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1일 / 맑음 ・ 20도
네루-지르크
바람이 불지않는 따듯한 봄 날씨의 몽골이다. 60km 거리의 지르크로 향한다.


이동거리
70Km
누적거리
10,434Km
이동시간
4시간 57분
누적시간
741시간

AH4
AH4
50Km / 2시간 38분
20Km / 2시간 19분
네루
낙타마을
지르크
 
 
2,25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8시가 가까워지자 아침 햇살로 인해 텐트 안이 덥게 느껴진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기온보다 훨씬 덥게 느껴지는 몽골의 날씨다.

"햇볕이 굉장히 따갑네."

텐트를 정리하고, 세수와 함께 즐거운 굿모닝을 알려주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음식 준비를 하느라 바쁜 주방의 직원들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이 우유차를 마시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의 양고기 볶음밥을 먹으려 했지만 준비가 되질 않아 양고기국을 선택한다. 중국식 만두와 함께 먹는 모양인데, 밥을 달라고 주문한다.

따듯한 우유차와 국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오늘의 목적지를 정한다.

알탄틸, 몽골 사람들이 지르크라고 부르는 곳까지 60km 그리고 터그럭까지 130km의 거리다.

사람들은 구글맵에 표기된 지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마을들을 부른다. 부르간으로 표기된 이곳은 네루라고 부르고, 부르간을 물어보면 잘 모른다.

"지르크까지 이동을 하고 오트사항의 호텔로 가 볼까 아니면 날씨가 좋은데 터그럭까지 달려 볼까?"

"일단, 지르크까지!"

식당을 나와 마을의 작은 슈퍼에 들어간다.

좋은 날씨와 짧은 이동거리라 비상식은 채우지 않고 음료와 물 그리고 맥주 한 캔만을 사 든다.

바람이 없는 날씨, 정확하게 바람이 적게 불어오는 날씨라고 해야겠다.

라디오 앱을 실행하고 천천히 페달링을 즐긴다.

"정말 오랜만이네. 이렇게 편한 라이딩은!"

시끄럽고 거센 바람 소리가 안 들려오니 적막할 정도로 어색하다.

길은 산을 향해 이어지지만 아무런 부담이 없다.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니었어. 바람 탓이었어."

"중국의 3위안 콜라, 몽골의 1,000투그릭 오렌지 주스"

눈이 쌓인 산 위로 예쁜 구름이 피어오른다.

사막에 가까운 지역이라 말보다 낙타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풀이 없어 못 먹어서 그런가? 애들이 벌거숭이네."

눈이 덮인 산이 가까워지며 뭉게구름 위로 솜털 같은 커다란 구름이 이중으로 피어오른다.

"정말 할 말이 없다."

구름과 하늘을 바라보며 도로변에 주저앉아 시간을 보낸다.

시속 20km로 달리다 보니 지르크까지 15km 밖에 남질 않았다.

"그냥 터그럭까지 갈까?"



흙집들과 게르 몇 채가 들어선 곳을 지나며 낙타를 끌고 가는 십 대 후반의 아이들을 만난다.

도로변에서 보던 낙타들은 다가서면 멀리 도망을 가버려서 가까이 보지 못했는데, 바로 옆에서 보니 덩치가 꽤나 큰 동물이다.

"참 성질 못되게 생겼어."

아이들은 낙타를 끌고 산 쪽으로 걸어가고.

그 사이 구름의 모양은 기하학적으로 변해간다.

아이들이 낙타를 끌고 나왔던 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다.

"궁금하면 못 참지."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흙벽돌집 사이의 우리 같은 곳에 많은 낙타들이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돌아다니고 있다.

검게 탄 얼굴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여 낙타를 잡고 바쁘게 움직이고, 한편에서는 식사를 하려는지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다.

인사를 하며 다가가니 모자를 쓴 중년의 남자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한다.

낙타들을 구경시켜 주던 남자는 내 손을 이끌며 사람들이 모여앉은 곳으로 데려가 우유차와 작은 빵을 먹으라고 한다.

'나랑 같이 한국으로 가자', '이 여자를 데리고 가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 등의 농담들을 하며 사람들과 웃는 남자는 유머스럽고 친절하다.

힘든 노동에 거칠어 보이는 모습들이지만 마치 우리네 농촌의 어르신들이나 마을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음식을 나눠주는 여자가 우유차를 챙겨주는 사이 마가렛을 잔뜩 바르고 설탕을 뿌려놓은 식빵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먹는 거야?"

우유차와 함께 어렵게 하나를 다 먹는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중 남자는 다시 내 손을 끌어 밥을 먹던 곳으로 데려간다.

"마흐!"

"음메?"

양의 울음소리를 내니 사람들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웃고, 갓 삶은 양의 내장들을 칼로 잘라내어 먹는다.

사람들은 나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양의 부속물들을 잘라 나눠먹으며 밥그릇에 위, 내장, 간 등의 부위를 먹기 좋게 잘라준다.

간 부위는 지방이 있는 부위와 함께 먹으라며 먹는 방법도 알려주고, 신선한 고기를 바로 삶은 것이라 맛이 좋다.

"막걸리 한 잔과 총각김치와 함께하면 딱이겠어."

밥을 먹는 동안 머리 위로 독수리들이 저공비행을 하며 빙빙 돌아다니고.

나무가 없는 이곳은 흙으로 만든 벽돌 집들이 대부분이다.

식사가 끝나고 숫돌에 가위를 갈며 사람들이 모여앉아 쉬는 시간,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야기를 하고 어린 남자가 보드카 한 병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잔을 따라준다.

"몽골 소주!"

나에게도 한 잔을 건네주어 독하다는 표정을 하며 거절을 하니 재차 잔을 권한다. 작게 한 모금을 마시고 잔을 돌려주니 마저 다 마시라며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우, 써!"

잔을 비우고 손사래를 치니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몽골 소주 38, 한국 소주 17."

바닥에 술의 도수를 적으며 사람들은 웃고, 술잔을 받은 다른 남자는 새끼손가락을 술을 묻히고 하늘을 향해 뿌리더니 잔을 모두 비우고 달콤하다는 표정을 익살스럽게 지어 보인다.

"에이, 엄청 쓰잖아!"

일을 하며 막걸리를 마시는 것처럼 보드카 한 잔을 돌려 마시는 것인데, 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질 않고 술만 따로 마시는 것이다.

"술맛의 70프로는 안주빨인데."

점심을 끝내고 사람들은 따갑게 내리는 햇볕 아래에서 낙타의 털을 깎는 작업을 한다.

남자는 작업을 하는 우리로 나를 데려가더니 사진을 찍으라며 낙타를 타는 시늉을 한다.

"낙타를 타겠다고?"

올가미를 던져 잡은 낙타의 등에 올라타더니 이리저리 날뛰는 낙타와 함께 우리 안을 뛰어다닌다.

그 관경에 사람들이 웃는 사이 남자는 얼마 못 가고 낙타에서 떨어진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며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낙타의 가죽에서 털을 깎는 마을을 지나쳐 왔지만 살아있는 낙타의 털을 깎는 것은 처음 본다.

"산에서 봤던 벌거숭이 낙타는 못 먹은 게 아니고 털이 깎인 거였군."

낙타의 목에 올가미를 던져 잡은 후 다리에 올가미를 묶어 쓰러뜨린다.

그리고 두세 사람이 낙타를 밀어 눕히면 낙타는 얌전해지고 사람들은 털을 깎는 것이다.

털을 다 깎으면 발을 묶었던 올가미를 풀어주는데 사람들의 움직임이 가장 조심스럽다. 낙타가 일어서며 발을 휘둘러 찰 수 있으니 낙타의 행동을 살펴 가며 조심조심 올가미를 푼다.

우리의 울타리에는 유독 잘 생기고 덩치가 좋은 낙타가 고삐에 묶여있다.

"이놈들은 왜 고삐를 달고 있는 거지?"

낙타들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움직임들이 분주하다.

일손을 돕는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아이들은 깎아놓은 털들을 모아 마대자루에 담는 일을 한다.

더운 날씨에 난폭한 낙타와 씨름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 보이는 작업이다.

"한 포대에 얼마 정도예요?"

잠시 쉬고 있는 사람에게 낙타털의 가격을 물어보며 핸드폰을 주니 500을 적어 보여준다.

"500투그릭? 말도 안 돼!"

선교사님의 말에 따르면 몽골은 양과 말, 낙타의 털이나 가죽을 가공할 공장이 없어 원재료 상태로 모두 중국으로 보내고, 가공된 제품을 비싸게 가져온다고 한다.

"어쨌든 500투그릭은 너무 하잖아.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작업인데."

낙타를 쓰러뜨리고, 풀어주는 순간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 이리저리 날뛰는 낙타를 피해 사람들이 도망 다니기도 하고.

올가미를 던지는 사람들을 피해 낙타들이 도망 다니기도 한다.

코뚜레를 한 잘 생긴 낙타는 낙타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보인다.

우리의 한편에 몰려있는 곳으로 우두머리 낙타를 끌고 가면 우두머리를 따라 두세 마리의 다른 낙타가 따라오고, 우두머리 낙타를 울타리에 묶어놓은 후 따라온 낙타들에게 올가미를 던져 잡는 것이다.

"잘 생겼는데, 참 성질 나빠 보이는 재미있는 동물이야."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검게 탄 얼굴들이 더욱 검붉게 변해가며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으니 괜한 부끄러움이 생겨난다.

친절하게 대해준 모자를 쓴 남자와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마을을 떠난다.

"삶이 넉넉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사람들이다."

몽골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가고 싶어 하고, 몽골의 도시와 마을로 떠나 허기진 눈빛으로 술만을 마시는 사람들과 드넓은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리워하며 가족과 친구, 사람을 좋아하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있다.

몽골의 사람들이 주어진 자연 속에서 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다.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멋이 나고, 자연과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가까이에 있던 지르크의 초입에 도착한다.



큰 바위와 돌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다.

낮은 흙벽돌집 사이로 현대식 주택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생뚱맞게 보일 정도다.

"저기가 오트사항의 호텔인데."

"황량하다."

나무가 없는 지역,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지역인지 모든 집들이 흙벽돌을 사용해 낮게 지어져있다.

오트사항의 호텔로 보이는 건물로 길을 따라가고, 마을 중심의 조각상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땅바닥에 앉아 쉬어간다.

인도의 턱을 오르며 떨어진 캔맥주를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주워 건네주고.

구멍 난 캔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으니 점잖은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을 건다.

따듯한 햇볕 아래서 할아버지와 몽골 전통 복장을 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4,000명이 산다는 지르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며 여행 경로와 자전거에 대해 설명하는 할아버지와 맥주를 나눠 마신 후 헤어진다.

오트사항의 호텔은 빌라처럼 생긴 새 건물의 측면을 사용하고 있다.

빌라에 사는 아이들에게 붙잡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얘들아, 아저씨 힘들다. 좀 쉬자!"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몰려나와 끝도 없이 질문을 해댄다.

숙소로 들어가 오트사항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고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체크인을 한다.

오트사항의 호텔은 제법 모양을 갖춘 숙소지만 손님은 전혀 없다. 욕실을 갖춘 깨끗한 방의 숙박료는 40,000투그릭.

체크인을 하고 숙소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을 둘러보려고 나섰지만 여전히 호텔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를 가장 귀찮게 한 11살의 에르덴, 뒷머리를 길러 한 가닥으로 땋은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꼬마다.

무엇을 물어보든 오케이라고 대답하는 개구진 표정을 갖은 녀석 때문에 편히 앉아 쉴 수가 없다.

"어이!"

몽골에서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인데, 4살 정도의 아이가 날 향해 이렇게 부르면 조금 황당하다.

한국에서 이렇게 상대를 불렀다가는 싸움이 나거나 싸다구를 맞을 확률이 클 것이다.

숙소 2층에는 레스토랑과 주방이 있었지만 손님이 없이 한가하다.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양고기 만두 5개를 준다.

낙타 마을에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출출함은 많지 않아 적당한 양이다.

문 안쪽에서도 열쇠로 잠그는 이상한 방문이다.

잠시 소파에 누워 쉬다가 9시 정도에 슈퍼에 내려가 맥주 한 캔을 산다. 오트사항은 호텔과 슈퍼도 함께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여전히 밖에서 놀고 있는 에르덴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니, 다시 아이들이 몰려든다.

"아, 이놈들이 내 사색의 시간을 방해하네."

동네 사람들이 천천히 해가 지는 시간까지 배구 게임을 하며 즐기는 동안 11살 남짓의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지만 양옆으로 눈이 쌓인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의 저녁 풍경은 느리고 편안하며 소박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저녁이다. 그래서 좋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0일 / 맑음 ・ 18도
불간-네루
이틀간 계속되는 황무지의 라이딩, 아무것도 없는 230km의 구간의 끝을 향해간다. 


이동거리
51Km
누적거리
10,364Km
이동시간
4시간 32분
누적시간
736시간

AH4
AH4
44Km / 3시간 50분
9Km / 42분
불간
시계
네루
 
 
2,18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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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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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잦아들고 어젯밤의 짙은 구름은 저 멀리 높은 산을 하얗게 만들어 논다.

"50km만 가면 밥을 먹을 수 있어."

길게 뻗은 도로는 눈이 덮인 산을 향해 이어진다.

아침으로 카스테라 빵을 먹었지만 역시나 너무 달아 먹을 수가 없다. 반쯤 남은 빵을 초원에 뿌려버리고.

"다시는 사지 말아야지."

시간의 여유와 상관없이 페달링이 무겁다.

10km 정도의 속도를 이어가며 도로변의 거리 이정표를 확인하며 쉬어간다.

"태극기 깃발이나 만들어 볼까."

간쑤크의 게르에서 얻은 자전거 스탠드 막대기에 케이블 타이로 태극기를 고정한다.

"좋은데."

눈 덮인 산들이 가까워진다.

"다 온 것 같은데."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네루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나오고.

아주 작은 마을 네루가 눈에 들어온다.

"235km 만의 마을이군."

마을의 초입에 있는 오렌지색 건물을 지나쳐 마을로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식당을 찾으며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도로의 양옆으로 작은 슈퍼들이 이어지지만 식당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막다른 삼거리 도서관처럼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 사이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1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시작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물어본다.

"레스토랑 어디에 있어?"

잠시 멈칫거리던 아이들은 일제히 마을 초입의 방향을 가리킨다.

"앞장서. 어디야?"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이 안내하는 식당으로 가는 동안 동네의 모든 꼬마들이 자전거를 따라 달리며 서롱고스를 외친다.

"이런 장면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사진에서 보던 장면인데."

아이들이 알려준 식당은 마을 초입의 오렌지색 건물이다.

"식당이었어?"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도로변 휴게소처럼 보이는 깨끗한 식당이다.

"오, 이런 곳이!"

몇 가지의 음식 중 눈에 익은 메뉴를 가리켜 배식을 받고 순식간에 한 접시를 해치운다.

"부족해!"

다시 접시를 가져가 배식을 하는 직원에게 접시를 주니 의아해하며 쳐다본다.

"한 접시 더 줘!"

다시 받아온 접시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이틀 동안의 허기가 조금은 사그라진다.

"이렇게 현대적으로 조리하니까 냄새도 없고 맛있네."

선교사님에게 전화를 해서 식당 주변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게 통역을 부탁하고, 종업원에게 허락을 받는다.

아주 가끔씩 헙드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버스들이 정차를 하고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낸다.

"한국 사람?"

네루에서 60km 떨어진 알탄틸에서 호텔을 운영한다는 남자는 자신의 호텔에 오라며 안내를 한다.

"월컴 투 마이 호텔!"

남자의 페이스북 아이디로 친구 등록을 하고 내일 호텔로 가겠다 말한다.

"알탄틸이 큰 마을인가? 현대식 건물에 호텔이라."

남자가 알려준 호텔의 전경은 마치 건설현장의 청사진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텐트를 칠 자리를 둘러보며 식당 측면에 있는 화장실을 들어가니 돈의 단위 같은 숫자를 말한다.

"하하. 유료 화장실이야? 200투그릭?"

화장실 내부 테이블에 휴지 같은 것을 팔며 이용료를 받고 있다.

200투그릭을 주고 시원하게 볼 일을 해결하고.

식당과 마당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마치 터미널의 톰 행크스가 된 기분이다.

식당의 주차장으로 큰 화물차가 들어오고.

쌀포대들을 내린다. 여직원들이 힘들게 무거운 쌀포대를 옮기길래 그녀들의 일 손을 도와준다.

"한국 사람? 여기서 뭐해?"

트럭의 주변에 있던 젊은 여자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이제 몽골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은 그러려니 생각된다.

"한국에서 일했구나?"

"5년 있었어."

"여기 좋은데 뭐하려고 한국에 갔어? 저기 봐. 하늘이 정말 좋잖아."

"돈 벌려고 갔어. 한국이 좋아!"

"여기가 좋아!"

식당으로 쌀포대들을 옮겨주고, 한국말을 하는 여자에게 네임카드를 주니 트럭 운전사가 남편이라며 소개를 한다.

여자의 남편은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나가자고 하더니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스처를 한다. 아마도 트럭에서 더 내려야 할 물건이 있나 보다.

남자는 트럭에서 쌀포대를 더 꺼내고, 그의 트럭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 실려 있다.

"울란바토르!"

남자는 울란바토르에서 헙드까지 물건들을 배송해 주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쌀포대를 꺼내고 출발을 하려던 남자는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헙드로 가자며 웃는다.

식당에 남은 여자와 짧은 이야기를 하고, 여자는 시간이 되며 다시 오겠다며 식당의 사무실처럼 생긴 방으로 들어간다.

"뭐야. 식당 주인인가?"

간간이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들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식사를 한 후 떠나간다.

"영업 몇 시까지 해?"

식당의 여직원에게 식당의 영업시간을 물어보니 시계를 가리키며 바로 영업을 끝낸다고 한다.

"나 밥 먹어야 해!"

다시 똑같은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고.

화장실이 있는 마당 안쪽에 텐트를 펼친다.

"이제부터 이곳은 대한민국 영토!"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해가 지려면 두 시간 정도 더 남았다.

패니어의 고리에 텐트의 바닥면이 조금 찢어져있다.

힐링요 스티커는 새로운 용도로 괜찮은 것 같다.

"딱이네."

자료를 정리하며 텐트에서 편하게 쉰다.

여직원의 설명과 달리 손님들을 태운 버스는 저녁 늦게까지 식당으로 들어서고, 오초르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영상통화를 걸어와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보고 통화를 한다.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갔을 때 그의 아내가 통화를 연결해 주기 때문에 그나마 얼굴을 볼 수 있다.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화물트럭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배기음 소리가 시끄럽다.

세면기가 있은 화장실 가까이 자리를 잡은 것이 문제인가 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밤하늘에 별들이 빼곡하다. 몽골 여행 동안 패니어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카메라로 별들의 풍경을 찍어보며 연습을 하고 싶지만 귀찮다.

"몽골은 별보다 구름이야!"

잠시 별들을 구경하다 잠이 든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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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9일 / 맑음 ・ 12도
울란티그-불간
다시 온몸을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온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0,313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732시간

AH4
AH4
63Km / 6시간 35분
20Km / 1시간 57분
울란티크
시계
불간
 
 
2,131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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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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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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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부터 시작되었던 바람은 낡은 친조리그의 집을 날려버릴 듯 거세게 몰아친다.

합판과 양철 조각을 덧댄 집에서 철커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는 남자의 인기척, 그리고 한기가 스며드는 추위에 잠이 깬다.

새벽 2시, 밖으로 나가 침낭을 꺼내어 침낭 속으로 파고들어 잠이 든다.

남자의 휘파람 소리에 잠이 깨고, 피곤하게 일어나는 나를 보며 남자는 돈을 달라는 '머니머니'를 말하며 손으로 돈을 세는 시늉과 함께 가라는 제스처를 하며 휘파람을 분다.

"아, 칭기즈칸의 위대함을 자부하며 초원을 자유롭게 달리던 사람들이었을 텐데."

얼마의 금액을 달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무턱대고 돈을 달라는 남자가 한심하고 애처롭게 느껴진다.

몽골의 식당에서 잠을 자는 5,000투그릭을 줄 수도 있었지만 밥 한 끼의 값도 안되는 돈을 받고자 저러는 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남자의 표정을 보며 씁쓸하고 씁쓸하다. 큰돈을 줄 수도 없지만 약간의 사례를 한다 해도 기분이 개운할 것 같지 않다.

"돈 없어요!"

침낭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짐을 정리한다. 부부는 이내 문을 잠그고 양들이 있는 곳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냉수라도 한 그릇 주며 정이라도 베풀었으면 모를까."

어제와 똑같은 길 위에 거센 맞바람이 불어온다. 친조리그 부부의 불편함이 아니었다면 길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자. 30km라도 가 보자."

겨우 5km 남짓을 이동하는데 한 시간이 소요된다.

"끌고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흔들거리는 것을 보며 작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5~60km만 가 보자."

시간당 10km 정도의 이동이 계속되고.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오르막이지 내리막인지 알 수도 없는 길을 꾸역꾸역 이어가고.

어제 사두지 못했던 물조차 바닥을 드러내며 떨어져 간다.

"큰일이네. 물이 없는데!"

300ml, 하루 정도의 식수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야영을 하며 음식을 끓일 수 있을 만큼의 양은 안된다.

"어떻게 게르도 한 채가 안 보이냐!"

지나가는 차량을 잡아 물을 얻어야겠다 생각할 때쯤 고개를 땅에 박고 페달을 밟고 있는 내게 누군가 인사를 한다.

길 건너편에 승합차 한 대가 서있고, 한 남자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서롱고스?"

자전거를 세우고 인사를 나눈다. 헙드로 가는 것을 알려주고 물이 있는지 바닥이 드러난 물통을 들어 보여준다.

차량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더니 큰 막걸리통을 꺼내어 물병 가득 담아준다. 그리고 작은 생수병을 가져오라며 제스처를 하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던 큰 물병에 물을 담아준다.

양털들을 수거해 판매를 하는지 승합차에는 양탈을 담은 포대들이 가득 차있다.

"바에르사, 감사합니다."

물을 가득 채워주고 남자는 인사를 하며 떠난다.

"이게 몽골 사람들의 인심이지."

"물 부자가 됐다!"

길은 여전히 반듯하고 하늘에는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그리고 지독한 맞바람은 계속된다.

"물도 생겼는데 양치나 해 볼까."

양치를 하며 기분을 바꿔봐도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고.

"야 이놈들아, 강풍기 꺼라!"

하루 종일 달리는데 구름 하나를 벗어나질 못한다.

50km를 이동하고 차량 한 대가 앞에서 정차를 한다. 양문을 열고 동시에 내린 두 명의 남자는 각자의 방향으로 소변을 본다.

"맞바람인데 그렇게 누면 신발에..."

소변을 보고 있는 남자들을 민망한 기분으로 손인사를 하며 지나치자 남자들이 나를 부르며 붙잡는다.

신발에 오줌을 잔뜩 묻힌 남자는 어디로 가는지 묻더니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자며 제안을 한다.

감사의 인사를 하며 정중히 거절을 하고 헤어지려 해도 자전거를 붙잡고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남자다.

"네루까지 70km야. 그리고 곧 비가 올 거야."

구름과 바람으로 보아 비나 눈이 온다고 이상할 것은 없지만 이유 없이 자전거를 싣고 갈 생각은 없다.

"그냥 갈게."

궂은 날씨에 마을조차 없는 곳을 달리는 여행자에 대한 우려 섞인 배려심인지, 아니면 다른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몇 번의 거절을 했음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 남자의 행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차라리 먹을 것이나 챙겨줘."

어렵게 남자들을 떼어내고 길을 이어간다.

저녁이 되며 바람은 조금씩 잦아들었지만 이번에는 끝없는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여러 가지다. 딱 80km만 채운다."

짙은 비구름이 하늘을 덮고 눈과 비를 쏟아낼듯하지만 크게 걱정은 없다.

"난 이미 80km를 찍었거든."


주변에 게르는 보이질 않고, 가축들의 이동통로에 텐트를 칠 생각이다.

경사가 높아 도로 위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고, 다리처럼 넓은 공간을 찾던 중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한다.

"빙고!"

동물의 사체도 없고, 이동 흔적도 적고, 근처에 게르나 가축들도 보이질 않고, 오토바이 자국은 흐릿하게 한 줄이 그려져 있다.

강수량이 적은 몽골에서 많은 비가 올 일도 없지만 비가 온다 해도 문제없다.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울리아스타이에서 사놓은 비상식들을 꺼내었다. 비비고 육개장, 햇반 컵반 순두부찌개.

물을 끓이고.

컵반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끝나는 줄 알았더니 라면처럼 끓이라고 한다.

우선 뜨거운 물을 덜어내어 커피를 타 놓고.

햇반을 넣고 끓인다.

순두부찌개를 먹는 동안 육개장을 끓이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순두부찌개에 라면을 넣고.

보글보글.

밥이 적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오랜만에 먹는 매운 국물에 만족.

"그나저나 해 안 지냐?"

9시가 훌쩍 넘었는데 너무나 환하다.

"넌 유니크 레어탬이다. 아껴둔다."

9시 50분, 서쪽 하늘에 붉은 석양이 떨어지고 하늘에는 멋진 구름이 떠있다.


그리고 여전히 밝다.

바람, 바람, 바람. 참 징그러운 몽골의 바람이다.

물을 채워준 남자 덕에 비상식을 맛있게 먹었으니 그것으로 좋은 하루다.

녹음된 라디오를 반복해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50km 정도만 가면 마을이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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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8일 / 맑음 ・ 16도
알타이-울란티그
헙드로 향하는 길, 알타이를 떠나 헙드로 가는 첫 번째 여정 230km의 길을 출발한다.


이동거리
102Km
누적거리
10,230Km
이동시간
6시간 59분
누적시간
723시간

AH4
AH4
83Km / 5시간 05분
19Km / 1시간 54분
알타이
게르식당
울란티그
 
 
2,04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가벼운 감기 기운처럼 몸이 나른하다.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의 생활, 눈이 내리는 추위와 바람, 초봄의 따듯한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몽골 여행의 피로가 만만치 않다.

패니어를 모두 장착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주문을 했지만 음식은 30분이 넘도록 나오질 않는다.

"정말 느긋한 건지, 게으른 건지."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만을 먹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두 접시씩 먹고 싶은데."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 바이울기까지 800km의 거리, 경로의 중간에 위치한 헙드까지 450km의 거리다.

알타이에서 헙드로 이어지는 길의 처음 230km의 길, 지도상에 마을이 보이질 않는다.

"설마 작은 이름 없는 마을 정도는 있겠지."

알타이를 빠져나오기 전 작은 슈퍼에서 오렌지 음료수만을 추가로 사들고 출발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사두었던 비상식이 충분하여 마땅히 더 필요한 것이 없다.

"423km, 5일 정도에 갈 수 있을까?"

공항의 용도는 알 수 없지만 경비행기 정도 이착륙할 수 있을법한 비행장을 지나고, 길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어떻게 이렇게 끊임없이 바람이 불 수 있지?"

북쪽으로 가든, 서쭉으로 가든 , 남쪽으로 가든 상관없이 맞바람이 불어오는 몽골이다.

느릿느릿 산의 정상을 알리는 어붜에 기대어 바람을 피한다.

"오늘도 멀리 가기는 틀렸어!"

바람이 불어오는 산길을 내려가며 천천히 바람이 잦아든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잠시 바람을 막고 있었나 보다.


산을 내려오고 평탄한 평지가 끝없이 이어지고 바람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왜 이래, 낯설게."


이곳의 풍경은 마치 황무지처럼 사막화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몽골 중북부 지역의 푸른 초원과 달리 황량하기 그지없다.

바람이 사라지며 기온이 올라가고 페달링의 속도도 경쾌해진다. 몽골에 들어서 가장 좋은 날씨가 아닌가 싶다.

바트의 집에서 이틀을 보내며 기다렸던 남동풍 이후 처음으로 맞바람을 맞지 않고 라이딩을 하고 있다.

차량의 통행마저 없는 한적한 도로를 내달린다.

시속 20km의 속도가 유지되고.

"그런데 이 길의 끝이 어디야?"

밑도 끝도 없는 황량한 풍경의 직선도로.

다리가 무너진 곳을 지나기 위해 작은 개울을 건너고.

80km만에 처음으로 몇 채의 집이 보인다.

"배가 고픈데, 물도 떨어져 가고."

오는 동안 물과 음료수 그리고 작은 빵들을 먹으며 출출함을 채웠지만 밥을 먹어야 한다.

도로변에 들어선 몇몇의 게르에 슈퍼나 음식점의 현수막이 걸려있고, 나를 지나치며 인사를 했던 러시아제 승합차가 게르 앞에 장차되어 있다.

"게르에서 음식을 파나?"

들어선 게르에는 승합차에서 내린 6~7명의 사람들이 우유차를 마시고 있다.

"밥 먹는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고 있으니, 나에게 인사를 했던 남자가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한다.

몽골트레킹 관광 회사를 하는 우가초고다. 영어를 하는 그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쉬고, 그가 초이완을 주문해 주어 메뉴판도 없는 식당에서 주문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사라진다.

우가초고는 손님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떠나고.

게르 식당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고.

음식을 만드는 사이 간의 침대에 누워있으니 나른함이 밀려든다.

"아줌마, 잠자는데 얼마야?"

아주머니는 숫자를 말하며 다섯 손가락을 쥐었다 펴 보인다.

"5,000투그릭이구나."

역시나 30분이 더 지나 음식이 나오고 배까지 부르니 쉬고 싶은 마음이 더해진다.

알타이를 벗어나며 네트워크는 끊긴지 오래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은 일몰 시간까지 너무나 3시간이나 남아있다.

6,000투그릭 밥값을 내며 다시 한번 숙박비를 물으며 계산기를 건네주니 10,000을 적어 보여준다.

"10,000투그릭? 에이, 너무 많이 받는다. 전기도 없는데."

요금을 깎아볼 수도 있지만 귀찮아진다.

"날씨가 좋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가자."

밥을 먹으며 물을 많이 마신 탓에 야영을 하며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 물병을 가리키며 슈퍼가 있는지 물으니 길 건너편의 게르를 가리키는 아주머니.

길 건너편 게르로 들어가니 젊은 여성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고, 작은 테이블에 콜라 페트병들이 놓여있다.

생수병이 보이질 않고, 가슴을 드러내고 젖을 물리고 있는 젊은 여자를 바라보며 뭔가를 설명하기엔 어색하여 그냥 밖으로 나온다.

"가다 보면 오늘 밤 잠자리를 부탁할 게르 한 채 정도는 있겠지."

일몰까지의 시간이 있어 천천히 100km만 채우자는 생각으로 길을 따라간다.

구름이 덮이며 오후 들어 좋았던 날씨가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일단, 100km는 채웠고."

텐트를 칠만한 장소와 도로변의 게르를 찾으며 천천히 길을 따라가고.

도로변의 가까이 게르와 벽돌집의 모습이 보인다. 퇴근 시간이 된 양들이 돌아가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허름한 벽돌집 한 채, 집으로 다가서자 얼굴을 모두 가리고 눈 부위만 구멍을 낸 두건을 쓴 여자가 나온다.

게르 옆에 텐트를 친 사진을 보여주며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만을 끄덕이는 복면의 여자.

"컨셉이 참.."

여자는 양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리키고, 그곳에서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이가 무언가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똥을 푸는가?"

가까이 가서 보니 우물에서 물을 길어 양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와. 이런 곳에 우물이."

양 떼들이 물을 주는 시간을 알고 우물가로 모여든 것이다.


그리고 주위를 배회하던 말들이 난입하여 양들을 쫓아내고 물을 독차지한다.

겁쟁이 양들은 말을 피해 도망가고, 여자는 말을 쫓아내기 위해 초원을 누비며 달리기를 한다.

말들의 우두머리 수컷을 따라 말들이 기회를 엿보며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고.

말들을 피해 도망갔던 양들을 모으기 위해 여자는 나를 향해 말들을 쫓아내라 제스처를 한다.

졸지에 말들을 내쫓는 역할을 담당하고 멀리멀리 말들을 따라간다.

다시 양들이 우물가로 모이고.

멀리 달아났던 말들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온다.

"가! 인마. 근데, 너 부인이 몇 마리야?"

말의 무리는 수컷을 중심으로 10여 마리 내외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수컷의 엉덩이에만 인장이 새겨져 있다.

아마도 수컷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니 수컷만 관리하면 되는 듯싶다.

양들이 물을 다 마시고 난 후 우물은 말들의 차지가 된다.

여자는 양동이를 가져와 양들의 무리에서 어미들을 잡아 고음의 노래를 부르며 젖을 짠다.

그 노랫소리가 너무나 좋다.

두 부부의 벽돌집은 낡고 허름하다. 침대 두 개와 낡은 서랍장, 화로와 작은 텔레비전이 살림살이의 전부이고 태양열을 이용하는 배터리가 전기 공급 장치의 전부이다.

텔레비전과 전등을 밝히는 배터리, 전압이 불안정하여 전등의 밝기도 약하지만 그마저도 깜박깜박 거린다.

네트워크가 끊겨 부부와의 대화나 의사소통은 어렵다. 간단히 마을의 이름과 남자의 이름만을 물어보고 만다.

남자는 안에서 잠을 자라며 돈을 달라는 제스처를 하고, 무슨 뜻인지 몰라 웃으며 돈이 없다고 말한다.

왠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부이다.

작은 침대를 내어줬지만 이불 같은 것은 없다. 남자는 내게 와서 내 이불을 가져다 덮으라 제스처를 했지만 패니어에서 침낭 꺼내는 것이 귀찮고 피곤함 때문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만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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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7일 / 맑음 ・ 14도
알타이
알타이에서 하루를 휴식하기로 했다. 울리아스타이로 넘어오던 산길의 피곤함이 여전하다.

이동거리
00Km
누적거리
10,128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16시간

시내구경
고기고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알타이
알타이
알타이
 
 
1,94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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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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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천천히 밝아오는 여명을 바라보고.

기절하듯 잠깐 잠이 들고 깨어났다. 800km 정도가 남은 몽골 여행을 정리하고.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알타이 구경을 나섰지만 일요일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자전거는 잘 있군."

점심으로 파인애플 치킨.

저녁으로 양갈비.

그리고 잔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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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6일 / 맑음 ・ 12도
차간아르칸-알타이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의 산길, 간쑤크의 도움을 받아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도저히 자전거로 갈 수 없는 험한 산길이다.


이동거리
157Km
누적거리
10,128Km
이동시간
5시간 15분
누적시간
716시간

산넘고물건너
비포장길
112Km / 4시간 02분
45Km / 1시간 13분
차간느
타이시르
알타이
 
 
1,94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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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간쑤크의 가족들,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아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쑤크와 바야르는 소의 젖을 짜느라 바쁘다. 어미의 젖을 물고 있는 송아지를 떼어내고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양동이에 젖을 짜는 바야르.

초원의 소들은 건강한 것인지 쇠똥의 크기가 두꺼운 밀가루 반죽 같다.

양치를 하기 위해 자전거에 놓아둔 생수를 꺼내니 물이 얼어있다.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바람이 차고 밤의 기온이 낮다.

게르 옆에 놓인 채찍을 보고 자전거 스탠드로 사용할 막대기가 생각난다.

"쓸만한 나무가 없네."

바야르가 우유차를 내어주고.

조금 전 짜낸 소의 젖을 채에 거른 후 화로 위에 올려놓는다.

간쑤크에게 자전거를 세울 긴 막대기가 필요하다 말하니 장대처럼 긴 채찍을 주고, 톱으로 필요한 만큼 잘라 쓰라고 한다.

Y자 모양이면 더 좋겠지만 자전거를 세우는데 문제는 없다.

"됐다. 자전거 스탠드 겸 못된 개들의 응징용 작대기."

포터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게르에 놀러 왔던 남자의 SUV에 자전거를 실으라며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자전거를 가져오며 몇 차례 타보려고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자전거를 주체하지 못한다.

"말 타는 것보다 어렵지?"

패니어를 떼어내고 간쑤크에게 타보라고 하니 아이처럼 이리저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패니어들을 차량에 싣고.

앞 바퀴를 탈착한 자전거를 승용차에 넣는다.

"알타이까지 가는 것만 남았네."

바야르는 양고기의 살코기와 비계를 썰어 끓이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밀가루 반죽으로 면을 만든다.

양고기 국물에 면을 넣고.

몽골에서 초이완과 함께 주식으로 먹는 양고기 국수.

케찹을 뿌려서 먹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먹는 것이 더 단백하고 좋다.

바야르가 자꾸 더 먹으라며 권해서 세 그릇을 비운다.

소의 뿔로 만든 젖병이다. 모유를 먹이는 몽골에서 아이에게 쓸 일은 없고, 어린 가축에게 젖을 먹일 때 사용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뿔의 안쪽을 긁어내고 끝부분에 젖꼭지를 달아 만든 것이 기발하다.

식사가 끝나자 간쑤크는 알타이로 가자며 서두른다. 150km의 흙길이니 자동차로 간다 해도 꽤 거리가 멀다.

나를 데려다주고 차간느까지 돌아오면 3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짐들을 챙기고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바야르와 사진을 찍고, 게르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한다.

간쑤크와 둘이 알타이로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뒷자리에 타고 남자가 운전을 한다.

"간쑤크, 네가 앞에 앉아. 네가 크잖아."

덩치가 좋은 간쑤크에게 조수석을 양보했지만, 자전거 핸들이 뒷자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좁은 자리에 큰 덩치를 구겨 넣는다.

간쑤크의 게르를 떠난 승용차는 생각했던 대로 모래 바닥의 흙길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알타이로 향한다.

언덕들과 강물을 위아래 좌우로 요동을 치며 지나가고.

자갈과 돌들을 피해 달리지만 시속 30km의 속도가 나질 않는다.

"산악자전거라면 모를까 패니어를 단 자전거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네."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나름 괜찮은 길을 골라 승용차를 몰고, 가끔씩 차량을 세우고 망원경을 꺼내어 말들이 있는 곳을 관찰하며 간쑤크와 남자는 무언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쉬기도 한다.

수킬로미터씩 떨어져 지내는 사람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 편하고 즐거워 보인다.

간쑤크와 남자는 교대로 운전을 하며 흙길을 따라간다.

쉴 새 없이 핸들을 조작하고 브레이크와 악셀을 밟아야 하니 운전이 피곤하기도 할 것 같다.

"근데, 몽골에는 운전면허 같은 것이 있나?"

신호등도 교차로도 없는, 심지어 길도 없는 몽골에서 운전면허를 어떻게 따는지 궁금해진다.

산들을 하나씩 넘어가며 멀리 보이는 다음 산까지 구불구불 휘어진 흙길을 느릿느릿 달려간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에 볼 수 있는 구름떼들만이 둥실거리며 하늘을 떠다니고.

햇볕을 받아 더워지는 차 안의 온도와 달리 제법 거센 찬바람이 불고 있는 날씨다.

한참을 달리던 승용차는 다시 사람들을 만나 정차를 하고, 간쑤크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들을 나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한국인에 대해 설명을 했는지 한 남자가 다가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농담의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말의 뒤쪽을 두드리며 말을 타고 가자며 웃는다.

도로조차 없어 사람의 통행이 빈번하지 않으니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아마도 이런 모습이 유목민족 몽골인의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사람은 물론이고 낯선 사람에게조차 안부를 묻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사람들.

언제나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들을 넘고 넓은 평원이 이어지는 동안 하늘의 구름은 솜뭉치를 펼쳐놓은 것처럼 빼곡하게 하늘을 채우고 있다.

가끔씩 몽골의 비현실적인 구름의 풍경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이다.

"정말 어떻게 해야 널 담아 갈 수 있을까?"

11시에 차간느를 출발하여 두 시간 동안 50km를 이동한다. 몇 채의 게르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흙길.

"정말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이정표 중에 하나일 거다."

뒷자리에서 누워 잠을 자던 남자와 간쑤크는 다시 운전을 교대하고.

간쑤크에 비해 와일드한 운전을 하던 남자가 돌멩이가 차체를 튕기는 소리와 함께 승용차를 세운다.

뭔가 분주한 느낌이 들어 차에서 내려 들여다보니 앞바퀴가 펑크가 났다.

"어, 너네 스페어타이어는 있는 거야?"

차량의 화물칸 밑부분에서 스페어타이어를 꺼내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을 도와준다.

타이어를 장착하던 간쑤크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날아간다. 모자를 쫓아 50미터 정도를 죽어라 뜀박질을 하고 간쑤크에게 모자를 돌려준다.

산의 능산을 타고 달리던 차량은 2시 30분이 되어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하라콜룸, 체체를렉, 울리아스타이로 이어지던 푸르고 아름답던 몽골 중부의 마을과 달리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다시 남부의 사막지대로 왔구나."

간쑤크를 따라 작은 슈퍼로 들어가 빵과 음료수를 사들고 계산을 한다.

"내가 살게!"

간쑤크가 집어 든 작은 카스테라 빵. 빵을 먹으며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맛을 물어보는 간쑤크에게 엄지를 들어 '샌'이라고 말하지만 몽골의 빵은 정말 너무 달다.

"모! 모! 난 중국 빵이 더 좋아!"

남자가 고른 것은 보리식빵과 생선 통조림이다. 처이르에서 오초르가 챙겨주던 점심식사 메뉴다. 그냥 빵에 얹어서 함께 먹으면 비리지 않고 단맛이 난다.

아직도 알타이까지 50km나 남았다. 작은 마을 타이시르를 지나면서 사라졌던 비포장도로가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간쑤크와 남자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대신 옆으로 나있는 초원의 흙길을 따라 승용차를 운전한다.

몽골의 비포장도로는 정말 최악의 길이다.

알타이에 가까워지며 아스팔트 포장을 위해 준비를 하는지 비포장도로가 매끈하게 이어진다.

돌들이 잘게 분쇄되고 평탄하게 작업된 비포장도로가 몽골 남부의 포장도로를 만나며 300km 넘게 이어지던 흙길과 비포장도로가 드디어 끝이 난다.

"아! 얼마 만에 아스팔트 길이냐!"

몽골의 도로는 울란바토르에서 국경이 있는 울기까지 남부와 북부의 포장도로(하이웨이)가 동서로 이어져있다. 울란바토르, 바양홍고르, 알타이, 헙드로 이어지는 남부 도로와 볼강, 므릉, 울란곰, 헙드로 이어지는 북부 도로이다.

북부 도로를 타고 울기로 향하던 길을 김병남 선교사님을 만나며 중부의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을 따라 이동했고 중부의 포장도로는 끝이 났다.

북쪽의 울란곰과 남쪽의 알타이 중 몽골인의 '아스팔트'라는 잘못된 설명으로 울리아스타이와 알타이까지 이어지는 산길과 흙길을 넘어온 것이다.

"아스팔트!"

비단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려 알타이에 도착한다. 차간느를 출발하여 5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알타이도 제법 큰 마을이지만 중부의 마을들보다는 처이르나 사인샨드의 모습에 가깝게 느껴진다.

눈이 쌓인 높은 산을 배경으로 사막과 같은 푸석한 초원의 모습이다.

알타이 중심으로 들어와 칸뱅크에 들러 간쑤크에게 20만 투그릭을 찾아준다.

일주일 정도의 생활비지만 하루 종일 달려온 끔찍한 초원의 길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생각한다. 자전거로 이동했다면 최소 일주일 정도 소요되고, 무엇보다 몸과 자전거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은행 앞에서 자전거와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데 자전거의 프론트 렉을 고정하는 볼트들이 모두 느슨하게 풀어져있다.

3일 동안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달리며 요동치는 흔들거림과 충격으로 조금씩 풀어져 버린 것이다.

육각렌치를 꺼내어 볼트들을 다시 조이고, 패니어를 장착한다.

"간쑤크, 밥 먹고 가! 나랑 밥 먹고 집에 가!"

알타이에 와서 지인들에게 통화를 하는지 바쁜 두 사람에게 밥을 먹고 가라며 주변의 식당을 검색하여 이동한다.

첫 번째 레스토랑은 폐업을 했는지, 영업을 끝냈는지 문이 닫혀있다. 그사이 간쑤크의 지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만나고, 그가 알려주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자 주인과 주변 사람들과 달리 간쑤크의 지인인 남자는 뭔가 불만에 찬 표정으로 나를 대한다.

간쑤크와 밥을 먹으며 마지막으로 고마운 마음들을 전달하며 이야기하고 싶은데, 자꾸 끼어들며 철자도 똑바로 쓰지 못하면서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핸드폰을 주면 엉뚱한 단어를 써놓거나 쓰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앱들을 눌러대는 남자.

"도시가 그렇게 힘들면 욕심내지 말고 다시 초원으로 돌아가. 촤식아!"

불만 가득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남자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가라', '집에 가라' 등의 단어를 적어놓고 헙드로 바로 가라며 보기 싫은 표정으로 말과 제스처를 해댄다.

"술 먹었나? 네가 뭔데 가라 마라야!"

간쑤크와 함께 운전을 하고 온 남자와의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의 남자다.

간쑤크의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오면서도 늘 웃고,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소통을 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좋질 않고 빨리 서두르는 모양이다.

간쑤크와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간쑤크 일행이 떠나고, 상냥한 식당 아주머니 그리고 옆 가게의 아주머니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찝찝했던 기분이 전환된다.

식당의 아주머니와 옆 가게의 아주머니에게 하룻밤 신세를 져볼까 생각하다 포기하고 숙소를 검색한다.

제법 깨끗한 호텔이 25,000원 정도의 숙박료를 받는 것 같다.

"편하게 이틀만 쉬고 울기까지 가자."

찾아간 호텔은 깨끗한 건물에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숙박비를 내고 자전거는 1층에 있는 큰 연회장 같은 곳에 넣어준다.

샤워를 하고 호텔 뒤편에 있는 라마교 사원처럼 생긴 공원에 올라간다.

알타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던 중부의 마을들과 달리 별 감흥이 없다.

"그냥 황량하네."

슈퍼에 들러 먹을 것들을 사 오고.

과일이 정말 귀하지만 부실하다.

"딱 봐도 중국 과일이네."

숙소로 돌아와 레스토랑이 몇 시까지 하는지 알아보니 1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한다.

"좋아!"

그럼, 일단 너부터.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을 하고 있는 위너님과 카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연변과 길림을 거쳐 북경으로 향하고 있는 위너님은 내몽골과 몽골의 경로가 나와 비슷하다.

그에게 몽골 여행에 대한 정보들을 주고, 청춘의 도전과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그보다 일찍 여행을 시작하고, 더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부럽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하고 싶은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 등등을 가늠하며 답이 없는 고민 속에 허우적거리다 그것을 핑계 삼아 모든 것들을 미뤄두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남들처럼.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누구나 그때의 시간들이 그러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때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현재의 지금이 또 다른 그때라는 것을.

지금은 나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바라고 행하길 바란다.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할 것을 잘 구분하는 사람이길 원하지 않는다. 너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존재나 시스템은 그 어디에도 없다. 너 자신조차도.

할 수 없다 생각한 것에 대해 스스로 왜 그것을 할 수 없다 생각하는지 의문하고, 할 수 있다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진심을 다하여 간절히 바라며 행하였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삼촌이 정현에게

10시가 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한국 음식의 메뉴가 있지만 당연히 패쓰.

"네가 제일 잘 만드는 메뉴?"

이것저것 모르는 메뉴들을 고민하는 것보다 가장 잘 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빠르다.

생글하게 웃는 여직원은 파인애플 치킨과 고기 메뉴 같은 것을 가리킨다.

"몽골 호텔 레스토랑에는 정해진 매뉴얼이라도 있는 거야?"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입맛을 돋우던 치킨을 주문한다. 자민우드, 울리아스타이 그리고 알타이. 이곳의 음식 솜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12,900투그릭.

"내일까지 고기만 먹을 거야."

데이터 만수르가 되어 오랜만에 다스뵈이다를 몰아 보며 시시덕거리다 보니 몽골 마을의 야경을 다 구경하게 된다.

"울란바토르 말고 야경은 처음이네."

멀고 험난한 길을 빙빙 돌아왔지만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 마지막으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아름다웠던 몽골 중부의 마을들을 지날 수 있어서 만족한다.

"힘들었지만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쓰발..트 너 그러면 안 돼!"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5일 / 맑음 ・ 6도
울리아스타이-차간느아르칸
이틀 동안 편하게 쉬었던 울리아스타이에서 출발하여 알타이로 향한다. 200km의 흙길과 산길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9,9711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711시간

산길
모래길
23Km / 3시간 58분
23Km / 3시간 13분
울리아
시계
차간느
 
 
1,78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좋은 아침이다. 알타이로 가기 위해 200km 정도의 흙길을 따라 해발 2,00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산들을 넘어가야만 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쉬며 많은 고기들을 섭취했기 때문에 컨디션이 조금은 괜찮지만 비포장도로의 산길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뭐. 가다가 할 수 없으면 알타이까지 가는 트럭이라도 빌려 타 보자."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입가심으로 해결하고 패니어들을 하나둘씩 1층으로 옮겨놓는다.

어제 비가 내리고 날씨가 다시 차가워지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자전거에 패니어를 장착하고 있으니 주방의 여직원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나를 계속 지켜봐 준다.

"며칠 봤다고 아쉬운 모양이네."

짐들을 모두 장착하고 2층의 프런트로 올라가 직원들과 사진을 찍는다.

"서롱고스 간다. 잘 있어라!"

아침을 먹기 위해 피쉬아이 카페에 들어가 파인애플 치킨을 주문한다. 양과 쇠고기만을 먹다 보니 오랜만에 먹어 본 닭고기의 기름맛이 입맛을 당긴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니 있을 때 먹고 가자."

주문을 하고 자전거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식당 입구에 도착한 자전거 여행자를 발견한다. 그를 보고 카페의 입구로 나가니 그도 내 자전거를 보고 카페로 들어오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포옹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쓸데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철없는 사람들의 동질감 같은 것.

"헤이, 어디서 오는 거야?"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시아노 안드레스는 스페인에 살고 있고, 몽골을 돌아 중국의 서북부 신장지역, 키르기스스탄, 타자키스탄, 터키를 거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거리에서 처음 만난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반가움에 흥분되어 정신이 없다. 몽골의 여행 경로를 살펴보니 나와 비슷한 루트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왔던 것이다. 여행 루트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필요할 때는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네트워크 탓에 보여주지 못하고 네임카드를 건네며 여행의 경로를 설명한다.

"나는 오늘 여기를 떠날 거야."

이제 막 울리아스타이로 들어온 루시아노는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어보고 가격을 물어본다.

"여기 호텔들은 비싸! 60,000투그릭!"

"저렴한 호텔이 어딘지 알아?"

"몰라!"

60,000투그릭의 숙박료를 말하자 루시아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난감해한다.

"하루만 더 일찍 오지 그랬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난 루시아노는 일정도, 여행 루트도 모두 다르다. 

무엇보다 추시아노는 남자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것이 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있는 시간의 지루함이 아닐까 싶다.

"행운을 빌어!"

서로의 어깨를 만져주며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고, 누가 보면 동난시절 떨어져 잃어버린 형제가 만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루시아노를 호텔을 함께 운영하는 식당으로 안내를 해주고 자리에 잠시 앉아있는 동안 루시아노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녀석에게 밥이라도 사주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가 이렇게 급해? 할 것이라고는 자전거 타는 것 밖에 없는 녀석이."

루시아노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을 확인하니 이상한 사진이 찍혀있다. 셀카모드로 사진을 찍었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버튼이 잘못 눌러져 외부 카메라로 찍혔던 모양이다.

"루시아노, 너랑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파인애플 치킨을 흡입하듯 먹으며 배를 채우고.

슈퍼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음료수를 사들고 울리아스타이를 떠난다.

"왜 갈려고 하니까 바람이 불고 그래!"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다리를 넘고 거리를 청소하는 울리아스타이의 사람을 지나치며 넘어가야 할 산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중국에서는 외진 산골의 도로에서도 청소를 하는 청소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몽골에서 주민들이 단체로 나와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어색하다.

"나름 깨끗하고 다른 마을들과 달리 분위기가 다른 이유가 있구나."

딱 마을의 경계까지만 포장이 된 도로는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서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알타이까지 185km를 알리는 이정표와 제멋대로 그려진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어 보고, 마을의 외곽까지 나와 쓰레기를 줍는 알리아스타이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자, 서롱고스! 감사합니다!"

멀리 산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길을 보며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쉬어간다.

"루시아노와 울리아스타이에 머물며 함께 여행을 할 것을 그랬나? 너무 정신이 없었네."

처음으로 만난, 그것도 몽골에서, 더욱이 사람들이 오지 않는 울리아스타이에서 만난 루시아노를 여유 없이 그냥 보낸 것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야! 귀찮을 거야.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고 좋지! 더욱이 같은 거지꼴인데 그놈은 왠지 간지가 나잖아. 내 미모가 죽을 거야!"

길은 산의 정상을 향해 S자로 휘어지며 길을 훤히 들러내놓고 올라간다.

"시작부터 그냥 대놓고 죽어보라는 거지?"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거세지고 경사도도 급해진다. 자전거를 끌다 타기를 반복하는 동안 2시간 전에 떠난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불어오는 맞바람에 자전거의 태극기는 오늘도 정신없이 춤을 춘다.

추위와 한기가 밀려드는 가운데 하늘을 향해 구름들이 모아지고.

산을 타고 넘어가는 거센 바람 탓에 정상에서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

"대체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 거야?"

어붜가 쌓여있던 정산에서 길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산의 반대편을 빙 돌아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다행히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제멋대로 파이고 자갈들이 널브러져 있는 산길은 오르기가 쉽지 않다.

산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던 오르막길을 힘들게 이어갈 때쯤 정차되어 있는 승용차와 오토바이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2미터쯤 돼 보이는 덩치가 커다란 남자와 함께 다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다가오며 악수를 청한다. 사람들의 얼굴과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분위기를 쉽게 알 수 있다. 몽골 여행 한 달이 넘어가며 차츰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문화나 특징에도 익숙해져 간다.

"사람에 대한 관심, 특히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몽골의 사람들이다."

짧은 영어와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여행에 대해서 설명하며 짧은 만남의 시간을 즐긴다.

"조금만 올라가면 계속 내리막길이야!"

"응. 고마워!"

네임카드를 한 장씩 건네주고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응원과 함께 안전한 여행을 하라며 당부의 말들을 건네며 헤어진다.

건장한 남자 5명이서 소형 도요타 차량에 동승하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는지도 궁금하지만 굳이 이렇게 몰려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사람들과 즐거운 만남으로 기분이 가벼워지고 2,476미터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4시간 만에 20km 정도의 산길을 따라 해발 800미터를 올라온 것이다.

바람을 피해 시계를 알리는 구조물에 몸을 숨기고 주저앉아 눈 높이에서 변화하며 떠다니는 구름들을 올려다본다.

4시간 전에 출발했던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오고.

"엄청 추운데, 이 하늘은 정말 치명적인 중독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의 모양들이 동서남북이 방향으로 모두가 다른 모습들이다.

내려가야 할 남쪽의 하늘에서는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듯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고.

울리아스타이 쪽의 하늘은 뭉쳐진 구름들이 둥실거리며 바람을 타고 빠르게 이동을 한다.

하늘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손이 차갑게 시려오며 얼어붙는 느낌이다. 겨울용 방한 장갑을 꺼내어 착용하고 겨울용 자켓을 꺼내 입고 내리막길을 타고 산을 내려간다.

어디가 내리막의 끝인지 보이지도 않는 길과 순간순간 변화하는 구름의 움직임.

S자의 내리막도 모자라 마치 8자로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이어지고.

길의 방향에 따라 앞뒤 좌우에서 정신없이 바람이 불어온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나왔다가.

조금 괜찮아지나 싶어지면.

어김없이 난감한 그 자체의 길이 나오고.

심하게 요동을 치며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는 어느 순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다.

"정말 너무하네. 이정표도 없는데 이게 뭐야!"

구글지도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제멋대로 그려진 초원의 흙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이정표도 없는 제멋대로의 그려진 자동차 바퀴자국이지만 딱딱한 흙바닥은 오히려 흔들림이 덜하고 좋다.

좋은 길들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한참을 달려 내려간 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언덕에서 자전거를 눕히고 쉬어간다. 비상식으로 사놓은 빵과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온 거리를 확인해 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두꺼운 구름에 해가 가려지며 쌀쌀한 한기마저 느껴지고.

구글맵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며 강을 넘는다.

그리고 시작된 흙길은 모래가 두껍게 쌓인 사막의 길과 비슷하다.

모래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며 움직이질 않는 길을 끌고 가기를 반복한다.

마치 눈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듯 미끄러지고 뒤틀리며 스키딩을 한다.

"에이쉬, 하다 하다 별짓을 다하게 만드네."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모래바닥의 길은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다닌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고, 간간이 강의 건너편으로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가는 트럭의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쪽이 길인가 보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푹푹 빠져들어가는 모래바닥 위를 끌며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을을 향해 이동한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건너 가지?"

마을을 향해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도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는 게르를 향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때마침 게르에서 나오던 차량이 있어 마을로 건너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니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아, 의미 없다!"

게르의 주변에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게르를 향해 계속 이동하니 개들이 짖어대며 나에게 다가온다. 개 짖는 소리에 사람들이 나와 나를 확인하더니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을 잡아주며 나에게 손짓을 한다.

"샌 베노!"

자전거를 세우고 인사를 하자 게르의 주인은 게르 안으로 들어가자며 안내를 하고, 이내 우유차와 빵들을 내어준다.

게르 옆에 텐트를 쳤던 사진을 보여주며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고 대답을 한다. 마치 오래된 지인이나 옆집에 사는 사람이 놀러 온 것처럼 별다른 질문도 없고, 그냥 일상적인 모습 그대로 편하게 대하는 사람들이다.

"타니 네르 캔 베?"

우유차와 빵을 먹으며 이름들과 게르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파악하며 짧은 대화들을 이어간다.

차간느아르칸에서 유목을 하는 간쑤크와 그의 아내 바야르의 게르다. 부부 사이에는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고, 딸의 또래인 여자아이가 함께 있는데 누구의 아이인지는 모르겠다. 잠시 후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작은 아이를 데리고 게르로 들어와 아이에게 양고기를 잘라 먹이며 이야기를 한다.

처음 몽골의 게르에 방문했을 때는 여러 가족 또는 친구들이 뒤섞여 있어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자주 접하다 보니 유목 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잠시 게르를 빠져나와 핸들 가방과 헬멧을 챙기며 간쑤크의 포터 트럭을 보니 알타이 방향으로 짧게나마 이동을 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한 20km만이라도 실어다 주면 그게 어디냐!"

김병남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내일 알타이 방향으로 자전거를 싣고 태워다 줄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 부탁을 한다. 간쑤크는 선교사님과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사람들과 뭔가 대화를 주고받더니 나에게 전화기를 되돌려 준다.

"뭐래요?"

"자기한테 화물차 같은 것이 있어서 알타이까지 태워다 줄 수 있데요."

"돈 같은 것은 얼마나 줘야 해요?"

"150km로 흙길이라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와야 하니까. 20만 투그릭, 한국돈으로 10만원 정도 달라고 하네요."

"아. 10만원 정도요."

왕복 300km 정도의 초원의 흙길을 달려 알타이까지 데려다주는데 20만 투그릭이면 비싼 금액은 아니다 생각된다.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 모래바닥과 돌, 자갈 그리고 이정표조차 없는 산길을 가려면 자전거를 끌다시피 걸어가며 최소 5~6일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물론 그동안 몸과 자전거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20만 투그릭이면 5~6일 정도의 생활비라 작은 돈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과 몸도 돈이잖아!"

간쑤크와 선교사님이 통화를 하고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몽골인이 알려준 '아스팔트!'로 인해 시작된 몽골 초원의 비포장도로와 흙길의 산길 라이딩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간쑤크의 게르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먹는 사이 바야르는 어린 양을 삶아 고기를 내어준다.

양의 머리 부위와 갈비 그리고 발목 등을 삶은 양고기다.

간쑤크가 알려주는 대로 고기를 썰어 맛을 보니 그 맛이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살코기의 수육 부위도 먹어 보고.

갈비도 뜯어보고.

머리와 턱 부위의 고기도 먹어 보고.

한 점, 두 점 먹다 보니 뭔가가 아쉽다.

"맥주!"

갈증을 해소하려고 아침에 사놓은 맥주 한 캔이 생각난다. 패니어에서 맥주를 꺼내와 간쑤크에게 한 잔을 따라주고 나머지 맥주를 마시며 양고기를 맛있게 먹는다.

간쑤는 맥주를 한 입 마시고 옆에 놀러 온 남자에게 잔을 준다. 그리고 잔을 받은 남자가 한 입을 마신 후 다시 간쑤크에게 잔을 되돌려 준다. 간쑤그는 다시 한 입을 마시고는 나를 향해 잔을 든다.

"뭐? 건배하자고?"

맥주캔을 들어 간쑤크의 잔에 건배를 하니 간쑤크가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 관경을 보고 있던 바야르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왜? 왜 뭔데?"

그때서야 동궈이 바른자야의 게르에서 사람들이 나를 위해 한 모금씩 입을 대고 맥주잔을 건네주었던 행동들이 생각난다.

"아, 그런 거였어? 뭐, 어때. 건배했으면 된 거지!"

바야르는 양을 삶았던 육수 국물에 밥을 말아 주고, 고기와 함께 밥을 세 그릇이나 담아 준다.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바야르는 양들을 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바쁘게 움직이고.

간쑤크는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찍어달라며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한다.

"이거 많이 흔들거려서 힘들어."

자전거를 타보던 간쑤크는 1미터도 가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그 모습에 간쑤크와 함께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고 있으니 어린 아들이 와서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조르고.

안장에 올려놓으니 좋다고 웃는 녀석. 4~5살 정도로 보이는데 간쑤크를 닮아서인지 덩치가 크게 자랄 모양이다.

간쑤크가 가축들을 관리하는 사이 바야르는 따듯한 게르 안에서 잠을 자라며 한쪽 면에 놓인 침대를 가리킨다.

9시가 넘으며 천천히 해가 떨어지고 피로와 함께 잠이 쏟아진다.

침대를 가리키며 누워 잠을 자라는 제스처를 하는 바야르.

10시 10분. 산 너머로 여전히 환하게 석양의 빛이 밝게 빛나는 몽골의 밤이다.

바야르는 아이들과 자신들의 잠자리를 침대와 바닥에 마련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두꺼운 간쑤크의 몽골 의상을 이불 위로 한 번 더 덮어준다.

몽골의 옷은 무게가 꽤 나가는지 몸을 누르는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가축들을 관리하던 간쑤크가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처럼 옷을 벗고 가족들과 나란히 누워 나긋나긋 무언가를 속삭이며 대화를 한다.

가끔씩 칭얼대는 그의 아들과 새근거리며 잠을 자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간쑤크와 바야르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서롱고스, 무지개 나라의 사람. 왜 한국을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참 마음에 드는 호칭이다.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 편안해진다. 뭔가 허기져 보이는 도시의 사람들과 달리 유목을 하는 초원의 사람들은 자연의 모습을 닮아있다. 더 좋은 음식들과 더 달콤한 잠자리가 필요 없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낯선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고, 가족들과 함께 바닥에 누워 살을 비비며 잠이 드는 사람들.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그것보다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 싶다.


"정말 많은 것을 갖은 부유한 사람들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3, 114일 / 맑음, 비 ・ 10도
울리아스타이
깨끗하게 맑은 날씨 그리고 비가 내리며 다시 바람이 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9,92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04시간

뒹굴뒹굴
고기고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숙소
숙소
 
 
1,743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피곤함이 묵직하게 몸을 짓누른다. 계단을 오르는 허벅지가 뻐근한 것이 오늘 떠나기엔 무리다.

호텔의 조식은 빵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소시지 몇 개가 전부다. 간단하게 먹기 좋은 메뉴지만 순식간에 사라진 아침을 먹고 나니 더 배가 고파진다.

"툴가에게 전화했어?"

생글생글 잘 웃던 주방 직원은 조금 어두운 낯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지 마! 여기가 좋아. 한국 생활은 어려워. 여기가 샌이야!"

툴가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보증금과 비행기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일 여행을 위해 교차로의 큰 슈퍼에 들러 식량들과 음료들을 준비한다.

최소 3일 분의 비상식으로 컵라면과 컵밥 그리고 봉지 육개장, 스팸 등을 사두었다. 큰 슈퍼라 한국의 제품들이 제법 진열되어 있다.

부지런히 먹어 두어야 한다. 호텔보다 음식 맛이 좋았던 피쉬아이 카페에서 어제 먹었던 쇠고기 메뉴를 시키고, 약간의 잡내와 느끼함을 없애려 맥주를 시킨다.

몽골은 맥주가 정말 싸다. 큰 맥주캔이 900~1,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여전히 앙증맞은 밥 한 덩어리를 주는 식당. 쇠고기를 먹으면서 툴가가 했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만다.

"몽골 사람들은 좋은 고기를 많이 먹는데 빨리 죽어요."

야채라고는 감자와 당근만을 주로 먹는 몽골 사람들, 최근 들어 샐러드나 야채를 조금씩 먹는다지만 아주 많이 먹어야 할 듯싶다.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늦게까지 자고 호텔의 식당에서 계란 후라이를 덮은 쇠고기를 다시 먹고.

주방 직원에게 계산을 하며 징기스의 초상과 100투그릭의 초상이 누군지 물어보니 징기스라고 한다.

"징기스? 무슨 돈을 청년 징기스, 장년 징기스 이렇게 그려서 넣냐?"

징기스가 맞다는 주방 직원의 말이 이상하여 프런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다른 사람의 이름을 알려준다.

"그렇지? 하여튼 뭘 물어보기가 무섭다."

몽골 여행 전 지아오강강은 몽골 사람들은 사람을 잘 속인다며 조심하라 알려주었는데, 생각해보면 사람을 속인다는 것보다 틀린 내용을 잘 알려준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그냥 모른다고 해 줘!"


자료들을 정리하며 잠이 들었지만 하루 정도 더 쉬며 체력을 보충해야 할 것 같다.




어제 저녁부터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더니 아침에 약간의 비가 내린다. 11시가 가까워지며 프런트 직원이 방문을 두드리며 무언가를 말한다.

호텔의 프런트 직원이 몇 명인지 날마다 얼굴이 바뀐다. 변장을 한 것이 아니라면 하루 근무를 하고 이틀을 쉬는 모양이다.

이틀치의 숙박료를 주고 번역기로 '어제, 오늘'을 적어 보여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참 잘 웃는 사람들인데."

"5월 23일이네. 부끄럽지 않게 살자!"

자전거를 꺼내어 다리의 상태를 체크할 겸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제법 피로가 많이 풀린 것 같다.

마을의 시장에 들러 구경을 했지만 차량의 트렁크에 물건을 담아 파는 노점상들이 많고 특별히 색다른 것이 없다.

"역시 시장 구경은 중국이야."

피쉬아이 카페에서 큰맘 먹고 6,000원 짜리 쇠고기 스테이크를 시키니 안된다고 한다.

계속 먹어왔던 쇠고기보다 다른 것이 먹고 싶다.

"이건 닭고기인가?"

자민우드에서 먹었던 파인애플 치킨 같은 것이 있어 메뉴에 적힌 글자를 입력해 보니 닭고기 넓적다리라고 뜬다.

"뭔 닭고기가 쇠고기 보다 비싸냐?"

구워진 닭고기의 비주얼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부드럽고 좋다.

"내일 한 번 더 먹고 출발할까?"

오랜만에 먹은 닭고기가 입맛을 돋운다.

돌아오며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프런트와 주방 직원에게 주니 환하게 웃는다.

"500원 짜린데. 난 250원 짜리야!"

8시가 되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프런트 직원도, 주방 직원도 아이스크림의 효과만큼 밝게 눈웃음을 짓는다.

"네가 제일 잘 만드는 음식?"

쇠고기 대신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달라고 하니 잠시 고민을 하더니 8,000투그릭의 메뉴를 가리키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짓는다.

"좋아!"

"맵게 해줄까?"

"좋아!"

주방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만들더니 오이향이 향긋하게 풍기는 묘한 메뉴를 가져온다.

"오! 비주얼 좋고, 냄새 좋고!"

쌍엄지를 치켜세워 주니 생글 웃으며 어깨가 올라간다.

소고기 덮밥 같은 것인데 잡내도 적고 괜찮다.

"오호, 좀 하는데!"

여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따듯한 물의 욕조에 몸을 푹 담가보려 했는데 뜨거운 물은 욕조가 차기 전에 끊겨 버린다.

전기온수기라 용량에 한계가 있나 보다. 반신욕으로 만족하며 다리의 근육들을 풀어준다.

"출발 준비는 된 것 같고, 힘든 여정이겠지만 알타이까지 가 볼까."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2일 / 맑음 ・ 14도
울리아스타이
비포장도로의 산길을 따라 해발 2,400미터를 오르고 울리아스타이로 향한다.

이동거리
24Km
누적거리
9,925Km
이동시간
3시간 00분
누적시간
704시간

강가에서
라마교사원
15Km / 1시간 41분
9Km / 1시간 19분
게르
시계
울리아
 
 
1,743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온몸이 쑤신다. 따듯하게 온도가 올라가는 텐트 안에서 비비적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텐트 밖으로 나오니 소의 젖을 짜는 디미르의 가족들이 인사를 한다. 따듯한 햇볕을 쬐며 앉아 있으니 디미르의 아버지가 다가와 손 세정제와 물을 가져다준다.

"울리아스타이 22km!"

울리아스타이가 22km이고, 알타이가 200km가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남자는 식사를 하자며 제스처를 한다.

식빵을 내어주고.

직접 만든 치즈를 얇게 썰어 주고.

빵에 올려 함께 먹으라 알려준다.

그리고 직접 만든 요거트와 백설탕을 주며 비벼서 먹으라 알려준다.

부드러운 요거트는 너무나 신선하고 맛이 좋다.

바구니에서 작은 사과도 하나를 건네준 그와 번역기 없이 사진들과 제스처로 어렵게 대화를 이어간다.

디미르의 아버지는 유머가 있는 유쾌한 남자다. 익살스런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농담들을 하는 그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디미르와 그의 아내가 게르 안으로 들어온다.

"몇 살이야?"

"나스? 내 나이?"

나이를 묻는 몇 번의 질문을 받고 핸드폰에 나이를 적어 보여주니 모두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맞아! 1974."

생년을 적어주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폰을 가져가 1970을 적으며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인다.

"50? 형이네!"

남자는 자기는 못한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아무것도 아닌 서로의 나이를 알려주며 그의 가족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래도 몽골에서는 열 살 정도 줄여야겠어!"

밖으로 나간 가족들은 양과 염소를 몰아가는데, 채찍을 이용해 새끼들만을 따로 분리한다.

"새끼들에게 표시를 하려고 하나? 아직 뿔이 없는데."

어린 새끼들만이 분리되어 바위산에 남아있고 어미들과 다른 양들은 '음메' 소리를 내며 건너편 산을 지나 천천히 이동을 한다.

남자는 새끼 한 마리를 안고 와서 게르 옆에 묶어 둔다.

"네가 오늘의 볼모구나!"

양과 염소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새끼들이 초원에서 떨어져 죽을까 봐 관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양을 치기 위해 준비를 하던 남자는 오토바이의 뒤에 자전거를 묶고 가자며 농담을 하고, 말을 끌고 오더니 안장에 올라가 보라며 말을 잡고 웃는다.

"노, 노!"

말을 타본 적이 없어 괜찮다는 사양을 하니 재차 말을 타보라며 손을 이끈다.

몽골의 말은 서양의 말에 비해 조금 작지만 안장에 올라간 높이는 제법 높게 느껴지고, 살아있는 동물의 등에 올라가 있으니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든다.

디미르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말을 타고 있는 사진을 찍어주고, 고삐를 끌어 게르 한 바퀴를 돌게 도와준다.

디미르의 아버지는 경쾌하게 인사를 하고 멀리 떨어진 양들을 향해 신나게 말을 타고 사라진다. 곧이어 디미르도 오토바이에 뭔가를 준비하고 아버지처럼 경쾌한 인사를 하고 멀리 사라진다.



볼모로 잡힌 새끼 염소의 친구들이 바위산을 내려와 함께 게르 주변에 모여들고.

텐트에 들어가 잠시 누워 잠을 더 잘까 고민하다 침낭과 텐트를 정리한다.

"어차피 갈 길, 울리아스타이에 가서 쉬자."

네트워크가 끊겨있어 울리아스타이의 숙소나 식당들이 어느 정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상에 펼쳐진 마을의 규모가 체체를렉보다 큰 마을인 것 같다.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디미르의 엄마가 나와 울리아스타이에 가서 쉬라는 듯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그녀도 유쾌하게 인사를 전하며 손을 흔든다. 성격이 정말 유쾌한 가족들이다.

도로, 흙바닥의 비포장도로로 나와 잠시 이동을 하니 도로변에서 디미르의 아버지가 그곳에서 양들을 살피고 있다.

"형! 사진 찍자."

고맙다는 인사와 악수를 나누니 핸드폰을 장 챙기라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바에르사! 바이시떼!"

덜컹거리는 도로를 천천히 따라가지만 흔들거리는 머리와 엉덩이가 아프다.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나의 속도에 맞추더니 젊은 남자가 함께 가자며 웃는다.

"암 슬로!"

비포장도로에서 벗어나 초원의 흙길로 빠져나와 따라가 본다.

"사람들이 멀쩡한 도로를 두고 흙길을 왜 달리는지 알겠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와 달리 이리저리 기울어진 길이지만 덜컹거리지 않고 좋다.

13km를 달리고 넓게 펼쳐진 강줄기를 만나 자전거를 세운다. 어제 넘었던 산의 작은 계곡이 울리아스타이에 가까워지며 넓은 하천으로 변한다.

따듯한 햇살,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물소리, 푸른 하늘과 초원의 높은 산들.

강물에 얼굴과 손을 씻어내고.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네."

자전거에 기대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다.



몽골의 어려운 여행 환경에 지쳐있을 때면 언제나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과 넉넉한 시간을 내어준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울리아스타이의 경계를 알리는 언덕을 오른다.

8km 정도가 남은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체체를렉만큼 소박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길을 달려 울리아스타이의 톨게이트를 지나고.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울리아스타이.

"아스팔트네!"

마을에 들어서며 이어진 포장도로, 마치 고급 리무진을 타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조용하다.

몽골의 다른 마을들처럼 길게 이어진 골목을 집들이 이어지고.

"다 왔다."

구글맵을 보며 버스 정류장에 앉아 쉬었다. 지나왔던 다른 마을과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작은 산 위로 라마교의 사원이 보이고.

산을 돌아 마주한 회전 교차로.

차량들과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교차로에서 음식점과 숙소를 검색한다.

"마을이 제법 큰데, 있겠지?"

크게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울리아스타이의 중심지는 회전 교차로가 있는 부근인 것 같다.

슈퍼와 시장, 호텔과 레스토랑이 교차로의 우측으로 들어서 있다.

"별점이 있나?"

몇 곳의 레스토랑 중에서 리뷰가 가장 많은 식당 피쉬아이 카페로 들어간다.

제법 구색이 갖춰진 레스토랑에 들어가 메뉴판을 우선 집어 들고.

"고기를 줘!"

8,900투그릭 하는 소고기 메뉴를 주문하고.

앙증맞게 접시에 올려진 밥을 추가로 주문하니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밥보다 소고기가 더 싸냐."

2층에 호텔을 같이 하는 식당에서 계산을 하며 숙박비를 물어본다.

"60,000투그릭."

몽골은 이상하게 호텔의 숙박료가 비싸다. 화장실이 있는지 물어보고 방을 볼 수 있는지 물어보니 여권을 달라고 한다.

"방을 보여줘!"

계속해서 여권을 달라는 눈치 없는 여직원과 답답해하고 있으니 짧은 영어를 하는 다른 여직원이 다가와 안내를 해준다.

두 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는 방을 확인하고, 근처에 새로 생긴 호텔을 보고 오겠다 말하고 식당을 나온다.

구글맵을 따라 허름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간 곳에는 새로 지어진 호텔 모양의 건물이 보이질 않고, 주위를 빙빙 돌다 길가에 서있던 남자에게 길을 물어본다.

"자브칸 호텔?"

남자는 잠시 구글맵을 확인하더니 라마교 사원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두어 차례 자브칸 호텔이 맞는지 물어도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20미터쯤 남자가 알려준 방향으로 이동하니 구글맵의 호텔 위치와 반대 방향으로 멀어진다.

다시 길을 가는 여자에게 호텔의 위치를 물어보니 남자를 만났던 곳을 가리킨다.

"아, 정말!"

몽골 사람들은 이상하게 길을 물어보면 모두 맞다고 알려주는 것이 문제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면 편할 것 같은데.

아파트 건물에 붙어 지어진 건물에 호텔의 간판이 걸려있는데 러시아어 표기라 읽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남학생을 붙잡고 간판을 가리키며 자브칸인지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아, 이건 설마 예상 못 했다."

새로 지어 깨끗하고 조요한 호텔, 입구에서 마주친 직원들과 얘기를 하고 방을 확인한다.

60,000투그릭의 숙박비가 너무 부담스럽지만 일단 지친 몸을 추스르고 싶다.

안쪽 현관에 놓아두라던 자전거는 여행을 설명하니 지하에 있는 창고에 넣어준다.

그리고 세 명의 여직원들과 짐을 나눠들고 방으로 올라간다. 세 명의 직원은 이 호텔의 전 직원이다. 카운터, 식당 그리고 세탁 담당자.

샤워도 미루고 먹을 수 있는 요깃거리를 찾아 아파트 슈퍼로 간다.

아파트 1층으로 들어가 마트의 현관을 찾아도 모두 문이 잠겨있고, 두 차례 아파트 입구를 들락거리며 확인을 해도 문이 안 보인다.

"슈퍼마켓?"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에게 슈퍼마켓을 물어봐도 생뚱맞게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한국인이세요?"

한국말로 물어보는 남자와 아파트를 나와 1층 벽에 붙은 슈퍼마켓의 간판을 가리키니 아파트 지하의 계단을 가리킨다.

"아. 할 말 없다."

싱겁다는 듯 웃으며 가는 남자.

"슈퍼마켓 정도의 영어는 알아 들어야지!"

작은 슈퍼에서 음료수와 과자, 빵 등을 사들고.

일단 너부터.

호텔에 돌아오니 식사를 언제 할 것인지 자꾸 물어본다. 시계를 보여주며 8시를 가리키니 고개를 흔들며 7시 내려오라고 안내를 한다.

"알았어!"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으니 산 위에 있던 라마교 사원이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안 할 건데. 궁금하다!"

핸드폰만 챙겨들고 사원이 있는 산 자브흘란트 톨고이(жавхлант толгой)로 걸어간다.

따듯한 오후의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라마교 사원에 올른다.

바위산 위로 들어선 라마교 사원.

고승들의 사리탑 같은 것이 세워져 있고.

라마교의 부처상, 조각상들은 정말 강렬하다.

라마교와 토템 사상의 영향을 받는 몽골은, 공산화 과정에서 사원들을 철폐시키며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있질 않다.

개방 이후 라마교의 사원들이 새로 정비되어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르나 몽골인들의 집에는 기도를 올리는 작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중국의 도교사상이 중국인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몽골의 라마교 역시 몽골인들 삶의 밑바탕인 듯싶다.

"이런 자연과 함께 살던 사람들이 자본의 허기짐에 매일 술만 먹고 있으니."

울리아스타이는 사원과 강을 중심으로 북쪽의 마을과.

남쪽의 마을이 나눠져 있다.

산 위의 전경을 구경하고 내려가려던 순간 산 위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는 소년이 보인다.

소년은 하늘을 바라보고, 나는 소년을 바라본다.

"오초르(пүрэв очир), 11살의 소년은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꿈을 꿀까?"

그와 함께 바람이 불어오는 산의 정상에서 하늘과 울리아스타이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너머의 무엇이었다. 하나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인식에 대한 실망 또는 확인된 사실의 부재에 대한 허무함 같은 것들이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한 상상들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라였다."

나는 지금 그 산들 너머의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 길 위에 서있다.

오초르와 함께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어느새 떠나버리고, 중년의 검은 남자가 바위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낸다.

"아직 그 산들을 넘어가질 못했나? 아니면 산 너머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건가?"

오초르와 남자, 남자와 오초르.

나와 나, 그리고 나와 나.

"오초르, 언젠가 산 너머의 무언가를 확인하길 바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산을 내려온다.

울리아스타이는 유난히 분위기가 밝고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질 만큼 여유롭다.

특별히 세련된 마을도 아니며.

부유하지도 않지만 몽골의 여느 마을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8시가 다 되어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이번엔 계란 후라이를 덮은 쇠고기다. 점심에 먹었던 식당에 비해 잡내가 조금 진하게 난다.

"고기면 돼!"

밥을 모두 먹자 프런트 직원이 다가와 아침을 언제 먹을지 물어본다. 조식이 제공되는 모양이다.

중국의 숙소라면 조식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있을 텐데 식문화가 빈약한 몽골에서는 별 기대가 없다.

"9시!"

프런트 직원과 식당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조르노크와 처이르에서 듣고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려다 날 쳐다보고 있는 두 명의 눈빛을 보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툴가야, 잘 설명해줘!"

툴가에게 부탁을 하고, 전화번호를 받은 여직원은 오드바야르처럼 흥분하며 좋아한다.

"툴가가 좋은 얘기 안 해줄 것 같은데."

9시가 넘어도 해가 떨어지지 않고.

쑤니터우이치의 우장징, 대구 아저씨와 위챗으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대구 아저씨는 얼마 전 얼롄하오터까지 자전거로 라이딩을 했는지 GPS 기록을 보여줬고, 우장징은 전에 말했던 일본 여행을 갔고, 지아오강강은 사람들과 초원에 잔디를 심는 행사에 다녀왔다 한다.

9시 30분이 넘어서 일몰이 시작된다. 이러다 몽골 국경인 울기에 가면 10시에 일몰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싶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몽골을 지나왔지만 추위와 바람, 산길 그리고 부족했던 음식 등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쉬었다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1일 / 맑음 ・ 12도
텔먼-울리아스타이
울란곰으로 향하는 길, 초원의 흙길을 피해 텔먼으로 돌아온 길 50km 정도를 돌아 넘루그로 가야한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9,901Km
이동시간
9시간 16분
누적시간
701시간

A0603
비포장길
44Km / 2시간 45분
59Km / 6시간 31분
텔먼
2,400
울리아
 
 
1,71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담요 한 장으로 조금 쌀쌀했지만 불편함이 없는 잠자리다.

넘루그까지 거리가 100km 정도지만 해가 지는 9시까지 시간이 많아 게으름을 피워본다.

토승쳉겔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먹는 것이 부실한 탓인지, 그동안 바람을 이기며 온 체력이 떨어진 것인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식당의 주인 남자는 손재주가 제법 있는 모양이다.

어제 먹었던 음식을 다시 주문하고, 러시아와의 국경이 있는 울기까지의 경로를 확인한다.

처음의 경로였던 울란곰을 거쳐 울기로 가는 길은 850km 정도이지만 비포장도로라고 한다.

울란곰에서 헙드로 내려가 울기로 가는 길은 1,000km의 거리, 울리아스타이와 알타이를 거쳐 헙드와 울기로 이어지는 길도 대략 1,000km의 거리이다.

"일단 울란곰으로 가서 울기로 향하는 도로의 상태를 다시 알아보고 결정하자."

어느 쪽을 선택하든 국경까지 15일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알타이 쪽으로 가 볼까?"


크고 작은 마을들이 일정하게 들어선 알타이를 지나는 몽골 동남부의 도로도 괜찮을 것 같다. 먹는 것에 대한 부족함이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잠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식당 아주머니의 음식이 입맛에 맞는 이유가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맛이 나고, 고기를 기름에 볶아서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부산에서 살고 있는 시누이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 위해 슈퍼에 넣어둔 자전거를 꺼내며 기분이 약간 상한다. 열쇠로 감긴 슈퍼에 넣어둔 자전거의 가방들이 뒤적거려진 흔적이 느껴진다.

아마도 호기심이 많았던 주인 남자가 핸드폰 가방 등을 조금 뒤적거려 본 것 같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이 지퍼를 잠그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노트북을 확인하고 자전거를 꺼낸다.

중국과 몽골의 차이점 중에 하나는 몽골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물건에 손을 댄다는 것이다. 자전거나 여행 물품에 대한 분실을 걱정했던 중국은 길거리에 자전거를 놓아두어도 전혀 만지질 않는다. 그리고 패니어를 단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이 많지만 주변에 서서 구경만 할 뿐, 들어 보라 하여도 좀처럼 만지거나 하질 않는다.

그에 비해 몽골은 자전거에 넣어둔 먹다 남은 물병 같은 것도 빼서 가져가 버린다. 자민우드의 첫날, 밖에 세워둔 자전거에서 아무 필요도 없는 액션 카메라의 브라켓이 사라졌고, 토승쳉겔에서는 숙소 안에 넣어두었던 자전거의 물병이 사라졌다. 몽골을 여행하며 카메라는 패니어에 넣어두고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다.

선교사님은 몽골 유목민족의 독특한 공유 문화 때문에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그저 현대 사회에 맞는 사회적 규범이나 제도적 장치 같은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몽골을 여행하며 가장 좋은 날씨인 것 같다. 바람이 조금 불어오지만 따듯해진 날씨에 땀을 식혀주는 정도의 시원한 바람이다. 토승쳉겔을 떠나 2,000미터의 산을 넘을 뒤로 계속 이어지는 평지의 길이지만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네."

라이딩 중 울렸던 핸드폰은 오초르의 전화다. 한 시간을 달리고 쉬는 동안 오초르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다. 오초르와 싸비, 울란바토르, 울란곰 등의 말뿐이지만 웃으며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다.

"오초르, 이제 끊어! 페이스북 메신저! 알지?"

오초르의 와이프에게 메신저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조금씩 더워지는 날씨 속에 평탄한 초원의 길은 눈이 덮인 산들을 향해 이어진다.

"아무래도 저 산들을 넘기 전에 넘루그로 회전을 하나 보다."

전혀 풍경의 변화가 없는 길을 달리고 패니어에 넣어둔 카스테라 빵을 꺼내어 먹는다. 아침밥을 먹은 지 두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입이 심심하게 느껴졌다. 몽골의 빵은 정말 달다.

"중국의 3위안짜리 골라 먹는 빵이 먹고 싶다."

넘루그로 향하는 오른쪽의 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천천히 속도를 낮추며 길을 확인을 하지만 나타나야 할 우측 교차로의 길이 보이질 않는다. 앞쪽으로 보이는 우회전의 길이 넓게 회전을 하는 도로인가 생각하며 길을 따라간다.

2km를 이동하고 구글맵을 확인하니 넘루그로 가는 교차로를 이미 지나쳐 있다.

"대체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은 뭐야?"

긴가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 더 앞으로 나가니 삼거리처럼 보이는 곳에 식당으로 보이는 작은 집이 있다.

"저기가 삼거리 교차로인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 언덕에는 새로 집을 짓는 사람들이 바닥 공사를 하고 있고, 넘루그로 가는 도로 같은 것은 보이질 않는다. 자전거를 눕히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후 핸드폰을 보여주며 넘루그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3km, 78km!"

남자는 내가 지나온 방향의 흙길을 가리키며 3km를 가서 작은 집이 나오면 우측 길을 따라서 70km를 가라고 알려준다.

"포장된 도로야? 아스팔트?"

일을 하던 세 사람이 동시에 아니라며 흙바닥을 가리킨다.

"망했네!"

어제 지나쳤던 토승쳉겔에서 넘루그까지의 흙길, 그리고 이곳의 교차로에서 이어지는 길도 흙길이다. 결론은 토승쳉겔에서 넘루그까지 가는 모든 길은 초원의 흙길인 것이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만들어진 초원의 흙길은 딱딱하게 좋은 길들도 있지만 흙모래가 덮여 자전거로 지나다니기 힘들 길도 있어 피하고 싶다.

"이정표도 없는 흙길을 따라서 어떻게 따라가라는 말이야!"

허탈하게 웃고 있으니 남자는 내가 따라왔던 포장도로를 가리키며 '아스팔트'라고 알려준다.

"울리아스타이, 알타이 아스팔트?"

남자는 알타이를 말하며 다시 바닥에 280km를 적고, 울리아스타이를 말하며 80km를 적는다. 구글맵에는 울리아스타이까지 작은 길로 이어지지만 도로의 표시는 아니다.

"울리아스타이, 아스팔트?"

울라이스타이까지 포장도로인지 재차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넘루그로 가는 흙길을 가리키며 손으로 X자 표시를 한다. 넘루그까지 흙길 그리고 울란곰까지의 도로도 확인이 안되니, 차라리 200km를 돌아가더라도 알타이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 울란곰의 큰 호수를 못 보는 것은 아쉽지만 몽골의 서남부 쪽을 여행하는 것도 괜찮잖아!"

몽골에서 무용지물이 된 구글맵이 지금처럼 계속 틀렸기를 바라며 포장된 도로의 거리 이정표를 확인하며 울리아스타이로 길을 향한다. 78km 정도의 거리이니 5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5km를 조금 지나 약간의 언덕길을 오르던 길은 정면으로 높은 산들을 앞에 두고, 멀리 보이는 아스팔트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왜 멀쩡한 길을 놔두고 차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다가오는 거지?"

산이 시작되는 곳에서 포장도로는 공사 중으로 끊겨있고, 도로의 옆으로 차들이 다니며 만들어 놓은 초원의 흙길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다.

"설마? 아니겠지!"

도로 공사로 인해 잠시 길이 끊겨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방향만 같을 뿐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그려진 초원의 흙길을 따라간다. 그리고 난감하기 그지없는 작은 개울을 만난다.

작은 돌들을 밟아가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자전거를 억지스레 끌고 개울을 넘는다.

"괜찮아, 곧 좋은 길이 나올 거야!"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을 낑낑거리며 지나치고.

멀리 도로를 향해 빠져나가는 승용차의 뒷모습이 모습이 보이고, 어지럽게 그려진 초원의 길들이 도로를 향해 모아진다.

"살았다. 끝났나 보다!"

초원의 흙길을 벗어난 곳에는 공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고, 울리아스타이로 가는 길은 언덕을 향해 비포장길이 길게 이어진다.

"아, 이런 아쓰발...트!"

초원을 향해 말과 오토바이를 타고 아무렇게나 달리는 몽골 사람들에게 비포장도로는 좋은 길일지도 모르겠다. 몽골 사람들을 만나 가는 곳의 목적지를 말하면 그들은 먼저 그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알려준다. 예전의 시골 어르신들이 옆 마을까지의 거리와 길을 꿰뚫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 길로 얼마를 가라고 알려주지만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길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길로 7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지!"

울퉁불퉁 상태가 좋지 않은 비포장길은 오전내 바라보며 달려왔던 눈이 덮인 산을 향해 올라간다.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차량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가며 차량을 세운다.

건장한 세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내리면서 인사를 하고,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자고 한다. 술이 취하지 않는 몽골인들은 그냥 사람에게 호감이 많은 사람들로 보인다.

"Do you drink?"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던 남자가 마실 것을 주려는지 묻길래 맥주가 있느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자기는 술을 안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는 커다란 생수병을 건네주고 인사를 하며 가버린다.

"고맙긴 한데. 이건 짐이야!"

2~30분에 한 대 정도 지나치는 차량들은 나를 향해 인사를 하거나 속도를 줄이고 구경을 하며 지나간다. 자전거로 몽골을 달리는 사람도 보기 힘들겠지만 비포장의 산길을 패니어를 잔뜩 달고 오르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날 죽여라. 몽골아!"

"아무래도 저 눈 덮인 산을 기어이 오르고야 끝이 나겠어! 오늘의 2,000미터는 너란 말이지!"

조금씩 허기가 지고 힘이 떨어지는데 패니어에 든 카스테라 빵을 먹고 싶지 않다.

"맥주 한 캔만 시원하게 먹었으면 좋겠다."

끝없이 이어지며 겹겹으로 싸여있던 산들이 사라지고 눈 덮인 하나의 산만이 남아있다. 큰 고갯길을 넘는 곳에 정차하고 서있던 화물차량의 운전기사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디 가?"

"울리아스타이!"

"몽골에 언제 왔어?"

"1월에, 중국에서 몽골로 왔어!"

남자는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웃더니 화물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울리아스타이 멀어! 여기서 60km는 가야 돼!"

"60km? 길은?"

"똑같아! 알타이까지 똑같아!"

"뭐? 알타이까지?"

구글맵을 보면 울리아스타이는 제법 큰 마을처럼 지도가 넓게 나타난다. 산을 넘으면 큰 마을의 울리아스타이 그리고 알타이까지 포장도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다.

"완전 망했어! 하하하하"

산의 계곡을 따라 크게 회전을 하며 돌던 길은 하늘을 열어놓고.

S자로 휘어지며 올라간다.

"야! 그만해!"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더욱 가팔라지고 자전거를 끌며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산의 꼭대기에서 느리게 내려오는 차량들이 하나둘 곁을 지나치고.

비포장길이 시작된 지 3시간 30분 만에 20km를 낑낑거리며 2,400미터가 넘는 산의 정상에 오른다.

산의 정상에 쌓여있는 커다란 어붜를 돌며 차들은 크락션을 울리며 지나간다.

저녁 6시, 해가 지려면 3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서둘러 산을 내려가야만 한다.

"정말 힘든데, 이 이유 모를 성취감과 만족감은 도대체 뭐야!"

울리아스타이까지 이어질 산길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오줌을 싸주고.

덜컹거리며 요란한 소리는 내는 자전거를 타고 길을 따라 내려간다.

계곡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산길은 끝없이 내려가고.

족히 1미터가 넘어 보이는 두께의 얼음들이 무너지며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계곡길을 따라간다.

휘어지고 휘어지는 산길은 내려가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산을 오르며 힘이 빠진 다리로 페달을 지탱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덜컹거리는 자전거에 흔들거리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온다.

"야! 내장까지 흔들거려서 아프다. 고만해라!"

8시가 넘어가며 구글맵상에 도로로 표시된 곳까지 내려왔지만 화물 기사의 말처럼 계속되는 비포장도로의 흙자갈길이다.

"구글맵, 넌 이 길이 도로로 보이니?"

여전히 울리아스타이까지의 거리는 많이 남아있어 적당한 곳에서 야영을 해야만 한다. 오른쪽은 높은 산들로 막혀있고 왼쪽은 계곡이 흘러가는 곳이라 눈에 보이는 게르들은 도로와 너무나 많이 떨어진 곳에 있다.

작은 언덕조차 자전거를 타고 오르지 못할 만큼 다리에 힘이 떨어진다.

"더는 못 가! 안 가!"

해가 지는 산의 언덕 위로 물끄러미 쳐다보는 말들에게 괜스레 시비를 걸어보고.

"뭘 봐! 자전거 타는 사람 처음 봐?"

주위를 둘러보던 중 멀리 산의 중턱에 게르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끌고 게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밤이 되어 양과 염소들이 집으로 모여들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람을 불러봐도 인기척이 없다. 살짝 게르의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게르 안에는 아무도 없고, 지금껏 봐왔던 마을의 게르들과 달리 어수선하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모양새다.

게르의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텐트를 칠 수도 없어 자전거에 기대어 쉰다. 9시가 되며 천천히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딜 간 거야? 설마 울리아스타이에 술 먹으러 나간 것은 아니겠지?"

10여 분 정도가 흐르고 말과 소들이 게르로 돌아오고, 멀리에서 소를 모는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온다. 게르 가까이 소를 몰고 오던 남자는 오토바이를 몰고 게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검붉게 탄 얼굴이지만 20대 초중반의 앳돼 보이는 얼굴의 남자이다.

"샌 베노. 비 서롱고스!"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게르 옆에 텐트를 쳤던 사진을 보여주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게르로 들어가자며 안내를 하고 우유차와 함께 몽골의 작은 빵은 내어준다.

양과 소를 치는 게르에는 마을의 게르들과 달리 가구들이나 침대가 없이 여기저기 물건들이 놓여있다.

무언가를 해겠다며 말하고 나간 남자는 소들의 무리에서 새끼들을 잡아 울타리 안의 줄에 묶어두느라 소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새끼들을 묶어두어 어미들이 멀리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통신이 되지 않으니 물어볼 방법이 없다.

해가 져서 어둠이 찾아오는 동안에도 남자는 소와 양들을 관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남자와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싶지만 산길을 넘어오느라 피곤하여 텐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배가 고프지만 온몸이 쑤셔대니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아이고, 정말 험난하다. 험난해!"

알타이까지 어떻게 갈까 생각을 하다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진다.

"뭐, 그냥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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