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4일 / 맑음 ・ 34도
보로둘리하-세메이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국경을 무사히 넘고, 보로둘리하에서 자넬을 만나 유심카드도 쉽게 구매했다. 카자흐스탄의 첫 번째 도시 세메이를 향해 여행을 시작한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12,367Km
이동시간
6시간 02분
누적시간
891시간

A11
A11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보로둘리
시계
세메이
 
 
19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새벽 늦게 잠들었지만 7시가 넘으며 텐트 안이 더워지며 강제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8시가 되기도 전에 강렬한 햇볕이 따갑고,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날씨다.

공원에서는 아침부터 꽃과 나무에 물을 주느라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물 호스를 빌려 세수와 함께 온몸을 닦아내고 싶었지만 왠지 한가로운 짓 같다.

어제 공원의 관리인과 자넬에게서 느꼈지만 공원은 이곳 사람들에게 중요한 공간인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손길들이 느껴진다.

텐트를 정리하기 전 자전거를 살펴보니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다.

"아이고."

짐들을 정리하고 텐트를 말리며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동안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무뚝뚝한 러시아, 관심이 부담스러운 몽골인에 비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편안하고 다정다감하다.

"비상식을 사고, 자넬이 소개해 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출발하자."

세메이까지 70km의 거리, 천천히 이동을 해도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카우치서핑이나 해 볼까?"

물을 사기 위해 카드 카드 결제가 되는 슈퍼로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이 켜져있다. 슈퍼를 둘러보는데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웃는 얼굴로 무어라 계속 말을 한다.

생수를 들고 흔들어 보고 있으니 재미있다는 듯 계속 말을 한다. 모르면 괜찮지만 알고 있으면 써먹어야 한다. 어젯밤 위너님이 알려준 대로 '녯가즈'라고 말하니 탄산수들 가운데 생수를 골라 준다.

"스바시바!"

요거트와 콜라를 사들고 계산을 할 때까지 무엇이 그렇게 반갑고 좋은지 살가운 웃음으로 말들을 이어간다.

"어디로 가니?"

슈퍼를 나와 시원한 콜라를 마시고 있으니 조금 전의 아주머니와 그녀의 남편으로 보리는 남자가 질문을 한다.

명함을 건네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하니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슈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동네의 꼬마들이 자신들의 핸드폰을 들고 망설이더니, 물과 요거트를 패니어에 집어넣자 수줍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래, 이리 와."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더니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식당으로 출발을 하려는데 아주머니가 바쁘게 나오더니 돔브라 모양의 열쇠고리를 선물로 준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식당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좋은 얼굴로 응대를 한다.

"카드로 결제가 돼요?"

약간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젖고, 친절한 종업원이 '방크'라며 은행이 있는 방향을 알려준다.

"방크에 갔다 올게."

마을로 다시 들어가 은행을 찾아도 은행 비슷한 것도 없고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손인사를 한다.

자넬을 만났던 곳까지 이동을 했지만 은행은 없다. 길 건너편에서 중년의 여자가 손짓으로 나를 부르더니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은행이 어디에 있어요?"

손짓으로 은행의 방향을 알려주는데 공원 근처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알려준 대로 집들 사이의 골목을 따라 공원의 입구까지 다시 갔지만 아무리 봐도 은행이 있을법한 장소가 아니다.

다시 길을 돌아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우체국 앞에 있던 아저씨가 인사를 한다.

"아저씨, 은행이 어디 있어요?"

아저씨가 다가와 구글맵을 보며 은행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맵을 확인하는 동안 계속해서 몸짓으로 길을 안내한다.


공원 뒤쪽의 길을 따라 이동하여 마을의 외진 곳에 있는 은행을 찾았다.

"아니, 은행이 왜 여기에 있어?"

은행 앞의 그늘진 곳의 벤치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인상 좋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그의 옆에 앉아 은행의 이름을 검색하니 카자흐스탄의 최대 은행 Halyk Bank다.

여행 경비 50,000텡게를 찾고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식당으로 갔다.

아침부터 은행을 찾기 위해 보로둘리하의 온 동네를 휘졌고 다녔지만 피곤하고 힘들기 보다 사람들의 반가운 환대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식당에 도착하여 먼저 펑크를 정비한다.

어제 스티커형 펑크패치를 붙인 곳이 떨어져 있다.

"간편해서 좋았는데, 딱 그것만이군."

본드칠을 하여 정성스럽게 펑크패치를 다시 붙였지만 펑크패치의 팽창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펑크 수리를 하는 동안 고기를 굽던 남자가 커피를 타서 건네준다.

어쨌든 펑크 수리를 했지만 오늘 하루만 버텨줬으면 좋겠다. 이틀 전부터 너덜거리던 바테잎도 전기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종업원 여자가 다시 반갑게 맞이해주고, 식당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있다.

메뉴판에서 600텡게 볶음밥과 350텡게의 고기 메뉴 같은 것을 주문하고 10,000텡게를 주자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가 잔돈이 없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 된다고 한다.

"없어? 안 돼?"

어이가 없으니 웃음만 나온다.

"돈이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없다니."

한국돈 30,000원 정도의 금액인데 바꿔줄 잔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다니.

식사를 포기하고 빈 테이블에 앉아서 세메이로 가는 도로를 확인하고 있으니, 잠시 후 여자 종업원이 나를 부른다.

손님들에게 받은 음식값들을 더하고, 자신들의 지갑을 털어 카자흐스탄의 모든 지폐와 동전들을 하나씩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뭔 종류가 이렇게 많아."

무표정했던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도 끝내 웃음을 터트린다.

그림과는 많이 다른 메뉴가 나왔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은행을 찾느라 거리를 헤매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느라 늦은 아침의 식사가 점심 식사가 돼버렸지만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진다.

식당의 주차장에서 7~8명의 남자들이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고 이것저것들을 묻는다.

즐거운 농담과 웃음들이 오가고 보로둘리하를 떠난다.

여행을 하며 많은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마을 전체에서 마주한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웃음과 환대를 해주는 곳은 처음이다.

어제 보로둘리하에 도착하며 규모가 작은 올드 타운의 모습에 약간 경계의 마음을 가졌었다.

자연,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보로둘리하의 사람들에게서는 은은한 솔향기가 느껴진다. 그들과의 만남은 카자흐스탄 여행의 첫 번째 선물처럼 생각된다.

"고마워. 보로둘리하!"

작은 다리를 건너 어제 지나왔던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디미트리에브카로 돌아온다.

오르막길이 돼버린 도로를 올라오느라 갈증이 난다. 사거리의 작은 슈퍼에 들어간다.

"물, 시원한 물!"

카자흐스탄의 작은 슈퍼에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는 기기가 놓여있다.

슈퍼를 들어가기 전부터 말을 건네던 아저씨가 사진을 찍자고 하고.

시원한 냉수를 마시며 쉬고 있으니 길을 가던 남자가 다가와 어떤 말을 하더니 못 알아 들으니 시크하게 빵 한 봉지를 건네주고 간다.

2시, 슈퍼 앞에서 충분히 휴식을 하고 세메이로 출발한다.

더워지는 날씨, 여전히 평평한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질주한다.

넓은 평야에는 수풀들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커다란 짚단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빠르게 빠르게 세메이로 향하지만 도로의 상태가 조금 아쉽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남은 세메이까지 남은 거리는 30km.

쉬지 않고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가고, 27km를 남기고 철도 건널목을 건넌다.

작은 식당들이 모여있는데 쉴 그늘이 없다.

도로변 식당 앞에 주차되어 있는 화물차의 그늘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식당에서 채운 물로 목덜미와 팔뚝에 물을 부으니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 깜짝 놀란다. 잠시 후 불어오는 바람에 물에 젖은 부분이 시원해진다.

여러 차례 온몸에 물을 부어가며 더위를 식히고, 미지근한 물을 마셔보지만 숨이 막히는 무더위다.

화물차가 만든 그늘에서 쪼그려앉아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는데, 식사를 마친 화물차가 출발을 해버린다.

"으, 더워. 좋았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출발을 하고, 길은 소나무 숲을 향해 길게 이어진다.

세메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지고.

더위에 지쳐간다.

겨우 도로변의 그늘을 찾아 햇볕을 피하고.

"돔브라를 어디에 달아 볼까?"

아침에 보로둘리하의 슈퍼에서 선물 받은 열쇠고리는 핸들 패니어에 달아둔다.

세메이로 향하는 도로는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쉽게 내려가지 않고 회전을 반복한다.

세메이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시내의 외곽에서부터 도로의 상태가 매끈하게 변한다. 초입에 들어선 음식점에서 바베큐 냄새들이 유혹을 하지만 지금은 고기보다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다.

슈퍼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몽골과 러시아에서는 슈퍼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구별이 쉽지 않다.

세메이 중심으로 들어가는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숙소로 알아보았던 호텔의 방향이고, 왼쪽은 시내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지만 시내를 보고 숙소로 가기 위해 왼쪽의 도로로 진입한다.

단층의 목조 주택들을 지나며 차량의 통행은 급속도로 복잡해진다.

하지만 운전 매너가 좋은 카자흐스탄의 운전자들이라 어렵지는 않고, 여기저기에서 손인사들을 전한다.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며 사진을 찍자며 정중히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즐거워한다.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와 이틀 동안 정말 많은 사진을 찍는다.

가로수와 수풀이 무성한 시내길을 지나 빌딩과 상가가 들어선 시내 중심에 도착한다.

"왔다!"

박물관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슈퍼는 어디에 있는 거야?"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어야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콘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저울에 달아 가격을 알려준다.

"왠지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비효율적이네."

바닐라와 멜론 맛의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작은 아이스크림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날씨가 덥다 보니 아이스크림은 겨우 아이스한 정도이다.

그늘에서 카우치서핑을 확인하고, 저렴한 숙소들을 검색하다 더위에 지쳐버린다.

"에쒸, 왜 이렇게 더워. 몇 도야?"

32도, 몽골에 비해 기온이 높지만 따가운 햇볕의 몽골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면서 바람마저 후덥지근한 바람으로 변하여 숨이 막혀온다. 물론 덥기는 몽골이나 카자흐스탄이나 마찬가지다.

부킹닷컴으로 저렴한 숙소를 예약한다. 침대가 있는 호텔은 몽골의 울기가 마지막이었으니 한 달 만인가 보다.

"그래, 오랜만에 편하게 에어컨 바람도 쐬어보고 자료도 정리하자."

고급진 6,000텡게(18,000원)짜리 호텔은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다.

아르티시강을 따라 시내를 구경하고.

강변의 산책로를 둘러보고.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외곽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2층 건물의 가정집 같은데 단층의 목조 건물들 사이에 있으니 고급진 호텔로 보인다.

프런트에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

"물, 코크!"

냉장고에 있는 물과 콜라를 집어 드는데 미지근하다. '왜?'라는 표정으로 여직원을 쳐다보니 웃으면서 냉장고의 코드를 찾아 콘센트에 꽂는다.

체크인을 하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방은 천국과 다름없다.

졸졸거리며 새어 나오는 샤워기로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누운 채 천국을 만끽한다.

"아, 저 에어컨 떼어가고 싶다."

해가 저물어 가고, 숙소의 냉장고 속 음료들은 여전히 만족스러울 만큼 시원하지가 않다.

"주변에 식당 없어?"

"2km 정도 걸어가면 돼."

"안 갈래. 슈퍼는?"

"큰 슈퍼는 없어."

"왓?"

"길 건너편에 손톱만 한 가게는 있어."

손톱만 한 가게에서 콜라와 카자흐스탄 컵라면을 사들고 돌아온다.

더위에 지친 탓인지 배는 고프지만 심하게 음식이 당기지는 않는다.

모기에 물리고, 상처가 나고, 이상하게 간지럽고, 얼룩덜룩 제각각의 색으로 변해간다.

큰 용량의 컵라면인데 엄청 싸다. 600원 정도.

"무슨 맛일까?"

카레맛이 나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좋다. 하지만 면발은 영 별로다.

일기를 써야 하는데 졸리다.

"아, 모르겠다. 천국에선 일기 같은 것은 안 쓸 거야. 매일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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