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20일 / 맑음
우파
첼랴빈스크를 떠나 우파로 오는 여정은 비로 인해 꽤나 어려웠다. 숙소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하며 우파를 산책할 생각이다.
짙은 구름이지만 일기예보처럼 오늘 하루는 맑을 것 같다.
"러시아 얘들, 낙서 좋아하네."
어제 정비를 했던 튜브는 예상대로 바람이 빠져있다. 역시 본드는 돼지표 오공본드가 최고인 것 같다.
"오늘은 반드시 타이어를 바꾼다."
게스트하우스에 식용유가 없다. 첼랴빈스크의 호스텔보다 시설이 좋지만 주인이 관리하던 곳과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소시지 기름으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빵과 함께 아침을 해결한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날에는 이런 아침도 썩 괜찮은 것 같다.
"촌놈이, 어메리칸 스타일이라니."
세탁한 빨래들은 아침 햇볕에 잘 건조되고, 노란색 수건이 얼룩덜룩 검은 물이 들었다.
"월터, 힘들어? 얼굴이 왜 커졌냐?"
예브게니 아저씨는 낚시와 사냥을 갔다 왔다고 한다.
"군복을 참 좋아한다."
안드레는 연락이 전혀 안된다. 스마트폰도 이메일도 없는 친구라 연락할 방법이 없다. 며칠 후면 안드레의 마을에 도착하는데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오까지 그냥 시간을 보내다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일단 자전거 샵으로."
"이번엔 느낌이 좋은데."
매장에 들어가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를 찾자 직원 중 한 명이 영어를 한다.
"드디어 찾았다."
"앞 쪽도 바꿀까."
출고되자마자 전국일주를 시작을 15,000km를 달린 타이어를 교체한다.
"수고했다!"
능숙하게 타이어를 교체하고.
청소를 해준다.
작은 컵에 에스프레소 한 잔도 내어주고.
장력이 늘어난 변속기 속선을 재조정하여 변속기도 점검한다.
"귀찮아서 브레이크 패드도 교체 안 하고 있는데."
깨끗하게 정비를 해준 직원과 사진 한 장.
탱탱해진 타이어를 달고 시내 구경을 시작한다.
"날씨 좋다."
도로의 끝으로 보이던 정교회에 도착한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 사이로 우뚝 솟은 교회의 첨탑과 하늘색 교회가 너무 예쁘다.
교회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신부 한 분이 지나가며 살며시 모자를 벗겨준다.
"땡큐."
잠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교회 내부의 샵으로 들어가 양초 하나를 사 들었다. 50루블.
"어떤 신이든 상관없으니, 그녀의 삶이 건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바쉬키르야 공화국의 상징이자 영웅인 Salavat Yulaev의 기념비가 있다는 언덕으로 이동한다.
우파는 바쉬코르토스탄, 바쉬키리야 공화국의 수도이다.
벨라야 강변의 모스크를 구경하고.
도심 곳곳의 작은 공원들을 지나.
강변의 공원으로 들어간다.
가족들과 연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공원.
"연인의 다리라나."
"다 풀어놓고 싶다."
벨라야 강의 전경과 푸른 평야의 나무숲을 보며 따듯한 햇볕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도심 어디를 가든 공원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처럼 보이지만 이젠 이런 자연스러운 길들이 익숙하고 좋다.
러시아의 초원에서도 나무가 자라는 곳은 그대로 두고 평야를 일군다. 우리 같으면 나무를 밀어버리고 반듯하게 농지정리를 할 것 같은데, 숲과 나무가 귀한 초원지역이라 그런지 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구불구불하게 피해서 밀밭이 들어서 있었다.
전망이 좋은 언덕에 위치한 공원에는 젊은 연인들과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들 그리고 아이들을 거느린 가족들이 많다.
언덕의 끝에 세워진 Salavat Yulaev의 기념비는 벨라야 강과 평야의 넓은 나무숲을 바라보고 있다.
벨라야 강과 나무숲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혼부부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이리저리 자전거를 옮겨주고, 짧은 틈을 이용해 자전거 사진도 찍고.
"아, 풍경은 좋은데. 여기저기 염장 커플들 뿐이네. 밥 먹으러 가자."
숙소 방향으로 이동하며 시내를 둘러보고, KFC 앞에서 여러 식당을 검색하다 샤슬릭으로 결정했다. 언제나 결론이 똑같은데 고민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작은 모스크가 있는 카페는 이슬람 옷차림을 한 무슬림들이 많다. 여직원은 모두 스카프와 히잡을 쓰고 있다.
카운터 옆으로 마련되어 있은 바베큐 메뉴들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없던 결정 장애가 발생한다.
"가격도 저렴하네. 이거 하나, 저거 하나 아니면 저거 하나."
구글 후기에 사람들이 먹은 야채와 채소들이 올려진 메뉴를 보고 같은 것을 주문했다. 500루블, 만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맛이 궁금하다.
"기분도 꿀꿀하고, 먹자."
차와 함께 감자, 토마토, 가지, 호박, 양파들과 고기 그리고 얇은 밀전병 같은 빵이 올려져 있다.
작은 숯불 화로 위에 따끈하게.
특별한 감동은 없었지만 괜찮은 조합의 음식이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캔 맥주 한 캔을 사서 공원에 앉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일다의 집으로 가 그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것이다.
뭔가 감정적 피곤함이 계속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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