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0일 / 맑음 ・ 32도
파블로다르
바람이 불어오는 날,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2,722Km
이동시간
3시간 12분
누적시간
917시간

아르티시강
뒹굴뒹굴
15Km / 3시간 12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산책
숙소
 
 
54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다. 어제 마셨던 약간의 보드카는 피곤한 몸을 완전히 넉다운 시켜버렸다.

9시에 잠이 깨고 바로 숙소를 연장한다.

"산책이나 가 볼까?"

구글맵으로 확인한 파블로다르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 작은 박물관과 정교회, 모스크, 도시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 그리고 아르티시 강변 등이 전부다.

자전거를 챙기고 나가려고 하니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차와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한다.

어제 숙소에 있던 아주머니 보다 훨씬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예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법하다.

"야속한 세월이네. 뭐, 지금도 많이 예뻐요."

32도의 기온과 24km/h의 바람이 예보된 하루, 강한 바람에 자작나무들의 흔들림이 요란하다.

차량의 통행은 많지만 경적을 울리거나 크게 불편함을 주는 운전자들은 아니다.

작은 도시인데 곳곳에 공원들과 산책로가 정말 많다.

이곳의 조각상들은 왠지 감성적이다. 강렬한 느낌의 중국, 강인한 느낌의 몽골, 러시아의 상징적 조각들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애잔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도로변의 인도들은 울창한 가로수에 싸여 아늑하고 시원하다.

곳곳에 예쁜 카페들도 보이고.

현대식 건물들조차 높고 웅장하기보다는 작은 도시의 한 부분처럼 어울림이 좋다.

어디를 가든 길은 작은 공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곳에는 작은 나무 벤치들이 놓여있다.

"영원한 기억."

큰 기대없이 도착한 아르티시 강변은 생소한 풍경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길 그리고 작은 모래사장에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고 있다.

야외 수업을 하는 듯 한 무리의 학생들이 백사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

백사장에는 나무로 만든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고.

마치 동해안의 작은 해변처럼 느껴진다.

신발을 벗고 백사장을 거닐며 잠시 강물에 발을 담근다.

작은 물고기들이 발을 간지럽히고.

강가의 돌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수영복이 하나쯤 필요하겠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강변의 공원에서.

냉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랜다.

러시아의 광장도 마찬가지였지만 공원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연주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파블로다르의 지도를 검색하다 공원 주변에 있는 버거킹을 발견하고.

"카자흐스탄의 햄버거도 먹어봐야지."

시원한 매장은 한가롭고, 메뉴판에서 간단한 버거세트를 주문한다.

직원은 이름을 묻더니 영수증에 이름을 적어놓는다.

"오호, 이런 시스템."

가끔씩 방송으로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싸비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1,700텡게면 우리 돈으로 얼마지?"

시원하고 한적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노트북을 가져왔다면 좋았겠다 싶다.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30도를 알려주는 커다란 온도계를 지나.

예쁜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97이라는 숫자가 지붕 위에 세워진 박물관처럼 보이는 목조 건물이다.

자주빛 짙은 색에 하얀 창틀과 문양이 조각된 목조 건물이 정말 예쁘다.

"정말 걷고 싶게 만드는 골목들이네."

작은 골목길들을 따라가며 시내를 구경하고.

은행에서 비상금도 조금 보충하고.

현대식 건물들도 참 예쁘게 짓는다.

대리석의 탑이 세워진 곳은 2차 세계대전의 추모공원이다.

탑 아래로 횃불이 타오르고 공원에는 참전 군인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인도와 산책로, 골목과 도로가 울창한 가로수 사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느껴지네."

골목과 작은 이면 도로를 따라오다 보니 숙소 근처로 되돌아온다.

"모스크를 구경하러 가 볼까."

예쁜 상점들도 많고.

골목길을 따라가며 호기심 가득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이리저리 모스크의 방향으로 길들을 따라간다.

"숙소 근처의 맛집인가 보다."

햄버거를 파는 노점에 젊은이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다.

"24시 오픈이면, 저녁에 와 볼까."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의 골목길을 따라가고.

어제 보았던 모스크에 도착한다.

"어, 반바지 출입금지네."

이슬람의 모스크 내부를 본 적이 없어 그 모습이 궁금한데 복장이 문제다.

"들어가 보자. 안되면 나오고."

모스크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입구의 안내 데스크처럼 보이는 곳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잠시 당황을 한다.

"신발을 벗어야 해."

신발을 벗자 아저씨와 한 중년의 여자가 맨발을 보더니 난감한 듯 양말를 신어야 한다며 제스처를 한다.

아주머니가 자신의 부츠를 벗어 양말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자신도 맨발이다.

아저씨는 미소를 짓더니 잠깐 구경을 하라며 예배당의 방향을 알려준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넓은 예배당에는 서너 사람이 벽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고, 예배당의 천장과 벽은 화려하진 않지만 공간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잠시 구경을 하고 안내 데스크로 나오니 아저씨는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서, 긴바지와 양말를 신고, 모자를 써야한다고 알려준다.

"아쉽지만 다음에 복장을 갖춰 모스크 내부를 자세히 구경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를 지나고.

작은 학교도 지나고.

재미있는 사진의 생맥주 가게도 지나며 구불구불 연결되어 있는 골목길들이 재미를 준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물, 요거트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숙소를 지키고 있다.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500텡게."

"오우, 500?"

세탁기를 사용하는 비용에 놀라니 지긋이 웃더니 '너는 공짜야'라고 하신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올려놓고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 쉰다. 몇 시간 후에 세탁기를 돌리려고 나가니 아주머니가 이미 세탁을 하여 건조대에 옷들을 널어놓았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더니 나이를 묻고는 '너보다 24살이 많아. 괜찮아'라고 하신다.

속옷까지 세탁을 한 것을 괜찮다고 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인사를 드린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동양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워낙 친절한 사람들이라 불편한 것도 없지만 외모상으로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도 않아 아주 편안하다.

물론, 말 한 마디만 하면 바로 티나지만..

저녁 6시가 넘어도 햇볕이 강렬하다. 카자흐스탄의 여름은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숙소 건너편의 식당에 꼬치구이 현수막에 정신이 팔리고.

식당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했지만 돼지나 소가 아닌 닭이 나온다.

"이건 사실관계가 다른데."

어쨌든 고기니까, 6,500원 정도로 시원한 맥주 한 잔까지 할 수 있으니 그만이다.

9시 45분, 열시가 되어가는데 밖이 너무나 환하다.

"이상한데."

숙소 전광판의 시계는 한 시간이 느리다.

"언제 변한 거지?"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한 번 더 확인하니 1시간 느린 것이 맞다고 한다.

"얼떨결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어쩐지 요즘 피곤하더라. 시차때문이었어."

내일 가야 할 에스크바스투즈는 145km 정도의 거리, 라이딩을 하며 목적지를 결정해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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