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0일 / 맑음 ・ 32도
파블로다르
바람이 불어오는 날,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다. 어제 마셨던 약간의 보드카는 피곤한 몸을 완전히 넉다운 시켜버렸다.
9시에 잠이 깨고 바로 숙소를 연장한다.
구글맵으로 확인한 파블로다르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 작은 박물관과 정교회, 모스크, 도시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 그리고 아르티시 강변 등이 전부다.
자전거를 챙기고 나가려고 하니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차와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한다.
어제 숙소에 있던 아주머니 보다 훨씬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예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법하다.
"야속한 세월이네. 뭐, 지금도 많이 예뻐요."
작은 도시인데 곳곳에 공원들과 산책로가 정말 많다.
어디를 가든 길은 작은 공원으로 이어진다.
신발을 벗고 백사장을 거닐며 잠시 강물에 발을 담근다.
러시아의 광장도 마찬가지였지만 공원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연주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카자흐스탄의 햄버거도 먹어봐야지."
"오호, 이런 시스템."
가끔씩 방송으로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싸비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30도를 알려주는 커다란 온도계를 지나.
"정말 걷고 싶게 만드는 골목들이네."
탑 아래로 횃불이 타오르고 공원에는 참전 군인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골목과 작은 이면 도로를 따라오다 보니 숙소 근처로 되돌아온다.
"모스크를 구경하러 가 볼까."
햄버거를 파는 노점에 젊은이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다.
"24시 오픈이면, 저녁에 와 볼까."
어제 보았던 모스크에 도착한다.
"어, 반바지 출입금지네."
이슬람의 모스크 내부를 본 적이 없어 그 모습이 궁금한데 복장이 문제다.
모스크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입구의 안내 데스크처럼 보이는 곳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잠시 당황을 한다.
"신발을 벗어야 해."
신발을 벗자 아저씨와 한 중년의 여자가 맨발을 보더니 난감한 듯 양말를 신어야 한다며 제스처를 한다.
아주머니가 자신의 부츠를 벗어 양말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자신도 맨발이다.
아저씨는 미소를 짓더니 잠깐 구경을 하라며 예배당의 방향을 알려준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넓은 예배당에는 서너 사람이 벽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고, 예배당의 천장과 벽은 화려하진 않지만 공간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잠시 구경을 하고 안내 데스크로 나오니 아저씨는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서, 긴바지와 양말를 신고, 모자를 써야한다고 알려준다.
"아쉽지만 다음에 복장을 갖춰 모스크 내부를 자세히 구경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를 지나고.
슈퍼에서 음료수와 물, 요거트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숙소를 지키고 있다.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500텡게."
"오우, 500?"
세탁기를 사용하는 비용에 놀라니 지긋이 웃더니 '너는 공짜야'라고 하신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올려놓고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 쉰다. 몇 시간 후에 세탁기를 돌리려고 나가니 아주머니가 이미 세탁을 하여 건조대에 옷들을 널어놓았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더니 나이를 묻고는 '너보다 24살이 많아. 괜찮아'라고 하신다.
속옷까지 세탁을 한 것을 괜찮다고 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인사를 드린다.
물론, 말 한 마디만 하면 바로 티나지만..
식당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했지만 돼지나 소가 아닌 닭이 나온다.
"이건 사실관계가 다른데."
9시 45분, 열시가 되어가는데 밖이 너무나 환하다.
"이상한데."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한 번 더 확인하니 1시간 느린 것이 맞다고 한다.
"얼떨결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내일 가야 할 에스크바스투즈는 145km 정도의 거리, 라이딩을 하며 목적지를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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