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8일 / 맑음 ・ 16도
알타이-울란티그
헙드로 향하는 길, 알타이를 떠나 헙드로 가는 첫 번째 여정 230km의 길을 출발한다.
이동거리
102Km
누적거리
10,230Km
이동시간
6시간 59분
누적시간
723시간
AH4
AH4
83Km / 5시간 05분
19Km / 1시간 54분
알타이
게르식당
울란티그
2,04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가벼운 감기 기운처럼 몸이 나른하다.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의 생활, 눈이 내리는 추위와 바람, 초봄의 따듯한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몽골 여행의 피로가 만만치 않다.
패니어를 모두 장착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주문을 했지만 음식은 30분이 넘도록 나오질 않는다.
"정말 느긋한 건지, 게으른 건지."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만을 먹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두 접시씩 먹고 싶은데."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 바이울기까지 800km의 거리, 경로의 중간에 위치한 헙드까지 450km의 거리다.
알타이에서 헙드로 이어지는 길의 처음 230km의 길, 지도상에 마을이 보이질 않는다.
"설마 작은 이름 없는 마을 정도는 있겠지."
알타이를 빠져나오기 전 작은 슈퍼에서 오렌지 음료수만을 추가로 사들고 출발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사두었던 비상식이 충분하여 마땅히 더 필요한 것이 없다.
"423km, 5일 정도에 갈 수 있을까?"
공항의 용도는 알 수 없지만 경비행기 정도 이착륙할 수 있을법한 비행장을 지나고, 길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어떻게 이렇게 끊임없이 바람이 불 수 있지?"
북쪽으로 가든, 서쭉으로 가든 , 남쪽으로 가든 상관없이 맞바람이 불어오는 몽골이다.
느릿느릿 산의 정상을 알리는 어붜에 기대어 바람을 피한다.
"오늘도 멀리 가기는 틀렸어!"
바람이 불어오는 산길을 내려가며 천천히 바람이 잦아든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잠시 바람을 막고 있었나 보다.
"왜 이래, 낯설게."
바람이 사라지며 기온이 올라가고 페달링의 속도도 경쾌해진다. 몽골에 들어서 가장 좋은 날씨가 아닌가 싶다.
바트의 집에서 이틀을 보내며 기다렸던 남동풍 이후 처음으로 맞바람을 맞지 않고 라이딩을 하고 있다.
차량의 통행마저 없는 한적한 도로를 내달린다.
시속 20km의 속도가 유지되고.
"그런데 이 길의 끝이 어디야?"
밑도 끝도 없는 황량한 풍경의 직선도로.
다리가 무너진 곳을 지나기 위해 작은 개울을 건너고.
80km만에 처음으로 몇 채의 집이 보인다.
"배가 고픈데, 물도 떨어져 가고."
오는 동안 물과 음료수 그리고 작은 빵들을 먹으며 출출함을 채웠지만 밥을 먹어야 한다.
도로변에 들어선 몇몇의 게르에 슈퍼나 음식점의 현수막이 걸려있고, 나를 지나치며 인사를 했던 러시아제 승합차가 게르 앞에 장차되어 있다.
"게르에서 음식을 파나?"
들어선 게르에는 승합차에서 내린 6~7명의 사람들이 우유차를 마시고 있다.
"밥 먹는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고 있으니, 나에게 인사를 했던 남자가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한다.
몽골트레킹 관광 회사를 하는 우가초고다. 영어를 하는 그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쉬고, 그가 초이완을 주문해 주어 메뉴판도 없는 식당에서 주문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사라진다.
우가초고는 손님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떠나고.
게르 식당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고.
음식을 만드는 사이 간의 침대에 누워있으니 나른함이 밀려든다.
"아줌마, 잠자는데 얼마야?"
아주머니는 숫자를 말하며 다섯 손가락을 쥐었다 펴 보인다.
"5,000투그릭이구나."
역시나 30분이 더 지나 음식이 나오고 배까지 부르니 쉬고 싶은 마음이 더해진다.
알타이를 벗어나며 네트워크는 끊긴지 오래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은 일몰 시간까지 너무나 3시간이나 남아있다.
6,000투그릭 밥값을 내며 다시 한번 숙박비를 물으며 계산기를 건네주니 10,000을 적어 보여준다.
"10,000투그릭? 에이, 너무 많이 받는다. 전기도 없는데."
요금을 깎아볼 수도 있지만 귀찮아진다.
"날씨가 좋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가자."
밥을 먹으며 물을 많이 마신 탓에 야영을 하며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 물병을 가리키며 슈퍼가 있는지 물으니 길 건너편의 게르를 가리키는 아주머니.
길 건너편 게르로 들어가니 젊은 여성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고, 작은 테이블에 콜라 페트병들이 놓여있다.
생수병이 보이질 않고, 가슴을 드러내고 젖을 물리고 있는 젊은 여자를 바라보며 뭔가를 설명하기엔 어색하여 그냥 밖으로 나온다.
"가다 보면 오늘 밤 잠자리를 부탁할 게르 한 채 정도는 있겠지."
일몰까지의 시간이 있어 천천히 100km만 채우자는 생각으로 길을 따라간다.
구름이 덮이며 오후 들어 좋았던 날씨가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일단, 100km는 채웠고."
텐트를 칠만한 장소와 도로변의 게르를 찾으며 천천히 길을 따라가고.
도로변의 가까이 게르와 벽돌집의 모습이 보인다. 퇴근 시간이 된 양들이 돌아가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허름한 벽돌집 한 채, 집으로 다가서자 얼굴을 모두 가리고 눈 부위만 구멍을 낸 두건을 쓴 여자가 나온다.
게르 옆에 텐트를 친 사진을 보여주며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만을 끄덕이는 복면의 여자.
"컨셉이 참.."
여자는 양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리키고, 그곳에서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이가 무언가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똥을 푸는가?"
가까이 가서 보니 우물에서 물을 길어 양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와. 이런 곳에 우물이."
양 떼들이 물을 주는 시간을 알고 우물가로 모여든 것이다.
겁쟁이 양들은 말을 피해 도망가고, 여자는 말을 쫓아내기 위해 초원을 누비며 달리기를 한다.
말들의 우두머리 수컷을 따라 말들이 기회를 엿보며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고.
말들을 피해 도망갔던 양들을 모으기 위해 여자는 나를 향해 말들을 쫓아내라 제스처를 한다.
졸지에 말들을 내쫓는 역할을 담당하고 멀리멀리 말들을 따라간다.
다시 양들이 우물가로 모이고.
멀리 달아났던 말들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온다.
"가! 인마. 근데, 너 부인이 몇 마리야?"
말의 무리는 수컷을 중심으로 10여 마리 내외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수컷의 엉덩이에만 인장이 새겨져 있다.
아마도 수컷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니 수컷만 관리하면 되는 듯싶다.
양들이 물을 다 마시고 난 후 우물은 말들의 차지가 된다.
여자는 양동이를 가져와 양들의 무리에서 어미들을 잡아 고음의 노래를 부르며 젖을 짠다.
그 노랫소리가 너무나 좋다.
두 부부의 벽돌집은 낡고 허름하다. 침대 두 개와 낡은 서랍장, 화로와 작은 텔레비전이 살림살이의 전부이고 태양열을 이용하는 배터리가 전기 공급 장치의 전부이다.
텔레비전과 전등을 밝히는 배터리, 전압이 불안정하여 전등의 밝기도 약하지만 그마저도 깜박깜박 거린다.
네트워크가 끊겨 부부와의 대화나 의사소통은 어렵다. 간단히 마을의 이름과 남자의 이름만을 물어보고 만다.
남자는 안에서 잠을 자라며 돈을 달라는 제스처를 하고, 무슨 뜻인지 몰라 웃으며 돈이 없다고 말한다.
왠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부이다.
작은 침대를 내어줬지만 이불 같은 것은 없다. 남자는 내게 와서 내 이불을 가져다 덮으라 제스처를 했지만 패니어에서 침낭 꺼내는 것이 귀찮고 피곤함 때문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만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몽골(19.04.14~07.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0. 헙드로 가는 길, 네루에 도착하다. 2019.05.29 (0) | 2019.05.29 |
---|---|
#119. 거센 바람과 끝없는 사막, 몽골의 친절과 불편의 사이에서. 2019.05.28 (0) | 2019.05.29 |
#117. 알타이, 파인애플 치킨이 최고야! 2019.05.26 (0) | 2019.05.27 |
#116. 알타이, 현재의 지금이 또 다른 그때라는 것을. 2019.05.25 (0) | 2019.05.25 |
#115. 서롱고스, 무지개 나라의 사람. 2019.05.24 (0) | 2019.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