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9일 / 맑음 ・ 26도
아크큐-파블로다르
카자흐스탄의 두 번째 도시, 파블로다르로 향한다.
아침부터 햇볕이 따갑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보니 오늘은 소들이 자연의 알람음을 울린다.
"저리 가. 임마!"
카자흐스탄의 초원에도 시원한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를 정리하고 도로변의 쉼터로 나간다.
파블로다르가 가까워지며 도로에는 15km 정도의 일정한 간격으로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빵과 사과로 아침을 해결하고, 도로변의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
파블로다르까지 100km 정도의 거리, 빠른 이동과 휴식을 반복하며 더위 속을 달려갈 것이다.
한 시간을 달리고 버스정류장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양치로 기분 전환을 하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 이번에는 버스정류장의 화장실을 체험한다.
"심플한데, 뭔가 어색한 구조는 뭘까? 구멍이 너무 작잖아!"
카자흐스탄의 도로변 버스정류장에는 이런 화장실이 하나씩 갖춰져있다.
잠시 후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도로변의 브로들과도 찍고.
몇몇의 마을을 지나쳤지만 도로와 떨어진 곳에 있어 슈퍼나 식당을 찾지 못하고 1시가 되어간다.
첫 번째 만난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
식당 안을 둘러보고 작은 냉장고를 살피다 테이블에 올려진 묘한 색깔의 콜라를 발견한다.
차갑게 냉장이 된 콜라병 속의 내용물을 궁금해하다 냄새를 맡아보기 위해 뚜껑을 돌리니 피식하며 탄산가스가 올라온다.
"이거 콜라인데."
카운터 위에 올려진 음식들 중 계란지단으로 만든 음식을 가리키니 아주머니는 계산기를 들고 300+300을 한다.
콜라를 마시려고 하니 아주머니는 유리잔을 주려고 한다. 유리잔을 사양하고 병째 마시려니 콜라가 안 나온다.
"아하, 얼려놨구나. 센스쟁이."
아주머니가 피식 웃으며 유리잔을 건네준다.
시원한 콜라와 함께 계란지단 안에 고기와 야채를 다져 넣은 이름 모를 음식을 맛있게 먹고.
"하나만 더 주세요!"
"하나 더 주세요!"
카운터에 올려진 세 개의 계란지단을 모두 먹어버린다.
"50km 남았네. 가 볼까."
도로에서 자전거를 세워 태워주겠다는 멋쟁이 할아버지를 만나고.
"할아버지, 카메라를 봐야죠."
언더바를 잡고 50분 동안 21km를 이동한다.
"덥다. 빨리 끝내자."
버스정류장에서 가족들을 만나 즐겁게 사진을 찍고.
"웃어야지. 보이!"
한 시간 라이딩 후 충분히 휴식을 하며 글과 사진을 업로드한다. 더위에 방법이 없다. 빨리 달리고 충분히 휴식을 하며 피해 갈 수밖에.
3시, 29km 정도만이 남았다.
공장의 희뿌연 연기와 함께 도시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왔다!"
매끈해진 시내의 도로를 따라.
커다란 회전 교차로를 건너고.
파블로다르의 시내가 시작된다.
트램의 마지막 종착점인 것 같은 정차를 하고 있는 트램들을 지나고.
"하나 쪼개서 시원하게 먹고 싶다."
역시나 파블로다르의 시내길도 평평하다.
도로의 좌우로 푸른 가로수들이 울창하고.
트램의 철로는 도로의 정중앙에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도로변을 따라 산책로와 공원들이 잘 조성되어 있고.
뭔가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도시다. 어수선했던 세메이와는 다른 느낌이다.
러시아의 알타이 지역, 몽골의 도시와는 달리 잘 정비가 된 가로수와 도로들.
울창한 나무들을 잘 정비해 놓으니 도시 자체가 생기있고 깨끗하다.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아파트들.
어디를 가나 여름철 분수대는 인기 만점.
시내의 정중앙, 공원 내에 있는 모스크를 구경하기 위해 도로를 건넌다. 차로와 완전히 분리된 트램의 철로를 지나고.
공원의 하늘 위로 모스크의 첨탑들이 솟아있다.
"꽤 크네."
아직 모스크의 내부를 본 적이 없어서 내일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문다면 구경해 보고 싶다.
"다스베이더 같기도 하고."
숙소 방향으로 러시아의 전쟁공원 같은 것이 있다.
광장의 비둘기는 나는 법을 잊었나 보다.
커다란 카자흐스탄 국기의 뒤편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산책로를 따라 전쟁 전사자들에 대한 정보들이 적혀있다.
쾌적하고 시원한 공원의 벤치에는 가족과 연인 그리고 연세가 든 어르신들이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앞에서 뽀뽀만 하지 말아라."
공원의 끝에 기념 조각상이 세워져있고.
용맹스러운 군인의 모습도, 헤어짐의 슬픔을 담은 조각상도 아닌 주저앉아 있는 군인의 조각상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
전쟁이란 참으로 가혹한 것이다.
5~6km 정도의 시내를 가로질러 외곽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간다.
트램의 철로를 건너 구글맵이 가리키는 곳에 도착했지만 숙소는 보이질 않고.
주변을 빙빙돌며 방황을 하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게스트하우스가 생각이 난다.
"설마 아파트 지하?"
생각대로 건물 안쪽 측면에 숙소로 보이는 간판이 보인다.
제법 깨끗하고 넓은 프런트 공간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중년의 아주머니가 나온다.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안쪽에 보관해 둔다.
큰 소파를 개조해서 만든 간의 침대인데, 나름 푹신하고 좋다.
"슈퍼 어디에 있어요?"
샤워보다 시원한 물과 음료수가 더 급하다.
도로 건너 작은 슈퍼에서 물과 음료수를 사서 드링킹, 속이 다 시원하다.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트램은 느리지만 클래식한 매력이 있다.
"내일 타 볼까?"
더위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과 음료를 마시고 온몸을 적시며 버티고 있다.
"몽골이 아닌 게 어디냐!"
숙소로 돌아와 공용 샤워실에서 샤워를 한다.
"여긴 하녀가 없어서 알아서 씻어야 해. 문 잘 닫고, 내가 훔쳐보지는 않을 거야."
아주머니가 웃으며 농담을 한다.
배는 고픈데, 졸음이 쏟아진다. 어제의 바람과 3일 동안의 무더위에 피곤했나 보다.
"밥을 먹어? 말어?"
"일단, 나가자!"
아주머니에게 메뉴를 물어보니 자신은 식당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질문이 아니잖아요!"
숙소 건너편에서 스테이크 그림이 좋은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가급적 늦은 시간에 술을 파는 곳은 가고 싶지 않지만 오늘은 피곤하니 보드카 한 잔을 해야겠다.
흥겨운 음악이 나오는 간접조명 만땅의 레스토랑에서 칵테일과 주스를 만드느라 바쁜 잘 생긴 남자와 번역기를 들고 토론을 하고.
"잘 생긴 놈이 친절하기까지 하니까 매력적이군."
나쁜 놈들 제외하고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기본 성향은 정말 순하고 친절한 것 같다. 급하지 않고 나긋하면서도 밝은 기운이 전이되는 것처럼 편하다.
"이쯤 되면 나쁜 놈 좀 만나보고 싶네."
부드럽고 두툼한 스테이크는 맛이 좋고, 몽골에서 마지막으로 마시고 처음 마시는 보드카는 달달하다.
약간의 보드카가 취기를 불러온다.
쓸데없는 감정의 무게가 느껴진다. 쓸쓸함 같은 것.
숙소에 돌아와 기절한다.
"내일은 좋아질 거야."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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