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0일 / 맑음 ・ 18도
불간-네루
이틀간 계속되는 황무지의 라이딩, 아무것도 없는 230km의 구간의 끝을 향해간다.
바람이 잦아들고 어젯밤의 짙은 구름은 저 멀리 높은 산을 하얗게 만들어 논다.
"다시는 사지 말아야지."
"태극기 깃발이나 만들어 볼까."
간쑤크의 게르에서 얻은 자전거 스탠드 막대기에 케이블 타이로 태극기를 고정한다.
"좋은데."
"235km 만의 마을이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물어본다.
"레스토랑 어디에 있어?"
잠시 멈칫거리던 아이들은 일제히 마을 초입의 방향을 가리킨다.
"앞장서. 어디야?"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이 안내하는 식당으로 가는 동안 동네의 모든 꼬마들이 자전거를 따라 달리며 서롱고스를 외친다.
"이런 장면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사진에서 보던 장면인데."
아이들이 알려준 식당은 마을 초입의 오렌지색 건물이다.
"식당이었어?"
"부족해!"
다시 접시를 가져가 배식을 하는 직원에게 접시를 주니 의아해하며 쳐다본다.
"한 접시 더 줘!"
다시 받아온 접시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이틀 동안의 허기가 조금은 사그라진다.
"이렇게 현대적으로 조리하니까 냄새도 없고 맛있네."
"한국 사람?"
네루에서 60km 떨어진 알탄틸에서 호텔을 운영한다는 남자는 자신의 호텔에 오라며 안내를 한다.
"월컴 투 마이 호텔!"
남자의 페이스북 아이디로 친구 등록을 하고 내일 호텔로 가겠다 말한다.
"알탄틸이 큰 마을인가? 현대식 건물에 호텔이라."
남자가 알려준 호텔의 전경은 마치 건설현장의 청사진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화장실 내부 테이블에 휴지 같은 것을 팔며 이용료를 받고 있다.
200투그릭을 주고 시원하게 볼 일을 해결하고.
트럭의 주변에 있던 젊은 여자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이제 몽골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은 그러려니 생각된다.
"한국에서 일했구나?"
"5년 있었어."
"여기 좋은데 뭐하려고 한국에 갔어? 저기 봐. 하늘이 정말 좋잖아."
"돈 벌려고 갔어. 한국이 좋아!"
"여기가 좋아!"
여자의 남편은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나가자고 하더니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스처를 한다. 아마도 트럭에서 더 내려야 할 물건이 있나 보다.
남자는 트럭에서 쌀포대를 더 꺼내고, 그의 트럭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 실려 있다.
"울란바토르!"
남자는 울란바토르에서 헙드까지 물건들을 배송해 주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쌀포대를 꺼내고 출발을 하려던 남자는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헙드로 가자며 웃는다.
"뭐야. 식당 주인인가?"
간간이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들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식사를 한 후 떠나간다.
식당의 여직원에게 식당의 영업시간을 물어보니 시계를 가리키며 바로 영업을 끝낸다고 한다.
"나 밥 먹어야 해!"
다시 똑같은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고.
화장실이 있는 마당 안쪽에 텐트를 펼친다.
"딱이네."
자료를 정리하며 텐트에서 편하게 쉰다.
여직원의 설명과 달리 손님들을 태운 버스는 저녁 늦게까지 식당으로 들어서고, 오초르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영상통화를 걸어와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보고 통화를 한다.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갔을 때 그의 아내가 통화를 연결해 주기 때문에 그나마 얼굴을 볼 수 있다.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화물트럭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배기음 소리가 시끄럽다.
세면기가 있은 화장실 가까이 자리를 잡은 것이 문제인가 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밤하늘에 별들이 빼곡하다. 몽골 여행 동안 패니어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카메라로 별들의 풍경을 찍어보며 연습을 하고 싶지만 귀찮다.
"몽골은 별보다 구름이야!"
잠시 별들을 구경하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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