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0일 / 미세먼지 ・ 23도
안양시-한단시-사허시-싱타이시
새벽 5시에 잠이 들었다. 9시가 되기 전 일어나 베이징을 향해 달린다.


이동거리
113Km
누적거리
6,615Km
이동시간
7시간 16분
누적시간
460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안양시
 
한단시
 
싱타이시
 
 
3,83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 하늘이 안개가 내려앉은 것처럼 뿌옇다. 미세먼지다.

북쪽으로 많이 올라와서 그런지 아침나절 쌀쌀함이 느껴지지만 곧 기온이 올라갈 것이다. 

복잡하지 않게 시내를 벗어나 도로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싱타이시까지 110km를 가야 하니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간단한 면 메뉴일 거라 생각했는데 손님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갈색의 죽 같은 것이다.

그 비주얼이 심상치 않아 순간 당황스럽지만 그냥 먹어 보기로 한다.

죽과 요우티아오(油条)를 주문하고 조리하는 것을 구경한다.

얇게 썰어놓은 두부를 기름에 튀긴다.

모양은 안 이쁘지만 기름맛이 퍼지는 ​요우티아오.

미리 끓여 놓은 큰 냄비에서 죽을 담고 조미료 같은 것을 살짝 뿌린 뒤 진한 갈색의 죽이 나오고.

못생긴 요우티아오도 바로 나온다.

"아, 비주얼 정말."

궁금함과 걱정 반반으로 한 숟가락을 먹어본다.

"오, 낫 베드!"

두부 알갱이와 지단, 약간의 당면, 땅콩 그리고 정체 모를 내용물이 들러간 죽은 보기와 달리 향이나 맛이 진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요우티아오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이것도 해장용으로 그만인데, 속을 편하게 해주겠어."

음식을 다 먹고 죽의 이름을 물어보니 5위안이라고 한다. 5위안을 주며 다시 물어본다.

"아니, 쩌거 조우 밍?"

식당 여주인은 죽이 3위안이고 빵이 2위안이라 5위라이라고만 대답한다.

"알아, 5위안 줬잖아. 조우 밍, 밍즈?"

계속 3, 2, 5만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여주인은 포기하고, 마침 죽을 먹기 시작한 남자에게 물어본다.

"쩌스 썬머? 밍?"

살짝 당황해하더니 번역기에 죽의 이름을 적어준다.

"湖拉汤, 후라탕"

식당 여주인을 향해 '후라탕' 하니 '뚜이' 웃으면서 답한다.

아침을 먹는 사이 10시가 되고 이제부터 107km를 가야 한다.

11시 87km, 흐린 하늘처럼 뿌연 도로를 달리다 길가에 피어오른 들꽃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어간다.

달릴 땐 제비꽃처럼 보였는데 꽃대가 길고 꽃망울이 여러 개다.

"마른 흙바닥에서 이쁘게도 폈네."

조금씩 맞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수양버들이 가로수로 심어진 길을 달리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 때문에 라이딩에 흥이 나질 않는다.

체인비를 낮추고 어기적어기적 치현을 벗어나고.

"항아리 굴뚝이 네 개나 서 있네."

13시 53km, 땀도 차고 핸드폰 조작도 어려워 장갑을 벗고 지냈더니 손등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쁘게 좀 타지. 지저분하게 그을렸네."

큰 규모의 한단시에 진입했지만 시의 외곽을 돌아가는 길이라 낡은 변두리의 풍경들만이 이어진다.

예전의 청계천이나 을지로의 풍경들처럼 미싱 공장들과 부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실루엣은 마치 회색 분가루를 하늘에 뿌려놓은 듯하다.

중국의 서북지역은 사막이 있거나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이고, 사막화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지역은 허난, 허베이와 같은 산업화가 이루어진 지역이다.

사막화의 흙먼지와 산업화의 미세먼지가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는 지역인 것이다.

후난성을 지나 후베이와 허난으로 올라오는 동안 가장 큰 변화는 황사와 흙먼지 그리고 미세먼지가 짙어지고 많아진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와 위도가 비슷해질수록 더욱 심해진다.

"동남부는 비 때문에 하늘 보기가 힘들더니 여기는 먼지들 때문에 하늘 보기가 힘들구나."

"중국에서 맑음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중국여행 50일 중 맑은 하늘을 본 것은 비가 내린 뒤 반짝 해가 떴던 단 하루, 아니 정확하게 반나절이 전부였다.

한단시를 둘러싸고 거대한 원을 그리는 외곽도로를 벗어날 때쯤 서로 엉키고 설켜 흙먼지만을 날리고 있는 도로가 펼쳐진다.

환상적인 바람과 함께 마치 70년대 미국의 서부 영화의 한 장면같다.

"이건 뭐 답이 없다."

사거리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어 서로 뒤엉켜 있는 차들과 틈바구니를 찾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오토바이, 사람들이 난장판을 이루고 있다.

잠시 그들을 피해 사거리 우측에 자전거를 세우니 어색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광고판이야? 뭐야?"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 광고판처럼 안내판들이 걸려있다. 건물 외벽의 세로 간판조차 없는 중국에서 도로 표지판을 제외하고 처음 보는 관경이다.

볼트와 너트 같은 산업용 부품을 생산하는 단지처럼 보인다.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 음식을 파는 노점 식당들이 즐비하고 도시 전체에 공장의 기름 냄새가 배어있다.

지옥 같은 거리를 지나 사허시에 들어선다. 연속되는 도시들의 도로를 지나가느라 진행 속도가 더디다.

"재미없는 라이딩이야."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자전거 샵이 다섯 개가 한 건물에 몰려있다. 정말 중국은 극단적이다.

뭔가 있다 싶으면 너무 많고,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필요한 부품이 있나 생각해 보니 본드는 묘족 자치구에서 샀고, 풀리는 자이언트 매장에서 임시로 사용할 것을 주었다. 그리고 울산 바이크하우스 선화에게 풀리와 습식 오일을 강제 협찬받을 것이다.

"필요할 땐 안 보이더니, 필요한 게 없네."

시내에 들어서며서 가로수와 큰 건물들에 가려 시야가 막혀있으니 미세먼지의 정도가 가늠이 안된다.

"저 예쁜 가로수들은 하늘을 가리려는 위장술 아냐?"

도로를 오가며 쉴 새 없이 하늘에, 바닥에 물을 뿌리지만 의미가 없어 보이고.

서울시의 인공강우 실험이 차라리 낫겠다 싶다.

"베이징이 고작 400km 남았구나."

사허시와 싱타이시를 잇는 다리를 지난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흩날리는 먼지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강물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메말라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모래와 흙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다.

도로변에 쌓인 흙모래를 퍼내느라 바쁘지만 이쪽 모래를 저쪽으로 옮기는 의미밖에는 없다.

마른 흙들로 변해버린 도로변에 가로수의 묘목들을 심어놓고.

여러 겹으로 가로수들을 심어 놓았지만 이미 많이 늦은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많이 심어. 무조건 심고 또 심어."

여기저기 물을 뿌리느라 바쁘다.

바닥은 쓸고 닦고 치우느라 바쁘고.

가로수에 물을 주기도 바쁘다.

관리가 이루어지는 도심이나 지방에서는 이렇게 살수차와 청소차량으로 물을 뿌려 흙먼지를 제거하고, 많은 청소 인력들이 흙들을 청소하느라 바쁘다.

중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자구책을 마련해 가는 것 같지만, 앞으로 어마한 댓가의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대륙아,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고 주변국들에게 협력을 구해봐. 세계의 중심이 되기 전에 민폐의 중심이 되고 말 거야."

춘절을 전후해서 도로를 다니며 이 요물이 폭죽을 터트리는 바람에 심장이 떨어질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잘 정비된 싱타이시의 초입 도로변으로 어정쩡하게 노점 시장이 들어서 있다.

지금껏 노점 시장은 현(县)이나 시(市)의 시작 직전에 펼쳐지고 도시로 이어졌는데,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다 보니 시내 안쪽의 초입에 어정쩡하게 들어선 모양이다.

저녁 후식으로 먹기 위해 1위안짜리 빵을 골고루 다섯 개 사들고 시가지로 들어간다.

뒷통수 한 대 때렸으면 싶다. 자동으로 움직이니 전기 오토바이들을 참 희한하게 타고 다닌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콜라보 못지않게 전기 오토바이와 핸드폰의 콜라보 역시 최악의 조합이다.

상하이에서 오토바이 부대를 처음 봤을 때는 모두들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헬멧들이 사라졌다.

속도감이 떨어지는 전기 오토바이의 병폐가 아닌가 싶다.

어딘지 모르게 낡고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다. 시간의 여유도 있고 숙소도 검색할 겸 자전거를 세울 적당한 장소를 찾는다.

고덕지도를 보니 주변에 청풍루(清风楼)가 있어 구경도 할 겸 이동한다.

오래된 상가 골목 사이로 청풍루가 나온다. 노인들이 청풍루의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고 양옆으로 단체로 모여 춤을 추는 할머니들이 있다.

"탑골 공원인가."

청풍루의 정면으로 등소평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다른 성들과는 달리 문이 굳게 닫혀있다.

어디선가 인민복을 입은 할아버지 두 분이 나타나더니.

등소평의 초상화를 보며 반듯하게 서서 무언가를 읊조린다.

엄숙한 할아버지들과는 달리 옆에서는 할머니들이 춤을 추기 바쁘고.

청풍루의 길 건너편으로 오래된 상가들이 이어진다. 옛날 성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거리의 모습일 듯싶다.

상가들의 앞에서 제기를 차며 노는 사람들. 시계방향으로 제기를 차서 넘겨주며 자리를 바꿔 빙빙 돈다.

안축, 바깥축으로 능숙하게 제기도 잘 차지만 그보다도 너무나 즐겁고 재미나게 노는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가 너무 크다 보니 개발이 안되어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고전적 거리가 넓게 유지되는 것은 참 부럽다.

목조나 석조의 2층 구조라 유지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3성급 숙소를 잡고 찾아갔지만 외국인 투숙이 불가능하다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괜찮다 말하고 근처의 투숙 가능한 숙소를 트립닷컴에 문의하고 바로 이동한다.

"아, 높다. 45,000원, 가장 비싼 주점이네."

호텔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는데 중년의 남자 직원이 무어라 제재를 한다. 자전거를 다른 곳에 놓으라는 것 같은데 모른 척 무시하고 주점으로 들어간다.

무리 없이 체크인을 하고 보증금으로 300위안을 주불한다.

"뭐 대단한 것이 있길래, 숙박비보다 보증금이 더 많은지."

체크인을 하는데 중년의 남자가 와서 자꾸 밖에 세워둔 자전거로 시비를 거는 것을 계속 무시한다. 프런트 직원들은 방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말을 했는데 말이다.

"내 자전거가 호텔의 격에 안 맞으면 격에 맞게 정중히 안내해. 네 눈에 내 자전거가 더럽고 허접해 보이면 내 눈에도 너희 호텔이 서울의 싸구려 모텔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고."

체크인을 마치고 자전거를 가지러 가는 내게 바싹 붙어 시끄럽게 떠들길래 웃으며 욕을 해줬다.

"알았다. 피곤한 꼰대야!"

덩치가 큰 부하직원에게 어딘가를 안내하라 지시하더니 그동안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한 분이 남아 있는지 씩씩거린다.

덩치가 큰 남자는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는 직원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덩치와 달리 뭔가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남자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샤워를 한 후, 같은 건물에 있는 할배네 치킨으로 가서 햄버거 세트를 사들고 나온다.

앞에 서서 주문하던 결정 장애가 심각해 보이는 남자, 200위안의 주문을 하는 남자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중국은 맥도널드보다 할배네가 싸고 맛이 있는 것 같다.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싶은 햄버거를 자주 먹게 되다니. 맥도날드, KFC 간판만 봐도 백반집 간판처럼 반갑고 군침이 돈다.

햄버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원한 콜라가 한몫한다. 냉수를 좋아하는데 중국에는 냉장고를 안 쓰니 미지근한 물 아니면 뜨거운 차뿐이다.

고급진 주점이라 무료 생수도 생색이다.

"한국 싸구려 모텔에도 냉장고에 생수 2병, 음료 2캔은 기본으로 들어있다. 배워라!"

대단한 황사와 미세먼지 속을 달렸다. 중국의 고민들도 엿볼 수 있었고 아쉬운 노력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곳의 아이들은 청명한 하늘의 느낌을 알까?"

우리가 소나기 소설을 읽으며 더욱 아련해질 수 있는 것은 여름날의 소나기와 비가 갠 후의 청명한 하늘, 산산하게 불어오는 바람결 같은 것을 경험에 비춰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어떤 하늘을 그려낼는지 모르겠다. 하늘색 크레파스일지, 회색 크레파스일지.

알고 보면 우리는 좋은 것들을 많이 갖고 누렸음에도 더 좋은 것들을 찾아 물려주고 싶어서, 그 좋았던 것들을 없애 버렸다.

"얘들에게 좋은 집은 줬는데 하늘을 뺏어 버린 거지!"

어쩌면 '그땐 먹고사는 게 바빠서 그랬다'라는 이전 세대들처럼 '더 좋은 집을 주려고 그랬다'라며 궁색한 변명을 해야 될지 모를 일이다.

중국은 쓸데없는 허세로 겉모습에만 신경 쓰지 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하루빨리 찾아내길 바란다.

"물만 주야장천 뿌려대지 말고, 쫌!"

그리고 고등어구이는 죄가 없다!


경비내역
식비:44위안 / 식료품:18위안 / 숙박:45,340원 / 합계:62위안, 45,340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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