을 확인시켜 주어도 여전히 어리둥절.
"그냥,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될까요?"
여직원은 뭔지 모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던 여직원 뭔가를 퉁명스럽게 몇 마디 하고 만다.
트립닷컴으로 할인까지 받아 8,000원이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호텔 바우처를 보여줘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왜 너네가 당황을 해. 난감한 건 난데."
몇 분 동안 아무런 안내도 없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책상에만 앉아있다.
"어떤 문제라도 있어?"
그제서야 몇 마디를 러시아말로 중얼거리는 여직원이다. 번역기를 갖다 대니 '필요서류'라는 말이 번역된다.
"혹시 여권?"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권을 주자 여러 차례 복사를 하더니 방의 키를 들고 안내를 한다.
"아니, 말을 해야 알지. 뚱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앉아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숙소는 호텔의 별관처럼 도로변에 있는 저가형 룸들의 건물이다.
3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고, 별관의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것 같다.
"아주 좋아."
여직원은 방을 확인시켜 주고 열쇠만을 건네준 후 돌아가버린다.
"한 번이라도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라도 생긴다니."
"월터, 러시아 여자들은 정말 잘 안 웃어. 내가 못생겨서 그런가 봐."
"아냐, 그냥 러시아인이라 그런 거야."
사람들이 모여있을 기차역으로 가서.
전쟁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의 동상을 보고,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작은 도시라 딱히 별다른 것은 없다.
근처 슈퍼에 가서 90루블 통닭 반 마리와 맥주 두 캔을 사서 돌아온다.
이곳의 인도는 가로수 관리나 인도 정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도시들이 모두 그랬지만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방치된 느낌에 가깝다.
잘 보면 몽골의 도시들이 러시아의 도시들과 구조나 모습들이 흡사하다.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을 복사하듯 받았네."
아마도 몽골 도시의 설계나 건축은 러시아의 원조나 시공으로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것 같다.
호텔 입구에 있는 묘한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마사지 광고야? 꿀 광고야?"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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