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7일 / 흐림
바칼-심
바칼의 숙소에서 보낸 짧은 휴식의 편안함이다. 계속되는 궂은 날씨, 산들을 넘어 우파로 향한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4,745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073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칼
 
장소
 
 
 
1,76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는 계속된다. 눅눅한 신발, 하루를 쉬고 싶은 게으름이 찾아든다.

식당에 내려가 플롭과 샤슬릭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을 준비한다.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고 출발하려 하자 안개비가 짙어진다. 우의와 레인팬츠를 꺼내 입자 숙소의 여직원이 싱긋 웃는다.

"180km, 80만 줄여놓자."

물보라를 흩날리며 지나치는 차량들의 움직임이 신경을 건드리고, 전방으로 보이는 하늘은 맑게 개어있다.

10분 정도 지나 비구름을 벗어나고 우의와 레인팬츠를 벗어던진다. 숙소가 있던 뒤편의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저 지역만 내리고 있었군."

가뿐해진 옷차림은 채 5분도 가질 못하고 다시 굵은 소나기가 내려 우의와 레인팬츠를 입어야 했다.

고개의 정상에 들어선 기념품 가게의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도로를 지나치며 고개의 정상마다 들어선 가게들의 판매 물품이 자동차의 배기통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생맥주 기계처럼 생겼다.

"이게 뭐야?"

계속해서 비는 오락가락 반복하며 내림과 멈춤을 반복한다. 땀과 함께 젖어드는 우의를 벗어버리고 싶다.

"벗으란 말이냐, 말라는 말이냐. 어쩌라고!"

맑게 갠 하늘을 향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달려간다.

6~7도 경사의 오르 내리막이 이어지고.

비구름을 완전히 벗어났는지 하늘빛과 바람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우의와 레인팬츠를 벗어버리고 쉬는 사이.

뒤편으로 검은 비구름이 몰려온다.

"도망가자."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을 2시간가량 오르고.

3시, 650미터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이제 내려가자. 힘들다!"

맑게 갠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내달리고.

다시 시작되는 짧은 오르막들, 며칠째 이어지는 반복 패턴에 종아리의 당김이 느껴진다.

오늘 지나가야 할 가장 높은 구간을 넘어서인지 이어지는 작은 오르막들은 쉽게 느껴진다.

한 시간 반을 더 이동하고 도로변의 카페에서 잠시 쉬어간다.

"러시아 느낌 난다."

카페에 들어가.

밥과 구운 돼지고기에 계란과 햄을 올려놓은 메뉴로 허기를 채운다. 러시아의 카페들은 생선이나 고기를 다져 만든 음식들을 꽤 먹음직스럽게 만든다. 저렴하고 맛도 좋다.

1km가 안되는 간격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5~6개의 구간을 지나며 다리의 근육은 완전히 풀어진다.

"그만해. 근력 운동도 아니고."

끝나지 않는 산길, 양치를 하며 기분 전환을 하고.

오늘의 목적지 심(Sim)을 가까이 두고 마지막 고개를 넘는다.

7시,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내리막 고개의 언덕 밑으로 심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고개를 넘는 차량들과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심의 전경을 구경하고 있다.

"와.."

작은 강이 마을의 중심을 지나가고, 평탄한 주위의 산에 둘러싸인 심의 모습은 저녁의 석양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2층 구조의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미니어처로 꾸며놓은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언덕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좋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어가 저녁으로 먹을 샤슬릭을 주문한다.

130루블의 바베큐를 두 조각 포장을 하고.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산 너머로 붉게 피어오르는 석양빛이 황홀하다.

우주 공간의 성운처럼 붉게 타오르는 고개를 향해 불나방처럼 정신을 팔고 달려간다.

"고개 정상에서 보고 싶다."

마음과 달리 고개를 오르는 페달링은 무겁기만 하고, 고개의 오르막은 숲을 향해 이어진다.

해는 떨어지고, 빠르게 어두워진다. 석양빛의 유혹에 쓸데없이 8km를 더 달리고 숲의 언덕으로 들어가 텐트를 설치한다.

포장해온 샤슬릭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하루를 정리한다.

"내일이면 산을 내려갈 수 있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6일 / 흐림
브레조비모스트-바칼
계속해서 산을 넘어가야 하는 구간인데 날씨마저 도와 주지를 않는다. "산은 괜찮은데 비는 힘들어!"  


이동거리
42Km
누적거리
14,655Km
이동시간
3시간 42분
누적시간
1,066시간

 
75k도로
 
바칼
 
 
 
 
 
 
 
12Km / 1시간 20분
 
30Km / 2시간 22분
 
브레조비
 
사트카
 
바칼
 
 
1,67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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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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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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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잠들어서 인지 6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깨었다. 밤새 내리던 비는 계속해서 추적추적 이어진다.

"몇 도야?"

다시 침낭을 끌어당겨 몸을 집어넣고 잠들었다.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잤으면 좋겠다.

맛있는 아침 여분의 잠이다. 9시가 넘어 눈만 동그랗게 뜨고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통신만 되면 좋으련만."

"아침이나 먹자."

라면, 예브게니 아저씨의 잼을 발라 햄과 함께 빵으로 아침을 먹고.

따듯한 커피 한 잔으로 오랫동안 비가 내리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본다.

비에 젖은 텐트의 내외피를 분리해서 정리하고, 겨울용 이너웨어 상의, 겨울용 긴 양말을 꺼내어 착용했다.

"오늘은 그냥 산골 마을들이나 구경할까."

비를 맞으며 달리는 것도, 하루 종일 숲길을 달리는 것도 귀찮아지는 날이다. 요즘 기분이 그렇다.

12시, 짐들을 정리하고 메인도로로 나왔다. 안개비와 함께 지나치는 화물차들이 물보라를 흩날리고 있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8km 정도 떨어진 호숫가 마을 사트카(Satka)로 향한다.

경사가 높은 긴 오르막을 오르고 들어선 마을의 초입에 다시 급경사의 높은 언덕이 이어진다.

계속되는 언덕들.

"이런 곳에 어떻게 호수가 있지?"

형형색색 원색의 나무집들이 너무나 예쁘다.

두 번째 언덕을 넘자 내리막길 주변으로 마을의 중심이 나타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슈퍼를 찾아 음료와 빵 등을 사들고 나왔다.

푸틴을 만나러 가는지 묻는 할머니와 사진을 찍고, 할아버지를 다그쳐 할머니는 100루블을 후원해 주었다. 나의 기사를 봤다는 할머니는 다른 아시아 여행자와 혼동을 하시는 것 같다.

"푸틴? 그냥 자전거 타고 모스크바에 가고 있어요."

내가 외국인의 얼굴이 구별이 안 가듯 그들도 그럴 것이다. 재미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가죽점퍼를 입은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투어리스트냐며 말을 건다.

"나한테 60루블 줄 수 있어?"

"싫은데! 할머니가 나한테 준 건데."

주변을 맴도는 남자에게 빠이를 외치며 자전거를 출발시켰다.

호수의 주변으로 놀이공원 같은 곳이 들어서 있다. 작은 산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지만 놀이공원의 모습은 마을과 너무 잘 어울린다.

아마도 휴가철 피서객들을 위한 시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놀이공원 옆으로 클래식한 건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구글맵에는 식당으로 검색이 되는데 고풍스러운 건물의 느낌 때문에 선뜻 안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고급 레스토랑 같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없을 것 같다.

호수의 주변으로 연이어 고풍스러운 목석조 건물들이 이어진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커다란 골재공장 같은 곳을 돌아 호수의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마을의 뒤편 높은 산은 골재를 채굴하는 곳인지 커다란 산은 하리가 잘린 듯 평면으로 변해있었다.

마을 쪽과는 달리 호수의 건너편은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고, 호수변의 고풍스러웠던 건물들의 실루엣과 조용한 호수의 모습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쁜 산골 마을이네. 평화롭다."

호수 가운데 떠있은 오래된 건물들이 보여 이도했지만, 그야말로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작은 성처럼 보인다.

"누가 사는 집일까? 펜션인가? 마녀? 공주?"

아름다운 공주가 갇혀있을 것 같지 않고, 아주 고약하고 생질 못된 스크루지 영감이 살고 있을 것 같다.

"들어가 보고 싶네."

호수변에는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상한 일이지만 무뚝뚝한 러시아인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푸근한 인상으로 잘 웃으며 반겨준다. 예브게니 아저씨처럼 말이다.

내 생각엔 러시아인들은 타인에 대해 무신경하거나 무심하지 않다. 단지 관심이 있으면서도 선뜻 웃으며 다가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웃고 싶은데 애써 무표정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할아버지들 옆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가야 할 산길이 먼데 그냥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다.

구불구불 오르고 내려가는 마을길을 따라가니 호숫가 마을보다 훨씬 큰 마을이 나온다.

"이곳이 마을 중심이구나."

마을의 외곽을 따라 15km 떨어진 다음 마을 바칼로 향한다.

겹겹이 쌓여있는 산길들을 오르고 내려간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앞으로 보이는 도로의 끝이 한없이 위로 올라가 있는 곳이 나오고.

도로변의 나무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빛의 호수, 푸른 옥빛의 물빛이 궁금하여 자전거를 끌고 숲으로 들어간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비밀의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호수다.

"와, 여기서 캠핑할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비 오는 날의 오후 4시, 호수변에서 캠핑을 하며 여행기를 쓰고 싶지만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아깝다."

다시 도로변으로 나오고.

요거트에 건포도를 넣어 간식을 먹고,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구글맵으로 바칼 마을을 검색했지만 메인도로 M5로 이어지는 도로는 마을을 지나치지 않고 마을의 초입에서 갈라진다.

바칼 마을의 중심은 도로에서 조금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메인도로 M5까지 15km 정도의 거리지만 오늘은 라이딩을 일찍 마무리하고 싶다.

"마을 안쪽으로는 못 들어 가겠다."

하늘 높이 치솟은 언덕을 오르고.

언덕을 돌고, 돌고.

작은 마을의 초입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슬비와 땀으로 온몸은 엉망으로 흥건하고.

잠시 쉬자니 빠르게 땀이 식으며 한기가 스며든다. 땀으로 범벅이 된 레인팬츠를 벗어버린다.

다시 구불구불한 언덕들을 오르고 올라 안개비에 완전히 감싸인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내려가자."

산의 내리막을 시원하게 달리는 동안 짙어진 이슬비에 바지와 온몸이 모두 젖어들고, 작고 아담한 산골 마을을 지나쳐 6시가 되어서야 메인도로 M5에 도착했다.

들어선 교차로에 지도로 검색되지 않던 현대식 카페가 들어서 있고, 카페의 간판이 시선에 들어오자 뱃속이 요란하다.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하는 깨끗한 카페, 메뉴를 둘러보려는 순간 여자 직원이 잠을 자는 시늉을 하며 질문을 한다.

바베큐만을 포장해서 나가려 했던 마음이 한순간 흔들린다.

"여기 숙소가 있어? 얼만데?"

갑자기 분주해진 남자를 따라가니 숙소비 안내판을 가리키며 방들을 설명한다.

"젤 싼 거? 600루블?"

조금 비싸다 생각이 들어 방을 보여달라 요청을 하고, 프런트 직원을 따라가니 침대가 하나 겨우 놓인 모서리 작은방이다.

"깨끗한데, 비싸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식당과 프런트를 오가며 결정을 못 하고.

"편히 쉬자. 다 젖었잖아."

직원들 도움으로 자전거는 외부 창고에 넣어두고, 숙소의 샤워실에서 샤워를 했다.

새로 지어진 건물인지 따듯한 물도, 샤워장도 제법 괜찮았다. 오랜만에 이태리 타월로 때도 밀어보고, 발바닥의 각질도 밀어본다.

"아, 누가 시원하게 등 좀."

정말 오랜만에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깨끗한 식당으로 내려가 저녁을 주문한다.

"그림판이다!"

볶음밥과.

시원한 맥주.

그리고 직원이 추천해 준 300루블 바베큐.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며 먹었던 바베큐 중 가장 완벽한 음식인 것 같다.

"내일 아침에도 먹어야지."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 시달렸지만 러시아 산골 마을은 뭔가 매력이 있다. 가끔씩 메인도로를 벗어나 작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지나쳐 봐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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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5일 / 흐림
미아스-브레조비모스트
300km 넘게 남아있는 우파를 향하여 간다. 첼랴빈스크에서 우파로 향하는 구간은 우랄산맥의 끝자락이라 계속해서 산들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4,613Km
이동시간
8시간 11분
누적시간
1,062시간

 
E30도로
 
E30도로
 
 
 
 
 
 
 
40Km / 3시간 50분
 
43Km / 4시간 21분
 
미아스
 
 
브레조비
 
 
1,63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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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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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텐트의 천장을 두드린다. 다행히 밤사이 빗줄기는 굵어지지 않았다.

소나무 숲의 싱그러움이 한 층 더 진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요거트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떠난다. 일주일 동안 비 예보가 되어있듯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쌀쌀한 바람이다.

첫 번째 산을 내려가고 도로변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간다.

자작나무 사이 아주 작은 카페.

친절한 웃음의 할아버지에게 바베큐 메뉴를 주문하고 앉아있으니 텔레비전의 리모컨을 건네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니 종이 신문을 건네준다.

할머니는 소일거리로 뜨개질을 하는가 보다.

겨울에 신을 양말로 가격을 물어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사지는 못했다.

5,000원이 안되는 두툼한 바베큐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핸드폰 조작이 미숙한 할머니 덕에 한참 동안 인형처럼 웃고 있어야 했다.

사진이 잘 찍혔다며 할아버지는 좋아하신다.

연이어지는 산과 언덕들을 오른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멀리 또 하나의 산이 장벽처럼 들어서 있다.

아무래도 우파까지 이어지는 구글맵의 녹색지대는 이런 소나무 숲의 산악지형이 아닐까 싶다.

"우랄산맥의 끝자락인가?"

고개와 산들을 하나씩 넘어간다.

약하게 네트워크가 잡히는 작은 마을 앞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러시아의 음료는 과일 주스로!"

1리터에 900원 정도 하던 카자흐스탄의 콜라는 러시아에서 1,600원 정도로 비싸졌다. 대신 카바스나 과일 음료가 저렴해서 콜라를 대신하면 된다.

한 시간을 오르고.

추위와 달리 온몸은 땀으로 젖어들고.

잠시 자리에 앉아 쉬기조차 힘든 한기가 느껴진다.

"이제 좀 내려가는가?"

산을 오른 시간에 비해 너무 부족한 내리막을 내려오고, 산 중의 작은 호수들이 나타난다.

"산꼭대기에 호수라."

원색의 올드카가 놓인 카페로 들어가.

볶음밥을 주문했다.

"이거 어떻게 읽는 거야?"

"Плов, 플롭."

식당에 있던 젊은 남자는 따끈한 고기만두를 하나 선물해 준다.

볶음밥 두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자 여직원들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배고프다고."

길은 다시 산을 향해 이어진다.

한 시간 동안의 지루한 업힐, 짙은 안개비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 나무에 매달린 휴지와 천들이 바람에 날린 쓰레기인 줄 알았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매듭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중국이나 몽골처럼 붉고, 푸른 천을 묶어놓질 않고 러시아는 옷 갖 것들이 묶여있다. 휴지, 천, 운동화끈, 뭔지 모를 이상한 것들.

안개비가 주위를 감싸고 내려앉는다.

20분가량을 더 올라 산의 정상에 다다랐지만 안개비로 인해 시야가 완전히 가려진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구글맵을 여러 번 확인하여 질을 찾고, 조심스레 내리막을 달려 내려온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도로.

경사도는 조금씩 낮아졌지만 연이어지는 고개를 넘느라 허벅지와 종아리가 당겨온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인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오늘은 여기까지."

마을을 벗어나기 전 카페에 들어가.

빵과 함께 바베큐를 포장하고.

"에쒸, 너무 비싸게 판다."

44~49루블 정도의 칼스버그는 없고, 하이네켄을 80루블에 판매하고 있다.

맥주맛은 모르지만 녹색의 하이네켄을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맛보다 가격이고 칼스버그도 녹색이다.

바들바들 손을 떨며 하이네켄 하나를 사 들었다.

마을을 바로 벗어나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바로 숲으로 들어갔다.

캠핑 자리를 찾느라 어둠이 시작되는 숲을 헤매고, 신발과 바지가 흠뻑 젖어버렸다.

"에잇, 신발 어쩔 거야."

평평한 자리를 골라 텐트를 치고.

바베큐와 빵, 하이네켄 한 캔을 마치 두 캔을 마시는 것처럼 아껴서 마신다.

"아, 시원해."

하염없이 빗줄기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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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4일 / 흐림
첼랴빈스크-미아스
가을의 날씨인데 춥게 느껴진다. 첼랴빈스크를 떠나 일다의 집이 있는 우파로 향한다.


이동거리
105Km
누적거리
14,530Km
이동시간
7시간 39분
누적시간
1,054시간

 
E30도로
 
E30도로
 
 
 
 
 
 
 
42Km / 3시간 40분
 
61Km / 3시간 59분
 
첼랴
 
비타미니
 
미아스
 
 
1,548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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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도, 흐린 날씨와 바람이 계속된다. 가을이 없이 바로 겨울로 들어선 느낌이다.

좁은 아파트 호스텔에서 패니어를 정리하고, 자전거와 짐들을 챙긴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기모바지와 기모자켓을 꺼내 입고 출발을 준비한다.

"무뚝뚝하더니 갈 때가 되니 잘 웃네. 웃으면 이쁜데."

키로프카 거리로 아침을 먹기 위해 이동한다.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겨울옷을 입고 있다.

수프 전문식당에 들어가.

밥과 닭고기, 돼지고기를 다져만든 음식을 선책하고.

닭과 돼지고기는 제법 맛이 좋은데, 역시 밥은 그다지 별로다.

북한의 공연이 근처에서 열리나 보다.

마지막을 시내를 조금 돌며 구경을 하고 첼랴빈스크를 벗어날 생각이다.

대학교 건물인지 주변에 젊은 학생들이 모여 행사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시 외곽에 위치한 공원을 둘러보고 우파로 향하는 메인도로 E30을 따라 첼랴빈스크를 빠져나간다.

알타이 지역에서 이용했던 마리아-라 슈퍼마켓은 보이질 않고, 이곳에는 숫자 5가 심볼인 슈퍼가 많다.

비상식을 사기 위해 들렀지만 마땅한 것이 없고, 물가가 싼 카자흐스탄을 지나쳐온 터라 모든 것이 비싸게 느껴져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구도시 첼랴빈스크의 도로는 약간 복잡한 편이다. 시내를 벗어나기 전 도로변의 대형 쇼핑몰에 다시 찾아들어 간다.

창고형 슈퍼마켓이 있어, 모든 코너를 둘러보지만 이번에는 물건이 너무 많아 결정 자애가 생겨난다.

"있어도 없어도 문제군."

치킨 조각과 요거트 그리고 햄을 사들고 나왔다.

"비상식까지 챙겼으니 가 볼까."

도로의 이정표에 모스크바가 안내되기 시작한다. 모스크바까지 2,000km의 여정이다.

쌀쌀하고 흐린 날씨, M5의 메인도로를 타고 첫 번째 도시 우파로 향한다.

2시, 출출함과 함께 지루함이 찾아든다. 도로변의 카페를 지나치려다 바베큐를 굽는 연기와 냄새에 자전거가 스스로 이끌려 들어간다.

"이게 바베큐를 뜻하는 건데, 뭐라고 읽는 거지?"

보통 5~6,000 정도의 러시아 바베큐는 꽤 맛이 좋다. 함께 먹는 양파와 소스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고기와 함께 먹을 것 같다.

흐린 날씨 탓에 느리게 진행되던 속도를 조금 높여 달려간다.

"359, 300km까지만 줄여놓자."

메인도로 M5 도로변에는 휴게소와 카페가 일정하게 있어 배고플 일은 없을 것 같다.

평평했던 길들은 조금씩 오르 내리막이 시작된다.

평평한 초원보다는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것이 좋다.

"초원은 이제 충분해."

하루 종일 해를 구경할 수가 없고, 차가운 바람만이 계속된다.

"이너웨어를 입어야 하는가."

6시 30분, 흐린 날씨 탓인지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 기분이다.

말코보를 지나치며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좁아지며 갓길의 여유마저 사라진다.

도로는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향해 이어지고, 도로의 상태가 나빠지던 길은 이윽고 공사 구간으로 변해버린다.

우파로 가기 위해 넘어가야 하는 넓은 산악지대는 원시림처럼 빼곡하게 자란 소나무와 편백나무 숲으로 시작된다.

구불구불한 임시 도로를 달리는 동안 안개비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숲의 정상에 오르자 하루 종일 모습을 숨기고 있던 태양이 붉은 일몰의 석양빛을 찬란하게 발산한다.

"숲의 실루엣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빛이다."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보지만.

이내 구름 사이로 해는 떨어져 버리고, 울창한 숲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7시 40분, 흐린 날씨 탓인지 아니면 숲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어서인지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는다.

"여기서 캠핑을 할까? 아무래도 오늘은 소나무 숲에서 텐트를 쳐야 할 것 같은데."

통신도 끊기고, 숲은 수풀이 무성하여 텐트를 치기 쉽지가 않아 길을 따라 적당한 곳을 찾으며 이동한다.

산길을 막아놓은 곳을 발견하고 안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도로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캠핑의 흔적이 있는 평평한 곳이 나온다.

"좋네. 솔내음도 좋고."

어둠이 내리기 전에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슈퍼에서 사놓은 치킨과 빵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통신이 끊겨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밤새 속삭이고 싶은 밤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3일 / 흐림
첼랴빈스크
차가운 바람과 비가 내리는 하루, 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4,42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046시간

 
뒹굴뒹굴
 
뒹굴뒹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랴
 
첼랴
 
첼랴
 
 
1,44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영상 9도, 아침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우신을 쓴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두 겨울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계란과 햄을 꺼내어.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을 하고.

침대와 쇼파를 오가며 시체 놀이를 한다. 오후에 바람을 쐴 겸 숙소의 건너편 쇼핑몰을 구경하고.

"러시아에 없던데. 김태희?"

쇼핑몰 내 대형 슈퍼의 모든 코너를 아이쇼핑 하고.

저녁으로 먹을 볶음밥과 맥주를 사들고 나왔다.

캔맥주를 마시며 비둘기와 잠시 놀고.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잤다.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다시 슈퍼로 나가.

콜라와 물을 사고.

"카자흐스탄의 저렴했던 콜라가 그립다."

중국의 리즈훼이와 잠깐 동안 소식을 주고받고, 안드레에게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없다.

"러시아 미녀들은 다 어디에 있니?"

"모두 모스크바에 있어."

"아하!"

침대의 아래층 남자와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11시가 되어 저녁을 먹었다.

다스뵈이다를 보며 시시덕거리다 잠을 잔다.

초겨울의 날씨와 흐린 날씨가 계속된다.

내일부터 500km 정도의 우파를 향해 떠날 것이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2일 / 맑음
첼랴빈스크
두 번째 러시아의 여행, 첫 번째 도시 첼랴빈스크로 들어간다. 저렴한 호스텔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다.


이동거리
28Km
누적거리
14,425Km
이동시간
4시간 01분
누적시간
1,046시간

 
도로
 
산책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랴
 
첼랴
 
첼랴
 
 
1,44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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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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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리가 요란스럽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와 쌀쌀함이 느껴지는 아침, 몸이 움츠려 든다.

"침낭 밖이 위험하군."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한 시간의 시차와 시원하게 내달렸던 어제 라이딩의 피로가 남아있다.

겨울 져지를 바람막이와 함께 갖춰 입고 첼랴빈스크로 출발한다. 15km 정도의 거리.

첼랴빈스크의 외곽의 구도로를 이용해 시내로 들어간다. 오래된 도시라 도로의 구조가 철도, 트램의 철로 등이 맞물리며 복잡하다.

우선 끊겨버린 네트워크를 살리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지만 MTC의 매장이 보이질 않는다.

첼랴빈스크의 역사 앞에 세워진 멋진 석상 앞에서 맵스미를 이용하여 MTC의 매장을 검색했다.

"너를 한 번 타봐야 하는데."

관광지 정보로 검색된 오래된 건물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동차 정비소들이 모여있는 후미진 곳에 위치한 건물인데 별것이 없다.

시내 중심에 가까워지며 아기자기한 공원들이 나타난다.

"열쇠들을 다 풀어놓고 싶네."

남녀의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지 모르겠지만 괜한 심술이 생겨난다.

트램과 전기버스의 선들이 복잡하다.

길 건너편 MTC의 매장을 발견하고.

매장의 남자 직원의 번역기로 어렵게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어제 충전을 했는데, 테이터가 끊겼다."

"어떤?"

핸드폰을 살펴보던 직원은 데이터를 충전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트로잇스크 의 그 녀석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상품을 묻자 다시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안내 문구를 보여준다. 480루블.

자동화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300루블 밖에 없다.

"그것으로는 부족해."

직원은 1,000루블을 잔돈으로 교환해 준다. 자동화 기기는 간단했다. 통신 회사의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번호를 누른 후 요금을 지불하면 끝이다.

"쉽네."

핸드폰 매장에서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옆에 있는 버거킹으로 들어갔다.

"맥도날드, 버거킹, 할배네가 없었으면 어쩔뻔했니."

메뉴판을 찍어서 주문을 하고, 서비스 직종에서도 시니컬한 러시아인들은 어떤 면에서는 꽤 괜찮다. 이것저것 묻지 않고 결제만 하면 끝나니 심플하다.

따듯한 햇살, 거리의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트렌치코트와 비니 등으로 바뀌었다.

"아,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첼랴빈스크의 시내는 키로프카(Ulitsa kirova) 거리를 중심으로 시청과 상가, 공원들이 들어서 있는 전형적인 구도시의 모습이다.

시내를 둘러볼 경로들을 결정하고, 시내 중심에서 가까운 호스텔을 예약했다.

시청 앞 에볼루션 광장과 공원을 지나.

시내 중심의 넓은 도로를 가로지르고.

도로 건너편 키로프카 거리 들어간다. 키로프카 거리는 차도가 없는 보행도로다.

1km 정도의 직선으로 뻗은 거리의 양옆으로 상점들과 노점, 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여유롭고 복잡하지 않은 거리는 편하고 조용하다. 가을날의 이국적인 거리의 풍경이 좋다.

첼랴빈스크의 상징은 낙타인 것 같다.

현대식 건물들 사이사이.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고, 많은 조각상들이 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다.

기념품을 파는 노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냉장고 자석을 하나 고르자 할아버지는 러시아 국기의 자석을 서비스로 하나 더 주며 손을 가슴에 올리며 인사를 한다.

러시아 사람들의 가장 정중한 인사법인가 싶다. 도로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같은 제스처를 하며 여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래된 도시의 조각들과 건물들은 하나하나 클래식한 멋이 진하게 느껴진다.

"푸시킨 형, 오랜만이네."

나는 그대를 사랑했어요.
그 사랑은 나의 영혼 속에서
여전히 불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이제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침묵으로, 희망도 없이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질투로
가슴을 조이며

신이 그대로 하여금
누군가의 사랑을 받게 만든 그대로
나는 진심으로 묵묵히
그대를 사랑했어요.

- Pushkin Aleksandr Segeevich(1799~1837)

"담배맛이 쓰네. 그대의 삶도 그냥 그래 보여."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Pushkin Aleksandr Segeevich(1799~1837)

키로프카 거리를 지나.

작은 레카미아쓰 강을 건너고.

오래된 오르간 뮤직홀을 지나.

붉은 정교회를 향해 길을 따라간다.

붉은 벽돌의 러시아 정교회.

화단에 핀 꽃에서 좋은 꽃내음이 난다.

"처음 보는 꽃이네."

교회 밖의 벤치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키로프카 거리의 우측에 위치한 공원으로 이동했다.

오래된 작은 도시를 구경하는데 자전거만큼 좋은 것이 없다.

공원 안쪽에 위치한 다른 정교회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공원에 세워진 레닌의 기념물을 보고.

공원 입구에 세워진 여성의 동상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포승줄에 묶인 제복 차림의 동상인데, 사실적인 조각상의 모습에는 포로로 사로잡힌 사람의 고통보다는 뭔가 당당한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진다.

중국의 조각상들이 도교적 상징성이 강하다면, 러시아의 조각상들은 전쟁의 사실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강인하기도 하고 때로는 애잔하여 슬프기도 하다.

공원을 둘러보고 키로프카 거리의 좌측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 돌아간다.

공원을 가로질러.

비둘기의 방해를 뚫고.

도착한 숙소는 오래된 아파트다. 난감하다.

숙소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지만 몇 마디 러시아어를 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린다.

"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스텔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다시 통화를 했지만 상황은 똑같다.

"오픈 더 도어!"

짧은 외침마저 의미가 없고, 잠시 다른 호스텔로 이동할지 고민을 했다.

러시아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현관의 철문이 닫혀있고 대부분 여러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문을 열고 젊은 남자가 나오자 닫히는 철문을 붙잡고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기 호스텔에 통화를 좀 해줘, 나 여기 있다고."

호스텔에 전화를 걸어 남자를 바꿔주니 짧은 통화를 한 후 5층이라고 알려준다.

"아 놔."

닫히는 문을 고정시키고 계간으로 5층을 올라 두리번거리니 작은 엘레베이터 가 있다.

"에잇, 똥!"

아파트를 호스텔로 개조한 집이다. 무뚝뚝한 러시아 사람과의 첫 대면은 언제나 유쾌하지 않다.

쉽게 체크인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한 번에 짐들을 모두 옮겼다. 작은 엘리베이터의 문에 패니어를 끼워 넣고 짐들을 옮기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서야 숙소의 남자와 여자가 웃는다.

"웃지만 말고 좀 도와줘라."

작은 이층 침대 3개가 놓인 방은 비좁았지만 주방과 화장실 등은 모두 깨끗하고 좋은 편이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의 도움으로 패니어들을 침대 밑으로 넣어두고, 숙소의 여자는 자전거를 숙소로 가지고 올라오라고 한다.

자전거는 베란다에 넣고,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며 휴식을 취했다. 일찍 첼랴빈스크로 들어온 덕에 시내를 모두 둘러보고도 시간이 여유롭다.

세탁이 끝난 세탁물들을 숙소의 주인이 널어주었나 보다. 관계가 맺어지면 러시아 사람들도 잘 웃고 친절해진다.

"재미있는 사람들이야."

여전히 몸무게는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60kg이 여행을 하는 동안의 표준 몸무게인 듯싶다.

야경을 보기 위해 휴식을 취하며 저녁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움직임이 요란하다.

"야경 구경은 틀렸네."

함께 투숙을 한 남자, 일다와 대화를 하며 친해졌다. 다음 목적지인 우파에 살고 있는 일다는 일이 있어 첼랴빈스크에 왔고, 오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우파에 있는 일다의 집을 확인하고, 그의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우파에 가면 연락을 하기로 약속했다.

9시가 넘으며 비가 멈추고, 산책과 야경을 보기 위해 일다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공원을 가로질러 키로프카 거리로 간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는 한산하고 키로프카 거리는 생각과 달리 화려한 야경은 없었다.

카페에서 4~5명 단위의 일행들이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거리의 밤 문화인 듯싶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거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거리는 나름 운치가 있게 느껴진다.

"도시와 어울리는 좋은 야경이네."

거리에 있는 수프 전문식당에서 들어가 저녁을 해결한다.

밥과 닭고기, 생선튀김, 수프와 음료까지 해서 5,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저녁식사로 인해 허기짐이 폭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본다.

숙소에서 조리할 계란과 햄 그리고 맥주 한 캔을 사 들었다.

길을 걸으며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바로 잠들었다.

내일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어, 비가 오면 하루를 더 머무를 것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1일 / 맑음
카예라크-첼랴빈스크
친절한 사람들과 끝없는 평온의 카자흐스탄 여행을 마치고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된다. "모스크바로 가자!"


이동거리
145Km
누적거리
14,397Km
이동시간
7시간 59분
누적시간
1,042시간

 
E123도로
 
E12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카예라크
 
트로잇
 
첼랴빈스
 
 
1,41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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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몽롱하고 불편한 아침이다. 쌀쌀함이 온몸을 움츠려들게 만드는 아침의 기운, 텐트를 정리하고 국경을 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화물차들이 길게 줄서있던 국경 검문소의 앞이 한산하다.

흐린 날씨에 구름 사이로 해가 들어가며 초겨울의 한기가 느껴진다.

"아, 너무 추운데."

검문소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지만 빵 이외에 먹을 것이 없다. 1,500텡게가 남아있어 주유소의 편의점 역시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담배나 사자."

주유소에서 따듯한 물을 얻어 커피를 타 마시고 검문소의 작은 초소로 이동했다.

초소의 군인은 한국인이지 짧게 묻고는 확인증을 주고 검문소의 차단기를 올려주었다.

국경 사무실로 들어가니 두 개의 심사창구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질문도 없이 무난하게 출국 도장이 찍히고, 짐을 검사하는 군인도 자전거만을 훑어보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너무 심플한데."

카자흐스탄의 국경 검문소를 나오자 1km 정도의 거리에 러시아의 국경 검문소가 바로 이어진다.

앞서갔던 차량들이 줄을 서 있고, 검문소의 초소 앞에는 세 명의 남자가 서 있다. 세 명의 남자와 인사를 하고, 짧은 질문에 대답을 하는 동안 초소의 군인이 돌아와 출입국 카드를 건네준다.

웃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지만 신경 쓸 것도 없고, 그냥 무시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추위에 떨며 잠시 기다려야 한다.

"겨울 져지를 꺼내 입는다는 걸 깜박했네."

검문소의 차단기가 올라가고 함께 있던 세 명의 남자가 나를 부르고 검문소로 들어가며 초소의 군인에게 확인증을 받는다.

그들을 뒤따라 가며 확인증을 달라고 하자 세 명의 남자와 함께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뭐야? 일행도 아닌데."

세 명과 함께 국경 사무실로 들어가니 작은 실내의 러시아 사무실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함께 들어온 사람들은 그제서야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려고 볼펜을 빌려 달라고 한다. 세 명에게 볼펜을 빌려주고 기다리고 있으니 승용차로 이동하는 사람들 한무리가 사무실로 들어와 어수선해진다.

한 차량에 5~6명씩 이동을 하니 한두 대만 들어와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제법 많은 것이다.

볼펜을 빌렸던 일행들은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는 법을 모르는지 몇 가지 적을 것도 없는 내용을 채우느라 한 세월이다.

미리 대기줄에 서서 기다려도 출입국 카드 작성을 끝내지 못하고 7~8명의 사람들이 심사를 끝내는 시간까지 출입국 카드를 들고 씨름을 한다.

내 차례가 되어 세 사람을 불러도 오지를 않고, 어쩔 수 없이 다섯 명이 일행인 사람들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순서를 양보해 줬던 사람들이 심사를 받는 동안 일행들이 볼펜을 들고 내 뒤로 줄을 서고, 잠시 후 뒤에 줄 서 있던 남자가 우리 일행의 남자에게 뭔가 따지듯 언성을 높인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순서를 지키라는 말을 한 것 같고, 우리 일행은 내가 먼저 줄을 서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 같다.

내 뒤에 줄을 서 있어서 뻔히 순서를 알면서도 언성을 높이는 남자의 얼굴에 심술이 가득하다.

"I'm first!"

쓸데없는 일에 언성을 높이는 남자가 얄미워 한마디를 거들자 언쟁은 끝이 났다. 하지만 잠시 후 남자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다시 우리의 일행에게 언짢은 표정으로 언성을 높인다.

"정말 눈치 없는 여자네."

그녀의 얼굴에도 심술이 가득하고, 정말 얄미운 가족이다.

"아, 초소의 그 녀석은 왜 일행도 아닌데, 하나의 확인증으로 묶어서 이 난리를 만드나."

내 차례가 되어 심사관은 질문 하나 없이 무언가를 확인하며 비자를 찾는다.

"Koreans don't need a Russian visa."

짧게 대답을 하자 더 이상 질문은 없고 한참 동안 무언가를 뒤적거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계속 걸었다.

여직원이 먼저 나와 웃으며 남한인지, 북한인지를 묻더니 말이 안 통하자 웃으며 돌아가고, 다음에는 무표정한 남자 직원이 나오더니 내 여권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마치 '넌 이런 것도 처리를 못하니'라는 표정과 몸짓이다. 심사관은 잠시 밖에서 대기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국경인데,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

이미 분위기 파악이 끝난 상태라 예상되던 상황이다. 러시아의 무사증 협약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약간 헷갈릴 수 있는 내용이다.

'무사증 입국은 6개월 이내 최대 60일을 체류할 수 있고, 재입국 시 추가 30일을 체류할 수 있다.'

즉, 6개월 이내 최대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으며 1회 체류 시 6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 된다.

나는 첫 번째 입국에서 24일을 체류했고, 이번 입국에서 35일 정도 체류하고, 세 번째 입국 시 30일간 러시아를 여행할 계획이다.

무표정했던 남자 직원이 사무실에서 나와 여권을 심사관에게 넘기며 뭔가를 말하고 심사관은 나를 불러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일행의 가장 연장자였던 남자와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오자 짐을 검사하는 군인은 '포!'를 외치며 나머지 일행과 함께 오라고 한다.

"아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함께 오라는 제스처를 전달하자 일행의 남자는 미안한 듯 근무를 교대하는 심사관에게 뭔가를 설명한다.

무뚝뚝한 심사관을 따라가자 짐을 검사하는 군인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포'를 외치던 군인은 짐 검사도 없이 그냥 가라며 손짓을 한다.

"아싸뵤."

확인증도 없이 러시아의 입국 검문소를 지나치며 국경을 넘었다.

"모든 복잡함의 시작은 그 얄미운 녀석의 게으름에서 시작된 거야."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가 14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트로잇스크로 가자."

"첼랴빈스크까지는 거리가 애매하네."

생각보다 빠르게 국경을 넘은 탓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트로잇스크에서 하루를 쉴지, 첼랴빈스크 가까이 이동해서 야영을 할지 결정을 못 했다.

핸드폰 통신을 개통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트로잇스크로 이동한다.

"숙소에서 쉴까? 첼랴빈스크에서 다시 숙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트로잇스크의 시내로 들어가며, MTC 매장과 식당을 찾는다.

도로변의 가게들 중 찾고 있는 매장은 보이질 않고, 도시나 마을에 처음 들어가면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분위기를 구경하느라 다른 것들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수도원 앞의 작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많은 비둘기들이 모여있는 공원에서 시진을 찍고 있으니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인사를 하시더니 지갑에서 100루블을 꺼내주신다.

러시아인들은 평상시에는 무표정한 표정이지만, 대화가 오가면 표정과 어투가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식당이나 가게에서 마주하는 직원들이 처음에는 무신경하거나 불친절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러시아의 유심 카드를 패니어에서 꺼내고.

카자흐스탄의 유심카드는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넣어두었다.

"다시 동전과의 전쟁이 시작되는가."

ATM 기기에서 비상금을 보충하고.

MTC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 입구에 있는 결제 기기에서 충전을 할 수 있지만 러시아어로 서비스되는 자동화 기기는 패쓰하고.

매장의 남자 직원에게 테이터 충전을 문의해 충전을 마쳤다.

"15일 후에 다시 충전해야 하나요?"

전산을 확인하더니 남자는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아침부터 어색한 뭔가가 있는데."

국경을 넘으면서부터 손목시계와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며 이상한 느낌이 계속되었는데, 매장에서 두 개를 동시에 확인하니 서로 시간이 다르다.

네트워크 시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핸드폰의 시간이 한 시간 느리게 잡힌다.

"이거군!"

첼랴빈스크까지 갈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시간의 여유와 촉박함을 번갈아가며 느끼게 했던 부자연스러운 원인을 찾았다.

매장의 손님에게 어떤 것이 맞는지 시간을 확인하고.

시계의 시간을 한 시간 늦추었다.

"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한 시간의 변화이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흐리던 날씨마저 밝게 변해간다.

"가자. 첼랴빈스크로."

식당을 찾으며 트로잇스크를 빠져나오지만 빵집과 레스토랑 이외에 일반 식당이 보이질 않고, 슈퍼에 들어가 주변 식당의 위치를 물었다.

도로변까지 나와 길을 건너 지하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해주는 안내를 받고, 묘한 건물의 지하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려간다.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수프 전문식당은 보통 배식 형태의 일반 식당인가 보다. 별 특색 없이 비싼 러시아의 레스토랑보다 훨씬 저렴하고 메뉴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서 좋다.

메뉴를 구경하며 침을 흘리고 있으니 배식을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배식판을 들고 오라며 유쾌하게 소리를 친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이것저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아주머니는 '얌얌'거리며 주문이 맞는지 확인한다.

"그래, 얌얌. 빨리 줘!"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얌얌거리는 통에 식당 안은 즐거운 어수선함이 일어난다.

"얌얌?"

"오케이, 얌얌!"

볶음밥과 다진 고기에 계란이 올려진 메뉴, 닭고기를 양배추로 감싸 익힌 메뉴를 정신없이 흡입하고, 볶음밥을 한 접시 더 비웠다.

"역시 밥이 최고야!"

볶음밥 2인분을 얌얌으로 포장을 해서 식당을 나왔다. 일반 식당에서 3~4가지 메뉴에 음료나 커피를 먹으면 200~300루블, 5~6천원 정도의 가격이 나온다.

12시 20분, 트로잇스크와 첼랴빈스크로 가는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첼랴빈스크로 달려간다.

오늘은 첼랴빈스크의 부근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일찍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가 볼까!"

작은 언덕을 길게 오르고 길은 평지와 같은 평야의 도로가 이어진다.

1시, 첼랴빈스크까지 120km. 날이 밝아지며 기온이 오르고, 바람막이를 벗고 복장을 추스른다.

"어디까지 갈까?"

지도를 보니 첼랴빈스크을 중심으로 이곳 지역에는 작은 호수들이 달마티안의 점박이처럼 샐 수 없이 많다. 마치 중국의 쑤저우와 비슷한 모양새다.

첼랴빈스크 중심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외곽의 호숫가에서 캠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좋아, 여기까지."

한 시간을 달리고 다시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패니어에 쌓인 빵들을 하나씩 비워간다.

하늘의 구름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살랑이던 바람의 느낌이 수상해지고, 지나온 길의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내려앉는다.

"왜 또? 에쒸, 도망가자."

흩날리기 시작하는 빗방울을 피해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카자흐스탄의 초원과 다를 것 없는 평야의 지역이지만 도로변과 평야에 자작나무의 숲이 무성하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몽골과 러시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넘으며 느껴지는 미세한 환경의 변화는 경계선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러시아쪽의 땅들은 왠지 모르게 수목들과 강이나 호수들이 풍성해 보인다.

풍성한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작은 도시 유즈노우랄스크를 지나친다. 알타이 지역과 달리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은 계속해서 작은 마을들과 도시가 이어질 것이다.

음식, 샤워와 같은 문제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비좁은 러시아의 도로를 생각하면 그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도로변의 목조로 지어진 정교회의 모습에 급하게 자전거를 세웠다.

사과와 같은 유실수들이 심어진 정원 가운데 세워진 목조의 교회, 아담하니 예쁘다.

삐걱거리는 바닥의 교회 내부를 둘러보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마을과 수목이 울창한 숲, 마을과 노란 물결의 밀밭을 지나친다.

숲의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자작나무와 소나무의 숲을 달리고.

도로 공사로 정체되어 있는 차량들을 지나치며.

신나게 페달을 밟던 중, 멀리 산타페 한 대가 정차하고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하던 아저씨는 식빵 하나를 건네주고 엄지를 추켜세우며 바로 떠나셨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지만 전체적으로 뒷바람이다.

"맘껏 달리자."

한차례 짧은 휴식을 취하고 도로를 내달린다.

한 시간, 30km의 거리를 삭제하고 휴식을 취한다.

몽골의 호르고를 가던 날 30km 정도를 이동하기 위해 무려 6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갔던 일이 생각난다.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가 어떤 날에는 여섯 시간의 고통이기도 하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너, 참 잘 달린다."

신체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면 이놈이다.

6시, 30km 정도 남은 거리 천천히 땀과 근육을 가라앉히며 첼랴빈스크까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러시아의 예쁜 목조 주택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벽돌 주택들이 대신한다. 아쉽다.

첼랴빈스크까지 20여 km, 목적지로 생각했던 두 개의 호수 중 첫 번째 호수가 도로의 건너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호수의 주변을 따라 집과 마을들이 동그랗게 들어서 있다. 길을 건너기도 귀찮고, 마땅히 텐트를 칠만한 장소도 없는 것 같다.

첫 번째 호수를 지나자 바로 첼랴빈스크의 시계가 나온다. 하늘에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구조물의 뒷편으로 나무숲에 야영을 해도 좋을 것 같지만, 오늘의 컨셉은 숲이 아니라 호수다.

"두 번째 호수로 가서 마땅치 않으면 돌아오자."

첫 번째 호수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번째 호수가 이어진다.

호수 주변의 작은 마을로 내려가 호수 방향으로 길을 따라간다.

도착한 호수변은 생각과 달리 갈대숲이 무성하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고무보트를 정리하던 남자와 인사를 하고, 여러 가지 질문에 즐겁게 대화를 하고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물었다.

남자는 맵스미를 켜고 호수 안쪽으로 길쭉하게 들어간 곳을 알려주며 밤에 조용하고 좋다고 한다.

그리고 우파로 가는 길의 중간에 있는 호수를 알려주며 꼭 들러보라고 추천까지 해주었다.

남자가 알려준 나무가 있다는 장소를 찾아 울퉁불퉁 삐뚤삐뚤 덜컹거리는 흙길을 따라가고, 마주 오던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는 여행을 묻더니 열심히 하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남자가 알러준 나무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조금씩 더 많아진다.

호수의 건너편으로 첼랴빈스크 외곽의 모습이 보이고.

나무 주변에 SUV와 오래된 러시아의 승용차가 정차되어 있고,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운 흔적들이 있지만 큰 고민 없이 나무 사이에 텐트를 쳤다.


승용차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아 보트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것임이 틀림없다.

트로잇스크에서 사온 볶음밥과 요거트로 저녁을 해결하는 동안 몇 대의 차소리, 보트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둠이 내려앉고, 호숫가에서 세수와 양치 그리고 간단히 팔과 다리를 씻어낸다.

먼저 있던 어부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와 떠나고, 나중에 도착한 어부들이 낚시를 준비한다.

"헐, 잠수하는 거야?"

그물이나 낚시를 이용하지 않고 잠수복장과 함께 작살총을 사용한다.

"아니, 무엇을 잡으려고?"

10시가 넘은 쌀쌀한 날씨에 두 명이 남자가 조용히 고무보트에 오른다. 뭔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물고기를 잡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충만하였지만 12시가 되어도 두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12시가 되며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뭐냐?"

네트워크 설정, 재부팅을 해도 통신이 되질 않고, 4G의 안테나는 만땅의 안테나를 자랑한다.

"트로잇스크의 그 남자는 대체 무엇을 충전한 것이냐?"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문제이겠지만 센스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용 기간만 물어보고 데이터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것이 실수다.

"센스가 없는 남자였군. 잠이나 자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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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0일 / 맑음
페도로브카-카예라크
친절하고 친절했던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지막 여정, 러시아의 국경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98Km
누적거리
14,252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034시간

 
M36도로
 
M3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페도로브
 
카라발리
 
카예라크
 
 
2,070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새벽까지 거세게 텐트를 뒤흔들던 바람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다행이다.

여전히 두꺼운 구름에 뒤덮여있는 하늘은 일출인지, 일몰인지 알 수가 없는 분위기다.

텐트 밖을 나가기가 싫을 정도의 한기가 느껴지는 아침이다. 

"춥다."

요거트와 시리얼로 간단히 속을 달래고, 가까운 거리의 카페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을 생각이다.

손이 시려 패니어 깊숙이 들어있던 장갑을 꺼낸다.

어제 야영을 한 곳이 페도로브카의 경계라 5km 정도의 이동으로 페도로브카에 도착한다.

도로변 마을의 카페 중 화물차들이 많이 정차되어 있는 곳을 들어간다. 우리의 기사식당처럼 화물차 운전자들이 가는 곳이 저렴하고 맛이 좋다.

"오, 깔끔."

주문을 받는 카운터의 여직원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메뉴를 고르고.

"나 저기 사람들이 먹는 것을 줘."

사람들이 먹는 계란 후라이와 햄을 가리키며 말을 하자 여직원이 걸어 나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가리키며 확인한다.

"그래, 그것을 줘. 수프하고 커피도."

여직원이 추천한 수프는 카자흐스탄의 대표 음식이라던 고기국수다.

수프를 내어주고 기본 식빵 이외에 동그랗게 튀긴 빵 3개를 접시에 담아 내어준다.

"?"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주문을 받았던 여직원이 웃으며 다시 메뉴를 물어본다.

"계란 후라이하고 햄!"

"수프는 아니고?"

"아니 이것도 먹고, 계란도 먹을 거야."

그제서야 주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듯이 빙그레 웃고는 카운터로 돌아간다.

"730텡게에 계란 후라이 가격은 안 들어간 건가?"

수프, 계란 후라이에 커피까지 해서 730텅게는 정말 싸다.

"동그랑땡 같은 빵은 서비스 같은데."

아마도 번역기에 저장되어 있던 자전거 세계 여행 중이라는 번역 기록을 얼핏 보고서 동그랑땡 빵 3개를 더 내어준 것 같다.

식사 후 친절하고 푸짐하게 서비스해 준 식당에서 빵과 음료수를 추가로 사들고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남은 거리 95km.

"북서쪽으로 가니 북서풍이 부네."

이상한 일이지만 초원에서 서풍은 기본이고, 남쪽으로 가면 서남풍이 불고, 북쪽으로 가면 북서풍이 불어온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늦은 굿모닝도 알려주고.

조금씩 사그라드는 바람을 느끼며 달려간다. 조금 힘들었던 어제보다 수월한 라이딩이다.

러시아로 향하는 도로가 지나치는 마지막 마을 카라발리크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을 초입에 철퇴를 든 멋진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마을로 들어가서 마지막 쇼핑을 하자."

카자흐스탄 현금이 남아있어 비상식을 추가로 사둘 생각이다. 아침을 먹고, 오는 도중 빵들을 먹어서 출출함은 전혀 없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물, 음료수, 캔맥주, 빵, 요거트 등을 구매하고 1,500텡게만을 남겨 둔다. 혹시 국경 근처에 식당이 있으면 내일 아침으로 간단한 음식을 먹을 생각이다.

국경이 있는 카예라크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7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가도 가도 40km냐? 트로잇스크?"

국경까지 25km 정도가 남았고, 이정표는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까지의 거리를 안내하고 있다.

4시 반, 넉넉하게 6시면 국경까지 도착할 거리다.

페달링은 여유로워지고.

쉬엄쉬엄 천천히 구경을 향해간다.

6시 30분, 추수가 끝난 노란 들녘 너머로 국경 검문소의 구조물들이 나타난다.

"다 왔네."

화물차들이 길게 줄지어 정차를 하고 있고.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도 쉴 새 없다.

잠시 국경 부근에서 쉬는 동안 사람들이 호기심의 질문들을 건넨다.

"내일 아침 9시에 국경이 열리나요?"

"24시간 열려있어."

몽골-러시아의 국경과 달리 24시간 오픈되어 있다고 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여 국경은 내일 아침에 넘어갈 생각이다.

근처에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큰 군용 트럭을 타고 있던 군인이 적당한 자리를 알려준다.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되어 있는 밀밭 주변에 대놓고 텐트를 설치하고.

오후에 슈퍼에서 사놓은 맥주로 카자흐스탄 여행의 마무리를 자축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는 잊지 못할 거야."

코스타나이에서 사놓은 버거킹은 여전히 맛이 좋다.

9시가 넘어도 밝은 것을 보니 시간 변경선이 멀지 않았나 보다.

일기도, 자료도 미뤄두고 잠이 든다.

"카자흐스탄, 내년에 알마티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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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밥도둑, 자전거 세계일주 : 러시아 (Bike Trip in Russia)

러시아 : 2019.07.08~07.31 / 1,270km

 

July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8

울란바이신트-코쉬아가츠

5:56

80

625:53

8,237

9

코쉬아가츠

0

0

625:53

8,237

10

코쉬아가츠

0

0

625:53

8,237

11

코쉬아가츠-아크타쉬

6:56

103

632:49

8,340

12

아크타쉬-인야

7:13

106

640:02

8,446

13

인야-옹구데이

6:47

74

646:49

8,520

14

옹구데이-쉐발리노

7:57

92

654:46

8,612

15

쉐발리노-만저로크

5:52

79

660:38

8,691

16

만저로크

0

0

660:38

8,691

17

만저로크

0

0

660:38

8,691

18

만저로크-고르노 알타이스크

3:21

43

663:59

8,734

19

고르노 알타이스크

4:57

60

668:56

8,794

20

고르노 알타이스크-비스크

0

0

668:56

8,794

21

비스크-고르데예브스키

5:10

105

674:06

8,899

22

고르데예브스키-바르나울

5:21

88

679:27

8,987

23

바르나울

5:02

91

684:29

9,078

24

바르나울

2:52

17

687:21

9,095

25

바르나울

2:44

25

690:05

9,120

26

바르나울

0

0

690:05

9,120

27

바르나울-알레이스크

8:17

142

698:22

9,262

28

알레이스크-포스켈리카

5:32

81

703:54

9,343

29

포스켈리카-룹촙스크

5:36

84

709:30

9,427

30

룹촙스크

0

0

709:30

9,427

31

룹촙스크-보로두리하

7:56

106

717:26

9,533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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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2일 / 흐림
룹촙스크
비가 내린다.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룹촙스크에서 하루를 쉬며 휴식을 취한 후 카자흐스탄으로 떠날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77시간

 
재래시장
 
러시안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룹촙스크
 
룹촙스크
 
룹촙스크
 
 
1,27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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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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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8시에 잠이 깨고, 창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피곤함에 다시 잠이 든다.

10시에 일어나 산책 겸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재래시장 같은 골목이 보이고.

룹촙스크의 시내가 한가롭다.

극장처럼 보이는 곳의 레스토랑에 200루블의 세트 메뉴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그림만 좋아 보이는 메뉴다.

오면서 보았던 재래시장으로 들어간다. 의류와 신발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고.

한 블록에는 야채와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제법 사람들도 북적이고.

"시장은 장터 음식이지."

고기를 굽고 있는 시장의 음식점으로 들어가 그림 속에 있는 꼬치구이를 가리키며 주문한다.

160루블, 역시 시장이라 저렴하다.

식빵과 양파 그리고 꼬치구이가 나온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지만 그런대로 고기니까 괜찮다.

숙소 쪽으로 걸어 나오니 바로 숙소의 맞은편이 시장의 입구다.

빗물에 자전거가 깨끗하게 세차가 되고.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5시가 가까워지니 슬슬 배가 고프다.

이번에는 아침에 먹었던 식당의 옆집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재래시장은 4시에 모두 문을 닫는가 보다.

오전에 보았던 극장 같은 곳의 레스토랑으로 걸어간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레스토랑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있으니 건물의 관리를 하는 아저씨가 무언가를 말한다.

"이게 레스토랑이죠?"

"맞아, 그런데 네 복장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있는 나를 보더니 자신처럼 긴바지의 복장을 해야 한다는 듯 제스처를 한다.

"왜? 내 복장이 어때서."

아저씨에게 주변의 식당을 물어보니 재래시장의 입구를 지나 마리아-라 슈퍼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커다란 마리아-라 매장이 보이고, 광장에는 러시아의 도시에서 흔하게 보이는 노점이 보인다. 맥주나 음료를 파는 것 같은데 항상 궁금했다.

"이게 뭐야?"

책을 읽고 있던 여자는 살짝 웃으며 카바스라고 한다. 비스크의 세미온의 집에서 하루를 보낼 때 그는 슈퍼에서 카바스 두 통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월터는 러시아의 국민 음료수라고 알려주었다.

"아, 카바스. 얼마예요?"

작은 컵으로 한 잔에 10루블을 받는다. 거리나 도로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바스를 파는 노점이다.

약간 달달한 음료인데, 시원하게 마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마리아라에 들어가.

빵과 치킨 반마리를 사서 저녁을 해결한다.

오후 늦게 비는 멈추고 하늘이 맑아진다.

숙소에 러시아 친구가 들어온다. 아무런 말도 없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던 중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그런데 러시안들은 왜 잘 안 웃어?"

생뚱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을 일이 있으면 잘 웃지만, 평상시에는 잘 웃지 않아."

"왜?"

"별일 없이 웃으면 바보라고 생각하거든."

위너님이 알려주었던 이유와 똑같이 말하며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안 웃는 것이 더 바보 같던데."

어쨌든 식당, 호텔, 슈퍼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러시아의 여자들이 웃지 않는 이유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고, 월터의 말처럼 단지 러시안이기 때문이었다.

"겁나 다행이네. 다리 펴고 편히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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