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일 / 비 ・ 4도

장수시

비가 내릴 확률 100%, 여지없이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며칠간의 빗속 라이딩으로 조금은 지쳐있던 터라 하루를 머물며 여행 자료를 정리하기로 한다. "비, 내가 비 내리는 것을 좋아했던가?"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3,853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258시간


ATM 현금인출
여행자료정리
0Km / 00분
00Km / 00분
OYO
한국식당
OYO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저녁이 되면 툭툭 숙소의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이제는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알람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겨우 일어선 아침, 창문을 열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 하루는 쉬어야겠다."


계속되는 빗속 라이딩에 조금은 지쳐있다. 그 차가운 느낌과 온몸에 질척거리며 엉겨 붙는 흙탕물의 너저분함이 생각나 몸서리가 쳐지는 것 같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기 위해 3층으로 내려간다. 108위안 주점에 조식까지 제공하니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큰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휭하고 볼품없는 주점의 식당을 들어서자 입구에서 관자리로 보이는 아저씨가 숫자들을 메모해 둔 낡은 노트를 앞에 두고 무어라 말을 한다.


확인 절차이겠거니 생각하고 룸키를 보여줬더니 한 명이냐고 물어본다.





주점의 조식 메뉴는 삶은 계란, 빵, 찐만두, 죽, 면 그리고 밑반찬으로 보이는 4가지의 무엇이다.








청여요의 집에서도 그랬지만 중국에서는 아침으로 미음 같은 흰죽을 먹는가 보다. 죽을 두 그릇을 비우고 찐만두 두 개를 먹는다. 찐만두 속에 달콤한 내용물이 들어있어 맛이 좋다. 괜찮은 아침이다.


아침을 먹고 숙박을 연장해야 하는데 인천 공항에서 환전해 온 현금은 200위안과 동전들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금이 필요하겠네. 돈을 찾아볼까."


고덕지도를 켜고 가까운 은행을 검색한 후 숙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중국건설은행에 들어간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이다.





중국어와 영문으로 서비스되는 중국의 ATM 기기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행 전 해외에서 현금 인출 시 수수료가 적다고 하여 부랴부랴 새로 만든 KEB 하나은행 VIVA G 카드다.



일단 체크카드를 먼저 ATM 기기에 넣은 후 잠시 대기.



안전 문구 같은 것이 뜨고 우측 하단의 계속 버튼을 누른다.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중국의 카드 번호는 6자로 알고 있었는데 4자리를 입력하니 끝이다.




우측 하단의 WITHDRAWAL 인출을 누른다.



찾을 현금의 액수를 중국의 위안으로 입력하거나 좌우의 해당 버튼을 누른다. 2,000위안.




"뭐야, 일일 한도가 초과?" 


카드를 만들고 처음 써보는 것이라 일일한도와 월한도가 얼마로 설정을 해놓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우측 하단의 계속 버튼을 누르고.



이번에는 1,000위안을 눌러본다. 


"제발!"



"드르륵"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현금이 세어지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 내 피 같은 돈을 토해낸다.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좌측 하단의 EXIT를 누르면 체크카드가 반납된다. 우리나라는 카드를 먼저 받고 현금이 나오지만 중국은 현금을 받고 카드를 반납 받아야 한다.


습관적으로 현금을 받은 후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OYO 호텔은 1박에 108위안인데 건물 자체는 의리의리하다. 


"숙소 내부에 좀 더 신경을 쓰지."



한국에서 가져온 20팩의 커피믹스가 다 떨어졌다. 모든 패니어를 뒤적거렸지만 나온 것은 율무차 한 팩이다.



오후 2시가 넘어 자료를 정리던 중 출출한 느낌이 든다. 


"비도 오고 그렇고 해서."


쓴 소주도 그립고 삼겹살의 기름맛과 마늘의 알싸한 맛이 그립다.


"제법 큰 도시인데 한국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고덕지도를 켜고 '韓國'을 검색하니 한국 요리를 하는 몇몇 식당이 검색된다. 가장 가까운, 가깝다기 보다는 장수시내에서는 유일하게 한 곳의 한국요리 식당을 보니 별점이 형편없다.


"뭐 중국 사람 입맛에 안 맞으니 별점이 낮겠지" 


하지만 평점과 함께 올라온 메뉴 그림들을 봐도 그 모양새가 영 각이 잡혀있지 않다. 그래도 삼겹살이 먹고 싶다.


"중국에 돼지고기가 이렇게 흔한데 두툼한 돼지고기를 많이 주겠지."


숙소에서 가게까지 거리는 2.2Km.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라 자전거를 끌로 내려가 비가 내리는 거리를 고덕지도를 따라 이동한다.


"비가 오는데 중국 길들은 참 이쁘다." 


후두둑 후두둑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굵은 물방울을 맞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지만 양쪽 브레이크가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빗속 라이딩에서 묻은 자갈들이 패드를 빠르게 소모시켰나 보다. 숙소로 돌아가면 정비를 해야겠다.



찾아간 무궁화 한국요리 식당은 왠지 모르게 중국스러운 한국식당이다.




자리에 앉으니 메뉴들이 적혀있는 주문서와 볼펜 한 자루를 건네준다. 


"체크를 하라는 말이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고기 메뉴들. 26위안의 돼지고기를 주문하자 남자는 한 사람인지를 묻더니 계속 옆에 서있다. 


"먹으면서 더 주문할게요."


남자는 알았다는 듯이 되돌아간다.




"앗! 이것은." 


벼락같은 하늘의 축복이다. 


"소주? 소주에요?"


한국 청주라고 쓰여있는 메뉴판을 가리키며 물으니 맞다고 한다. 고민할 것도 없이.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잠시 기다리는 사이 나온 구이용 돼지고기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한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보아왔던 중국의 돼지고기들, 큼지막한 덩어리로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던 그 고기는 어디로 가고, 한없이 얇디 얇아 보이는 고기가 테이블에 놓여진다.


"이건 26위안의 가격 문제가 아닌데. 100위안을 시켜도 저 고기가 많아질 뿐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두툼한 주먹고기 정도를 생각했던 나의 바람은 망상에 가까운 것이었나 보다. 


"그래, 그냥 돼지고기의 기름맛이라도 보는 게 어디냐. 그런데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종이는 또 무엇이지?"


분명히 가게의 사장은 한국의 삼겹살을 먹어 보지 않았거나 먹어 보았다면 대단히 저렴한 대패 삼겹살 집을 갔다가 왔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한국에서 무엇을 먹었길래 이런 메뉴가 생겨났을까?"



마음속 깊은 통곡에 가까운 절규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동안 처음처럼 한 병이 나온다. 


"할렐루야!"


그런데 상표 로고를 제외하고 다 중국어로 되어있다. 


"설마, 짝퉁은 아니겠지?"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돼지고기 두 점. 어느 부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얼핏 봐도 구이용이 아니라 샤브샤브용이다.



오로지 두 점의 고기만이 기름종이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을 때 양념장을 내어준다. 


"..."


왼쪽은 우리가 양꼬치 집에서 흔히 먹는 양념 그리고 오른쪽은 돈가스 소스처럼 달짝지근한 그런 양념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쌈장은 어딨어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샤브샤브 고기를 한 젓가락에 한 점씩 입에 넣는 동안 언제 갖다 놓았는지 테이블 위에 양상추로 보이는 것이 수줍게 올려져 있다.


"그래, 같이 싸먹을 것이 있어야지."


양상추에 처음보다 더 얇게 쭈그러든 고기를 얹어 한 쌈을 하고 소주 한 잔을 마신다. 오랜만에 마신 소주라 약간 독하게 느껴지지만 좋다. 그리고 양상추도 신선하고 아삭아삭하다.


"역시 소주에는 양상추지."




메뉴판이 나올 때부터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작은 상자,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2위안이라고 적혀있어 그대로 두었지만 자꾸만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치찌개 있어요?" 


남자는 무어라 중국어로 대답을 하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 김치찌개를 발음하니 알았따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간다.


잠시 후 남자는 김치와 돌솥비빔밥을 내어준다.


"..."



오히려 비빔밥이 나온 게 다행이다 싶다. 김치는 김밥천국 같은 곳의 김치맛이고 비빕밤은 고추장 맛이다.


"더운 쌀밥에 고추장 넣고 계란 후라이에 비비면 다 맛있지 뭐. 간만에 고추장과 김치맛을 봤으니 그럼 됐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외국에서 이상한 한국 음식과 함께 소주 몇 잔을 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잠시 동안 비 내리는 길거리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작은 가게 안에 중국인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여러 메뉴들을 가득 시켜놓고 데이트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나에게는 형편없는 음식이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한 한 끼의 식사겠구나 싶다.


"주어진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지!" 


또 한 번 작은 것으로부터 불필요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계산대에 가서 가격을 묻자 71위안이 나온다.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작은 상자에 들어있던 정체 모를 것의 2위안이 더해져 있다.


"이거 사용 안 했어요."


남자는 알았다며 2위안을 빼준다. 계산대 옆에 쌓여있는 박스를 보고 식사 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그 박스를 가리키며 물어본다.


"쩌 쓰 썬머?"


남자는 계산대의 한편에 뜯어져 있는 박스를 보여준다. 냅킨이다.


"하하하하하."


자기의 삼촌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려 준 주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온다.


"삼촌이 많이 잘못했네."



여행 자료들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가게에서 남겨 온 소주 반 병을 어제 사두었던 파인애플을 안주 삼아 마저 마신다. 따듯하게 몸의 열기가 올라오는 것이 좋다.


오늘 아침 카카오페이로 보내 준 부침이의 후원금 10,000원으로 중국에서 삼겹살과 비빔밥 그리고 김치를 맛본 하루다.


"부침아, 잘 먹었다! 쌩유!"




Tip1. 중국 ATM 기기에서는 현금을 인출한 후 꼭 카드를 반납 받아야 한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일 / 구름 ・ 8도

상하이 예원-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쿤산시

여전히 피곤함이 있는 아침이다. 조금씩 여행의 일정에 맞춰 몸이 적응할 것이라 걱정은 없다. 예원의 관람은 포기하기로 했다. 어제 본 그 많은 사람들이 예원에 들어가 있다면 그저 사람들의 기차놀이에 불과할 것 같았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들리고 쑤저우시로 향하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이제부터 대륙을 달린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2,905Km

이동시간

6시간 06분

누적시간

182시간


상하이시
자딩구
2.7Km / 20분
79.8Km / 5시간 46분
예원
임시정부
쿤산시
 
 
12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비가 내릴 듯 흐릿한 날씨, 한국 10월의 날씨처럼 조금 쌀쌀한 정도의 기온이지만 차가운 바람과 흐린 날씨의 습한 기운이 체감온도를 떨어뜨려 기온에 비해 춥게 느껴지는 상하이의 날씨다. 


아침나절 예원 근처의 모습은 축제가 끝난 뒤의 황량함처럼 텅 빈 느낌이 든다. 


어제의 보증금 110위안을 돌려받은 후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는 어제의 모습으로 그대로 놓여있다. 일단은 안심이다 싶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중국인들은 자전거에 별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하이 시내를 달리면서 인도에 방치되어 있는 공공 자전거들은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가끔씩 짐을 실은 오래된 자전거나 공공 자전거가 한두 대씩 지나갈 뿐이다.   

 

 

"어찌 됐든 잘 있어줘서 고맙다!"


다음 목적지인 쑤저우시를 가기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들리기 위해 맵스미를 켜고 출발한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예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까지는 예원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길은 맵스미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작은 2차선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바로 앞에 두고서 여러 차례 두리번 거려야만 할 정도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글로 된 안내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건물 입구의 오른 편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가 입장료가 얼마인지 묻자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여기가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 말하고 나와 서너 명의 한국인으로 보이는 관람객이 나오는 입구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임시정부 건물의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중국인 남자 안내원에게 티켓이 필요한지 물으니 조금 전의 그 사무실을 가리킨다.


"뭐야. 그 사무실이 맞잖아! 중국에 있어도 우리나라 기념관인데 한국말 정도는 하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전거를 자물쇠로 잠그고 소지품들을 챙기는 사이, 한 중국 남자가 다가와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한국 사람이냐! 대단하다. 멋지다. 이쁘다" 


남자는쉴 새 없이 중국어를 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운다. 


임시정부 안내자와 친숙하게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뚸 샤오 치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조금 전의 여성에게 이번에는 임시정부 방향을 가리키며 입장료의 가격을 물어본다.


"한 분이세요? 20위안입니다!"


처음 한국어로 했을 때 못 알아듣는 듯하여 이번엔 중국어로 물어봤더니 한국어로 대답한다.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다. 


"허허허, 한국말 하시네요. 잘.." 


 

입장권을 들고 임시정부의 현관으로 들어서니 사진을 촬영하지 말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고 비닐로 된 덧신을 신으라고 안내한다. 

 

 

 

임시 정부의 건물은 3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가정집과 같다. 1층은 부엌과 거실, 2층은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회의실, 3층은 침대가 놓인 숙소가 있다. 좁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며 좌우로 한눈에 들어오는 좁은 건물 내부를 관람하며 안내 화살표를 따라 나오니 이번에는 덧신을 벗으라는 안내를 한다.


 

 

그곳은 임시정부와 관련된 사진들과 문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명록에 감사의 글을 남기고 20위안을 후원하고 나온다. 


"가난한 여행자라 죄송합니다!"


 

 

20여 분 정도 임시정부 기념관을 관람, 저 시대를 지나쳐왔다면 나는 어떤 삶의 선택을 했을지, 그들과 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감내하며 투쟁했던 그들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 하나의 조국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올해는 더 좋은 일들이 남과 북 사이에 일어났으면 좋겠다 싶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북한을 내달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5년 후 정도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내 다음의 여행자들은 언제든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단절. 섬나라가 아닌 섬나라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는 단절과 왜곡이다. 정치, 경제, 문화, 이데올로기 등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단절의 역사는 그 모든 복잡한 것들을 차치하고, 무엇보다 시대의 상상이나 바람 같은 생각의 넓이를 가로막고 있고, 왜곡되고 변질된 가치관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임시정부의 관람을 마치고 호수의 도시 쑤저우로 향한다. 상하이 시내의 자전거길은 아주 잘 되어 있어 라이딩을 하기에 편하지만 신호등을 만나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없는 곳이 않아 직진 차량과 좌우회전 차량, 신호를 건너는 사람들과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자동차의 크락션 소리가 요란하게 올려댄다.


길을 잠시 잃고 전기 레일로 움직이는 버스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없는 길을 이동하여 신호등 앞에 멈춘다. 복잡한 사거리를 통제하던 경찰이 나를 보더니 다가와 다그치듯 중국어를 내뱉는다.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도로인가 보다. 


손가락으로 큰 길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시내 한 바퀴를 크게 빙 돌아 겨우 쑤저우 방향의 길에 들어선다.


"아, 중국 도로 어렵다."


 

 

큰 기암괴석이 붙어있는 아파트, 암석에 아파트를 올린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에 암석을 붙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괴하다. 


도로를 달리다 자전거 통행금지 안내판과 자전거도로 안내판이 동시에 보인다. 


"어쩌라는 거야?" 


속도를 늦추고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하니 다행히 출퇴근 시간만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는가 보다. 


 

 

 

중국의 도로는 자전거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거나 간이 펜스나 분리선 같은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다니는 도로이고 일단 차량이 없어 라이딩 하기가 편하지만 주로 오토바이가 함께 주행하기 때문에 전방 주의를 잘 해야 한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대부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옆을 지나치는 오토바이에 몇 차례 놀란 후 오토바이를 자세히 보니 배기통이 없고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것 같다.



대부분 아이나 사람 그리고 짐 같은 것을 싣고 달리다 보니 빠른 속도로 다니지는 않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가 넓다 보니 역주행해서 다가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들이 많아 절대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중국의 신호등은 큰 사거리가 아니면 녹색등과 적색등 두 개만 있고 가운데 숫자가 카운트되며 신호이 시간을 알려준다.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다 보니 신호의 길이가 제법 길고, 길게는 한 신호가 70~90초까지 이어진다. 


3초가 남으면 카운트는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때부터 자동차를 제외한 사람들과 자전거, 오토바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국인들도 몹시 급하다.


 

큰 사거리에는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있는데 각각의 신호 시간이 길다 보니 사람들이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사람이든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기 때문에 내 눈에는 무질서해 보인다.


 

시내를 벗어나 잠시 폐촌 같은 곳으로 맵스미는 길을 안내한다. 큰 도로와 도로를 잇기 위해 가끔씩 외진 도로나 마을길로 맴스미는 길을 안내한다.


 

길을 건너 전 만난 딸기 아저씨, 그냥 지나치려다 계속 이어지는 외진 길에 식당이 있을까 싶어 딸기로 우선 허기를 채운다. 얼마인지를 묻자 처음에는 18위안이라며 노트에 적어 보여준다.


딸기 바구니를 가리키며 달라고 하고 패니어에서 돈을 꺼내어 주려고 하자 52위안을 달라고 한다.


"응? 52위안? 18위안이라며!"


나는 한국말, 아저씨는 중국 말로 서로 손사래를 치며 알아듣지 못하는 흥정을 하다 20위안을 주고 딸기를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서로의 의견이 통한다.


"타이~~ 헌 타이! 워 헌 어!" 


바구니에서 딸기를 덜어내어 저울에 올려놓고 무언가 계속 말하는 아저씨에게 배고프다고 하니 크게 웃으며 몇 개를 더 담아 준다.


 

딸기는 무르지 않고 단단하니 신선하지만 우리나라의 것보다 당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딸기 아저씨의 의자를 차지하고 딸기를 먹는다. 


"중국은 딸기가 비싼 과일인가?"


 

 

겨울철이라 모두들 오토바이 앞에 형형색색의 저런 가림막을 하고 다닌다. 겨울철 핫 아이템인가 보다. 가끔 무표정한 얼굴로 소리 없이 역주행을 해오는 오토바이를 보면 불쑥불쑥 다가오는 것이 꼭 예전 홍콩 영화의 강시처럼 느껴진다.


 

중국 거리의 건물들은 연이어 붙어있고 2층에 상가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저 긴 건조대에 갖가지 것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중국 도시의 도로길은 참 예쁘다. 도로와 자전거길의 경계면과 자전거길과 인도의 경계면에 가로수가 우거져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들고 잘 정비된 포장도로는 언제나 깨끗하다. 가로수의 은은한 향기가 바람 사이로 전해지고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간지럽힌다.


도로마다 차량의 통행이 많음에도 차량들이 길게 정체되어 있는 것을 보기가 어렵고, 갓길은 자전거 도로로 주정차된 차량이 없어 혼잡하지 않고, 우거진 가로수들로 인해 도로의 전체가 쾌적한 느낌을 준다.  


 

사원 같은 곳의 입구에 버젓이 자전거와 차량의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음에도 사람들을 자전거를 타고 거리낌 없이 지나쳐 간다. 초입에 관리 사무소처럼 보이는 곳에 관리자가 있음에도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다.


"중국은 참 할 수 없는 것도, 못 할 것도 없는 나라구나."


 

 

길을 이어가던 중 시장으로 보이는 상가가 즐비하던 도로에서 파란색 자켓의 아주머니와 노란색 가림막의 여자가 접촉 사고가 났는지 어수선하다. 라면머리 뽀글 파마를 한 아주머니가 넘어져서 엄청나게 빠른 말로 떠들고 있었고 노란색 가림막 여자는 내 잘 못 아니라는 듯이 대응하는 것 같다.


노란색 가림막 여자의 오토바이를 보면 역주행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잠깐 중국 도로를 달려본 바로는 중국인들은 양보를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보면 상호 간의 수신호도 없고 감사나 미안함을 전하는 신호들도 없이 그저 크락션만 울려댄다.


 

 

자전거 도로가 이차선으로 만들어져 끝없이 직선으로 뻗어있다. 


"아, 이 직선 성애자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며 셀카 놀이에 빠진다. 여행 전 사놓은 샤오미 삼각대 블루투스 셀카봉의 사용법도 알아볼 겸 요리조리 위치를 바꿔가며 연습 삼아 가지고 논다. 동행자가 있으면 좋은 여행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쑤저우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수로길을 넘는 횟수가 많아진다. 우리와 달리 천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충돌했나 보다. 절대로 양보 같은 건 하지 않는 사람들이니 작은 접촉 사고들이 얼마나 흔하게 발생할지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고 난 위치를 보면 어떻게 저기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추돌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오후가 넘어가며 약간의 허기짐으로 지쳐가던 중 콜라의 단맛이 당기어 길가의 슈퍼에 들어간다.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집어 들었으나 손에 잡힌 콜라의 온도가 시원하지 않다.


이상하여 냉장고를 확인하니 냉장고는 코드가 뽑혀있는지 꺼져있다. 칼칼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콜라의 단맛을 원했는데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게 된 것이다. 중국은 참으로 이상한 동네이다.


 

자리에 앉아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는 동안 작은 새들의 울림이 들려온다. 혹시 주변에 새를 키우는 곳이 있나 둘러보았으나 그런 곳은 없다. 가로수가 울창한 중국의 도로에서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느낌이다.


 

중국에 와 처음으로 햇볕이 든다. 일몰을 앞두고 잠깐 얼굴을 보인 태양빛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쑤저우로 가는 길에 깨끗하게 조성돼 맑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썬린공원(森林公园)을 지나친다. 녹푸른 공원과 청아한 새들의 지저귐이 눈과 귀를 간지럽다. 한국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즐길 텐데 좋은 공원에 인적감은 그리 많지 않다.


 

일몰이 시작되기 전, 썬린공원(森林公园)을 지나 잠시 쉬며 트립닷컴으로 주점을 검색한다. 


"근처에 저렴한 데가 어딘가?"


검색을 하다 보니 숙소의 위차가 지나왔던 길로 6Km 정도를 되돌아가는 길이다. 어쩔 수 없이 썬린공원을 다시 지나쳐 쿤탄시에 위치한 주점으로 이동한다. 

 

 

중국의 도시들은 온통 공사장과 다름없다. 높고 웅장한 건물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느라 바쁘다. 


 

 

주점에 가기 위해 조금은 외져 보이는 길을 따라가던 중 차오후아 씨티 프라자 앞에서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오토바이들을 본다. 


지상의 넓은 주차장은 오로지 오토바이뿐이고 차들은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조금은 오래된 중국의 주점에 도착한다. 체크인을 한 후 자전거를 주점의 입구에 묶어 두어도 되는지 묻자 쿨하게 안으로 가져와 넣으라고 위치를 알려준다. 주점의 규모가 크다 보니 장소에 대해 연연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많은 수의 오토바이들이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오후아 씨티 프라자에 들어간다. 고덕지도의 맛집을 검색하니 프라자 내부에 여러 가게가 있다.


  

 

1층 정면 에스컬레이터의 사이에 놓인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보며 있을 법 하다 생각하는 사이 내 뒤편으로 느닷없이 기차 같은 것이 지나가 깜짝 놀란다.   


 

먼저 식당들을 찾아본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던 식당 한 곳은 면 종류를 파는 곳이라 패쓰, 그리고 가고 싶었던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려는 순간 식당은 뷔페식처럼 여러 가지 메뉴들이 길게 놓여 있다. 여러 가지 메뉴들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그런 곳 같다.


"저것들을 어떻게 주문하고 먹는지 하나씩 물어보다가는 하룻밤이 걸려도 모자를 거야."



다행히 입구 초입에 KFC가 있어 그곳으로 갔다.


"아, 다 중국어다!" 


 

KFC 매장에 들어가 잠시 중국어로 된 메뉴판을 보고, 그림판을 본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잠시 걱정이 앞선다. 한국에서도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에 가면 이것저것 추가 메뉴들을 알려주는 점원의 말이 안 들리고 귀찮아서 힘들었는데 여기라고 다를까 싶다.


주문대 앞에서 잠시 주춤하며 메뉴를 고른다. 버거와 치킨 조각, 파이, 콜라가 든 세트 3번을 선택하고 젊은 중국인 남자가 주문 하는 것을 지켜본다.


중국 남자도 처음엔 3번 세트를 주문하였으나 역시나 점원이 무언가 추가 메뉴들을 설명하자 55위안 세트로 변경하여 주문을 한다. 그리고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어 계산대 앞에 놓은 바코드에 핸드폰을 갖다 댄다.


중국에서의 첫날, 호텔 앞 부침개 케밥을 팔던 허름한 노점상에서도 중국 남자는 핸드폰으로 바코드에 갖다 댄 후 그냥 가버렸다. 아마도 중국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세트 넘버 3!"


약간 놀란 점원은 습관적으로 추가 메뉴들을 설명하려다 포기하고 39위안이라고 알려주며 웃는다. 잠시 후 나온 버거세트는 특별히 다른 것은 없고 단지 콜라가 약간 작은 사이즈다.


 

약간 중국 향신료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허기진 탓에 지금껏 먹어본 햄버거 중 가장 맛있는 것처럼 만족스러움을 준다. 


가끔씩 스타벅스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 시내에서 맥도날드와 KFC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식사를 하고 공항에서 빼앗긴 본드와 필요한 것들 몇 가지를 사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간다. 대형마트 같은 곳으로 들어간 순간 넓고 끝없는 마트 내부에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곳은 뭐지?" 


엄청나게 넓은 규모의 매장은 가전,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 등으로 쭉 이어지고, 모든 카테고리가 한 층에 있으니 어마하게 넓을 수밖에 없다.  


 

 

 

한구석의 자이언트 자전거 코너. 매장 내 유일하게 사람이 없는 코너에는 펑크 패치용 본드는 아쉽게도 없다.


 

 

50위안 운동화, 9,000원이 안되는 운동화를 들어보니 값비싼 런닝화에 비해 조금 무거웠지만 괜찮은 품질로 보인다.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기보다 깔려있다 아니 쌓여있다.


 

 

사람들 틈 사이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매장. 그만 돌아갈까 하다 내친김에 다 둘러보기로 한다.


 

매장의 끝부분에 위치한 생선 코너까지 돌아보려니 다리가 아프다.


 

 

 

 

"뜨악!"


생선코너의 끝자락 부분에 놓인 황소개구리를 보고 놀란다. 


 

 

"허걱!"


그리고 자라. 그런데 가격이 두 배쯤 차이가 난다.


 

미꾸라지 같은데 크기가 장어만큼 큰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갖가지 밑반찬 중 우리의 김치도 한 접시 놓여있다.



 

 

 

우리는 치킨, 중국은 오리. 


"한 팩 사가서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네."


 

 

우리 대형 마트처럼 셀프 계산대도 있다.



프라자를 나오며 중국의 건물들이 비현실적으로 거대하고 모양 없이 지어놓는지 알 것 같다. 수없이 많은 가게들과 시설들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은 그런 사이즈가 아니고서는 사람들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로비에 있는 커피 자판기, 믹스커피 한 잔이 먹고 싶어 가보니 메뉴가 중국어다. 모르면 눈치껏 찍으면 된다. 아마도 첫 번째 咖啡라고 적힌 것이 커피가 아닐까 싶다. 


"맞다에 500원!"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나오지 않는다.


"됐다. 방에 가서 김태희 커피 먹을 거다."


 

숙소에 돌아와 내일의 경로 등을 확인하고 잠이 든다. 커다란 타이호와 주변의 크고 작은 많은 호수들이 궁금하다.




Tip1. 중국 시내에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길이 있다.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을 따라가라.)

Tip2. 중국에는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없는 곳이 많다. 차들을 조심하라.  

Tip3. 중국인은 길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멈출 것이라 생각지 말고 피해 가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일 / 오랜만에 구름 ・ 10도

위간현-포양호-난창시-난창현

밤새 강하게 내리던 비는 하루의 양을 다 쏟아낸듯 아침이 되어서야 멈춘다. 오랜만에 만난 비가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타이호와 비슷한 크기의 장강과 마주하는 포양호를 넘어 난창시로 향한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3,777Km

이동시간

7시간 37분

누적시간

252시간


S102국도
S101국도
46Km / 2시간 50분
61Km / 4시간 47분
위간현
푸양호
난창현
 
 
1,02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쌀쌀함이 느껴진 새벽 침낭을 꺼내어 덮어야만 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주점이다.



다행히 어렵게 구식 난방기 주변에 걸쳐놓은 옷가지들은 다시 입기에 문제없이 말라있다. 문제의 신발 역시 조금 눅눅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이 정도면 나이스한 것이다.



"매일처럼 이게 뭐니?"



9시, 비가 멈춘 아침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한다. 1시간의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로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딜 가나 길거리 음식이 제일 맛이 있지."



작은 슈퍼마켓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소란스럽다. 무엇을 하는지 다가가 보니 역시나 카드놀이를 하고 있고 주변의 구경꾼들이 훈수와 잡답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슈퍼에 들어가 간식거리들을 집어 들고, 젊은 슈퍼의 여자는 낯선 한국인 손님에게 친절하게 웃음을 보인다.



계산을 마치니 작은 귤 세 개를 먹어보라며 선물한다. 간간이 도로변의 노점에서 팔고 있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던 작고 주황빛이 선명한 귤이다.


"씨에 씨에."



"넌 왜 울고 있어?"



카드놀이를 하는 주변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한 남자가 장난스럽게 타박을 한다. 중국 특유의 음률이 있는 말이 재미있다.



도로변에서 돼지고기를 팔고 있는 아저씨에게 커다란 덩어리의 돼지고기가 얼마인지 물어보니 웃으며 200위안이라고 한다.


"200위안. 돼지고기가 싸구나."



옆 골목의 집에서도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얘네는 이걸 참 좋아하네."


우리 명절의 화투판도 그렇지만 별거 아닌 놀이에 즐겁고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결혼식이 치뤄진듯한 집도 지나고, 이번에도 시간이 맞지 않아 식을 올리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한국의 농촌 풍경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풍경을 지나치고.



늦은 오르막이 이어지는 마을의 정자에서 잠시 쉬어간다.



"중국의 빵들이 맛이 좋네."


슈퍼에서 골라 담는 작은 빵들인데 제법 맛이 좋고 종류가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오랜만에 하늘이 열리려나?"


뭔가 찌뿌둥한 하늘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라이딩도 수월하고 무엇보다 옷이 젖지 않아서 좋다.



포양호를 지나 대도시인 난창시와 난창시의 외곽에 있는 난창현의 경로를 보며 어디로 향할지 고민하는 사이 두 명의 어르신이 자전거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할아버지들에게 잡히기 전에 서둘러 길을 출발한다. 이곳 도로변에는 처음 보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가정집의 마당에도 심어져 있는 나무인데 주먹보다 큰 노란색 열매가 열려있다.



"자몽인가?"



길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살펴봐도 어떤 과일인지 알 수가 없다.



12시, 답답했던 시야가 열리고 넓은 포양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변의 바로 옆에 오래된 고택이 있어 잠시 둘러보기 위해 내려갔지만 문이 잠겨있어 내부를 살펴볼 수가 없다.


아쉬운 대로 고택의 앞에 있는 오래된 나루터를 구경한다. TV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보았을법한 오래된 나무배들이 정박해 있다.



멀리 포양호의 주변 모습들이 펼쳐진다. 동그란 모양의 타이호와 달리 불꽃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포양호의 물줄기 때문인지 넓은 퇴적층의 습지대가 대부분이다.




포양호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소도로를 따라 멀리 돌아가면 되겠지만 바다가 아닌 호수에는 큰 관심이 없거니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중국의 환경도 아니기에 그냥 도로를 따라가며 바라보는 풍경만으로 만족한다.



호수와 호수를 잇는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달려간다.



도로의 주변에는 가끔씩 민물게를 판매하거나 민물게 요리를 하는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넓긴 넓다."



포양호의 작은 일부분이지만 워낙 커다란 호수라 각각의 이름들이 따로 있다. 포양호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준산호, 포양호의 1/10도 안되는 호수인데 호수의 수평선이 보이질 않는다.



짧았지만 포양호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의 풍경을 바라본 것으로 만족하고 평탄한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간만에 만난 의자가 놓인 버스 정류장인데 계단의 턱이 있다.



자전거를 잘 세워놓고.



"이번에는 어떤 것으로 먹어볼까."



슈퍼의 여자가 선물한 작은 귤은 제법 맛이 좋다. 우리의 밀감보다는 당도가 떨어지지만 탱탱한 식감과 과즙이 풍부해서 시원하다.


"나중에 많이 사 먹어 봐야지."



"그나저나 비가 안 오니까 좋네."



가끔씩 중국의 집들을 보면 기괴한 느낌이 든다. 텅 빈 1층을 거실로 사용하는 것도 생경하지만 대부분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음침한 분위기가 낯설고, 빨래나 장작, 건조하고 음식들 등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 흔적들은 보면 의아스럽기도 하다.



쌍둥이 집처럼 지어진 요상한 집의 마당으로 들어가 잠시 쉬어간다. 마치 다른 그림 찾기를 하라는 것처럼 조금씩 대비되는 재미있는 집이다.



풀이 난 집의 마당 한편에 노란색 배추꽃이 피어있다.


"유채꽃인가? 근데 벌써 꽃이 피나?"



두 집을 가로지르는 낮은 담벼락에 앉아 중국의 미니 소시지를 먹어본다.



혹시나 중국의 이상한 향신료 맛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무난하게 맛이 좋다.



흐린 날씨의 축축한 느낌 없이 한가롭게 페달을 밟다 보니 난창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일단 난창시에 왔는데. 결정을 해야지."


난창시로 들어가 중국의 지방 도시를 구경할지 아니면 조금은 조용한 난창현으로 가서 편하게 쉴지를 결정해야 한다.


"편하게 조용하게 난창현으로 가자."


번잡스러울 것 같은 도시보다는 외곽에 있는 난창현으로 가서 조금 쉬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난창시의 외곽을 돌아가는 길을 따라가다 주택의 바로 옆에 쌓아올린 이상한 흙무덤을 지나친다. 계속해서 도로를 따라 여러 개의 흙무덤들이 보이고 고깔 모양의 흙무덤에는 하나같이 종이꽃 같은 것들이 알록달록 세워져있다.



"무덤인데!"



도로의 우측으로 난창시의 흉물스러운 실루엣이 펼쳐지고.



새로 만든 넓은 도로의 더 넓은 자전거 길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난창현으로 향한다.


"자전거 도로야? 차도인가?"



차량이 다니지 않는 새도로를 경쾌하게 달리던 중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길을 바꿔 작은 마을길로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불교사원이 자전거를 세운다.














그리고 낡은 삼륜 오토바이를 정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세운다.



내비게이션을 계속 확인하며 낡은 마을길을 구불구불 돌아 도착한 곳은 '공사 중'이라던 도로의 끝부분이다.


"에쉬, 그냥 왔으면 편했는데."



마을길을 따라 난창현으로 달려간다.



도로변의 가까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무덤이 끝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전거를 끌고 가까이 다가가 무덤을 살펴본다.



"확실히 무덤이네. 근데 무덤을 집 주변에 쌓아놓지?"


알록달록한 조화들을 꽂아놓은 것도, 고깔 모양의 봉분도 신기하지만 주택가의 바로 옆에 무덤이 줄지어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천천히 난창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내일 길을 따라가야 할 G105 도로의 모습도 보인다.


"다 왔다. 오늘은 좀 편하게 푹 쉬자!"



난창시의 외곽 난창현의 모습도 새로운 빌딩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느라 바쁘다.




예약을 해두었던 첫 번째 주점으로 찾아가 여권과 예약 바우처를 보여주며 체크인을 하려니 숙소의 여직원은 한참 후에 '방이 없다'는 대답만을 하며 응대를 끝낸다.


"어이가 없네."


다시 예약 승인이 난 바우처를 보여주며 확인을 해도 똑같은 답변과 제스처만 보여준다.


"방이 없으면 너네가 방을 만들어서라도 줘야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을 가로젓는 주점의 직원을 보고 있으니 헛웃음만 나온다. 예약 승인이 난 호텔에 방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지만 혹여 예약 업무를 착각하여 다른 사람에게 방을 이미 제공했다면 다른 방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인 것이고 하다못해 죄송하다는 표현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 여기는 중국이다."


피곤하고 더러워진 기분으로 다른 주점을 검색하고 밖으로 나온다.


두 번째 도착한 숙소는 중국의 프랜차이즈 주점이다. 첫 번째 들렸던 숙소와 달리 깨끗하고 밝은 조명 그리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직원들이 웃으며 안내를 한다.


"한국인인데 잠을 잘 수 있지요?"


"커이!"


한국인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여행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직원들은 무엇이 재미있는지 싱글벙글 안내를 한다. 중년의 남자 매니저까지 리셉션으로 나와 자전거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도와주고 방까지 정성스레 안내를 한다.


"더러워진 기분이 싹 가셨네."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저녁을 먹을 식당을 검색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리셉션에 있던 여자의 목소리인데 무엇을 안내하는지 중국어로 계속 말을 한다.


"나 중국말 못 해. 내가 내려갈게요."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벨이 울리고, 방을 안내했던 남자 매니저가 난감한 얼굴로 무언가를 안내한다.


"중국말 못 한다니까!"


번역기를 남자에게 건네주니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서 보여준다.


"숙박 등록을 할 수가 없어서 다른 주점으로 가야 한다."


"헐.. 주수 등록 가능하다며!"


남자는 연신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며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다. 리셉션의 여직원들과 남자 매니저의 친절한 웃음을 잘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생각한다.


"괜찮아요. 짐을 챙겨서 내려갈게요."


남자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비싸지는 않지만 중국의 프랜차이즈 주점인데 주수 등록이 안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중국의 이상한 숙박 시스템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뭐. 내국인만 받는 호텔도 따로 있는 중국인데."


자전거를 끌고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로 나온다. 편하게 쉬고 싶어 일부러 난창시를 거르고 조용한 난창현으로 들어온 것인데 숙박문제로 하루가 꼬이고 있다.



조숙 등록이 가능한 숙소를 찾아 이리저리 알록달록 조명들이 반짝이는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주수 등록이 안된다는 답변만을 들으며 1시간이 지나간다.


거의 포기 상태로 들어간 다섯 번째 주점, 주수 등록이 되는지를 묻자 중년의 여자는 당연하다는 느긋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오 마?"


한 번 더 확인은 하니 인상 좋은 얼굴을 하며 웃는다.


"커이!"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와 근처에 불이 켜진 식당으로 들어간다.


"글자 메뉴판 싫은데. 물고기 빼고, 두부 빼고.."


한자를 보며 메뉴를 고르다 포기하고 번역기를 들고 스캔을 한 후 돼지고기 메뉴를 선택한다.



"이게 무슨 차지?"


"유자차인가? 달달하니 맛있네."



든든하게 저녁을 먹으며 주수 등록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숙소로 돌아가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뭐 어쨌든 좋은 하루였잖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일 / 비 ・ 4도

징더진-러펑시-위간현

황산에서 계림까지 1,000km의 여정, 중국이 넓긴 넓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속에 오늘은 비 내림의 양의 심상치 않다. "그래도 달린다. 계림으로.."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3,670Km

이동시간

7시간 06분

누적시간

245시간


G206성도
G206성도
47Km / 3시간 05분
60Km / 4시간 01분
징더진
러핑시
위간현
 
 
92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중국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내리는 비의 양이 갈수록 많아진다.


"아, 오늘도 망했어!"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늘을 쳐다봐도 흐린 회색빛 하늘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도로변에 묶어놓은 자전거를 내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



"햄버거는 점심으로 먹고, 일단 이 녀석부터."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패니어들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이상한 건물의 구조가 아침부터 힘들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 사람들은 이제 자전거에 관심이 없어."



어제 세차를 하지 못한 자전거에서는 서걱서걱 거리는 소리가 난다. 9시, 호텔의 맞은편 징더전 성의 측면으로 자리 잡은 옛 골목을 둘러보고 서둘러 길을 출발한다.



한 시간 정도의 첫 번째 라이딩을 끝내고 잠시 쉬어가려는 찰나 도로 건너편으로 재래시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심심한데 구경이나 하고 가자."



자전거를 끌고 시장으로 들어간다.






"민물고기일 텐데, 크기가 엄청 크네."







조금은 어둡고 음침한 작은 시장의 끝에 정육코너가 보인다. 묵직한 칼을 들고 숨겨둔 무술 실력으로 달려들 것 같은 남자들을 향해 걸어간다.


"중국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니 하오."


시선이 마주치고 포스가 느껴지는 정육점 남자들과 딱 봐도 중국인 같지 않은 이방인의 등장에 멈칫 놀라기는 서로 마찬가지다.



"워 쓰 한궈렌."


한국인라고 소개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굳은 표정들이 순식간에 밝게 변한다. 어디로 가는지, 중국이 어떤지 등등의 질문을 계속하며 관심을 드러내는 남자들이 귀엽기만 하다.


"중궈 헌 하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좋다고 하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쌍엄지를 치켜세우며 중국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덩달아 '너도 대단하다'며 쌍엄지를 치켜세운다.




유난히 볼이 빨간 중국의 아이들은 너무나 예쁘고 귀엽다.



정육점 코너의 남자들과 한바탕 어수선한 웃음으로 떠들고 나니 시장 사람들의 시선이 한층 부드럽다.



"너네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짧은 시간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길을 이어간다. 후저우시를 떠난 후 산골의 사람들과 황산의 아저씨, 청여요 가족, 징더전시 주점의 직원들 그리고 재래시장의 사람들과 스킨십을 갖다보니 중국의 사람들도 친숙해지고 익숙해진다.


"저건 뭘까?"


하늘 높이 거대하게 올라간 기둥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천천히 거대한 기둥으로 다가서니 엄청난 너비의 굴뚝이다.


"화력 발전소인가?"



거대한 굴뚝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이 길은 굴뚝이 솟아있는 넓은 건물을 돌아.



난데없이 산길로 이어진다. 지도를 켜고 멀지 않은 곳에서 G206 도로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길을 따라간다.



"아니. 이건 아니지!"



흙탕물과 물웅덩이가 펼쳐진 흙길을 방열 공장에서 출발한 듯한 덤프트럭들과 함께 달려간다.


다행히 흙길은 10여 분 만에 끝이 나고 매끈한 G206 도로에 접어든다.


"이런 거 하지 마. 축축하게 내리는 비로도 충분하잖아."



12시, 러핑시에 도착한다.




"갈수록 대책이 없어진다."



풍성한 가로수의 시내를 지나간다. 깨끗하고 조용한 징더전시의 풍경과는 완전히 상반된 어수선하고 복잡하지만 활기가 넘치는 중국 도시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메인 도로를 따라가다 작은 수로 건너편으로 들어선 길고 긴 목조 건물이 눈에 들어와 자전거의 방향을 틀어 들어간다.


"아주 길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긴 목조건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한 호기심이 생겨나지만 자전거를 끌고 안으로 들어갈 엄두는 나질 않는다.



수로를 따라 긴 건물의 끝으로 돌아가고 펼쳐진 풍경에 궁금했던 건물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시장이네. 재래시장!"



지도를 켜고 메인도로의 방향을 확인한 후 시장을 가로질러 구경을 하기로 결정한다.


























시장의 한 골목만을 가로질러 왔지만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활기 그리고 왠지 모르게 바가지를 쓸 것 같은 불안감은 한국과 비슷하다.




시장이 끝나고 메인도로로 돌아왔지만 세상에 바퀴 달린 모든 것들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요란스럽고 혼잡하다.


"징더전시가 이상한 거지. 이런 게 중국이지!"





30분을 달려 러핑시를 빠져나오니 도로의 풍경은 조금 한적하게 변한다.



중국의 도로는 언제나 마을의 중심을 관통하고 도로변으로 길게 들어서 있는 집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버스 정류장이나 앉아서 쉬어갈 공간이 없는 중국의 도로, 셔터가 내려진 집의 짧은 처마 밑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제 사 놓은 햄버거로 늦은 점심을 하고.



"시장에서 따듯한 면이라도 먹을 것을 그랬나."


아직은 뭔가 낯설고 어색한 면이 있는 여행자다. 



다시 축축한 빗속으로 들어간다.



"근데 마을의 대문들은 왜 이렇게 크게 짓는 거야?"




작은 마을의 도로를 따라가던 중 도로변에 모여 우산을 들고 춤을 추는 것 같은 여자들을 발견한다.



음악에 맞춰 우산을 들고 뭔가를 하는데 이해하기는 힘들다. 별스럽지 않는 동작들을 하며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들이 마냥 즐거워 보일뿐이다.



"마을 행사 같은 것이 있나?"



세차장이 있는 도로변의 주유소를 보고 들어간다.



자동차에 물을 뿌리고 있는 세차장의 직원에게 물호수를 사용해도 괜찮은지 물으니 사용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를 눕히고.



"의미는 없어도 너 좀 씻자."



이틀 동안 묵어있던 모래들을 씻어내니 마음만은 시원하다.



갈수록 비 내림의 기세가 더해진다.



"에쉬, 완전히 젖어버렸네."



안개비처럼 내리던 비가 날이 갈수록 계절을 역행하듯 강하게 내린다.



딱히 쉬어갈 공간이 없는 중국의 도로는 비와 함께 계속 이어지고.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문이 닫힌 가정집의 처마 밑으로 들어간다.



"앉고 싶은데."


앙증맞은 중국의 의자에 앉아 쉬고 싶은데, 인기척이 없는 집에서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저건 어떤 컨셉일까?"


표현하는 감각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묘한 즐거움을 주는 중국의 풍경들이다.



위간현으로 들어가는 씬지앙강을 건너고.



도로변의 주점을 보고 자전거를 세운다. 완전히 젖어버린 하루의 피곤함에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한국 사람인데 잠을 잘 수 있나요?"


어린 여자 직원을 시큰둥하게 그렇다며 답변을 한다.


"얼마?"


여자 직원은 150의 숫자를 적어 보여준다. 크고 넓은 리셉션의 공간이 있는 전형적인 중국의 오래된 주점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너무 비싸. 깎아줘!"


조금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여자에게 중국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과장된 목소리로 비싸다는 제스처를 다시 한번 보여주니 이번에는 어리둥절 당황스러워한다.


잠시 후 중년의 여성이 다가와 상황을 파악하더니 120위안을 내라고 한다.


"씨에 씨에!"


처음부터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어린 여자 직원에게 이름을 묻자 끝내 배시시 웃고 만다.


"그래, 웃어!"



자전거를 방에 넣어도 되는지를 묻자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렇게 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역시 중국의 오래된 주점은 자전거 보관이 좋아!"


간단히 샤워만을 하고, 여자 직원에게 음식점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근처의 식당으로 찾아간다.


"그림판 너무 좋아!"



"오늘은 고기 느낌이 아니다."


그림 메뉴판은 메뉴를 선택하기가 편하지만 너무나 많은 음식들이 결정 장애의 면면을 되살려 놓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손님이 없는 식당에 낯선 한국인의 방문이 재미있는지 식당의 여자는 친절하게 응대를 한다. 두부요리를 선택하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볶은 호박씨 같은 것과 함께 테이블에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와 포장된 식기 그리고 커다란 그릇 하나를 올려놓는다.


"손 씻는 거야?"



주문한 메뉴를 조리하는 동안 식탁에 올려진 난감한 것들을 가리키며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는 제스처를 하니 서빙을 하는 아주머니가 가다 와 웃으며 식기들을 큰 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오호. 소독하는 거야? 따듯하게 만드는 거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주문한 두부 요리가 나오고 역시나 말려서 사용하는 것 같은 두부의 쫄깃한 식감이 좋다.



한두 점 밥과 함께 먹고 있으니 아주머니는 미나리를 듬뿍 올려준다. 겨우 13위안의 메뉴 하나를 주문하고 머슴밥을 먹고 있는 한국 사람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씨에 씨에."



숙소로 돌아와 하루 일과의 마무리 같은 빨래를 하고, 난방기 주변에 옷과 양말들을 요령껏 걸어놓고 잠이 든다.


내일은 타이호만큼 큰 포양호를 지나 대도시 난창시로 들어갈 생각이다.


"몹시 지친 하루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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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4일 / 비 ・ 4도

치먼현 썬리진-징더진시

따듯하고 즐거웠던 청여요 가족과의 이별을 하고 계림으로 향한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헤어짐은 언제나 아쉬운 마음이다. "이쁘게 잘 자라라. 청여요!"

이동거리

70Km

누적거리

3,563Km

이동시간

5시간 23분

누적시간

238시간


S301성도
G206성도
20Km / 1시간 16분
50Km / 4시간 07분
싼리진
진공시아진
징더진
 
 
81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어제 청여요 가족과 함께한 식사의 중국술 탓인지 일찍 잠이 들어 아침에 깨어난다. 묵직했던 피로들이 사라지고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출발을 하려고 하니 청여요의 아빠는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한다.



중국이 흰죽과 계란 그리고 꽃빵 같은 것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씨에 씨에, 잘 먹었습니다."


수줍고 시크한 아이 청여요에게 기념으로 가지라며 한국 지폐를 주려고 하니 청여요의 아빠는 극구 사양을 한다.


"그럼 우리 사진이나 찍어요."



"청여요, 아저씨 이제 가야 해."


주변을 맴도는 청여요에게 초코파이를 선물하니 아쉬운 듯 '히잉'하며 다가와 주머니에서 추잉껌을 건네준다. 어제부터 그렇게 말을 걸어도 무심한척하더니 떠나려고 하니까 섭섭한가 보다.


"사랑스러운 아이, 예쁘게 잘 지내라."



10시, 아침 식사로 늦어진 출발이지만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80km 정도 떨어진 진더전시다. 축축하게 흐린 날씨지만 청여요 가족과 보낸 하루의 시간이 가벼운 페달링을 만들어 준다.



낮게 이어지는 내리막의 편안한 라이딩이 이어지고 결혼식을 하고 있는 집을 발견한다. 중국은 집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결혼식을 올린 후 잔치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붉은 풍선들과 붉은 천들 그리고 많은 폭죽이 터지는 중국의 결혼식이 흥미롭다.



시간이 맞지 않아 식을 올리는 모습이나 신혼부부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들을 구경하고 길을 이어간다.



"중국은 잔칫집 분위기가 아직 나네."



S301의 소도는 시골의 풍경 속으로 이어진다. 중국 오토바이의 용도는 참으로 놀랍고 다양한다.



"그 무섭다는 공안인가."



이틀 동안 중국의 소박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안내해 준 S301 도로를 벗어나 G206 도로에 들어선다.



잠시 버스 정류장에 쉬어가며 출출함을 달랜다.



어제 슈퍼마켓에서 받은 대나무 잎으로 싼 간식을 꺼내어.



하루가 지난 탓에 식어있지만.



은은한 대나무 향과 쫄깃한 식감 그리고 밥 속에 들어있는 말린 고기가 너무나 맛이 좋다.



어제 받은 자몽으로 디저트도 해결하고.



오늘도 자전거와 옷들은 엉망으로 변해간다.




맛있는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안개비가 내려앉는 산과 고개로 향한다.




중국의 도로는 언제나 마을 중심을 관통하고.



도로를 따라가던 중 세차를 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자전거를 돌려 다가간다.


"니 하오. 워 쓰 한궈렌."


도로의 모래가 잔뜩 묻어있는 자전거와 물호스를 가리키며 세차를 부탁하니 아무런 말 없이 자전거에 물을 뿌려준다.


"오, 깔끔해. 속이 다 시원하다."


흐린 날씨에 다시 더러워지겠지만 세차를 하고 나니 불편한 무언가가 씻겨 내려간 기분이다.



길을 이어가던 중 목조로 올려진 화려한 대문을 지난다.







위엄이 있는 석상도 신기하지만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큰 길쭉한 도자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냥 멋지네."



"이건 뭐."


깨끗해 보이는 중국의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는데 이상할 만큼 고운 모래들이 옷을 더럽힌다.



축축하게 젖은 옷과 찝찝해지는 신발 그리고 천천히 찾아드는 허기짐이 유발하는 분노의 페달링으로 빠르게 진더전시에 들어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 보이고 복잡한 시내의 풍경이다.


예약해 두었던 숙소의 위치까지 왔지만 주점의 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여기가 맞는데. 입구가 어디야?"


주점의 간판이 붙어있는 커다란 복합 상가의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되돌아와 건물을 청소하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 측면에 있는 입구로 들어갔지만 들어선 곳은 안경가게다.


"주티엔. 주티엔."


주점의 사진을 보여주며 직원들에게 주점의 입구를 물어보니 다시 밖으로 나가 처음 도착한 지점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대체 뭐야?"



다시 여성복을 팔고 있는 매장의 앞으로 돌아왔지만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는 보이질 않는다. 고민 끝에 길을 묻기 위해 여성복 매장으로 들어가 주점의 입구를 물어보니 안경을 쓴 젊은 여직원이 빙긋이 웃는다.


"여기가 주점이에요."


"..."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지만 주점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통로를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여기서 체크인해?"


여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권을 달라며 웃는다. 가게가 어수선해지며 매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한국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깔깔깔거리며 웃고 떠들어 댄다.


"오빠~"


"아니 너네들이 한국의 치트키를 어떻게 알아?"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는지 오빠라는 단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여자들이다.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엘리베이터가 없는 주점이라 패니어들을 옮기며 힘이 빠지고, 샤워를 하며 도로의 모래들로 엉망이 된 패니어와 옷들을 세탁한다.



"이 짓을 매일 반복해야 하는 거야?"




가게의 여자들에게 주변에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여 음식점으로 찾아간다. 느낌이 좋은 인테리어와 분위기의 음식점이다.


"비싼 거 아냐?"








2층으로 올라가니 작은 테이블에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하는 일반적인 음식점 같은데 중국 음식점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가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서빙을 하는 종업원이 태블릿을 들고 다가온다.



"오, 대박!"


태블릿으로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왕 이렇게 만들 거면 다른 언어 지원도 하지."



주문이 끝나자 작은 그릇과 긴 젓가락을 내어준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주문한 고기덮밥과 만두가 나온다.



깔끔한 비주얼에 깔끔한 맛의 고기덮밥.



그리고 기름에 튀긴 만두는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이 좋다.



여지없이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지만 처음에 나온 작은 그릇의 용도는 모르겠다.


"젓가락 받침은 아닐 텐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징더전시 성의 주변을 둘러본다.






"얘네들은 참 반짝반짝하는 거 좋아해."



내일 아침과 간식으로 먹을 햄버거를 사고.





숙소 옆에 있는 핸드폰 악세사리 매장으로 들어가 샤오미 핸드폰의 보호필름이 있는지 물어본다.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듯 대답하는 직원에게 가격을 물어보고 나온다.


"보호필름 20위안이야?"


숙소로 돌아와 여자 직원들에게 보호필름의 가격을 확인하니 그렇다는 대답을 한다. 다시 핸드폰 가게로 들어가 보호필름을 부착한다.



핸드폰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얇은 실리콘 케이스만으로 불안하게 들고 다녔던 샤오미의 보호필름을 부착하니 불편했던 한 가지가 사라진다.



"오빠 보호필름 발랐다. 얘들아 모여라!"



계속해서 비를 맞고 달려온 피곤함이 찾아드는 저녁이다. 도로변에 묶어놓은 자전거가 조금 걱정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설마 없어지지는 않겠지."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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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3일 / 비 ・ 3도

치먼현-싼리전

계림으로 가기 위해 다시 시작되는 라이딩. 치먼현으로 달리던 빗속의 라이딩으로 젖어있던 옷들은 따듯한 난방기 덕에 뽀쏭하게 말라있다. "다시 젖어버릴 테지만" 출발 전 비가 잠시 멈춤을 틈타 라이딩을 시작한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3,483Km

이동시간

3시간 45분

누적시간

232시간


S302성도
S302성도
34Km / 2시간 10분
12Km / 1시간 35분
치먼현
선우산
섬리진
 
 
74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비가 내리는 날씨를 탓하며 느린 게으름을 피운다.


"비 싫어!"


아무리 이불킥을 해봐도 비가 내리는 날씨는 달라지지 않는다. 10시,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한다.


중국의 사자상을 자세히 살펴보니 왼발로 무언가를 밟고 있다.



"새끼인가?"


사자상의 특이한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일어나 자료들을 검색해 보니 왼발로 새끼를 밟고 있는 것이 암사자상, 오른발로 공같이 생긴 것을 밟고 있는 것이 숫사자상이라고 한다.


암사자는 새끼를 보살피는 의미로 예전 중국인들이 사자의 젖이 발가락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탓에 새끼를 밟고 있는 모양이 나온 것이고, 숫사자가 밟고 있는 공모양은 세계를 뜻하는 의미로 세상을 지배하는 부와 권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얘는 안 뒤집어져 있네."



도로변의 슈퍼에 자전거를 세우고 간식거리들을 찾아본다.



슈퍼마켓을 한번 둘러보고 그동안 궁금했던 가판에 깔려있는 과자들과 작은 빵들을 골라본다.



"이런 거군."


어떻게 계산을 하는지 궁금했던 과자와 빵들을 저울에 달아 계산을 한다.



가게 앞에 놓여있는 아주 작은 의자에 앉아본다.



왠지 모르게 사람을 겸손하고 다소곳하게 만드는 마법의 의자는 나름 편하기도 하다.








"햐, 오늘도 틀렸어."



의자에 앉아 오늘의 경로를 확인하고 있으니 슈퍼의 아주머니가 따듯한 녹차를 건네준다.



떠나기 전 차를 대접해 준 감사의 인사를 드리자.



대나무잎으로 싼 따듯한 간식을 선물한다.


"씨에 씨에."



커다란 장대를 어깨에 메고 배추 같은 것을 나르는 사람들을 지나치고.



기이한 모양으로 뒤틀린 나무뿌리 공예품들을 만드는 가게들을 지나치고.








산골의 양봉장도 지나치고.



작은 도로를 따라 길을 따라간다.



은근하게 젖어드는 빗줄기에 지쳐간다.



"정말 대책이 없다."



길은 작고 조용한 시골의 마을들이 계속 이어진다.



"아닌 화장실을 이렇게 만들면 길에서 사람들이 다 보잖아."



날씨 탓인지 페달링에 경쾌함이 없다.



"여기 뭐가 있나?"



약간 지루한 라이딩을 달래기 위해 도로를 벗어나 살펴봤지만 별다른 것이 없다.



다시 도로로 되돌아와 길을 따라가다 셔터들이 내려진 집들 가운데 문이 열려있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니 하오."


창고나 주차장으로 생각했던 셔터가 달린 중국의 1층은 식기 등의 조리 기구들과 테이블이 놓인 거실 같은 공간이다.


가족들이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비를 피해 자전거를 세워놓고 쉴 수 있는지 물어보자 흔쾌하게 허락을 하며 작은 의자를 내어준다.




초등학생 정도의 여자아이와 어린 남자아이가 있는 가족이고, 할머니까지 3대의 모습이 보인다.



낯선 한국인의 등장으로 가족들은 즐거워한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사탕을 선물하고.



잠시 후 자몽 같은 커다란 과일을 건네준다.



"자몽인데. 자몽이 이렇게 맛이 좋았나?"



두꺼운 껍질을 벗겨내는 것이 귀찮지만 과즙이 풍부한 자몽의 맛이 좋다.



"딸 3명과 아들이 하나."


인구 조절을 위해 한 명의 자녀만을 허락하는 중국의 일자녀 정책에 대해 알고 있지만 시대가 변하며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었나 보다.


유난히 볼이 빨간 아이 왕칭예는 살갑게 다가와 여러 가지 궁금한 것들을 끊임없이 물어본다. 꽤 오랫동안 왕칭예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나른한 피곤함이 찾아든다.



"어디까지 가요?"


"글쎄 오늘은 늦어서 이 동네에서 보내야겠는데. 혹시 마을에 주점이 없니?"


"여기는 시골이라 주점이나 빈관은 없어요."


"그래."


"하지만 마을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곳은 있어요. 음식도 먹을 수 있어요."


"어디?"


똑똑한 아이 왕칭예는 자신이 집을 알려주겠다며 앞장을 선다.



왕칭예와 함께 도착한 곳은 술을 파는 가게처럼 보인다.


황칭예가 술집의 남자에게 설명을 해주어 쉽게 상황 설명이 끝나고 주인 남자는 자연스럽게 안내를 해준다.



"여기서 밥도 먹을 수 있어요."


저녁이 되어 집에 가야 한다며 왕칭예는 해맑게 웃으며 떠난다.



가게의 남자는 가게의 3층에 있는 3개의 낡은 침대가 놓인 방을 안내한다.


"좋아요. 하루에 얼마예요?"


"40위안."


"근데 난방기는 없어요?"


남자는 난방기의 리모컨을 찾아들고 난방기를 사용하면 50위안이라고 한다.


"하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자전거를 세척하고.



테이블이 놓인 1층에 자전거와 패니어를 놓아두고 가게를 둘러본다.



"이건 뭐예요?"


나무로 만든 통에 전기 열선이 들어가 있고 신발이 놓여 있는 수상한 나무통을 가리키며 남자에게 물어본다.



"설마 신발 건조기는 아닐 테고."



남자는 껄껄껄 웃으며 테이블에 놓인 담요를 가리키며 통안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하하하."


남자가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 난방기다.




성월주가는 술을 파는 가게다. 1층에 놓은 원형의 테이블을 보면 가게에서 술을 먹을 수 있는 모양이다.




가게 뒤편에 있는 공간에는 좌식용 난방기가 놓여있다.



"이건 요렇게."



담요를 덮고 앉아있으면 따듯하다.




패니어들을 들고 3층으로 올라와 난방기를 켜고 휴식을 취한다. 3층의 옥상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 작은 화장실 겸 수도 시설이 있는 곳에서 샤워를 하고 돌아오니 남자는 커다란 보온병에 따듯한 물과 녹차를 방에 놓아두었다.


따듯한 녹차 한 잔을 마시니 몸에 따듯한 기운이 감돈다.



옥상의 한편에 말려둔 식재료들을 자세히 구경한다. 중국의 시골집마다 걸려있던 돼지고기와 물고기들이다.



"하루 만에 엉망이네. 내일도 입어야 하는데 빨 수도 없고."



이불을 덮고 침에 파묻혀 있으니 요란한 폭죽음이 마을의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시작됐군."


창문을 열고 폭죽이 터지는 곳을 쳐다보니 가게의 식구들도 폭죽을 들고 밖으로 나와있다. 밖으로 나가 폭죽놀이를 구경한다.


"크기도 하다."



마을 여기저기서 폭죽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가게의 어린 딸도 폭죽을 들고 수줍게 폭죽놀이를 시작한다.











왕칭예와 함께 가게로 왔을 때부터 수줍게 관심을 보이며 주변을 맴돌던 가게의 귀여운 여자아이다.




불꽃놀이를 끝내고 다시 침대에 누워 쉬고 있으니 20대의 젋은 여자가 방문을 두드리고 저녁을 먹자고 한다.



청여요의 식구들과 식사를 한다.



20대의 큰 딸과 9살의 청여요를 둔 가게의 남자가 요리를 해서 저녁 밥상을 차린다. 식사와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운영하는 남자라 음식들의 맛이 꽤나 좋다.


"헌 하오 취!"







그리고 남자는 술을 하는지를 묻고서는 백주를 따라준다.



도수가 높은 백주 한 잔을 마시니 몸에 열기가 올라온다.



"맛있는 술이다."



편안한 미소의 자상한 남자, 성격이 밝고 유쾌한 큰딸 그리고 수줍은 아이 청요여와 함께한 저녁식사다.


아주 오래전에 자전거를 타는 독일의 남자가 다녀갔다는 이야기와 드럼을 치는 청요여의 영상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큰딸의 질문들에 대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너무나 즐거운 하루다.



남자와 백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슈퍼에서 만난 친절한 아주머니, 차와 자몽을 내어준 가족들과 똑똑한 아이 왕칭예 그리고 청여요의 가족들이 지루하고 축축하게 젖어드는 흐린 날씨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즐거운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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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일 / 비 ・ 2도

안후이성 치먼현

아침까지 멈추지 않는 비, 마음에 드는 빈관과 음식에 10여일간 연속되던 라이딩을 멈추고 하루를 휴식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3,43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229시간


한국식당을 찾아서
여행정리
0Km / 0시간 00분
0Km / 00분
치먼현
신흥빈관
치먼현
 
 
65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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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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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여지없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아침이다. 


"매일처럼 비가 오나요?" 


빈관의 아주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그렇다고 답을 한다.


"망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달리고 싶지 않다. 황산에서 쌓인 피로를 핑계하며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하고 숙소를 연장한다.


"저게 다 이유가 있었어!"


해외토픽에서 보았던 중국의 웃기고 이상한 오토바이들이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중국인들의 이상한 감각의 문제이겠지만 안개비처럼 추적추적 습하게 내리는 비가 우산을 쓰기에도, 우비를 입기에도 어정쩡한 면이 있다.


"자전거에 우산을 달아야 하는가."



밀린 자료들을 정리하며 오전의 시간을 보낸다.



출출함이 찾아드는 오후의 시간, 치먼현에 있는 한국 식당을 검색하고 산책 겸 찾아가 본다.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우산을 빌리고.



비가 내리는 거리를 걸어간다.



식당까지 2km 정도의 거리라 길을 걸으며 중국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보려 했지만 그냥 지나가 버린다.

 


두 개의 다리를 건너고.




도착한 한국 식당은 닫혀있다. 


"언제나 여지 없구나."



다시 빈관으로 되돌아 간다.


"볼수록 탐이 나네."



"춘절 연휴인데 은행은 근무를 하나?"



"따거. 전기 오토바이 



빈관 옆의 식당은 빈관에서 함께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커다란 민물 생선 같은 것이 궁금하여 주문을 하고.



소스와 생선의 맛은 제법 좋았지만 잔가시들이 많은 물고기라 가시들을 고르느라 꽤나 귀찮다.



난방기 앞에 걸어둔 옷과 신발들은 뽀송하게 말라있다. 


"그나저나 이 비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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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일 / 비온 뒤 맑음 ・ 2도 

상하이 푸동 상위안 호텔

비가 내리는 상하이, 여행 출발의 긴장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피곤함과 어제 푸동 공항의 방황으로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내리는 비를 탓하며 핑계 삼아 하루를 더 상위안 호텔에서 스테이 하기로 하였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8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73시간


자전거정비
VPN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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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위안
정비
샹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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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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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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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비자 30~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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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간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불 밖이 위험하여 나가기 싫은 그런 날씨다. 


"비도 오고 하니 하루 더 머물러야겠다."


호텔 입구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는 어제의 그대로 자물쇠가 걸린 채 놓여있고 다행히 처마 밑이라 비에 젖지는 않았다. 


"It's raining. I'll stay one more day." 


어제의 친절한 직원이 알아듣고 방을 청소해줘야 하는지 묻는다. 


"부쓰"


숙박비를 결제하고 방으로 돌아와 정리해 둔 패니어들을 모두 들고 나오자 직원이 의아한 듯 쳐다본다. 1일의 숙박을 더 연장하고 갑자기 짐들을 챙겨 나오니 그럴 수밖에. 


"Test! Not check out."

 


우선 공항에서 정신없이 조립했던 자전거들을 정비한다. 헤드셋을 풀어 핸들의 각도를 조절하고 브레이크 캘리퍼의 유격을 맞추고, 안장과 짐받이들의 볼트들을 다시 한 번 조인다. 휠셋의 큐알 레버들을 풀어 다시 조이고 뒷변속기에 무리가 가지 않았는지 변속을 해본다.


패니어를 걸지 않고 테스트 주행을 해보니 다행히 변속기는 이상이 없다. 짐을 분배하여 무게를 나눈 패니어들을 걸고 다시 호텔의 주차장과 호텔 앞 도로를 주행한다. 자전거의 흔들거림은 많이 줄어들었고 전체적으로 묵직함이 느껴지지만 주행을 하기에 문제없어 보인다.


"됐다. 짐을 조금 더 넣어도 되겠는데."  



"진작 알았으면 어제 그렇게 고생은 안 했을 텐데." 


시험 주행을 마치고 주차장에 놓여있는 픽업용 콜밴을 바라보며 애꿎은 차량의 타이어를 발로 툭 찬다.


12시 무렵,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은 여전히 불어오고 있다. 옷가지들을 챙겨 입고 주변의 근거리를 돌아보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동네의 길마다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고 그 앞으로 사람 모양의 얼굴들이 그려진 돌들이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근처에 지질공원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인데 별 관심이 없다. 



차가운 바람에 못 이겨 20여 분의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다. 평균 기온이 서울보다 8~10도 정도 높다지만 꽤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호텔에 돌아와 휴대용 버너의 연료인 휘발유를 사기 위해 직원에게 요청을 한다. 빨간색 MSR 연료통을 보여주며 휘발류가 필요하다고 하니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汽油?"


"가솔린, 화이트 가솔린을 사고 싶어."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의 직원, 중국의 포털인 바이두에 접속하여 MSR 버너의 페이지를 보여주며 白汽油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92호, 95호 등의 숫자들을 보여주며 어떤 것이 필요한지 묻는다.


"화이트 가솔린, 白汽油!"


답답해하던 직원은 중국에는 기름의 종류가 많다며 콜밴의 기사가 오면 물어보겠다고 한다. 


"중국은 기름에 숫자를 붙여서 부르는구나."


오후 3시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나를 직원이 부른다. 


"중국은 휘발유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못한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살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알았다고 답한다.


프런트 앞 의자에 앉아 휘발유를 살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하는 동안 한 노년의 남자가 나와 영어로 발 마사지를 하고 싶다며 택시를 불러달라 요청을 한다. 짧은 영어 이외에 대화가 되지 않는 직원과 한참을 실랑이를 하던 남자에게서는 취객의 모습들이 보인다.


중국인 특유의 몸짓으로 영어를 사용하던 남자는 답답했던지 경상도 억양이 들어간 한국말을 중간에 내뱉고, 직원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음을 보인다.


"한국인이세요?" 


남자는 깜짝 놀란듯 반가워하며 자기 방으로 가서 이야기 좀 하자고 한다. 


"오랜만에 한국어를 해서 좋다. 내 방에 가서 이야기 좀 합시다."


자신의 방으로 가자는 남자에게 점심을 먹지 않은 터라 식사를 하러 가야 하니 밥을 먹고 놀러 가겠다하며 일단 자리를 피한다. 



"워 커이 츠마?"


외진 동네라 변변한 식당은 없다. 어제의 슈퍼 옆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벽에 붙은 메뉴 사진 중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을 골라 달라고 한다.


어두운 가게, 여전히 물같은 것은 주지 않는다. 10분 정도 지나자 접시에 돼지고기와 고추를 볶은 메뉴가 나오고 대접에 주걱만한 숟가락과 함께 밥이 담겨 나온다. 


"젓가락도 없이 어떻게 먹으라는 거지."


테이블 위에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 술잔, 밥그릇, 숟가락 그리고 젓가락을 가리키자 사용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포장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포장지를 뜯어 밥그릇과 숫가락을 꺼내어 사용한다. 비닐 포장만 되어있을 뿐 깨끗해 보이지도 새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요리는 제법 입맛에 맞았고 고추의 식감도 꽤 좋다. 단지 고추와 고기의 비율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은 얇은 마음. 


"역시, 고기가 진리지."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 하자 28원을 달라고 한다다. 왜?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식사 때 사용한 포장이 된 젓가락과 수저의 비용으로 4원을 더 받는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네. 어째 뜯을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어."


나름 입맛에 맞는 괜찮은 요리였으니 됐다 싶어 계산을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발 마사지를 가겠다던 남자는 아직도 직원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를 바라보던 직원이 'Crazy'를 외치며 난감하다는 듯 구원의 손길을 바라며 웃는다.


"저랑 선생님 방에 놀러 가시지요." 


남자를 데리고 가니 직원은 고맙다는 듯 어깨를 들썩인다.



방에 들어가자 테이블 밑에 고량주로 보이는 술 한 병이 이미 비워진 상태고, 남자는 한국식으로 방바닥에 앉아 이야기하자며 캐리어에서 중국술 한 병을 더 꺼낸다. 컵에 한 모금 정도 술을 따라 마시고 중국에서 25년을 살았다는 남자와 20분 정도 대화를 한다.


"내일 자전거를 타야 해서 이제는 가봐야 할 것 같다요."


남자는 건강하게 여행하라며 300위안을 꺼내어 준다.



숙소의 매점에서 여행 중 사용할 라이터를 4개 구매해서 패니어 마다 하나씩 넣어둔다. 그리고 어제 버리려고 빼놓았던 책과 핫팩 등 조금 더 담을 수 있는 것들을 골라 리어 패니어에 채워 넣으니 버리는 짐들은 소소한 몇 가지뿐이다.



조금 출출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중국쌀은 배가 금방 꺼지나 보다. 어제 보아두었던 숙소 앞 노점상에서 무엇을 파는지 궁금하다.



부침개 같은 것과 소시지를 파는 노점상이다.



노란색 계란 부침처럼 보이는 것을 가리키며 얼마냐고 묻자 뒤쪽의 꼬치 같은 것을 가리키며 뭐라 중국어로 빠르게 말한다. 도저히 느낌으로도 알 수 없는 난해함이다.



어쩔 수 없이 만만한 소시지를 하나 달라고 하여 먹는 동안 중국 청년이 노점상으로 와서 주문을 한다. 


"모르면 따라 하면 되지."



유심히 노점상 아주머니와 중국 청년의 행동을 관찰하니, 부침개처럼 생긴 것을 고르고 소시지와 뒤쪽의 부속 내용물을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된 소시지를 잘게 자르고 부속물들에 3가지 정도의 소스를 첨가하여 볶은 뒤 부침개에 말아서 준다. 


"오호, 부침개 케밥!" 



중국 청년이 가고 난 뒤, 그와 똑같이 손가락으로 주문을 한다. 부속물들과 소스를 넣을 것인지의 질문에 모두 OK! 


부침개 케밥을 받고 얼마인지를 묻자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됐다는 듯 웃으며 두 검지로 열 십자를 그린다. 


"10위안!"  



부침개를 하나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어제부터 나를 시험에 들게 만들던 숙소의 방문이다. 


"신고 들어가라는 걸까 아니면 벗고 들어가라는 걸까." 


오후에 남자의 방에 놀러갔을 때 남자는 거침없이 방안으로 신발을 신고 들어갔었다.


"뭐, 진짜 어색하지만 벗고 들어가자."



부침개 케밥은 딱 우리의 부침개처럼 밀가루와 기름냄새가 난다. 문제는 부속물에 함께 첨가했던 소스들인데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감자와 야채 그리고 소시지가 잘게 썰어 들어간 부침개 맛이다. 속에 넣었던 소스는 뒤끝을 약간 매콤하게 만들어 입맛에 딱 좋다. 


"어호, 이거 맛있네!"



부침개를 먹으며 구글과 네이버 그리고 티스토리를 비롯한 카카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VPN을 알아본다.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 그리고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서비스들을 접속 차단하고 있다. 또 우리 역시 중국으로부터의 해킹 등을 막기 위해 중국 아이피의 접속을 일부 서비스에서 차단하고 있다.


네이버의 메인 서비스는 접속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 하였지만 블로그, 카페, 티스토리는 아예 접속이 돼질 않는다. 단기 여행이라면 며칠쯤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어쩌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속 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블로그의 제목들만 볼 수 있는 네이버를 검색하여 차단된 접속 아이피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본다. 가장 편한 것은 VPN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한국 서버에 접속하여 한국 아이피를 부여받은 뒤 해당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무료 VPN 앱들이 있지만 대부분 일정 기간(1~7일)에 한해 사용할 수 있고 무료 서버들은 접속량이 많은 것인지 속도가 느리거나 접속이 돼질 않는다.



중국 여행 전 VPN 앱들을 여러 개 다운받아 왔지만 결국은 돈을 내고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라는 말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무선인터넷의 DNA 서버 주소를 바꾸어 1.1.1.1로 고정시키는 방법이 있다. 쉽게 TCP/IPv4의 설정을 기본 설정 DNS 서버(P): 1.1.1.1 / 보조 DNS 서버(A): 1.0.0.1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지만 접속이 안정적이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기에 알맞은 것 같다.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80일 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VPN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겠다 싶다. 


"중국, 여러 가지로 어려운 나라다." 


여러 업체 중 판다VPN(pandavpn.co.kr)을 선택하고 1일 무료체험 서비스를 신청한다.


위챗으로 아이디와 비번을 부여받고 어렵지 않게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VPN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팅들을 하고 테스트. 접속도 원활하고 막혀있던 구글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들로 오픈된다.


"됐어. 그냥 마음 편하게 이걸로 쓰자."


1개월 핸드폰과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14,000원, 무료체험이 끝나는 내일 정식 서비스를 결제해야겠다. 


온라인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소식을 전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으니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Tip1. 중국여행의 필수 어플 : 고덕지도 or 바이두지도, 맵스미, VPN, 구글번역기 되시겠다. 

Tip2. "님아! 그 비닐을 함부러 까지마오" 중국 식당에서 비닐 포장된 식기류는 요금이 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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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일 / 비 ・ 3도

황산-치먼현

저녁이 되면 여지없이 비가 내린다. 계림으로 가기 위한 여러 루트를 고민한다. 베이징까지 다시 올라가기 위한 시간들과 몽골의 국경까지 이동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비는 잠시 멈췄지만 오늘은 비와 눈까지 내리는 일기예보다. "가자.. 계림으로!"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3,437Km

이동시간

6시간 07분

누적시간

229시간


S103성도
S326성도
41Km / 2시간 27분
36Km / 2시간 40분
황산
이시안
치먼현
 
 
65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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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30분부터 30분 단위로 설정해 놓은 알람 4개의 알람 해지를 하지 못했다는 메시지가 떠있다. 수많은 인파의 행렬 속의 황산 트레킹은 오히려 몸을 더 묵직하게 만들어 놓았다.



9시에 잠에서 깨어 바로 출발을 준비하고 패니어와 짐들을 정리하니 10시가 되어간다. 숙소의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선다.



어제 아침을 먹었던 식당은 아직 영업 전이다. 슈퍼에서 콜라 하나만을 집어 들고 길을 출발한다.



흐린 날씨, 따듯한 중국 남부의 날씨를 기대했지만 어쩐 일인지 남쪽으로 향할수록 날씨가 나빠지는 느낌이다. 영상의 기온이지만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자전거를 싣고 가고 싶네."


다음 목적지인 계림(桂林市)까지 1,200km가 넘는 긴 여정이다. 다양한 경로를 놓고 고민을 하다 난창시(南昌市)를 지나가는 패스를 선택한다.



황산으로 오기 위해 산들을 넘고 올라왔으니 오늘은 내리막의 길이 아닐까 싶지만 언제나 예상은 빗나간다.



"출발부터 터널이야."



터널을 빠져나오고 작은 강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의 주변은 온통 짙푸른 차밭들이다.



도로변의 오래된 목조 건물이 자전거를 세운다.



"녹광."



오래된 나무 현판에 쓰인 이름으로 보아 차를 파는 곳 같기도 하고, 음식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과거의 빈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아주 오래된 시간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보성의 녹차밭처럼 잘 정비되고 평탄한 모양은 아니지만 산등성이로 넓게 펼쳐진 불규칙적인 차밭의 모습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얼룩이의 점박이처럼 예쁘게 자리 잡은 차밭을 지나치며 길을 내려간다.



흐린 날씨에 지붕에 기와를 올리고 있는 부부가 보인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손을 흔들어 웃으며 무어라 말을 한다.



황산시로 향하는 G205 도로를 벗어나 S326 성도로 가기 위해 작을 마을 지나친다.



황산을 출발하며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주 작은 마을에는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철물점의 낡은 소파에 앉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본다.


"뭔가 춥고 배고픈 하루가 될 것 같아. 불길해!"



S326 성도로 이어지는 작은 소도로에 들어선다. 14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소도의 상태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비포장의 흙길만 아니면 괜찮을 텐데.





도로에 대한 약간의 걱정과는 달리 길은 나쁘지 않게 이어지고.



작고 조용한 강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13시 반, S326 성도에 들어서고.



30km 정도가 남은 치먼현에서 오늘의 라이딩을 정리하기로 한다.



"날씨가 왜 이러는 걸까?"



"배고프다."



작은 면사무소처럼 생긴 건물의 벽보가 재미있다.



"그래 신시대인데 벽보는 왜 구시대의 스타일이야?"



"오늘도 너는 엉망이구나."



비에 젖고 약간의 허기짐으로 페달링의 속도가 느려져 가고, 중국 시골 동네의 한적한 풍경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다.




2시, 치먼현의 경계에 들어서고.



길게 이어지는 멋진 가로수길을 달린다.



중국 도로의 가로수들은 정말 마음에 드는 포인트들 중에 하나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산골의 집들과는 다른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아직도 사지 못한 휘발유에 물어보기 위해 도로변의 주유소로 들어간다.



"일단 급한 것부터."




"..."


악명 높은 중국 화장실에 대해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고 그렇다. 소심하게 작은 것만 해결하고 바로 나온다.



빈관들이 모여있는 도로변의 목적지를 향하여 느린 속도로 길을 따라간다.



한 시간여를 달려 치먼현의 중심에 도착한다.


"완전히 젖었어."



첫 번째 커다란 주점에 들어가 가격을 물어보니 너무 비싸다. 지방에 있는 숙박 시설들이 도시보다 더 비싼 것처럼 중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작은 빈관들을 찾아 나선다. 한국이라면 숙박비에 맞춰 알맞은 숙소에 들어가면 그만이지만, 중국에서는 외국인의 숙박에 대해 주숙등록이라는 신고를 해야 한다.


어려움은 숙박업소마다 주숙등록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이 있다는 것이다. 숙소에 들어가면 우선 '얼마예요?'가 아닌 '한국인인데, 잠을 잘 수 있나요?'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작은 빈관에 들어가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물으니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도시의 주점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빈관의 요금이지만 이 지역의 시세라고 생각하고 만다.


"자전거를 보관할 곳이 없어요?"


아주머니는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빙긋 웃고는 아저씨를 부르더니 빈관 옆에 있는 창고를 열어준다.



"일단 너부터 좀 씻자."



관절락으로 잠가두려고 하니 모래 같은 것들이 열쇠구멍으로 들어갔는지 키가 들어가지를 않는다.


"둥이가 선물 한 아이템인데. 문제네."


열쇠를 들고 고민을 하고 있으니 아저씨는 셔터를 내리는 동작을 하며 자물쇠를 잠그지 않아도 괜찮다며 웃는다.



아주머니가 내어준 따듯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으니 빈관으로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찾아온다.


"잉?"


여권을 들고 한국인인지를 묻고는 빈관의 컴퓨터에 앉아 뭔가 토론을 하는 모양새다. 주숙등록을 온라인으로 등록하는 모양인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는 아주머니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같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빈관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밥 먹을 수 있어요?"


식당의 젊은 여자는 나를 데리고 입구에 있는 커다란 냉장고로 가서 재료들을 가리키며 중국어로 설명을 한다.


"어? 고르라고?"



식당에는 메뉴판이 없고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선택한 후 음식을 주문하는 시스템인가 보다.



"눈으로 보니 편하기는 한데. 이것으로 어떤 요리가 되는지 알 수가 있나."



"뭐가 많기는 한데. 이 난감함은 뭐라지?"





"이게 더 끌리는데."




정확히 어떤 요리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버섯이라는 설명에 메뉴를 고르고.



테이블에 앉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테이블에 앉아있던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할머니는 한국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대답에 태우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건네준다.



한참 후에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커다란 냄비 가득 검은 버섯이 가득 들어가 있는 오묘한 색깔의 전골 요리다.



"닭고기 버섯전골이네."



말린 버섯의 식감이 좋고 국물은 부드럽다.




"버섯이 그냥 가득하네."



뻣뻣한 닭고기보다 쫄깃한 식감의 버섯이 너무나 맛이 좋다. 세 공기의 밥을 비우고.



식사가 끝나고 녹차로 입가심을 하고 빈관으로 돌아온다.



"안녕. 네가 처음 보는 한국인이야."



패니어들과 비에 젖은 옷들을 세탁하고 난방기 근처에 걸어놓는다.



겨울철의 추위를 걱정하며 결정한 중국 남부로의 여행은 생각지 못한 흐린 날씨의 연속이다.


"추울까봐 남쪽으로 내려왔더니 비가 내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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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9일 / 비 ・ 8도

난닝시 하우촌-황산

밤새 내리던 빗줄기는 아침이 되어서야 뿌연 이슬비로 바뀌었다. 하루를 더 하우촌에서 머무를까 고민을 하다 잦아드는 비와 1mg 미만의 비예보를 믿고 출발하였다. 헤어짐의 안녕을 고하는 하우촌의 사람들과의 작별을 하고 안개빗속을 달려 황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3,332Km

이동시간

7시간 27분

누적시간

215시간


S323성도
G205국도
33Km / 2시간 10분
63Km / 5시간 17분
하오촌
징더현
황산
 
 
54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사람의 그릇됨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그것은 더 갖고 싶고, 더 누리고 싶고, 더 행하고 싶은 욕망 또는 그것을 얻지못한 상실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 욕심의 1그램만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삶의 평안은 더없이 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질없는 욕심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집착의 유혹을 떨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그 욕망의 1그램을 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좀 더 공유하고, 더 나누며, 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을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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