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8일 / 맑음 ・ 24도
정저우시-신샹현
황하강을 넘어 베이징를 향해 출발한다. 750km의 거리, 라이딩과 관광을 조율하며 천천히 달려보자.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6,389Km
이동시간
5시간 25분
누적시간
447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정저우시
 
황하강
 
신샹시
 
 
3,6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주숙등록을 하지 않은 숙소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온다.

오토바이에 둘러싸인 자전거는 먹다 남은 짝퉁 콜라까지 그대로 놓여있다.

황하를 넘어 75km 거리에 있는 신샹현까지 갈 생각이다.

"일찍 쉬면서 밀린 자료를 정리하고 빨래를 해야지."

언제나 중국의 도심 가로수는 너무나 마음에 들고, 엄청나게 몰려다니는 오토바이는 징그럽다.

정저우시부터 도심의 건널목에 오토바이 교통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신호등마다 배치되어 있다.

정저우 이칠광장 기념관(二七广场-郑州二七纪念馆)에서 9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이칠광장을 지나 시내를 벗어나기 위해 길을 이어간다. 큰 플라타너스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길을 메뚜기떼 같은 오토바이들과 신경전을 하며 뒤통수만 쳐다보고 가야 하다니."

허난성의 중심지답게 정저우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1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인도와 주차장에 늘어서 있는 오토바이를 보면 징그럽다 싶으면서도 만약 중국의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끔찍하다.

"그래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은 바보스럽고 웃기다. 그리고 양보들 좀 해!"

한적해진 국도를 달리다 배가 출출해질 즘 황하강을 넘는 징저우황하공로대교(郑州黄河公路大桥)에 도착한다.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세워진 대교탑을 보며 황하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두근거린다.

강을 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높은 경계턱 위로 자전거를 올려 인도를 따라갈 준비를 하고.

"자, 보여줘! 마음의 준비가 됐어."

턱이 높은 좁은 인도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는데 황하 강변 모습이 황량하다.

"뭐, 이런 모습이야?"

사기당한 기분으로 도로로 다시 내려와 강물이 흐르는 곳까지 이동한다.

넓고 두꺼운 황토 퇴적층을 뚫고 천천히 흘러가는 누런 흙탕물의 황하.

"넓기는 한데, 가뭄인가? 유수량이 웅장하지가 않네."

잠시 서서 황하를 바라본다.

"근데, 이거 황사야? 미세먼지야?"

황하의 풍경보다 지독하게 희뿌연 하늘이 더 놀랍다.

무려 5.5km에 이르는 황하대교를 넘는 동안 황하의 강줄기는 1/5도 되지 않고, 마른 흙바닥만을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강물이 모두 차면 어마어마하겠다."

깊은 계곡의 상류나 넓은 하류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주 싱겁고 싱겁게 황하를 넘어선다.

황하대교를 넘어 길 건너로 보이는 노점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들어간다. 중국은 도시의 초입에 언제나 노점 시장이 열려있다.

"딱 10분만 구경하고 가자, 길거리 식당이 있으면 좋은데."

시장의 끝까지 들어갔지만 특별한 볼거리는 없고, 조금 낡고 오래된 느낌의 분위기다.

우선 밀빵을 2위안 두 개 사고.

"오, 저번 것보다 두툼한데."

빵을 사고 있는데 뒤에서 중학생 또래의 남자애가 머리가 산발이 된 채 태극기를 만지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다.

호기심 가득한 웃는 얼굴을 난 너무 좋아한다.

"어디 출신이냐?"

한국인이라 말하니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 환한 미소를 보인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녀석에게 시크하게 안녕의 인사를 하고 떠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해!"

오는 길에 봐둔 튀김집으로 가서 손바닥만 한 만두를 두 개 산다.

밀빵과 만두, 4위안의 점심 쇼핑을 마치고 비닐봉지 두 개를 핸들바에 매달고 시장의 초입으로 되돌아 나온다.

"디져트?"

망고와 수박, 오렌지 등을 파는 과일 가게에서 잠시 망설이다 포기한다.

흙먼지가 흩날리는 도로변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고, 조금 이동하여 주유소에 적당한 자리를 잡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국은 흔하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아침, 저녁으로 가게 앞이나 공터에 모여 구호 같은 것을 외치기도 하고, 광고물을 들고 거리를 단체로 걷기도 한다.

"구호만 외치지 말고, 환하게 웃어봐!"

손바닥만 한 만두를 크게 한 입, 바삭하게 구워지지 않았지만 제법 먹을만하다. 두 개를 먹고 나니 밀빵에 대한 식욕이 사라진다.

"170원 이라.."

베이징을 안내하는 이정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멋진 도로를 달린다.

조금씩 신샹현의 모습이 나타나고.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하나, 둘 늘어나는 오토바이 부대들.

2시가 되기 전에 신샹시에 도착한다. 어제 150km 가까이 달리다 보니 75km는 그냥 휙 지나온 느낌이다.

신샹시 공원에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오늘은 편하게 가자. 3성급!"

조식을 제공하는 숙소를 선택하고 예약은 하지 않고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 근처에서 조그마한 전기차를 주차하느라 길을 막고 요리조리 애만 쓰는 차량을 한참 서서 기다리고.

"가로로 넣어도 되겠는데."

첫 번째 도착한 3성급 주점은 방이 없다고 한다.

"중국은 건물은 엄청 큰데, 왜 방 한 칸이 없는 거야?"

두 번째 숙소를 검색하고 이번에는 예약 결제를 마친 후 숙소로 찾아간다. 오늘도 느낌이 이상한 날이다.

바깥쪽의 오토바이를 한 번쯤 건드려 넘어뜨리면 재미있을 것 같은 오토바이 주차장을 지나.

멋들어진 신들의 석상이 세워진 광장을 지난다.

"정말 석상 하나는 예술로 만든다!"

두 번째로 도착한 숙소의 앞이 도로 공사 중이고 계단이 무려 다섯 개나 된다.

계단 앞에서 잠시 한숨을 쉬고 있으니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무언가 자꾸 말을 한다.

"틴부동, 한궈렌. 부훠이쑤어 중웬."

아무리 말해도 계속 참견이다.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줘도 발음이 안 좋아 오번역만 계속된다.

무시하고 건물로 들어가니 숙소가 2층에 있다.

"젠장, 오늘도 만만치 않겠다."

그럴싸한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밖에 두었던 자전거를 끌고 들어와 복잡하게 구성된 내부 계단들을 어렵게 오르내리고 방 안에 자전거를 넣어둔다.

"내일 아침에 나갈 때는 또 어떻게 하나. 일단 씻자. 쫓겨날지도 모르니."

일단 샤워만을 하고 간단히 밥을 먹으러 나가며 프런트에 와이파이 사용법을 문의하기 위해 들린다.

가끔씩 중국 숙소의 와이파이는 핸드폰 번호를 요구하고 인증을 받은 후 사용하는 것들이 있다.

"혹시, 온라인 업체에서 전화가 왔나요?"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커이 수이지아오?"

오늘도 여지없이 험난한 숙소 찾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트립닷컴의 채팅상담으로 문제를 알린 후 다음으로 예약할 숙소를 알려주고 숙박이 되는지 먼저 확인한다.

일찍 도착하여 시간이 여유롭고, 며칠째 반복되는 일이라 짜증을 내는 것조차 아깝다.

"여긴 취소됐다."

숙박 취소를 확인하고 세 번째 숙소를 예약하고 있으니 지금껏 친절했던 여직원이 무전기 연락을 받은 후 보증금에서 청소비를 청구하겠다고 한다..

"샤워로 수건을 사용했고 방이 더러워졌다. 30위안의 청소비를 내야 한다."

"노!"

단호하게 여직원에게 말했더니 불만스러운 얼굴로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트립닷컴에 총소비용의 요구를 알려주니 프런트의 여직원과 전화 통화를 한다.

"따로 샤워 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답변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여행할 때도 가능하면 최대한 깨끗하게 숙소를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불결한 느낌으로 사용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이다.

중국의 형편없는 숙소를 다니면서도 한국 사람이나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웬만한 것에 대해서는 웃고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중국을 여행하며 자전거를 씻어낸 흙들로 샤워실이 더럽혀지면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가며 다녔기에 80~150위안 숙소들의 청소 상태까지 낱낱이 잘 알고 있는 터이다.

짐도 풀지 않고 낡은 샤워타월 한 장과 허접한 칫솔세트를 사용한 것이 전부인데 방을 더럽혔다는 안내에 열이 살짝 올라온다.

"똥도 안 싸고 침대에 엉덩이도 못 붙였다."

자전거와 짐들을 챙겨 낑낑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보증금을 되돌려 받으려고 하니 고객센터와 통화를 했는지 다시 내게 묻는다.

"노!"

"방이 더러워져서 청소 언니가 10위안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10위안을 달라고 하지 그랬어. 노!"

무난하게 숙박은 못하게 됐지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나려던 마음마저 한순간 사라져 버리고 평상시의 화난 표정으로 변해버린다.

프런트의 여직원은 무전을 한 번 더 하더니 재차 10위안을 요구한다.

"욕하기 전에 그만해라. 노!"

트립닷컴에 다시 연락을 취하고 나지막하게 짧은 대답은 하니 여직원은 청소 비용을 포기하고 여권과 100위안 보증금을 돌려준다.

찬바람을 일으키며 숙소를 나와 숙소의 입구 계단에 서서 잠시 화를 다스리고 있으니 조금 전의 할아버지가 다시 참견을 한다.

"쫌, 그만해!"

약간 소리를 높여 말했더니 함께 있던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말하고 노부부는 아무런 말 없이 뒤돌아간다.

'한궈렌, 틴부동' 같은 말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못 알아들으니 그만하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엿 같은 기분으로 4km나 떨어진 세 번째 숙소로 이동하는데 트립닷컴에서 연락이 온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텔에 연락하여 확인하니 샤워비용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님께서 방금 호텔방을 지저분하게 만들어서 청소비용을 요청하는 겁니다. 지금 고객님께 아무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고객님께서 가셨다고 합니다."

"숙소도 근본이 없지만, 트립닷컴 너도 틀렸어!"

결제가 이루어지고 체크인이 된 상태에서 숙소의 업무 착오로 발생된 사항이라면 먼저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 양해의 안내가 먼저이고, 설령 형편없는 중국의 시스템은 이해하며 넘어간다 하더라도 한국의 트립닷컴은 주숙등록 불가에 의한 투숙거부의 클레임에 대해 안내를 하고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설령 방이 더럽혀졌다 하더라도 트립닷컴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사용자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외국인 숙박에 한해 주숙등록이라는 불편함을 갖은 중국의 숙박업체와 그런 중국의 숙박업체들과 제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립닷컴의 불완전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소비자가 한국인이고 서비스 제공지가 중국이라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하자. 트립닷컴에 취직할 것도 아니고."

아무리 가난한 여행자이고 긴 여정이 남아있지만 중국의 남은 일정 동안 이런 것을 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숙소를 찾는 시간이 아깝고 형편없는 중국의 서비스 마인드를 더는 대면하고 싶지가 않다.

"시간과 마음이 돈보다 더 중요해. 그것이 가치야!"

살랑이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기분을 식히며 세 번째 숙소에 도착한다.

30,000원 숙박료의 주점, 친절하게 미소로 시작되는 응대와 안내 그리고 파트별 분장된 업무들이 진행된다.

조식 시간과 무료 제공되는 것들까지 능숙하게 안내를 한다. 역시 서비스는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도 든다.

자전거를 방안으로 가져가라는 안내를 받고 자전거 앞에서 씁쓸하게 서있으니 여직원이 다가와 방까지 안내를 하겠다며 기다린다.

편하게 쉬라는 인사를 받고 들어선 방을 둘러보고 중국을 여행하며 가장 비싼 숙소에 왔다는 것이 느껴진다.

공기 청정기까지 놓여있고.

"그래, 중국에선 무조건 있어야 해."

깨끗한 침대에.

중국에서 본 가장 큰 TV, 심지어 TV가 켜진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데, 샤워실과 화장실을 닫을 수 있는 문이 밀창 방식으로 하나뿐이다.

"두 명이 샤워실과 화장실을 동시에 사용하면 어디를 닫아야 하는 거야?"

한국의 최저가 모텔의 비용 정도인데, 시설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전통적 호텔 서비스처럼 응대를 해주니 돈이 뭔지 싶기도 하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싶은데 주변에 식당이 안 보여서 슈퍼에 들러 콜라와 초콜릿 과자만을 사 온다.

어제 사놓은 맥도널드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하고.

무료라고 알려준 커피도 오랜만에 마셔본다.

프런트와 룸 사이에 위치한 식당을 둘러보니 그 모양이 제대로다.

"내일 2만원어치 먹어 주겠어!"

중국은 힘들지만 재미있는 나라가 틀림없다. 사는 것이 부족하고 먹는 것이 좋지 않더라도 하물며 먼지 구덩이에서 매일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현재의 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다.

"돈, 돈, 돈."

값싼 자본의 천박함은 한국에도 넘치도록 흔하다. 굳이 중국까지 여행을 와서 대면할 필요가 없는 경험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도 충분해."



경비내역
식비:4위안 / 식료품:19위안 / 숙박: 30,350원 / 합계:23위안, 30,350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7일 / 맑음 ・ 20도
셰현-샹청현-위저우시-신정시-정저우시
황하강을 품은 정저우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이다. "가자, 황하로!"


이동거리
143Km
누적거리
6,312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442시간

 
S103도로
 
S10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예현
 
신정시
 
정저우시
 
 
3,5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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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에서 시작되어 정저우로 향하던 길이 140km만이 남아있다.

"정저우까지 하루에 달려버릴까."

정저우에 가기 전, 소림사를 구경할까 싶다가 이틀을 보내기엔 별 매력을 못 느낀다.

숙소 조식을 먹기 위해 8시에 식당으로 내려간다. 

"만원어치은 먹어야 한다."

전날 왕푸주점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지는 메뉴들과 식당의 시설들이다.

"4천원의 차이인가. 왕푸가 이상했던 거야."

"요거 핫 아이템인가?"

약밥처럼 달콤한 맛이 나는 쫀득한 밥.

우선 입가심으로 간단히 일차를 끝내고.

죽순의 식감이 아삭하니 참 좋다.

그리고 본격적인 2차전 돌입. 달콤한 검은 밥은 중국인들이 잘 안 먹나 보다. 유독 그것만 많이 남아있어 전부 가져오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는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9시가 넘어 길을 출발한다. 150km를 달려야하지만 날이 좋고 하니 괜스레 여유가 생긴다.

역시나 대도시로 향하는 도로라 길들이 잘생김의 연속이다.

별난 오토바이 사용법들을 보지만 늘 새롭고 기예적이다.

"저게 중심이 잡히나?"

"이것은 자전거 도로입니다."

좋은 도로를 생각 없이 달리다 순간 방심했다. 갑자기 좁은 노점들이 들어선 길로 안내하는 고덕지도다.

넓은 국도를 건너온 뒤라 다시 도로를 건너 가기도 귀찮고 해서 억지 춘향격으로 고덕지도의 안내를 따라간다.

"방심한 놈이 잘못한 놈이지."

역시나 좁고 이상한 골목이 이어지고.

그런데 집들의 대문 위에 붉은 춘련으로 복(福)이나 희(喜), 길(吉) 같은 문구들이 붙어있을 곳에 이상한 문자들이 쓰여있다.

"이건 아랍어 같은데."

어제부터 간간이 보이던 모습 중에 하나가, 연한 핑크색의 보자기를 머리와 얼굴에 둘러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이 보였다.

흙먼지가 워낙 많이 날리니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혹시 히잡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징저우, 무역, 실크로드, 아랍상인..."

연상 단어들이 쭉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생각해보니 이곳 사람들 중에 생김새가 조금 이국적인 사람들이 많다.

허름한 골목 사이로 낡은 가게들과 아랍어들이 계속 눈에 보이고.

갑자기 나타난 흥미로운 분위기의 거리에 중국의 관광객들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보이고.

120km를 더 달려야 하는 갈 길 바쁜 자전거를 붙잡는다.

옛 방식의 2층 건물 구조들이 늘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골목길을 오면서 이슬람 모자를 쓴 남자들을 몇 명 지나쳤는데, 초입에 모자를 쓰고 빵을 만드는 남자가 보인다.

싱글싱글 웃으며 이방인 여행객을 친절하게 대해준 남자.

밀가루 반죽에 내용물을 넣고 화덕에 굽는다.

7위안의 빵을 하나 사드니 묻지도 않았는데 빵의 이름을 알려준다.

"里边的, 리비엔더"

남자에게 아랍어를 가리키며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본다.

"저쓰 썬머?"

처음에는 가게 이름을 말하더니 이내 무엇을 묻는 것인지 이해한 듯 이슬람이라 한다.

"여기가 예전에 무슬림이 살던 곳이야?"

남자가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그의 아내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내가 왔던 골목 쪽을 가리킨다.

"중국의 한복판 징저우에 무슬림의 후손들이 사는구나."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이 경이롭다 느껴진다.

"하찮고 가볍게만 보이는 삶이란 것이 점점으로 이어져 다시 삶을 만들어 가는구나."

골목을 따라 십이간지로 보이는 조각 기둥들이 세워져 있고.

마치 옛 인사동 골목을 걷는 것처럼 다양한 것들이 판매되고 있다.

거리의 끝에 웅장한 성문이 나온다.

"이쪽이 안쪽이면, 성문으로 들어서면 이어지는 상점거리였나 보네."

襄城(상성, 샹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성문을 드나들며 각자의 삶을 지나쳐 갔을까 생각한다.

평지로 들어선 중국의 동북지역을 지나다 보니 도시들의 공통점이 있다.

도시 진입 전 큰 사거리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게 되고, 시 중심을 가운데 두고 우리의 외곽 순환도로처럼 동그란 도로가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예전의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로의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생각지도 않은 샹청성을 구경하느라 12시가 다가오는데 110km가 넘게 남아있다.

"너무 여유 부렸나?"

복사와 붙이기를 해 놓은 것 같은 똑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이 너른 평지를 차지하기 위해 징그럽게 싸울만 하네!"

샹청성을 구경하느라 보내버린 1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린다.

13시, 위저우시의 초입까지 땀이 나도록 달려 81km가 남아있다.

"제법 줄었네. 좀 더 달리면 샹청성의 시간은 만회되겠다."

오는 동안 핸들 패니어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리비엔더를 꺼내어 점심으로 먹는다.

썩 괜찮은 맛이 나는 리비엔더 반쪽을 먹고 잠시 고민을 하다 나머지 반쪽도 해치운다. 제법 많은 양이라 배가 든든해진다.

바쁘게 오느라 콜라를 사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콜라랑 조합이 딱인데. 아쉽다!"

위저우시로 들어가는 멋진 회전 교차로를 지나 시의 외곽을 따라 이동한다.

오전의 경쾌했던 라이딩과 달리, 아침과 리비엔더로 배를 채운 탓인지 식후 졸음처럼 나른해지고 페달링이 느려진다.

"톡 쏘는 콜라가 필요해."

14시, 간절하게 콜라를 생각하며 달리는 동안 마땅한 슈퍼를 찾지 못하고 겨우 10km 남짓 이동을 한다.

"아, 졸려! 콜라가 필요하다고!"

작은 마을을 지나며 첫 번째로 보이는 슈퍼에 들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콜라와 물을 집어든다.

무언가를 말하는 슈퍼 할머니와 눈웃음을 주고받으며 콜라를 따서 시원하게 한 모금 마셨지만 맛이 이상하고 요상하다.

"뭐야? 짝퉁이잖아! 아놔."

톡 쏘는 상쾌함은 전혀 없고 뭔가 비릿하고 거북한 향이 나는 요물이다.

"흐엉, 내 3위안."

탄산의 시원함으로 소화도 시키코, 지루한 나른함도 깨고 싶었던 바람은 짝퉁 콜라의 비린 역겨움으로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어쨌든 나른함이 사라지고 컨디션이 돌아와 경쾌하게 시원한 도로를 내달린다.

30여 분을 달리던 중, 전방이 차량들로 정체되어 뒤엉켜 있다.

공사 중인가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서니 도로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도로는 오토바이와 경차로 막아 놓았다.

"중국에서 님비(NIMBY)로 지역민들이 시위를 할 일은 없을 테고, 뭐야?"

반대편 차로는 화물차들이 막고 서있고 그 틈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복잡하고, 도로변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굉장히 어수선하다.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무겁고 어두운 분위가 심상치 않다.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막아놓은 곳을 지나가니 도로 앞쪽에 관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있고 도로에 부서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오 마이 갓, 사고가 난 거잖아."

인명사고다. 사고가 발생한지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앰뷸런스나 구급차, 공안 같은 구조나 수습을 담당하는 기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땅덩어리가 넓다 해도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있고, 관을 갖다 놓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게 뭐야."

중국에 흔한 것이 장례용품을 파는 곳이라 앰뷸런스보다 관이 먼저 왔나 생각되어 헛웃음이 나온다.

안타깝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동승자가 많아 어린아이가 아니길 바라며 빠르게 길을 지나쳐간다.

체감상으로 중국의 도로는 우리의 도로보다 위험하지는 않다. 도로의 폭이 넓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다니는 공간까지 확보되어 있어 좋은 길들이다.

문제는 무조건 들이밀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이상한 중국 사람들의 경향 때문이다.

전방에 차량이 뻔히 달려오는데도 자기가 먼저 회전을 하면 그만이고 그것을 보며 달려오는 차량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크락션만 울리면서 피해 간다.

중국의 일반도로에는 신호등이나 건널목이 따로 없다 보니 차로를 건널 때는 유턴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귀찮으니 그냥 역주행을 하거나 무작정 가로질러 버린다.

그것도 차량들의 흐름을 살피고 하면 양반인데,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한다. 양보도 안 하고 눈치도 안 보니 사고가 안나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사고 현장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는데 3륜 오토바이 2대가 길을 막고 떠들어 댄다.

사람이든, 자동차든, 오토바이든 항상 이렇게 아무데나 서면 그만이다. 뒤에서 한참 동안 서서 기다려도 눈치도 안 보고 자기들 말만 한다.

"할배들,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저쪽 구석에 달구지를 세우고."

20여 분쯤 달리니 화물 차량을 검문하는 곳에 교통 공안들이 제복 같은 딱딱한 표정으로 화물 운전자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차량으로 가면 사고 현장까지 몇 분이면 갈 거리다.

"니들이 있어야 할 곳이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한심한 중국!"

15시, 50km가 남아있다. 기분도 전환할 겸 간만에 보이는 정자에 자리를 잡고 쉬어간다.

내가 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웃으며 인사를 하니 고개를 돌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핸드폰을 하고 있으니 또 빤히 쳐다보고, 내가 얼굴을 쳐다보면 시선을 피한다.

너무 귀여워 두어 번 장난을 치다 사진을 찍으려니 또 먼 산을 쳐다본다. 주변에 산도 없는데.

"호호, 할매. 궁금하면 어디서 오셨소하고 물어보면 되지."

쉼 없이 1시간 반을 달려 정저우시의 외곽에 들어선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교량의 하부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의 뒤를 따라 손쉽게 빠져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가 아니었다면 미로처럼 느껴지는 복잡한 도로의 구조 속에서 한참을 헤매었을 것 같다.

"난감하네."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보이는 진입로 앞에서 길을 잃고 망설인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아파트 공사장의 측면 도로는 가로막혀 있다. 지도를 보며 우회하는 경로를 찾고 있으니 오토바이 몇 대가 지나가며 아무렇지 않게 도로로 진입하여 올라간다.

"이럴 땐 그냥 따라가야 해!"

어느 도시를 가나 어마어마한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다.

5시 40분, 조금씩 혼잡해지는 도로를 따라 정저우시에 들어선다.

베이징에 가까워질수록 도시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터미널을 지나고.

정저우시의 기차역에 도착한다. 주숙등록의 문제로 며칠 동안 고생을 한 탓에 빈관들이 많이 모여있는 기차역 주변으로 온 것이다.

"너무 배고프다."

맥도널드에 들어가 140km를 달려온 허기를 채워보지만 역시나 부족하다.

바로 도로변의 식당으로 찾아가 메뉴를 고르고.

"왠지 실패한 느낌은 뭐지? 이 푸르뎅뎅한 것들은 뭔가 뒤바뀐 느낌이잖아."

"뭐지?"

아삭아삭거리는 피망과 돼지고기의 기름맛이 예상외로 맛이 좋다.

밥을 먹으며 주변의 빈관들을 여러 군데 검색해 둔다. 기차역의 주변이라 작은 빈관들이 많아서 오늘은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모르는 일이다.

도로변에 있는 깨끗한 빈관으로 들어간다.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오마?"

빈관의 여자는 뭔가를 살펴보더니 주숙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하며 안타까운 미소를 보인다.

"자이 중궈 수이지아오 헌난! 헌난!"

리셉션의 의자에 앉아 푸념을 하듯 여자를 바라보며 웃으니 빈관의 여자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헌난!"

다른 빈관을 검색하며 구시렁거리며 웃고 있으니 빈관의 여자가 멋진 아이디어라도 생각이 난 듯 웃으며 체크인을 하라고 한다.

"커이?"

여자는 웃으며 핸드폰의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준다.

"혹시 공안이 오면 쫓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으면 공안들이 오지는 않는다. 괜찮을 것이다."

"시에 시에!"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행자가 애처로웠는지 주숙등록을 하지 않고 투숙을 하라며 배려를 해준다. 가격도 저렴한 100위안의 깨끗한 빈관이다.

자전거를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빈관이라 도로변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패니어들을 옮긴다.

"편하게 숙소를 해결했는데. 이 정도쯤이야!"

샤워를 마치고 바로 침대에 쓰러진다.



경비내역
식비:50위안 / 식료품:27위안 / 숙박:100위안 / 합계:177위안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D+46일 / 맑음 ・ 20도
난양시-팡청현-예현
정저우시를 향해 가는 길, 매일 120km가 넘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중국, 너 쫌 넓다!"


이동거리
114Km
누적거리
6,169Km
이동시간
6시간 48분
누적시간
433시간

 
G234도로
 
G234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난양시
 
팡청현
 
예현
 
 
3,38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어제 먹은 술에 때문에 뒷골이 무직한 것이 숙취가 있나 보다.

"괜히 술은 마셔가지고."

침대 시트를 부둥켜 안은 채 게으름을 피우다 숙소의 조식 제공 서비스가 생각난다.

"조식이 있었지!"

8시 58분, 조식 마감 타임을 2분 남기고 부랴부랴 식당을 찾아 내려간다.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식사를 마친 것인지 식당 안이 썰렁하다. 중국 사람들은 밥을 먹으면서 왜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젓가락 자동 세척기인가?"

음식들은 거의 떨어져 딱히 먹을 것이 없다. 흰죽도 보이질 않고 빵과 계란 그리고 수박, 오렌지를 겨우 접시에 담는다.

"아깝네. 만원어치는 먹어야 하는데."

흰죽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수박과 오렌지를 간만에 먹을 수 있어서 만족.

방으로 돌아와 어제의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편하게 뒹굴거린다.

"천천히 출발하자, 날도 길고 날씨도 좋은데 뭐."

차를 한 잔 마시며 오랜만에 시간의 여유를 부린다. 오늘 가야 할 곳은 110km 거리에 있는 예현이다.

10시쯤 출발해서 부지런히 가면 6시 전에는 도착할 것 같다. 길이 나쁘지 않거나 펑크만 나지 않는다면.

이틀 연속 주숙등록과 트립닷컴 그리고 숙소들의 황당한 응대에 너무나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아침부터 오늘은 숙소를 찾아 얼마나 헤맬지 답답함이 밀려온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룸키를 프런트에 반납하니 여직원이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한다.

"是要退房吗?"

'투이팡' 퇴방이 체크아웃인가 보다.

"웬만하면 체크아웃 같은 기본 영어 단어는 좀 해라."

어제 술을 샀던 슈퍼에서 콜라와 물 그리고 숙취를 달래줄 요구르트 한 병을 산다.

"콜라가 3위안인데 양도 적은 요구르트가 6원이라니."

누렁이가 곧 검둥이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좀 늦은 아침 시간인데도 오토바이 부대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차와 사람, 오토바이가 한 번이라도 뒤엉키면 정말 답이 없는 곳이 중국이다.

오는 길에 어떤 중년의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택시와 마주 서서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본다. 복잡한 1차선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자신이 역주행했으면서 택시를 막고 불만 가득 심술궂은 표정으로 택시를 째려보고 있다.

"민폐도 저런 민폐가 없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차량들이 줄지어 정체되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지나가는데 중간에 접촉 사고가 난 차량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각도상 자전거 도로를 가던 승용차를 SV차량이 받은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중국인들에게 사이드 미러는 필요 없는 장치이다.

사고 때문에 차들이 정체되었나 싶었는데 우회전하는 곳에서부터 도로공사가 있어 차들이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사 구간을 인도에 올라 자전거를 끌고 이동한다.

공사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3륜 오토바이를 탄 할아버지가 줄줄이 이어 나오는 차량들을 난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할배, 거기로는 절대 못 가. 완전히 막혔다고요."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까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데, 한참을 기다리며 망설이더니 끝내 역주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 대씩 빠져나오기도 버겁던 좁은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다.

"하하하, 완전 용자 할배."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내달리다 더는 견딜 수 없는 크락션 소음에 이어폰을 꺼내든다.

"내가 진짜 웬만해서는 자전거 탈 때 이어폰 안 쓰는데. 화병으로 누군가 한 명 죽이는 것보다 이게 차라리 낫겠어."

이어폰을 써도 크락션 소리들이 어찌나 우렁찬지 큰 문제는 없고, 고막을 찢어 놓을 듯한 소리가 좀 작아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잘나가던 도로가 작은 마을을 지나며 나빠지기 시작한다.

폭죽과 결혼용품을 파는 가게. 결혼식 폭죽은 따로 있나 싶기도 하고.

길가에서 1위안짜리 빵을 두 개 산다.

마을을 지나치며 잠시 쉴 곳을 못 찾고 울퉁불퉁 곰보바닥으로 변해버린 도로를 달리다 시골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잠시 쉬어간다.

12시 20분, 80km가 남아있다.

3일째 연속되고 있는 동일한 풍경, 정확하게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보리는 아니고, 생강도 아니고, 파도 아니고."

생김새가 보리와 비슷한 것이 밀이 맞나 보다. 어릴 때 시골에서 가끔 밀밭을 보기는 했지만 그 기억이 흐릿하다.

"저 안에 텐트 치고 한나절 누워있고 싶네."

빵은 밀가루 빵이다. 내용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이 단백하고 짭조름한 게 매력 있다. 앞으로 자주 먹을 것 같다.

곰보바닥의 길은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된다. 허리가 아파오고 덜컹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피곤하기 그지없다.

중국에서 무서운 것들 중 하나는 뭐든 시작되면 한참 동안 이어진다는 것이다. 빨리 도시가 나와 도로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한 시간이 조금 넘어 드디어 팡청현에 들어선다. 도시의 초입 광장에 커다란 석상이 세워져 있다.

張騫(장건, 장치엔)
한나라 때의 여행가로 중국에서 서역으로의 교통로를 공식개통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여행으로 서역의 지리·민족·산물 등에 관한 지식이 중국으로 유입되어 동서 간의 교역과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두산백과)

"어머, 선배님! 반갑습니다."

할머니가 쓰레기 같은 것을 엄청 큰 포대에 담아 자전거로 옮기고 있다.

"아이고 할매, 기어도 없는 자전거로 어떻게 가시려고."

팡청현을 지나 좋아질 것 같던 도로는 이내 지나쳐왔던 도로와 같은 모양으로 이어지고.

오후 3시, 엉망인 도로를 타고 오느라 쉽게 피곤해져 버리고 문이 닫힌 담벼락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40km 남았는데, 끝까지 이러려나?"

높은 담에 날카로운 유리조각까지 촘촘하게 박아 놓은 집. 중국에서 담벼락을 보기도 힘들지만 뭐 대단한 것이 집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잠시 쉬고 마지막 스퍼트를 하려고 하니 화물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길을 막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화물 차량들의 정체되어 줄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직각으로 끼어드는 차량이 한 차선을 마저 막아버리고 만다.

다행히 자전거가 다니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늘어선 화물차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지나친다.

길은 작은 마을을 관통하고 차량들의 줄은 끝이 안 보인다.

3km 가까이 차량들이 밀려있고, 역시나 그 끝에는 무시무시한 공사구간이다.

"다 나오려면 밤새야겠네. 쌤통인데!"

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잘생기고 쾌적한 도로가 이어진다.

조심스레 화물차량들과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느라 30분 동안 4km 밖에 이동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시원하게 달려볼 것이다.

멀리 밀밭 너머로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보이고, 날개가 나를 향해 돌아간다.

"굿! 이럴 때 뒷바람인가."

신나게 페달을 밟아 라이딩을 즐기다 보니 서서히 오늘의 목적지인 예현이 보이기 시작한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5시에 예현에 도착한다. 오토바이가 주차장을 가득 들어찬 최신식 쇼핑몰과 옛 시장 골목이 함께 있는 소도시 예현.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층의 근대 가옥 구조로 보이는 건물들이 길게 이어지고.

예전의 상가들, 무역이나 교역들의 물품들이 거래되던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을 중심으로 좌우, 길 건너에 재래시장들이 자리 잡고 있고, 재래시장 옆으로 최신식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작은 소도시에 인구가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거대한 시장들이 이어질까 싶다.

맞은편 작은 공원에 앉아 숙소들을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이 지역 숙소가 안 보이고, 고덕지도을 검색해 적당한 곳을 선택한다.

"오늘은 제발 쉽게 가자."

공원 옆, 구두를 수선하는 할아버지를 구경하는데 두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여행에 대해 묻고,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더니 자전거를 들어본다.

힘을 주어 드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자전거. 약간 당황해하더니 있는 힘껏 뒤쪽을 겨우 들어 올린 후 엄지를 척하고 세운다.

"대단하다!"

시끄럽게 두 남자가 떠들어 대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주시한다.

"오늘도 멋짐 폭발. 근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쳐다보니 조금 부끄럽네."

검색해 두었던 빈관은 낡아 보이는 2층 건물인데 80위안이나 달라고 한다.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숙소 같은 곳에서 자자."

근거리에 있는 규모가 있는 주점으로 들어갔다. 119위안 숙박비에 야진까지 300위안을 결제하고 무난하게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 보관을 문의하니 한 아저씨가 오더니 숙소 밖의 주차장에 놓으라 알려준다.

"안돼, 자전거 잃어버리면 절대 안 돼!"

프런트 직원이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라 안내해 준다.

갑자기 의욕에 찬 아저씨가 내 얼굴에 침을 튀기며 뭔가를 설명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작다.

"노노노노!"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넣으려는 아저씨와 웃으며 실랑이를 하는 사이 숙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 이 몹쓸 놈의 인기란."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관우상이 모셔져이는 곳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다섯 번을 넘게 관우상을 가리키며 여기에 놓아도 되는지 물어도 아저씨는 괜찮다고 한다.

자전거를 놓고 아저씨와 농담을 하며 손으로 웃으라고 제스처를 하니 이해를 못 하고 어리둥절 쳐다본다.

"笑!"

번역기를 보여주니 돋보기를 꺼내어 들여다보고 알았다며 웃는다.

아저씨는 굳이 방까지 직접 안내를 해주고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주고 내려간다.

의욕이 넘치는 친절한 할배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방에 놓인 커피가 유혹의 손짓을 날린다.

"이건 무료야? 유료야?"

이너웨어 등쪽에 소금꽃이 폈다.

"이제 이것을 벗을 때가 됐나."

숙소를 나와 주차장에 앉아있는 할배에게 '츠판' 했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며 앞장을 선다.

첫 번째 들어간 집은 면만 파는 집.

바로 옆에 있는 두 번째 집에 들어가 뭔가를 설명하더니 여기서 먹으라고 알려준 뒤 씩씩하게 돌아간다.

"아, 완소 캐릭터 할배."

모형이 아니고 실제로 돌아갈 것 같은 인테리어.

"중국 식당치고 너무 밝은데."

돼지고기 메뉴를 골랐는데 빌지까지 가져와 무언가를 계속 추천하는 사장님.

몇 개를 거절하다 마지못해 15위안 두부요리를 추가한다.

"그래, 오늘까지만 시발 비용이다."

먼저 두부요리가 나오고 소스가 나온다. 중국 식당에서 음식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하면 대부분 어색해 한다.

언제나 식당에서 음식을 받을 때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녹색 소스는 차 맛이 나고, 주황색 소스는 약간 매콤한 느낌의 소스다.

젓가락으로 두부를 꺼내어 소스에 찍어 먹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먹는 법을 알려준다.

그릇에 두부를 넣고 두 가지 소스를 조금씩 넣어 으깬 후 먹는 것이다.

순한 두부와 소스가 맛이다. 특히 차 맛이 나는 소스가 일품이다.

조금 후 돼지고기 요리가 나오고.

"오, 비주얼 터지네."

중국에서 먹은 돼지고기 중 가장 부드럽고, 우리의 중국요리와 비슷하니 맛이 좋다.

두 공기 클리어하고.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여자는 사장의 부인인 듯한데, 식사 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오빠!'를 하는 바람에 식당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밥 먹는 것을 구경하게 만들어 버렸다.

식사 후, 위챗의 SNS를 하는지 음식 품평을 해달라고 하며 질문 공세를 펼친다.

"맛이 아주 좋다. 중국에서 먹은 저녁 중에 최고다."

그리고 셀카봉을 들고.

"다 모여! 이 얼 싼!"

계속되는 질문 공세를 피해 바이바이.

숙소에 돌아와 커피에 대해 물으니 한 개에 5위안이라고 한다. 커피 엄청 비싸다.

숙소 할배에게 밥을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자전거를 관우상이 있던 곳에서 프런트 맞은편 책들이 꽂혀있는 곳으로 옮겨놓았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밀밭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엇인지 물었는데 할배의 발음이 안 좋아 계속 오번역이 난다.

번역기에 '밀'을 써서 보여주니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워한다.

"小麦, 샤오마이"

주변에 슈퍼를 찾았지만 없다. 중국은 길거리 가로수에 반짝이는 조명을 많이 달아 놓는다.

"반짝거리는 거 무진장 좋아한다. 골목에 가로등이나 설치하지."

숙소에 들어오며 보니 사람들이 유치한 가운을 입고 1층을 돌아다닌다. 숙소에 온천이라며 목욕탕 같은 시설이 있나 보다.

"이건 한국 동네마다 있는 목욕탕인데."

이너웨어와 져지를 샴푸로 손빨래를 하니 누런 흙물들이 빠져나온다.

장가계부터 매일처럼 100km 이상을 달려왔다. 베이징까지 850km 정도가 남아 8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정저우에 도착하면 베이징까지 조금 속도를 늦춰 여유 있게 가려고 한다. 

"시발 비용도 이제 그만하고, 빼먹은 일기도 채워 넣고."




경비내역
식비:55위안 / 식료품:33위안 / 숙박:119위안 / 합계:201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5일 / 맑음 ・ 20도
상양시-난양시
일찍 쉬지 못한 탓인지 피곤함이 씻기지 않은 아침이다. "그래도 비가 안오니 좋네."


이동거리
130Km
누적거리
6,055Km
이동시간
8시간 45분
누적시간
426시간

 
S217도로
 
S10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샹양시
 
신예현
 
난양시
 
 
3,27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주숙등록으로 밤거리를 헤맨 저녁, 허름한 버스터미널 근처의 숙소에서 보낸 밤은 새우잠을 잔 것처럼 피곤하고 몸이 무겁다.

8시,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빈관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버스터미널의 뒷골목에는 작은 식당과 빈관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한자 메뉴판을 번역기로 스캔하고 치킨이 들어간 밥 메뉴를 주문하니 나온 음식은 심플하다.

"뭐랄까 중국식 조식 느낌인가?"

확실히 면요리보다 밥을 먹으면 속이 든든한 느낌이 든다. 오늘의 목적지는 130km 정도 떨어진 난양시, 계속해서 100km가 넘는 라이딩이 이어진다.

"일단 아침밥은 먹었으니 오늘 하루 제발 뿌연 먼지도 사라지고 그리고 숙소도 쉽게 찾기를."

샹양시를 빠져나오는 시내의 도로는 그동안 중국에서 보지 못한 정도로 혼잡하고 요란하다. 차량들이 길게 정체된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는 물론이고 인도까지 진입해서 새치기를 하는 운전자들이 보인다.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들 넓은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서로의 규칙이 있는 것처럼 물 흐르듯 움직이는 중국 도시들의 모습은 혼잡하지만 무질서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규칙이 무너지면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이 뒤섞이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야! 아무리 바빠도 인도까지 차를 몰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니?"

유난히 복잡하고 무질서한 샹양시의 모습이다. 여기저기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들과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중국의 운전자들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무조건 차량의 머리를 집어놓고 보는 운전자들이 언제나 이기는 것 같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대해 위협적으로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중국의 운전자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전용도를 달려오든 말든 우선 도로로 진입하려고 한다.

후진이나 직진을 하여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의 운전자들이 다가서는 자전거를 확인하고 차량을 세워 자전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줄 것이라 생각하면 사고가 나기 쉽다. 중국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눈이 마주쳤다고 해서 차량을 세워주지 않는 것 같다. 무조건 먼저 도로에 진입하여 들어간다.

어수선했던 샹양시를 벗어나고 한적한 S217 국도에 들어선다.

"아휴. 살 것 같네. 아침이 어수선하면 하루가 꼬이던데."

여기저기 나무를 싶으며 조경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공공 근로와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 나무를 많이 심어. 부지런히 심어 봐."

한적한 밀밭의 풍경이 이어지고.

"중국의 평야가 대단하구나."

"이 기름진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도 싸웠다는 거지?"

한가로운 밀밭의 풍경 속을 달려가는 사이 멀리 검문소와 같은 건물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거나 아니면 지역의 경계에 들어서면 가끔씩 보이는 교통 공안의 검문소다.

처마가 있는 그늘에서 잠시 앉아 쉬어간다.

"어라. 수도!"

검문소로 들어가 교통 공안에게 수도에서 세차를 해도 되는지 물어본다.

"커이 시쳐! 쒸~~~~~!"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하니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어보더니 세차를 하라고 허락해 준다.

며칠 동안 흙구덩이 길을 달려오며 엉망으로 더러워진 자전거를 세차한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다시 도로를 따라가다 작은 마을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점심시간이라 허름한 식당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로봇 모양의 반죽기가 있는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작은 외부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역시 시골 밥이 푸짐하고 저렴하고 맛있어!"

1시 반, 샹양시에서 60km 떨어진 신예현의 초입에 들어선다.

"안녕!"

조금은 지루한 라이딩이지만 중국의 소도시에 들어서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겁고 재미있다.

신호의 길이가 조금 긴 중국이 신호등 때문에 라이딩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신예현을 벗어나자 멋진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길이 이어진다.

다양한 가로수가 이어지는 중국의 도로는 중국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아고, 할매요. 어디를 가세요?"

1시간의 라이딩과 휴식을 반복하는 사이 멀었던 난양시 외곽의 모습이 천천히 시작되고.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과 각종 바퀴 달린 것들이 도로변을 가로막고 있다.

"뭐지?"

하교길의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학부모들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가지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생경한 모습이라 이유 같은 것을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대중교통이 안 좋거나 남다른 자식 사랑인가?"

저마다 자동차에 오토바이에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간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지나.

난양시를 가로지르는 바이허강에 도착한다.

수초섬이 떠있는 바이허 강변의 풍경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강변과 대교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뭐가 잡히기는 해요?"

"오호."

종징대교의 난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오늘도 부지런히 달렸어!"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다 종징대교를 건너기 전 강변에 높이 세워진 주점으로 찾아간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넓은 리셉션으로 들어가 주숙등록이 되는지를 물으니 숙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오늘도 시작인가?"

트립닷컴으로 두 번째 숙소를 예약하고 바이허강을 건너 5km 정도 떨어진 빈관을 찾아간다.

종징대교 건너자 넓은 해방광장이 나오고 사람들이 모여 이른 저녁의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퇴근 시간에 맞물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오토바이 행렬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두 번째 빈관에 도착한다.

예약 승인이 난 두 번째 숙소에 도착했지만 주숙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장난을 치듯 중국의 숙박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하니 리셉션의 여자 직원들도 동의를 하며 웃는다.

조금 피곤하지만 어젯밤처럼 팬티 바람으로 쫓겨나 길거리를 방황한 탓에 조금은 해탈하거나 체념한 상태의 기분이다. 약간의 피곤함에 트립닷컴으로 조금 비싼 주점을 선택하여 결제를 마친다.

"그냥 비싸더라도 쉽게 가자. 쉽게!"

자전거를 끌고 대리석이 깔려있는 리셉션으로 들어가자 중년의 남자 매니저가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바우처를 보여주며 예약을 확인하니 매너 있는 태도를 유지하던 중년의 매니저는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다.

"왜? 내가 더러워서 그래 아니면 더러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여기에 오면 안 돼?"

호텔의 예약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호텔의 매니저는 방이 없다며 다른 주점을 소개해 주겠다며 안내한다. 매너 있게 응대를 하는 매니저의 모습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짜증이 시작된다.

매니저를 따라 맞은편 주점으로 이동하고 남자는 주점의 리셉션에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지만 안된다는 뉘앙스의 제스처다. 매너 있는 남자는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예약 취소와 함께 숙박 불가의 안내를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네 번째의 주점까지 숙박을 거절당하고 트립닷컴의 채팅상담으로 예약한 주점에 전화를 걸어 주숙등록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난양시 주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빙빙 돌아 다섯 번째 주점에 도착한다. 건물 안쪽으로 주차장과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예전 주점의 모습이다. 친절한 리셉션의 안내에 따라 무난하게 체크인이 이루어진다.

"숙소를 잡는 데 무려 3시간이 걸렸군."

샤워를 하고 기진맥진 침대에 쓰러지니 씁쓸한 감정이 찾아든다.

"중국여행, 주숙등록, 중국의 서비스 마인드, 가난한 여행자의 주머니 그리고 빌어먹을 트립닷컴."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니 시장처럼 보이는 도로변의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오늘은 좀 취해야겠다."

양꼬치와 오징어를 구이를 주문하고.

슈퍼에 가서 작은 병의 싸구려 백주를 사서 함께 저녁을 한다.

커다란 민물고기를 추가로 주문하고.

오랜만에 마시는 술과 피곤함에 빠르게 취기가 올라온다.

"양꼬치 헌 하오 취! 중궈 한 하오!"

"오늘은 좀 취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여행길에서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겠지 뭐."

쓸데없이 지치고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경비내역
식비:77위안 / 식료품:18위안 / 숙박:24,031 / 합계:95위안, 24,031원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4일 / 맑음 ・ 18도
징먼시-샹양시
8층 숙소의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기분좋게 시작된 하루다. "오늘은 제발 상큼하게!"


이동거리
128Km
누적거리
5,925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418시간

 
G207도로
 
G2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징먼시
 
이청시
 
샹양시
 
 
3,14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날이 맑아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이다. 빌딩 너머로 희뿌연 하늘은 마치 서울 어느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날씨가 좋은 날의 아침에는 뭔가 마음이 바빠진다.

"중국의 날씨에 길들여졌나 봐."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의 목적지는 130km 떨어진 샹양시다.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호떡같이 생겼네."

인상이 좋은 식당의 부부에게 면국수를 주문하고, 이제는 물도 없고, 반찬도 없는 중국의 음식에 익숙해져 편안하다.

"한국에 가면 설마 생각나는 거 아냐?"

길들여진 것은 날씨만이 아닌가 보다.

희뿌연 도시의 하늘과 흙먼지가 가라앉은 도로를 따라 시내를 벗어난다.

단지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 외에 어제의 도로 환경과 딱히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시의 외곽으로 멀어질수록 하늘은 조금씩 파랗게 변해가지만 그만큼씩 흙먼지가 내려앉은 도로와 주변의 모습들은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그냥 지옥 같던 어제의 맑은 날 버전이네."

그저 무난하지 않더라도 너무 힘든 상황이 없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뿐이다.

"짙푸르던 싱그러운 가로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두껍게 내려앉은 흙먼지들이 노란 유채꽃의 색감과 대비되어 더욱 황량하게 느껴진다.

잠시 도로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도로의 이정표에 낙서를 한다.

"하늘밥도둑 왔다 감!"

길게 뻗어있는 회색빛 도로를 따라 샹양시로 향한다.

대형 트럭이 통행이 빈번해서 그런지 도로의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나 싶더니.

거북껍질처럼 변해간다. 덜덜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형편없다.

속도를 맞춰 옆에서 따라오던 아저씨와 사진을 찍고.

고장이 난 버스를 지나치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병원의 광고판을 지나.

50km 정도 상태가 좋지 않은 흙먼지 도로와 하늘을 바라보며 무감각하게 지나치고.

12시 반, 후지전(胡集镇)에 도착한다.

출출함이 찾아드는 시간이지만 샹양시까지 가야 할 길이 멀고.

별다른 특색도 업이 희뿌연 회색빛의 도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지도앱을 켜고 도로와 거리를 확인하는 사이 도로변의 가게에서 젊은 남녀가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대부분 무신경하게 살펴보는 중국인들이지만 젊은 친구들은 확실히 호기심이 많고, 특히나 젊은 여자들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 같다.

"그나저나 이곳의 공기는 왜 이런 거야?"

후지전을 벗어나자 도로는 다시 엉망으로 패어있고.

중국의 소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형트럭들이지만 지나치는 트럭들이 유난히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뿌옇게 흩날리며 다가오는 흙먼지 때문이다.

역풍이 불어오는 날씨에 화물차들이 지나칠 때마다 숨쉬기조차 힘든 먼지들이 날아든다.

버프를 하고 고개를 숙이며 지나치지만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다.

자전거를 세우고 차량들이 지나치고 흙먼지가 줄어들면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공사구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뭘까?"

흙먼지와 진흙탕의 갓길 사이에서 크락션을 울려대며 지나치는 대형트럭들과 함께 길을 이어간다.

"어제의 다른 버전이다. 정말 중국 왜 이래?"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주변은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엉망이 된 도로와 도로를 벗어나기 위해 길을 따라갈 뿐이다.

어렵게 15km 정도를 겨우 이동하고 도로변에 있는 주유소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얼굴을 씻어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다가온다.

"시쳐?"

자전거와 수돗가를 번갈아 가리키며 자전거를 씻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남자는 매정하게 안된다고 한다.

주유소의 한편에 앉아 허기를 채우고, 미지근한 콜라 한 모금이 칼칼한 목을 타고 시원하게 넘어간다.

마을을 지나며 뒤편에서 윙윙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도로에 물을 뿌리는 차량이 다가온다.

"야! 안 돼!"

어떻게 피할 시간도 없이 물을 뿌리고 지나쳐간다.

"세차를 해주려던 거지? 그런 거지?"

"좀 씻어냈으면 좋겠는데."

이청시로 향하는 도는 이전의 도로 상태와 180도 달라진다. 간간이 도로에 물을 뿌리며 지나가는 차량들이 있어서 흩날리는 흙먼지의 양도 많이 줄어든다.

"하늘빛이 왜 이래?"

이청시 외곽의 도로 곳곳에는 세차를 하는 집들이 계속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집에 들어가 할아버지에게 세차를 할 수 있는지 물으며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하니 안된다고 한다.

"뚸 샤오첸?"

가격을 물어 요금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도 손을 가로저으며 심드렁하게 안된다는 제스처를 한다.

"산골에는 사는 남부 사람들에 비해 인심들이 야박하네."

3시 이청시를 가로지른다. 아직도 샹양시까지는 50km가 넘게 남아있다.

자전거 도로에 차량들이 들어오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징저우시와 이청시에서 얌체족들을 간간이 보게 된다.

"비가 내리려는 하늘은 아닌데. 정말 하늘 색이 더럽네."

매일 비가 내리던 남부에서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더니 중부로 올라오니 흙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

이청시를 벗어나고 도로변에서 파인애플을 팔고 있는 트럭을 발견한고 출출함이 찾아들어 자전거를 세운다.

"예쁘게도 깎았네."

장수시로 가는 길에 만났던 나선형으로 파인애플을 깎던 아저씨와 달리 벌집처럼 파인애플을 다듬는다.

파인애플을 사서 갈증과 출출함을 달래본다.

시원한 파인애플을 먹으며 부부의 트럭을 살펴본다.

"넌 사탕수수!"

"넌 아직도 모르겠다."

3시 반, 파인애플 부부의 곁에 앉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여전히 40km가 남아있는 샹양시를 향해 출발한다.

흙먼지가 내려앉은 도로를 벗어나려는 듯 거칠게 페달을 밟아가며 거리를 삭제한다.

"벗어날 거야!"

한 시간 반을 쉼 없이 달리고 샹양시의 초입에 들어선다. 혼잡하게 막혀있는 공사구간을 지나고.

한쑤이강을 건너 짙푸른 도시의 가로수길을 마주한다.

갑자기 변하는 중국의 도시들은 언제나 생경하고 재미있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 공원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수로의 건너편으로 샹양성의 모습이 보인다.

"아고, 좋네!"

평화로운 공원에 앉아 있으니 하루의 노곤함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자전거를 끌고 공원을 걸으며 산책을 하고.

"완전 봄이네."

샹양성공원에서 빈관을 예약하고 숙소로 간다.

"정말 반짝이는 거 좋아해!"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빈관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한다.

"이거 똥집 요리인데."

식당의 발랄한 꼬마 아가씨는 발목에 동그란 야광 고리를 걸고 돌아다닌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손주들을 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틋함은 비슷한 것 같다.

저녁을 하고 숙소에 들어가 쉬고 있으니 친절했던 숙소의 여자가 올라와 주숙등록이 안돼서 숙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

친절하게 응대를 하던 숙소의 여자에게 괜찮다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으로 주변의 빈관을 다시 예약한다.

예약 승인이 나고 두 번째 빈관으로 찾아가니 리셉션의 젊은 여자는 주숙등록이 안된다며 다른 빈관으로 가라고 한다.

"..."

결제가 승인된 예약의 취소가 이루어지는지조차 확인할 수가 없다. 트립닷컴의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보려고 해도 전혀 연결이 되지를 않는다. 주숙등록의 문제로 여러 차례 채팅 상담을 통해 숙박거부에 대한 클레임 상담을 했지만 로봇과 다를 바 없는 상담원의 기계적인 답변에 짜증이 올라온다. 언제나 무성의한 답변만을 반복하는 담당자의 평가에 마이너스 별점을 줄 수 없는 것이 억울할 지경이다.

"트립닷컴! 이 (*&(^&%&^^%$^%&*&^^."

어렵게 한국의 고객센터와 연결을 하고 숙박거부에 대한 자료들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추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는다.

"그 잘 난 어플에 클레임에 대한 서비스 메뉴는 없는 거야?"

빈관의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숙등록이 되는 주점을 소개해 주겠다며 빈관 주변에 있는 커다란 주점으로 데려간다.

"뚸 샤오첸?"

"600위안!"

주점으로 안내한 후 후련한 듯이 떠나는 빈관 여자의 뒷모습이 너무나 얄밉게 느껴진다.

"아휴. 저 공감 능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지지배!"

털레털레 자전거를 끌고 화려한 주점을 나선다. 여행경비를 아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의 씁쓸함이 느껴진다.

"여기가 버스터미널인가?"

우연히 지나간 터미널 근처의 어두운 골목에는 허름한 빈관들이 들어서 있다.

"참나. 숙소가 이렇게 많은데 들어갈 곳이 없다."

거리에 서서 호객을 하는 할머니들과 농담을 하며 60위안을 외치는 빈관으로 들어간다.

"할매. 이쁘네. 근데 나 한국사람인데!"

할머니들에게 한국사람인데 잠을 잘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묻더니 웃으면서 안된다고 한다.

"하하하하. 거 봐. 안되잖아! 사진이나 찍어요."

자전거를 끌고 몇 걸음 더 옮기고 다시 호객을 하는 아저씨에게 붙잡힌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마?"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을 하는 남자에게는 숱한 경험에서 축적된 능글능글함이 전해진다.

"커이. 커이!"

주숙등록이 되어도 그만, 안되어도 그만이다. 4~5만원 정도의 금액이면 주숙등록이 되는 주점이나 빈관들은 너무나 많다.

숙소의 여자가 내어준 따듯한 차를 마시고 있으니 제복을 입은 공안이 빈관으로 들어온다.

"뭥미?"

공안들은 한국사람인지를 묻고는 숙소의 남자와 설왕설래 언쟁을 하듯 목소리를 높여간다.

아마도 터미널 근처의 허름한 빈관들은 주숙등록을 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 뭔가 부정적인 제스처를 하는 공안에게 푸념을 하듯 거세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이 중국영화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억양이다.

잠시 후 공안은 아무런 말 없이 빈관을 나가고, 숙소의 남자는 괜찮다며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숙소의 가격을 물으니 90위안이라고 한다.

"오홍, 비싸네."

피곤한 하루다. 자전거를 끌고 밤거리를 더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 허름한 터미널의 빈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시골의 40위안 빈관보다 더 허름한 방이다. 첫 번째 빈관에서 샤워를 한 터라 낡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를 기다린다.

이상한 일이지만 베이징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각박해지고 숙소를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중국이다.

"주숙등록. 아 빌어먹을 주숙등록!"






경비내역
식비:28위안 / 식료품:8위안 / 숙박:90위안 / 합계:126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3일 / 비 ・ 10도
징저우시-징먼시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다. 좋은 날이 하루를 못 간다.


이동거리
89Km
누적거리
5,797Km
이동시간
6시간 50분
누적시간
409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징저우시
 
쓰리푸전
 
징먼시
 
 
3,0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피곤함이 조금 남아있는 아침이다. 징저우시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싶지만 베이징으로 가는 일정이 불확실하여 아쉽지만 떠나기로 한다.

프런트로 내려가 자전거와 짐들을 정리하는데 리즈훼이는 아직 출근 전인지 보이질 않는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더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프런트 동료에게 네임카드를 건네주며 리즈훼이에게 전해달라 부탁을 한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고, 찬 바람이 불어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어제 리즈훼이가 장강변에서 알려준 징저우 고성을 둘러보고 징먼시로 향할 생각이다. 징먼시까지는 89km 정도의 거리다.

"한 시간 정도 고성을 둘러보고 떠나도 충분하겠어."

고성으로 가는 사거리, 출근길 복잡한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를 막고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이 있다.

"어딜 가나 존재하는 그런 부류들."

고성입구 사거리까지 오는 동안 맥도날드와 할배치킨을 보며 어렵게 지나쳐 왔는데, 이번에는 못 참겠다.

"햄버거가 당기네. 과소비 한 번 정도는 괜찮지 뭐."

"어라, 메뉴가 왜 이래? 햄버거 세트 어디로 갔어. 다른 컨셉트 매장인가?

햄버거 메뉴가 없고 브런치 메뉴 같은 것들만 보인다. 할 수 없이 세트들을 살펴보니 테이크아웃 커피가 보인다.

도로의 먼지들 때문인지 이틀 전부터 아메리카노 한 잔이 먹고 싶었다.

"오, 아메리카노!"

세트 1번을 주문하며 아메리카노인지를 두 번이나 확인한다. 포스기에 18위안만 찍혀 있어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으니 종업원도 왜 저러나 싶게 쳐다본다.

"18, 16. 34위안 아닌가?"

잠깐 눈이 마주친 종업원이 무언가를 추가할 것인지를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다.

"뭐?"

종업원이 큰 그림의 두유 같은 것을 보여준다.

"No. I wanna have some coffee!"

알았다는 듯 직원은 18위안이 적힌 포스를 가리킨다. 빵과 커피가 세트고 두유 같은 것이 16위안인가 보다.

뭔가 아쉬워 4위안 텐더 같은 것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런 걸 먹어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가."

순식간에 빵과 텐더는 사라져 버리고, 43일 만에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꿀맛이다.

빵을 해치우고 매장을 둘러보니 메뉴판이 달라진다.

"뭐냐? 아침 메뉴였어!"

아침 해장국집에는 샐 수 없이 다녀봤지만 아침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 오전의 시스템을 알 리가 없다.

"됐다. 아메리카노에 만족한다."

커피를 마시며 리즈훼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중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며 건네받은 명함 사진과 한국어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준다.

"감사합니다."

제대로 된 조카 한 명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은데 정말 아쉽다.

"내 조카들은 분명히 리즈훼이가 싫어할 거야."

반쯤 남은 커피를 물통 케이지에 꽂아 넣고 사거리를 건너 징저우 고성으로 간다.

우선 눈에 보이는 용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가는 원기둥 조각탑이 보이고.

"커다란 인감도장 같네."

조금 길을 따라가면 성문 사이로 차들이 지나다닌다.

중국에는 거대한 성들이 많아서 그러는지 일반적인 성문들은 차나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사용되는 것 같다.

과거의 길을 그 용도에 맞게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꽤 괜찮아 보인다. 말이나 수레가 다니던 길을 차량과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성문의 도로를 지나 오른 편으로 들어가면 고성의 정문이 나온다. 우리의 성문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성문 건너편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지 확인하러 간다. 자세히 살펴봐도 고성에 대한 사항은 없고 주변 관광지들의 관람권을 판매하고 있다.

성문을 살펴봐도 딱히 입장권을 확인하는 곳도 없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보지 뭐. 잡으면 그때 표를 사고."

성 안쪽으로 작은 호수가 성벽을 따라 이어지고 산책로에는 목련나무가, 호수변에는 오래된 수양버들 나무가 길게 들어서 있다.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목련의 진한 꽃내음이 가득 퍼져 향기롭게 느껴진다.

성벽을 따라가다 커다란 인물상이 세워진 건너편 공원으로 건너간다.


屈原(굴원).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비극시인. 학식이 뛰어나 초나라 회왕(懷王)의 좌도(左徒:左相)의 중책을 맡아, 내정·외교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작품은 한부(漢賦)에 영향을 주었고, 문학사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된다. 주요 작품에는 《어부사(漁父辭)》등이 있다. (두산백과)

"어부사? 들어본 것 같은데."

"어쨌든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곳을 추천해 준 리즈훼이에게 인증샷을 보낸다. 손가락으로 굴원의 조각상을 가리키고 있으니 누구인지 물어보는 줄 알았나 보다.

"屈原, 중국의 단오절은 그를 기념하는 날이에요."

굴원이 멱라수에 투신하여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날인데 중국에서는 이날을 문학의 날로 기린다. 특히 단오날에 댓잎에 싸서 먹는 쫑쯔(粽子)는 굴원을 기리기 위한 음식으로 유래되었는데 쫑쯔를 강물에 던져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했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두산백과)

그냥 여기 왔다 것을 알린 것인데 역사 공부를 시켜준다.

"시에 시에."

공원의 산책로를 천천히 따라가며 고덕지도의 목적지를 징먼시로 설정하고 공원을 빠져나기는 길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공원에는 자전거를 못 가지고 들어가는 것 같고, 대부분 출입구에 기둥들을 촘촘하게 세워두어 들어가기도 힘들다.

공원을 나가려고 보니 출구로 향하는 다리들이 5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서 이어진다. 마침 '한국인이냐'며 관심을 보인 아저씨가 계단을 오르는 것을 도와준다.

그런데 문제는 다리를 건너니 출구 쪽에 기역자 모양의 통제 기둥이 빼곡하게 박혀있어 지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야, 이건 도저히 못 넘어가겠다."

다리 위에서 망설이고 있으니 조금 전의 아저씨가 뒤따라와 무거운 자전거를 함께 들어 올려 간신히 통제 기둥을 넘어온다.

"역시 중국에서는 못하는 것은 있어도 안 되는 것은 없어!"

아침부터 이리저리 어수선한 것이 심상치가 않다.

공원을 나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엉망인 도로를 지나간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힘겹게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 비단길 같은 도로로 겨우 접어든다.

"아휴, 이제 살았네."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신작로는 얼마 가지 못하고 막다른 길로 이어지고 흙길의 외진길로 들어선다.

"고덕양, 네가 그렇지 뭐."

빗방울이 굵어지며 옷들이 젖어든다. 우의를 챙겨 입고 길을 재차 확인하고 출발한다.

갈림길, 다시 한번 지도를 확대해가며 확인하고. 오늘도 고덕지도의 안내를 무시하며 달린다.

G207 국도는 내리는 빗줄기에 조금씩 노면이 젖어들더니 진흙밭으로 변해가고, 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비린 흙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비가 오는 게 나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흙먼지가 날리는 것이 나을까?"

"정말 얘들은 만리장성을 수십 개도 쌓을 수 있을 민족 같다."

어떻게 이런 적재 기술을 습득했을까 싶다.

도로의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움푹 패거나 바닥을 드러낸 도로가 거침없는 중국의 운전자들마저 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좋은 곳을 골라 운행을 하느라 느릿느릿한 거북이 운행들을 한다. 문제는 역주행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에 나에게 달려들지 않을까 온 신경이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다.

"그냥 천천히 가라. 그 길이 그 길이다."

후베이성에는 무덤에 꽂아두는 조화들을 슈퍼에서 흔하게 판매한다. 가계들마다 종류가 다르지만 색들이 화려하고 길쭉하다.

도로는 비로 인해 내려앉은 흙먼지와 도로에 엉겨 붙어 있던 흙들로 세라믹 코팅이 된 듯 반질반질한 진흙밭이다.

끊임없이 지나치는 다양한 종류의 화물차들과 진흙밭으로 파헤쳐진 도로가 이어지는 끔찍한 라이딩이다.

빗방울은 멈췄지만 비바람처럼 차갑고 거친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온다. 화물 차량들이 흩날리는 진흙 먼지들이 온전히 나에게 날아든다.

"지옥이 따로 없구나. 이런 곳에서 매일처럼 어떻게 살까?"

회색분을 뿌려놓은 듯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흙먼지투성이다. 돌아가고 싶을 만큼 모든 것이 끔찍하다.

며칠 전에 사놓은 빵과 아침의 커피로 잠시 쉬어간다.

태극기는 이내 찢어질 듯 휘날리고.

"이건 거의 머드팩 수준인데!"

2시, 찬바람에 못 이겨 뒤늦게 버프를 꺼내 뒤집어쓰고 다시 진흙밭으로 들어간다.

속도가 나질 않아 아직도 가야 할 거리가 60km가 넘게 남아있다.

지옥길을 달리는 나와는 상관없이 들녘의 풍경은 너무나 예쁘다.

조금씩 바람이 잦아드나 싶더니 후드득 빗줄기기 쏟아져 내린다.

아스팔트 길을 달리고 있지만 진흙밭에서 뒹구는 기분이다. 흙먼지로 코팅이 되어 반들반들 윤기가 나며 질척거리는 도로를 달려간다.

고통스러운 길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어쩌면 더 힘들 길과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 길 또한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그 마지막을 향해 무던히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질 것이니 모두 잊으라 말하지만 단지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는 것은 세상에 없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렵다. 남들과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며 포기하는 삶에 익숙해져가는 것이 매일매일이 두렵고 슬프다."

징먼시의 외곽에 들어서며 흙먼지의 도로는 깨끗하게 바뀌어가고, 내리는 비의 양도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늘어간다. 징저우시를 벗어나며 시작된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징먼시의 중심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유난히 한적한 징먼시의 도로는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혼잡스러워진다.

남은 20km의 거리를 1시간에 삭제를 하고.

징먼시내에 들어서 자전거의 속도를 줄인다.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열기가 오른 몸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사거리의 네모난 육교 아래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까이 위치한 숙소를 트립닷컴으로 검색을 하고 예약한다.

5시, 지옥 같은 도로와 궂은 날씨 속에서 힘들었던 하루의 라이딩에 비하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 같다.

"정말 엉망이네!"

"잘 도착했으니 됐다."

반질반질 빛이 나는 대리석 바닥의 주점으로 들어가 여권과 바우처를 제시하니 아주 쉽게 체크인이 된다.

흙탕물이 떨어지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기가 조금은 미안한 주점에 자전거를 방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를 묻자 리셉션 측면의 넓은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두라며 안내를 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어 패니어들을 옮기는데 수월하고, 리셉션 측면의 넓은 공간이라 분실의 위험도 전혀 없어 괜찮지만 깨끗한 주점의 한편에 더러운 자전거를 놓아두려니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든다.

샤워만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퇴근시간이 되었는지 도로 위는 차량들로 가득하다.

속소 맞은편 심플하고 모던해 보이는 작은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융신현에서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모던하게 만들어진 중국음식의 만족스러운 저녁이 생각나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을 선택한 것이다.

"뭔가 모양이 이상하네."

왠지 허전하고 이상한 음식에 메뉴판을 보고 닭다리 하나를 더 주문한다. 개방된 주방에서 젊은 남자는 비닐팩을 뜯고 닭다리 하나를 냄비에 담아 열을 가한다.

"조리 식품이냐? 너에게는 백선생이 필요하겠다."

허기를 채운 것만으로 만족하고 숙소로 돌아와 젖은 옷들을 세탁한다. 입구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붙박이 난방기에 요령껏 세탁물들을 걸어놓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





경비내역
식비:45위안 / 식료품:17.5위안 / 숙박:15,364원 / 합계:62.5위안, 15,364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2일 / 맑음 ・ 18도
푸싱창전-궁안현-징저우시
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에 일찍 잠이 깨었다. 오늘은 장강을 넘어 징저우시로 향한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5,710Km
이동시간
5시간 35분
누적시간
403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푸싱창전
 
궁안현
 
징저우시
 
 
2,92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재잘거리는 새소리는 낡고 허름한 숙소의 아침을 즐겁게 해준다.

어젯밤부터 먹통이 된 핸드폰은 재부팅 해봐도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설마 데이터 끊긴 거야?"

와이파이가 부실한 중국의 숙소에서 데이터로 자료를 업롣하다 보니 2G의 용량이 금세 떨어졌나 보다. 징저우시까지 꼼짝없이 통신 두절인가 보다.

짐들을 챙겨 1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방에서는 잡히지 않던 와이파이가 만땅의 안테나를 반짝거린다. 혹시나 하고 연결을 해보니 어제 작성해둔 자료가 느리지만 끊김 없이 무난하게 업로드된다.

"아줌마, 혼자서만 빵빵한 와이파이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

어제 수신되지 못한 카톡 메시지가 줄줄이 알람을 울리고, 심박스에 카톡으로 데이터 충전을 요청하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상담자가 응답을 한다.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으니 9시 30분쯤 충전되는 것으로 알게요."

숙소의 와이파이로 고덕지도의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고 징저우시로 향한다.

징저우시까지는 87km 정도의 거리, 도착하는 시간을 봐서 다른 목적지로 향할지 아니면 징저우시에서 머무를 것인지를 결정할 생각이다.

아침에 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이게 뭐라고."

후난성을 지나 후베이성에 들어서며 지긋했던 비구름을 벗어난듯싶다.

내리막길에 갈림길을 만나고, 어디를 봐도 양쪽 모두 좋은 도로처럼 보이지는 않고, 고덕지도를 확인하고 차들이 진입하는 왼쪽을 선택한다.


데이터가 끊겨도 내비게이션이 이미 실행된 고덕지도는 경로 안내를 정상적으로 실행된다. 핸드폰에 내장된 GPS 데이터는 네트워크와 무관하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내비게이션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은 처음 알게된다. 초기 경로가 설정되면 네트워크와 상관없이 설정 경로와 GPS 정보만으로 안내가 실행되는가 보다.

들어선 길은 최근에 만들어졌는지 시멘트 포장도로임에도 노면의 상태가 고르고 좋다. 한가롭게 아침의 정취를 느끼며 달리다 문득 주위가 너무 조용하고 좋다는 생각에 불안감과 어색함이 찾아든다.

"이 쾌적한 도로에 화물차들이 왜 안 다니지? 중량 제한이 있는 도로인가? 다른 지름길 도로가 따로 있나?"

자전거를 세우고 고덕지도를 확인하니 현재의 위치는 G207 국도를 벗어나 논바닥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뭐지? 딱히 중간에 빠지는 길이 없었고, 고덕양도 조용했는데."

고덕지도를 최대로 확대하니 길은 크게 커브를 그리며 외곽을 돌아오는 G207 국도와 머지않아 다시 만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생각도 못한 지름길을, 그것도 굉장히 좋은 조용한 길을 달리고 있는 거야? 횡재했네!"

새로 만들어진 도로라 사람들도 아직은 잘 모르는 길이지 싶다.

"그런데 고덕양! 너 일 안 하냐?"

잠시 후 길은 G207 국도와 다시 만나고, 어제의 목적지였던 장주앙푸진에 들어선다. 길이 편안하니 10km 정도의 거리는 쉽게 느껴진다.

장주앙푸진에서부터 쓸데없이 예쁜 계화수 가로수길이 길게 직선으로 난핑전까지 이어진다.

난핑전에 들어서며 작은 강의 뚝방길로 안내를 하는 고덕양 때문에 잠시 길을 헤매고, 매정하게 고덕양의 안내를 무시하고 G207 국도를 따라간다.

"너, 자꾸 이러면 꺼버린다."

대나무 바구니를 양쪽에 달아 놓으니 내 자전거와 비슷한 모양새다.

"원조네."

새로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드느라 도로가 막혀있어 앞서가는 차량들과 오토바이를 따라 임시도로로 다리를 건넌다.

"고덕양! 설마 공사 중인 것을 알고 미리 뚝방길로 안내한 거야? 근데 뚝방길도 공사 중이라 완전 흙길이다야."

궁안현까지 거리가 있어 간단하게 배를 채우는 게 좋겠다 싶어 도로변 식당으로 들어간다.

7위안 면을 주문하고.

가게 안쪽에 들어가 무말랭이와 시래기볶음을 밑반찬으로 조금 담아온다. 이제는 식당에서 말없이도 밑반찬들을 꺼내 먹는다.

밑반찬을 담아 나오며 계란 후라이(2위안)도 하나 얻어달라 주문하니 바로 국수면이 나온다.

아직도 중국의 향신료 중에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있는데, 청국장 냄새가 싫어도 맛있게 밥을 비벼 먹는 것처럼 먹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밥을 먹으며 핸드폰의 유심충전을 확인하니 데이터 연결이 되어있다.

식사 중에 식당으로 연탄 배달이 온다. 불을 쓰는 곳은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데 일반 면을 하는 곳은 연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우리의 연탄보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다.

허기를 채우고 60km가 남아있는 징저우로 향한다.

잠시 후 공사 중으로 도로가 막혀있지만 다행히 흙길이지만 옆쪽에 이동 통로가 있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공사구간의 측면은 바로 막혀있고, 주변을 둘러본 후 사람들이 들어가는 골목길을 따라 잠시 우회한 후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하늘은 맑은데 보이는 모든 주변이 뿌옇다. 흙먼지인지 아니면 미세먼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맑아 보이는 하늘과 달리 지표면의 풍경은 그저 뿌옇기만 하다.

"중국 사람들은 고등어구이 안 먹던데, 미세먼지가 장난 아니네."


이번 길은 가로수의 종류를 달리해서 쓸데없이 예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중국의 도로에에서 계화수 외에 가끔 보이던 가로수인데, 메콰세타이아처럼 보이는데 잘 모르겠다.

"어찌 이리도 회색분을 일정한 높이로 잘도 칠해놨을까."

도로의 가로수 밑부분에 칠해진 백색분을 보면 마치 붓을 들고 도로를 지나간 것처럼 일정한 높이로 칠해져 있는 것이 신기하다.

잠시 쉬어갈 겸 도로 건너편 목줄에 묶인 요크셔가 날카롭게 짖어대는 슈퍼로 들어간다.


"너 정도는 가서롭다야."

슈퍼 여자에게 궁금했던 가로수의 이름을 물어보기 위해 도로변의 가로수를 가리키며 물어보니 앞에 있는 마을의 이름을 발음하며 핸드폰에 어렵게 글자를 쓴다.

"齐心村, 치씬촌."

"별 어렵지도 않은 걸 힘들게 적냐! 아니 그게 아니고 나거 수밍?"

잘 모르는지 이상한 발음만 하고 번역기에 나무 이름을 안 써준다.

이번에는 중국의 묘에 꽂아놓는 조화의 이름을 불어보니 '칭밍비아오즈'라고 발음을 하는데 발음이 안 좋은지 오번역이 된다.

"清明饺子."

"청명만두? 이거 아니잖아. 여기에 써줘봐."

핸드폰에 써달라 부탁을 하는데 '칭밍바오즈'와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너, 설마 못 쓰는 거야?"

"너 어릴 때 엄청 놀았구나."

슈퍼의 여자와 잠시 중국어 때문에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루함을 달래보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중국은 이상한 곳에 묘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어."

집 주변이나 논과 하천 사이이의 뚝방길에 만들어 놓은 묘들은 알록발록 꽂혀있는 조화들 만큼이나 이상하고 신기하다.


멋진 메타세콰이아길은 궁안현에 이르기까지 수십 킬로미터 직선으로 이어진다.

"줄기가 다른데. 나무 이름이 뭘까?"

궁안현 초입에 사탕수수를 파는 노점을 지나친다. 중국에 처음 와서 사람들이 끌고다니는 길쭉한 진보라색의 식물이 죽순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사탕수수인 것 같다.

사탕수수를 확인하고 싶어 노점으로 다가가니 잘게 썰어 큰 봉지 안에 넣은 것을 모두 사라고 한다. 사서 맛이라도 보고 싶지만 양이 너무 많다.

"한 개만 주지. 정말 궁금한데."

궁안현에 들어서니 도로 바닥이 젖어있다. 비가 내린 것은 아니고 이렇게 도로에 물을 뿌려놓지 않으면 온세상이 온통 흙먼지일 것이다. 물을 뿌려놓은 도로에서 진하고 역한 흙냄새가 올라온다.

"왜? 왜들 이러는 거야?"

도로를 막고 작은 화물차에 고장 난 오토바이들을 올려 쌓고 있고, 뒤쪽의 삼륜 오토바이도 고장이 난 것인지 화물차에 묶여있다.

궁안현을 지나 목적지 징저우로 향한다. 남은 거리 30km, 3시 전에는 넉넉하게 징저우에 도착할 것 같다.

어제 처음 보았던 짐을 싣는 부분이 앞에 있는 자전거를 다시 본다.

궁안현을 벗어나 잠시 쉬고 있는 사이 길 건너편으로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데 전혀 반응들이 없고 한 사람만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중국 사람들인가? 한국 사람들인가? 어쨌든 되게 인심 없네!"

이번에는 처음 보는 가로수다. 은행나무처럼 생겼는데 낙엽의 잎이 넓고, 새싹이 돋는지 손가락만 한 무언가가 매달려 있다.

불규칙하게 뻗어있는 나무 가지들의 잎이 돋아나면 정말 예쁠 것 같다.

이곳은 보리농사를 하는지 푸른 싹들이 싱그럽게 자라나 있다.

"보리는 먹나? 밀밭이네!"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고 승용차 한 대가 도로변에 전복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도로에서 추돌이 아닌 전복 사고가 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징저우시를 10km 남기고 쓸데없는 셀카질을 하며 쉬어간다.


"선미가 웃으라고 했는데 잘 안되네."

징저우시에서 보낼 숙소를 트립닷컴으로 검색하고, 장강을 건너 시내 중심에 이르기 전의 주점을 선택하고 출발한다.

주점으로 가는 경로를 설정하니 장강 부근에 배 모양의 아이콘이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 징저우시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배로 장강을 건너는가 싶다. 상하이 황푸강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거나 이상하지 않다.

장강을 건너기 전 구도시처럼 보이는 오래된 시장 골목을 지나고 좁은 골목들을 차례로 지나간다.

"고덕양! 설마. 마지막에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지?"

강의 뚝방길을 오르더니 낡은 건물의 출입구로 안내하고, 차량들과 오토바이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선착장의 입구인 것 같다.

매표소에서 가격을 물어보니 어린 여직원이 외국인인 것을 알고 굉장히 부끄러워한다.

"3콰이."

금액을 재차 확인하는데도 얼굴까지 빨갛게 변하여 웃으면서 앞쪽에 있는 매표소에 돈을 내라고 알려준다.

차단기가 내려진 다음 매표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는 입장권을 받은 뒤 바로 찢어서 바닥에 버린다. 3위안을 건네주고 차단기를 통과한다.

선착장으로 내려가 차량들이 탑승하는 곳으로 자전거를 싣고.

10분 정도 배를 타고 장강을 건넌다.

내츄얼한 모습의 장강. 복잡함이 없이 확 트인 풍경이 청량감을 안겨준다.

오래된 아파트들을 지나.

도착한 징저우시의 숙소는 13,000원의 숙박료가 어색할 만큼 깨끗하고 친절하다.

샤워를 마치고 물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가다 잠시 리셉션 앞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있으니 어린 여직원이 사탕수수를 건네준다.

"甘蔗, 간져!"

아무래도 오늘 이것을 끝내 먹어볼 팔자였나 보다.


씹으면 단물이 조금 나오고 뱉어내야 할 찌꺼기가 남는 것이 귀찮은데도 이상하게 입이 간다. 자극적이지 않은 순수한 맛의 유혹 또는 추억의 향수다.

물과 콜라를 사고 

궁금증을 풀어준 어린 직원에게 비스켓을 사서 건네주니 '노노노'하며 손사래를 친다. 웃으면서 프런트에 올려놓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7시가 넘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간다. 오후부터 장사를 준비하던 식당 사람들의 내공이 있는 포스가 느껴지더니 밖에 나오자 거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만다.


"뭐야? 이 도깨비시장 같은 모습은."

숙소의 오른쪽은 양고기고 왼쪽은 훠궈다. 그리고 주변 곳곳에서 각기 다른 메뉴들을 판매하고 있다.

"아, 양고기! 훠궈! 이름 모를 음식들의 맛깔나는 모양과 냄새들."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숙소의 리셉션으로 다가가 여직원에게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물어본다.

"어떤 것을 먹고 싶어?"

"당연히 아무거나!"

여직원은 양고기와 훠궈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네가 선택하면 내가 데려가 줄게."

"..."

불치의 결정 장애자처럼 몸부림을 치다 훠궈를 선택하니 8시에 퇴근이라며 그때 가자고 한다.

아주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30분이 지나고 여직원이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른 것을 먹으러 갈 거야."

"좋아! 취!"

숙소 우측 양고기 집으로 가서, 여직원은 나에게 테이블에 앉으라고 한다. 양고기 메뉴를 주문해 주는가 싶어 어린아이처럼 설레어하며 기다린다.

"양꼬치 냄새 죽이네!"

조금 후에 여직원은 양꼬치 5개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온다.

"디져트!"

"디져트? 뭘 먹지도 않았는데."

여직원은 양꼬치 5개를 가져온 후 자기네 집 근처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한다. 아마도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집 근처에 있나 보다.

"하오!"

어린 여직원은 23살의 리즈훼이(李子慧). 징저우시가 고향이라는 상냥하고 똑똑한 친구다.

핸드폰으로 '호칭?'이라는 글자를 보여주더니 한국어로 물어본다.

"오빠?, 아저씨?"

"오빠! 난 결혼 안했으니까 오빠야!"

리즈훼이가 사 온 매콤한 맛이 감도는 양꼬치는 정말 맛이 일품이다. 한국에서 먹던 것과 차원이 많이 다르다.

리즈훼이가 핸드폰을 양꼬치 값을 계산하더니 가자고 한다.

리즈훼이는 두 번째로 만두집에 들어가더니 만두 두 개를 사고.

세 번째로 음료를 파는 곳에서 얀샤라는 생과일주스를 사서 건네주고 음식점이 조금 멀다며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만두는 따듯할 때 먹어야 맛있어."

리즈훼이를 따라 징저우 시내를 걷는 동안 나에게 만두를 먹으라고 한다.

"나 먹으라고 산 거야?"

시내를 구경하듯 걷고 리즈훼이 집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뭔가를 주문하고 또 계산을 하려 길래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막는다.

"노노노노."

식당의 젊은 남자에게 9위안을 내고 기다리니 붉은 국물에 면이 한 그릇 나온다.

"넌 안 먹어?"

"살 빼는 중이야!"

"하하하, 다이어트?"

국물이 매콤한 면요리다. 맵다고 하니 사온 음료수를 먹으라며 여름철에 이곳 사람들이 자주 먹는 주스라고 한다.

달달한 맛이 부드러운 생과일주스다.

면을 다 먹고 나니 다른 것을 더 먹겠냐며 리즈훼이가 묻길래 배를 튕기며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럼 강가로 산책을 갈 거야? 쉴 거야?"

"장지앙!"

"좋아, 10분만 기다려. 강아지를 데려가야 해."

강아지 '콜라'를 데리고 10분 후쯤 돌아온 리즈훼이가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나를 부른다.

"오빠!"

한국에서도 좀처럼 듣기 힘든 소리를 중국에서 난데없는 중국에서 자주 듣고 있다.

넓은 광장과 공원을 지나 장강변으로 걸어간다. 넓고 큰 광장에는 몇몇 어린아이들이 보드를 타거나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뿐이다.

조명이 많지 않아 많이 어두운 장강변의 계단에 앉아 장강과 징저우시에 있는 명소들의 설명을 듣는다. 장강의 야경은 그냥 어둡고, 헤드 랜턴을 켜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을 뿐이다.

"여름에는 이곳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

"어두운 곳에서 무엇을 하는데?"

"여름에는 수위가 높아져 여기에서 수영을 하거나 다이빙을 한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수영을 한다고?"

리즈훼이는 빙긋이 웃는다.

강변에서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이 천녀유혼의 주제가를 부른다. 그 음을 따라 하니 리즈훼이는 어떻게 아냐는 듯 반색을 하며 '장꾸오롱'이라며 말한다.

"응, 장국영. 그를 정말 좋아해. 4월 1일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죽어버렸어."

"나는 췐쯔씨엔을 좋아해!"

내가 누군지 못 알아듣자 바이두로 인물 검색을 하여 보여준다.

"아, 전지현!"

"민쭌씨, 어똫게~ 오빠!"

"하하하, 한국 드라마 보는구나."

그렇게 한참을 강변에 앉아 대화를 하고, 여행하며 위챗으로 세계를 보여주겠다고 하니 '땅큐'라 한다.

"짜요!"

10시가 넘어 리즈훼이의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것을 길을 모른다는 약점을 잡고 리즈훼이는 숙소로 안내한다. 리즈훼이는 숙소 앞에서 공공 자전거를 타고 콜라와 함께 돌아간다.

현재의 시간에서 멀리 떨어진 것처럼 자유롭고 아련한 느낌이 찾아드는 조용한 강변의 시간이었다. 

"그때가 언제쯤이었을까, 열 아홉? 스물? 어쨌든 술과 담배를 시작하기 전이였던 것 같은데."

보잘것없는 바람들과 중요치도 않은 사소한 이야기들이지만 나에 대해 정성을 들여 누군가에게 말했던 시간들이 아련하게 스쳐간다. 

"말하고 싶었구나. 들어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구나."




경비내역
식비:18위안 / 식료품:11.5위안 / 교통비:3위안 / 숙소:12,943원 / 합계:23.5위안, 12,943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1일 / 맑음 ・ 20도
츠리현-스먼현-리현-푸싱창전
징저우시까지 경로를 잡기가 힘들다. 애매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현들과 정체모를 길들. "오늘은 그냥 달리자."


이동거리
108Km
누적거리
5,620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397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츠리현
 
리현
 
푸싱창전
 
 
2,83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츠리현을 벗어나 징저우시까지 가면 중국 남부의 산악지형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이틀째 하늘이 맑다. 맑다기보다는 그냥 비는 안 내리고 있다. 비가 안 내리니 겨울 시즌 중국의 공기가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구름을 드디어 벗어난 것일까."

징저우시까지 가기 위해 중간지점을 고민하다 난핑전까지 135km를 선택한다. 일몰 시간이 길어졌으니 부지런히 달리면 7시 정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지 안에 받쳐 입었던 이너웨어를 벗어버리니 한결 홀가분하다.

츠리현을 벗어나기 전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천천히 상점들을 주시하며 도로를 따라간다.

자이언트 자전거 매장이 보인다. 빗속 라이딩에 자갈들이 붙어 마모되버린 풀리를 교체하기 위해 매장으로 들어가본다.

"중국에서 자전거 샵 찾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매장에 구비된 풀리는 없다. 아쉬워하며 샵을 나가려하니 정비사 아저씨가 고장 난 드레일러에서 풀리를 분해해 주겠다고 한다.

"OK!"

닌자의 표창이 돼버린 풀리.

교체된 풀리는 트러블 없이 잘 돌아가고, 가이드 풀리를 가리키자 아저씨는 마저 고장 난 드레일러에서 남은 풀리를 분해한다.

가이드 풀리는 드레일러 안쪽에 고정 나사가 있어서 풀리를 교체하려는 아저씨에게 나중에 내가 하겠다 말하고 풀리만 받아 공구함에 넣어둔다.

교체 후 가격을 물으니 그냥 가라고 한다. 함께 사진을 찍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자이언트 샵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식당으로 들어가 만두와 면을 주문하고.

만두는 5위안.

면은 6위안.

다른 집과 조금 차이가 있다면 면발이 우리의 잔치국수와 같은 느낌이다.

술도 안 마시는데 해장을 하는 듯 시원한 국물을 들이킨다.

오랜만에 체인에 윤활오일을 발라준다. 습식오일이 반 정도 남았는지 가벼워진 느낌이다.

"습식오일을 이렇게 빨리 쓸 줄이야."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골재공장을 지나고 도로에 뿌려놓은 물들로 인해 자전거와 신발 그리고 바지는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만다.

"비가 오나 안 오나 참 다양한 방법으로 흙물을 묻히는구나."

오늘 지나가야 할 높은 산들이 숨 막히게 펼쳐지고 업다운이 이어진다. 어제의 생각지 못한 670미터의 고개를 넘느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페달링의 움직임이 힘들고 무디다.

지친 탓인지 오늘따라 차들의 크락션 소리가 더욱 짜증스럽게 귀에 꽂힌다. 정말 중국의 크락션 소리는 진절머리가 난다.

가령 이렇다. 약간의 회전을 하는 도로에서 화물차를 승용차가 추월을 하는 상황이고, 화물차의 앞에는 오토바이가 가고 있고 승용차의 뒤에는 버스가 뒤따르고 있다.

화물차,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승용차,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화물차를 추월한다고 빵!

버스,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자기도 추월한다고 빵! 승용차도 비키라고 빵!

화물차, 추월한 승용차와 버스를 향해 빵빵!

그 장면을 보며 달려오는 건너편 차량들은 계속해서 빵빵빵빵빵빵빵빵!

이런 장면이 도로변에서 하루 종일 수없이 벌어지니 크락션 소리에 노이로제가 안 걸릴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운전을 배울 때 크락션 신호 같은 것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연습과정이 따로 있나 싶을 지경이다.

"계절이 바뀌나 보다. 여행을 하며 몇 번의 계절을 넘기게 될까?"

힘겹게 오르는 산골 마을의 귤 나무들이 무슨 이유인지 모두 말라서 고사되어 있다.

온 마을의 귤 밭들이 누렇게 변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른 작물들의 색이 짙푸른 것을 보니 어떤 병충해가 든 모양이다.

무거운 페달링을 이겨가며 겨우 스먼현에 도착한다. 세 시간이 넘도록 겨우 40km 밖에 오질 못했다. 남은 거리 95km.

잠시 공원 앞 벤치에 앉아 쉬어간다.

"사람들이 모이면 언제나 카드게임을 하는구나."

"조금 뿌옇지만 하늘은 좋네."

목적지를 30km 정도 줄여 장주앙푸진으로 변경한다. 오전의 라이딩의 속도로 난핑전까지는 무리다.

고덕지도를 다시 세팅을 하니 40km 거리의 리현까지 작은 국도로 이동하는 길을 알려주고, 그 길로 연이어 화물 트럭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들어가고 있다.

"안돼, 이제 산길은 지겹고 힘들어서 못 가겠다."

도덕지도를 무시한 채 스먼현의 넓은 시내길을 따라간다. 자꾸만 유턴을 해서 돌아가라는 고덕양의 안내를 꺼버린다.

평탄하고 넓은 시내길을 따라 천천히 피로가 쌓인 근육을 풀며 페달링을 한다. 사거리의 신호등들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산길보다는 편안하다.

시내길은 한적한 도로로 이어지고, 오랜만에 만나는 넓은 직선로가 이어진다.


"아, 살 것 같다. 이 편한 길을 놔두고."

우선, 개가 없어서 좋았고 크락션 소리가 조금 줄어들어서 좋다.

아침을 먹고 점심을 건너 뛰었는데 배는 고프지 않다. 신물이 나서 입맛이 없는 건지.

슈퍼에서 콜라와 빵을 샀지만 시원한 물만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장주앙푸진까지의 길은 정말 심플한다. 길게 이어진 직선 그리고 좌회전 후 직직. 단지 직선의 길이가 심상치 않게 길다는 게 문제일 뿐.

다시 켜진 고덕지도는 작은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동네길로 길을 안내한다. 미덥지 않지만 스먼현에서 어플을 꺼버린 것이 미안해서 한 번 따라가 주기로 한다.

엄청나게 긴 직선의 마을길, 조금은 덜거덕거리지만 차소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노란 배추꽃과 새소리 그리고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달리는 것이 아주 좋다.

무려 한 시간을 직진하던 마을길은 다시 큰 도로로 이어지고.

도로에 진입하여 잠시 쉬어간다.

슈퍼 앞에 놓인 장기판, 장기짝들이 두껍고 크다.

우리 장기짝들은 졸(卒)과 사(士)가 아주 작은데 크기가 다 똑같다.

다시 봐도 저 무거운 것을 변속기도 없이, 변변한 브레이크도 없이 어떻게 끌고 다닐까 싶다.

오늘은 짐을 싣는 것이 앞에 달린 자전거와 외발 나무수레를 처음으로 본다. 외발 나무수레는 어깨에 줄을 매고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밀고 간다.

신기하게 쳐다보다 사진을 찍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이번에는 도로포장이 된 직선 도로를 한없이 달려 리현에 도착한다. 직선의 의미를 중국의 도로가 알려준다.

리현의 외곽을 조금 지나 좌회전 후 G207 국도를 타고 이동한다. 다른 지역과는 다른 이색적인 느낌이다.

'2014.07.28'의 숫자가 바닥에 적혀있는 시멘트 도로는 상태가 좋지 않다.

중간중간 길이 파이고 골재들이 드러난 부분들이 많아 꽤 힘들다.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아니면 평지인지 모를 이상하고 지루한 도로를 달리다 그저 평범한 도로가 이색적으로 느껴진 이유를 깨닫는다.

"산들이 없다! 배경이 전혀 보이질 않네."

한 시간 가까이 달리며 주변을 보아도 산의 실루엣은커녕 흔한 동네의 뒷산도 눈에 보이질 않는다.

마치 뿌연 하늘색 레이어 위에 배경을 패스로 따낸 뒤 지워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이 동네 사람 중에는 바다는커녕 산조차도 못 본 사람이 있겠네."

스먼현부터 이어지던 직선로와 리현의 배경 없는 풍경에 지금 얼마큼이나 넓은 평야지대를 지나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5시 30분, 해가 들어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하고 2시간 가까이 길을 이어가다 길을 건너 그늘진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장주앙푸진까지 10km만이 남아있고 6시면 도착할 것 같다.

"지친다. 여기까지만 탈까."

장주앙푸진의 숙소를 검색하다 이곳과 별반 차이가 없을 환경이라 생각되고, 이미 108km 정도를 달려온 상태다.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마을,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주점에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60위안이고 한다.

시골 마을에 60위안, 이젠 가격만 들어도 사이즈 딱 나온다.

자전거를 식당 한편에 세워두고 여권이 필요한지 물어본다.

"신분증 요부요?"

아주머니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더니 메뉴판을 건네준다.

"아니, 씬펀쩡!"

그런 게 왜 필요하냐는 듯 시크하게 웃는 아주머니다.

"그럼, 밥 줘! 배고파!"

돼지고기 사진을 보여주니 20위안 달라고 한다.

그동안 궁금했던 요놈의 이름을 물어본다.

"요우즈, 柚子"

자몽이란다. 순간 자몽도 모르는 싱거운 놈이 되고 만다.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온 돼지고기. 

"뭔가 푸른 것들이 많이 부족한데 고기니까 그냥 패쓰."

세 공기쯤 밥을 비우고 있으니 길 건너편에서 음악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춘다.

"뭐야, 국민체조야?"

10명 정도 시작했는데 이내 20명이 넘게 도로변에 모여 경쾌한 스텝과 손동작들을 한다.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춤추는 동작으로 춤의 이름을 물어본다.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던 아주머니가 별 이상한 놈을 다 본다는 듯 대답을 한다.

"티아오우, 跳舞"

그냥 춤추기. 이번에는 춤추는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됐다.

"알았어, 그냥 드라마 봐."

필요한 짐을 챙기고 방을 안내해 주라 하니 키를 안 주고 따라오라 한다.

"근데, 아줌마는 춤 안 춰?"

춤추는 동작을 따라 하며 물어보니 손사래를 치며 저런 걸 뭐 하려 하냐는 듯 웃으며 큰소리로 떠든다.

"몸치구나!"

역시나 안내받은 방은 예상했던 딱 그 사이즈다. 아마도 화물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숙소 같다.

"60위안도 비싼데, 오늘 뽑기 실패!"

졸졸졸 새어 나오는 물에 겨우 샤워를 하고.

와이파이 비번을 물어 접속했더니 가장 작은 딱 한 칸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숙소를 들어올 때 가격과 함께 와이파이가 있냐며 물으니 그렇게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 명쾌하게 대답한 아주머니였는데 낚였나 보다.

"아무렴 어때, 일찍 자고 내일 다시 달려야지."



경비내역
식비:31위안 / 식료품:17위안 / 숙소:60위안 / 합계:108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0일 / 맑음 ・ 14도
장가계-원가계-츠리현
많은 절경들을 품고있는 장가계, 원가계를 마저 구경할까 고민하다 그냥 베이징으로 가기로 한다. "킵 해둘께."


이동거리
116Km
누적거리
5,511Km
이동시간
8시간 09분
누적시간
389시간

 
S306도로
 
S306도로
 
 
 
 
 
 
 
40Km / 2시간 40분
 
66Km / 5시간 29분
 
장가계
 
원가계
 
츠리현
 
 
2,72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까지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하루를 더 머물며 장가계를 둘러 볼까 아니면그냥 베이징으로 향할까."




경비내역
식비:37위안 / 식료품:3위안 / 숙소:80위안 / 합계:120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9일 / 비 ・ 9도
장가계 천문산 트레킹
하루의 휴식, 관광할 명소가 많은 장가계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과 어려움. 원가계와 천문산 중 천문산을 트레킹하기로 결정한다.


이동거리
38Km
누적거리
5,395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381시간

 
천문산
 
천문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장가계
 
장가계
 
장가계
 
 
2,61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장지아제에서 보내는 하루의 휴식,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난다. 비만 내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무심히도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빈관의 남자에게 천문산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숙소를 나선다.

숙소 앞 노점에서 음식을 파는 젊은 여자가 '할로우' 인사를 하고 흰 죽을 가리킨다.

"갔다 와서 먹을게요!"

천문산 관광 서비스센터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다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천문산 트레킹 소요 시간이 생각나 발걸음을 돌린다.

흰죽과 만두를 시킨다. 죽 3위안, 만두 8위안.

가지런히 놓인 밑반찬을 찍고 있으니 흰죽이 바로 나오고.

연이어 찐만두가 나온다.

"빨라서 좋네."

만두 하나를 집어먹으니 역시 맛이 좋다. 밀가루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중국 찐만두를 조금씩 먹다 보니 익숙해져 간다.

만두를 찍어 먹으라며 색깔 고운 소스는 보기와 달리 매콤한 맛이 난다. 꽤 매력적인 소스다.

밑반찬 통에 들어있는 잘게 썬 무김치를 흰죽에 올려먹고 있으니 감사하게도 깍두기 같은 김치를 따로 내어준다. 맛이 우리의 김치와 비슷하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길 건너 관광센터로 들어간다.

입구 측면에 자동티켓 발매기가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광 상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몰라 패쓰하고.

우선 관광센터를 둘러보기로 한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우편서비스를 하고 있다.

"둥이가 엽서 보내라고 했는데, 저게 가기는 하는 거야?"

심심한 의문과 함께 그냥 지나치고, 간의 칸막이로 막아놓은 매표소를 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다.

관광센터의 오른쪽 측면에 천문산 매표소가 있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단체 관람을 하기 때문에 매표소가 조금은 한가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한가한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싶다.

관광지가 많으니 늘 요금표가 복잡하다. 대충은 알겠는데 어렵기는 매한가지고.

"일단 현금부터 찾자!"

입장료를 보니 대략 300~400위안 정도 필요한 것 같다. 주변에 은행을 검색하니 모두 관광센터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도 큰데 ATM 기계라도 몇 대 설치해 놓지."

대부분 현금보다 큐얼 코드로 결제들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관광센터 부근의 장가계 지역 상업은행의 자동화 센터에 걸어가 현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패스워드 입력 오류가 난다.

세 번째 시도를 한 뒤 포기를 하고 1km 거리에 있는 중국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비도 오는데, 여러 가지 힘들게 한다."

중국어 서비스만 되는 ATM 기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눈치껏 현금을 찾고, 오늘 사용할 400위안만을 따로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매표소는 이전보다 더 한가해졌다. 복잡한 상황에서 판매원과 불통의 대화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일이 없어져서 다행이다 싶다.

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Shēnfèn zhèng, 身分證"

중국에서는 신분증을 신분증나 ID로 많이 부른다. OYO 주점에서 프런트 여직원이 신분증을 어설프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발음을 하기에 한국 관광객이 많아 자연스레 배웠나 생각했었는데 중국어 발음이 우리랑 비슷한 것뿐이었나 보다.

여권을 내어주니 아무런 말 없이 책상에서 안내판을 하나 꺼내어 보여주며 'A, B, C' 한다.

A. 케이블카로 올라간 뒤 그린 버스로 내려온다.

B. 그린 버스로 올라간 뒤 케이블카로 내려온다

C. 그린 버스로 올라가고 내려온다.

"타입 A!"

이번에도 아무런 말 없이 계산기에 258를 적어 보여준다.

"뭔가 무성의한데 굉장히 편하고 좋다."

번역기를 들이밀며 어렵사리 입장권을 사겠지 싶었는데 너무 쉽게 끝나버린다.

케이블카와 그린 버스 이용료가 183위안, 입장료가 75위안 해서 258위안이다.

표를 끊고 천문산의 안내 지도를 확인한다. 케이블카가 닿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구경을 하고 천문동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

천문동 광장으로 내려가는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산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나?"

관광센터의 좌측으로 케이블카의 입구가 있다. 한무리의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가이드를 기다리는 것 같다.

검문대를 지나가는데 경고음이 울려 멈칫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입구 양쪽에 라이터 수거함이 있고 많은 라이터들이 담겨있다. 당연스럽지만 조금 의아하다.

중국 사람들의 독특하고 집요한 담배 문화를 계속 보아왔는데 그들이 아무리 보호가 필요한 명산일지라도 담배를 포기할까 싶다.

"아마도 저 라이터들의 주인은 한국 사람이거나 비중국인들의 것일 거야! 아니면 계도를 위한 샘플이거나."

미로처럼 이어진 라인 안내선을 무시하고 다이렉트로 지나간다.

"비가 오지만 이게 무슨 행운이야? 조용히 천문산을 트레킹 할 수 있는 거야?"

개찰구에도 관광객들이 없어 별일이다 싶어진다.

개찰구에서 한 번 더 신분증을 확인한다.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보며 확인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난을 대비하는 것인지 그냥 형식적인 절차인지 알 수가 없다.

케이블카의 탑승구로 가니 관광객들이 조금 보인다. 중국에서 이 정도면 사람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얄팍하게 구색만 갖춘 안내 팜플렛도 꺼내들고.

8명이 정원인 케이블카에 탑승한다. 마지막으로 탑승했는데 운 좋게도 사이드 자리에 앉는다.

"아니, 운이 나쁜 건가?"

한국에서 타본 적도 없는 케이블카를 중국에서, 그것도 엄청 길고 높게 올라가는 것을 두 번이나 타본다.

모두의 얼굴에 나타나는 기대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고.

빠르게 케이블카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가 와서 너무나 아쉽다."

"비가 와서 다행인가?"

조금씩 안개구름 사이로 천문산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드러내고.

케이블카의 흔들림에 어지럽고 긴장되지만 시선은 자꾸만 밖을 향한다.

케이블카는 중간 지점을 지나친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천문산의 관경에 사람들의 들뜬 동요가 일어나고.

어지럽게 계속 올라가는 케이블카.

하늘 높이 치솟은 기묘한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봉우리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타난다.

핸드폰을 하며 애써 무서움을 참더니 정상으로 향하는 도중 마음을 들켜버린 아주머니다.

하늘을 뚫고 올라온 듯 20분이 조금 넘어 케이블카는 천문산 정상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로 1,400미터 이상을 올라오다니."

케이블카에서 내려 사람들로 붐비는 승강장 밖으로 나간다.

내리던 비는 눈으로 변하여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나올 때 내 옷차림을 보고 더 따듯하게 입고 가라며 알려준 숙소의 남자가 고맙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승강장 앞 전망대로 올라간다. 하늘 위로 연이어 올라오는 케이블카의 모습 뒤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이 자연스레 탄성을 터트리게 만든다.

난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쫄고 있다.

"단지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대 겁먹은 거 아냐!"

그런데 표정이 영 이상하다.

가이드를 따라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린 후 서쪽 라인으로 트레킹 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간다.

한 걸음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며 펼쳐지는 아름답고 경외스러운 풍경들이 연속된다.

"아~!"

절벽 위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시선은 아래의 풍경 속에 빠져있는데 발걸음은 자꾸만 왼쪽으로 기울어져 걷게 된다.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벽으로 이어진 산책로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궁금증이 생겨 사람들을 따라가니 서쪽 라인의 유리바닥이다.

줄을 따라 유리 바닥의 입구에 왔는데 사람들이 뭔가를 들고 있다.

"입장료가 따로 있나 보네."

기다린 보람도 없이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뒤돌아와 유리바닥의 입장권을 구매한다.

"여러 가지로 돈을 번다. 그래도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네."

단체로 표를 사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린다. 황산에서도 그랬지만 줄을 서면 더 빠를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무질서해진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 때 이런 시스템으로 어떻게 감당을 하나."

엄청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유리 바닥이 튼튼한지 불안감이 몰려든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어. 튼튼하겠지?"

5위안짜리 유리바닥 입장권을 사들고 다시 대기줄에 서서.

"엄청난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텐데, 엄청난..."

입장을 하니 빨간 덧신이 있고.

야무지게 착용하고.

사람들을 따라 유리바닥을 걷기 위해 걸어간다.

"아놔, 비가 와서 다행이네."

유리면을 밟지 못하고 벽에 붙어 길을 막고 서있는 여자들을 피해 가며 '워워'하며 놀려준다.

그런데 내 발걸음은 왜 빨라지는 것일까. 축지법을 터득했는지 금세 유리바닥이 끝나버리고 만다.

빨간 덧신은 반납하고.

축지법을 알려준 유리바닥을 벗어난다.

붉은 리본이 온 산을 뒤덮은 길을 지나가고.

지나가야 할 절벽길과 지나왔던 절벽길이 보인다.

아름다운 소리로 아리랑을 연주해 준 센스쟁이 아저씨께 박수를 보내주고 구름다리가 놓인 곳으로 간다.

구름다리 위에서 방방 뛰어대는 어린 남자의 뒤통수를 휘갈겨 주고 싶은 심정을 꾹꾹 참으며 구름다리를 건너고.

열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곳을 지난다.

"역시 사람은 땅을 밟고 있어야 든든해!"

사찰이 있는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오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봉우리의 전망대로 가면 천문산의 동쪽 면을 구경하지 못하게 된다.

"이건 패쓰."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적한 천문산사(天門山寺)로 걸어간다.

금강역사를 지나.

천왕전의 모습이 보이고.

오래된 종루의 모습도 보이고.

위엄 있는 사천왕상의 모습이 정교하다.

"어 죄다 한글이네."

마지막으로 대웅보전이 나온다.

온화한 얼굴의 부처상이 평온해 보인다.

유난히 천문선사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없어 한적하고 너무나 좋다.

삼존불상의 주변으로 다양한 모습들의 나한상들이 세워져있다.

"혹시 관우님?"

손가락 부분이 부러져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뉘신지요?"

천문산사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관음각이다.

역시나 온화한 얼굴의 관세음보살님도 계시고.

"역시 중국인들은 이런 곳에는 관심이 없어."

한적하게 천문산사의 경내를 구경할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의문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천문동 방향으로 가기 전, 광장의 매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다.

"관광지의 바가지란 만고불변의 법칙이야"

맛있어 보이는 비싼 만두를 주문하고.

"오호 맛이 좋네."

천문동을 향해서 걸어간다.

황산과 마찬가지로 천문산도 가볍게 산책을 하듯 걷기에 너무나 편하다.

서편의 산책로와 달리 동편의 산책로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지 않다.

그래서 너무 좋다.

"아직도 반이 남은 거야?"

제법 긴 천문산의 트레킹 코스지만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 지루함은 없다.

그저 흐린 날씨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거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튼튼한 거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콘크리트 산책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수 천만 명이 지나갔을 산책로가 튼튼한 지가 의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이 절벽 아래로 천문동의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아, 어지러워!"

동 쪽 맨의 유리바닥은 문제가 있는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의문의 엘리베이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저건 뭐지?"

"유후봉. 옥호봉."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옥호봉으로 올라가 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람들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단체 관광객들은 절대 힘든 곳은 올라가지 않는다.

천문선사처럼 한적한 옥호봉의 정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셀카 타임인가?"

"옥"

"호"

"봉"

"짜릿하네."

아찔한 절벽 아래로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천문로의 모습이 보인다.

"저기가 옥호봉."

자전거를 타고 한 번쯤 올라오고 싶은 천문로의 모습이다.

천문동으로 가기 위해 의문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입장권 검수를 하고.

중국인답게 바위산을 뚫어버렸다.

에스컬레이터를 바꿔타고 끝없이 내려간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간다.

천문동의 뻥 뚫린 구멍에서 다 내려왔나 싶었더니.

주차장이 있는 광장은 저 밑에 있다.

그렇다면.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

"중국은 상상을 하면 안 돼!"

마지막 에스컬레이터는 천문동 광장에서 끝이 난다.

"에스컬레이터 타다가 멀미할 뻔."

중국 관광 정보의 사진으로 흔하게 본 천문동의 모습보다 천문로를 내려가는 버스가 더 궁금하다.

"나 준비됐어요!"

마치 180도로 구부러지며 내려가는 버스는 따로 놀이기구를 탈 필요가 없는 것처럼 좌우 요동을 치며 빠르게 내려간다.

"롤러코스터다!"

20여 분 정도 요동을 치며 내려가던 버스는 넓은 주차장에서 멈추고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환승인가?"

질서정연한 중국인들은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근본적 이유는 그저 많은 인구 때문인가 보다.

"중국인들이라서 시끄럽고 무질서한 것이 아니고, 그냥 인구가 많은 것뿐이야."

환승한 버스는 관광센터의 주차장으로 도착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나저나 이 빈관의 컨셉은 뭘까?"

"아휴, 생각을 말자."

하루를 더 머물며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원가계의 천자산을 구경할지를 고민한다.

"원가계, 아바타, 숙소, 비, 날씨, 베이징, 체류기간, 몽골국경.."

베이징을 지나 몽골 국경이 있는 얼롄하오터까지 3,000km 정도의 거리가 부담스럽다.

"남은 체류기간 50일에서 여유 기간 5일을 빼고, 베이징에서 보낼 7일 정도를 빼면 38일. 38일에 3,00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지."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충분하고 넉넉한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지는 여행, 그것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만만치 않는 거리다.

"쓸데없이 중국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

베이징으로 향하는 경로를 시안으로 할지 아니면 징저우로 할지 고민을 하다 좀 더 여유로운 징저우를 선택하고, 내일 원가계가 있는 천자산 주변을 지나는 경로를 선택한다.

"원가계는 다음 기회로 킵! 이번엔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





경비내역

식비:78위안 / 식료품:13위안 / 관람료:263위안 / 합계:354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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