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7일 / 맑음
바르나울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르나울, 자전거를 타고 바르나울의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정신없이 기절을 하고 8시에 잠에서 깬다. 자연스럽게 8시에 기상시간이 맞춰진 것 같다.
아침을 먹기 위해 슈퍼에 들러 요거트와 음료를 사 들고.
"아니, 왜 동전은 하나를 쓰면 두 개가 느는 거야?"
북쪽에 있는 동방교회를 구경하고 오비강으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시내 구경을 하고 올게요. 짐 좀 잘 보관해 주세요."
크리스타나는 퇴근을 하고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작은 교회의 내부는 벽화와 촛불 그리고 여러 가지 기도의 장식물들이 놓여있어 아담하고 아름답다.
작은 천들을 가위로 자르고 있는 수녀의 옆에 앉아 교회의 내부와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낸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복잡한 회전 교차로에는 차량의 통행이 복잡했지만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안전하게 건널 수가 있다.
굉장히 성숙된 교통 문화이다.
"나탈리아, 혹시 여자들이.."
의류함의 사진을 보여주자 나탈리아는 알았다는 듯 설명을 한다.
"여자들은 스커트와 스카프를 하고 교회에 들어가야 해."
월터와 함께 수도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월터, 재미없어."
"예, 리버타임!"
"그래, 난 들어가서 쉴래."
크게 불편한 것은 없지만 나탈리아의 성격이나 움직임이 편하지 않고, 조금 쉬고 싶다.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
게스트하우스에 러시아 친구 로만이 들어온다. 41살의 로만과 번역기를 사용해 어렵게 대화를 하는 동안 월터에게 연락이 온다.
"우리는 이 교회에 왔어. 한 시간 후에 스카이 바에 갈 건데 올래?"
"내가 가도 돼? 맥주는 있어?"
"물론!"
로만과 얘기를 나누고 시간에 맞춰 스카이바가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스카이바는 자전거를 정비해 줬던 보드엘의 로만의 자전거 가게 옆의 높은 건물이다.
13층 밖에 안되지만 바르나울에 고층 빌딩이 없어서 그 정도면 시내의 스카이뷰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높이인가 보다.
마지막 남은 창가 자리를 잡고, 흥겨운 음악 속에서 맥주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나탈리아는 너무 느려.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리는 것에 지쳤어."
약간 독특한 성격의 나탈리아는 사람을 조금 편치 않게 만든다. 술도, 음식도 잘 먹지 않고 뭔가 느리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월터와 나탈리아가 도착하고 독일 맥주에, 닭날개 구이를 안주로 이야기를 나눈다.
"한 잔 더 할까?"
몇 모금 만에 500cc의 맥주잔을 비워지고, 월터에게 한 잔씩 더 하자고 하니 비싸서 싫다고 한다.
한 잔에 207루블의 메뉴판을 가리키는 월터에게 애원하듯 '내가 살게'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딱! 한 잔만 살게. 같이 먹자. 응?"
마지못해 수락을 한 월터와 맥주를 마시고, 나탈리아는 사과 주스를 마신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돈을 아껴야 하는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다 보니 4,000원 정도의 맥주를 사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니 뭔가 짠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지금 4,000원이 너와 함께할 마지막 시간의 비용일지도 모르잖아. 그 댓가의 4,000원이라면 아끼지 말자."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응, 겨우 한 달 남았어. 한 달이라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기대감에 신이 난 월터.
"염장질이냐. 한 달은 롱롱롱롱롱 롱타임이야!"
"어. 그래도 겨우 한 달이야!"
월터가 아이슬란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쉥겐협약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갈 수 없다고 하자 월터는 핸드폰을 무언가를 찾더니 소리를 친다.
"사비, 이것 봐.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비행기표도 엄청 싸."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검색한 항공권은 5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왕복?"
"아마도."
월터는 캐나다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에 많이 살고, 여행을 간다며 정보를 알려준다.
"빙고, 나도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방법을 알게 돼서 캐나다에 도착하면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를 생각해봐야겠다.
음식값을 분할한 계산서로 각자 계산을 하고 스카이 바를 나온다. 내가 계산한 돈은 8,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10시가 넘어 두 사람은 트램을 타고 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른다. 트램보다 빠르게 언덕을 오르는 나를 보더니 월터가 메시지를 보낸다.
"You are right. Steep."
"스티ㅍ...."
숙소에 돌아오니 로만은 잠들어 있다. 월터의 염장질 탓인지, 약간의 맥주 탓인지 아니면 편치 않은 나탈리아의 모습 때문인지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밀려온다.
"잠이나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러시아(19.07.08~07.31)'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9. 알레이스크, 바이나울을 떠나 카자흐스탄으로 향하다. 2019.07.27 (0) | 2019.07.29 |
---|---|
#178. 굿바이 월터, 방심했다! 2019.07.26 (0) | 2019.07.26 |
#176. 로만과 나탈리아, 바르나울의 사람들을 만나다. 2019.07.24 (0) | 2019.07.25 |
#175. 바르나울, 예쁜 인형들이 걸어다닌다. 2019.07.23 (0) | 2019.07.23 |
#174. 유채, 해바리기 그리고 끝없는 메밀꽃의 들녘, 저리 안 가! 2019.07.22 (0) | 2019.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