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7일 / 맑음
모스크바-쿠르사코보
모스크바를 떠나 라트비아로 향한다. 길고 길었던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800km나 남았는데?"


이동거리
86Km
누적거리
16,478Km
이동시간
5시간 16분
누적시간
1,188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크라스노
 
쿠르사코
 
 
3,49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아침 하늘이 맑다. 구름도 없이 화창한 가을 날씨,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든 피곤함이 느껴진다.

"도시만 들어오면 피곤해지네."

패니어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숙소의 여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을 한다.

모스크바의 도로는 좌회전 신호가 없는 곳이 많고, 사거리의 신호등은 지하 보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것이 힘들거나 많은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 김치찌개나 비빔밥을 먹기 위해 M9 메인도로 근처의 한식당으로 찾아간다.

붉은 광장 중심의 시내 중심을 벗어나자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나타난다.

모스크바 강변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12시에 오픈을 하는 한식당으로 이동한다.

첫 번째 찾아간 식당은 무역센터 같은 건물 내에 위치해 있어 자전거 보관이 힘들다.

한 블록 떨어진 곳의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지만 이곳도 12시에 오픈을 한다.

테라스에 앉아 주변의 카페와 슈퍼마켓을 검색하며 오픈 시간을 기다린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비싸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컨셉인지 15,000원 정도의 기본 가격이다.

"먹고 싶지만 햄버거가 몇 개냐? 버거킹으로 가자."

오픈을 기다리다 M9 메인도로로 이어지는 사거리의 맥도날드로 찾아갔지만, 12시 점심시간의 매장은 인산인해다.

"그냥 가자, 가다 보면 뭔가 있겠지."

라트비아로 이어지는 M9 메인도로를 향해 시내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30분 정도 도로를 달리는 동안 대로변에 카페는 보이질 않는다.

"배고파. 뭐라도 먹어야 해."

어제부터 딱히 변변한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라 라이딩을 하기가 힘들다.

구글맵을 검색하다 근처의 맥도널드를 보고 메인도로를 벗어나고, 맥도날드로 가던 중 도로변의 슈퍼마켓을 보고 들어간다.

"있을 때 필요한 것을 사두자."

빵과 라면, 잼 등을 고르 우유를 집어 드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며 '퍽' 소리를 내며 깨진다.

"에쉬."

복숭아 잼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다. 병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 내용물을 들고, 다시 새로운 잼을 하나 더 집어든다.

러시아 슈퍼마켓의 계산대는 늘 느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 동전이 많아 계산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가끔 손님들과 물건을 들고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먹는 작은 젤리과자 같은 것을 들고 한참 동안 옥신각신하던 아주머니는 세 개의 과자 봉지를 빼내고 계산을 마친다.

계산원에게 들고 있던 깨진 유리병을 보여주며 함께 계산을 해달라는 제스처를 하자 의아하게 쳐다보더니 그냥 계산을 한다.

"이거, 원, 투!"

잼을 가리키며 두 개를 계산해 달라고 하니 뚱한 표정으로 한 번 더 포스를 찍는다.

깨진 병의 잼으로 손과 패니어 가방, 지갑이 엉망이다. 끈적거리는 손과 가방을 닦아내고, 슈퍼 입구에서 파는 와퍼를 사서 허기를 달래본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다음부터 꼭 바구니를 사용해야지."

와퍼를 먹고 근처의 맥도널드로 간다.

"와퍼는 에피타이저야."

이곳도 제법 사람들이 많다. 주문을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자동 주문기를 사용해 보기로 한다. 다행히 영어 서비스가 지원된다.

"진작에 이걸로 주문할걸."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든다. 부지런한 삶의 현장 같기도 하고, 씁쓸한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 같기도 하다.

"저런 삶에서 튕겨져 나왔는데,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맛있게 햄버거를 먹었지만 밥은 역시나 쌀밥에 고기가 최고다.

"그럼, 라트비아를 향해서 가 볼까?"

교차로의 우회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앞쪽으로 그려진 그림자가 이상하다.

"그림자가 왜 앞에 있는 거지?"

지도를 확인하니 맥도널드에서 직진을 해야 하는데 우회전 길을 따라 달리고 있다.

"에쉬, 멍청이."

달려온 길을 돌아가 다시 대로변에 들어서고.

5차로까지 늘어난 도로를 따라가다 모스크바강을 건너기 전 다시 지도를 확인한다.

"아, 이 길이 아닌데."

모스크바강을 건너 M9 메인도로로 가기 위해서는 5차선의 1~3차 차선으로 들어가야 했었다.

다시 길을 되돌아간다. 넉넉한 거리까지 돌아간 후 천천히 3차로로 진입해 들어간다.

모스크바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고.

계속되는 교차로에서 지도를 확인해 가며 이동을 하고 아주 긴 지하 차도로 진입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숙소를 출발한지 4시간 반 만에 M9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야, 모스크바 도로 정말 복잡하다."

모스크바의 도로는 뭔가 도로 설계가 이상한 도로들이다.

모스크바의 경계를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교차로를 지나쳐간다.

고속 주행을 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신경은 곤두서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마지막 모스크바강을 건넌다.

모스크바의 경계를 벗어나고 넓은 갓길에 들어서서야 편안한 라이딩이 시작된다.

"오늘 날씨는 좋네."

정신없이 모스크바 시내를 빠져나오는 사이 맑은 가을날의 파스텔톤 저녁빛이 내려앉는다.

시내를 벗어나는 긴장과 스트레스 탓인지 갈증이 밀려온다. 도로변의 주유소에 들어가 콜라를 사려고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다음 주유소도 비슷한 가격이라 어쩔 수 없이 비싼 콜라를 하나 사 들고.

노을을 따라 달려간다.

"85km, 밥값은 했고."

도로변의 숲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하루를 정리한다.

"정신없는 하루였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6일 / 흐림
모스크바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모스크바 강변과 빅토르 최의 벽 그리고 볼쇼이 극장을 둘러보고 싶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6,392Km
이동시간
2시간 42분
누적시간
1,183시간

 
뒹굴뒹굴
 
빅토르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장소
 
모스크바
 
 
3,4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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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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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내 내리던 비가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전 시간을 보내고.

1시 반이 되어 바람을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모스크바강을 건너 표트르 대제 기념비가 있는 강변 공원으로 간다.

매일 비가 오는 날씨지만 포근하고, 강변의 바람은 제법 시원하다.

표트르 대제 기념비에서 잠시 모스크바 강변을 구경하고.

느린 유람선의 움직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잘 정비된 강변의 공원, 고리키 공원의 산책로를 달리고.

공원을 가로질러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세워진 정문을 나선다.

놀이공원과 미술관 등이 있는 커다란 공원이다.

다시 모스크바강을 건너 모스크바 중심을 감싸고 있는 원형의 도로를 따라간다.

도심 전체의 모든 건물들이 웅장하고 흥미롭다.

넓고 한적한 인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 편하고 좋다.

모스크바 어느 곳에서도 보이던 석조빌딩이 나타난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놈이 너구나."

러시아 외무성의 건물, 스탈린 시대의 건물 중 하나인 외무성 빌딩은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진다.

구시가지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간다.

보행 도로인 아르바트 거리에는 그 유명한 빅토르 최의 벽이 있다.

기타를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고, 몇몇의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차가운 땅 위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
그곳에선 가로등이 빛나고, 자동차들의 소리가 울린다.
도시 위에는 밤이 있고, 밤 위에는 달이 있다.
오늘은 달이 핏방울처럼 붉다.

주위엔 행복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볼 수조차 없다.
주위엔 아름다움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소리친다. '와~!'
그리고 모두는 앞으로 달려간다.
이 모두들 위로 새 하루가 시작된다.

집은 서있고, 등불이 빛난다 .
창문 밖으로 먼 곳이 보이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걸까?
살아있고 건강하므로,
살아감을 슬퍼해서는 안 되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것일까?"

-Kino(빅토르 최), 슬픔

어린 시절에는 러시아에서 유명한 고려인 락 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빅토르 최, 사람들은 그에게 혁명가이며 진정한 로커라고 말한다.

엄혹한 80년대 구소련 체제 속에서 자유와 변화에 대해 노래하였고, 끝까지 노동자의 삶을 살았으니 그를 노래하는 혁명가라고 불러도, 락의 정신을 보여준 진정한 로커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빅토르 최는 자유와 사람 그리고 삶을 사랑했던 시인이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빅토르 최를 아는지 물어봤었다.

"I love Viktor Tsoi!"

빅토르 최의 벽 앞에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동안 기타를 가지고 앉아있던 남녀가 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벤치에 앉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다 쓰이지 않은 노래가 몇 개인가? 말해봐, 뻐꾸기야, 노래해라."

초이는 살아있다! 빅토르 최(1962.6.21~1990.8.15)

인형탈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자석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르바트 거리를 빠져나간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 볼까? 볼쇼이?"

도로와 공원길을 따라가고.

푸시킨의 동상을 만난다. 비둘기가 동상의 머리 위에 앉아있어 울버린 같기도 하고, 뿔난 악마 같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대로에는 신호등이 아닌 지하보도를 건너야 하는 곳이 많다. 우리처럼 깊지 않은 지하보도들이라 큰 문제는 없다.

지도를 보며 구시가지들을 따라 볼쇼이 극장으로 찾아간다.

여기저기 오래된 석조 건물들과 카페들.

그리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다.

순백색의 기둥들과 짙은 베이지색의 볼쇼이 극장의 모습에 짧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정중앙의 정면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세 명의 불청객이 앞을 가로막으며 길게 대화를 이어간다.

"아니, 공간도 넓은데 굳이 내 앞에서 저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피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들의 앞으로 이동한다.

"각도가 조금 좁아졌지만 괜찮아."

고개를 꺾어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멋지다!"

분수대가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살펴본다.

길 건너편으로 칼 맑스의 동상이 세워져있고.

멋진 분수대의 뒤편으로 붉은 광장의 모습들이 보인다.

"이제 돌아갈까."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따라가고.

교차로의 좌회전 신호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붉은 광장 방향으로 돌아간다.

붉은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건물들과 골목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모스트바 강변으로 빠져나온다.

공원에서 강변으로 길게 이어진 스카이라운지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강변 쪽의 크렘린 성벽을 따라 이동한다.

한적하게 성벽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숙소가 있는 방향의 Vodovzvodnaya Tower와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 성곽의 탑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면 어쩌란 말이지?"

숙소 건너편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간다.

20km 정도의 거리,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라트비아 국경까지 650km 정도만이 남았다.

"가자. 라트비아로!"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5일 / 맑음
모스크바
붉은광장과 크렘린궁을 구경하며 모스크바를 산책하며 걸어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6,37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80시간

 
붉은광장
 
붉은광장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모스크바
 
모스크바
 
 
3,39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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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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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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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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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거덕 거리는 숙소의 침대 소리에 잠이 깨고, 간단히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숙소를 하루 연장한 후 관광 지도 한 장을 들고.

붉은 광장 주변을 산책하기 위해 길을 건너고.

크렘린을 따라 걸어간다. 크렘린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주변의 대부분 관광객도 중국인들이다.

"보고 싶지만 뒤섞이고 싶지 않다."

입구 가득 줄지어 서있는 크렘린을 지나 붉은 광장 쪽으로 걸어간다.

붉은 벽돌의 역사 박물관 사이로 붉은 광장이 이어진다.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시끄럽다.

마치 레고 블록을 예쁘게 쌓아 올려놓은 것 같은 역사 박물관 심플하면서도 복잡한 외형이 인상적이다. 웅장한 규모의 건물이지만 어느 한 곳 비어 보이지 않는 완벽한 조합이다.

크렘린 성탑 중 하나인 니콜스카야 탑이 박물관 측면으로 높이 솟아있다.

크렘린을 따라 붉은 광장의 정면, 레닌의 무덤으로 걸어간다. 광장의 중앙은 무슨 행사를 준비 중인지 펜스로 막혀있다.

"아쉽네. 360도 촬영을 하고 싶은데."

광장의 끝에 성 바실리 대성당이 보인다.

붉은 광장의 중앙, 군인으로 보이는 보안요원이 경계를 서고 있는 레닌의 묘를 지나고.

붉은 광장의 시계탑 스파스카야 타워로 걸어간다.

Spasskaya Bashnya, 붉은 성벽 위로 높게 치솟은 시계탑이다.

스파스카야 타워의 정면으로 성 바실리 대성당이 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동화 속에서나 그려져 있을법한 예쁜 모습이다.

"알록달록. 알록달록."

팀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떠오르는 색감이다.

중국 여행객들을 피해서 정면 사진도 찍어보고.

붉은 광장의 사형대 계단에 앉아 잠시 쉬고.

광장 맞은편의 굼 쇼핑몰 방향으로 걷는다.

짙은 베이지 색의 거대한 석조 건물에는 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쇼핑몰로 들어가는 출입구에서는 공항이나 법원을 들어가는 것처럼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쇼핑몰 아닌가?"

굼 쇼핑몰의 측면 거리는 온통 작은 조명들이 설치되어 있다.

"야경이 화려하겠다."

선물 가게들을 구경하고, 우체국으로 들어가 일러스트로 그린 모스크바 엽서를 산다.

우체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비가 내리더니 이내 멈추고 화창하게 맑은 하늘이 열린다.

걷힐 것 같지 않던 회색 구름이 한순간 사라지고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맑은 하늘은 푸르고 청명하다.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점심이 가까워지며 관광객들은 더욱 북적인다.

야경을 보기 위해 저녁에 다시 산책할 생각으로 붉은 광장을 빠져나온다.

"니 하오."

러시아의 고전 복장을 한 여성이 팔짱을 끼며 인사를 하고, 대답을 하지 않고 있으니 이번에는 '곤니찌와'라며 인사를 한다.

"암 코리안!"

기념 촬영을 위해 영업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미소로 대답을 하니 바로 '안녕하세요'라며 한국 인사를 한다.

"쏘리."

짧은 인사를 하고 그녀의 팔짱을 푼다.

"나 배고파요."

러시아의 도시에서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의 네모난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러 다니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박물관 쪽에서 관악대의 연주와 함께 뭔가 행사가 진행된다.

사람들이 행사장 주변에 모여있고.

군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도열을 하고 어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지하보도를 건너본다.

구글맵에 검색되던 한국 식당에 들러 커다란 만두를 사 먹는다. 편수라는 한글 간판을 달고 있는 아주 작은 식당인데 고기만두가 한국식 만두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에 이런 만두가 있나?"

러시아 국립 도서관을 따라 걷고.

숙소의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음식 배달원이라고 한다. 피자나 치킨 같은 딜리버리 푸드를 배달하는 모양이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전동 퀵보드 대여소, 퀵보드로 이동하며 돌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숙소 건너편 언덕에 위치한 중세의 대저택 Pashkov House.

크렘린과 모스크바강이 한눈에 들어올 것 같은 대저택의 구조, 외관의 기둥과 조각들이 하나하나 경이롭고 예술적이다.

"사치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네."

두 개의 신호등을 건너 숙소로 돌아온다.

놀이터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새들과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들어와 햄과 계란 후라이로 점심을 먹는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쉬는 동안 다시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야경을 볼 거야. 그만 내려라."

월터는 아프니스탄의 국경까지 이동을 한 모양이다.

"너 혹시 아프타니스탄에 갈 거야?"

"아니, 위함 할 것 같아."

"그래, 가지 마."

7시 반, 낮 동안 계속되던 비가 멈추어 모스크바의 야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석조 건물의 간접 조명은 정말 느낌이 좋다. 따듯한 느낌과 차가운 느낌이 동시에 느껴지는 포근함과 이질적인 화려함이 모두 있다.

아침에 막혀있던 알렉산드롭스키 정원길도 열려있고, 공원 곳곳에 키스를 나누는 커플들이 염장을 지른다.

"에잇!"

중국 관광객으로 가득 찼던 거리는 러시아인들의 생활 공간으로 바뀐 것처럼 관광객들의 모습보다 모스크바 시민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그 많던 중국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알렉산드롭스키 정원을 지나 붉은 광장으로 걸어간다.

붉은 벽돌의 박물관에도 조명이 들어오고.

러시아 거리의 조도는 참 마음에 든다. 약간 어두운 듯 은은한 불빛이 인위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낮에 사람들이 많아 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니콜스카야 타워의 성문 손잡이가 독특하다.

은은한 간접 조명의 편안함과 멋스러움에 비해 네온 불빛으로 건물 전체를 밝힌 굼 쇼핑몰의 조명은 화려하지만 값싸 보이는 불빛이다.

성 바실리 대성당으로 걸어간다.

"정말 인상적인 건물이다."

시계탑에서 8시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모스크바강변의 야경이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내일 가 봐야지."

"달콤한 초콜릿으로 만든 성 같아."

오전과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모스크바의 야경은 또 다른 도시처럼 느껴진다.

작은 조명들의 불이 켜지며 은하수처럼 밝은 별들이 가득하다.

"항상 혼자만 좋군."

오전에 들렀던 선물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을 구매한다.

"와, 보물 창고다."

끝없이 이어진 조명을 따라 걷다가 숙소로 돌아간다.

"혼자서 무슨 재미냐."

"별 특색이 없는 우리나라의 건물들은 어떻게 안 될까?"

돌아오는 길, KFC에 들러 저녁을 해결한다. 이상하게 대도시에 들어오면 오히려 밥을 먹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혼밥이라면 이골이 날 정도지만 레스토랑에 혼자 들어가 밥을 먹기도 싫고, 술집이나 바 같은 곳은 여행 중 들어갈 마음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캠핑을 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

내일은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를 둘러봐야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4일 / 맑음
포크로프-모스크바
오랜 러시아의 여행,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로 간다. "크렘린, 붉은 광장, 볼쇼이 극장.. 모스크바 기다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16,37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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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시간
1,180시간

 
M7도로
 
M7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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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며칠 전에 비해 포근한 날씨다.

우거진 나뭇가지 덕분에 조금이나마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 졸음이 밀려오던 타임을 지나친 탓에 자정이 넘도록 잠들지 못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불면증의 습관은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도, 내 안 어딘가 각인된 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가 보다.

컵라면과 오트밀로 차가워진 몸을 따듯하게 만든다.

"이제, 뭔가 다른 메뉴도 개발해봐야겠어."

텐트가 조금이나마 마르기를 기다리며 싱그러운 숲속에서 은밀하게 굿모닝을 알리고 출발을 준비한다.

비에 젖은 진한 숲의 내음이 좋은 장소다.

10시 45분, 모스크바까지 98km 정도가 남았다. 모스크바 근교에서 야영을 하려던 계획을 바꿔 오늘 바로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려면 아까운 비자 기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한다.

평탄하고 넓은 도로가 이어지고, 비가 내려 조금 늦어진 출발을 만회하기 위해 힘차게 페달을 밟아간다.

12시 반, 30km 정도를 달리고 첫 번째 휴식을 취하며 바람막이와 겨울용 장갑을 벗는다.

안개비가 내려앉은 날이지만 쌀쌀한 기운은 없는 날씨다.

도로변의 마을들이 이어지고.

출출한 허기가 밀려온다.

"너무 달렸나? 배고프네."

마을과 마을, 도시가 가까워지면 쉽게 도로변의 카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주유소와 함께 운영되는 카페들은 그냥 지나치고, 일반 카페를 찾는데 나오질 않는다. 마지못해 주유소 카페를 들어가려는데 주유소가 폐점을 했는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젠장. 배고프다고."

카페를 찾으며 페달을 밟는 사이 50km를 달려왔다. 주유소의 서브웨이와 뒤편으로 KFC가 보인다.

"오늘은 햄버거 느낌 아닌데."

KFC로 들어갔지만 새로 오픈을 준비하는 곳이라 영업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주유소의 서브웨이로 들어간다.

"빅 사이즈로 주세요."

30센티 샌드위치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40km 정도 남았나?"

도로 확장공사 구간이 많아서 속도가 느려지고, 정체된 차량들 사이에서 신경을 쓰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만 공간을 내주면 좋을 것 같은데, 가끔씩 자전거 옆으로 차량을 바짝 밀어붙이는 화물차들이 얄밉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공사 구간을 빠져나오는 사이 도로변의 풍경은 차츰 도시의 모습으로 바뀌어있다.

대형 건물들과 아파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3차선, 4차선으로 넓어지는 도로와.

복잡한 인터체인지 교차로들을 조심스럽게 지나친다.

4시 15분, 모스크바의 경계를 알리는 특별한 구조물도 없다. 모스크바로 들어선다.

잠시 쉬며 오늘 숙박을 할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다. 붉은 광장 근처의 두 곳을 두고 고민하다 저렴한 곳으로 결정한다.

"좀 더 좋은 숙소는 샌드위치로 먹어버렸다."

붉은 광장을 향해서 달려간다. 모스크바로 진입하던 도로에 비해 한적해진 도로, 좌측 차선은 전기버스 전용 차선인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해서는 차량들이 들어오질 않는다.

어쨌든 아주 편안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어서 좋다.

현대식 건물들이 조금씩 오래된 석조 건물로 바뀌고.

모스크바강변 도로를 따라가다 베이지색 웅장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Музей-квартира Г.С. Улановой

도로의 폭이 좁아지고 도로변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붉은 광장으로 향하는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웅장하고 멋있다.

공원의 기념비(Plevna Chapel)에서 붉은 광장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두 블록 정도 거리의 붉은 광장으로 이동한다.

고풍스러운 석조건물과 돌바닥, 붉은 광장과 성 바실리 대성당이 나온다.

붉은 광장은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고, 많은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기념촬영 등을 하고 있다.

광장은 철대 펜스로 막혀있다.

"힝, 못 들어가나?"

혹시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자전거나 이륜차 같은 것은 보이질 않는다.

"내일 산책 겸 걸어와야겠다."

"숙소로 가자."

"일단, 인증샷 하나는 찍고."

성 바실리 대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작은 수로와 같은 모스크바강을 건넌다.

과거의 구도로 때문인지 모스크바 도로의 구조나 연결 방식은 조금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숙소로 가기 위해 다시 모스크바강을 건너 돌아가고.

다리 너머로 크렘린의 남서쪽 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다려. 내일 가줄게."

크렘린 건너편의 숙소를 가기 위해 빙빙 회전을 하며 돌아간다.

멋진 벽화가 그려진 아파트.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하고 근처의 슈퍼로 나간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햄과 계란 후라이로 저녁을 한다.

숙소에 한국인이 있는지 콩글리시 발음으로 시끄럽게 대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보인다. 중국, 유럽인, 러시아인 그리고 시끄러운 한국인.

도시의 조명이 밝은 것인지, 환한 보름달이 떴는지 모르겠지만 밤 하늘이 이상하리만큼 밝다.

모스크바에서 3일 동안 머무를 생각이다. 하루는 대중교통과 도보로 산책을 하고,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모스크바, 너의 모습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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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3일 / 맑음
보골류보보-포크로프
이틀이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블라디미르를 구경하고 모스크바로 향한다.


이동거리
104Km
누적거리
16,272Km
이동시간
6시간 53분
누적시간
1,174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보골류보
라킨스크
포크로프
3,29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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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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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멈췄지만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에 따라 빗방울들이 텐트를 두드린다.

6시에 잠이 깨었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에쉬, 이건 또 뭐야?"

"어라, 안쪽까지."

이틀 전, 잠결에 들었던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쥐 같은 설치류가 텐트를 물어뜯는 소리였나 보다.

"에이, 망할 쥐새끼!"

내피는 힐링요 스티커로 붙여놓고, 외피는 시간이 있을 때 바느질을 해야겠다.

15km 정도에 있는 블라디미르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요거트 하나만을 간단히 먹고 출발을 한다.

"텐트가 마를 날이 없네."

여전히 흐리고 비가 내린 후라 손가락이 시리다. 블라디미르에 들어서기 전 보골류보보를 지나며 길 건너편에 있는 오래된 교회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다.

"아, 일요일이구나. 영업을 하는 식당이 있나?"

출발한지 50분쯤이 지나고 블라디미르의 초입에 들어선다.

초입의 갈림길에서 구도로를 타고 시내로 향한다.

블라디미르를 검색하면 구도로를 따라 구시가지와 관광지들이 몰려있다.

오래된 교회를 시작으로 공원과 함께 멋진 기념탑이 나오고.

네 방향을 향해 각기 다른 인물의 조각상이 놓여있는 기념탑.

성직자나 학자와 같은 인물도 보이고.

기사 복장의 인물도 보인다.

공원 앞에 앉아 카페를 검색하는 동안 한 남성이 다가와 담배를 달라고 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스스럼없이 담배를 달라고 한다.

담배값이 100루블 정도라 비싸지도 않은데, 담배 인심이 좋은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달라고 하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을 만나면 담배부터 건네주는 중국과는 또 다른 문화이다.

공원 뒤편에 있은 블라디미르 도미션 성당을 구경하고.

백색으로 우뚝 솟은 종탑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도로변의 양옆으로 붉은 벽돌의 건물이 서있고.

도로를 따라 구시가지가 이어진다.

붉은 벽돌 건물을 지나자 맥도날드가 보이고 바로 옆에 KFC가 있다.

"엊그제 맥도날드는 먹었으니 오늘은 할배네 치킨이다."

일요일이라 영업을 하는 카페도 찾기 힘들고, 우파나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구시가지를 보면 고급 레스토랑이 많고 수프 전문식당 같은 저렴한 카페는 찾기 힘들었다.

영어가 되는 직원이라 일사천리로 주문을 하고, 이틀 동안 간절히 찾았던 샤슬릭 대신 할배네 치킨으로 고기맛을 본다.

치킨은 한두 조각만 먹고 싸가려고 했는데 한 번 손이 간 치킨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아, 부족한데. 참자."

도로 한가운데 성문처럼 보이는 건물이 세워져 있고, 건물을 따라 회전 교차로가 이어진다.

골든 게이트(Zolotyye Vorota), 고대 건축물 중 남아있는 유일한 성문이라고 하는데 주변을 보니 언덕 같은 둔턱이 남아있다.

시내를 가로지르며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의 오래된 건물들이 인상적인 소도시다.

블라디미르 시내를 빠져나와 모스크바로 향하는 M7 메인도로를 찾아간다.

천천히 시내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무숲의 도로가 이어진다.

12시, 모스크바로 향하는 메인도로에 들어서고 언덕 아래로 직선으로 길게 뻗어있는 도로를 마주하니 약간의 흥분감이 느껴진다.

"170km, 모스크바로 가자."

평탄하게 이어지는 넓은 도로, 오늘은 100km 정도를 이동하고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내일 모스크바의 근교에서 야영을 하고, 모레 일찍 모스크바의 중심으로 들어가며 구경을 할 것이다.

마을과 마을이 이어지며 도로 주변의 환경은 많이 달라진다. 평탄했던 도로도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한 시간을 달리고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글과 함께 들렀던 도로변의 휴게소보다 뭔가 구색이 갖춰진 휴게소다.

카페와 슈퍼 그리고 간식거리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다. 슈퍼에 들러 우유 하나만을 사들고 출발을 한다.

휴게소에 있는 유료 화장실, 볼 때마다 신기하다. 땅덩어리가 작아서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시설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휴게소를 빠져나오자 흐리던 하늘에서 여지없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유 맛있어."

보바는 10월 7일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비행기표를 티켓팅했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중국의 친구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못하고, 몽골은 친구들은 2G 폰을 사용해서 연락을 하기가 힘든데, 보바는 인터넷 환경에도 능숙하고 영어가 되니 연락이 편하다.

"몽골의 오초르와 러시아의 안드레는 정말 난감해."

보바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안개비가 내리는 빗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오랜만에 라디오를 들으며 라이딩을 한다. 짧게 짧게 마을들이 이어지니 네트워크가 안정적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던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이 2시 대낮에 시작된다.

가끔씩 도로 확장 공사구간이 나타났지만 특별한 교통체증 없이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꽉 막혀있다.

천천히 갓길을 타고 정체된 차량들을 하나둘씩 지나친다.

길게 이어지는 차량 정체에 갓길을 타고 가는 얌체 운전자들이 나타나고, 심지어 나무숲의 흙길을 타고 가는 차량들까지 뒤섞인다.

"저건 몽골 스타일인데, 몇 분이나 빨리 간다고 그러니?"

특이한 것은 화물차들이 갓길 쪽으로 차를 붙이고 얌체 운전자들을 가로막으며 절대 비켜주질 않는다. 덕분에 나도 울퉁불퉁한 갓길로 밀려나야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

고작 자신의 2~30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2~30분씩을 빼앗는 사람들, 어딜 가나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다.

"똥이 마려워서 급한 것이면 인정!"

천천히 정체된 차량들을 유유히 지나치며 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다. 가끔씩 손을 흔드는 운전자나 꼬마들과 눈을 마주치며 손인사도 하고.

교통 정체로 속도가 늦어졌지만 이미 100km를 이동한 상태라 바쁠 것이 없다.

도로변에 카페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페로 들어간다.

"있다! 고기!!!"

두툼한 바베큐를 두 개를 포장하고, 갈증이 난 탓에 음료수를 한 모금에 마신 후, 빈 유리잔을 놓고 계산을 하려니 여직원이 싱긋 웃는다.

"쏘리."

음료수 잔을 요리조리 살피더니 한 번 더 싱긋 웃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고기를 담을 봉투가 필요하냐며 묻는다.

"역시, 웃는 사람들은 다 이뻐."

마을을 빠져나와 바로 도로변 나무숲으로 들어간다.

네트워크도 약하게 유지되고 좋다.

나무 아래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나무 이름이 뭐지?"

우파에서 보았던 나무, 땅까지 늘어진 가지 사이로 벤치를 놓아두었던 침엽수과의 나무다.

우파의 나무처럼 가지가 무성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아늑하고 괜찮다.

텐트를 치고, 맥주와 함께 바베큐로 저녁을 먹는다.

일요일 저녁에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이사벨이 메시지를 보낸다.

"이사벨, 한국에는 왜 가고 싶은 거야?"

"I think it’s beautiful there also this is a new country for me. And I like the appearance of Koreans and their style."

"응. 이사벨은 예뻐서 한국에 가면 인기가 좋을 거야. 한국어는 생각보다 쉬우니까 천천히 공부해 봐. 힘내!"

이사벨이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거나 직업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꿈들을 키워가기를 바란다.

"나는 세계를 여행하고, 이사벨은 한국을 공부하고, 우리 6년 후에 한국에서 만나자."

"I hope too."

"좋은 꿈, 잘 자!"

자료를 정리하다 보바에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얼마나 머무를 것인지를 물어본다.

"11월 말까지 있을 거야."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지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보바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모스크바를 지나면 최대한 빠르게 러시아를 벗어나 비자 기간을 하루라도 아껴야겠다.

모스크바가 100km 남짓 남았다. 내일이면 베이징, 울란바토르, 아스타나에 이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여행의 결정은 순간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코 충동적이지 않았으며, 결정은 무료할 만큼 심심했다.

아주 오랜 기간 마음의 병처럼 내 안을 어지럽히던 바람, 오히려 왜 이렇게까지 늦어버린 것인지 놀라웠다.

많은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수없이 묻는다.

"당신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여행을 한다. 단지 그뿐이다."

모스크바에서 독한 보드카 한 잔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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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2일 / 맑음
고로호베츠-보골류보보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긴 여정, 오늘도 모스크바를 향해서 간다.


이동거리
126Km
누적거리
16,168Km
이동시간
6시간 38분
누적시간
1,167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로호베
 
바즈니키
 
보골류보
 
 
3,186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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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내려앉은 아침, 세상이 하얗다.

텐트가 마르는 동안 아침으로 라면과 오트밀을 준비한다.

"블라디미르까지 140km, 거리가 애매하네."

10시, 텐트를 정리하고 출발한다.

오르막으로 시작되는 라이딩, 고로호베츠를 지나며 평탄했던 도로는 다시 고개와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 계속된다.

투두둑,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나며 느낌이 이상하다. 자전거를 세우고 이상한 곳이 있나 자전거를 살펴보니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이질 않는다.

"뭐지? 뭘 밟은 건가?"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핸드폰백이 허전하다.

"에쉬, 핸드폰."

5미터 정도를 뒤돌아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든다.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깨어진 핸드폰 액정, 다행히 카메라 부분은 이상이 없다.

"이제서야 여행자의 핸드폰답네."

15km를 달리고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일다의 아들이 선물한 과자를 뜯었는데 묘한 소시지 맛이 난다.

우유와 함께 아무런 생각 없이 먹으니 그런대로 독특한 맛이다.

"근육도 풀리고 안장통도 사라졌는데, 오늘은 좀 달려 볼까."

자작나무 숲이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간다.

"모스크바, 300km."

언더바를 잡고 질주하며 오랜만에 라이딩을 즐긴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려,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를 삭제한다.

출출함이 느껴져 도로변 카페로 들어간다.

언제나 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이 이제는 귀엽게 보이지만, 무표정한 그들과 첫 대면은 여전히 어색하다.

"손님에게 웃어도 바보라고 생각 안 해요. 밝게 웃어주면 서로 기분이 좋잖아요."

글자로 된 메뉴판을 보며 난감한 제스처를 해도 전혀 반응이 없는 직원을 보며 그냥 다른 가게로 갈까 생각하다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한다.

"라그만?"

무표정하게 라그만은 없다는 제스처를 한다.

"수프, 숲, 수프?"

수프를 여러 차례 발음하자 여러 가지 수프를 설명하는 직원에게 첫 번째 수프를 달라고 주문하고.

"플롭, 쁠롭?"

이번에도 플롭이 없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메뉴판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설명한다. 느낌상 플롭은 없지만 비슷한 메뉴를 추천하는 모양이다.

"그래, 그걸로 줘."

메인메뉴의 주문이 끝나자 모든 러시아 식당이 그렇듯 빵과 차를 먹을 것인지 묻는다.

"빵 두 개, 커피!"

수프와 함께 처음 보는 고기덮밥이 나온다. 약간 밋밋한 것이 고추장을 넣고 비비면 맛있을 것 같다.

"고기면 됐지 뭐."

1시 반, 블라디미르까지 90km가 남았다. 해가 짧아졌지만 블라디미르까지 도착하기에 충분한 시간, 블라디미르 시내까지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밥도 먹었고, 달려 볼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페달링에 속도가 붙는다. 한 시간을 달려 25km를 줄이고, 쉼 없이 한 시간을 더 이어가려고 생각하던 중 여행용 오토바이 한 대가 갓길에 정차를 한다.

한참 페달링에 속도가 붙고 라이딩의 즐거움에 빠져있던 터라 그냥 손인사만 하고 지나치려 생각했지만, 바이커가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인사를 한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오토바이를 확인하니 한국의 번호판이 달려있다.

"경북 포항? 한국 여행자?"

여행 중 처음 만나는 한국 여행자의 모습에 순간 말문이 막힌다. 마치 한국말을 잊어버린 사람 같다.

"반가워요."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원희, 오래된 바이크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있는 남자다. 서로의 명함을 주고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낡은 오토바이, 찌그러진 자전거,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난들 무엇이 어떻겠는가. 떠날 수 있고, 떠나왔으며, 여행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갈 수 있으면 그만이지.

쌀쌀한 도로변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괜찮은 친구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여행을 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부럽다.

30분 남짓 대화를 하고, 한국에서 소주 한 잔 나눌 날을 기약하며 그와 헤어진다.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화창한 햇살이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회색빛 양탄자 같던 구름이 사라진다.

4시 반, 블라디미르와 모스크바로 가는 길의 분기점, 길은 다시 블라디미르에서 만나게 된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조금 조용한 길로 가 볼까?"

이미 105km 정도를 달려왔고, 블라디미르까지는 35km 정도만이 남았다. 시내까지 들어갈 생각이 아니기에 20km 정도 이동한 후 야영을 할 생각이다.

차량 통행이 좀 더 적은 구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도로의 폭이 좁아졌지만 새로 공사가 된 도로의 갓길은 달리기에 충분하다.

작은 숲속을 달리는 것처럼 붉게 물들어가며 도로를 감싸고 있는 나무숲 길이 좋다.

"카페나 슈퍼가 안 보이네."

5시 반, 20km 정도를 달리고 저녁거리를 찾기 위해 도로변 마을로 들어간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슈퍼에 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사느라 슈퍼를 다섯 바퀴쯤 돌며,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마을을 빠져나오고 마을 초입에 있는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숯불이 피워진 화로를 보고 샤슬릭을 외치며 카페로 들어갔지만 문이 잠겨있다.

불이 켜진 창문으로 사람의 움직임이 보이고, 주방에서 꼬치창에 고기 조각을 꽂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창문을 두드리자 여자가 다가와 창문을 열고, 간절한 목소리로 샤슬릭을 외쳤지만 여자는 없다는 제스처를 하고 바로 뒤돌아 가버린다.

내 발음이 이상한 것인지, 샤슬릭이 모두 떨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샤슬릭.."

오늘도 고기를 먹을 팔자가 아닌가 보다.

해가 떨어진 도로를 조금 달리고, 도로변 숲으로 들어가 텐트를 친다.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 숲으로 들어오면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침낭 속에 파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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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1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고로호베츠
복잡한 마음들을 추스린 니즈니 노브고로드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한다. "가자, 모스크바로!"


이동거리
95Km
누적거리
16,042Km
이동시간
6시간 03분
누적시간
1,160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피라
 
고로
 
 
3,06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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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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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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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샤워를 한 후 겨울옷과 장비들을 꺼내고, 패니어의 짐들을 재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단 비상식을 사고, 아침을 먹어야겠다."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려다, 대형 슈퍼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아 생수만을 사 든다.

볼가강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비상금을 찾고.

볼가강변을 따라 이동하던 중 맥도날드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간단하게 버거 하나?"

햄버거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시원한 콜라맛이 좋다.

볼가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으로 간다.

노란 석조건물 앞에 커라란 종이 놓여있다. 예배가 시작되었는지 중저음의 낮은 기도문이 울려 퍼지고 있다.

"우체국이 어디에 있지?"

모스크바로 향하는 메인도로를 찾고, 우체국의 위치를 확인한다.

지도를 여러 번 확인하며 우체국을 찾는다.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데 러시아 안내문이라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작고 한가한 우체국은 우편 업무를 하는 작은 창구와 은행 업무를 하는 창구 등이 함께 있다.

두 명의 여직원이 앉아있는 창구로 다가가 엽서를 보여주며 한국과 중국으로 엽서를 보내고 싶다고 말하니 여직원이 수줍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주는 여직원에게 한국인이라 말하니 두 명의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한다.

여직원은 메모지에 150을 적어주고.

각각의 엽서에 두 장씩의 우표를 붙인다.

"우편 봉투 하나 주세요."

우편 봉투를 찾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직원은 엽서는 봉투가 필요 없다며 번역기를 보여준다.

여러 장의 엽서를 보여주며 봉투에 담는 제스처를 하자 이해를 했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짓는다.

창가에 앉아 봉투에 주소를 적고 있으니 엽서나 편지를 적어 보내던 예전 사람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싶다.

엽서를 보내고 메인도로를 찾아 이동한다. 도로의 경계석에 페인트칠을 하던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더니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M7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르고.

"오, 고무장갑!"

매일 비가 내렸던 중국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내피가 있는 고무장갑은 아니지만 장갑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12시, 빵과 우유 등을 사고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한다.

길게 이어지는 노브고로드의 외곽을 빠져나간다.

40분을 달려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모스크바, 420km가 남았다.

삐걱거리던 체인에 오랜만에 오일도 바르고.

"출발!"

이틀의 휴식으로 뭉쳐있던 근육도 풀리고,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고, 평탄한 도로가 이어져 편안한 라이딩이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러 점심을 해결한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갓길도 넓어지고, 도로변의 카페도 일정하게 들어서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텔과 카페, 플롭과 닭고기 같은 메뉴를 선택하고.

닭고기로 생각했던 메뉴는 무엇인지 모르겠고, 밥과 음식에서 약간의 잡내가 난다. 러시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나쁜 맛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설마, 오늘은 내리지 않겠지?"

서둘러 비구름을 벗어나고.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을 달려간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이동이다.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우유를 먹지 않는데 러시아의 우유는 정말 맛이 좋다.

오랜만에 길게 뻗은 도로변으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5시가 넘어가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하늘, 오늘의 목적지였던 고로호베츠를 지난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고로호베츠는 메인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기가 귀찮다.

도로변에 다른 카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간다.

한참을 달려도 카페는 나오질 않고, 6시가 넘으며 해는 완전히 떨어진다.

구글맵에 검색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샤슬릭, 샤슬릭?"

발음이 안 되는 샤슬릭을 여러 차례 외치니 카페의 손님이 여직원에게 샤슬릭을 찾는다며 알려준다.

샤슬릭이 없다며 카페의 직원은 수프를 추천한다.

"오늘은 수프 느낌이 아니야, 샤슬릭이 필요해."

카페를 나와 추수가 끝난 밀밭에 야영을 한다.

분리되었던 텐트를 다시 조립하고, 빵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땅콩잼도 다 떨어졌네."

네트워크도 끊겼고, 모든 것이 귀찮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내 잠이 든다.

"샤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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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0일 / 흐림・ 0도
니즈니 노브고로드
흐린 날씨, 조용한 호스텔과 더 조용한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하루를 더 쉬어 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54시간

 
산책
 
맥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니즈니
 
니즈니
 
 
2,96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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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유튜브를 보다 마이클 잭슨의 영상에 사로잡혀 아침이 다 되어 잠이 든다.

9시가 되어 잠에서 깨고 샤워로 피곤함을 씻어내고,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남는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하루를 더 연장한다.

자료를 정리하며 휴식을 취하고, 잠시 보바, 이글과 통화를 한다.

오후에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볼가강변을 따라 걷고.

크렘린으로 올라간다.

"저쪽에는 뭐가 있지?"

크렘린의 외곽으로 높은 언덕 아래로 볼가강의 전경이 펼쳐진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떻게 매일처럼 비가 내리냐."

동상 주변에 신혼부부와 친구들이 요란스러운 축하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춤을 추며 결혼식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대의 차량이 줄지어 가며 폭죽을 터트리는 중국, 여러 대의 차량이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고 경적을 울리거나 춤을 추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다.

"러시아에서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면 행운이 생긴다며 안드레는 말했는데, 러시아에서 결혼을 한 신부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본다.

강변의 언덕길을 따라 걷다 백색의 오래된 건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니즈니 노브고로드 주립 역사 박물관?"

건물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이 예술 그 자체다.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문이 닫혀있다.

"휴관일은 아닌데."

거리를 걷다 보니 출출함이 밀려온다.

거리를 돌아 리스푸드로 이동한다.

비빔밥을 주문하고.

고추장을 듬뿍 넣고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운다.

첫날 지나쳤던 구시가지로 걸어가.

거리의 건물들을 구경하고.

크렘린으로 걸어간다.

크렘린 안에 있는 교회는 정말 작은 내부 구조이다.

숙소로 돌아온다.

작은 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다.


"이제 모스크바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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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9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
몸과 마음이 무거운 날들은 계속된다. "그냥 쉬자."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54시간

 
휴식
 
산책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니즈니
 
니즈니
 
 
2,96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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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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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되면 잠에서 깬다. 허벅지의 근육은 풀리지 않고 여전히 묵직하다.

마른 텐트를 정리하고, 오늘의 일정을 세우려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푹 쉬기로 한다.

"휴식만큼 좋은 것도 없겠지."

오늘도 춥고 흐린 날씨다.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해결한다.

이틀 전에 산 치킨을 잘라 전자렌즈에 돌리고.

빵과 함께, 조식으로 먹는 빵에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오후까지 자료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쓰고.

저녁이 가까워져 볼가강변의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간다.

20여 분쯤 거리를 걷자 화려한 첨탑의 교회가 나온다.

붉은 벽돌의 석조 건물, 기둥과 외벽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들이 경이롭다.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다."

건물을 돌아 작은 언덕을 오르자 종탑의 건물이 나온다.

교회로 들어가 50루블로 두 개의 양초를 사 들고, 예배당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금빛의 화려한 벽면과 샹들리에, 실내등이 꺼지고 청아한 찬송가 소리와 기도문을 읽는 소리가 이어진다.

작은 촛불을 들고, 수기로 쓰여진 작은 책을 넘기며 기도문을 읽는 여자, 그리고 예배당 안쪽에서 굵은 저음의 남자의 기도문이 이어진다.

짧은 기도문과 청아한 찬송가가 대화를 주고받듯이 이어진다.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20분, 30분, 40분.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있다면 무엇을 소원할 것인가.

촛불 하나를 켠다.

"그녀의 삶에 있어 나의 존재가 잠시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촛불 하나를 켠다.

"나의 삶에 있어 그녀의 존재는 언제나 큰 위안이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거리를 걷는다.

"도시가 예뻐도 문제네."

"독한 술에 취하고 싶은 날이다."

아침과 다르지 않는 저녁으로 식사를 하고.

"떠날까? 머무를까?"

"그냥 쉬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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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8일 / 흐림・ 1도
라봇키-니즈니노브고로드
계속되는 비와 쌀쌀한 날씨에 모든 것이 젖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쉬고 싶다."


이동거리
63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7시간 06분
누적시간
1,154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라봇키
 
크스토보
 
니즈니
 
 
2,965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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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비로 인해 모든 것이 축축하다. 일찍 잠든 탓에 5시가 되어 잠이 깨고, 침낭을 끌어당기며 여분의 졸음을 떨쳐내려 노력한다.

아침 기온 1도, 침낭 밖을 벗어나면 금세 냉기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따듯한 커피가 먹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으름, 버너를 켜는 것조차 귀찮아 커피도, 아침도 건너뛴다.

이틀 연속으로 라이딩을 일찍 끝낸 탓에 니즈니 노보고로드까지 60km의 거리가 남았다.

"일찍 도착해서 쉬고 싶다. 따듯한 샤워와 휴식이 필요해."

7시 반, 비에 젖은 텐트를 분리하고 짐들을 챙겨 출발을 서두른다.

고개를 넘는 업힐로 시작되는 라이딩, 오늘의 날씨도 회색빛 짙은 구름이다.

젖은 신발과 마르지 않은 양말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고개를 넘는 동안 보바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첼니에는 밤사이 눈이 내린 모양이다.

"완전한 겨울의 시작이구나."

고개의 정상으로 회색빛 하늘의 구름이 완전히 내려앉고, 다시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한기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부킹닷컴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바로 출발한다.

편하게 쉬면서 여행 자료를 정리하고 싶은데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호텔비는 끔찍하게 비싸다.

긴 고갯길은 계속 이어진다. 페달링이 무겁다.

"배고프다."

두 시간을 넘게 달리고, 긴 언덕의 오르막을 억지스레 오른 후 거친 심호흡을 달래본다.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나타나고,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카페로 들어선다.

입구에 묘한 자판기가 놓여있다. 핸드폰을 충전하는 용도는 아닌 것 같고, 게임 같은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자판기다.

메밀밥과 수프 그리고 오랜만에 계란 후라이를 주문해 아침을 한다.

따듯한 카페에 계속 머물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가도 가도 30km는 줄지가 않니?"

며칠째 계속되는 비구름인지 모르겠다. 힘든 라이딩의 연속, 매일처럼 한 달 동안 비가 내렸던 중국의 여행보다는 괜찮은 편이지만 겨울철의 비 내리는 날씨는 정말 힘들다.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위성 도시로 생각되는 크스토보를 지나친다.

작은 소도시지만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인다.

메인도로 M7과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들어가는 갈림길, 볼가강변을 따라 돌아가는 도로보다 메인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차량의 소통이 조금 더 많겠지만 갓길이 확보되어 있는 메인 도로가 더 안전할 것 같다.

우파처럼 시내를 15km 정도 남기고 이케아 같은 유통 회사들의 거대한 창고형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언덕과 빗줄기,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모습이 나타날 것 같은데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시 외곽의 많은 자동차 대리점과 정비소 등을 지나치고서야 시내로 진입하는 교차로를 지난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오래된 트램의 철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트램과 전기버스 그리고 좁은 도로는 정신이 없다.

크렘린이 위치한 강변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아, 이 도시의 지형은 대체 어떻게 생긴 거야?"

작고 오래된 건물들과 비좁은 도로에서 차량들과 뒤섞이며 길을 따라가던 끝에 작은 공원이 나온다.

공원의 입구에서 잠시 쉬고, 숙소와 크렘린의 위치를 확인한다.

공원을 지나면 차량의 통행이 없는 구시가지의 거리가 이어지는 것 같다.

첼랴빈스크의 오래된 거리처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이어지는 거리다.

예쁜 카페와 상점들,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고, 거리 곳곳에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파스텔톤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볼가강변의 크렘린을 향해서 이동한다.

거리의 끝에 크렘린의 붉은 성문이 보인다.

흰색의 카잔 크렘린과는 또 다른 느낌의 고성이다.

자전거를 끌고 성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도 괜찮은가?"

아무런 제재도, 유료입장의 티켓 판매소도 없어 안쪽으로 들어가 성 내부의 지도를 확인한다.

카잔의 크렘린에 비해 별다른 건물은 없어 보이지만 넓은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일 것 같다.

성벽 안쪽으로 탱크와 같은 재래식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관광객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춥다. 일단 숙소로 가자."

크렘린의 주변, 볼가강변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성벽을 따라간다.

성벽을 돌며 볼가강의 전경이 펼쳐지고, 강변 쪽의 성벽은 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오, 이런 지형이었어?"

꽤 높은 언덕 위에 쌓아올린 붉은 벽돌의 고성 니즈니 노브고로드 크렘린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진다.

"카잔 크렘린과 느낌이 다르다."

길을 되돌아가 성벽 밑으로 내려가는 도로를 따라 볼가강변으로 내려간다.

지나왔던 구시가지와 다른 구시가지가 강변을 따라 들어서 있다.

교회들이 들어서 있고, 강변을 따라 많은 레스토랑들이 연이어진다.

"구경은 나중에."

예약해 두었던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고 바로 체크인을 한다. 다행히 깨끗하고 넓은 게스트 하우스다.

"여권을 주세요."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여권을 주자 비자를 보여 달라고 하더니 여권 첫 장의 몽골 비자를 보더니 무언가를 계속 말한다.

"나 한국 사람이야. 몽골인 아니야."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미안하다며 체크인이 끝났다.

자전거는 건물 입구 안쪽에 묶어두고.

깨끗한 객실에 짐을 풀고.

젖은 텐트를 옷걸이에 걸어 말린다. 비릿한 물냄새와 흙냄새가 느껴진다.

"괜히 미안하네."

게스트 하우스의 실내가 넓어서 다행이다.

샤워를 하고 잠시 침대에 누으니 며칠 동안 비를 맞으며 달려온 몸에서 노곤함이 빠져나오는 것 같다.

"배고프네. 한식 레스토랑이 없나?"

몸이 힘들고, 허기가 심할수록 한식이 먹고 싶어진다. 구글맵으로 검색을 하니 크렘린 주변에 한식 레스토랑이 한 군데 검색된다.

"버스를 타고 갈까."

프런트의 직원에게 버스 요금을 물으니 종이에 30루블을 적어 보이며 싱긋 웃는다.

볼가강변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며 강변의 모습을 구경한다.

화려했던 카잔의 리카 카잔카의 모습과 달리 유람선 선착장을 제외하고 특별한 것이 없다.

"꽤 넓은 강이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두 정거장 거리의 한식 레스토랑 리스푸드를 찾아간다.

버스표를 왜 주는지 모르겠지만 버스비를 버스 안내원이 수동으로 받다 보니, 혹시나 착오가 있었을 때 확인을 하기 위해 버스표를 주는 것 같다.

도로변의 리스푸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카운터에서 비빔밥과 국수를 주문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식당에는 서너 테이블에 러시아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이효리나 비의 오래된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닭고기를 넣은 국수가 나오고, 내 입맛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러시아인이 즐기기에 괜찮을 것 같다.

순식간에 국수를 먹어치우고.

"오, 비빔밥 색깔 좋네."

초고추장을 듬뿍 넣고 쓱싹쓱싹 비벼 먹는다.

"역시 비빔밥은 고추장 맛이야."

밥을 먹는 동안 내 테이블 앞에서 어린 여자들이 화보 촬영을 하는지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뭔가 민망하지만 너의 예쁜 미모도 나의 식욕을 방해하지는 못해."

테이블의 앞과 옆을 오가며 한국어의 레온 사인을 배경으로 모델 포즈의 사진을 찍는 동안 비빔밥의 맛에 빠져든다.

"첼니의 친구들에게 맛 보여주고 싶네. 아쉽다."

고추장을 듬뿍 넣어 이글에게 먹이면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해진다.

국수는 모르겠지만 비빔밥은 제법 괜찮은 식당이다. 물론 비빔밥이라는 것이 야채와 김치만 넣고 비벼도 맛이 나는 음식이긴 하지만, 일단은 러시아의 쌀밥처럼 볶지 않은 밥이라 오랜만에 잘 먹었다.

"내일 한 번 더 먹을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크렘린을 둘러보며 걸어갈 생각이다. 여행 중 이색적인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지금의 시간이 꿈인가 싶기도 하다.

여행을 결심하기 전까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다른 나라의 도시를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둘이면 좋을 텐데. 좋았을 텐데."

잠시 맑아진 하늘, 크렘린으로 걸어간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성문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을 하나 산다.

여행 중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나라마다 하나씩 구매를 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여러 공화국들의 특색이 달라서 자꾸 욕심이 난다.

"이러다 패니어에 온통 냉장고 자석뿐이겠어."

카잔의 크렘린은 화려한 정교회와 모스크가 들어서 있어 카잔이라는 도시의 생활 중심지처럼 편안함이 느껴진다면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크렘린은 적막한 요새처럼 느껴진다.

"단지 흰색과 붉은색의 무게감 때문인가?"

작고 아담한 교회의 모습이 예쁘다.

높은 언덕 위의 더 높은 성곽에서 바라보는 볼가강의 풍경은 시원하다. 넓게 내려다보이는 볼가강의 자연스러운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노을이 져가는 밝은 하늘의 풍경과 검은 비를 흩날리며 빠르게 흘러가는 회색빛의 구름들의 풍경이 뒤섞이며 황홀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높은 언덕을 내려와 숙소로 향한다.

숙소 편의 성곽 입구에는 멋진 조각석이 놓여있다. 성을 지키던 기사들의 모습을 조각한 것인지 비장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성문을 나와 볼가강변의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오래된 트램의 철로가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오랜만에 먹은 비빔밥으로 식욕이 폭발했는지 자꾸 입이 심심하다.

작은 슈퍼에 들러.

저녁 간식으로 먹을 닭날개와 튀긴 김밥처럼 생긴 롤 두 개를 포장한다.

크렘린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사이.

검은 구름은 촉수와 같은 비를 흩날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숙소로 돌아와 그동안 뒤섞여버린 짐들을 정리한다.

"어라, 10루블은 철로 만드는 것인가?"

냉장고 자석에 달라붙은 10루블 동전, 자석에 붙는 동전은 처음 본다.

"동전 지갑에 자석을 넣어 놓으면 편하겠는데."

첼니에서 휴식을 보내고 자전거를 다시 타다 보니 허벅지가 묵직하게 뭉쳐있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뻐근하게 느껴진다.

"하루에 풀어지려나. 하루를 더 쉬어야 하나."

몽골 여행 중인 파박님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즐거운 수다처럼 오랜 통화를 하고.

11시, 컴퓨터 자료를 정리하는 중 옆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이 들어오고, 누군가 나를 향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한다.

이어폰을 빼고 커튼을 열어보니 젊은 여자가 러시아어로 나에게 아주 긴 문장의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나 러시아말 못 해."

여자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빙긋 웃으며 말을 하자 당황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Open the window?"

조금 더운 방 안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겠다고 한다.

"창문을 열겠다는 러시아말은 이렇게 긴 문장이 필요한 것인가?"

여자는 창문을 열고 옆 침대로 들어간다.

"어라, 직원이 아니야?"

게스트 하우스는 남녀가 함께 쓰는 시스템인가 보다.

"어허, 이러면 신경 쓰이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시끄럽고, 냄새도 나고, 칙칙한 분위기지만 남자들이 쓰는 방이 훨씬 편하고 좋다.

"자자."

2시가 넘어 기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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