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일 / 비 ・ 10도
싱안현-링촨현-계림시
계속 이어지는 흐린 날씨, 비가 다시 내릴 것 같다. 얼마 남지않은 계림으로 향한다. "드디어 계림이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4,615Km
이동시간
4시간 44분
누적시간
311시간

G322
G322
47Km / 2시간 23분
21Km / 2시간 21분
싱안현
링촨현
계림시
 
 
1,86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낡고 허름한 빈관에서의 하룻밤, 피곤이 풀리지 않고 남아있다.

어젯밤부터 부팅이 되질 않는 노트북은 메인보드나 파워가 고장이 난 것인지 수상하다. 멍하게 잠이 덜 깬 정신으로 재부팅을 해보지만 여전히 먹통이다.

계림에 도착하면 데이비스가 알려준 갑천하전뇌성(甲天下电脑城)에 들러 컴퓨터 수리부터 해야겠다.

"없는 것이 없는 중국인데 고칠 수 있겠지."

10시가 되기 전, 조금 늦게 출발을 한다. 다시 흐리고 어두워진 하늘이다.

작은 시내를 벗어나 계림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산들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한 시간쯤 지나 수상하던 바람은 툭툭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도로변 한적한 식당으로 아침도 해결할 겸 들어간다.

메뉴가 한 가지뿐이니 주문도 편하다.

"이거 야요!"

주문과 함께 이내 음식을 내어주며 앞쪽에 놓인 양념들을 넣으라고 알려준다.

"뭘 알아야 넣지."

이것저것 조금씩 넣고 뚝딱 한 그릇을 비워낸다. 시원한 국물과 간간이 씹히는 땅콩의 고소함이 좋다.

잘 먹었다 인사를 하고 가격을 물으니 6위안, 저렴하다는 말도 아깝고 착해도 너무 착한 가격이다.

우의를 챙겨 입고 천천히 빗속으로 들어간다. 어제 무리를 해서 많은 거리를 이동해 놓아 조금은 편안하다 싶다.

중국의 기름값은 휘발유가 대충 리터당 5위안 정도 하나보다.

계림에 인접한 링촨현부터 시작된 시내길은 계림시까지 계속 이어진다.

울창한 계화수에 작은 홍등을 달아놓으니 길이 너무나 예쁘다. 가던 길의 걸음을 바로 멈춰 세운다.

링촨현을 벗어날 때쯤 길가의 자전거 샵을 발견하고 유턴을 해 가게 앞으로 다가간다.

"자전거 가게를 찾기가 정말 힘드네."

대부분 아동용 자전거들을 파는 것 같은 가게에 풀리를 가리키며 부품이 있는지 물어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볍게 물어본 것인데 어두운 가게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부품이 없다는 듯 큰소리를 내며 정색을 한다.

"없으면 빙긋 웃으며 없다고 하면 될 것을."

중국 사람들은 약간 이상한 성향이 있는데, 마치 어르신들이나 식당의 아주머니들처럼 없거나 모르는 것에 대해 역정을 내듯 정색을 한다.

마주하기 싶지 않은 경계심의 눈빛들은 언제 봐도 너무나 싫다.

"자전거 가게에서 생선구이를 찾은 것도 아닌데."

계림시에 들어서며 높게 치솟은 건물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건물들이 이어지고.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씩 늘어난다.


계림 초입의 유산 공원에서 비를 피하며 갑천하전뇌성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며 전자상가 주변의 호스텔을 확인한다.

"어렵게 계림에 왔는데 컴퓨터 수리가 우선이라니."

전자상가가 있는 곳까지 경로를 정하고 리강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기로 한다.

성벽을 따라가며 리강의 산책로를 따라간다. 유명 관광지의 명성처럼 계림의 풍경들은 남다르다.

푸보산 공원(伏波山公园)의 오묘한 모습이 나타나고 조금 욕심을 내어 산책로를 따라 리강의 풍경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산책로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더니.

"망했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산책로에서 험난한 계단을 마주한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한 칸씩 오르고 있으니 산책을 하던 아저씨가 자전거를 들어주며 도와준다.

"씨에 씨에."

묘한 동굴을 지나.

다행히 밖으로 빠져나온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기암괴석들이 우뚝 우뚝 솟아있는 계림이다.

중국 여행을 생각하며 왜 계림에 오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계림의 풍경을 보니 이유 같은 것은 몰라도 될 것 같다.

더욱 풍성해진 것 같은 계화수의 가로수 길을 지나고.

리강을 건너는 다리에 도착한다.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며 전자상가 주변의 호스텔을 예약한다.

"그나저나 다리를 어떻게 건너야 하는 거야?"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대로를 따라 멀리 있는 신호등에서 길을 건넌 후 돌아와야 한다.

정교한 목조건물의 회전 교차로를 돌아.

"고성이야? 호텔이야?"

메뚜기 떼처럼 뭔가 징그러운 면도 있는 오토바이의 행렬이지만 커다란 대로를 유턴하기 위해 우회전을 하는 오토바이 행렬의 흐름을 따라 이동한다. 직진 신호에 좌회전을 함께하는 위험한 중국에서 대로에서 오토바이 행렬을 따라 좌회전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아무리 양보를 안 하는 중국의 운전자들도 오토바이 행렬이 시작되면 차량을 멈출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도심의 오토바이 행렬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한 그들만의 규칙이 있는 것처럼 흐름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대로를 따라 리강을 건너는 다리로 돌아오는 동안 오토바이 행렬의 흐림에 뒤를 따라가며 수월하게 도착하고, 계림시를 둘러싸고 있는 뾰족하게 솟은 산들의 풍경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넌다.

"저기는 유명한 공원인가?"

관광객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는 공원의 매표소를 지나치며 내일 들러보기로 한다.

작은 골목에 있는 깨끗한 주점에 도착한다. 젊은 여직원들이 근무를 하는 주점이라 여권과 바우처만으로 쉽게 체크인이 끝난다.

모던한 인테리어로 잘 꾸며진 주점이지만 자전거를 방에 두어도 괜찮은지 물으니 흔쾌하게 허락을 한다.

샤워를 하며 빨래를 하고, 자전거와 패니에 묻은 흙들을 씻어낸다. 샤워를 하는 것보다 빨래를 하는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자전거와 패니어를 씻어내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그리고 흙으로 엉망이 된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시간은 더더욱 오래 걸린다.

신발과 방풍 자켓만을 세탁하여 난방기 주변에 걸어두고 고장 난 컴퓨터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숙소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쇼핑몰에 도착했지만 거대한 건물의 외관을 보고 막막한 생각이 먼저 앞선다.

각종 음식점들과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쇼핑몰은 넓은 광장처럼 느껴진다.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음식점들을 살펴보고.

KFC로 들어가 헤매고 넓은 쇼핑몰에서 길 읽은 아이처럼 방황을 한다. 계속해서 지도앱을 확인해도 현재 위치는 이미 전자상가 위를 거닐고 있는데 도무지 전자상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대체 어디냐고?"

방황의 끝에 쇼핑몰 밖으로 나오니 전자상가로 올라가는 외부의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커다란 쇼핑몰에 함께 있는 전자상가인데 출입구의 구조가 이상하다. 정말 알 수가 없는 중국 건물의 구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자상가가 있는 층에서 내리니 분위기는 우리의 전자상가와 비슷하다. 온갖 세상의 모든 전자기기들의 판매와 수리 그리고 바가지를 씌울 것 같은 친절한 미소들이 난무한다.

미로처럼 들어서 있는 각종 전자 매장과 수리점들 사이에서 데이비스가 알려준 컴퓨터 수리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에게 컴퓨터 수리점의 이름을 보여주며 위치를 물어 도움을 청한다.

전자상가에서 일을 하는 젊은 여자의 도움으로 찾고 있던 컴퓨터 수리점까지 안내를 받고, 노트북의 수리 접수를 한다.

"노트북 부팅이 안된다."

젊은 담당 직원은 차분하게 접수를 하고 노트북의 전원 어댑터가 없는지 묻는다. 전원코드의 굵기가 조금 얇은 중국의 전기 콘센트지만 전자상가에서 기본적인 전원 어댑터가 없을지는 생각을 못 했다.

숙소로 돌아와 노트북의 전원 어댑터를 들고 수리점으로 돌아가니 수리점에 있는 어댑터로 이미 점검을 했는지 접수증을 건네주며 내일 오후에 다시 오라고 안내한다.

"피니쉬? 수리가 가능할 것 같아?"

"글쎄, 분해를 해서 살펴봐야 알 것 같다. 내일 전화를 줄게."

전자상가의 컴퓨터 매장에서 노트북들을 구경한다. 최악의 상황이면 새 노트북을 구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담장 여직원과 눈이 마주치고 발걸음이 붙잡힌다.

노트북의 가격을 물어보니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근데 윈도우 한글로 설치 가능해?"

말이 안 통하는 한국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노트북 판매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성스럽게 설명을 하던 여자는 당황스러워한다.

"나는 한국어 버전을 사용해야 해."

주변의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며 한글 버전을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며 웃는 여자에게 한글 버전을 보여달라고 하니 얼굴이 빨개지며 웃는다.

"에이, 안 되는구나."

30분 넘게 웃고 떠들던 상냥한 여자도 한글 버전의 난관 앞에서 끝내 웃으며 포기한다. 정성스럽고 친절하게 응대를 해준 여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전자상가를 나온다.

"일단 중국 노트북 가격을 알았으니 됐다."

쇼핑몰을 방황하며 잘못 들어갔던 KFC에서 햄버거를 사들고.

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선 코너를 지나다 재미있는 음식점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13위안 자조....찬? 자조찬이 뭐야?"

한자를 검색해보니 쯔주찬(自助餐)이 뷔페다.

"빙고! 18가지 반찬 13위안 뷔페!

생각할 것도 없이 식당으로 들어간다.

여행을 하며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훨씬 이롭고 좋다.

"이 정도면 천국이지!"

일단 입맛을 확인하는 수줍은 맛보기로 한 판을 비우고.

음식들의 재료와 맛이 확인되면.

입맛에 맞는 것들을 푸짐하게 담아 한 판을 더 비우고.

"한 판 더 할까?"

든든하게 배가 채워지면 잃어버렸던 이성을 수습하고 맛있는 디저트 하나를 사서 끝을 낸다.

숙소로 돌아와 물에 담가놓았던 옷들을 세탁한다. 광시성의 흙먼지 가득했던 회색빛의 마을들을 지나오며 더러워진 옷들에서는 끝도 없이 누런 흙탕물이 빠져나온다.

8시가 넘어가고 출출함이 찾아든다. KFC에서 사 온 햄버거를 해치웠지만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주변에 한국 식품점이 없나?"

믹스커피가 먹고 싶은 마음에 쓸데없이 검색을 하고, 고장 난 노트북으로 널널해진 저녁 시간의 공백은 하릴없이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컴컴하고 어두운 저녁거리를 걸어 한국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에 도착한다.

"커피 딱! 하지만 100개 짜리.."

"믹스 커피 작은 거 없어요?"

한국어를 잘 하는 중국인처럼 느껴지는 여자는 100개 수량의 큰 박스만 있다며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준다.

빈 손이 심심하여 돼지바 하나를 집어 들고, 쓸데없이 김치가 생각나 총각김치와 소주 한 병을 사서 돌아온다.

겨우 10여 분을 걷는 동안 흐물흐물 녹아버린 돼지바를 먹고.

총각김치에 소주를 마신다. 피곤에 쌓인 노곤함을 풀어볼 생각이었는데 소주도, 김치도 한국에서 먹던 맛이 안 난다.

"비 오는 날에 이 정도면 고급진데. 이상하게 맛이 없네!"

"내가 정말 이 조합의 맛을 좋아했었나?"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도 어쩌면 게으른 자기 착각의 일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입맛이 변했나 보지 뭐."

내일은 계림의 풍경을 산책하며 둘러봐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일 / 구름 ・ 12도

링링구-취안저우현-싱안현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이틀 연속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이런 벼락 같은 축복이 있나. 서두르자!"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4,547Km

이동시간

7시간 56분

누적시간

306시간


G322도로
G322도로
75Km / 4시간 30분
59Km / 3시간 26분
링링구
취안저우
싱안현
 
 
1,79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까지 오늘의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다. 100km 거리의 취안저우현은 국도에서 조금 벗어나 있고, 130km가 넘는 싱안현은 거리의 부담이 있다.


그리고 취안저우현에서 싱안현까지 마땅한 숙소가 있는 없다. 고덕지도를 최대로 확대하여 몇몇의 주점이 있는 도로면의 작은 마을들을 몇 군데 파악해 놓고 출발을 준비한다.


"전주현, 샤오쑤이진, 지에쑈진, 씽안현.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어둡지만 비가 올 것 같지 않다. 날씨를 확인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디든 좋아! 일단 비가 내리기 전에 가자."

 

 

아침 시간의 복잡한 시내길을 빠져나와 G322 국도로 이어지는 G207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181km. 오늘 그리고 내일이면 어쨌든 계림에 도착하겠구나."


 

황티엔푸전에 도착하여 G322 국도로 갈아타지 못하고 잠시 길을 헤매고.


 

비와 산길 그리고 감기 기운으로 험난했던 후난성을 벗어나 광시성으로 들어선다.


 

비만 내리지 않을 뿐 도로의 상태는 엉망이고 광시성에 들어서며 회색의 흙먼지들이 마을을 뒤덮고 있다.


"이건 더 지옥인데. 차리리 비가 오는 게 낫겠어."


비가 내려서 몰랐을 뿐, 그동안 지나왔던 길들이 모두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끔찍한 회색 먼지 구덩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광시성에 들어서 허기가 밀려든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마땅한 식당들을 찾지만 도저히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뿌연 회색 먼지로 뒤덮인 마을과 어두운 실내에서 음식을 먹으며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들이 전혀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을씨년스럽다."


무섭거나 공포심이 들기보다 이질적인 거부감이 찾아든다. 배는 고프지만 경계심 가득 담긴 희번덕한 눈빛들을 대하며 견딜 자신이 없다.


 

단지 마을을 가득 두껍게 내려앉은 흙먼지 탓인지도 모르겠다. 지나쳐 가는 식당들과 도로변에 나와 밥을 먹는 사람들의 눈빛들이 너무나 강렬하게 파고드는 것 같아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싫다. 볼품없는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는 늙은 개들의 눈빛 같아."


 

회색빛의 흙먼지 마을을 지나 도로변의 작은 슈퍼에서 잠시 쉬어간다.


"뭐든 먹어야지. 갈 길이 먼데."


 

빵과 콜라를 사들고 중국에 들어와 먹고 싶었던 사과의 아삭한 맛이 생각나 사과를 집어 든다. 사과를 하나만 달라고 하니 '싱거운 놈을 다 본다'는 눈빛으로 사과 하나를 저울에 올려놓더니 감귤이 맛있다며 제법 알맹이가 굵은 감귤을 권하는 아주머니다.


도로변 노점과 과일 가게에서 많이 파는 귤인데, 보통 우리의 귤감 크기만 한 것이 지금까지 봐왔던 중국의 귤보다는 크기가 조금 크다. 사과 하나와 귤 6개를 8위안에 사들고 슈퍼의 작은 대나무 의자에 앉아 점심을 대신한다.


당도가 떨어지고 아삭한 식감만이 좋은 사과 그리고 껍질이 두껍고 굵은 씨가 들어있는 귤은 그다지 맛이 없다.


"중국 과일들은 신선한데 다 맛이 없네."


중국에서 탁구공만 한 귤들을 많이 먹는 것으로 보아 그 정도 사이즈가 가장 맛있는 크기가 아닐까 싶다.


 

 

취안저우현 외곽의 시내에는 도로면은 여전히 비에 젖어있었다.


"비가 왔었나? 근데 왜 도로면만 젖어있는 거지."


 

취안저우현을 빠져나올 때쯤 뒤바퀴의 느낌이 이상하여 확인하니 또 펑크가 나있다.


"아,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자전거를 눕히고 타이어를 탈착한 후 타이어 내부를 여러 번 훑어보아도 타이어에 박힌 이물질은 없다. 튜브를 꺼내어 튜브 패치로 정비를 하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는데 집에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와 쳐다본다.


마당 한편에 자전거를 널브러뜨리고 있는데 별다른 말없이 인사를 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타이어를 장착하며 얼핏 보인 뒷드레일러의 풀리 모양이 이상하다. 흙모래들이 달라붙어 달그닥거리는 체인과 스프라켓만을 신경 쓰다 보니 풀리가 완전히 마모되어 닌자들의 표창처럼 날카롭다.


풀리가 이렇게 빨리 마모되어 버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별일이 다 있네. 자전거샵을 구경하기도 힘든데 어디서 풀리를 구하나."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지 않는지 기다린다.


"제발 한 번에 붙어라!"


 

"이것은 경운기일까, 자동차일까, 트럭일까?"


경운기의 엔진을 달고 있는 트럭의 크락션 나팔이 유독 눈에 띈다.


 

"풀리, 풀리를 어디서 구하지. 본드도 아직 못 구했는데."


풀리에 대해 고민을 하다 문득 도로변 곳곳에 버려진 공공 자전거가 떠오른다.


"길가에 버려진 자전거들에서 풀리를 빼내면 되겠구나. 오케이!"


 

생각해 보니 셔터로 되어있는 중국의 문 앞에 대책 없이 자전거를 세워 놓은 것 같다. 언제 어디에서 셔터가 올라갈지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중국의 멋진 현관문이나 대문이 있는데, 왜 이런 볼품없는 셔터를 달아 놓는 거지?"


 

다행히 바람이 빠지지 않아 가던 길을 이어간다. 작은 오르막을 오르고 시내를 완전히 빠져나와 크락션을 빵빵거리는 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자전거의 속도감이 이상하다.


펑크 정비를 하고 5km도 가지 못했는데, 하필이면 울퉁불퉁 도로가 파여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서 펑크가 난다.


"아, *************************"



 

 

펑크가 난 튜브를 정비하려다 시간이 늦어지고 위험한 도로변이라 어제 펑크 패치로 정비를 해두었던 튜브로 교체한다.


"부처, 예수, 알라여! 제발 제대로 펑크 패치가 붙었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5년이 넘게 MTB샵을 운영하면서 수 천 번이 넘도록 펑크 정비를 했을 터인데도 무거운 여행용 자전거의 펑크 정비는 쉽지 않다. 두 번의 펑크 정비를 하는 사이 시간은 4시가 가까워진다.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 정비를 해두었던 튜브는 그런대로 괜찮은 모양이다. 오늘의 1차 목적지로 생각했던 지에소우전까지 30km 정도가 남아있다. 비가 내리는 날의 12km 정도 평속에 비해 조금 빠르게 달려온 하루라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취안저우현을 완전히 빠져나오자 도로변의 풍경은 흙먼지의 회색빛 세상에서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짙푸른 색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달려!"


 

쭉 뻗은 직선 도로를 따라 작은 노지의 귤 밭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짙푸른 귤나무에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감귤의 주황빛 색의 조합이 너무나 좋다.



"이번엔 노란색과 녹색의 조합."



마치 봄과 가을을 계절을 넘나들며 제주도의 어느 마을을 달려나가는 것처럼 페달링의 가벼움이 느껴진다.



도로변으로 이어지는 감귤밭과 감귤을 처리하는 집하장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의 특산물이 감귤이 아닌가 생각된다.



5시 20분, 주황빛 감귤과 노란빛 배추꽃의 싱그러운 풍경을 달리다 보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지에소우전에 들어선다. 마을이 가까워지며 다시 회색빛 흙먼지의 세상이 되어 버린다.


대형 차량들이 마을을 거칠게 지나치며 흙먼지를 날리고, 생기가 없어 보이는 마을의 곳곳에는 버려진 감귤들이 쌓여있다.


"이거 생각과 너무 다른데."


도로변에 위치한 허름한 슈퍼마켓의 입구에서 음식점과 빈관의 위치를 검색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빈관을 찾는다. 황량해 보이는 마을의 풍경이다. 싱안현까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6시. 15km 정도라."


콜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마시고 싱안현으로 달려간다.



봉인해 두었던 비장의 능력을 개방한 사람처럼 자유롭고 거칠게 페달을 밟아 싱안현으로 향한다.


"울트라 캡숑 콜라 파워!"



지에소우전을 출한하여 1시간 후 16km의 싱안현에 도착한다. 흥건하게 젖어든 져지와 탱글하게 느껴지는 허벅지의 느낌이 좋은 즐거운 라이딩이었다.


도착한 싱안현 역시 다른 이전의 현(县)들에 비해 조금 낙후되어 있는 듯한 풍경이다. 일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주변의 빈관들을 검색하고 작은 빈관들이 모여있는 허름한 골목으로 들어간다.



몇 개의 빈관들을 지나치며 내외부의 모습을 살펴봐도 아주 오래된 빈관들의 모습은 시골 역전 주변의 오래된 여인숙 같은 느낌이 난다.


"쑤이 지아오, 뚸 샤오 치엔?"


첫 번째 눈이 마주친 빈관의 여자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50위안을 달라고 한다.


"싸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빈관으로 들어가 주숙등록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른 빈관으로 가 보라고 한다. 역시 중국에서는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숙등록이 가능할지가 더 중요하다.


"워 쓰 한궈렌. 커이 쑤이 지아오 마?"


두 번째 오래된 재봉틀이 놓여있는 빈관으로 들어가 잠을 잘 수 있는지 물어보니 친절해 보이는 중년의 여자는 가능하다는 제스처를 한다.


"커이?"


큰 기대 없이 그냥 물어본 것인데 숙방이 가능하다고 하니 나도 놀랍다.


"뚸 샤오 치엔?"


"40."


"40?"


"40!"


아주 오래된 빈관이고 잠깐 내부를 살펴봐도 허름해 보이지만 씻을 수 있고,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여행자에게 빈관의 40위안이라는 가격은 너무나 마음에 든다.


"하오! 하오!"


여권을 보여주고 체크인을 마친 후 자전거는 재봉틀 옆에 묶어두고 낡은 계단으로 패니어를 들고 올라간다.



"정말 딱 40위안 빈관이야."


난방기조차 없는 작고 허름한 방이지만 작은 화장실과 침대는 놓여있으니 만족한다.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오니 빈관은 여자는 주숙등록을 못했는지 컴퓨터 앞에서 씨름을 하고 있다.


"왜 그래? 컴맹인 거야 아니면 주숙등록을 못하는 거야?"


컴퓨터로 주숙등록을 할 수 있다며 웃는 여자는 계속해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한다.


"안 해 봤어? 그런 거야!"


빈관의 컴퓨터에 주숙등록을 하는 프로그램 창이 열러있는 것으로 보아 주숙등록이 가능한 빈관인 것은 확실하다. 경찰들이 빈관으로 찾아와서 주숙등록을 처리해 줬던 티먼현의 빈관처럼 프로그램의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중국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서 외국인에 대한 주숙등록을 입력할 일이 있었겠나 싶다. 다른 빈관에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들으며 주숙등록을 입력하던 여자는 한참 후 뿌듯한 표정으로 빙그레 웃음을 보인다.



빈관 주변 저녁 장사를 하느라 분주한 길거리 식당으로 들어간다.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저녁을 먹는 식당은 저렴하고.



고기 메뉴를 골라 밥을 먹었지만 130km를 넘게 달려온 하루의 허기짐에 뭔가 허전하다.



"나쓰 썬머?"


다른 사람들이 먹는 메뉴를 가리키며 같은 것을 추가로 주문을 한다.



허름한 길거리의 식당이지만 입맛에 맞는 음식이다. 두 개의 메뉴를 시키고 밥까지 배불리 먹었는데 20위안이다.


"하, 너무 좋아!"



만족스러운 저녁을 하고 빈관으로 돌아오니 빈관의 할머니가 재봉틀 앞에 앉아있다. 눈이 침침하여 실을 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재봉틀의 실을 꿰어준다.


"아니 눈도 침침하신데 불을 켜야죠."


재봉틀로 뭔가를 수선하는 할머니에게 공항에서 뜯겨진 커다란 가방을 수선해 달라 부탁을 할까 생각하다 귀찮아진다.



난방기가 없어 쌀쌀한 방, 패니어에서 침낭을 꺼내어 덮고 자료들을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하던 중 블루 스크린이 뜨면서 컴퓨터가 꺼져버린다.


"왜 이래?


다시 전원을 켜보지만 정상적으로 부팅을 하지 못하는 노트북이다. 여행을 준비하며 작은 사이즈의 노트북을 털보네에게 구매한 것인데 말썽을 일으킨다.


여러 차례 재부팅을 반복해보지만 전원마저 들어오질 않는다. 마더보드가 망가졌나 생각했는데 파워 쪽의 문제인가 보다.


"망했다."


 

차링현에서 만난 데이비스에게 노트북을 수리할 수 있는 장소를 물어본다.


"메이커가 어디야? 삼성? 엘지?"


"없어. 그냥 중국 제조 제품이야!"


"..."


"메인보드나 파워가 고장 난 것 같아. 어디서 고칠 수 있을까?"


데이비스는 한참 후에 계림시에 있는 전자상가의 위치를 보내준다.


"중국에는 큰 전자 상가들이 있는데 웬만한 것들을 모두 고칠 수 있어. 걱정 마!"


일단 데이비스의 도움으로 계림에 있는 전자상가의 위치를 알아뒀고,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이지만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라 쉽게 수리를 할 수 있거나 부품 교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장 난 노트북을 덮어버린다. 중국 여행에 적응을 하면서 밀려있던 자료들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난감한 기분이 든다.


"몰라. 자자!"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불킥을 몇 차례 날리고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일 / 구름 ・ 7도

창닝시-링링구

8시에 깨어나는 아침, 한 시간만 더 일찍 생활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생각처럼 잘 되질않는다. "오늘도 가 보자!"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1,664Km

이동시간

7시간 05분

누적시간

130시간 09분


S320소도
X006길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창닝시
바수이전
링링구
 
 
1,66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불쾌한 꿈에서 깨어 습관적으로 커튼부터 열어본다. 여전히 낡은 창문 너머로 뿌옇게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시원스쿨 강좌를 틀어놓고 패니어들을 정리한다.


여행을 위해 시원스쿨 강좌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20분이 조금 넘는 한 강의를 듣는 것이 좀이 쑤셔 그렇게 힘들더니 여행 중 한국말로 대화할 일이 없으니 강의 내 들리는 설명마저 귀를 쫑긋 집중하게 된다.


어제 자전거를 씻지 못하여 엉겨 붙은 흙들로 엉망인 자전거는 오늘은 또 얼마나 크게 달구지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달릴른지 모르겠다.

 

 

 

숙소 앞에 노점상들이 야채와 채소를 팔고 있다. 중국인들이 등짐을 질 때 쓰는 대나무로 만든 도구인데 무거운 짐에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채소나 야채도 저울에 달아 파는구나."


 

 

10여 분 만에 창링시를 쉽게 벗어나 계속되는 S320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이전과는 달리 이곳의 길은 새로 정비되었는지 검은 아스팔트가 윤기나게 잘 깔려있어 라이딩 하기에 편안했다.


 

10시 30분쯤 작은 촌마을 시장길을 지나간다. 사람들로 붐비지만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잠시 쉬며 어제 사놓은 빵을 먹을까 하다 시장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이 있어 시장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들어간다. 자전거를 세워두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한국인임을 알아챈 사람들의 대화들이 들린다.


"나 왜 자꾸 중국말이 들리지?"


 

할머니가 투명한 면발을 가리키며 그것을 먹을 건지 제스처로 물어봐 그렇다고 대답한다.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하는 모양이다.


 

 

면을 준비하던 할머니가 어떤 소스를 보여주며 넣을 거냐고 물어본다. 중국에 와서 소스를 첨가할 것인지의 물음에는 언제나 "쓰!". 그들이 먹는 그대로 먹고 싶고 지금까지 딱히 거북하거나 입에 맞지 않는 소스는 없었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기름에 튀기듯 후라이한 계란과 국수 가득.


 

열심히 맛있게 먹으니 할머니가 맛있냐고 물어본다.


"하오 츠! 하오 츠!"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식사를 마치니 가게 안에 있던 남자들이 재미난 것을 보는 사람처럼 서로 웃고들 있다. 할머니가 면이 더 필요하냐고 물었지만 기본적인 양이 많아 배가 넉넉하게 부르다.


"부 요!"


가격을 물으니 가게 안에 있던 남자들이 다섯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웃는다.


"우! 우! 파이브!"


먹으면서 10위안 정도 하겠지 생각했는데 5위안(850원) 이라니 정말 싸다.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S320 도로. 오늘 가야 할 링링구까지 거리는 90Km가 조금 넘는다. 오전 라이딩으로 40Km를 달리고 50Km 정도가 남아있다.


 

 

링링구까지 이동하는 길에는 성도나 소도, 국도가 없이 X00*으로 넘버링 되는 시골길이 이어진다. 아마도 지금까지 도로와 도로를 잇기 위해 잠깐씩 지나쳤던 시멘트 포장길이나 비포장의 도로일 것이다.


어쩌면 오늘도 험난한 길을 이어가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던 S320 도로를 벗어나 초입부터 의미심장한 느낌의 시골들을 접어든다. 산길들과 탄광촌을 지나며 언제나 산의 정상에 올려놓았던 S320 도로를 며칠 만에 벗어난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중국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


 

구불구불한 시골의 마을길들을 이어간다. 큰 도로변들의 수많은 촌부락들을 지나쳤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시골 마을들의 내부를 자세히 구경할 수는 없었다. 정말 흥미로웠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오토바이나 차량의 통행이 없어 지겹도록 들었던 크락션 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 좋다.


 

 

큰 도로변의 마을들은 시장이나 상점들이 이어져있는 길이 아니면 대부분 집들의 셔터가 내려져있어 텅 빈 것처럼 휑한 분위기가 많은데 한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골 동네들은 길가 주변으로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다.


 

 

마을의 슈퍼에 모여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 마을 사람들이 모여 큰 소리로 무언가를 의논하는 모습 그리고 의외로 어린아이들이 무리 지어 놀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모두 노인들뿐인데,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지?"


 

 

 

중국의 시골에는 광고판이나 현수막보다는 집의 벽면에 대부분 광고가 그려져 있다. 시골길에 접어들어 계속되는 서양인 의사의 사진이 걸린 병원 광고. 나중에 알아보니 유라시아 남자 의사가 보는 치질 치료 광고다.


 

 

 

 

오래되고 이상한 골목길을 지나 면소재지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작지만 상점들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중학생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나를 보면서 한꿔렌하며 의아해 한다.


 

 

가끔씩 보이는 탑인데 논 한가운데 세워져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은 시골의 소학교 앞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학교 앞 문방구를 겸하고 있는 상점에 들어가 빵을 사든다. 패니어에 빵들과 콜라가 있었지만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잠시 쉬어가려고 가게에서 추가로 빵을 산다.


좁은 가게 안에서 기다란 종이에 뭔가가 적혀있는 카드를 들고 게임을 하느라 나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별 관심이 없다. 너무나 진지하고 심각하여 색다른 카드 게임을 하는 모습을 찍지 못하겠다.


 

이 넓적한 빵이 재미있다. 내용물 없이 달랑 두 쪽이 들어있는데 위에 뿌려져 있는 각설탕의 맛이 맛의 전부다. 그런데 먹다 보면 심각한 중독성이 있다.


 

"여기도 업어져 있네."


 

 

조용한 산길로 이어지던 길은 급기야 공사 중인지 시멘트가 벗겨진 난장판의 흙길이 나타난다. 20여 분을 진흙밭과 물웅덩이를 지나느라 고생을 하고 길은 하늘로 올라간다.


 

힘들게 하늘길을 올라오니 갑자기 윤기나는 검은 아스팔트가 펼쳐진다.


"아, 드디어 살았다!"


 

검은 아스팔트 길은 바람과 달리 딱 5분 정도 마을을 관통하고 끝이 난다. 그리고 길은 중앙선만 그어졌을 뿐 이전의 시골길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시멘트 포장길의 S236 도로로 이어진다.


 

 

자전거와 패니어에 붙은 흙들이 말라가며 엉망이 돼버리고, 드드득거리며 돌아가는 체인들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정신이 혼미해지면 길이 이렇게 보이는 걸까?"


짧은 거리를 두고 모굴처럼 위아래로 이어진 도로를 보면 마치 엿가락처럼 휘고 굽은 길처럼 착시현상이 보인다.


 

4Km 정도를 남기고 목적지인 링링구의 높은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량들의 통행이 많아지는 길 위에서 한 차량이 달리는 나에게 속도를 맞추며 조수석의 문을 열고 한국인지를 묻고 자꾸만 중국어로 질문을 한다.


너무 위험하여 손가락으로 저 앞에서 서서 말하자고 가리켰더니 잘못 이해했는지 그냥 지나쳐 가버린다.


"한국 사람 쌀쌀맞다고 오해하지 마. 네가 잘못 알고 그냥 가버린 거야."


 

 

예전 홍콩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아파트들이 보이고.


 

 

넓은 링링시의 시내로 들어선다. 큰 사거리의 건너편 넓은 광장에 사람들과 음악이 가득하다. 궁금하여 길을 건너보니 음악에 맞춰 사교댄스를 추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춤을 추는 사람들, 장기나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 중국의 도시마다 있는 커다란 광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즐기는 그들의 광장문화는 재미있다.



광장에 앉아 고덕지도로 주변의 숙소를 검색하고 주점으로 이동했지만 2층에 프런트가 위치해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도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던 중 작은 빈관이 눈에 들어온다.


빈관의 계단 아래에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숙박비를 물으니 60, 80위안이라 말한다. 피곤함이 조금 밀려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없다.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 묻자 숙소 뒤편에 창고가 있다며 따라오라고 안내를 하다. 긴 건물을 빙 돌아 숙소 뒤편의 창고에 가보니 넓은 창고 건물에 온갖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 심지어 십여 마리의 닭들이 창고 안을 시끄럽게 헤집고 돌아다닌다.


"헐, 창고에서 닭을 키우는 거야?"


자전거를 숙소의 벽에 기대어 놓고 자전거를 씻어내기 위해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크게 하며 수도가 없는지 찾는다.


"메이요!"


"쑤이, 워 요 쑤이."


주인 여자는 알았다며 숙소의 뒷문으로 따라오라 한다. 어두운 실내로 들어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밑의 공간을 활용해 만든 부엌으로 들어간다.


너저분한 부엌에는 낡은 조리 시설과 설거지들이 쌓여있고 바로 옆에는 구식 좌변기가 놓여있다. 좌변기에는 붉은 이물질들이 지저분하게 묻어있어서 주인 여자는 황급하게 좌변기에 물들을 뿌려대며 중얼거린다.


환경이 좋지 않아 보이는 빈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열악한 내부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 이건 뭐야! 화장실에 부엌이 있는 거야, 부엌에 화장실이 있는 거야?"


주인 여자는 설거지들이 쌓여있는 곳의 옆에 놓인 큰 물통을 가리키며 받아놓은 물을 양동이로 사용하라고 알려준다. 첫인상이 수다스럽고 재미있는 동네 아줌마 같은 여자는 능글맞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렇다.


양동이에 물을 담아 자전거를 씻어내고 주인 여자가 황급하게 물을 부으며 없애려던 것이 음식을 만들 때 쓰던 양념이거나 남은 음식을 변기에 버린 찌꺼기라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난 또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가 있나했다. 그래도 식기들 옆에 변기는 좀."


패니어들을 모아두고 체크인을 하며 여권을 알아서 건네주어도 어찌 주숙등기를 못하는 눈치의 여자지만 언제나 유쾌하고 수다스럽다. 보증금을 포함해 100위안을 내니 신형 난방기 리모컨을 주며 새것이라며 수다스럽게 생색을 낸다.


"리모컨이 새 것이면 뭐해. 난방기가 신형이어야지! 방 키를 줘. 팡카!"


한참을 프런트 서랍을 뒤적이며 열쇠 뭉치들을 뒤적이더니 없다고 하며 올라가면 있다고 한다.


"뭐야. 카드도 아니고 열쇠야?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빈관의 상태를 보아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2층 계단을 낑낑대며 올라 방은 긴 복도를 따라 나무로 된 방문들에 자물쇠들이 하나씩 매달려 있다.


허름하고 낡은 빈관. 중국의 건물들은 겉모습을 보고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최근에 지어진 빌딩들을 제외하면 모두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샤워를 하고 숙소의 건물 끝에 위치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손님이 와도 아무런 신경도 안 쓰는 중국의 식당, 볶음밥 같은 메뉴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음식을 하던 젊은 여자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날카로움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언성을 높여 떠들어 댄다.


밥을 먹는 내내 신경질적으로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여자,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고 귀에 거슬려 왜 그런지 여자를 살펴본다.


등치가 제법 크고 골격이 굵은 여자는 양꼬치 같은 것을 굽고 있는 남자를 향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질러대고, 남자는 한마디의 대꾸도 없이 얇은 양꼬치를 들고 왔다 갔다 식당을 드나든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식당에서 적당히 맛있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불쌍한 그대, 그대의 죄라면 단지 중년의 남자인 거야!"

 


숙소에 돌아오니 프런트에 귀엽게 생긴 여자애가 앉아 있다. 아무리 봐도 주인 여자를 닮지 않은 귀여운 얼굴이다.


"자전거를 고쳐야 해. 창고 문을 열어줘."


잠시 어리둥절하던 여자애는 부엌에 있는 주인 여자를 부르더니 숙소 뒤편의 창고 문을 열어준다. 링링시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빠진 것을 확인한 자전거, 좋지 않은 산길을 다니다 보니 쉴 새 없이 펑크가 난다.

 


숙소의 프런트 앞에서 3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는 동안 자전거 꺼내어 튜브 정비를 한다. 밥그릇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밥을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


"우리나라였으면 등짝 스매싱을 열두 대는 더 맞았을 거야."


 

 

예비 튜브까지 펑크패치로 잘 정비를 해두고.


 

살짝 김유정을 닮은 것 같은 20대 초반의 여자애는 BTS를 안다며 케이팝이 좋다며 방긋 웃는다.


"아무리 봐도 엄마를 하나도 안 닮았네. 정말 딸이 맞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방으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다 고기가 없는 저녁 식사를 한 탓인지 배가 출출해진다. 빵과 콜라를 사기 위해 슈퍼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었던 식당에서 연신 잔소리를 듣던 남자는 부지런히 꼬치들을 굽고 있다.


메뉴판에 적힌 꼬치들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숙소로 돌아와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실없이 웃고만 있는 아주머니에게 무엇이 맛있는지 물어본다.


어떤 것이 맛있냐고 물어보는데 자꾸만 꼬치의 가격만 알려주는 아주머니다.


"알았어. 계속 드라마 봐."


 

식당으로 되돌아가 1개에 2위안 하는 양꼬치를 10개 주문한다. 식당 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다양한 꼬치들을 가득 쌓아놓고 먹고 있는데 무엇을 먹는지 알 수도 없고,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지글지글 양꼬치들을 숯불에 굽고 양념들을 조금씩 가미한 후.


 

건네받은 양꼬치, 한 개를 꺼내어 먹으니 맛과 향이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야, 이거 한국 양꼬치 집에서 먹는 맛과 다른데. 술 친구라도 있으면 배불리 가득 먹고 싶다."


 

양꼬치를 먹으며 숙소로 돌아오니 여전히 핸드폰 드라마를 보며 실없이 웃고 있는 아주머니. 양꼬치 다섯 개를 꺼내어 주었더니 괜찮다며 많이 먹으라고 한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양꼬치의 아쉬움.


"아, 쓰고 달달한 소주가 당기는 밤이네."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지만, 계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일 / 비 ・ 7도

레이양시-창닝시

다시 시작된 비, 계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긋한 겨울비를 맞으며 오늘도 달려본다.


이동거리

54Km

누적거리

4,321Km

이동시간

4시간 20분

누적시간

291시간


S320소도
S320소도
25Km / 1시간 55분
29Km / 2시간 25분
레이양시
이티안전
창닝시
 
 
1,57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다시 시작된 빗줄기, 아침부터 생각보다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계림까지는 340Km 정도가 남아있다.


"오늘 창닝시까지 갈까 아니면 바수이전까지 100Km를 갈까."


일정을 조금 줄이기 위해 바수이전까지 진행할 생각으로 출발을 준비하고 1층 프런트로 내려간다. 프런트 사무실 창고에 넣어둔 자전거를 꺼내고 뒤바퀴를 확인해 보니 공기가 없이 주저앉아있다.


"아, 정말!"

 



타이어에 이물질이 박혀있지는 않고 튜브를 꺼내 공기를 넣은 후 펑크가 난 곳을 찾지만 실펑크각 난 것인지 구멍 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화장실 어디에요?"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프런트 직원에게 '쑤이'라고 두어 차례 말하니 눈치를 채고 알아듣는다. 직원 화장실에 들어가 튜브를 물속에 담그니 한 곳에서 '뽀그르르' 공기 방울들이 올라온다.



펑크를 수리하고 제어가 되지 않던 뒤캘리퍼의 유격을 조정하고 나니 10시가 되어버린다.


"아무래도 50Km 정도에 있는 창닝시까지 가야겠네."


패니어들을 모두 장착하고 프런트의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하려는데 뒤바퀴 모양이 이상하다. 확인해 보니 방금 채워놓은 공기가 패니어를 장착함과 동시에 빠르게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OMG!"


다시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펑크 수리 작업을 다시 한다. 물속에 담가보니 23C 얇은 튜브 탓에 펑크 패치를 정확한 위치에 붙이지 못하여 공기가 새고 있다.


사포질을 하고 구멍이 난 위치에 패치를 붙여 정비를 한 후, 패니어들을 장착해 놓고 숙소 앞 중국 건설은행에 가서 현금을 조금 인출한다.


"되돌아가서 다시 바람이 빠져있으면 오늘 출발하지 않을 거야!"


다행히 이번에는 펑크 수리가 잘 된 모양이다. 11시, 친절하고 잘 웃던 숙소의 직원들과 인사를 다시 하고 창닝시를 향해 출발한다.



펑크수리를 하는 두 시간 동안 어떠한 변화도 없이 빗줄기는 계속된다.



20분 정도, 비가 오면 정신이 하나도 없는 중국 도심의 도로를 벗어나 조금은 한적한 S320 도로로 진입한다. 계림을 알리는 이정표들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예전 방식의 짐지게를 사용하는 중국의 시골 사람들이다.



중국의 도심에는 하늘 높이 올라가는 빌딩과 넓은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 중이라 바쁘고, 시골에서는 집을 새로 짓기 위해 마당 가득 붉은 벽돌들을 쌓아놓은 집들이 많다.



오늘도 산을 타고 오르고 넘어가더니 급기야 터널을 지나간다. 황산을 가기 위해 지나가던 길들에서 여러 터널을 지나친 후 오랜만에 만난 터널이다.



S320 도로의 길은 쉽게 내리막을 내어주지 않는다.



잠시 비기 멈춘 시골 마을의 풍경은 그지없이 좋기만 하고.



끝내는 다시 산의 정산에 올려놓는다.




11시, 출발 후 쉼 없이 달리던 길을 잠시 멈춰 서서 하늘 위로 뜨거운 소변 줄기를 날려준다. 시내까지는 20Km 정도 남아있다.



몇몇 가구들만이 사는 마을조차 드문드문하고 시골의 마을들은 셔터로 만든 문들을 모두 내려놓아 인적감이 전혀 없다.



독특하게 이곳의 여러 집들은 새 집을 짓기 위해 평지가 아닌 언덕을 파낸 후 그곳에 지반을 다진다. 집을 짓는 모양이 약간 이상한데, 한 번에 짓기보다 조금씩 조금씩 벽돌을 올리는 것 같다.


지나다 보면 집을 짓는 건물인지 해체를 하는 건물인지 헷갈릴 정도로 짓다만 것처럼 보이는 건물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요즘에 짓는 집들은 현관을 셔터로 만드는 게 유행인가 보다.


셔터가 달린 1층은 어떤 집은 차고, 어떤 집은 거실로, 어떤 집은 창고 그리고 어떤 집은 가게로 사용하고 가지각색이다. 내가 보기엔 나무 현관이나 스테인레스 현관이 그나마 집 같아 보이는데.



내려갈 것 같지 않던 길은 시내를 10Km 정도를 남기고서야 나지막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간만에 달려볼까!"


언더 핸들을 잡고 내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앞에 보이는 길들이 차들로 정체되어 있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중국의 도로에서 정체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돌아다니는 시장의 초입이거나 사고가 난 것이다.


길게 늘어선 차량들의 옆으로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동안 성급하고 제멋대로인 중국의 운전자들은 역주행을 하거나 자전거 도로마저 막고 서있다.


"그렇게 하면 갈 수 있다니?"



정체된 길을 따라 이동하니 화물차량 한 대가 역방향으로 도로를 막고 있다. 도로 한가운데 아무렇게나 정차를 해놓고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하거나 핸드폰을 보는 차량은 너무나 많이 봐왔기에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운전자가 없네. 오줌이라도 싸러 갔나 보지?"


그런데 화물 차량의 사진을 찍고 왼쪽을 보니 앞범퍼와 본네트가 찌그러져 있는 승용차가 보인다. 사고가 난 모양인데 승용차가 화물차를 들이받아 화물차가 밀려났을 리는 없고 도로로 진입하려던 승용차를 화물차가 피하며 들이받았나 보다.


중국의 운전자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탄 사람에게는 위협적으로 운전을 하지 않는다. 단지 시끄러운 크락션을 자주, 길게, 크게 울리면서 조금은 비껴 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운전자들 간에는 무모할 정도로 운전을 하거나 지나치게 양보를 하지 않는다. 아슬아슬하게 추월을 하는 차량들, 무조건 차량의 머리부터 들이밀어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그저 크락션만 울려대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각자의 진행들을 한다.


어떻게 이런 저급한 교통문화가 생겨났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그런 것들로 크게 다투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자칭 호방하다는 중국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허세, 자기중심적인 제멋대로의 행동을 그들은 호방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싶다.


길게 막혀있는 반대편 차량들을 곁을 지나쳐 창닝시를 향해 내달린다. 갑자기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가 시야를 흐리게 만들어 놓는다.



사람들과 오토바이, 삼륜차와 승용차가 뒤죽박죽 엉켜있는 시내의 시장 주변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가 들어가니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는 나를 향해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면 안 된다는 표현만 할 뿐 숙박이 되는지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는다.


"손님이 오면 먼저 인사를 좀!"


더 묻지도 않고 나와 주변 숙소를 검색하고 저렴한 빈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주숙등록을 해야 하고, 말이 안 통하고 때로는 정말로 불친절한 중국의 숙소들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주점이나 빈관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빈관인데 무려 4층의 방을 내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



샤워 후 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 주변 음식점에 들어가 고기가 든 메뉴들을 시키니 재료가 없는지 '메이요'하며 투덜거리듯 메뉴판을 가져가 버린다.


"할매, 요거는 있어?"


가게의 벽에 붙어있는 고기 메뉴를 가리키며 말하자 없는 것만 시킨다는 듯이 더 시끄럽게 성을 낸다.


"할매, 아무것도 없는 거야! 재료가 없으면 사진을 붙여놓지 말아야지 시킨다고 성을 내면 어떻게 해!"


활짝 웃으며 한국말로 할머니처럼 시끄럽게 떠들고 나온다. 준비가 되지 않은 메뉴에 미안해하며 다른 메뉴를 권해주는 한국의 식당 아주머니들을 정말 친절한 거다.


다른 음식점에 들려 14위안짜리 밥을 먹고 슈퍼에 들러 비상식들을 조금 사둔다. 식당에서도, 슈퍼에서도 나의 쪼리를 가리키며 서로들 웃는다.


"한국이었으면 반바지에 쪼리 신고 편의점에 갔을 텐데. 이게 그렇게도 이상한가?"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3~4일 후면 계림에 도착한다. 아마도 계림에서 방향을 틀어 베이징으로 향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빡빡한가? 조금 열심히 달려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일 / 구름 ・ 11도

차링현-레이양시

오랜만에 일기예보가 맞아 떨어졌다. 잠시 비가 멈춘 아침, 이틀간 머물렀던 차링현을 서둘러 떠난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무한 반복했던 S320 도로를 타고 레이양시로 향한다. "오늘은 비도 없으니 제발 무난하게 갈 수 있기를" 

이동거리

95Km

누적거리

4,267Km

이동시간

7시간 29분

누적시간

287시간


S320소도
S320소도
43Km / 2시간 54분
52Km / 4시간 35분
차링현
링관전
레이양시
 
 
1,51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일어나 제일 먼저 숙소의 커튼을 열어젖힌다. 일기 예보처럼 비가 내리지 않고 잔뜩 흐린 날씨다.


"오늘 비가 안 오는데 출발 안 하는 거야?"


리우 씬웬의 위챗이 울리고 작은 빵 하나와 초코파이 2개를 먹으며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간다. 리우 씬웬은 짐을 들고 내려오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어디론가 가버린다.


"할매,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리우 씬웬이 오기를 잠시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아 위챗으로 간단히 메시지를 전하고 차링현을 출발한다.

 

 

20여 분 만에 복잡한 차링현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두꺼운 회색 구름 사이로 수줍은 햇볕이 5분 정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님 보기가 참 힘들군요."


 

조금 내달리니 금방 몸에 열기가 올라온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이곳의 기온이 얼마나 올라갈지 궁금하다.


 

다시 S320 도로를 타고 레이양시까지 95Km 정도를 달려야 한다. 중간에 위치한 도시들은 없고 작은 마을들이 간간이 이어진다. 이틀 전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엔 오르락내리락 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무난하게 가자."


차량들이 정체되고 복잡하고 어수선해지더니 작은 시골마을이 나온다. 오늘이 장날인지 시장 안에 사람들이 가득 넘쳐난다.


 

중국은 대부분 밖에 옷들을 말리는데 비가 와도 걷지를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랜만에 비가 그쳐서인지 지나는 마을마다 옷과 이불들을 잔뜩 내놓고 말린다.


 

12시가 되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비가 오지 않는 날, 90Km의 거리가 약간의 여유로움을 준다.


 

자전거를 세워놓기 좋은 첫 번째 집의 외부 테이블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으니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워 꺼이 츠판마?"


식사가 된다 하여 남자의 뒤를 따라가니 식당 내부를 지나 주방으로 간다. 남자의 말을 잘 못 들었나 싶어 뒤돌아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니 젊은 남자가 다시 와서 말을 한다.


"저기 가서 메뉴를 골라야 해."


 

역시나 난감한 시추에이션. 메뉴판도 그림판도 없는 식당은 주방에서 원재료를 골라 주문을 하는 시스템이다.


 

돼지고기 조각들을 가리키며 가격을 물으니 15위안이라고 한다.


"쩌거, 츠!"


 

주방에서 조리를 하던 여자 주인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라고 한다.


 

따듯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사이 돼지고기를 파와 고추를 넣어 매콤하게 볶은 음식이 나온다. 향과 음식의 모양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음식을 먹는 동안 뒤쪽에서 한국인이라며 소곤거리는 소리들이 들린다.


"여기서 돌아서 그들에게 말을 붙이면 사람떼가 몰려든다. 모르는 척 밥만 먹자."


맛있게 밥을 먹는데 식당의 남자가 다가와 여행 중이냐며 묻고는 말한다.


"니 요부요 빠이주?"


얼핏 뭐가 더 필요한지를 묻는 것인데 앞에 빠이주가 뭔지를 모르겠다. 번역기를 건네주니 흰죽(白粥)을 더 주겠다는 말이다.


"요! 요!"


밥을 다 먹어갈 때쯤 정말 하얀 흰죽을 갖다 준다. 흰죽을 마시듯 먹으니 후식을 먹는 것처럼 속이 편하고 든든해진다.


 

"아, 오늘은 저녁까지 비가 안 올 것 같아!"


 

음식을 모두 비우고 남은 차를 마시고 있으니 젊은 남자와 주방에 있던 여자가 함께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우리집 음식이 어땠어요?"


"하오, 헌 하오 츠!"


밝게 웃는 여자, 두 사람은 부부 같은데 모두 친절하고 편안하게 웃는 얼굴을 가졌다. 때때로 웃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미소는 너무나 부럽다.


 

50Km 정도가 남은 오후의 거리, 아니나 다를까 S320 도로는 이틀 전의 라이딩을 복습이라도 하듯이 비슷한 길들로 이어진다.


"대체 무슨 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저 멀리서 다시 나타나냐고!"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더니 산들의 능선들이 눈 높이에 맞춰진다.


 

석탄 같은 검은 흙들이 쌓여있는 마을들이 이어진다. 마치 불에 타 검게 그을린 듯 낡고 검은 집들과 검은 흙물에 얼룩져있는 도로가 계속된다.


"오늘의 카테고리는 탄광촌인 거야?"


 

중국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질 않고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죽어있는 동네들처럼 보인다. 아주 오래된 폐가들과 새로 집을 지으려는지 벽돌들을 모아둔 집들이 자주 보인다.


검은 마을들이 이어지던 중 이번엔 색다른 모양과 색깔의 풍선 아치가 보인다. 축하를 하는 일에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주로 쓰는 중국인데 검은색의 풍선 아치에 적힌 한자들이 너무 어렵다.


"분위기가 상갓집인데."


초상을 치르는 상갓집으로 생각하며 조심스레 사진을 찍고 있는데 멀리서 경극의 얇은 고음이 들리며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상갓집이 아닌가?"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이번에도 같은 풍선 아치가 있고 경쾌한 음악이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무엇을 하는 거지?"


 

 

 

계속되는 오래된 폐가들과 폐가와 같은 검은 집에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끔씩 오래된 집의 벽면에 도시 아파트의 분양 광고 같은 것이 걸려있다.


"평당 2,488위안이면 얼마지? 40만원~50만원 정도 되는가."


 

 

달리다 보니 수로 교각에 부딪쳐 완전히 타버린 차량이 버려져있다. 형태로 보아 최근에 사고가 난 것처럼 보이는데 중국은 왜 저런 것을 치우지 않고 방치해 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


 

조금씩 내리막이 시작되고 또다시 등장한 풍선 아치. 이번엔 길을 따라 풍선 기둥들이 아주 길게 늘어서 있다. 역시나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리고 폭죽 소리까지 우렁차게 들린다.


궁금증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러 미칠 것 같고 지적 허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조금 더 지나 똑같은 풍선 아치를 하나 더 보았으나 이번에는 그냥 지나친다. 지적 허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의식적인 회피다.


"너무 궁금한데."


 

삭막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한 마을들이 계속 이어지고 검은 마을들의 정적을 깨뜨려 놓는 폭죽과 경쾌한 음악소리들. 다섯 번째 집을 발견하고 더는 허기진 지적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


마침 클래식 밴드의 경쾌한 연주 소리가 들려오는 집이 도로에서 그리 머지않아 들어가 보기로 마음먹는다.


 

길가에 길게 놓은 막대풍선들에는 풍선마다 자손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큰 글씨로 메시지들이 적혀있는데 아무리 봐도 내용들이 축하의 문구들은 아니다.


 

"초상집이 맞는데, 저 날아갈 듯 경쾌한 밴드 연주는 대체 뭐냐고?"


 

"가 보자! 까짓것 얻어맞기밖에 더 하겠어."


 

초입에서 엄청나게 많은 폭죽 상자를 정리하는 사람에게 무엇인지를 물었지만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허허 웃기만 한다.


 

 

 

마침 행사를 하고 있는 언덕 집의 아랫집에 한 청년이 나와 있어 자전거를 끌고 가며 눈을 마주치고, 손을 들어 용건이 있음을 알리니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누구에게 손짓을 하는지를 살피며 어리둥절해한다.


"한국사람인데요. 저기서 무엇을 하는 거죠?"


"사람이 죽었어요."


"아, 노인이 죽어서 상을 치르는 거예요?"


"네."


아직은 어려 보이는 얼굴인데 씹는 담배 같은 것을 질겅거리며 재미있다는 듯이 대답한다.



생경한 중국의 장례문화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청년이 말을 건다.


"보고 싶으세요?"


"가도 되나요?"


"네. 따라오세요"


남의 초상집에 그것도 타국의 외지객이 불쑥 찾아들어 간다는 것이 어렵지만 장례식 모습이 궁금하고 보고 싶다.


 

앞서가던 청년이 흰 면포를 머리에 둘러쓴 사람에게 한국사람이 구경하러 왔다며 알려주고, 면포를 둘러쓴 사람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집으로 올라간다.


 

화환들이 보이고 문제의 밴드가 경쾌한 음악을 계속해서 연주하고 있다.


"..."


 

청년은 상주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시 나를 소개한다. 환하게 웃으며 한국인인지 물으며 거실로 데려가 의자에 앉으라 권하더니 따듯한 차를 건네준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순식간에 좁은 거실이 흰 면포를 쓴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서로 몇 마디씩을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밥을 먹었는지 묻는 상주의 질문에 밥은 먹었다 대답하고 나니 이번에는 여자들이 다가와 밥과 음식을 줄 테니 먹으라고 권한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 밝고 즐겁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어리둥절 두리번거리니 남자들이 하나둘 다가와 담배를 계속 건넨다. 담뱃갑 통째로 그리고 한 개비씩 계속 건네주어 양손을 모아 담배를 받아들고 있는 모양이 되어버린다.


위패를 모셔둔 곳이 보이지 않아 밖으로 나오려 하자 조금 전 나에게 음식을 권하던 여자가 밥은 한가득 담은 그릇을 들고 먹으라고 한다. 다행히 상주가 밥은 먹었다고 알려준다.


상갓집의 식사는 어떤 것이 나오는지 알고 싶었지만 밥을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거실 옆 공간에 우리의 상여꽃 같은 종이꽃들로 장식이 되고 안쪽에 위패 같은 것이 모셔져 있는데, 제의 의식을 치르면서도 두 형제가 담배를 물고 있다.


중국의 담배 문화의 끝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밴드의 연주가 잠깐 쉬는 사이 경극의 노래 같은 중국의 노래가 중국 악기들의 운율을 타고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징징징징! 야~~ 오~~~ 이~~~"


 

 

간간이 한두 명 정도의 조문객이 왔다 갈 뿐, 집에는 대부분은 흰 면포를 쓴 고인의 가족과 자식들이다.



상갓집을 떠나려고 상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니 와 주셔서 감사하는 말을 건네며 인사를 한다.


집의 옆, 천막을 두른 임시 공간이 음식을 준비하는 곳인가 보다.


 

 

 

 

그리고 집으로 올라가는 초입과 도로로 나가는 길에서 계속해서 폭죽을 터트린다. 엄청나게 쌓인 폭죽 상자들이 보인다.

 

 

"누군가는 축제라 했던가."


형식이나 모습들이 조금 다를 뿐, 가족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어찌 다르겠는가 싶다.


 

검은 집과 검은 도로, 낡고 허름한 것들 너머로 도시의 실루엣이 천천히 다가온다. 중국은 언제나 여기서부터 도시라는 듯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큰 도시가 나타난다.


 

 

도시의 초입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한 남자가 바쁘게 도로를 가로질러 나에게도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한국 사람이냐?"


그렇다고 답변을 하고 크게 웃으며 대하였으나 느닷없이 나타난 남자를 약간 경계한다. 씹는 담배를 많이 하는지 누런 이와 거친 손 그리고 순간순간 느껴지는 특이한 몸짓들이 예사롭지 않다 생각이 든다.


"나는 한국사람을 싫어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중국을 여행하는 너는 존경스럽다."


밑도 끝도 없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자의 곁으로 다시 한 중년의 남자가 붙어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우리는 가까이 붙어있는 이웃 나라이니 공통된 언어를 써야 한다."


중년의 남자 역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해가며 쉽사리 떠나가지 않을 눈치다. 그들의 말에 크게 호응을 해주며 위챗으로 친구 등록을 하고 메시지를 보내라 인사하고 자리를 떠난다.


"성질 같아선 자리에 앉혀놓고 한 6시간쯤 잘근잘근 씹어서 철 지난 중화사상 따위 지하 깊숙이 내려놓게 해주고 싶다만 참는 거야!"


 

"웃어 짜샤! 허황된 쿵후 영화만 보지 말고 UFC도 좀 보고!"


 

 

 

오는 동안 다른 곳과는 달리 호남인(湖南人)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자는 취지의 벽화들을 자주 본다. 레이양시에 들어서며 다른 도시와는 조금 다른 보수적인 도시인가 싶은 느낌을 받는다.


유별나게 반짝이고 시끄러운 다른 도시들과 달리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는 건물들과 분위기다.



레이양시의 정부청사 앞에서 한 컷. 그리고 주변의 숙소를 검색하고 가까이에 위치한 주점으로 이동한다.


 

여권을 건네고 몇 가지 짧은 영어 질문에 쑥스러운 듯 밝게 웃으며 응대하는 숙소의 직원들. 모두가 친절하고 웃음들이 많아 즐겁다.


위챗 친구 등록을 해달라는 어린 여직원과 편안한 웃음을 보이며 이것저것을 챙겨주는 매니저 그리고 자전거와 나를 보고 좋은 웃음을 보여주는 매점의 아주머니까지 함께 깔깔거리며 농담을 하고 웃으며 체크인을 마친다.


프런트를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국인이라며 웃으며 소개를 한다.


자전거는 직원들의 사무실 옆에 위치한 창고에 넣어두고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위챗 친구 등록을 했던 어린 여직원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메시지로 알려준다.


"침대 테이블 옆에 커다랗게 붙어있던데.."


 

샤워를 끝내고 주변의 식당을 물어보니 한참을 여기저기 설명하더니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여직원이다.


루이 씬웬과 먹었던 매콤한 고기덮밥 사진을 보여 주자 그 메뉴를 알고 있다는 듯 크게 말하더니.


"하지만 호남의 음식도 맛이 좋다!"


"그래, 그래서 어딘데?"


어린 여직원은 숙소 밖으로 나와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 식당과 몇몇 식당을 가리키더니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을 가라고 한다.


여직원이 알려준 식당으로 들어가니 그동안의 식당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응대를 한다. 중국에 와서 여러 식당을 들어갔지만 어서 오라며 인사하는 곳은 처음이다.


"얘가 어딜 알려준 거야? 비싼데 아닌가?"


환한 조명과 따듯한 실내, 넓고 조용하며 케니지의 색소폰 음악이 흘러나오는 제법 모양이 나는 유리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받는다. 15위안부터 시작되는 메뉴들은 그리 비싸지 않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32위안 메뉴를 시키고 있으니 제복의 점원이 다시 다가와 차를 마실 거냐고 물어본다.


"세상에 따듯한 차까지 내어주는 집은 처음이야."


밝게 웃는 직원들은 응대 교육을 받은 듯 조용하고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나온 5,000원짜리 돼지고기 요리. 삼겹살을 튀겨서 조리한 매콤한 맛이 나는 음식이다.


"5,000원짜리 음식에 무슨 짓을 한 거니. 쓸데없이 고급 지게 양이 너무 적잖아!"


딱 우리의 삼겹살 크기만큼 한 돼지고기 요리는 맛이 좋다. 그런데 밥을 먹다 보니 이 양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직원을 불러 메뉴판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서브 메뉴를 고르는데 17위안 하는 몇몇 요리들 중 두부가 들어간 메뉴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도우푸(豆腐, 두부)!"


두부로 간장조림을 했거나 야채 같은 것과 함께 나오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후에 조용히 나온 음식은 깍두기만 한 사이즈로 튀겨진 두부가 한 접시 가득 나왔다.


"뜨헉, 진짜 두부만 나왔네."


 

예쁜 빛으로 튀겨진 두부는 은은한 간장맛이 나면서 매콤하니 부드러웠고 한 입 베어 물면 기름맛이 돌면서 아주 맛있다. 하지만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은 두부튀김은 밥통에 있던 5~6공기 정도의 밥을 다 먹고서야 그 바닥을 드러낸다.


'허니, 허니.' 애칭을 부르며 저녁을 먹는 어린 남녀 커플이 둘만의 대화를 하며 가끔씩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허니들, 나 신경 쓰지 말고 그대들 하던 거 해. 한국 사람들 이렇게 많이 안 먹는다. 그냥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약 먹는 거야. 약!"


배부름과 함께 귀가 닳도록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케니지의 Going Home 색소폰 연주가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밥 먹었으면 집에 가라는 건가."


숙소로 돌아오니 매점의 아주머니께서 저녁을 잘 먹었는지 웃으며 물어본다. 맛있게 먹었다 대답하고 콜라를 하나 사들고 방으로 돌아온다.


"밥을 잔뜩 먹었으니 감기가 떨어지겠지!"


식곤증인지 피곤함인지 잠이 쏟아진다. 피식 웃고 사라져버린 루이 씬웬, 웃는 얼굴을 갖은 식당의 젊은 부부, 어머니를 떠나보낸 상주의 뜻밖의 웃는 얼굴 그리고 숙소의 경쾌하고 밝은 웃음들과 식당의 가지런한 응대의 미소까지 많은 웃는 얼굴을 바라본 날이다.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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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일 / 비 ・ 6도

차링현

아침에 일어나니 몸살에 걸린 듯 몸이 무겁고 머리가 먹먹하다. 밤새 들리던 빗줄기 소리는 아침까지 여전하다. "컨디션이 좋지않은데 어떻게 할까"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4,17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279시간


휴식
0Km / 00분
0Km / 00분
야진빈관
열사묘지
야진빈관
 
 
1,42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7시 30분 연이은 알람에 잠이 깬다. 온몸을 얻어맞은 듯 묵직하고, 콧물 탓인지 머리가 먹먹한 것이 감기 기운이 심해지는 듯싶다.


커튼을 열지 않고도 우렁차게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날씨를 짐작한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 차가운 빗속을 다시 달리려니 조금은 싫은 마음이 생겨난다.


"아침밥 먹을 거니?"


리우 씬웬에게 위챗의 메시지가 들어온다. 패니어들을 정리해두고 아침을 먹으면 9시에는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우 씬웬과 어제의 식당으로 간다. 묻지도 않고 리우 씬웬이 메뉴를 고르고 음식이 나온다. 고수향이 나는 얼큰한 면요리, 감기 기운으로 몸이 으슬으슬하던 차에 따듯하고 얼큰한 국물을 마시니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버너의 휘발유를 사기 위해 리우 씬웬에게 물어보니 자신이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주유소 말고 다른 곳이 있나?"



중국은 카드결제 보다 스마트폰 결제를 한다.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찍고 결제를 하는데 편리해 보인다. 10위안짜리라며 이번에도 자신이 밥을 사겠다고 한다.



숙소에 돌아오니 9시가 되어간다. 멈출 생각이 없는 비를 바라보고 하루를 쉬기로 결정한다.


할머니, 리우 씨웬과 차를 마시는 사이 리우 위지에가 학교에서 돌아온다. 소학교 3학년이라는 리우 위지에는 꼭 그 나이만큼 개구지고 엉뚱한 질문들을 쉴 새 없이 해댄다.


리우 위지에의 아빠는 건장하고 남자답게 생겼는데 늘 바쁜지 나를 볼 때마다 말없이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지나간다.


리우 씬웬 모자와 함께 휘발유를 사기 위해 주변의 오토바이 수리점 같은 곳을 갔으나 팔지 않는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 자전거 수리점이 보여 본드를 사기 위해 들러본다. 아주 오래된 자전거포처럼 보인다.



가게에 버려져 있는 펑크 패치가 붙어있는 폐튜브를 들고 어렵사리 본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킨다.



"어디서 이것을 살 수 있어요?"


어디서 본드를 살 수 있는지 묻자 휴대용 펑크 패치와 본드 튜브를 보여준다. 이것은 가지고 있다며 큰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자신이 쓰고 있는 본드를 보여준다.


낡은 페트병에 들어있는 본드.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니 본드가 맞다.



자신이 쓰는 것을 담아주겠다며 작은 페트병에 1/3만큼 따르더니 2위안을 달라고 한다. 급한대로 이것이라도 가지고 다녀야겠다 싶어 2위안을 꺼내니 2위안에 아니고 20위안을 달라는 것이다.


"헐, 20위안이라고? 부 요, 부 요!"


그렇게 휘발유도 본드도 구매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리우 씬웬은 필요하면 자신의 오토바이에서 휘발유를 조금 꺼내어 담아주겠다고 했지만 웃으면서 거절한다.


"중국은 참 어렵다!"


중국 여행은 여러 가지 어려운 것이 많다고 얘기를 했더니 리우 씬웬이 잘 못 이해했는지 자신의 한 달 월급이 1,600위안이라며 그것으로는 생활이 힘들다고 한다.


"30만원이 안되는 돈이니 어려운 것이 많겠다. 생각해보면 중국의 물가가 그리 싼 것만은 아닌데.'


숙소 프론트에서 리우 씬웬과 리우 위지에와 함께 잠깐 대화를 하다 보니 11시가 되어간다. 피곤함이 밀려와 방으로 들어가 다시 침낭을 꺼내어 잠이 든다.



3시 40분, 푹 자고 일어나니 한결 몸이 가볍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믹스 커피가 간절하다.


고덕지도를 켜고 한국을 검색하니 주변에 한국 물건을 수입해서 파는 가게가 있다. 거리가 가까워서 커피를 구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산책도 할 겸 밖으로 나간다.



숙소 옆에 눈에 익은 빈관이 있다. 사실은 이 빈관을 찾으려다 헷갈려서 지금의 야진빈관에 들어간 것이다.



가는 길 우리의 천냥 마켓처럼 2위안 마켓도 있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려서 필요한 물건이 있나 봐야지."



한국 가게와 숙소 사이에 공원이 있어 공원을 가로질러 간다.



도심 속 공원인데도 나무들이 울창하다.



학생들이 내려가는 공원의 쪽문으로 따라 내려가니 체육시설 같은 넓은 운동장이 나온다.



운동장 전체에 커다란 조립식 천막을 치고 행사 같은 것을 하는지 사람들이 많고 스피커를 통해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진다. 가까이 가보니 물건을 팔거나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고 사람들이 즉석 복권 같은 것은 한 줄씩 사서 긁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냐?"



생경한 관경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고 있으니 나에게도 해보라며 판매를 권한다. 즉석복권 같은 것인데 행사장에서 시끌벅적하게 진행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거 당첨 번호가 있기는 한 거야? 참 이해가 어렵다."


한 장에 5위안이면 싼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한 줄씩 한꺼번에 사서 긁고, 파는 사람도 긁고 있다. 복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묻자 복권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판매원.



공원을 빠져나온 반대편의 거리는 아이들의 옷들과 중국의 집집마다 거실에 놓여있는 저것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한국 물건을 파는 가게는 없어지고 신발가게만 있다. 거리를 돌아 공원의 정문으로 걸어간다. 처음 들어섰던 허름한 문과 달리 정문은 웅장한 느낌이고, 넓고 높게 이어지는 계단 위로 높은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중국 혁명 당시 사망했던 사람들을 추모하는 기념탑.




기념탑을 지나 직선으로 거닐면 처음 들어섰던 공원의 입구가 나온다.



기념탑 뒤편으로 전사자들의 묘역이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조성이 잘 되어 있다. 아마도 이곳 차링현 출신 전사자들의 묘역들인 것 가다.



우리의 현충원도 좋지만 이렇게 자신들의 고향에 묘역을 정성스레 가꾸어 놓으니 괜찮아 보인다. 경주역 앞에 놓인 이기태 경감의 흉상처럼 이런 기념물이나 추모의 공간은 생활 속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어제 만났던 데이비스와 위챗으로 채팅을 한다. 화이트 가솔린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물었으나 그도, 그의 친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결제시스템으로 유명한 다날의 베이징 지사에서 근무를 했다는 데이비스는 다날이 중국에서 철수를 하며 퇴사를 한 것 같다. 30여 분 넘게 채팅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눈 후 중국 여행 중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겠다고 하고 채팅을 마친다.


5시가 넘어 리우 씬웬이 위챗의 메시지로 저녁을 안 먹는지 묻는다. 아침식사 후 저녁은 내가 사겠다고 말했었다.


숙박요금 80위안을 결제하고, 리우 위지에도 같이 가도 되는지 묻는 리우 씬웬에게 그렇다고 하니 굉장히 좋아한다.


어제 먹었던 고기덮밥이 먹고 싶어 리우 위지에와 함께 그 식당으로 다시 간다.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은 밥 종류는 안된다고 하여 리우 씬웬은 다른 가게로 가자고 한다. 가게를 나서려는데 이미 리우 위지에는 그 가게의 꼬치메뉴 앞에서 정신줄을 놓고 있다.


꼬치메뉴들을 바라보는 리우 위지에, 이유를 묻자 리우 씬웬은 아이가 이것을 먹고 싶어한다고 한다.


"먹어! 쩌거 츠! 여기서 먹자."



꼬치를 고르는 리우 씬웬에게 할배네 치킨처럼 물결모양 피가 잘 입혀진 치킨도 같이 넣으라고 말하고 가게로 들어간다.


"쩌리 빠이판 메이요? 미엔, OK!"


리우 씬웬이 알아서 면 요리를 시키고 기다린다.



고기 육수에 고수와 땅콩 그리고 여러 가지 소스들이 들어간 누들면. 역시나 얼큰하고 맛과 향이 좋다.



잠시 후 주문해 놓았던 치킨과 꼬치들이 튀겨져 나온다.



중국 길거리에서 흔하게 파는 꼬치들은데 사람들은 저것을 손에 들고 다니며 먹거나 수북이 쌓아놓고 즐겨 먹는다. 튀기지 않은 원재료들을 보면 조금은 거북스럽게 느껴졌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오징어튀김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맥주 안주 오징어 다리 같은 맛이 난다. KFC 치킨처럼 모양 좋게 밀가루 옷이 입혀졌던 치킨은 바싹하게 튀겨져 그 좋았던 모양새를 잃어버렸다.


중국의 향신료 맛이 나는 치킨도 따듯하고 맛있다.


치킨보다 꼬치를 더 잘 먹는 리우 위지에게 많이 먹으라며 한 접시를 더 주문해 달라고 하니 리우 씬웬은 치킨을 가리키며 하나에 7위안이라고 한다. 음식값들에 비하면 치킨의 값이 비싸다는 말이다.


"괜찮아. 메이 콴시! 츠! 츠!"


그렇게 식사를 하고 리우 위지에게 100위안을 주니 돈을 받아 계산을 하고 잔돈 27.1위안을 받아 온다. 10,000정도의 값으로 셋이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으니 이보다 더 값진 돈이 어디 있을까 싶다.


"쑤쑤, 시에! 땅큐!"


어제부터 리우 위지에는 나를 쑤쑤(叔叔), 삼촌이라고 부른다.



숙소에 돌아온 리우 씬웬은 기분이 좋았는지 어머니에게 신나게 뭔가를 떠든다. 따듯한 물을 달라고 하여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짜이지엔 리우 위지에!"


다시 따듯한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예보처럼 내일은 비가 없기를, 내일은 여기를 떠나야 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일 / 비 ・ 11도

융신현-차링현

검은 비구름이 다시 내려앉는다. 계림을 향하는 길, 오늘 가야할 차링현까지는 큰 도시가 없이 작은 촌들이 이어진다. 빗속에 90km 이상을 가야하는 날. "비오는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니구. 가 보자!"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4,172Km

이동시간

6시간 52분

누적시간

279시간


S320소도
S320소도
56Km / 3시간 45분
37Km / 3시간 17분
융신현
가오롱전
차링현
 
 
1,42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건물의 안쪽에 위치한 숙소의 방이라 밤새 비가 내리는 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패니어를 정리하여 1층으로 내려가니 비가 내리는 듯 거리가 뿌옇다.

 

"어떻게 1,000Km를 넘게 내려왔는데 똑같은 날씨들의 연속일까."

 

주섬주섬 레인 팬츠와 땡땡이 우의를 꺼내어 챙겨 입고 차링현으로 출발한다.

 

 

9시 30분 조금 늦은 출발인데 융신현의 아침은 혼잡하고, 융신현으로 이어지는 S320 소도로 역시 시내로 들어가기 위한 차량들과 오토바이들이 길게 정체되어 있다.

 

우리의 바쁜 아침 출근 때가 7~8시라면 이곳은 8~9시 정도인가 보다.

 

 

20여 분 만에 융신현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난다. 검은 구름들이 하늘을 덮고 있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는 않고 밤새 내린 비로 인해 젖어있는 노면을 달리느라 자전거와 레인 팬츠는 금세 엉망이 되어버린다.

 

 

 

중국 학교의 모습이 궁금했는데, 지나가는 길에 작은 촌의 소학교가 보여 잠시 쉬어간다. 방학 기간인지 중국의 학교들은 모두 문이 닫혀있다. 시골의 작은 촌마을 학교라 그런지 규모도 작고 심플하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운동장 측면에 탁구대가 4대 정도 놓여있다.

 

"국기가 탁구라더니 역시 다르구나."

 

 

 

11시가 조금 넘어 길가의 작은 슈퍼에 들러 빵과 콜라를 10위안에 사든다. 중국의 빵들은 맛이 좋다. 여러 가지를 골라 무게를 재어 가격을 정하는 빵들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빵을 먹는 동안 서너 살쯤의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여자와 인사를 나누고 슈퍼에 들르던 다른 남자도 태극기를 보더니 한국인이냐며 말을 건다. 엄지를 추켜세우는 젊은 남자와 짧은 대화를 하는 도중 아이를 안은 여자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묻는다.

 

좋은 영어 발음을 갖고 있는 여자에게 놀란다.

 

"이건 춘장 발음이 아닌데!"

 

명함을 건네주고 여자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궁금했던 길가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I don't know how to call it in English. In China, Guihuashu!"

 

중국의 가로수로 심어져 은은한 향이 좋았던, 풍성하게 우거져 자전거 길을 너무나 예쁘게 만들었던 나무의 이름은 계수화(桂花树)다.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대화를 하는 사이 빗줄기가 시작되어 서둘러 떠나야 한다. 비가 오지 않아 슈퍼에서 벗어놓은 땡땡이 우의를 다시 입고, 고무장갑도 꺼내어 낀다.

 

이틀 전 사용하고 난방기 밑에 말려두었지만 고무장갑의 안쪽이 축축하게 느껴진다.

 

"뒤집어서 말려야 했는데. 괜찮아 조금 있으면 땀이 찰 테니까."

 

 

몇 십초 만에 신발의 안쪽은 저벅저벅한 느낌이 들 정도로 완전히 젖어버린다.

 

 

길은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지며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비안개가 산을 타고 넘어가며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진다.

 

 

S320 소도로에는 덤프트럭 같은 대형 차량들의 통행이 많다. 잘 정비된 성도에서는 대형 화물 차량을 전혀 볼 수 없어 의아했는데 중국의 화물 차량들은 소도로를 이용하여 운행하는 것인가 싶다.

 

오르막과 평지 그리고 다시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이 계속되는 동안 산들의 봉우리가 낮아져 가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윽고 산장들이 길가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올라가는 기분이다."

 

 

산장들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동안 천둥과 함께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마침 버스 정류장에 의자가 있어 잠시 비를 피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굵고 거칠어지는 빗줄기다.

 

 

눈앞을 가리는 빗줄기 속에 도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어 버린다. 도로의 경사면을 타고 흘러넘치듯 내려오는 흙탕물을 가로지르며 여전히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지는 길을 달려간다.

 

화물 차량이 대형 분무기를 뿌리듯 물방울들을 흩날리며 자전거를 지나치고, 속도를 줄이지 않는 매너 없는 중국의 운전자들은 물웅덩이를 지나치며 흙탕물을 시원하게 선사한다.

 

"힘드냐고요? 아주 즐겁습니다!"

 

하굣길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온몸을 적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흙탕물 속에서 장난을 치는 아이처럼 달리는 동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언덕길을 올라 작은 마을에 이르니 석상이 멋들어지게 서있다. 이동양, 물론 모르는 사람이다.

 

"중국 명대(明代)의 시인. 비현실적인 창화응수시(唱和應酬詩)가 명의 영락(永樂)·성화(成化)의 시단을 침체하게 했는데 홀로 성당(盛唐)의 시풍을 추구하는 당시(唐詩) 부흥운동의 선구적 존재가 되었다. 주요 저서에는 《회록당집(悔麓堂集)》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동양 [李東陽] (두산백과)"

 

 

"아무리 비가 와도 할 것은 하고."

 

 

 

검색을 해보니 동상과 초상화가 좀 많이 다르다.

 

 

 

이동양의 동상이 있던 마을을 돌아 내려오니 장대비는 이내 멈추고 하늘이 맑아진다. 멀리 구름들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낸 빛의 실루엣, 태양을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지나왔던 길들이 모두 이렇다. 평지와 오르막 그리고 평지 같은 오르막 짧은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것을 배추라고 해야 하는지 배추 나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리는 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무작정 길을 따라오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고 내 위치보다 높은 봉우리가 사라져간다.

 

 

 

"정상에 다 왔을까? 저 코너를 돌면 시원한 내리막의 보상이 주어지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내리막과 평지 그리고 오르막이 몇 십 미터 간격을 두고 계속 이어진다. 뭔지 모르겠지만 느낌상 내려가는 것 같은데 롤러코스터나 모굴을 타는 듯 꿀렁꿀렁 넘어가는 길들이 너무나 힘들다.

 

"S320 소도로, 이상하게 그리고 기분 나쁘게 길들여지는 기분이야."

 

 

빗물을 모아둔 둔 곳에 이런 표지판이 많이 보인다.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이외에 그 물을 팔기도 하나 보다.

 

 

오르막과 평지 그리고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이상한 길을 60Km나 달리고 목적지인 차링현을 겨우 5Km 남기고 평지가 나타난다. 하루 종일 첨벙대던 신발 속 발가락 끝이 찌릿하게 아려온다.

 

차링시로 들어가기 전 길가에 멋들어지게 세워진 석상이 눈길을 끈다. 2시간여를 쉬지 않고 달려왔던 터라 잠시 쉬고 싶다.

 

 

"谭思聪,革命烈士,湖南茶陵人。1932年1月3日在江西永新钱市街猪嬖岭战斗中牺牲。1926年秋加入中国共产党。井冈山斗争时期,任茶陵县委书记、特委委员、特委常委。后任赣西南特委委员,湘东独立师政委等。

 

담사총, 혁명열사, 호남다릉인.1932년 1월 3일 강서영 신전시거리 저승령 전투에서 전사했다. 1926년 가을에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다.이오카산 투쟁 시기에는 다링현 당서기, 특위 위원, 특위 상무위원을 지냈다.이후 赣서남특위 위원, 샹둥독립사정위 등을 지냈다. [바이두 사전]"

 

 

"누군지는 모르지만 26살에 생을 마쳤으니 아까운 삶이네."

 

담사총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중국 남자가 주변을 서성이더니 내게 다가와서 한국인이냐며 묻는다. 그렇다고 답변을 하고 인사를 나눈 후 중국어를 못 알아들으니 영어로 대화를 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일을 했다는 Davis다. 짧은 대화를 하고 있으니 몸에 한기가 밀려온다.

 

 

데이비스와 위챗 아이디를 교환하고 메시지를 하겠다며 말하고 헤어진다. 오늘 중국에서 영어로 소통이 되는 두 명을 만나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

 

 

4Km 정도를 남기고 차링현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만난다.

 

 

여느 중국의 도시와 같이 복잡하고 자동차의 크락션 소리가 끊이지 않는 차링시다. 트립닷컴과 고덕지도를 이용해 저렴한 숙소를 고르고 가까이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지만 고덕지도는 막다른 골목으로 안내한 후 자동으로 안내를 종료해 버린다.

 

"분명, 이 근처가 맞는데. 어디에 있는 거야?"

 

20여 분을 그렇게 근처에 있는 빈관을 찾기 위해 헤매다 허름한 골목 가운데 위치한 빈관을 겨우 찾는다.

 

빈관에 들어가니 어두운 내부에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프런트에 앉아있어 몸짓으로 잠을 자겠다는 표시를 하니 알아듣는 눈치다. 가격을 물으니 80위안이고 100위안을 주자 20위안은 내일 가져가라고 한다.

 

"야진?"

 

고개를 끄덕이며 야진하며 따라 한다. 체크인을 한 후 자전거를 가리키며 할머니에게 자전거를 씻는 시늉을 하며 온몸으로 말한다.

 

"할매, 쑤이, 쑤이! 치~~~~~~~!"

 

뭔가를 알아들은 할머니는 밖에 있는 수도가를 알려주며 빗자루를 건네준다.

 

"할매, 하오! 하우!"

 

 

할머니에게 수도꼭지의 열쇠를 달라 하니 열쇠와 바가지를 준다. 패니어와 자전거에 묻은 흙들을 씻어내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좁은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간다.

 

 

가끔씩 중국의 외부에 있는 수도에는 꼭지가 없고 이렇게 열쇠처럼 생긴 꼭지를 가지고 돌려서 쓴다.

 

 

샤워를 하는 동안 젊은 여자가 방문을 두드리고 주숙등록을 위해 신분증을 달라 요청한다. 비를 맞아 얼어버린 몸을 따듯한 온수로 녹인다. 차가워진 피부를 따갑게 파고들던 샤워기의 물줄기가 천천히 따듯함으로 온몸을 적신다.

 

"아, 좋다!"

 

좌변기가 아닌 화장실의 변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흙물들이 쓸려 내려간다.

 

"이거 괜찮은 시스템이네. 하수구가 막힐 일도 없고."

 

 

주숙등록을 하려던 젊은 여자는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지 등록을 하지 못한다. 밥을 먹어야 하는지 묻더니 무엇을 먹고 싶냐며 묻는다.

 

"肉! 고기!"

 

매운맛이 괜찮냐고 묻고 자기가 식당까지 안내를 하고 밥을 사겠다고 한다.

 

"그래, 일단 가! 취! 취!"

 

역시나 식당에 가는 동안 여자는 내 쪼리에 관심을 두며 춥지 않냐고 물어본다. 나를 본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쪼리에 관심이 많다.

 

큰 사거리를 건너 사람들이 북적이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전통적인 식당은 아니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앉아 누들면과 국수 같은 것을 먹는 식당이고, 식당 안의 바닥에는 냅킨과 포장 비닐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작은 휴지통 같은 걸 놓아두면 될 텐데. 중국은 참 특이해."

 

 

매콤하게 고기를 볶은 밥이 나온다. 20위안짜리라는데 맛이 전혀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고 좋다.

 

밥을 먹는 동안 여자의 이름(리우 씬웬, 刘新文)를 묻고 나이를 물으니 동갑내기다.

 

"워먼 쓰 펑이요!"

 

번역기로 여러 가지 짧은 대화를 하고, 노란 배추꽃을 보여주며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니 유채꽃이라고 한다. 입들이 크고 꽃망울이 다른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닌데. 유채꽃!"

 

식사를 마치니 정말로 리우 씬웬이 계산을 해버린다. 식사비를 주려는 제스처를 하자 숙소에 가서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

 

"뭐냐?"

 

숙소에 돌아오니 따듯한 차를 마시며 프런트 앞 작은 테이블에 리우 씬웬의 가족들이 모여있다.

 

"기념으로 한국 돈을 줘!"

 

밥값 대신 기념으로 한국 돈을 달라는 리우 씬웬. 만원, 오천원, 천원을 꺼내놓고 고르라고 하니 자기는 돈의 가치를 몰라서 고르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럼,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골라!"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녀에게 만원을 건네준다.

 

"이 사람이 한국말을 만든 사람이야, 세종대왕!"


리우 씬웬 가족들의 많은 질문을 받는 사이 조그만 꼬마가 들어온다. 자기의 아들이라며 9살짜리 리우 위지에(刘奕杰)를 소개한다.


리우 위지에의 많은 질문을 받고 답느라 2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린다. 9시가 넘어서야 방으로 돌아왔지만 3시간 넘게 난방기가 돌아간 방안은 여전히 냉랭하다.


침낭을 꺼내어 몸을 집어넣고 하루를 정리한다. 콧물로 시작된 감기 기운이 조금 더 심해진 것 같다.


"정말이지 내일만은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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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일 / 구름 ・ 10도

지수이현-지안시-지안현-융신현

정말 오랜만에 비가 내리지 않는 아침이다. 새벽에 잠들어 조금 피곤한 상태이지만 하늘을 보니 달리고 싶은 마음이 급하다. 오늘은 제법 먼 거리를 달려야 한다. 지안시를 거쳐 용신현까지 120Km 정도를 라이딩 할 것이다. "비 내리기 전에 빨리 가자!"

이동거리

118Km

누적거리

4,079Km

이동시간

7시간 19분

누적시간

272시간


G105국도
지안현
24Km / 1시간 26분
94Km / 5시간 53분
지수이현
지안시
융신현
 
 
1,33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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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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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0-8531-0700/+86-186-1173-0089

 

새벽에 잠이 들어 8시의 알람에 항복하듯 깨어난다. 콧물을 훌쩍이는 피곤함이 개운하지 않다. 어제 저녁부터 잠잠했던 하늘은 오랜만에 비가 내리지 않는 아침을 보여준다.


날씨를 확인한 후 서둘러 떠나고 싶은 조바심이 생겨난다.


"비가 내리기 전에 떠나야 해!"


간단하게 슈퍼에서 사놓았던 빵 3개로 아침을 대신하고 패니어들을 정리한 후 자전거에 장착하니 뒤쪽 바퀴가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펑크가 났는지 주저앉아 있다.


"아, 젠장! 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한시가 급한데."

 

 

 

패니어를 다시 떼어내고 펑크수리를 한다. 유리조각부터 작고 뾰족한 잔돌들까지 타이어 전체에 오목조목 알차게도 박혀있다.


 

펑크패치를 붙이기 위해 꺼내 든 튜브식 본드, 인천 공항에서 빼앗긴 오공 본드 외 튜브식 본드가 2개 중 하나는 모두 사용하고 이제 하나만이 남아있다.


"작은 것 하나로는 부족한데, 빨리 본드를 사야겠네."


 

펑크 정비를 마치고 한숨 쉬고 나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패니어들을 자전거에 장착하고 방을 나선다.


"아, 여기 2층이었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사가 조금 심한 내부 계단을 끌고 내려가야 한다. 아찔하다.


다행히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계단을 내려가는 자전거의 뒷부분을 잡아주어 간신히 내려온다.


 

오늘 가야 할 목적지는 용신현으로 120Km 정도의 거리다. 가까운 지안시를 벗어나면 용신현까지는 큰 도시나 현, 진의 규모가 되는 마을이 없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은 뿌연 회색빛의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언제 다시 비가 쏟아질지 알 수가 없다.


최대한 빨리 용신현 가까이 가고 싶다.


 

 

 

포양호(鄱阳湖)에서 시작되는 장강(赣江)을 넘는 긴 지안대교를 지안시로 진입한다. 아침이라 그런지 지안대교를 넘는 오토바이 행렬이 계속된다.


 

 

 

복잡한 지안시의 중심을 벗어나 은행들의 고층 빌딩이 연이어지는 한적하고 넓은 자전거 도로를 독차지하며 신나게 달린다.


 

"어머 선녀님, 날아가실 것 같아요."


 

지안시에서 지안현까지 쾌적하고 넓은 도로에는 가끔씩 딸기를 파는 노점상이 있을 뿐 너무나 한가롭다.


 

지안현을 지나치며 보게 된 한글로 안내된 공공 화장실 안내판. 중국에는 가끔씩 조금은 생뚱맞은 곳에 한글 안내판들이 있다.


 

펑크로 인해 늦어진 출발과 120Km를 가야 하는 거리가 부담스러워 쉼 없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핸들바 패니어에 넣어둔 초코바와 소시지를 꺼내어 부족한 열량을 보충하며 페달링을 이어간다. 지안시내를 지나오며 잠시 속도가 늦춰졌지만 빠르게 40km를 삭제한다.


"무슨 자전거 대회에 나온 것도 아닌데, 하지만 비가 올까 봐 무섭다."


 

오늘도 여지없는 직선성애자 녀석들이 나타나고.


 

중국을 여행하며 이런 사각형의 모양에 하나같이 모서리 부분에 계단이 놓인 물을 담아 놓은 곳을 여러 번 보았다. 수영장은 분명 아니고 공공 빨래터라고 하기엔 자리가 빨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물의 깊이가 깊어 보이지 않고 넓이가 그리 넓지도 않고 산소 발생기 같은 장치도 없는 것으로 보아 민물 양식장도 아닌 것 같다.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리곤 했는데 이 과수원을 지나면서 저것은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비를 받아 저장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벽돌이나 시멘트로 각을 잡은 곳도 있고, 논밭 주변에 비슷한 용도로 보이는 곳이나 자연적인 둠벙이나 습지처럼 물이 고여있는 곳이 굉장히 많이 있다.


생각해 보니 중국에서 농업용 수로 같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상하수도의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중국에서 농업용 관계 시설이 보편화 되었을리 없으니 비를 담아놓고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마을 내에 또는 농지들 곳곳에 저런 시설들을 만들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우리는 이미 80년 후반 댐이나 저수지는 물론이고 농업용 수로이나 관정을 뚫어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기에 지금은 특별한 곳이 아니면 이러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중국 도로에서 많이 팔고 있는 딸기를 보더라도 모양이나 당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딸기를 재배하는 하우스를 얼핏 보면 그 재배환경이나 형태가 그리 현대적이지 않고, 농촌의 농지 형태들을 보면 중국의 농업이 아직은 많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2, G2 하면서 효율적이지 못하고 인구 수로만 밀어 부치는 거야? 미국보다 10억이나 인구가 많은데 어느 천년에 미국을 넘어서려고."


 

 

중국 아이들의 복장이 중국스럽고 귀엽다. 문제는 저 복장에 앞치마만 두르면 어른들의 복장이 된다는 것이다. 형제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손바닥만 한 물고임에 첨벙거리며 재미있어 한다.


 

 

쉼 없이 내달리던 라이딩에 들녘의 노란 꽃들이 은은한 향기로 코끝을 자극하고 지친 마음을 쓰담쓰담 거린다.


 

위로의 손짓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유채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노란 배추꽃이다.


 

가로수 옆에 가끔씩 보이는 이름 모를 처음 보는 꽃.



 

아침에 정비했던 뒷바퀴가 괜찮은지 눌러보니 약간 바람이 빠진 것 같아 타이어에 공기를 보충한다.


"오늘 타이어 때문에 고생 좀 하겠네."


비상식으로 넣어두었던 초코파이 중국 버전도 먹어보고, 맛은 똑같은데 크기가 많이 작다.


"변함없는 사랑, 정이라며 정!"


 


무난하고 편안했던 S319 도로를 벗어나 용양전에서 진입한 S314 도로는 산길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지나온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마을 풍경들이다.


일직선을 뻗은 도로가 울퉁불퉁하게 보인다. 10Km에 이르는 직선 도로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존재하며 멀리서 다가오는 차량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는 반복하며 나를 지나친다.


전국 일주를 하며 낙동강 자전거 도로를 일직선을 쭉 뽑아놓은 공무원들의 창의적인 게으름을 칭찬했었는데, 그들의 게으름은 애교에 불과한 것이다.


"이럴 땐 땅만 보고 가야 해."


도로에 시선을 두고 언더바를 잡고 소처럼 페달질을 해대니 새로 닦은 길의 검은 아스팔트가 울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언제나 마무리는 오르막이다. 조그마한 슈퍼에서 3위안짜리 펩시 한 병을 사 먹고 지도와 남은 거리를 확인한다.


2시 30분, 용신현까지 45km가 남아있다. 출발하려는 순간 작은 턱을 넘는 뒷바퀴의 물컹한 느낌에 확인을 해보니 말랑할 정도로 바람이 빠져있다.


"어어어, 겨우 한 시간 전에 넣었는데 이게 뭐야."


어쩌면 도착지까지 1시간마다 펌프를 꺼내 바람을 넣는 막노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힘들게 바람을 넣고 잠시 내리막을 내려오는 도중 도로에 정차되어 있는 흰색 승용차가 보인다. 조심스레 승용차를 피해서 지나치려는 순간 차 안에서 한국말로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벌써 환청이 들리나?"


자전거를 세우고 뒤돌아 보니 운전석에 있는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한국인이세요?"


"네."


"여기서 뭐해?"


자전거로 여행 중이라 말하니 어디를 가느냐고 서툰 한국말을 한다. 처음부터 한국말의 뉘앙스가 이상하여 한국어를 하는 중국인이라 짐작한다.


지도 어플을 찾아 목적지를 알려주려 하자 차에서 내려 내게로 다가온다.


우선 악수를 청하고 반갑다는 인사를 나눈 후 짧은 대화들이 오간다. 제주대학에서 어학당을 다닌다는 중국 학생 석성한군. 방학 기간인지 잠시 집에 왔다며 23일에 다시 들어간다고 한다.


명함을 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하고, 반가움의 인사와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담고 하는 사이 차량에 있던 그의 어머니가 무어라 말을 하자 차의 트렁크를 열고 무언가를 뒤적이며 찾는다.


그리고 마라 소스라며 캔맥주 깡통만 한 크기의 용기를 건네준다.


"어떻게 먹어? 밥에 비벼..?"


뜻밖의 선물이고 처음 보는 소스라 어떻게 먹는 것인지를 묻자 매콤하다며 라면 같은 곳에 넣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고마워, 잘 먹을게!"


전화번호를 물었으나 전화번호가 없어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하려다 둘 다 실패한다.


"그럼 이것으로 해. 위챗! 중국에서는 이거 쓰잖아."


위챗을 연결하고 성한군은 마지막으로 '화이팅'을 외치며 활짝 웃으며 떠난다. 이 넓은 중국 땅의 외진 시골길에서 뜻밖에 사람을 만난다.


"성한군, 쌩유!"


 


성한군과 작별하고 자전거를 출발하려 하는데 뒷바퀴가 푸석거리는 것이 이상하다. 아래를 보니 이번엔 뒤바퀴가 아예 주저앉아 있다.


"OMG!"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은 생각에 어떻게 뒷바퀴를 뺄까 고민하다 패니어들을 다 떼어내는 것은 너무나 귀찮고 귀찮은 일이라 그냥 눕혀버린다.


"어라. 큐알레버가 저쪽에 있네."


 

다시 자전거를 세워 낑낑대며 큐알레버를 겨우 돌려 풀어 놓고 자전거를 다시 눕힌다.


 

패니어들이 있어 지면에서 떠있는 바퀴를 빼고 타이어를 확인해 보니 작은 철심이 야무지게 박혀있다.


 

철심을 제거하고 타이어 안쪽을 한 바퀴 둘러 확인한 후 펑크 난 곳을 찾아 패치를 붙일 시간이 없어 그냥 새 튜브로 교체해 버린다. 또다시 하염없는 펌프질.


"오늘만 4번째다.".


 

성한군과 만나고 펑크를 수리하느라 40여 분의 시간이 지나버린다. 3시 20분, 남은 거리는 여전히 43km. 부지런히 달리면 6시까지는 용신현에 갈 수 있겠다 싶다.


 

"슈퍼 울트라 캡쏭 모드로 달리자!"


 

장강의 작은 줄기 허수이강을 따라 번개같은 속도 시속 20km로 한 시간을 달려 이제 남은 거리 23Km. 차량 통행이 확연히 줄어든 허수이 강변을 달리자니 마치 호젓한 남한강변을 라이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국 산들은 참 이색적이고 멋지네."


강변의 대나무와 그 위로 소나무가 어우러져 기괴한 모양의 산봉우리까지 이어진다.


 

자연 그대로의 강변과 들녘들, 그리고 노란 배추꽃의 사이사이 삶의 터전들이 자리한 허수이 강변 마을의 풍경은 실로 목가적이고 아름답다.


 

 

저녁 5시. 차량의 통행량에 비해 쓸데없이 넓고 좋은 도로를 달려 용신현의 초입에 들어선다.


 

도심을 겨우 4Km 정도 남긴 도로에서 만난 중국의 소.


"대체 중국이라는 나라는 어디가 끝일까?"


 

중국의 모든 큰 도시들이 그렇듯 높이 올라가는 건물의 공사현장이 보이면 도심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용신현은 다른 큰 도시들에 비해 조용하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첫 번째 자전거 가게는 문이 닫혀있고, 사람들은 빨간 초들을 주변 곳곳에 놓아두며 지방 같은 것을 태운다.


 

 

"펑크 본드 메이요?"


한 블록 정도 다음에 있는 두 번째 자전거 가게에 자전거를 세우고 타이어를 가리키며 질문을 하자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한꿔렌?"


"쓰. 워 쓰 한궈렌."


자전거와 패니어를 유심히 살피고 태극기를 보더니 '한국인'이라는 대답에 가게 주변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린다.


 

 

하나, 둘씩 모여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에서 나왔는지 질문들을 해댄다. 나중에는 동네 꼬마들까지 모여와서 '영어를 할 줄 아느냐'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뭐야. 이 동네 설마 한국사람 처음 봐?"


 

흔쾌하게 답변과 농담을 던지며 장난을 치다 핸드폰으로 숙소를 잡고 있으니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묻는다.


"도와줄 것 있어?"


"I'm looking for a place to sleep tonight."


영어가 통할 리가 없다.


"주띠엔?"


다시 아이들에게 수줍은 중국어와 함께 잠자는 제스처를 보여준다.


"주띠엔? 삥구완! 삥구완!"


아이들이 일제히 빈관을 외칠 때 한 젊은 남자가 무리에서 튀어나와 큰 소리로 무언가를 말한다.


"내가 빈관을 한다. 우리 빈관으로 가자!"


스마트폰의 번역기를 건네주니 남자는 빈관을 운영한다며 자전거 가게 바로 옆에 있는 빈관을 가리킨다.


"이거 마치 예수가 된 기분일세."


빈관으로 가는 도중에도 아이들이 계속 따라붙고 빈관까지 함께 들어와 이름을 물어본다.


"My name is Xavi. 워더 한꿔 밍즈 비엔 치에 씨에!"


"비엔 치에 씨에?"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 때문에 빈관의 1층은 아수라장이 된다.


 

빈관에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98위안을 달라고 한다. 보통 100위안에서 150위안 정도의 숙소를 이용해온 터라 저렴하게 느껴진다.


젊은 남자는 자전거를 일층 안쪽에 넣어두고 2층의 방까지 패니어를 함께 옮겨준다.


빈관의 방에는 대리석이 깔린 바닥에 넓은 방 가운데 하우촌에서 보았던 전자식 마작 테이블이 놓여있다.


"중국, 중국은 정말 너무 난해해!"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오니 빈관의 여사장이 가게 앞 인도에 촘촘하게 촛불들을 켜놓고 있다. 동네 곳곳에 켜진 촛불들.


 

 

 

 

 

 

 

그리고 여전히 대포소리를 내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폭죽소리. 도시 전체가 자욱하게 폭죽 연기로 감싸인다.


"대체 너희들 언제까지 터트릴 거야?"



자전거 가게 앞에 여전히 모여있는 마을 사람들을 보고 다시 주변으로 몰려들까 하는 걱정이 든다.


"워 헌 어. 취판?"


젊은 사장만 살짝 불러서 조용하게 물어보니 길 건너편 음식점을 알려준다.


 

뭔가 모던해 보이는 음식점, 면을 전문적으로 하는지 몇몇 사람들이 면과 라면 같은 것을 먹고 있다. 볶음밥과 소고기파볶음 같은 것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세상에 히터를 튼 중국 음식점이 다 있네!"


 

조금 기다리니 음식이 나온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 나온 볶음밥과 고기메뉴.


 

 

 

그리고 고수 향이 나는 국물.


 

중국 특유의 강한 맛이 없고 우리 입맛에 딱 맞을 만큼 좋다. 볶음밥은 우리의 중국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고, 소고기와 파를 볶은 메뉴는 파기름의 향과 달고 매콤한 맛이 느끼하지 않고 좋다.


그리고 고수향이 나는 육수 국물은 따듯하게 몸을 녹여줄 만큼 최고다.


"해장 딱!"


어느 나라에 가게를 오픈하더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중국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줄 만큼의 좋은 음식이다. 40위안.


 

오늘도 좋은 하루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좋은 풍경을 보았고,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오지 않았어!"


조금은 피곤한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 피로감마저 좋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왼쪽 콧물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나 보다. 제발 열만 오르지 않으면 좋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일 / 연이틀 장대비 ・ 5도

장수시-신간현-지수이현

비로인해 이틀동안 장수시에 멈춰섰다. 약간의 감기증상으로 컨디션이 좋지못하여 일찍 잠이든 어제, 자정경 잠시 잠이 깨었다 이내 잠들어 6시에 일찍 눈이 떠진다. 여전히 장대비가 내리는 날씨, 하지만 오늘은 출발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비구름의 끝까지 달려 벗어나고 싶다."

이동거리

108Km

누적거리

1,212Km

이동시간

7시간 15분

누적시간

97시간 04분


G105국도
G105국도
44Km / 2시간 54분
64Km / 4시간 21분
장수시
신간현
지수이현
 
 
1,2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어제 일찍 잠든 덕에 6시 첫 번째 알람이 울리 전에 일어난다. 12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서 인지 컨디션은 조금 나아졌지만 약간이 훌쩍거림이 있다.


창문 밖으로 여전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별 기대 안 했어. 오늘은 완전무장하고 떠날 거야!"


어제 타이레놀을 하나를 먹었는데 종합 감기약은 다른가 싶어 타이레놀 콜드를 패니어에서 꺼내어 한 알 먹는다.


꺼져있는 노트북을 확인하니 어제 오후 비몽사몽간 써놓은 여행기는 날아가 버렸다.


"설마, 꿈속에서 여행기를 적은 것인가? 오탈자 검수까지 다 했었는데 이상하네."


조식이 시작되는 7시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어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자전거에 장착을 해두고 조식을 먹기 위해 3층으로 내려간다.

 

 

3일 연속 같은 메뉴들이다.


"108위안 숙소에서 조식까지 제공되는데 더 바라는 건 욕심이지."


미음 같은 죽과 찐빵, 계란을 든든하게 먹고 돌아와 빗속을 달리기 위한 완전무장에 들어간다.


 

레인팬츠를 입고 상의에 땡땡이 우의까지 더한다. 그리고 비장의 비닐봉지로 발을 감싸고 출정준비 완료.


 

7시 30분, 보증금 92위안을 돌려받으며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출근시간인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거리가 혼잡스럽다. 위아래로 우의를 입어서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30여 분, 이틀을 머물렀던 장수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105번 국도를 타고 145Km 거리의 안푸현을 향해 달려간다. 이틀의 휴식으로 가지 못한 거리를 갈 수 있으면 멀리 가고 싶다.


레인 팬츠과 땡땡이 우의로 빗물은 차단되는데 칠부 길이의 땡땡이 우의 밑부분과 장갑이 젖어 차갑게 느껴지고 신발은 바퀴에서 뿌려지는 흙탕물로 금세 물바다가 된다.


"역시 비닐봉지로는 어림없네."


손마디가 찌릿찌릿 전기가 오는 것 같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판초 우의 같은 것이 필요하겠다 생각한다.


"다음 슈퍼에서 판초 우의를 파는지 물어봐야지."


 

9시, 잠시 쉬어갈 겸 길가의 슈퍼로 들어간다.


"유이!"


가게의 남자에게 "雨衣"의 한자를 보여주며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계속해서 찾으니 잠깐 머뭇하던 남자는 우의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어제 호텔에서 친절한 여직원에게 발음을 배웠는데 발음이 어려워 '유이'가 돼버렸다.


 

어두운 가게 안의 가장 안쪽으로 걸어가 가게 주인이 알려준 곳을 보니 중국의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쓰는 우의가 맞는데 2인용 특대호다. 몇 개를 더 뒤적여 봐도 2인용 우의밖에 없다.


"이거 생각보다 꽤 무겁네."


중국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오토바이의 가림막은 색과 디자인만 다를 뿐 형태는 거의 똑같다. 그런데 우의는 천차만별의 여러 가지 우의를 쓰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1인용, 2인용뿐만 아니라 일반 우의 같은 모양도 있고 백미러까지 넣을 수 있게 공간이 있는 것도 있다.


"이것도 백미러 공간이 있네. 중국인은 백미러가 필요 없는 것 같던데."


 

그 옆에 놓인 얇디얇지만 긴팔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일반 우의를 사려다 손만 대면 찢어져 버릴 것 같은 우의는 포기하고 비닐장갑 같은 것이 있나 찾아본다.


장갑 위에 비닐장갑이라도 씌우면 나을 것 같은데 그 옆에 고무장갑 같은 것이 있다. 장갑을 끼고 고무장갑을 낄 수 있을까 하고 손을 넣어본 순간


"띵호아! 이거야!"


팔꿈치까지 오는 비닐장갑은 손이 들어가는 부분에 면이 덧대어졌는지 따듯하다. 아마도 찬물을 쓰는 중국이라 고무장갑의 손 부분이 조금 두껍고 면 같은 것이 안쪽에 덧대어진 것 같다.


끝부분이 고무줄로 되어있는 것과 통이 넓게 되어 있는 것 두 종류가 있다. 비가 와서 그렇지 기온은 상온이라 이 정도면 손이 시리지는 않을 것 같다.


 

뜻밖의 레어템 고무장갑을 찾고 약간 흥분하여 기념샷을 찍고 있으니 젊은 여자가 와서 '여기서 무엇을 하냐'라는 어투의 중국어로 계속 잔소리를 해댄다. 말이 안 통하니 무시하고 계산대로 가는데도 따라오며 계속 떠들어 댄다.


"아우, 쫌!"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구경하던 남자 주인이 들어와 나를 가리키며 한국이라고 소개하자 그제서야 계면쩍은 듯 말소리가 줄어든다. 아마도 거지처럼 생긴 사람이 물건을 들고 이상한 짓을 하고 있으니 도둑인가 싶었나 보다.


"딱 보면 몰라? 한국 사람. 귀티 나잖아. 귀티!"


남자에게 고무장갑의 가격을 물으니 남자는 다시 여자에게 얼마인지를 묻는다.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무안했는지 뜯어진 고무장갑의 포장지를 뒤집어 놓으며 남자에게 6위안이라고 말한다.


"메이요?"


너무 만족해하는 나를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는 남자에게 발을 들어 신발을 가리키며 묻자 '엉뚱한 사람이 다 있나'하는 표정으로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고무장갑은 젖어있던 팔과 손을 따듯하게 해준다. 한여름의 장대비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 신간현에 도착한다. 여느 중국의 도시들처럼 불현듯 나타나는 도심은 깨끗하고 도로변에 열대 식물들이 가로수로 싶어져 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다른 도시보다 빨간색 3륜 오토바이가 많이 다닌다. 사람도 태우고, 짐도 싣고 다니지만 가끔 보면 빨간색 오토바이들은 손님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것 같다. 도로 주변에 사람이 서있으면 그곳에서 서서 탈 것인지를 묻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배도 출출해지고 소변도 급하여 근처의 주유소에 들어간다. 중국 도로에는 버스 정류장 같은 곳이 가끔씩 있지만 대부분 그것마저 없거나 있더라도 의자가 없는 곳이 많다. 그리고 중국의 집들이나 가게들도 처마 같은 것이 없어 잠시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의자에 앉는 걸 그리 좋아하면서도 참 자리 인심이 없는 동네다. 잠시 쉬어갈 의자 하나 찾기가 이리도 힘들다."


 


빵과 초코바 2개를 8위안에 사서 배를 채운다다. 초코바를 깨물고 레어템 고무장갑을 흐뭇하게 쳐다보니 오른쪽 장갑의 팔꿈치 부분이 찢어져 있다.


"하여튼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중국은 어딜 가나 아이들이 많아서 활기가 넘친다. 여동생을 놀리는지 주유기 주변을 빙빙 돌며 도망 다니자 여동생이 삐친 모양이다.


"한국에 아이들은 저 나이에 티비를 보던가 컴퓨터나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을 텐데. 아니면 학원에 갔으려나."


 

 

목적지인 안푸현까지는 85Km가 남아있다. 무리를 한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안푸현까지 이르는 길에는 규모가 되는 현(县)이나 전(镇)이 없이 촌들이 이어진다.


샤장현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이 안푸현 그리고 직진하여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지안시가 나온다. 목적지를 지안시로 바꾼다. 지안시의 초입 지수안현까지 45Km가 남아있다.


"빗속에 무리하는 것보다는 지수안현에 3시쯤 도착해서 쉬는 것이 좋겠어. 여행할 날들이 많으니까."


 

비가 오는데도 중국의 도로는 쓸데없이 예쁘다. 노란색 유채꽃 같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자연스러운 들녘과 함께 비구름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정말 매력적이다.


 

 

빗속에 페달링이 무거워질 때쯤 길가에 위치해 있던 모택동 기념비가 있는 공원이 나온다.


"현재의 중국, 건국의 상징적인 인물일 텐데 기념비가 좀 작은가? "


중국의 여러 곳에 있을법한데 여행하는 동안 처음 보는 것 같다.


 

 

 

이곳의 정취는 벼농사를 짓는 논들이 있어서 한국의 여느 농촌의 풍경과 흡사한 느낌이 난다. 노란색 꽃이 피어있는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제주도의 어딘가를 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이 든다.


 

 

지안시를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멀리서부터 보이던 산 위의 높은 목조건물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가까이 오니 산 위의 목조건물을 중심으로 양완리공원(扬万里公園)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인데 중국에서 유명한 사상가 아니면 문인인가 싶다.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공 자전거 거치대를 본다.


"그래, 얼마나 좋아? 대륙아!"


 

목적지인 지수안현에 도착하여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이젠 트립닷컴이 없더라도 괜찮다. 조금 번거롭지만 고덕지도를 검색하여 주변의 빈관들을 알아본 후 가격이 저렴하고 가까운 곳을 선택하면 된다.


빈관에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를 묻고 가격을 물어본다.


"이빠이 이쓰 빠"


118위안을 표시하며 검지와 중지를 펴고 '이', '이' 그리고 엄지와 검지를 펴서 '빠'를 한다.


"원 원 투?"


내가 손가락을 따라 하며 농담을 하니 웃으면서 엄지와 검지를 피며 '빠!'라고 한다. 중국에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셀 때 8은 엄지와 검지를 펴서 표시하는가 보다. 우리의 가위바위보의 가위 모양이다.


"중국의 8은 한국의 2야!"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으로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라며 배려해 주는 주점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다.


아저씨에게 먼저 자전거를 씻어야 한다고 하니 빈관 밖의 자리를 알려준 후 양동이에 물을 담아다 주며 물걸레와 수세미까지 갖다 준다. 그렇게 4차례나 물을 담아다 주고 2층까지 짐들을 함께 옮겨준다.


중국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경계심이 많아 보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것은 사람 개개인의 성향에 불과한 것 같다. 친절한 사람들은 웃음도 많고 사람을 편하게 대해준다.


 

샤워를 하며 자전거와 패니어들을 씻어낸다. 매번 반복되지만 몸을 씻는 시간보다 자전거를 씻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오늘은 레인팬츠와 땡땡이 우의가 완벽하게 비를 막아준 덕에 바지와 상의를 빨 필요가 없고 신발을 벗자 흙이 잔뜩 묻은 비닐봉지 안쪽의 양말은 흥건하게 젖어 있다.


"황산에 오를 때, 사람들이 신발 위에 씌웠던 비닐 덧신 같은 것이 있었는데."


 

 

옷, 신발을 난방기 앞에 걸어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빈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식당에 들어가 여전히 그 맛들을 짐작할 수 없는 그림판을 보고 가격들을 물어본 후 가지볶음을 주문한다.


여기서도 내 쪼리를 보더니 무어라 중국어로 말한다.


"내 사랑 쪼리!"


 

"매일 돼지고기만 먹을 수 없지. 이번엔 가지요리다."


 

현지인들은 그림판을 안 보고 재료들을 보면서 주문을 한다.


 

 

호박씨 같은 이 맛없는 주전부리도 주고.


 

 

그릇을 데울 뜨거운 물도 주고.


 

 

한참 후 자줏빛의 가지요리가 나온다.


"빠이판!"


맛이 좋은 가지 요리를 몇 점 맛보고 있으니 큰 양푼에 밥이 나오고.


"참, 밥 인심은 좋아!"


 

중국 식당은 아직도 모르겠다. 식기나 밥의 요금을 별도로 받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보통 친절한 아주머니가 있는 곳은 다 공짜로 주는 것 같다.


세공기 반의 밥을 먹으니 가지볶음이 없어진다.


"아, 밥이 아직 남았는데 아쉽다."


38위안짜리 메뉴인데 양이 많다. 중국 음식점에서 다른 사람들을 보면 두 사람이 와 세 가지 메뉴 정도를 시켜서 나눠 먹는 것을 자주 본다. 나도 동행이 있다면 야채가 들어간 서브 메뉴도 함께 먹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계림은 참 멀다. 뜻하지 않는 비 때문에 왜 계림에 가는지조차 모르겠네."




 

Trak 정보

트랙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일 / 장대비 ・ 4도

장수시

갈수록 비가 많이 내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고 비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세차례나 출발을 하려했으나 잠시 멈췄던 비는 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강한 빗줄기로 변한다. "하아, 하루 더 쉬어야 하나."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0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8시간 49분


자전거정비잠
0Km / 00분
0Km / 00분
OYO
OYO
OYO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숙박정보


・위치
중국 장수시
・상호
OYO호텔

・전화
+86 0795 7032888・가격
1박 108위안

 

비가 멈출 줄 모르는 날씨의 연속이다. 8시가 되기 전 피곤한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어보니 에어컨의 실외기를 때리는 빗소리가 우렁차다. 어제 한국 식당에 다녀온 뒤로 목이 칼칼하더니 콧물이 훌쩍거릴 만큼 컨디션도 좋지 않다.


"일단 아침 조식을 먹고 잠시 기다려 보자."



9시가 넘어 빗줄기는 조금 가늘어진다.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가 전혀 들지 않던 앞, 뒤 캘리퍼를 분해하여 브레이크 패드의 상태를 점검한다.




예상했던 대로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아 겨우 패드핀이 걸쳐있을 만큼만 남아 있다. 자전거를 구매하고 전국일주 2,700Km를 달린 후 중국여행을 시작한지 15일 정도 지났는데 벌써 패드가 이 모양이라니.



무거운 자전거의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빨리 소모된 것 같은 느낌이다. 계속되는 우중 라이딩에 이물질이 들어가며 더 많이 갈려나간 듯싶다.



여행 전 구형 데오레 브레이크 패드를 6개를 준비해 두었다. 6개의 브레이크 패드 무게도 만만치 않다.



교체된 브레이크 패드는 비상용으로 패니어에 넣어 둔다. 


"널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 킵!"


정비는 하는 동안 방 청소를 하겠다며 직원이 문을 두드린다. 곧 출발할 것이니 필요 없다고 말하고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보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좀 더 기다려보자."



저렴한 가격에 가벼워 여행 며칠 전 사두었던 레인 팬츠를 꺼낸다. 


"동남아시아에서나 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널 꺼낼 줄이야."



신발이 젖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빗물에 젖어가는 양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비상책으로 비닐봉지를 이용해 본다. 


"물이 안 들어 올려나?"



10시 30분, 복장을 모두 갖추고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려는데 실외기와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댄다. 


"아, 젠장할!"



자전거를 놓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시커먼 하늘에서 끊임없이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조용히 프런트로 다가가니 첫날의 친절했던 직원이 나와있다.


"1 more day."


룸키와 108위안을 여직원에게 내민다.


"여기는 매일 이렇게 비만 내리는 거야? 


"그렇다. 많이 내린다. 겨울에 중국 북방은 맑지만 남방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비 때문에 계속 머무르는 거야?" 


"응."


"음, 그러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머물러야 할 거야!"


친절한 미소의 여자는 농담을 하며 다시 웃는다.


"안돼! 내일은 반드시 여기를 떠날 거야!"



출발을 위해 어제의 조식 때 보다 많이 먹어 두었는데 오후가 되니 출출한 허기가 밀려온다. 


"역시 미음 같은 죽으로는 어림도 없어."



길 건너편 공공화장실, 중국의 공공 화장실은 구조도 참 다양하지만 시설은 공통되게 안 좋다. 


"공공시설물에 투자 좀 해라. 대륙아!"



첫날 식사를 했던 식당을 찾아갔지만 영업 전이라 다른 가게를 가야한다.



중국 사람들은 카드놀이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단순한 원카드 같은 것을 하는 것 같은데 표정들이 어찌나 진지한지 사진을 찍어도 관심이 없다.



바로 옆에 있던 가게가 열려있어 들어간다. 보통의 중식 음식점들과는 조금은 현대적인 인테리어다. 다른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메뉴들을 살펴본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남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니 먹는 양이 적은 젊은 남녀는 3가지의 요리를 시켜서 식사를 하고 있고, 새로 들어온 남자들도 몇 개의 요리를 선택하여 주문을 한다.


아무래도 중국인들은 두세 가지의 메뉴를 선택해서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각자의 핸드폰을 쳐다보며 밥을 먹는 남녀의 테이블에 놓인 돼지고기 요리를 가리키켜 같은 것을 달라고 주문을 한다.



주점들의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대부분 '12345678'이거나 '88888888'이듯 여기도 비밀번호는 88888888. 아마도 중국에서 와이파이가 탐색되면 둘 중에 하나를 치면 80%는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은 음식, 혹시나 전 손님의 먹던 세 개의 메뉴를 전부 주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스러움이 밀려온다. 중국에 와서 '일반적 상식'이라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것이 중국이다.


유리창 넘어 오픈되어 있는 주방에서는 커다란 웍을 들고 불을 붙여 분주하게 조리를 하고 있고, 그 옆에 남자는 담배를 물고 뭔가를 자르고 있다. 중국의 담배 문화는 조리실에서도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조금 후에 조리되어 나온 오늘의 점심 메뉴. 돼지고기에 고추와 마늘이 들어가 약간 매콤하니 괜찮은 맛이 난다.



밥을 달라고 하자 여기도 작은 맥주통 같은 곳에 담겨서 나온다. 작은 중국 밥그릇으로 4~5그릇 정도 나오는 양이다.



물론 주는 밥은 남김없이 잘 먹는다. 더욱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더 열심히 먹는다.


"밥하고 고기만 먹으면 다 나아!"


밥과 요리를 모두 먹고 가격을 물으니 주방에서 나온 남자가 38원을 달라고 한다. 조금 비싸네 생각하고 있는데 카운터에 앉아 있었던 여자가 오더니 내 테이블을 가리키며 뭐라고 하자 42원을 달라며 담배를 물고 카운터 위에 돈들을 던지듯 올려놓는다.


"정말 중국은 서비스 정신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가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도 거스름돈을 던지듯 계산대 위로 올려놓는 사람들을 봤기에 낯선 모습은 아니지만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이상한 중국의 모습이다.


"예의가 없어. 예의가! 공자의 나라에서 말이야."



컨디션 탓에 말을 붙이고 싶지 않아 잔돈을 들고 나온다.


숙소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다 식후 졸음인지, 컨디션 탓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피로인지 졸음이 밀려온다. 꾸벅거리며 노트북을 두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노트북을 덮고 이불을 끌어당겨 그대로 잠이 든다.


"이른 새벽에만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에는 꼭 출발해야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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