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0일 / 맑음 ・ 16도
사인샨드-조르노크
190km를 달려온 피곤함이 남아있지만 남풍의 바람이 예보되어 있어 계속 길을 가야한다. 다음의 도시 처이르까지 230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다.


이동거리
10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7시간 24분
누적시간
597시간

AH3
AH3
17Km / 58분
83Km / 6시간 26분
사인샨드
시계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묵직한 피곤함,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햇살과 달리 어제의 장거리 라이딩의 피곤함이 남아있다.

하루를 쉴까 고민하다 숙소의 생활보다 초원에서의 캠핑이 하고 싶어진다.

"천천히 라이딩하다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쉬자. 그게 낫겠어."

숙소를 나와 사인샨드의 마을들을 구경하고 캠핑 음식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나무판자의 담과 나무집, 벽돌집 그리고 게르가 뒤섞여 지어진 사인샨드의 주택들.

흙길의 골목들과 마을의 풍경이 너무나 생경하다.

슈퍼에 들어가 간단한 식료품을 구매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작은 사원을 구경한다.

탑 위로 부처가 모셔져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 사원인듯싶다.

몽골은 티벳불교, 라마교를 믿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의 사찰 양식이 섞여있는 것이 이색적인 모습이다.

숙소에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이 먹고 있는 아침 메뉴를 주문한다. 바트가 해주었던 음식과 비슷한 볶음면인데 양이 굉장히 많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하니 일회용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용기 비용은 별도로 500투그릭을 받는다.

"저녁으로 먹으면 되겠다."

10시 40분, 짐들을 정리하고 남풍이 불어오는 도로를 따라 처이르로 향한다.

AH3 도로를 타기 위해 사인샨드의 높은 언덕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넓은 초원을 두고 산언덕에 도시가 자리했을까?"

어제 사인샨드로 들어왔던 길로 돌아가라는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길들을 따라 이동한다. 끈질기게 남쪽으로 돌아가라는 구글맵.

"고덕양보다 더 융통성이 없는 아이구나."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AH3가 이어지는 곳, 사인샨드의 외곽까지 빠져나온다.

경찰의 검문소와 함께 처이르로 향하는 도로가 나타나고, 도로변에서 무언가를 단속하는 멋진 경찰에게 처이르로 가는 길이 맞는지 손가락을 가리켜 물어본다.

남풍의 예보와 달리 약간 측면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에 가까운 바람이다.

"바람이 자전거를 잡아당길 수는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해가 떠있는 몽골의 초원은 빠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따듯한 봄날의 바람이 불어온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언덕에 위치한 사인샨드의 시계에 도착하여 겉옷과 장갑을 벗고 잠시 쉬어간다.

"80km. 천천히 그 정도만 이동하고 초원에서 하룻밤을 보내야지."

가족 모두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는다. 사인샨드의 경계를 알리는 게이트에서 가족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도 이곳이 처음인가 싶다.

"5도 정도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좋을 것 같은데."

어제보다 조금 더 강해진 바람이 조금씩 측면으로 흐름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1시, 40km 정도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초원으로 내려가 자전거를 눕힌다.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에 앉아 있으니 시간이 더디게 느껴진다.

괜한 사진들도 찍으며 놀아보고.

통신도 끊겨있는 초원에서 30분이 넘도록 자전거에 기대어 시간을 보낸다.

"좋네."

잠시 언덕을 오르자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포장도로가 나오고 30cm 정도의 갓길이 이어진다.

"한 30cm만 더 쓰지."

오후 들어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 시계 방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내일은 그 끔찍했던 서풍이 다시 불어오는 건가?"

울란바토르까지 이어지는 도로에는 순찰을 도는 경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고 가끔씩 모형 간판이 세워져있다.

차량 모양의 간판이나 폐차를 두었던 중국과 달리 납작한 모양의 경찰차 모형이 재미있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 느린 페달링을 하던 중 화물차 한 대가 낮은 크락션을 울리더니 멀리 앞쪽으로 정차를 한다.

차량에서 내려 나를 기다리던 젊은 운전자는 차량에 타라는 손짓을 하며 밝게 웃어준다.

"땡큐!"

그에게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응원의 크락션을 작게 울려주며 천천히 지나쳐가는 화물트럭.

"오늘은 초원에서 캠핑을 하고 싶어."

넓은 초원으로 가끔씩 긴 꼬리를 단 기차가 지나가고 바람은 여전하다.

바람막이를 벗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몽골의 사람들, 운전자들을 보면 매너가 좋아 보인다. 자전거를 향해 손 인사를 하고, 라이트를 깜박이며 응원을 보내준다. 뒤편에서 크락션을 잘 울리지 않으며, 짧고 작게 울리며 자전거를 피해 멀리 돌아간다.

오른쪽 어깨가 좋질 않다. 쇄골이 부러졌던 곳이 바람을 버티는 핸들링으로 쉬 피로해지고 아파온다.

"쉬었다 가자."

아침 식사 후,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 힘들지 않은 라이딩 탓에 허기짐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달리다 보니 4시가 가까워온다.

다시 도로변 초원으로 내려가 자전거를 눕히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카스테라 빵을 꺼내 먹는다. 달달한 빵 안에 시럽이 들어있어 엄청 단 카스테라.

"몽골 사람들은 단 걸 좋아하나?"

자민우드에서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과 마찬가지로 달아도 너무 달다.

하늘을 보고 잠깐 누워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하는데, 유목민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젊은 남자가 웃으면서 다가온다.

"폼 난다. 이름?"

이름을 물어도 수줍게 웃기만 하며 내 발음을 따라 하는 남자는 이러이르, 높은 쇼바의 오토바이를 몰고 짙은 파스텔톤의 유목민 복장을 한 어린 남자다.

"이러이르, 텐트 칠만한 좋은 곳이 어디야?

네트워크가 끊겨 번역기가 되지 않는 곳에서 텐트의 사진을 보여주며 온갖 몸짓을 해도 그저 말을 따라 하며 웃기만 하는 이러이르.

"아니, 텐트를... 내가 잘못했어. 이 넓은데 아무 데나 치면 되는데."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이러이르는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손을 들며 히치하이킹을 하는 듯 차량들을 세우려고 한다.

"뭘 하려는 거지?"

간간이 지나치는 몇 대의 차량들이 지나가고.

몇 대의 차량은 정차를 한 후 이르이러와 몇 마디를 나눈 뒤 그냥 떠나간다.

한참 후 5~6명의 남자들이 탄 RV 차량이 정차하고 이러이르와 잠시 대화와 악수를 나누더니 이러이르가 싣고 왔던 무언가를 오토바이에서 내려 차량에 실어준다.

"뭘 파는 건가?"

차량에 탄 사람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며 그들의 행동을 지켜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러이르가 사람들과의 거래가 끝나면 그가 사는 게르를 묻고 따라갈 요량으로 기다리는 사이 이러이르는 밝게 웃으며 오토바이를 몰고 순식간에 떠나버린다.

"이러이르, 얌 마! 게르가 어디..."

높은 쇼바를 꿀렁이며 초원을 향해 이리저리 곡선을 그으며 점으로 사라져 버리는 이러이르.

"와, 신나게 달려가는구나."

그가 사는 게르를 안다 해도 초원길을 자전거를 끌고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40여 분 앉아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텐트를 칠 마땅한 곳을 찾으며 도로를 달린다.

고르도비에서 사인샨드로 오는 길들은 초원의 산악지대였나 싶다. 오르막과 내리막에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장소들과 게르 있었던 자리들, 큰 바위들의 주변처럼 텐트를 치기에 적합한 장소들이 있었는데, 사인샨드를 지나 평평한 초원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납작 눌러놓은 것처럼 평평할까?"

양들이 도로를 건널 수 있게 도로 밑으로 뚫어놓은 통로만 있을 뿐, 사람의 시야를 벗어날 수 있는 곳은커녕 바람을 막을 곳조차 없다.

도로의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며 몇 개의 언덕을 넘는 동안 이어지는 모든 풍경들이 똑같다.

수십 분 전 나를 지나쳐간 느린 화물 차량의 실루엣이 멀리서 사라지지 않는 평평한 초원의 풍경.

짐승들이 다니는 시멘트 통로에 텐트를 치고 싶지는 않고, 하염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갈 수도 없다.

자전거를 멈추고 약간의 긴 수풀과 낮은 둔턱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초원의 모래바닥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고, 여기저기 온통 양과 말들의 발자국과 똥들뿐이다.

낮은 수풀의 둔턱이 바람을 막아주기에 충분했지만 내가 생각한 초원의 캠핑은 이런 똥밭이 아니다.

"여행의 첫 번째 캠핑인데 똥밭은 너무 아니잖아."

한참 고민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끌고 모래밭을 나온다.

동물들이 이동하는 통로의 주변에는 동물의 마른 사체들이 보이고, 도로에서 바라보이던 황금빛 초원은 온통 마른 똥들과 술병 쓰레기가 뒹구는 흙밭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황금빛 초원에서 별을 바라보며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싶다.'라는 들뜬 바람은 그저 그림속에나 존재하나 보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초원의 도로변을 보면 차량들이 초원으로 진입한 흔적들이 많아 도로변 가까이 텐트를 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초원에도 수많은 차량의 통행 흔적과 오토바이의 바퀴자국이 어지럽게 남아있어 아무 곳에나 텐트를 치기도 힘들다.

"중국은 좋은 장소가 그리 많아도 캠핑을 못 하게 하여 쓸모가 없더니, 몽골은 이리도 넓은데 캠핑할 곳이 없구나."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과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숨을 곳이 없다.

좀 더 도로를 따라가던 중 소형 승용차가 크락션을 울리며 뭔가 소리를 치더니 천천히 정차를 한다.

"서지 말고 그냥 가주라."

자전거가 다가가자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네 명의 젊은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 주변을 감싼다. 인사를 하고 얼굴들을 마주쳐 보지만 느낌이 좋질 않다.

자전거의 바퀴와 패니어들을 만져보며 이리저리 훑어보는 눈빛들에 호기심이 묻어있지 않고 흔들리는 초점에 불온함이 담겨있다.

울란바토르, 사인샨드 등 몇몇 단어들을 내뱉으며 나와 지나가는 차량들을 번갈아가며 살피는 아이들.

나의 시선을 피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는 남자들을 보며 자전거에서 완전히 내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

네 명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고 차량의 번호도 유심히 머릿속에 넣어둔다.

뚱뚱하고 거들먹거리는 남자, 마르고 가벼워 보이는 남자, 그저 보통의 남자 그리고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남자.

"어, 한국어네. 신민지! 네 이름이야?"

시선을 피하며 담배를 피우는 남자아이들 중 다부진 눈빛을 갖은 남자의 후드티에 한국어가 새겨져있다.

"한국에서 일했어? 한국말 할 줄 알아?"

상대에게 너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 남자애에게 집중한다.

"저는 한국말을 하는 몽골 사람입니다."

엉거주춤 말을 피하더니 짧은 한국말을 서툴지만 정확하게 구사한다.

"어디 살아?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어? 만나서 반갑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 사이 나머지 남자들이 주변을 돌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짓궂은 장난을 치며 히덕거리며 웃는다.

"너 하나만 보면 된다. 이거지."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던 남자애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차를 타며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어제와 오늘, 연이어 겪은 불쾌하고 찝찝한 만남이다.

언어의 소통이 어려워 생길 수 있는 오해일 수도 있고, 몽골인들의 대인을 마주하는 습관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유쾌하지가 않다.

서둘러 짐승들의 이동 통로에라도 텐트를 쳐야겠다 싶어 적당한 곳을 찾던 중 멀리 철도길 주변으로 서너 채 들어선 집들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가 좋겠다."

멀리 보이던 집들이 가까워지고 진입로가 나올 때쯤 전방으로 보이는 구름의 모양이 기이하다.

고글을 벗고, 해일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밀려오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뭐야 저게? 화재 연기도 아니고."

맑은 하늘 아래 시커먼 회색의 무언가가 하늘 가득 밀려온다.

"심상치가 않다."

"몰라. 집으로 들어가자."

4채의 집이 철로변에 들어선 곳으로 들어간다.

승용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자동차 타이어를 수리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맞이해준다.

잠시 후 거센 바람이 마을을 덮쳐오고 온몸이 휘청거린다.

타이어를 수리하던 남자들은 서둘러 장비들을 챙기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며 손짓을 하고.

세워둔 자전거를 가리키자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다급해지니 어디서 힘이 나는지 무거운 자전거를 들어 작은 집 안으로 넣어두고, 따듯한 차를 내어주는데도 정신이 없다.

"대단한 모래폭풍이다."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남자들은 펑크 난 타이어의 튜브를 탈착하고 작은 펌프로 바람을 넣으며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고 떠든다.

힘들게 공기를 주입했던 튜브에서는 다시 바람이 새어 나오고 두 남자는 다시 웃으며 장난을 친다.

타이어에서 다시 튜브를 꺼내고 공기를 주입하며 장난을 치며 웃기를 반복하는 두 남자.

그들을 도와 타이어 탈착하는 것을 돕고 펑크가 난 부분을 찾아준다.

손으로 바람이 새는 곳을 찾고 침을 발라 펑크가 난 곳을 찾아 확인하니 두 곳에서 펑크가 나있다.

"여기하고 여기!"

집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튜브에 붙은 펑크 패치를 가리키며 내게 있는지 묻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용 튜브 패치를 보여주니 손사래를 치며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파스처럼 큰 자동차용 펑크 패치를 보여준다.

자전거 펑크 패치의 작은 본드를 보더니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의 본드를 보여주며 본드 튜브를 짜내는데 본드가 안 나온다.

"하하하, 그게 뭐야!"

중국에서 산 본드를 건네주니 놀라는 척 장난을 치는 남자는 튜브에 본드를 바르고 이상한 곳에 펑크 패치를 붙인다.

"여기잖아. 여기!"

내가 볼펜으로 표시해둔 펑크가 난 곳을 가리키며 핀잔을 주자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자동차 타이어의 펑크 수리는 끝난다.

나이 든 남자는 다시 나에게 무언가를 묻더니 알아듣지 못하자 천장의 전구를 가리킨다.

"라이트 있냐고?"

패니어에 들어있는 헤드라이트를 보여주니 이번에도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의 손전등을 보여준다.

커다란 건전지를 넣고 손전등을 켜보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 손전등.

"하하하, 그게 뭐야!"

"차이나! 에에에."

고장이 난 손전등을 가리키며 중국 제품이라며 너스레를 떨며 웃는다.

자전거 라이트를 꺼내어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을 도와주고 집으로 들어온다.

집으로 들어와 작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남자. 손을 씻겠다고 하니 옆에 놓인 물통에서 물을 길어 세면대 위에 있는 물통에 물을 채워준다.

"아, 이렇게 쓰는구나. 수동이네."

"커피? 한국 커피 알아?"

차를 내어주는 남자와 담배를 나눠피며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한다.

"이름? 네르?"

에르덴 오초르(эрдэнэ очир), 몸짓과 표정이 다양하고 유머가 있는 유쾌한 남자이다.

에르덴 오초르와 커피를 마시며 쉬려는데 집으로 한 남자와 여자가 들어와 정신없게 말을 건네며 질문들을 한다.

"술을 마셨나?"

발음이 약간 꼬이는 듯한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여자는 자신의 와이프라며 소개를 한다.

오드바야르, 40살이라며 소개를 하던 남자는 에르덴 오초르와 장난을 치며 말을 한다.

"에르덴 오초르, 49살! 모, 모!"

"에르덴 오초르 49살이라고?"

농담인가 싶었는데 앞니가 빠져있는 검게 탄 얼굴의 에르덴 오초르는 49살이 맞는 것 같다.

번역기를 줘가며 한참 동안 어려운 대화를 이어가고 자신들의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여 그들을 따라간다.

오드바야르의 집은 에르덴 오초르의 집과 한 건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건너 방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20평 남짓의 방이 네 개가 있는 작은 단층 집은 각자의 출입문을 달고 나누어져 있는 구조다.

철도변에 4개의 집이 있어 다른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집의 반대편 문으로 들어가니 조금 낯설고 신기했다.

집안의 구조는 모두 똑같다. 현관처럼 작은 공간이 있고 안쪽 문을 열면 작은 부엌 그리고 안쪽에 넓은 방이 하나 있다.

오드바야르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고, 큰 딸은 9살인데 우리의 12살 정도로 보인다.

한국 드라마 채널이 켜진 방에서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오드바야르와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

"나는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

"한국은 좋은 나라이지만 복잡한 곳이다. 한국에 가면 똑똑하게 살아야 한다."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오드바야르. 도르고비에서 바트보르드도 같은 말을 한다.

툴가에게 몽골인들이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많이 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마음 한켠에 걱정스러움이 생겨난다.

만만치 않은 외국 노동자들의 한국 생활을 생각하면 애써 말려보고 싶기도 하지만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단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막연한 한국 생활의 기대보다 좀 더 현실적인 정보들을 알려주고 그들의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뿐.

"준비를 많이 해서 가라. 그리고 한국에 가게 되면 나에게 연락해."

몽골인들의 한국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한국에서 유학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툴가가 구체적인 것들을 잘 설명해 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내일 나의 몽골 친구와 통화하자. 그가 많은 것을 알려줄 거야."

툴가라면 그들에게 필요한 사항들과 한국에서의 경험들을 잘 설명해 줄 것이다.

대단한 것을 얻은 사람처럼 상기되어 감사의 말을 전하는 오드바야르.

페이스북과 메신저를 등록하고 11시가 다 되어 에르덴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컴퓨터로 캔디크러쉬 사가를 하고 있던 에르덴 오초르, 얼굴이 익숙해지니 동네의 착한 형처럼 그 나이로 보인다.

방에 자리를 깔고 누워 핸드폰을 드려다보는 사이 에르덴 오초르는 코를 골며 잠들어 버린다.

나를 위해 켜두었던 TV를 꺼주고 방의 전등 스위치를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부엌과 방의 내부를 훑어보아도 스위치가 보이질 않아 그대로 두고 잠을 잔다.

초원의 캠핑을 생각하며 한가롭게 달리던 라이딩이 기분 좋지 않은 만남을 시작으로 모래폭풍과 함께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다.

여행의 피로와 어려움으로 마음이 내려앉을 때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거움을 쌓아간다.

"여행이란 참 알 수가 없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9일 / 맑음 ・ 12도
고르도비-사이샨드
기다리던 동풍이 불어온다. 이틀간 함께했던 바트바르드와 작별을 하고 사인샨드로 떠난다.


이동거리
187Km
누적거리
8,414Km
이동시간
9시간 37분
누적시간
590시간

AH3
AH3
74Km / 3시간 26분
113Km / 6시간 11분
고르도비
갈림길
사인샨드
 
 
2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기온이 많이 떨어진 몽골의 아침이다. 아침에 깨어 바람의 바람을 확인하니 일기예보대로 동풍이 불어온다.

"또, 길을 가야겠네."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바트에게 동풍이 불어온다며 제스처를 하니 휘파람을 불며 그렇다고 알려준다.

"바트, 나 이제 가야 해."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바트가 침대에 꽂아두었던 태극기를 챙겨들고 대신 작은 태극기 하나를 건네주니 가방에 넣어둔다. 23~24일에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휴일이라며 집으로 가져갈 생각인가 보다.

패니어들을 꺼내어 하나씩 자전거에 장착하는 동안 바트도 일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바트의 늙은 개에게도 인사를 하고.

"바트, 사진 한 장 찍고 가자."

다치지 말고 건강하라며 인사를 하고 악수와 가벼운 포옹으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랜다.

뒤쪽에서 밀어주는 바람을 맞으며 한결 가벼워진 페달링으로 190km 떨어진 몽골의 두 번째 도시 사인샨드를 향해서 떠난다.

몽골 유목민의 복장으로 말을 타며 양을 모는 아저씨를 만나 사진을 찍으니 손가락으로 양떼들을 가리킨다.

사진을 찍은 핸드폰에 관심이 있는지 뭔가를 물었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그냥 웃으며 인사만을 하고 길을 이어간다.

자민우드에서 만난 툴가에게 몽골이 위험한지 물어봤을 때,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지만 시골 같은 곳에는 카메라나 스마트폰 같은 것이 없어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을 준다면 바꿀 생각은 있는데, 지금은 딱히 말이 필요가 없네."

한 시간 정도를 길게 뻗은 초원의 도로를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평균 20km의 속도가 나는 편안한 라이딩이다.

자민우드에서 사인샨드로 가는 길은 아마도 산악지대가 아닌가 싶다.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지나간다.

바트가 챙겨놓은 차를 마시고.

"언제 챙겨놓은 거야? 자, 본격적으로 달려 볼까?"

몽골 여행의 혹독한 신고식을 거센 바람으로 맞이해주었으니 오늘은 몽골의 초원을 거침없이 달려볼 생각이다.

붉은 흙의 초원과 산들의 고개를 넘고, 낮은 경사로 길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달려간다.

주로 물류를 운반하는 화물 차량들이 오가고 승합차와 승용차들이 간간이 지나치지만 통행량이 많지 않은 AH3 도로.

지나가는 차량들은 가끔씩 차량을 세워 인사를 하기도 하고,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며 손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갓길이 없어 조금은 불안했던 도로 라이딩이었는데 지나치는 차량들의 매너들이 생각과 달리 좋다.

높은 초원 지대에도 물이 고여이는 오아시스 같은 곳도 있고 붉은 흙산들과 아무것도 없는 넓은 초원의 길은 계속 이어진다.

신나게 핸들바의 언더를 잡고 달리던 중, 초원 한가운데 지어진 낡은 나무집 앞에서 두 명의 남자가 짐 같은 것을 옆에 두고 도로변에 서서 히치하이킹을 하듯 차량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인다.

유목민 복장을 한 검은 얼굴의 남자들이 나를 향해서도 휘파람을 불며 자전거를 세우라는 제스처를 한다. 그들을 쳐다보며 도로를 넓게 돌아 피해 질주를 하니 큰 소리를 쳐댄다.

몽골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몽골인들에 대한 낯섦이 아직은 그들과 부대끼며 인사를 나눌 마음의 여유를 주질 않는다. 이국적인 생김새의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큼 그들 또한 외국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한가운데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자민우드에서 사인샨드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의 길로 나뉜다. 구글맵의 지도상으로 보면 작은 마을 두 곳이 있는 오른쪽 길과 아무것도 없는 왼쪽 길이 있다.

Burdene Bulag(Бүрдэнэ Булаг) 야생 동물 보호구역 부근에서 길이 나뉘어지는데, 툴가에게 물어봤을 때 자신들을 에르덴이 있는 마을의 도로를 타고 울란바트로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3시간을 달려 갈림길의 부근에 도착한다.

바람이 부는 언덕을 오르니 왼편으로 돌들을 쌓아올리고 푸른 천들을 걸어놓은 탑들이 보인다.

중앙에 큰 돌무더기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작은 돌탑들이 쌓아져있고 푸른 천들이 바람에 휘날린다.

몽골 유목민들이 소원을 기원하는 장소일 듯싶다. 잠시 쉬며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 돌탑이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간다.

돌탑에는 자동차 핸들커버 같은 것도 여기저기 걸려있고.

바람을 피해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트와 나눠먹고 남은 빵과 잼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지? 그래도 마을이 있는 길로 가는 것이 편하겠지?"

바람을 등지고 온 탓에 생각보다 빠르게 67km 정도를 이동했다. 사인샨드까지는 여전히 100km가 넘게 남았지만 진행속도를 봐서는 오늘 사인샨드까지 갈 수도 있겠다 싶다.

빵을 먹고 중앙의 큰 돌탑을 둘러보니 돈과 술, 담배 같은 제물들을 받쳤던 흔적들이 보인다.

화물차 모양의 장난감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돌들과 함께 쌓여있는 핸들바 커버가 쓰레기를 올린 것이 아니고 안전운행 같은 것을 비는 상징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트의 오토바이에도 묶여있던 푸른 천. 중국의 차량들이 사이드 미러나 바퀴 같은 곳에 붉은색 천들을 묶어 놓고 행운이나 복을 기원한다면 몽골에서는 푸른색의 천이 그것을 대신하는 것 같다.

하늘과 초원 그리고 바람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길.

가끔씩 풀을 뜯는 양떼들만이 있을 뿐.

15km 남짓의 거리에 있어야 할 갈림길을 보이지 않고 계속 길이 이어진다.

"길을 지나쳤나?"

언덕을 오르는 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구글지도를 검색해 보니 현재의 위치가 갈림길을 지나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는 왼쪽의 도로에 진입해 있다. 신나게 내리막길을 달려오기는 했지만 갈림길의 이정표나 도로를 지나친 기억이 없다.

"뭐야? 초원이라 GPS 위치를 정확하게 못 잡는 건가?"

아무리 초원이라도 GPS의 위치 정보가 터무니없이 틀릴 일은 없다. 지금까지 지나쳐왔던 갈림길들을 보면 AH3 도로를 두고 좌우로 갈라지는 길의 초입에만 포장이 되어있고 초원의 흙길을 향해 자동차의 바퀴자국들만 어지럽게 남아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길을 돌아가려니 맞바람이 불어오는 뒤편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모르겠다. 그냥 가보자."

언덕을 오르니 멀리 작은 주유소가 보이고 이정표와 함께 아스팔트 포장의 갈림길이 나온다. 도로가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구글지도의 갈림길과는 거리의 차이가 제법 있다.

에르덴의 마을이 있는 길과 아무것도 없는 AH3 도로의 사이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 작은 경찰 초소가 있는 AH3 도로를 타고 사인샨드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1시 남은 거리 100km, 5시간이면 충분하겠네. 달려보자."

구글맵의 지도를 위성으로 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100km의 도로이고, 자민우드에서 툴가에게 물었을 때 그의 가족들 역시 아무것도 없다고 알려주었던 구간이다.

오르고 내리는 산길들을 넘어가고, 마치 물감을 풀어 휘저어 놓은 것 같은 구름들을 바라보며.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길을 따라간다.

"집 발견!"

도로변에 세워진 게르 한 채를 보며 잠시 쉬어간다.

아무것도 없다.

3시간을 달리는 동안 정말 아무것도 없다.

5시가 가까워지며 붉은빛의 흙산들이 사라지고 황금빛의 초원이 이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조금씩 라이딩의 속도가 쳐져만 가고 체력이 떨어진다. 중국의 작은 도로변 마을을 지나치며 쉽게 먹을 수 있었던 면 요리들이 먹고 싶어진다.

사인샨드에 가까워지며 내리막과 평지 그리고 작은 언덕을 넘는 길들이 반복되며 페달링이 느려지고 지쳐간다.

지나치는 차량들에서는 창문을 열고 말을 걸어오거나 정차를 하고 자전거를 세우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가끔씩 짧은 한국말로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그냥 손인사를 하며 지나쳐 주면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자전거를 세우고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말로 계속 말을 걸어온다.

어떤 모습으로 사인샨드가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해진다. 중국의 도시들은 시내 중심을 4~5km 정도 남기고 갑작스레 도시의 모습으로 변하며 나타난다.

몇 차례 젊은 남자들이 탄 승용차들이 자전거를 세우며 관심을 드러내고, 오토바이를 탄 부부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사이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인사를 하고 길을 이어가는 나를 따라오며 계속 몽골말을 떠들어 자전거를 세웠다. 한국 사람인지 묻는 질문에 한국인이라 대답을 했는데 다시 일본인이냐며 묻는다.

"I'm korean!"

횡설수설 떠드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니 피부가 트고 각질이 올라온 양 볼이 붉게 물든 것이 술에 취해있는 것 같다.

"형이 지금 힘들다. 그냥 가라!"

무언가 강한 어조로 시비를 거는 듯 몽골말을 하는데 위압감이나 두려움이 들기보다 피곤함이 밀려든다.

"술 먹었으면 집에 가서 자. 낼 속 쓰려. 인마!"

그냥 무시하고 사인샨드를 외치며 자전거를 출발한다. 10미터 정도를 앞서가다 차량을 먼저 보내고 가려고 기다리는데 갓길에 정차를 했던 차량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놔, 신경 쓰이게 하네."

술 취한 남자의 있을지 모를 행패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의 차량으로 안한 사고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거리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자전거를 세워 뒤를 돌아보며 기다려도 차량이 지나가질 않는다.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며 어두워지는데 술에 취한 남자로 인해 신경이 쓰여 마음이 불편하다. 갓길을 따라가며 뒤편에서 오는 차량들의 소리에 자전거를 먼저 세우고 확인하기를 반복하며 짜증과 함께 피곤함이 쌓여간다.

"아, 이놈의 도로에는 왜 경찰도 한 명 없는 거야?

어쩔 수 없이 떨어진 체력으로 속도를 내어 달리며 뒤편의 차량들을 신경을 써가며 가는 수밖에.

사안샨드의 도착을 알리는 5km를 남기고 도로변으로 주유소가 나타나고 높은 언덕길이 나타난다.

사인샨드로 들어가는 왼편의 도로를 따라 언덕길을 오른다.

"왜 항상 마지막은 약속이나 한 듯이 오르막 길들일까?"

힘들게 언덕길을 오르니 멀리 산등성이 위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의 모습이 보인다.

"넓은 평지를 놔두고 왜 산등성이에 도시가 있는 거야."

시 외곽의 작은 변전소를 지나 점점 가까워지는 사인샨드의 모습은 산동네의 판자촌처럼 보인다. 도시의 모습을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펼쳐진 사인샨드의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다.

도로변의 집들은 나무 널판의 담 너머로 벽돌집과 게르, 흙집들이 섞여있고 골목길은 모두 흙길이다. 구글맵은 흙길의 집들이 있는 곳으로 길을 안내하는데 낯설고 황망한 풍경의 골목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호텔이 있는 방향으로 마을을 돌아간다. 작은 아파트와 문이 굳게 닫힌 가게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마을을 지나쳐 간다.

호텔들과 마켓들이 모여있는 삼거리에 이르러 작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와 인사를 하고 나서야 알 수 없는 마음의 안도감이 생긴다. 젊은 부부의 편안하고 친절한 눈웃음이 마음에 들었을까 몽골의 여행을 시작하며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막연함과 답답함들이 한순간 녹아 내려간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함이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의 거북함이 불안한 마음의 무게를 만들었나 싶다.

"여기도 이렇게 사람들이 사는 곳일 뿐인데."

몽골, 사인샨드 그리고 사람들. 무언가를 애써 받아들인다는 느낌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몽골의 여행이 시작되었나 보다."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한국의 인사법을 가르쳐주며 장난을 치고 주변의 숙소를 검색한다.

트립닷컴이나 부킹닷컴에는 어떤 숙소도 잡히질 않고, 구글맵을 통해 사인샨드의 호텔들을 검색한다. 생각보다 많은 호텔들이 구글지도에 표시가 되지만 가격정보는커녕 호텔의 기본 정보도 부족하다.

"어, 이건 불고기 백반 같은 건가?"

몇 개의 후기가 있는 호텔 중에 한국 음식이 나와있는 사진을 보고 공원 주변의 호텔들을 포기하고 조금 떨어져 있는 호텔로 찾아간다. 문이 닫혀있는 2층 건물의 호텔로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있는지를 제스처를 하며 물어본다.

멀뚱하게 나를 쳐다보는 프런트의 아주머니와 잠시 스톱 모션이 걸린 것처럼 난감해하는 사이 뒤쪽에 있는 젊은 남자가 한국말로 한국인인지를 묻는다.

자민우드의 호텔에서, 사인샨드로 오는 도로에서 그리고 이곳에서도 짧은 한국말을 하는 몽골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어렵게 찾은 몽골의 회화 어플로 숙박비를 물어보니 프런트의 아주머니가 전혀 응대를 하지 못한다. 한국말을 했던 남자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묻더니 잠시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하고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왔다.

키가 큰 이국적인 외모의 여자는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한다. 숙박비와 와이파이가 있는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 하는데 몸이 피곤하고 힘드니 머릿속에 영어가 뒤죽박죽 섞여 횡설수설이다.

"Sorry. i'm tired. Today, I rode a bicycle for 200km."

자전거는 호텔 옆에 있는 세차장의 안쪽에 열쇠를 걸어 놓아두고 젊은 남자의 도움을 받아 짐들을 방으로 옮겨놓는다.

샤워도 미루고 식당으로 들어가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저녁을 시킨다. 돼지고기볶음 같은 것인데 밥 2인분이 기본으로 들어있는 메뉴다.

조그만 그릇에 담겨있는 밥의 양은 부족했지만 8,000원 정도 하는 고기의 양이 많고 넉넉하여 괜찮다.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해. 미안해 바트."

야채들을 섞어 볶은 돼지고기는 달달하니 제법 우리의 음식과 비슷한 맛이 나서 괜찮다. 하지만 쌀밥은 푸석함이란.

중국도 그랬지만 아직까지 쌀밥은 우리나라의 밥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툴가와 여직원에게 간단한 몽골어를 알려달라 부탁하여 배워봐도 발음이 굉장히 어렵다.

"안녕하세요, 얼마예요, 감사합니다, 저기요, 다음에 봐요, 잘 먹었습니다 같은 것만 알려줘 봐."

짧은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직원에게 근처에 한국인이 사는지 물으니 사인샨드에는 살지 않고 울란바토르에 한국인인 많이 산다고 알려주고, 구글지도에 있는 호텔의 한국 음식을 보여주니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웃는다.

"낚였어?"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질 않는다. 프런트로 내려가 설명을 하자니 그것이 더 피곤할 것 같아 찬물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만다.

자민우드와 사인샨드의 호텔을 보면 몽골의 호텔은 대충 40,000~60,000투그릭 정도의 숙박료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의 시설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들이 많아 비싸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강한 모래바람으로 맞이해준 몽골에게 시원한 라이딩으로 대답해 준 하루다. 너무나 피곤하지만 짧은 한국말을 잘 하고, 자전거 여행자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해주는 몽골인들이 궁금해진다.


"됐어. 일단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8일 / 맑음 ・ 11도
도르고비
어제의 서풍에 이어 오늘은 거센 북서풍의 맞바람이 불어온다. 가는길을 마저 멈추고 바트보르드의 집에서 하루를 더 머무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22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80시간

개와의대화
일만해?
0Km / 00분
0Km / 00분
도르고비
도르고비
도르고비
 
 
4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기차의 기적 소리와 거센 바람 소리를 들으며 새벽에 잠시 깨었다 이내 잠들었다.

"오늘도 틀렸네. 잠이나 푹 자자."

딱히 불편할 것 없는 잠자리다. 다시 잠이 깨어 바람을 확인하러 밖에 나가니 예보대로 강한 북서풍이 거칠게 불어온다.

"바트, 응가는 어디서 해?"

기찻길 옆으로 용도를 알 수 없는 돌담들이 쌓여있는 곳을 가리킨다.

북쪽으로 쌓여있는 돌담을 골라 자리를 잡고 광활한 초원에 수줍은 엉덩이를 까 보인다.

"거름을 뿌렸으니 풀들이 잘 자라겠어."

방에 누워 핸드폰으로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바트는 바쁘게 오토바이를 몰고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수첩에 무언가를 적는 바트, 빼곡하게 점검 일지 같은 것을 채워 넣는다.

"바트, 커피 한 잔 마실까? 한국 커피."

물을 끓이고 대접에 커피를 따라 놓으니 바트는 다시 나가봐야 한다며 집을 나간다.

햇볕이 따듯한 문 앞에 앉아 늙은 개와 대화를 시도한다.

"너, 그러면 안 돼. 성격 나빠진다."

간간이 느린 기차만이 더 느린 초원의 시간 속을 지나가고.

12시가 넘어 돌아와 그릇에 가득 물을 부어 커피를 마시는 바트에게 점심을 먹자며 빵과 잼을 내놓는다.

하나씩의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니 뭔가가 허전하다.

"역시, 난 고기를 먹어야 해."

바트에게 저녁을 사줄 겸 자민우드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한다.

"일을 해야 해서 나는 못 간다."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더 확인하기 위해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을 먹자고 의사를 전달했지만 일 때문에 갈 수 없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루 종일 하는 거야? 어쩔 수 없네."

택시를 부르면 온다고 해서 자민우드로 나가 고기를 사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내일은 남풍이 불어온대, 그러면 나는 가야 해."

"내일은 남풍, 다음날은 남동풍이 분다. 이틀 동안 사인샨드로 가기가 수월할 거야."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며 무언가를 하나씩 준비하던 바트가 저녁을 먹으라며 부른다.

밀가루 면에 감자와 고기를 넣고 볶은 요리다.

"цуйван, 초이완"

맛있다고 하니 웃으며 이름을 알려준다.

"여행이 끝나면 책을 쓰고 싶다."

"너는 여행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라."

여행 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세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공허한 일상의 헛된 푸념이 아닌 정말 하고 싶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세상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고,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리고 돌아올 수 있다면 남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너의 이야기도 쓸 거야."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긴 장문의 글을 여전히 제멋대로 그린다.

"나는 결혼을 해서 부인과 아들을 위해 기찻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 큰 소년은 몸이 부러진 나쁜 사람이다."

"아들이 아프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몸을 가리킨다.

"아, 네가 여기저기 다치면서도 열심히 일했다고."

리즈후이와 장강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스무 살의 옛 기억이 조용한 어둠 사이로 찾아들었는데.

이 드넓은 황무지의 외딴 집에 바트보르드와 앉아 있으니 무거운 삶은 무게가 침묵처럼 가라앉는다.

"바트, 세 번째 바람은 그저 그런 푸념일지도 몰라. 아직 나는 누구를 위해 사는 방법을 모르겠다."

"더는 서툴고 어설프게 살고 싶지 않아."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야 한다면, 돌아가고 싶어지면... If.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7일 / 맑음 ・ 12도
자민우드-도르고비
몽골의 국경을 넘어 자민우드에서의 이틀간 휴식을 마치고 몽골의 여행을 시작한다. "자, 떠나 볼까!"


이동거리
30Km
누적거리
8,227Km
이동시간
4시간 06분
누적시간
580시간

AH3
AH3
14Km / 1시간 46분
16Km / 2시간 20분
자민우드
시계
고르도비
 
 
4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람이 좋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바람 꽤나 불겠네."

정리된 패니어들을 하나씩 프런트로 내려놓고 체크아웃을 준비한다.

"나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자!"

아침 영업을 준비하는 식당에 들어가 파인애플 치킨을 주문하니 시간이 조금 걸려 메뉴가 나온다.

"언제 이런 아침을 또 먹겠니."

숙소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자민우드의 기차역으로 간다.

흙먼지 바람이 일어나는 기차역 광장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며 구글지도와 맵스미를 켜서 경로를 확인한다.

"의미가 있나? 길이 하나뿐인데."

수입 담배와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필라멘트 한 개피를 300투그릭을 주고 사서 피운다.

"여기 봐. 사진 찍게요."

11시 15분, 광장의 아주머니와 사진을 찍고 자민우드를 떠난다.

자민우드의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AH3번 도로를 타고 사인샨드 방향으로 향한다.

자민우드의 초입에서부터 거센 바람이 자전거를 밀어낸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기차의 기지창 같은 곳에서 길이 막히고 흙길을 향해 좌회전을 알리는 구글맵.

"구글양은 한국어를 존댓말로 배웠나 보다."

양 갈래의 길에서 차들은 양쪽으로 모두 진입하여 들어간다.

"모르면 오른쪽!"

짧은 흙길이 끝나고 회전 교차로를 지나자 사인샨드와 차이르 그리고 울란바토르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거친 사막의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고.

영화에서나 보았던 모래바람이 도로와 주변의 풍경을 휩쓸며 흙먼지 가득한 황량함을 만들어낸다.

모래 폭풍 속으로 달려들어 간다. 좁은 갓길마저 사라진 도로에서 바람에 휩쓸리며 휘청거리는 핸들을 조향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초속 16미터의 바람은 이런 느낌이군."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핸들바를 잡고 있는 손등에 부딪히며 따갑게 피부를 파고든다. 돌풍과 함께 순간순간 도로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무거운 페달링과 멈춰 섬 그리고 바람 속 끌바를 반복하며 자민우드의 톨게이트에 도착한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마치 100km 이상을 달려온 듯 피곤함이 밀려든다.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구나."

톨게이트 사무실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1시간 반 동안 겨우 10km 밖에 못 왔는데."

자전거에 올라타기조차 힘든 강풍 속에 톨게이트를 지난 도로의 갓길은 포장이 되지 않은 흙길이다.

바람에 의해 흙길로 밀려났다 도로로 진입하기를 반복한다.

차량들의 통행이 많지 않아 다행이지만 가끔씩 지나치는 차량들로 인해 바람의 흐름이 요동치며 차량 쪽으로 자전거가 빨려 들어간다.

몇 차례 휘청거리며 넘어질듯한 자전거를 갖갖으로 조향하며 큰 숨을 쉬어본다.

"끌고 가야 하나?"

자전거에서 내려 10여 분을 갓길을 따라 끌어보지만 그것조차 쉽지가 않다.

약간의 오르막길의 끝에 자민우드의 시계로 보이는 조형물을 향해 페달을 밟아보지만 마주 오는 화물차량이 일으키는 돌풍에 다시 한 번 크게 휘청거리며 자전거를 세우고 만다.

톨게이트에서 3km 남짓 이동하는데 30분이 넘게 소요됐다.

"아, 정말 대단한 바람이다."

낙타 모양을 한 조형물 밑에서 바람을 피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14km 왔네. 자민우드로 돌아갈까?"

날씨 정보를 확인하며 진행 일정을 고민해 본다.

오늘은 서풍, 내일 북서풍. 울란바토르까지 북서 방향으로 사선을 그으며 올라가는 이동경로에 오늘은 측면 쪽, 그리고 내일은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내일은 더 심하잖아. 달라질 게 없네!"

"여기에 텐트를 치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릴까?"

상황이 나빠지면 자민우드까지 쉽게 돌아갈 수 있는 곳에 야영을 할까 생각했지만 100km가 넘게 남아있는 첫 번째 도시까지 거리가 부담스럽다.

"오늘 50km 정도만 이동을 해보자."

1시 40분, 30분이 넘도록 고민을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더욱 거세지는 바람을 이기며 페달을 밟는다. 차량이 지나치면 갓길로 들어가 자전거를 세우고, 마주 오는 화물 차량을 확인하면 미리 자전거에서 내려 고개를 숙이고 돌풍을 견뎌내며 가다 서기를 무한 반복한다.

정면과 측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바람막이의 옷자락과 태극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거린다.

자전거를 세우고 서있기조차 힘든 강풍과 모래바람.

3시, 8km 남짓 이동을 하고 자동차 휴식 공간이 마련된 사거리의 측면으로 몇 채의 벽돌집들과 게르가 지어진 첫 번째 마을이 보인다.

무작정 도로를 벗어나 게르가 있는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햇볕이 드는 곳에 주저앉는다.

바람에 휩쓸리며 세워둔 자전거가 한차례 슬로 모션처럼 넘어지고, 심한 바람이 불지만 기온은 따듯하여 패니어에 넣어둔 콜라 맛은 미지근하다.

"게르가 있는 안쪽에 텐트를 치면 좋겠는데."

잠시 쉬는 동안 사람의 인기척이 전혀 없다.

"5시까지만 가보자."

끝이 보이질 않는 도로 위로 오로지 거친 바람 소리와 돌풍의 흙먼지만이 자욱하다.

바람을 맞는 왼쪽 눈이 아파오고 핸들을 지탱하느라 오른쪽 어깨가 다시 쑤셔온다.

길은 난데없이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며 휘어진다.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 왜 곡선으로 도로를 만들어."

오르막의 끝에서 쉴 생각으로 오기 있게 페달링을 해보지만 건너편 도로로 화물차들이 연이어 내려온다.

고개를 숙이고 차량들이 만들고 지나가는 돌풍을 온몸으로 버텨낸다.

오르막의 끝에 예쁜 이정표가 보이고 언덕 너머로 작은 집 한 채가 보인다.

"안 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무작정 집이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갑자기 늙은 개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사납게 짖으며 천천히 다가온다.

"아, 젠장. 여기서도 개야!"

잠시 개를 보며 서있자 집에서 사람이 나와 나를 보며 괜찮다고 손짓을 한다.

개의 주인이 다가와 개를 쫓아내고 집으로 가자며 안내를 해준다.

기찻길의 주변, 초원 한가운데 지어진 집 한 채.

자전거를 세워놓고 앉아있으니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화로가 놓인 주방과 침대와 TV가 전부인 집에 들어서자 남자는 서둘러 차를 준비해 내어준다.

"충꾹? 한꾹?"

"한국에서 왔어."

"꼬레아, 으응!"

남자가 내어준 차를 마시며 바람이 많이 불어 힘들다는 제스처를 하고, 번역기로도 의사 전달이 힘든 몽골어를 여러 차례 검색을 하며 반복한다.

"Би энд унтаж болох уу?"

하룻밤 머무를 수 있는지 물으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쉬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마을 이름?"

"Дорноговь."

도르노고비, 동쪽 언덕이라는 뜻 같은데 사인샨드에서 197km 떨어진 곳이라며 알려준다.

"이름?"

"Батболд."

바트보르드, 48살이라며 여러 차례 발음을 따라 해도 몽골어는 너무 어려워 잘 모르겠다.

자신은 결혼을 해서 아내가 있다며 소개를 하는데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 바트가 번역기에 몽골어로 그림을 그리듯 무작정 필기를 하니 번역이 제대로 될 일이 없다.

결혼, 27, 큰 여자 27, 23, 14.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번역기에 나열된다.

"27살 아내가 있다는 건가? 27명의 아내가 있다는 건가?"

짧고 굵게 염장을 지르더니 나에게 소개를 해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46, 결혼 안 했어."

나이를 숫자로 적어주니 자기가 2살이 많다며 손가락으로 2를 표시한다.

"응 맞아! 왜, 형이라고 불러줘?"

빵 같은 것을 테이블 밑에서 꺼내는데 벽돌처럼 딱딱하다.

"이거 먹으라고 너무 딱딱해서 못 먹어. 이걸 어떻게 먹어?"

잠시 후 바트는 딱딱한 빵을 한 조각 부신 후 '왈왈'거리며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고 나간다.

아마도 개에게 주는 먹이인가 싶기도 하고.

자신이 말아서 태우던 종이 담배를 피워 보라며 주었는데 종이 타는 맛 이외에 별 맛은 없다.

패니어들을 떼어내 집안으로 집어넣고 자전거를 가리키니 그냥 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것도 없는 초원 한가운데에서 바보 같은 질문이다.

"그래, 여기 아무도 없네. 아무것도 없어! 하하하."

나를 향해 사납게 짖어대던 늙은 개는 꼬리를 내리고 얌전해졌다.

"아, 얄미워. 저걸 확!"

몽골의 달력에도 12간지의 그림들이 날짜마다 그려져 있고.

바트는 삼성의 2G 핸드폰을 사용한다.

침대에서 쉬는 바트와 대화를 하려 해도 그냥 난감 그 자체이다.

"툴가에게 전화를 해볼까?"

툴가에게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다. 전후 사정을 짧게 알려주고 바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봐달라 부탁한다.

바트가 많은 말을 하며 한참 동안 통화를 한다.

"기차역에서 일을 하는데, 한국에 가면 일자리 같은 것을 소개해 달래요."

기찻길 부근에서 철로 관리 같은 것을 하는가 보다.

툴가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 부탁을 하고 툴가와 통화를 마친다.

바트와 몽골, 중국 담배를 나눠피며 번역기로 어렵게 소통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을 먹자며 당근과 말린 고기를 넣은 볶음면을 한 그릇 내어주었다. 중국에서 먹었던 맛과 별 차이가 없는 맛이다.

"툴가, 몽골이 혹시 일부다처제야?"

궁금했던 것을 툴가의 카톡으로 물어본다.

"여기 춥지?"

"이제 따듯해지는 계절이라 지금은 괜찮다."

패니어의 무게를 차지하던 방풍자켓과 여름 옷들을 꺼내어 조심스레 바트에게 건네준다.

"일할 때 입어."

무례한 행동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트가 기분 좋게 받아주어 마음이 놓인다.

겨울 비니와 양말을 하나씩 꺼내어 주고, 핫팩들을 꺼내어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붙이는 핫팩을 뜯어 비비고 흔들어도 바로 열기가 올라오지 않아 애를 먹고.

"너무 오래돼서 안 되나? 하여튼 이렇게 쓰면 돼."

TV를 가리키자 DVD 씨디를 보여주며 '마르코'라고 알려준다.

"보여줘 봐."

DVD를 틀더니 류시원이 표지 모델로 그려진 씨디를 보이며 '한꾹'이라고 한다.

"류시원, 모르는 영화인데."

TV에서는 장 끌로드 반담의 오래된 영화가 나온다.

"완담!"

바트가 반담을 가리키며 액션 장면을 흉내 낸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바트의 침대 옆에 돗자리와 쿠션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77일 동안 여행하며 두 번째 써보는 것이다.

몽골은 외화들을 모두 성우들이 더빙을 한다. 숙소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더빙되어 방송이 되었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장 끌로드 반담의 영화가 끝나고 다른 DVD를 틀려는 바트에게 한국을 말하니 류시원의 씨디를 넣어 주었다. DVD 플레이어에 씨디를 넣으며 왼손목에 붙여 놓았던 핫팩이 따듯하고 좋다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오토바이을 타다 넘어져서 골절이 되었던 팔목을 보여주는 바트에게 날씨가 추울 때 핫팩을 붙이라고 제스처로 알려준다.

등장인물 소개를 하는 멘트에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따라 하는 바트.

"류시원, 박지윤, 김민수."

혼자 이곳에서 일하며 수없이 반복해서 DVD를 보았나 보다.

류시원이 이종 격투기 선수로 나오는 드라마 같은 것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2012년 채널A에서 방송되던 로맨틱 코미디 '굿바이 마눌'이라는 드라마다.

종편이 개국하던 초기에 많은 돈을 써가며 만들었던 드라마들 가운데 하나인가 보다.

드라마도, 류시원도 관심이 없고 더욱이 종편의 채널들은 모두 리모컨에서 삭제해 버리니 알 리가 없다.

"빌어먹을 명박이 작품이네."

순찰을 나가는지 복장들을 갖춰 입던 바트는 입담배를 말아 태우고.

많이 보았을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한다.

"너, 이 자식!"

천천히 해가 져물어 가는데 바람은 여전하다.

"몽골은 한국과 문화가 비슷해요."

툴가에게서 카톡의 메세지가 왔다. 아마도 결혼을 해서 가족들이 있다는 말을 한 것 같다.

핸드폰으로 사진들을 정리하는 내 옆으로 순찰에서 돌아온 바트가 나란히 눕는다.

"이것 봐. 중국이야."

여행 중 촬영한 중국의 동영상들을 보여주며 하나씩 소개를 해준다.

"여기가 황산, 계림, 용척제전, 장가계, 천안문, 자금성."

관심있게 영상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엄지를 세우기도 하고, 천안문을 보며 모택동이라며 손가락을 가리키기도 하더니 침대 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보여준다.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가 바트의 아내 아츠제르깔, 파란색 몽골 복장의 아이가 14살 아들 오끔마타르이다. 그리고 나머지 세명이 누구인지 알려주는데 알 수가 없다.

"나는 없어."

"여자를 취해라!"

저녁을 먹자는 바트에게 라면이 있다며 끓여 먹자고 한다. 물을 끓여 매운 라면을 준비하고.

바트가 종이를 꺼내더니 볼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제법 솜씨 좋게 말과 산양, 양들의 그림을 그리며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고 이름들을 적어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의 사인과 핸드폰 번호를 적더니.

나에게 선물을 하며 악수를 청한다.

"나 주는 거야? 와, 감사합니다. 땡큐!"

그 사이 라면이 끓어 나는 라면을 그릇에 담고, 바트는 몸에 좋다며 우유를 그릇에 따른다.

라면을 먹던 바트가 너무 매워하며 오만 인상을 쓴다. 생각해보니 그들에게 신라면은 엄청나게 매운 음식이다.

패니어에서 작은 소세지를 꺼내어 바트에게 주고, 빵과 잼을 꺼내어 먹으라고 한다.

먹다 남은 보드카를 바트에게 주고 건배를 하며 저녁을 먹는다.

번역기를 달라는 바트에게 핸드폰을 주니 여전히 투박한 손으로 마구 적는다.

"тийм байна хангалуун байна надад гоё дурсамжуудаа биан дедор Солонгос найзтай ..лан. чинадад сСолонгос мана би чамайг дурсах болно Сайхан дурсамжулах болно.н надад он этуэт мангасилгонконг доллар байтал - Би Манга,хдавсгарт цуглу’ллаг юм."

번역기된 문장안에 한국 친구, 좋은 추억, 너무 기뻐, 기억할게 등의 글들로 보아 나와 함께해서 즐겁고 기억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지갑에서 1달러와 1자오를 꺼내어 기념으로 선물을 해준다.


"후원해 주는 거야? 땡큐, 바트!"


바트와 즐겁게 식사를 하고 밖에 나가 초원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이 밝아 별들이 반짝이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올려다보는 밤하늘이다.

머리위의 북두칠성을 보고 있으니 바트가 자신의 팔뚝을 가리킨다.

바트의 팔에는 여러 개의 작은 타투가 그려져있다. 북두칠성이 팔뚝에 그려져있고, 말도 있고, 작은 글씨들도 새겨져 있다.

바트가 이불 하나를 내어주었고, 바트는 상의를 벗고 잠을 잔다.

"오, 나랑 비슷한 취향이네."

불빛이 꺼진 캄캄한 방, 불어오는 초원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모든 조명을 켜두고 홀로 잠드는 호텔보다 좋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6일 / 맑음 ・ 20도
자민우드
하루를 더 자민우드에서 쉬며 캠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준비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19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76시간

주유소
슈퍼마켓
00Km / 00분
00Km / 00분
숙소
자민우드
숙소
 
 
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찍 잠이 깨어 믹스커피 한 잔을 들고 숙소 밖으로 나온다. 프런트에는 어제의 여직원이 아닌 중년의 여자가 앉아있다.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는지 햇살이 좋은 아침이다.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바로 이해하고 알아듣는다. 어제의 눈치 없던 직원과 달리 업무에 능숙하고 친절하다.

"와이파이가 잘 되는 방으로 주세요."

여러 번 번역기를 돌려도 제대로 된 몽골어가 검색되지 않는다. 어렵게 비슷한 뉘앙스의 번역을 보여주니 뜻을 이해했는지 번역기에 알았다는 몽골어를 써준다.

"휘발유는 주유소에서 파나요?"

한 번 더 가솔린을 번역해서 보여주고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국경 근처의 주유소를 가리키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몽골어가 문제가 아니었어. 이건 눈치와 센스의 문제야!" 

어제 숙소에 와 의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여직원과 대화하느라 힘들었는데 이 직원이 있었으면 훨씬 편했겠다 생각이 든다.

전산이 없이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하는 자민우드의 숙소, 마치 몽골어가 복잡한 수학 공식처럼 보인다.

방으로 올가와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바로 내려온다. 숙소 입구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와 페달을 밟으니 핸들이 요란하게 흔들거린다.

이내 가벼운 핸들에 적응을 하고 천천히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국경이 있는 주유소로 도로를 따라간다. 

몽골도 중국처럼 80, 92, 95의 숫자를 붙여 휘발유를 판매한다. 80번은 디젤이고 92와 95는 가솔린인데 차이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무실에 있는 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연료통과 함께 번역기로 가솔린을 보여준다. 약간 의아해하며 안된다는 X 표시를 두 팔로 표시를 하는 남자 직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버너로 음식을 하는 사진을 보여준다.

뜻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지만 계속 안된다는 의사 표현을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가솔린을 팔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작은 버너 연료통만큼은 팔 수가 없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10리터의 커다란 연료통을 가져오더니 그곳에 가솔린을 받아 버너의 연료통에 넣으라고 제스처를 한다. 

"얼마에요? 1리터만 주세요."

핸드폰을 주니 2,000의 숫자를 적어준다. 1리터에 900원 정도의 가격이니 중국과 휘발유 가격은 비슷한 것 같다.

주유소의 직원에게 2,000투그릭를 주니 주유기 측면에 붙어있는 곳에 숫자를 누르고 큰 휘발유통에 휘발유를 넣어준다.

버너의 연료통에 부으라는 제스처를 하며 주유소 건물의 측면 모래밭으로 안내해주며 양동이을 건네준다.

"브로, 남자는 함부로 흘리지 않아. 걱정 마!"

필요한 만큼만 연료통에 휘발유를 담은 후 남은 휘발유는 직원에게 돌려준다. 무려 75일 동안 사지 못했던 가솔린을 몽골에 넘어와 쉽게 산다.

"됐다. 버너의 연료도 샀고." 

돌아오는 길 자민우드 초입에 있는 작은 공원의 탑도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와 여직원에게 빨간 연료통을 들어 보이니 빙긋 웃는다.

"이제 남은 위안화를 환전해 볼까."

중국에서 사용하고 남은 위안화는 505.5위안이 남아있다. 8만원 정도의 금액이니 어제 ATM에서 찾아 쓴 투그릭과 합치면 울란바토르까지 사용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숙소 앞에 있는 은행에 들어가니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며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가장 측면의 여직원에게 번역기를 보여주며 환전하는 곳을 물어보니 다행히 한 사람만이 창구에 서서 업무를 보고 있는 한가한 창구이다.

"번호표 같은 게 설마 있나?"

주위를 둘러봐도 번호표 같은 것은 보이질 않고 은행 창구에도 딱히 순번을 알리는 숫자들이 보이질 않는다.

환전 창구로 가 바닥에 그려진 안내선에 서서 차례 기다린다.

"뭐라고 쓰여있는 걸까? 여기서 대기? 가까이 오지 마시오? 줄을 서시오?"

어느새 익숙해진 위안화. 남은 0.5위안은 기념으로 넣어두고 505위안을 환전할 것이다.

한 사람밖에 없어 빨리 환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행 직원은 계속해서 지폐를 세는 카운터기를 돌리며 오른쪽과 왼쪽의 카운터기를 모두 사용해 무언가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아무래도 지폐의 종류가 많고 금액에 따른 지폐의 숫자가 많아 반복적으로 카운터기를 돌려야 하는 것 같다.

"야, 이 동네는 돈 세느라 하루가 다 가겠네."  

20분 넘게 돌아가는 카운터기의 숫자들만을 구경하는 사이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지폐 확인이 끝나고 내 차례가 돌아온다.

위안화를 보여주며 환전을 하고 싶다고 하니 환전 신청서 같은 것을 건네준다. 환전할 금액과 이름을 적으라 알려주고 뒤에서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서명을 하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고참으로 보이는 여직원을 부르더니 무언가를 상의하고 내 핸드폰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적으라고 한다.

"핸드폰 번호를 적으라고?"

몽골 유심을 사며 핸드폰 번호가 생겼기 때문에 유심카드를 확인하고 당당하게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었더니 재미있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

한 다발의 투그릭을 건네줄 거라 생각했는데 환전 영수증을 주고.

처음보는 돈들을 조금 건네준다.

"금액이 맞나? 왜 이렇게 조금 주지. 만수르가 되고 싶었는데, 실망스럽게."

20,000투그릭, 10,000투그릭, 5,000투그릭, 1,000투그릭 그리고 잔돈들까지 해서 1위안당 391투그릭으로 환전을 해준다.

"무슨 지폐가 이렇게 많아. 주체할 수가 없네."

숙소로 돌아오니 여직원이 다른 방 키를 흔들며 나를 부른다. 와이파이를 확인하라며 함께 올라가자는 제스처를 해서 그녀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

공유기가 붙어있는 복도의 첫 번째 방을 내어주며 와이파이를 확인하라고 안내를 한다. 활기차게 모든 안테나를 채우고 있는 와이파이를 확인하고 OK 표시를 해준다.

4층으로 올라와 짐들을 나눠 들어주고 3층으로 방을 옮긴다. 

점심을 먹기 위해 고글을 벗고 안경을 찾는데 안경이 보이질 않는다. 방을 옮기며 꼼꼼하게 남겨둔 물건이 없나 확인을 했는데 안경을 빠뜨리고 온 모양이다. 

다른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안경을 놓고 왔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경'이라고 한국말을 하니 한국말로 대답을 한다.

"한국말을 하시네요?"

"네, 조금 할 줄 알아요."

"405호에 안경을 놓고 왔나 봐요."

"알았어요."

작은 도시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자민우드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어제의 여직원은 보이지 않고 그녀가 추천해 주었던 세 번째 메뉴 스팀 비프를 주문한다. 감자와 함께 모양 좋게 나온 음식은 제법 괜찮았지만 어제의 파인애플 치킨보다는 조금 맛이 덜하다.

몽골 숙소에서는 물은 큰 물통을 통째로 준다.

캠핑을 대비해 무거운 무게를 감내하며 들고 다녔던 고용량 보조 배터리도 충전을 시켜 놓고 음식들을 사기 위해 기차역 앞의 마트로 간다.

2중으로 되어있는 나무 문이 항상 닫혀있는 자민우드의 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무엇이 있나 천천히 매장을 둘러본다.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뾰족구두 신사화처럼 생긴 동물의 특수 부위도 통째로 있다.

"이게 대체 어느 부위인 거야? 혓바닥인가, 턱인가?"

매장 곳곳에서 한국 제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박카스와 레츠비 그리고 뽀로로 음료수까지 있다.

일단 두툼한 햄과 빵 그리고 잼을 사들고.

아무리 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몽골의 즉석 식품도 무게가 가벼워 하나 사둔다.

과자와 쵸콜릿 등을 조금 골라 담고 계산대로 가 어떻게 계산을 하나 궁금했는데 우리와 똑같이 바코드를 찍으며 쉽게 계산을 한다. 단지 카운터의 책상 서랍에 엄청난 양의 지폐들이 꽂혀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계산을 끝내고 마트 내에 있는 문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 사 먹었는데 엄청나게 달아서 먹느라 힘들다. 

마트 2층에는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그리고 옷 가게 같은 것이 있고 분위기는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으로 먹으려던 파인애플 치킨을 포기하고 매운 컵라면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다. 몽골에서 파는 매운 컵라면에는 중국처럼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있다.

조금 나른한 기분이 들어 잠을 잘까 생각하다 내일부터 시작될 몽골 라이딩을 위해 짐들을 재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양치와 세수를 하려고 칫솔세트를 열어보니 세트 상자에 세면도구가 모두 들어있다.

숙소에 들어와 비누와 샴푸를 찾아도 없어 가지고 다니던 세면도구를 사용했는데 이곳에 한꺼번에 들어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빗은 중국이나 여기나 필수품이구나."

패니어의 짐들을 풀어 헤치며 중국 남부의 빗속을 달리게 도와주었던 6위안짜리 고무장갑을 버린다.

"잘 썼다. 당분간 비 맞을 일이 없으니 여기까지."

패니어의 짐들을 가지런히 펼쳐놓고 중국의 우중 라이딩에 맞춰져 있던 짐들을 캠핑에 적합하게 재분배한다.

렉 패니어에 들어있던 옷들과 잡동사니들을 빼내고 침구류와 취사도구들을 넣고 캠핑용 식량으로 채워 넣고.

취사도구들이 빠져나간 프런트 패니어에 노트북을 옮겨 담고.

노트북이 빠져나간 리어 패니어에는 겨울옷들을 넣어 둔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리어 패니어를 뒤적이며 물건들을 꺼내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많은 짐들이 어떻게 패니어에 다 들어가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짐들을 풀어헤치고 나니 마음은 개운한데 몸이 피곤해진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몽골의 초원과 사막, 높은 고산지대와 드넓은 호수를 향해 달려보자. 밤하늘을 보며 캠핑도 해보고..  

"몽골, 너를 보여줘!"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5일 / 맑음 ・ 16도
중국 얼롄하오터-몽골 자민우드
중국과 몽골의 국경을 넘어 몽골 자민우드로 향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8,197Km
이동시간
1시간 24분
누적시간
576시간

전개로
AH3
8Km / 35분
7Km / 49분
얼롄하오터
중몽국경
자민우드
 
 
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일찍 잠에서 깨었다. 위챗을 교환했던 몽골 남자에게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오늘 몽골로 넘어가자!"

식당으로 내려가니 오늘은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어제 먹었던 볶음밥이 없어 간단한 빵들과 볶음면으로 식사를 한다.

패니어와 짐들을 하나씩 체크해가며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1층 프런트로 내려갔다. 왕칭옌은 출근 전인지 모습이 보이질 않고 이틀간 여러 가지 신경을 써준 숙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혼자서 다니는 거야? 애인이나 부인이 없어?"

"메이요! 한국에 여자가 없는데 중국에도 여자가 없네. 중국에 여자가 없어서 이제 몽골로 가는 거야."

직원들과 농담을 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중국에서 만난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고마워 중국!"

숙소를 나와 공룡공원의 건너편 얼롄하오터 이우샹마오청(二连浩特义乌商贸城)으로 간다.

자전거를 끌고 승합차와 짚차들이 있는 주차장으로 가니 '멍구'를 외치며 사람들이 다가온다.

"취 멍구, 뚸 샤오 첸?"

국경을 넘는 차량의 비용을 묻는데 대답은 하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차로 가자고만 한다. 아저씨의 차는 짚차가 아닌 승합차다.

"알았어. 얼마야?"

자전거를 바닥에 눕혀버리고 가격을 확인하니 자전거를 살피더니 100위안을 달라고 한다. 손사래를 치며 비싸다고 말하니 사람만 가면 60위안인데 자전거를 실어야 하니 100위안을 줘야 한다고 한다.

"빠스! 나 돈 없어. 빠스!"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탈탈 털어 보여주며 80위안에 가자고 하니 못 간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이내 자전거를 실으라 차로 안내한다. 숙소를 나오며 잔돈들을 모아 주머니에 80위안만을 담고 나머지는 자민우드에서 환전을 하기 위해 패니어에 넣어두었었다.

다른 여행자들을 보면 50~150위안을 내고 국경을 넘는 것 같지만 그들과 가격을 두고 흥정을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80위안도 비싸게 느껴지지만 66위안의 기차 비용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생각한다.

다음의 여행자들을 위해 바가지를 써가며 비용을 지불할 생각도 없고, 야박하게 몇 천 원의 가격을 흥정하느라 실랑이를 하고 싶지도 않다. 안전하게 국경을 넘는 것이 최우선이고 나에게 80위안은 그 정도의 댓가로 충분하다 생각한다.

70위안으로 양고기를 사 먹었기 때문에 더 낼 돈도 없다.

패니어들을 떼어내 차곡차곡 차량의 안쪽에 집어넣고 자전거를 싣고.

"아저씨 사진이나 같이 찍어요!"

뭔가 서두르는 아저씨를 잡아 사진을 찍는데 자꾸 고개를 돌린다.

"50위안까지 깎으려다 만 거예요. 80위안이면 적당히 좋구만."

서둘러 탑승하라는 아저씨의 재촉에 못 이겨 승합차에 오르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아저씨는 마땅한 손님들이 보이질 않는지 광장 앞을 출발한다. 손님은 동행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아이와 할머니 그리고 나.

공룡공원을 지나 지내길을 돌던 차량은 다시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에서 차량을 세운다. 가족으로 보이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짐들을 싣고 차량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내 북적북적해진 승합차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한국 사람! 같이 사진 찍어요."

흔들거리는 차량 안에서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자 하니 모두들 거부감 없이 흔쾌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준다.

각자가 붉은색의 몽골 여권을 손에 들고 있어 몽골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중국, 한국, 미국 등의 출입국 스탬프가 빼곡하게 찍혀있는 여권을 보여주며 각 나라들의 스탬프들을 설명해 준다.

"우와, 많이도 다녔네! 뭐 하러 간 거예요?"

번역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구글 번역기를 여러 번 검색하여 보여준다.

"여행요."

앞자리에 앉아 무릎을 맞대고 있던 젊은 남자아이가 한국말로 짧게 대답을 한다. 스치듯 들려온 한국말이 낯설게 느껴지고 방금 전 한국말로 답변을 한 남자아이를 쳐다본다.

"한국말인데. 한국말 할 줄 알아?"

툴가, 한국 이름이 대원이라는 젊은 아이는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몽골의 학생이다. 5년 정도 어학원과 대학을 다니며 수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지금은 휴학 중이라서 몽골에 와 있다고 한다.

몽골의 여행의 막연한 시작과 함께 행운처럼 찾아든 회색 후드티를 둘러쓴 이쁘게 잘 생긴 툴가와의 만남이다.

"툴가, 잘 생겨서 한국에서 인기가 많겠다."

"한국에 친구가 많지는 않아요."

이삿짐센터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느라 충분히 즐겨야 할 청춘의 시간이 여유롭지만은 않은 듯싶다. 나 또한 그러한 시간을 보내왔고 지금의 젊은이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20대의 시간을 현실의 삶에 묶여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고 안쓰럽다.

"툴가한테 잘 보여야겠다. 툴가에게는 많은 기회가 열려있을 테니까."

네트워크가 끊기기 전에 툴가의 전화번호와 페이스북 등 연락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받아 놓고.

툴가와 대화를 하는 사이 승합차는 무지개 아치가 있는 중국의 국경에 이르렀다.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출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통과한 후 승합차에서 내린다.

승합차는 손님들을 내리고 오른 편에 있는 차량 출입구로 들어가고 우리들은 정면에 보이는 중국 출입국 사무소로 걸어간다.

무지개 아치를 지나서.

얼롄하오터의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간다.

출국 심사대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고 특별히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는 것 같은 검문대를 통과한다.

"아, 나는 출국카드 작성해야지."

툴가의 가족들은 바로 출국 심사대로 가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그들을 따라가던 중 출국카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난다.

"어디 보자. 이름, 여권번호, 생년월일, 성명, 국가명, 서명 그리고 차량번호?"

차량번호를 공란으로 비워두고 사람들의 뒤편에 서서 출국심사 사진을 찍으니 보안요원이 다가오며 핸드폰을 가리킨다.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눈치 빠르게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지운 후 보안요원에게 보여준다.

"Ok? 땡큐!"

다른 요원들과 달리 싱글싱글 웃으며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라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된다.

출국카드를 작성하는 사이 사람들이 줄을 서 툴가네 식구들과 떨어져 서있으니 툴가의 식구들이 자기네 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한다.

"툴가, 차량 번호는 어떻게 적었어?"

툴가도 잘 모른다하여 툴가의 출입국 카드에 적힌 차량번호를 적었다. 특별히 중요한 사항이 아닌 것 같다.

별문제 없이 출국 스탬프가 찍히고 심사대의 중앙에 놓인 단추들에서 서비스를 평가해달라는 한국어 안내 멘트가 나온다.

"생각 같아선 울상을 짓고 있는 스마일 맨을 눌러주고 싶은데 참는다."

툴가네 식구 중 한 명이 두리번거리다 출국 심사의 순서를 잠시 놓친 사이 큰소리의 호통을 치며 부르던 출국 심사원이다.

"좀 웃으면서 친절하게 해라. 촤식아!"

출입국 사무소를 나오니 승합차의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고,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E자를 보이며 끊겨있다.

"헤이, 코리안!"

퉁명스럽게 나를 부르며 요금을 달라고 한다.

"아직도 삐쳐있는 거야? 80위안 많이 받은 거잖아. 웃어 아저씨!"

출입국 사무소의 반대편으로 나와 기다리던 승합차에 올라타고 여권에는 중국 여행이 끝났음을 알리는 출국 스탬프가 찍혀있다.

"비와 산길, 황사와 주숙등록, 고산의 초원과 바람.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그럼 됐다!"

국경을 넘기 전 출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보안요원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승합차는 몽골의 국경으로 넘어간다.

몽골의 지역에 이르러 이번에는 군복을 입은 몽골 보안 요원들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작은 몽골의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여 다시 차량에서 내린다.

"이번에는 입국심사!"

2개의 입국 심사대가 있는 몽골의 입국 심사대에 사람들이 서 있고 툴가네 식구들을 따라가던 중 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보인다.

"툴가, 난 입국 카드를 써야 하는데. 입국 신고서가 어디에 있지?"

입국 신고서의 서류함에는 종이 쓰레기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입국 심사원에게 건네받은 입국 신고서를 툴가에게 건네받고 입국 신고서를 작성한다.

"이름, 생년월일, 성명, 국가, 여권번호, 비자유형, 비자번호, 입국일, 서명 그리고 주소? 핸드폰?"

툴가가 자기의 집 주소를 적어 넣고 나머지 모르는 항목들을 공란을 비워둔다. 문제없이 입국 심사가 끝나고 몽골의 입국 스탬프가 찍힌다.

입국 심사대를 나오면 사무실과 은행 ATM 기기들이 놓여있다. 건물이 작다 보니 그 이외의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출입국 사무소를 나오니 승합차의 아저씨가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 알려준다. 무서운 모래바람이 흙먼지를 날리며 불어온다. 사람들이 들어가는 작은 건물로 들어가 보니 조그마한 매점이 있다.

잠시 후 바쁘게 서두르는 아저씨의 재촉으로 승합차에 오르고 툴가의 친척은 여권을 잘 넣어두라며 바람막이의 포켓을 가리킨다.

몽골 출입국 사무소의 출입문을 통과하며 입국 스템프가 찍힌 여권을 보안요원들에게 보여준다.

"이거 언제까지 보여줘야 하는 거야?"

"이제 다 끝났어요!"

몽골의 출입국 사무소를 빠져나와 툴가네 식구들은 자신들의 차량이 주차된 곳에서 짐들을 내리고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천천히 해도 될법한데 매서운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뭐가 그리 급한지 재촉을 하는 승합차의 아저씨 때문에 더 정신이 없다.

"툴가네 식구들하고 사진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짐을 옮기느라 바쁜 툴가를 불러 사진을 찍고 연락을 하겠다 인사를 나눈다.

"헤이! 코리안!"

"아저씨 알았어. 사진 찍고 갈게! 왜 소리를 치고 그래."

툴가네 식구들과 헤어지고 승합차는 자민우드로 향한다.

몇 분 후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자민우드에 도착하고 도로변에 자전거와 짐을 내려준다.

"아저씨! 땡큐!"

듣는 둥 마는 둥 퉁명스레 인사를 하며 떠나는 승합차 아저씨.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난 후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생소한 자민우드의 풍경을 보며 어색한 낯설음을 가라앉힌다.

"아이고 또 막막하다!"

습관적으로 고덕지도를 실행시키고 닫은 후 구글 지도를 실행시킨다.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하지만 지도상 자민우드의 기차역 부근인가 싶다. 10미터 정도 자전거를 끌고 가니 넓은 주차장에 승객을 태우려는 승용차들로 가득하고 주차장 넘어 오래된 자민우드의 역사가 나온다.

자민우드의 기차역 광장은 오가는 사람도 없이 휑하니 비어있다.

"일단 여기가 기차역이고."

기차역을 빠져나와 오른 편에 있는 경찰서의 건물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숙소를 검색한다.

"일단 숙소를 잡고, 유심을 교체하고, 환전을 하면 되는 거지."

트립닷컴과 부킹닷컴에는 호텔이 검색되지 않고, 구글지도를 검색하여 호텔의 아이콘을 찾는다.

"현금과 온라인이 끊겨있으니 비싸더라도 알려진 호텔로 가보자!"

현재 위치가 부정확하게 나오는 구글 지도를 보며 자민우드의 역사를 기준으로 건물들을 파악한 후 내 위치를 확인한다.

"저쯤에 호텔이 하나 있겠네."

경찰서 밖에 나와 대화를 하는 경찰관에게 호텔의 위치를 한 번 더 정확하게 확인하고 호텔을 찾아 이동한다. 단순한 자민우드의 길을 따라가는데 호텔의 모습과 길이 잘 보이질 않는다. 모래가 잔뜩 쌓여있는 흙길의 골목을 갸우뚱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니 내가 찾던 호텔이 나온다.

모래가 쌓여있는 골목길과 허름한 집들 사이에 위치해 있는 호텔의 정문은 두꺼워 보이는 철문이 닫혀있다.

"열려 있는 거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외관과는 달리 깨끗한 실내에 프런트가 보인다. 투숙이 가능한지를 묻고 와이파이가 되는지를 물으니 방들의 가격표가 적힌 종이 노트를 보여준다. 120,000투그릭, 100,000투그릭, 60,000투그릭.

"알았어. 환전은 어디서 해?"

중국 돈을 보여주며 환전을 하는 제스처를 해도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야, 이거 몽골 큰일 났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60,000투그릭이 적힌 노트만을 자꾸 보여준다.

"중국 돈밖에 없어. 중국 돈 받아?"

곁에서 이 관경을 지켜보던 젊은 여자가 노트에 '1위안=370투그릭'이라고 적어 보여준다. 핸드폰 환율기를 확인하니 1위안이 390투그릭 정도 하는 것 같다.

"이 누나, 여기서 달러 장사를 하려고 하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속아주는 게 편하다. 200위안을 주고 숙소비를 결제하고 잔돈을 받아든다.

자전거를 안에 들여놓을 수 없다 하여 호텔 정문의 난간에 묶어두고 프런트 직원과 짐을 나눠들고 4층으로 올라간다.

"정말 자전거 1층에 넣어두면 안 돼? 밖이 안전해?"

안전하다며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만들며 싱겁게 웃는다.

숙소의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회화 어플을 뒤적거려 '환전은 어디서 해요?'를 찾아 보여줬더니 이번에는 잘 알아들었지만 몽골어로 설명을 해준다.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위치를 알려달라고 해도 지도앱으로 잘 찾지를 못하고 은행 표시가 되어있는 아이콘을 가리키니 그제서야 맞다고 한다. 은행은 숙소의 골목을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있다.

중국의 남은 위안화를 투그릭으로 환전하기 위해 은행에 들렀지만 ATM 기기가 있는 창구만이 열려있고 은행의 사무실은 닫혀있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환전하는 곳을 물으니 위쪽으로 돌아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작은 은행 건물을 한 바퀴 돌았지만 출입구는 없고 점심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른 은행들이 있던 자민우드 기차역으로 나간다.

넓은 광장에 작은 간이역처럼 오래된 자민우드의 기차역.

기차역 앞에 ATM 기기에도 사람들이 붐비고 한가한 역전의 광장을 보며 그제서야 오늘이 일요일임을 깨달았다. 여행을 하다 보니 요일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다.

어쨌든 숙소의 결제를 위안화로 해두어 특별하게 큰돈이 필요하지 않아 급할 것은 없다. 자민우드의 역사를 돌아 기차는 타는 곳을 구경한다.

겨우 10km 정도를 넘어왔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느낌의 건물들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트인가?"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한 가게의 두꺼운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슈퍼네!"

웬만해서는 문을 닫지 않는, 문이 없다는 표현이 맞는 중국과 달리 이곳의 모든 상점은 두꺼운 문들이 굳게 닫혀있다. 한자로 된 중국 상점들의 간판을 읽지 않아도 무엇을 하는 집인지 바로 알 수 있지만 내부가 보이지 않는 이곳은 도무지 어떤 가게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양의 슈퍼마켓이다. 중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냉장 시설을 갖춘 슈퍼마켓이 여간 어색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제품이 엄청 많구나. 내일 캠핑을 할 장을 봐야겠다."

슈퍼를 잠시 둘러보고 몽골의 통신회사인 유니텔, G모바일, 스카이텔의 스티커가 붙어있는 가게로 들어간다. 편의점 같은 작은 가게인데 핸드폰의 소모품들도 함께 팔고 있다.

핸드폰을 가리키며 유심카드를 말하자 바로 알아듣고 모빌콤과 유니텔의 유심을 보여준다.

"모빌콤 20,000투그릭 5G, 유니텔 10,000투그릭 데이터 메이요!"

"데이터가 없어?"

툴가의 가족에서 몽골에서 네트워크가 좋은 통신회사를 물었을 때 유니텔이 시골에서도 잘 터진다고 알려주어 유니텔의 유심을 사서 쓸려고 했었는데 데이터가 없다고 한다.

"데이터가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아 몰라. 망해도 5,000원이야. 유니텔로 줘."

숙소비를 결제하고 남은 잔돈으로 10,000투그릭을 주며 핸드폰 번호가 부여되어 있는 유니텔 유심을 구매한다.

중국 여행 기간 동안 수고한 차이나유니콤의 유심을 제거하고.

몽골의 유니텔 유심으로 교체한 후.

핸드폰을 재부팅하고 PIN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 창에 유심카드에 적힌 핀 번호를 입력한다.

"이건 뭐라지?"

핸드폰에 데이터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APN 설정 같은 것이 또 있는가? 일단 툴가에게 전화를 해서 번호도 알려주고 물어보자."

75일 만에 생긴 핸드폰 번호로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데이터 없이 통화만 되는 유심카드가 있는지 물오본다. 유심 연결과 함께 날아든 통신회사의 메시지를 보여주며 무슨 내용인지를 파악해도 데이터 연결은 되지 않는다.

문자로 툴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데이터가 안되다 보니 그림 파일 전송이 되질 않는다.

"형, 따로 4G 사요."

툴가에게 위챗을 쓰는지 물었지만 위챗은 쓰지 않고 카톡이 있다고 한다. 툴가의 카톡을 등록하고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숙소로 돌아와 툴가에게 유심칩 카드를 보내준다.

"이건 통화만 되는 건가?"

"네 이것은 안돼요!"

"힝!"

"가게에 가서 데이터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근처의 유니텔 통신사의 매장이 있는지 숙소의 여직원에게 물어봤지만 눈치가 전혀 없는 여직원은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할뿐더러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느라 바쁘다.

"일단 다시 가게로 가보자."

갖고 있는 현금이 없어 은행의 ATM 서비스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붐빈다. 3개의 기기 중 양쪽의 기기는 사람들이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기가 이상이 있는 모양이다.

가끔 카드를 잡아먹는 ATM 기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중국에서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기를 기다렸다 사용했었다. 영어 서비스가 되는 ATM 기기에서 50,000투그릭을 찾아서 기차역의 편의점으로 다시 찾아간다.

기차역의 주차장은 오전에 비해 차량들이 많이 빠져나가 있고.

편의점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갑자기 붐빈다.

일단 펩시 콜라 하나를 사들고 결제하려니 가격을 말하려던 여주인은 나를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계산기에 1,500을 눌러 보여준다.

몽골의 물가는 환율과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우리 물가의 0.45 정도의 수준이니 쉽게 절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툴가에게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을 몽골어로 적어달라고 하니 영자로 몽골어를 적어 보내준다.

"몽골도 영자로 글자를 치니?"

"영자로도 쓸 수 있어요."

중국처럼 몽골도 발음들을 영자로 쳐서 메시지를 보내고 읽을 수 있는가 보다.

잠시 한가해진 틈을 타 툴가가 적어준 메시지를 아주머니에게 보여주니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핸드폰을 주니 문자창을 열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 툴가에게 답장을 하려나 보다 생각하며 툴가의 전화번호를 눌러주니 귀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문자를 보낸 후 나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내가 숙소에서 해봤던 것인데!"

몽골 유니텔의 유심의 사용 현황을 알아보는 방법인데 숙소에서 네이버를 검색해 설명대로 해서 데이터가 없는 유심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1423번에 문자 메시지 Help를 보내면 유니텔의 데이터 사용에 따른 가격표들이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해당 상품을 적어 보내고 세 번째로 On 메시지를 보내면 현재 가입되어 있는 통신 상품의 현황이 보여준다.

"아, 이게 가격표였구나."

캠핑을 하며 데이터 테더링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용량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아 30일 50G의 상품을 가리키며 50,000투그릭을 아주머니에게 준다.



핸드폰 번호를 물어 유심카드에 적힌 번호를 보여주니 작은 단말기에 뭔가를 열심히 입력하고, 핸드폰으로 1432로 문자들을 보내자 데이터가 연결되었다는 문자가 날아든다.

"몽골은 이렇게 유심을 충전해서 사용하는구나."

그냥 우리의 교통카드 충전하듯이 통신사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가게에 들어가 요금만 지불하면 충전이 된다.

"됐다. 숙소도 잡았고, 돈도 찾아봤고, 핸드폰도 연결을 해놨으니 이제 밥이나 먹자."

숙소 앞 ATM 서비스로 다시 돌아가서 당분간 사용할 현금을 다시 찾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ATM 서비스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영어 서비스로 차분하게 기기의 안내를 살펴 가며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찾는다.

우리처럼 카드가 먼저 나오고.

5,000투그릭 지폐의 돈이 나오는데 돈다발이 나온다. 마치 10만원을 5천원권으로 찾는 기분이다.

"왠지 낯설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

숙소로 돌아오는 골목 단층의 흙집들과 모래 바닥 그리고 매운 컵라면 쓰레기까지.

호텔의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다.

깨끗한 실내가 마음에 들고 짧은 영어가 되는 발랄하고 귀여운 몽골 여자아이가 주문을 받는다.

"What do you recommend here?"

영어를 받아 몽골어로 번역하던 여자는 아시안 수프와 파인애플 치킨 그리고 스팀 비프를 생글생글 웃으며 추천해 주었다. 생기가 있고 좋은 기운을 갖은 사람이다.

양이 얼마만큼인지를 몰라 세 가지를 모두 달라고 한다.

"Three meals?"

"Is it a lot of food to eat alone?"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시안 수프와 파인애플 치킨을 추천한다.

"그래, 그렇게 줘!"

커피를 마실 건지를 묻더니 밀크 커피 한 잔을 내어주고 뭐가 좋은지 깔깔거리며 웃는다.

잠시 후 음식들이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에피타이저의 수프가 나올 줄 알았는데 커다란 닭고기 국이 나왔다. 제법 맛이 나는 국물인데 찰진 흰밥이 먹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국물 요리네."

곧이어 잘 구워진 파인애플과 치킨이 올려진 메인 메뉴가 나오고 입맛이 군침으로 요동을 친다. 샐러드와 감자, 잘 구어진 치킨과 맛있는 소스를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먹고 있으니 마치 중국을 떠나온 지 몇십 년이 지난듯한 느낌이다.

닭고기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워주고 식사를 마친다.

계산을 하려니 여자아이가 잘 안되는 영어 발음으로 가격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냥 숫자를 적어줘."

워낙 금액들의 숫자가 크다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쉽게 나누기 2를 해서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고마워."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아이에게 '고마워'의 발음을 알려주고 웃으면서 식당을 나온다. 언어에 대한 감각과 재미를 알고 있는 여자 아이다.

몽골의 콘센트는 중국과 다르지 않다. 220V 전압을 사용하고 둥근 모양과 일자 모양 그리고 삼지창 모양의 콘센트를 사용한다.

나무로 된 방문은 열쇠를 사용해서 잠그고.

중국의 비와 흙먼지들 때문에 여러 차례 고생을 하고 패니어에서 고이 잠자고 있던 U락을 꺼내어 자전거를 한 번 더 묶어둔다.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중국에서는 자전거 분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몽골의 분위기는 잘 모르니 일단 안전하게 잠가둔다.

숙소에 쉬면서 자료들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와이파이가 너무 약해 사진을 업로드 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복도의 마지막 방이라 와이파이가 잘 잡히질 않는다.

"이것까지는 올리고 자야 해. 내일부터 초원에서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고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자민우드의 석양을 보고 있으니 시간의 흐름이 여유롭다 느껴진다.

4, 5분이면 될 사진의 업로드 시간이 6시간이 넘게 걸렸다. 12시가 넘어서야 업로드가 끝나고 하루를 정리한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뜻하지 않은 좋은 친구를 만나 편안하게 국경을 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낯선 여행길에서 크던 작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땡큐, 툴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4일 / 맑음 ・ 12도
얼롄하오터시
중국에서의 마지막 하루, 여행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18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75시간

숙소
숙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얼롄하터
바수이전
얼롄하터
 
 
5,43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의 휴식으로 무거웠던 피로들은 사라졌다.

어제 방으로 들어왔던 아주머니는 조식권을 테이블에 놓고 갔나 보다.

7시 30분, 식당으로 일찍 내려가니 어제 보지 못했던 볶음밥이 메뉴에 있다. 중국의 북서부 지역은 특히나 만두로 아침을 즐겨 하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소량의 볶음밥을 모두 담는다.

중국 여행의 밀린 일기들을 정리하며 오전과 오후의 시간을 보낸다.

위챗의 아이디를 확인했던 남자에게 짧은 메시지가 왔지만 내일의 출발 가능 시간에 대한 답변이 없다. 그가 아니더라도 공룡 광장의 건너편에는 몽골로 넘어가는 차량들이 많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정리한다고 했는데, 노트북이 고장 나며 밀려있던 일기들이 제법 많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를 해 둬야 할 텐데."

하루하루의 일기를 쓰는 데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그때의 시간들과 느낌들을 남겨두고 싶은 것뿐.

혹여 나처럼 불량하고 무모한 여행자가 있다면 그의 여행에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쑤니터우이치에서 보낸 시간들을 정리하다 보니 해가 저물며 어둠이 내려앉는다.

"배가 출출한데, 어제 먹은 양고기가 생각나네."

몸이 피곤하고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무조건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

어제 늦은 점심을 먹었던 가게로 들어가니 저녁인데도 별로 손님이 없다.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하는 남자에게 인사를 하니 알아보며 손 인사를 한다.

생각할 것 없이 어제의 메뉴 그대도 주문하고, 잔 술이 백주도 달라고 말한다.

"두 번째 오니까 고기양이 조금 더 늘었나."

"밍티엔, 워 취 멍구!"

짧은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고 가게를 나온다.

내일이면 또 다른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한국을 떠날 때보다는 가볍지만 비슷한 느낌이 든다.

설레고, 무겁고, 두렵고, 흥분되고, 머물고 싶고, 떠나고 싶고 등등의.

"이제는 중국이 제법 편해졌는데,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아니지. 쉬더라도 내일 몽골 자민우드로 넘어가서 쉬자."

"가자!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몽골로."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3일 / 맑음 ・ 10도
얼롄하오터시
강한 맞바람을 맞으며 120km 넘게 라이딩을 한 탓에 몸이 쇠덩이처럼 묵직하다. 겨우 조식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키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8,182Km
이동시간
2시간 56분
누적시간
575시간

시내길
공룡공원
5Km / 21분
10Km / 1시간 35분
얼렌하터
중국국경
얼렌하터
 
 
5,43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오른쪽 어깨가 쑤셔온다. 다섯 개의 알람을 모두 패쓰하고 9시 30분 조식을 먹기 위해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조식 타임이 아니었다면 오전 시간 내내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에게 위챗의 메시지와 함께 피드의 댓글로 응원의 문구들이 올라와 있다. 어제 인사를 못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식당에 내려가 남아있는 음식으로 접시를 채우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판, 미판 메이요?"

여러 가지 종류의 만두와 빵들이 메뉴들이라 볶음밥이 보이질 않아 아쉽다.

양고기 내장탕 같은 것에 고수를 가득 올려 한 그릇 담아 놓고 보니 이건 밥과 함께 반주를 곁들여야 제격일 듯싶다.

"저쓰 썬머?"

조죽과 빵, 계란으로 배를 채우고 과일을 먹으며 식당 정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과일의 이름을 물어본다. 주점들의 조식을 먹으며 자주 먹던 과일인데 섬유질이 풍부하고 달지 않아 제법 맛이 있었다.

"화룡과!"

"엉? 이게 화룡과었어!"

원피스의 능력자 열매처럼 생긴 화룡과의 맛이 궁금했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먹었던 디저트 과일이 화룡과다.

"..."

식사를 하고 프런트로 내려가 여직원에게 몽골로 넘어가는 방법들을 물어보았지만 잘 알지 못한다.

"너네 동네인데 왜 몰라?"

고덕지도의 얼롄하오터에서 몽골의 자민우드 방향으로 끊겨있는 도로에 국경 검문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다. 어제 저녁에 계시던 관리 아저씨마저 보이질 않고.

"국경 검문소가 어디에 있어?"

한참을 이것저것 뒤적이고 주변에 전화를 하던 호텔 여직원이 그 길이 맞다며 알려준다.

"前进路!"

얼롄하오터의 치엔진루(前进路, 전진로)의 끝에 국경 검문소가 있는 것 같다. 숙소에서 자민우드 방향으로 약 4km 정도 떨어진 거리.

"일단 가서 확인해 보자!"

따스한 햇살 아래 거세게 불어오는 강풍, 일기 예보대로 강한 바람이 서쪽으로부터 불어온다.

20여 분 얼롄하오터의 한적한 시내길을 달려 전진로의 끝부분에 도착한다. 무지개 아치가 세워진 검문소와 뒤편으로 출입국 관리소 같은 건물이 보이고, 몽골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짐들을 들고 도로변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검문소까지 다가가 자전거를 세우자 검은 제복을 입은 보안요원이 다가온다.

"워쓰 한궈렌. 밍티엔, 취 몽구! 쯔싱처, 커이취마?"

자전거를 가리키며 여기로 갈 수 있는지 물으니 보안요원이 무언가 안내한다. 번역기로 번역을 하려니 구글 번역기가 먹통이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것인지 며칠 동안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파파고를 돌려보지만 역시나 반응속도가 느리다. 보안요원의 말을 복사하여 파파고에 붙여넣기를 하고 있으니 다른 요원이 다가와 제재를 하려는 제스처를 취한다.

"노노! 번역기!"

"번역기?"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알고 제재하려던 요원에게 눈치 빠르게 손사래를 치며 번역기라고 한국말을 하니 어리둥절하니 나를 쳐다만 본다.

"자전거를 타고 여기를 지나갈 수 없고 차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

파파고에 번역된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니 두 번째로 다가온 요원이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더니 짧은 영어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해 준다.

"언더스탠?"

"오케이, 땡큐!"

짤게 설명을 한 남자는 첫 번째 요원에게 우쭐한 표정과 몸짓을 보이며 시크하게 돌아간다.

보안 요원이 가리키던 곳, 사람들이 길가에 서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1번 버스가 정류장에 서더니 이내 유턴을 하여 반대 방향으로 넘어간다.

"아, 이건 여기까지만 운행하는 중국 버스인가 보다."

"몽골로 어떻게 넘어가는 거야? 지아오강강도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는데."

짐들을 들고 도로변에 서있는 사람들의 곁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번역기도 불통이다.

사람들은 낡은 짚차들이 도로변을 지나치면 손을 들어 차를 잡으려 하고, 낡은 짚차 안에는 보통 4, 5명의 사람들이 오밀조밀 뒤자석에 앉아있고 차의 뒤쪽에 짐들이 가득 실려있다.

"아, 국경을 넘어가는 짚차를 얻어 타는구나!"

나와 함께 한참 동안 길가에 서있던 부녀가 짐들을 들고 짚차에 올라타고.

짚차를 잡아주었던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몽골에 가냐며 말을 건다.

"차를 타는데 얼마예요?"

"150위안."

"자전거도 실어줘요?"

중국어를 하는 아저씨에게 짧은 질문들을 하고 패니어와 짐들이 많다는 내용을 번역하려니 번역기가 다시 먹통이 된다.

"젠장, 꼭 중요할 때 이래."

쑤니터우이치에서 지아오강강은 몽골 사람들이 요금을 높게 요구할 것이라며 최대한 깎으라고 알려주었다. 지아오강강에게 위챗을 하여 150위안을 달라고 한다는 내용을 보내니 자신들도 그 정도 요금을 냈다고 답장을 한다.

"2, 3km 정도 가는데 150위안이면 되게 비싸네!"

"일단 알았으니 돌아가자."

비싼 요금을 차치하고 아무리 중국과 몽골의 국경이라고 하지만 대책 없이 길가에 서서 국경을 넘는 차량들을 잡아탄다는 것이 너무 고전적이고 투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짚차들이 출발하는 데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국경을 넘는 비용과 2, 3일 얼롄하오터에 머무를 경비를 찾는다.

"이틀치 숙박비 300위안, 국경 차량비 150위안, 밥값으로 조금 사용하고 나머지는 몽골에서 환전을 하면 되겠다."

숙소 근처에 있는 얼롄하오터역으로 가본다.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없나? 150위안은 너무 비싸잖아. 그리고 대책 없이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것도 난감하고."

예전의 역사처럼 보이는 곳을 중심으로 왼편에 국제선, 오른 편에 국내선의 기차역이 새로 들어서 있다.

자민우드까지 기차표와 수수료를 포함하여 66위안이지만 자전거를 실을 수는 없다.

"쯔싱처, 취부러!"

빵과 과자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여직원에게 자전거로 자민우드를 갈 수 없다고 알려주고 몽골에 가는 사람이 없는지 물어본다.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정신을 팔고 있던 여직원은 정말 자전거로 갈 수 없냐며 나에게 되물어 본다.

"그래, 못 가. 차를 타고 가야 해! 이런 건 남자들이 잘 아는데, 아저씨는 어디 간 거지."

여직원과 몽골에 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1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내가 몽골에 가는 법을 안다! 그들은 서쪽 광장에 모여있다."

중년의 남자가 몽골로 가는 차들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며 다가온다. 고덕지도를 보여주며 그곳을 알려달라 부탁하니 숙소 근처 공원의 건너편 주점을 가리킨다.

"여기에 몽골로 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오, 씨에씨에! 뚸 샤오 치엔?"

"빠스!"

중년의 남자는 가위 모양의 손가락 숫자를 보여주며 80위안이라고 말한다.

"너는 나보다 더 모르니?"

"맞아! 여기에 있어!"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타박을 하는 제스처를 하니 그제서야 공원의 건너편에 몽골 사람들이 있다며 맞장구를 친다.

"여기 맞아? 공원 쪽이야 아니면 공원 건너편이야?"

여직원은 공원의 건너편을 가리키며 호들갑스럽게 웃는다.

"뚜이, 뚜이!"

"하하하. 근데 너 이름이 뭐니?"

"왕칭옌(王青燕, 왕청연)."

드라마와 오락프로를 보며 웃느라 바쁜 통통한 몸매의 왕칭옌은 성격이 밝고 유쾌한 여자 아이다.

어제 저녁 숙소를 잡고 지나쳐 왔던 곳, 단체로 춤을 추던 공원의 길 건너편 공룡 모형이 사거리에 놓여있는 공롱광창(恐龙广场, 공룡광장)이다.

몽골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곳으로 가는 중 도로변의 상가 앞에서 물건들을 싣거나 내리는 몽골 번호판의 짚차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서 중국과 몽골을 오가며 물건들을 나르는구나."

거리의 간판들에는 중국어와 중국 몽골어 그리고 몽골어까지 함께 표기되어 있다.

공룡광장 건너편 얼롄하오터이우샹마오청(二连浩特义乌商贸城) 앞에 도착한다. 도로변에 물건을 싣는 짚차들과 몽골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몽골의 이동통신을 취급하는 노점도 보이고.

상가의 앞은 몽골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있으니 젊은 남자가 다가와 몽골에 가는지 묻는다.

"밍티엔, 취 몽골."

자전거를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으니 옆을 지나가던 마른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90위안이라고 한다.

"지우쓰, 나인티!"

"아저씨, 80위안인 거 알고 있어요!"

자전거와 함께 짐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핸드폰에 들어있는 자전거의 사진을 찾는 동안 젊은 남자가 갑자기 영어를 한다.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는 젊은 남자.

"I have a bike and baggage."

"Ok. Are you going to Mongo?"

"Zamyn-Uud. I'll go to Zamyn-Uud. tomorrow!"

젊은 남자와 내일 자밍우드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90위안을 말했던 중년의 남자가 이번에는 80위안이라며 '빠스'를 외치고 있다.

"아저씨, 50위안에도 갈 수 있다는 거 다 알아요!"

젊은 남자는 중국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핸드폰이 없다고 말하고 위챗으로 연락을 하겠다고 하니 젊은 남자에게 친구등록을 해달고 한다.

젊은 남자는 위챗등록을 한 후 내일 연락을 하라며 바쁘게 돌아가려고 한다. 젊은 남자를 불러 악수를 청하고 내일 연락을 주겠다 말한다.

"땡큐!"

시크하게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젊은 남자.

"브로, 남자는 시크해야 해. 뭘 좀 아는 녀석이군!"

"일단 몽골로 가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사거리에 공룡의 모형이 있는 광장이 왜 공룡광장인지는 모르겠다. 넓은 광장에는 놀이기구를 타는 몇몇 사람들만이 있을 뿐 한가롭기 그지없다.

"멍구렌!"

숙소로 돌아와 왕칭옌에게 위챗을 보여주며 몽골인을 만났다는 것을 알려주니 따라서 웃는다.

밥 먹을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무엇이 먹고 싶냐며 되묻는다.

"로우, 양로우! 肉, 羊肉!"

근처에 맛집이 없는지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람들과 이것저것 대화를 한 후 숙소에서 한 블록쯤 떨어져 있는 곳을 알려준다.

"쩌리, 하오츠마?"

"뚜이!"

10분 정도 왕칭옌이 알려 준 식당으로 걸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아무것도 없이 가게가 휑하다.

"에헤, 중국에도 둥이짓을 하는 애가 있네!"

잠시 근처의 식당들을 둘러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중국의 식당들은 낮에는 불을 꺼놓아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들어선 식당 역시 불이 꺼진 채 조리복을 입은 아저씨가 소파에 누워있다.

가게로 들어선 나를 보며 놀라 일어나는 주인에게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물으니 한 명이냐며 묻는다.

"이거. 커이 츠마?"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식사를 할 수 있다며 메뉴를 보여준다.

"너는 닭고기와 양고기를 먹을 수 있다."

메뉴판에 있는 돼지고기 고추볶음은 중국여행을 하며 너무 많이 먹었던 메뉴라 고수와 양고기가 있는 메뉴를 주문하고 밥을 달라고 말한다.

"몽골로 가는 차비 70위안을 아꼈으니 그것으로 양고기를 먹을 테야!"

주인이 조리를 하는 사이 식당을 둘러본다.

오랜만에 보는 원재료들이 들어있는 냉장고.

엄청나게 큰 고추.

"피망인가? 어쨌든 부럽네!"

둥글둥글한 가지.

요상하게 생긴 버섯.

그리고 술.

큰 술병에 밸브를 달아 잔으로 파는지 500ml에 20위안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카운터 뒤편으로 모시는 신의 제단이 있고.

잠시 후 향긋한 양고기 볶음이 나온다.

고수가 조금 들어가 있어서 아쉽지만 적당히 매콤한 양고기가 한 접시 가득 담겨 나온다.

"아, 뭔가가 빠졌어!"

아저씨에게 술병을 가리키니 술병 위에 놓인 비이커를 꺼내어 보여주며 150ml의 눈금을 가리키고 6위안이라고 말한다.

"위에 놓은 술병은 42%, 아래 놓인 술병은 40%."

풍미가 좋은 양고기와 향긋한 중국 백주로 맛있는 점심을 하고.

"중국의 술과 고기 맛을 이제서야 알겠네."

이국적인 건물들과 맑은 하늘의 얼롄하오터, 거리를 거닐며 숙소로 돌아간다.

오래된 골목도 구경해 보고.

숙소 앞에 놓인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강풍을 못 이기고 넘어져 있다.

"왕칭옌, 이 집은 망했어!"

숙소에 돌아와 왕칭옌이 알려준 식당이 폐업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프런트 위에 있는 컵들이 무언지 물어보니 그냥 물을 먹는 컵이라고 한다. 홍보용 컵으로 보이는 것을 하나 가져가라며 손짓을 하는 왕칭옌.

방으로 돌아와 여행 자료들을 정리하려니 졸음이 밀려든다. 오후 4시가 넘으며 밝고 환한 햇볕이 넓은 창문을 통해 방안을 따듯하게 비추고, 두꺼운 커튼을 치고 신통치 않은 어깨를 주무르며 이내 잠이 든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시각,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깬다.

잠을 잘 때 모든 옷을 다 벗고 자는 버릇 때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잠결에 침대 시트를 당기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주머니와 잠시 눈이 마주친 후 다시 잠들어 버린다.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으며 무언가를 말하고 아주머니는 방을 나간다.

"몰라. 잘 거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2일 / 맑음 ・ 10도
쑤니터우이치-얼롄하오터
3일동안 강한 서풍의 바람예보, 초속 7, 10, 8 미터의 강풍. 즐겁게 보낸 쑤니터우이치의 시간을 뒤로하고 중국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얼롄하오터로 향한다.

이동거리
120Km
누적거리
8,167Km
이동시간
8시간 51분
누적시간
572시간

G208
G208
50Km / 4시간 00분
70Km / 4시간 51분
쑤니터우
얼롄시계
얼례하터
 
 
5,41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8시,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깬다.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가니 아침을 먹자며 우창정이 웃고 있다.

세수와 양치만을 하고 프런트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맑은 하늘에 바람에 불어온다.

아무리 봐도 중국 몽골어는 비슷하니 구분이 잘 안된다.

따뜻하게 몸을 덥혀주는 우유차와 양고기만두 그리고 계란으로 아침을 먹는다.

"오늘 몇 시에 얼롄하우터로 갈 거야?"

식사를 마칠 때쯤 얼롄하우터로 몇 시에 떠날 것인지를 물어 10시에 떠나겠다고 알려준다.

"우리가 너와 함께 조금은 같이 가줄게."

대구에 사는 딸의 전화번호를 물어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해둔다. 간간이 소식들을 전하고, 몽골어를 하면 몽골 여행 중 도움을 받을까 싶었는데 몽골어는 못한다고 한다.

지아오강강은 오늘 갈 길이 멀고 오르락내리락 한다며 힘들다는 제스처를 한다.

"오르락내리락은 메이콴시. 펑 헌 난!"

"진티엔 시펑!"

"뚜이! 오늘 난 죽었다."

8시 30분, 식사 후 10시에 주점에서 다시 만나자며 모두들 돌아가고, 방으로 돌아와 펑크가 난 튜브를 정비하고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되어간다.

"아, 떠나기가 아쉽네."

준비를 마치고 프런트에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보이질 않고, 처음 보는 동호회분과 함께 출발을 하자고 한다. 10시에 오겠다며 돌아간 지아오강강도 보이질 않고 주점의 사장도 보이질 않는다.

"아직 인사를 못 드렸어요!"

대구 아저씨는 괜찮다고 하며 어서 떠나자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늦은 출발 시간으로 120km가 넘는 얼롄하오터까지 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아저씨의 안내를 받으며 쑤니터우이치의 시내를 벗어나고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따라간다. 아저씨들의 뒷모습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1시간을 겨우 달려 10km에 있는 톨게이트에 도착한다.

작별 인사를 못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우창정은 차량으로 이동해 톨게이트 앞에서 박수를 치며 맞아준다.

"다행이네. 보고 갈 수 있어서."

톨게이트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서로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마음들을 달랜다.

"바빠서 돌아다니느라 대접을 제대로 못하고 미안하다."

젠틀하고 친절한 우창정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떠나려는 나에게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코코넛 사탕들을 모두 꺼내어 전해주는 대구 아저씨와 아무것도 없다며 농담을 하는 우창정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얼롄하오터로 향한다.

"위챗으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과 헤어지고 톨게이트를 바로 지나치자 길은 G208 국도로 접어든다. 무섭게 불어오는 서풍의 바람 소리와는 달리 어린이 동화책에서나 그려져 있을법한 뭉게구름들이 하늘 가득 퍼져있다.

"하늘은 이렇게 좋은데."

자전거를 세우고 하늘을 바라보며 쑤니터우이치에서 보낸 3일간의 시간을 정리해 본다.

하우촌 사람들, 청여요의 식구, 우바이주, 리즈훼이, 제임스 커피텔의 직원들 그리고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까지. 중국 여행 중 만났던 그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작별의 아쉬움이 크지만 그 감정의 깊이만큼 내 안에 무언가가 채워져있을 것이다.

"가자. 중국 여행의 마지막 얼롄하오터로!"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의 길과 끊임없이 불어오는 오는 바람, 시속 10km의 속도조차 나질 않고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리며 길을 기어간다.

간간이 지나쳐가는 화물트럭의 소용돌이에 자전거가 빨려 들어가지 않게 조향을 하느라 더욱더 힘이 든다.

"10시, 이 속도라면 10시가 돼야 얼롄하오터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30분에 채 5km의 전진도 힘들어지며 야영을 할 것인지, 얼롄하오터까지 야간 라이딩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겠지만 바람이 너무나 거세게 불어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도로는 좋으니 얼롄하오터까지 최대한 가보자."

초원지대를 지나고 사막 지대에 가까워지며 바람과 함께 사막의 모래까지 휩쓸려 날아든다.

"아 정말 대단한 바람이다.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불어올 수 있을까?"

땅바닥만 쳐다보며 페달링을 하는 사이 나를 지나치던 오토바이 한 대가 도로변에 정차를 한다.

"저 멋진 머신은 무엇이지?"

인사를 하며 선뜻 물 한 병을 건네주며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는 바이크 라이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전거와 패니어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핸드폰으로 촬영을 해댄다.

"통화를 하는 거야? 실시간 방송을 하는 거야?"

몸을 휘청이게 하는 바람 속에서 핸드폰을 갖다 대며 인사를 하라는 바이크 라이더.

"니 하오!"

창시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중국을 한 바퀴 돌겠다는 라이더의 여행루트가 보인다.

"다른 건 모르겠고 막혀있지 않은 대륙이라 너희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의 폭이 부럽긴 하다."

남북이 나누어져 단절되고 막혀있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우리도 지도를 보며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취 나리?"

촬영을 끝낸 라이더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자 얼롄하오터로 간다고 한다. 얼롄하오터에서 얼마 정도 머무를 것인지 물으니 하루를 보낼 계획이라 말한다. 이틀 정도 머물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잠은 어떻게 자니?"

"호텔과 캠핑을 한다."

"캠핑? 좋겠다! 한궈렌, 자이 중궈 부커능 캠핑."

중국에서 여행한 경로를 보여주니 자신에게 여행 루트를 보내달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중국의 여행 루트와 네임카드를 건네준다.

"형은 요렇게 갈 거다!"

위챗으로 친구등록을 하고 사진을 찍을 후 바이크 라이더와 헤어진다.

"오늘만큼은 네가 부럽다. 엄청 빨리 가네!"

멋진 바이크 라이더와 얘기를 하느라 30분을 잡아먹고 겨우 엘롄하오터의 시계에 도착한다.

"이제 겨우 1/3 온 거야?"

패니어에 들어있는 유일한 비상식 '나의 친구' 초코파이를 꺼내어 먹는다.

"어떻게 120km가 넘는 도로 구간에 주유소 한곳이 없냐고!"

씽씽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소리 대신 음악을 듣기 위해 GPS용 핸드폰을 꺼내보니 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꺼져있다.

"뭥미? 언제부터 꺼져있었던 거야?"

세찬 바람과 함께 40여 분의 GPS 기록도 날아가 버리고 오른쪽 어깨가 조금씩 아파온다.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이어가는 중 바이크 라이더에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리는 위챗 메시지가 날아온다.

"현재 나의 위치. 얼롄하오터 숙소!"

"..."

바이크 라이더에게 답장을 하려니 네트워크가 불안정하여 인터넷 연결조차 되질 않는다.

오후 4, 6시간 동안 55Km를 겨우 이동하여 첫 번째 마을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4~5채의 집만이 들어서 있고 아무것도 없다.

오후 5시 65km 이동. 일몰까지 2시간 30분 정도 남아있는데 남은 거리는 50km.

"1시간에 10km 정도면 10시에 도착하겠네. 뭐 나쁘진 않다. 초원의 일몰을 보며 달려보는 거야."

6시 30분,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며 끊임없이 불어오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기 시작한다. 속도를 내어 보지만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나있고 오늘은 콜라 파워조차 낼 수 없다.

6시 40분, 얼롄하오터까지 30km를 남겨두고 톨게이트가 나온다.

"일몰시간 7시 30분이면 대략 8시까지는 석양이 남아있을 텐데. 1시간 반 동안 20km는 달려야겠네. 아이구!"

마지막 체력으로 속도를 내어 달려야 하는데 초원의 붉은 노을이 바쁜 여행자의 발목을 잡고.

오후부터 침침하고 어두워지던 시야, 흙먼지로 인해 고글이 더럽혀졌나 생각했는데 고글을 벗고 일몰을 쳐다봐도 그리 선명하지가 않다.

하루 종일 정면으로 맞아온 바람으로 눈이 충혈되어 백내장이 온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변해버린 것이다.

"곧 어두워질 텐데. 라이트를 꺼내야 하나?"

이내 태양은 사라지고 붉은 석양만이 남아있다. 라이트를 꺼내어 장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아까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길을 따라 달리기로 한다.

석양의 남은 불빛과 간간이 지나치는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의존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아간다. 저 멀리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모습과 함께 도시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7시 50분. 거대한 공룡 조각상이 세워진 얼롄하오터시에 도착한다.

"드디어 도착했네. 정말 징하다. 바람!"

가로등이 켜져 있는 얼롄하오터의 외곽에 도착했지만 도심까지는 10km가 더 남아있다. 눈이 충혈되어 뿌옇게 보이는 시야는 더욱 흐려져 속도조차 낼 수가 없다.

8시 30분, 얼롄하오터의 시내에 들어서 내비게이션을 끄고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생각보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되고 여러 가지 따질 것 없이 저렴한 4성급 호텔을 선택한다.

천천히 한기가 밀려오고 충혈된 눈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을씨년스러운 외곽의 풍경과 달리 얼롄하오터의 시내는 화려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단체로 춤을 추며 운동을 하고.

9시, 숙소에 도착하여 무리 없이 체크인을 마치자 얼롄하오터까지 무사히 도착했는지를 묻는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에게 도착 메시지를 보낸다. 하루 종일 도착 소식이 궁금하여 걱정들을 하고 있었나 보다.

숙소의 관리 아저씨가 방까지 짐을 올려다 주고 자전거는 프런트의 옆에 놓아두었다.

"나 2~3일 여기에 더 머무를지도 몰라."

영업 종료를 하려는 식당에서 양고기와 덮밥을 시켜 먹으니 테이블과 식당의 청소를 하느라 바쁘다. 남은 양고기를 포장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샤워를 하며 따듯한 물에 하루의 피로를 풀어도 하얀 이물질이 낀 것처럼 눈은 잘 보이지 않고 어른쪽 어깨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바람이었다. 어쨌든 도착했으니 됐고!"

위챗과 인스타에 얼롄하오터에 도착했다는 피드를 남기고.

12시, 남은 양고기와 슈퍼에서 사온 작은 백주 한 병을 마시고 기절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1일 / 맑음 ・ 10도
쑤니터우이치-홍산다카르
바람이 불지 않는 쑤니터우이치의 아침, 쑤니터우이치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막으로 간다.

이동거리
181Km
누적거리
8,047Km
이동시간
4시간 21분
누적시간
563시간

S101
S101
93Km / 1시간 21분
88Km / 3시간 00분
쑤니터우
홍산
쑤니터우
 
 
5,29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다. 8시가 되기 전 잠에서 깨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람이 불지 않는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다.

8시, 여행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주점의 사장과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이 방문을 두드린다.

"밥 먹으러 가자!"

4명의 사람들과 주점의 식당에서 아침을 함께 한다. 이른 아침 주점의 식당은 제법 사람들로 붐빈다.

테이블에 앉아 따듯한 우유차로 속을 달래고, 평상시에 우유를 전혀 먹지 않는데 거부감 없이 고소하고 맛이 좋다.

삶은 계란과 함께 작은 밀가루 과자 같은 것도 나오고.

딱딱한 밀가루 과자를 우유차에 넣어서 먹으면 된다.

일단 삶은 계란을 하나씩 나눠먹고.

예쁘게 빚은 커다란 양고기 만두도 나오고.

얇은 밀가루 피에 양고기를 넣은 물만두 같은 만두도 나오고.

이것은 간장에 살짝 찍어서 먹으라고 한다.

동그란 만두는 다진 양고기가 들어있는 찐만두 스타일이라면, 꽃처럼 빚어놓은 만두는 조금 더 굵은 양고기가 들어가 있어 육즙이 풍부하고 물만두처럼 느껴진다.

붉은 젓갈처럼 생긴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두부라고 한다.

요우티아오에 살짝 발라며 먹으니 짭조름한 맛이 요우티아오의 기름맛을 잡아주어 썩 괜찮다.

마지막으로 하얀 두유를 따듯하게 마시고 식사를 마친다.

"나는 오늘 바빠서 일을 봐야 해. 세 사람과 사막을 구경하고 우리는 내일 만나자."

언제나 유쾌한 웃음을 보이는 우창정은 바쁘게 자리를 일어나며 사막 구경을 잘하고 오라고 말한다.

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를 챙겨 숙소 밖으로 나오니 흰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막에서 오토바이를 멋지게 타던 남자가 오늘의 가이드인 모양이다.

앙증맞은 바이크의 미니어처가 놓여있는 차를 타고 사막으로 향한다.

얼롄하오터의 동쪽 방향으로 끝없이 뻗어있는 초원의 도로를 따라 1시간을 달려간다.

"이 땅들에 주인이 있나요?"

"있다!"

"이렇게 넓은데요?"

"이 넓은 땅들은 모두 개인들의 것이고, 수천만 평이다."

"와, 땅부자네. 땅부자!"

한 시간 넘게 달리던 차는 작은 마을로 들어가 정차를 한다.

작은 시골집의 창고가 열리고 4륜 구동의 짚차와 오토바이가 놓여있다.

"아, 이걸 타는구나! 멋지다!"

오토바이에 별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그 모양이나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고 처음 보는 바이크의 형태이다.

그리고 제법 포스가 느껴지는 사막용 짚차.

짚차로 갈아타고 앞자리의 조수석을 나에게 내어준다.

"오, 상남자 스타일!"

짚차를 타고 포장된 도로를 조금 달리고 우측으로 보이는 흙길로 어떤 망설임도 없이 와일드하게 들어간다.

좌우상하로 요동을 치며 달리던 차의 정면으로 사막의 모래 산들이 나타나고 모래 언덕을 향해 차량이 달려간다.

"부릉부릉. "

한차례 모래 언덕을 오르던 차량이 멈춰서더니 후진을 한 후 더 강한 엔진음을 배출하며 가볍게 산을 올라간다. 한 바퀴 크게 언덕의 둘레는 돌더니 정면으로 보이는 높은 언덕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짧은 내리막을 타며 속도를 붙이더니 높은 오르막을 올라탄다.

"와우! 와!"

잠시 하늘에 붕 뜬듯한 느낌이 들더니 시야가 확 트인 높은 언덕에 올라와 있다.

"황산 다카르!"

이곳에서 오토바이를 탄다는 제스처를 하며 넓은 사막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멋지다!"

잠시 부드러운 모래의 사막을 구경하고.

괜한 사진도 찍어보고.

발자국도 찍어보고.

"해변의 모래사장과는 조금 다르네."

"저 녀석, 모래사막을 처음 보는 거야?"

이리저리 차량으로 돌아다니고.

글자 놀이도 해보고.

"땡큐! 멋진 남자!"

짧은 시간, 광활한 아프리카의 사막은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막의 풍경이고 사막을 달려보는 경험이었다.

"사막이 초원과 섞여있으니 너무 아름답잖아!"

다시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쑤니터우이치로 돌아간다.

12시 30분, 쑤니터우이치로 돌아와 점심을 먹기 위해 양고기 훠궈 식당으로 들어간다. 세련된 분위기의 깨끗하고 커다란 식당에서 뭔가를 주문하더니.

달달하고 시원한 차가 나오고.

"이 차 너무 맛있다. 시원해서 정말 좋다!"

조그마한 백주가 두 병이 나오고.

"빠질 수 없지!"

각각의 작은 냄비에 훠궈 육수가 담겨 나온다.

내 육수는 빨간색 매운 국물을 시켜주고.

고수와 함께 여러 가지 양념들을 담아 건네준다.

"이것을 섞어라!"

보글보글 육수가 끓어오르고.

커다란 양꼬치가 에피타이저로 나온다.

"이건 한국에서 먹던 것과 사이즈와 맛이 완전히 틀려요."

그리고 얇게 손질이 된 빛깔조차 고운 양고기가 나오고.

야채와 버섯들을 함께 곁들여 냄비에 넣고.

소스를 찍어 한입 먹으면.

"와! 이런 맛은 한국에 없어. 나 여기에 살고 싶어!"

다시 양고기 한 접시가 크게 나오고.

맛있게, 더욱 맛있게 양고기 훠궈를 즐긴다.

"내가 사위라면 이곳에서 살 텐데!"

두 번째 접시가 반쯤 남았을 때, 마치 늘 먹는 김치찌개를 남기듯 이쑤시개를 들고 식사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더구나 이렇게 맛있는 양고기를!"

사람들은 남은 양고기를 몽땅 내 냄비에 집어넣는다.

"일어나 90도 각인사를 해야 하나, 예의 있게 젓가락을 물려야 하나."

고기를 거부할 용기나 체면 같은 것은 나에게 전혀 없다. 부지런히, 열심히 먹는 것이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고기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이것 먹고 오늘은 푹 자! 원샷!"

철없는 여행자의 바람으로 200km 정도의 거리는 아무 말 없이 함께 해주고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마지막 술잔을 비워낸다.

숙소로 돌아와 창문으로 스며드는 따듯한 햇볕을 받으며 노곤한 낮잠 속으로 빠져든다.

너무나 편하게 침대를 뒹굴며 잠들다 7가 넘어 잠에서 깨어난다. 잠시 밖으로 나와 조용한 쑤니터우이치의 밤거리를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와 중국의 여행들을 정리한다.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충분하게 남은 시간과 쑤니터우이치의 시간이 너무나 편하고 좋다. 얼롄하오터까지의 경로들을 확인하고 며칠간의 날씨를 확인한다.

내일부터 시작되어 강한 바람의 날씨가 계속된다. 내일 7m/s 서풍, 금요일 10m/s 서풍, 토요일 8m/s 서풍, 일요일 맑음.

"초당 10미터 서풍이 분다고? 이 정도면 거의 태풍이잖아!"

10미터, 8미터의 바람보다는 7미터짜리 맞바람을 맞는 것이 낫겠다 싶다.

"내일 얼렌하오터로 출발하자."

너무 많은 친절과 환대를 받고 조용한 쑤니터우이치의 시간이 좋지만 더 오래 머무는 것도 민폐, 그리고 날씨 또한 좋지 않아 아쉽지만 내일 얼롄하오터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여행 기록들을 정리하며 5시가 되어서야 잠이 든다.

내일이면 중국에서의 마지막 라이딩을 하게 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