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9일 / 맑음
바르나울-알레이스크
휴식을 취했던 바르나울을 떠나 카자흐스탄을 넘어가는 국경으로 향한다. 러시아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바르나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으로 향한다. 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350km의 거리, 4~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에어컨이 없는 게스트하우스, 더위가 시작되었는지 새벽까지 방안의 후덥지근한 열기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숙소를 나가기 위해 부스럭거리는 젊은 러시아 친구 때문에 8시쯤 잠에서 깨어난다.
"스모그인가? 날씨가 흐린 건가?"
바르나울에 도착해서 하늘은 언제나 뿌옇다. 매캐한 냄새는 없어서 스모그나 미세먼지처럼 느껴지진 않은데 잘 모르겠다.
하루 종일 혼잡한 도로의 상태를 보면 스모그일 것도 같다.
약간 바람이 빠진 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우고.
오늘 가야 할 거리가 130km가 넘으니 비상식을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
"뭐가 저리 불만일까? 인상을 쓴다 해서 삶이 달라질 것 같진 않은데."
숙소 옆에 있던 식당은 영업 전인지 문이 닫혀있다.
"아침을 해결하고 떠나고 싶은데 로만의 가게 옆 식당으로 가자."
언덕을 내려와 로만의 자전거 가게 근처의 식당으로 갔지만 역시나 문이 닫혀있다.
"설마?"
시계를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매일 영업을 하는 우리와 달리 몽골과 러시아는 주말에 많은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알레이스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몇몇의 식당이 검색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니, 우선 슈퍼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본다.
나름 맛이 좋은 빵을 먹는 동안 비둘기 한 마리가 다가와 뻔뻔스러운 얼굴로 쳐다본다.
"뭐? 어쩌라고?"
녀석에게 빵 부스러기와 빵을 작게 떼어주며 아침을 해결한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A322 도로를 따라 남서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바르나울을 벗어나는 인터체인지의 언덕을 오르며 작은 러시아의 소도시 바르나울을 떠난다.
갓길이 전혀 없는 좁은 도로는 약간 불편하다.
40여 분이 지나 트램의 철로는 끝이 나고, 이상한 회전 교차로를 지나 유턴을 한 후 바르나울의 교외 지역까지 완전히 벗어난다.
이곳의 회전 교차로는 사방의 도로에서 진입하고 빠져나가는 다른 곳과 달리 바르나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만이 진입을 할 수 있는 이상한 교차로다.
길은 오르마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고 언덕의 곡선을 따라 마을들이 종종 나타난다.
끝이 없는 평야의 밀밭은 연녹색의 푸른 밀들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밀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파종하는 시기가 다르거나 품종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점심이나 먹자."
1시, 약간은 지루한 라이딩에 허기도 일찍 찾아든다. 월터에게 배운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식빵과 잼으로 조합하는 식단이다.
빨간 잼은 석류잼 같은 것인데, 나탈리아의 집에서 식사를 할 때 만저로크에서 유리에게 선물 받았다며 자랑하던 월터의 것을 맛보고 슈퍼에서 발견하고 하나 사 들었다. 66루블인데 적당한 양과 무게가 마음에 든다.
"월터 따라 하기 점심!"
"일일 일빵이니? 그만하지."
쉐발리노의 고개를 넘으며 임시 조치로 덧대었던 펑크패치가 더는 공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올챙이배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더는 안되겠다."
전국 일주와 중국, 몽골, 러시아까지 견뎌냈던 16방의 펑크 패치를 붙인 튜브의 퇴역이다.
"수고했다. 충분했어!"
고르노 알타이에서 새로 산 튜브로 교체하고.
"간만에 제대로 달려보자."
어느새 94km를 달려왔다.
40km 가까이 이어지던 평야는 알레이스크가 가까워지며 끝이 난다.
왼편으로 마을의 모습이 보이는데 도로의 안내판은 계속 직진을 하라고 한다.
"시원한 콜라를."
식당 주변에 있는 작은 슈퍼에 들어가려고 하니 어린 여자가 웃으며 밖에서 주문을 하라고 한다.
작은 슈퍼는 시내의 간의 판매점처럼 밖에서 물건을 주문하여 구매하는 방식이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비싸!"
27루블 정도 하는 콜라가 50루블, 아침에 60루블에 산 콜라가 100루블이다.
"마을로 들어가서 사자."
도로변에서 밥을 먹고 야영지를 찾아가려던 생각을 바꿔 알레이스크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고 야영지를 찾으려고 한다.
3km 정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글맵을 검색하여 초입에 있는 마리아-라로 들어간다.
슈퍼를 둘러보고 시원한 콜라만을 사서 밖으로 나와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한다.
"어디서 왔어?"
슈퍼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어르신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건넨다.
"한국요. 혹시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있나요?"
번역기를 보여주니 아저씨는 '뭐?'라는 표정으로 놀라며 없다고 한다.
"이곳은 밤에 위험한가요?"
아저씨는 심각한 얼굴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아저씨가 다가와 마리아-라 위가 호텔이라며 그곳에서 자라고 알려준다.
"얼만데요?"
"600~800루블 정도."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일반 호텔처럼 보이고, 신축을 했는지 깨끗하게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 가격을 물어보려 4층의 호텔로 올라간다.
"500루블이면 여기서 쉬어야지."
공실로 비어있는 2, 3층을 지나 4층으로 들어가니 프런트의 여자가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가격을 물으니 1,400과 2,200을 종이에 적는다.
"헐, 시골에 호텔이 뭐가 이렇게 비싸!"
그대로 뒤돌아서 내려와 슈퍼에서 290루블 통닭과 맥주, 요거트, 물을 500루블에 사서 나온다.
"숙박비로 치맥을 먹는 것이 낫지."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나 네트워크가 되는 곳이면 좋겠는데."
핸드폰의 네트워크 안테나를 보며 한참 동안 길을 따라다 5km 이상 벗어난 지역에서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어, 대충 이 근방에서 찾아보자."
도로와 기찻길 사이 나무숲으로 자동차 바큇자국이 있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자전거를 끌고 나무숲으로 들어가니 길은 기찻길을 지나는 통로로 이어진다. 통로는 큰 자갈밭이라 텐트를 치기가 어려웠고, 주변은 기차의 소음으로 잠을 자기가 힘들 것 같았다.
풀밭의 땅을 고르며 생각하는 동안 모기에게 수방을 물리고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왔던 길로 돌아온다.
트랙터 같은 것이 지나가며 길이 난듯한 곳인데 땅도 푹신하고 무언가가 지나간 흔적들도 전혀 없다.
"좋은데, 여기로 결정!"
짐들을 정리한다.
"아고, 좀 쉬자. 먹는 건 나중에."
9시 40분, 해가 떨어져가며 어두워진다.
"먹어 볼까."
우리의 전기구이 통닭처럼 생긴 녀석과 함께 시원한 맥주 두 캔으로 저녁을 먹고, 남은 닭은 내일 아침으로 먹을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에 간 월터는 러시아 남자들만 잔뜩 나온 사진을 보내며 러시아 여자가 많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 아주 황홀하다. 좋겠다!"
아무래도 요즘 러시아에서는 여자들이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는가 보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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