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밥도둑, 자전거 세계일주 : 러시아 (Bike Trip in Russia)

러시아 : 2019.07.08~07.31 / 1,270km

 

July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8

울란바이신트-코쉬아가츠

5:56

80

625:53

8,237

9

코쉬아가츠

0

0

625:53

8,237

10

코쉬아가츠

0

0

625:53

8,237

11

코쉬아가츠-아크타쉬

6:56

103

632:49

8,340

12

아크타쉬-인야

7:13

106

640:02

8,446

13

인야-옹구데이

6:47

74

646:49

8,520

14

옹구데이-쉐발리노

7:57

92

654:46

8,612

15

쉐발리노-만저로크

5:52

79

660:38

8,691

16

만저로크

0

0

660:38

8,691

17

만저로크

0

0

660:38

8,691

18

만저로크-고르노 알타이스크

3:21

43

663:59

8,734

19

고르노 알타이스크

4:57

60

668:56

8,794

20

고르노 알타이스크-비스크

0

0

668:56

8,794

21

비스크-고르데예브스키

5:10

105

674:06

8,899

22

고르데예브스키-바르나울

5:21

88

679:27

8,987

23

바르나울

5:02

91

684:29

9,078

24

바르나울

2:52

17

687:21

9,095

25

바르나울

2:44

25

690:05

9,120

26

바르나울

0

0

690:05

9,120

27

바르나울-알레이스크

8:17

142

698:22

9,262

28

알레이스크-포스켈리카

5:32

81

703:54

9,343

29

포스켈리카-룹촙스크

5:36

84

709:30

9,427

30

룹촙스크

0

0

709:30

9,427

31

룹촙스크-보로두리하

7:56

106

717:26

9,533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유나박시, 김혜숙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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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4일 / 맑음 ・ 34도
보로둘리하-세메이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국경을 무사히 넘고, 보로둘리하에서 자넬을 만나 유심카드도 쉽게 구매했다. 카자흐스탄의 첫 번째 도시 세메이를 향해 여행을 시작한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12,367Km
이동시간
6시간 02분
누적시간
891시간

A11
A11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보로둘리
시계
세메이
 
 
19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새벽 늦게 잠들었지만 7시가 넘으며 텐트 안이 더워지며 강제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8시가 되기도 전에 강렬한 햇볕이 따갑고,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날씨다.

공원에서는 아침부터 꽃과 나무에 물을 주느라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물 호스를 빌려 세수와 함께 온몸을 닦아내고 싶었지만 왠지 한가로운 짓 같다.

어제 공원의 관리인과 자넬에게서 느꼈지만 공원은 이곳 사람들에게 중요한 공간인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손길들이 느껴진다.

텐트를 정리하기 전 자전거를 살펴보니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다.

"아이고."

짐들을 정리하고 텐트를 말리며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동안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무뚝뚝한 러시아, 관심이 부담스러운 몽골인에 비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편안하고 다정다감하다.

"비상식을 사고, 자넬이 소개해 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출발하자."

세메이까지 70km의 거리, 천천히 이동을 해도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카우치서핑이나 해 볼까?"

물을 사기 위해 카드 카드 결제가 되는 슈퍼로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이 켜져있다. 슈퍼를 둘러보는데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웃는 얼굴로 무어라 계속 말을 한다.

생수를 들고 흔들어 보고 있으니 재미있다는 듯 계속 말을 한다. 모르면 괜찮지만 알고 있으면 써먹어야 한다. 어젯밤 위너님이 알려준 대로 '녯가즈'라고 말하니 탄산수들 가운데 생수를 골라 준다.

"스바시바!"

요거트와 콜라를 사들고 계산을 할 때까지 무엇이 그렇게 반갑고 좋은지 살가운 웃음으로 말들을 이어간다.

"어디로 가니?"

슈퍼를 나와 시원한 콜라를 마시고 있으니 조금 전의 아주머니와 그녀의 남편으로 보리는 남자가 질문을 한다.

명함을 건네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하니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슈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동네의 꼬마들이 자신들의 핸드폰을 들고 망설이더니, 물과 요거트를 패니어에 집어넣자 수줍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래, 이리 와."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더니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식당으로 출발을 하려는데 아주머니가 바쁘게 나오더니 돔브라 모양의 열쇠고리를 선물로 준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식당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좋은 얼굴로 응대를 한다.

"카드로 결제가 돼요?"

약간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젖고, 친절한 종업원이 '방크'라며 은행이 있는 방향을 알려준다.

"방크에 갔다 올게."

마을로 다시 들어가 은행을 찾아도 은행 비슷한 것도 없고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손인사를 한다.

자넬을 만났던 곳까지 이동을 했지만 은행은 없다. 길 건너편에서 중년의 여자가 손짓으로 나를 부르더니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은행이 어디에 있어요?"

손짓으로 은행의 방향을 알려주는데 공원 근처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알려준 대로 집들 사이의 골목을 따라 공원의 입구까지 다시 갔지만 아무리 봐도 은행이 있을법한 장소가 아니다.

다시 길을 돌아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우체국 앞에 있던 아저씨가 인사를 한다.

"아저씨, 은행이 어디 있어요?"

아저씨가 다가와 구글맵을 보며 은행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맵을 확인하는 동안 계속해서 몸짓으로 길을 안내한다.


공원 뒤쪽의 길을 따라 이동하여 마을의 외진 곳에 있는 은행을 찾았다.

"아니, 은행이 왜 여기에 있어?"

은행 앞의 그늘진 곳의 벤치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인상 좋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그의 옆에 앉아 은행의 이름을 검색하니 카자흐스탄의 최대 은행 Halyk Bank다.

여행 경비 50,000텡게를 찾고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식당으로 갔다.

아침부터 은행을 찾기 위해 보로둘리하의 온 동네를 휘졌고 다녔지만 피곤하고 힘들기 보다 사람들의 반가운 환대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식당에 도착하여 먼저 펑크를 정비한다.

어제 스티커형 펑크패치를 붙인 곳이 떨어져 있다.

"간편해서 좋았는데, 딱 그것만이군."

본드칠을 하여 정성스럽게 펑크패치를 다시 붙였지만 펑크패치의 팽창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펑크 수리를 하는 동안 고기를 굽던 남자가 커피를 타서 건네준다.

어쨌든 펑크 수리를 했지만 오늘 하루만 버텨줬으면 좋겠다. 이틀 전부터 너덜거리던 바테잎도 전기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종업원 여자가 다시 반갑게 맞이해주고, 식당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있다.

메뉴판에서 600텡게 볶음밥과 350텡게의 고기 메뉴 같은 것을 주문하고 10,000텡게를 주자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가 잔돈이 없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 된다고 한다.

"없어? 안 돼?"

어이가 없으니 웃음만 나온다.

"돈이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없다니."

한국돈 30,000원 정도의 금액인데 바꿔줄 잔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다니.

식사를 포기하고 빈 테이블에 앉아서 세메이로 가는 도로를 확인하고 있으니, 잠시 후 여자 종업원이 나를 부른다.

손님들에게 받은 음식값들을 더하고, 자신들의 지갑을 털어 카자흐스탄의 모든 지폐와 동전들을 하나씩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뭔 종류가 이렇게 많아."

무표정했던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도 끝내 웃음을 터트린다.

그림과는 많이 다른 메뉴가 나왔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은행을 찾느라 거리를 헤매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느라 늦은 아침의 식사가 점심 식사가 돼버렸지만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진다.

식당의 주차장에서 7~8명의 남자들이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고 이것저것들을 묻는다.

즐거운 농담과 웃음들이 오가고 보로둘리하를 떠난다.

여행을 하며 많은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마을 전체에서 마주한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웃음과 환대를 해주는 곳은 처음이다.

어제 보로둘리하에 도착하며 규모가 작은 올드 타운의 모습에 약간 경계의 마음을 가졌었다.

자연,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보로둘리하의 사람들에게서는 은은한 솔향기가 느껴진다. 그들과의 만남은 카자흐스탄 여행의 첫 번째 선물처럼 생각된다.

"고마워. 보로둘리하!"

작은 다리를 건너 어제 지나왔던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디미트리에브카로 돌아온다.

오르막길이 돼버린 도로를 올라오느라 갈증이 난다. 사거리의 작은 슈퍼에 들어간다.

"물, 시원한 물!"

카자흐스탄의 작은 슈퍼에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는 기기가 놓여있다.

슈퍼를 들어가기 전부터 말을 건네던 아저씨가 사진을 찍자고 하고.

시원한 냉수를 마시며 쉬고 있으니 길을 가던 남자가 다가와 어떤 말을 하더니 못 알아 들으니 시크하게 빵 한 봉지를 건네주고 간다.

2시, 슈퍼 앞에서 충분히 휴식을 하고 세메이로 출발한다.

더워지는 날씨, 여전히 평평한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질주한다.

넓은 평야에는 수풀들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커다란 짚단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빠르게 빠르게 세메이로 향하지만 도로의 상태가 조금 아쉽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남은 세메이까지 남은 거리는 30km.

쉬지 않고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가고, 27km를 남기고 철도 건널목을 건넌다.

작은 식당들이 모여있는데 쉴 그늘이 없다.

도로변 식당 앞에 주차되어 있는 화물차의 그늘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식당에서 채운 물로 목덜미와 팔뚝에 물을 부으니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 깜짝 놀란다. 잠시 후 불어오는 바람에 물에 젖은 부분이 시원해진다.

여러 차례 온몸에 물을 부어가며 더위를 식히고, 미지근한 물을 마셔보지만 숨이 막히는 무더위다.

화물차가 만든 그늘에서 쪼그려앉아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는데, 식사를 마친 화물차가 출발을 해버린다.

"으, 더워. 좋았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출발을 하고, 길은 소나무 숲을 향해 길게 이어진다.

세메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지고.

더위에 지쳐간다.

겨우 도로변의 그늘을 찾아 햇볕을 피하고.

"돔브라를 어디에 달아 볼까?"

아침에 보로둘리하의 슈퍼에서 선물 받은 열쇠고리는 핸들 패니어에 달아둔다.

세메이로 향하는 도로는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쉽게 내려가지 않고 회전을 반복한다.

세메이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시내의 외곽에서부터 도로의 상태가 매끈하게 변한다. 초입에 들어선 음식점에서 바베큐 냄새들이 유혹을 하지만 지금은 고기보다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다.

슈퍼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몽골과 러시아에서는 슈퍼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구별이 쉽지 않다.

세메이 중심으로 들어가는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숙소로 알아보았던 호텔의 방향이고, 왼쪽은 시내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지만 시내를 보고 숙소로 가기 위해 왼쪽의 도로로 진입한다.

단층의 목조 주택들을 지나며 차량의 통행은 급속도로 복잡해진다.

하지만 운전 매너가 좋은 카자흐스탄의 운전자들이라 어렵지는 않고, 여기저기에서 손인사들을 전한다.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며 사진을 찍자며 정중히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즐거워한다.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와 이틀 동안 정말 많은 사진을 찍는다.

가로수와 수풀이 무성한 시내길을 지나 빌딩과 상가가 들어선 시내 중심에 도착한다.

"왔다!"

박물관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슈퍼는 어디에 있는 거야?"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어야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콘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저울에 달아 가격을 알려준다.

"왠지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비효율적이네."

바닐라와 멜론 맛의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작은 아이스크림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날씨가 덥다 보니 아이스크림은 겨우 아이스한 정도이다.

그늘에서 카우치서핑을 확인하고, 저렴한 숙소들을 검색하다 더위에 지쳐버린다.

"에쒸, 왜 이렇게 더워. 몇 도야?"

32도, 몽골에 비해 기온이 높지만 따가운 햇볕의 몽골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면서 바람마저 후덥지근한 바람으로 변하여 숨이 막혀온다. 물론 덥기는 몽골이나 카자흐스탄이나 마찬가지다.

부킹닷컴으로 저렴한 숙소를 예약한다. 침대가 있는 호텔은 몽골의 울기가 마지막이었으니 한 달 만인가 보다.

"그래, 오랜만에 편하게 에어컨 바람도 쐬어보고 자료도 정리하자."

고급진 6,000텡게(18,000원)짜리 호텔은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다.

아르티시강을 따라 시내를 구경하고.

강변의 산책로를 둘러보고.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외곽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2층 건물의 가정집 같은데 단층의 목조 건물들 사이에 있으니 고급진 호텔로 보인다.

프런트에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

"물, 코크!"

냉장고에 있는 물과 콜라를 집어 드는데 미지근하다. '왜?'라는 표정으로 여직원을 쳐다보니 웃으면서 냉장고의 코드를 찾아 콘센트에 꽂는다.

체크인을 하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방은 천국과 다름없다.

졸졸거리며 새어 나오는 샤워기로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누운 채 천국을 만끽한다.

"아, 저 에어컨 떼어가고 싶다."

해가 저물어 가고, 숙소의 냉장고 속 음료들은 여전히 만족스러울 만큼 시원하지가 않다.

"주변에 식당 없어?"

"2km 정도 걸어가면 돼."

"안 갈래. 슈퍼는?"

"큰 슈퍼는 없어."

"왓?"

"길 건너편에 손톱만 한 가게는 있어."

손톱만 한 가게에서 콜라와 카자흐스탄 컵라면을 사들고 돌아온다.

더위에 지친 탓인지 배는 고프지만 심하게 음식이 당기지는 않는다.

모기에 물리고, 상처가 나고, 이상하게 간지럽고, 얼룩덜룩 제각각의 색으로 변해간다.

큰 용량의 컵라면인데 엄청 싸다. 600원 정도.

"무슨 맛일까?"

카레맛이 나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좋다. 하지만 면발은 영 별로다.

일기를 써야 하는데 졸리다.

"아, 모르겠다. 천국에선 일기 같은 것은 안 쓸 거야. 매일이 좋으니까..."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3일 / 맑음 ・ 30도
룹촙스크-카자흐스탄 보로둘리하
24일간의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으로 간다. 여행의 네 번째 나라 카자흐스탄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106Km
누적거리
12,282Km
이동시간
7시간 56분
누적시간
885시간

 
A322도로
 
A11도로
 
 
 
 
 
 
 
40Km / 3시간 07분
 
66Km / 4시간 47분
 
룹촙스크
 
국경
 
보로둘리
 
 
10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카자흐스탄으로 국경을 넘어가야 하는 하루, 몹시 바쁘고 정신이 없을 하루일 것이다.

러시아 친구의 움직임 소리에 여러 번 잠이 깨었지만 쉽게 눈이 떠지질 않는다.

"조금만 더."

7시 반, 반강제적으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하나둘씩 꺼내어 자전거에 장착을 하니 러시아 친구는 작업복을 입고 문을 잠가달라는 제스처를 하고 숙소를 나갔다.

아마도 룹촙스크에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온 듯하다.

아침은 월터식으로 간단히 해결을 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아침부터 배속이 요란하다.

베이징을 떠날 때 설사로 인해 고생한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속이 편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가끔 시내로 들어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이러는 것 같다. 그렇다고 평소와 다른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두어 차례 화장실을 방문하고, 시장에 나가 고기를 먹고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출발했다.

러시아-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40km 정도, 그리고 세메이까지 100km 정도의 거리를 더 가야 한다.

"세메이까지는 무리고, 중간에서 캠핑을 하자."

룹촙스크를 빠져나오는 길은 단순했다. 그냥 직진이다.

A322 도로에 진입하고 세메이까지 144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굳이 다른 나라 도시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것을 보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관계는 아주 좋은가 보다.

오래된 자전거 펌프를 가지고 다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라이딩을 하고.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지는 기찻길의 승차장에서 잠시 쉬었다.

앙증맞게 작은 기차의 승차장, 트램의 승차장은 아닌데 이런 곳에서 정차를 하고 승객을 태울까도 싶다.

30km 정도를 이동하니 국경의 마지막 마을이 나타난다.

작은 마을의 초입에서 환타와 같은 음료수로 갈증을 해결하고, 주변을 검색하니 가까운 곳에 마리아-라 슈퍼가 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슈퍼로 들어가 캠핑을 할 식량들을 보충한다. 50루블 크림빵, 요거트, 아주 작은 냉동만두를 조금 담고, 닭 날개만을 모아놓은 것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문제의 물, 항상 먹던 물은 작은 용량만 있어 비싸고 탄산수만 진열되어 있다. 이것저것을 흔들어 봐도 모두 탄산수다.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귀찮고, 그냥 탄산수 한 병을 집어 들었다.

슈퍼 앞의 벤치에서 닭 날개 부위로 점심을 대신한다. 3일째 닭만 먹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며 구글맵을 확인하니 국경까지 9km 정도의 거리다.

페달링은 느긋해지고 한가롭기 그지없다.

몽골-러시아의 구경을 넘어온 터라 불안하거나 조급한 마음이 없다.

휑하게 변했던 도로의 주변에서 멀리 검문소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보이고.

바르나울에서 시작된 거리 안내판은 마지막 336을 알려준다.

"국경이야, 휴게소야?"

몇 대의 차량들이 정차되어 있고, 몇몇의 차량들은 왼쪽의 도로를 이용해 그냥 지나간다.

"어쨌든 사진은 찍고."

"레드, 블루, 화이트. 간결하고 깨끗한 조합이다."

차량들이 지나가는 좌측의 도로를 따라가려다 차단기가 내려진 출입구를 보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미그레이션인가?"

두 대의 승용차가 출입구를 향해 대기하고 있어, 잠시 고민을 하다 탑승자에게 물었다.

"카자흐스탄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조수석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는 차단기가 내려진 곳을 가리켰다.

잠시 차단기 앞에서 기다리니 차단기가 올라가고 승용차의 탑승자가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마당을 지나 승용차의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단층의 작은 건물로 들어가고, 그들을 뒤따라 가니 군복을 입은 남자가 '세울'이라고 묻고는 건물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작은 건물은 러시아의 출국사무실, 서너 명의 사람이 출국 심사를 받고 있고 마지막으로 심사창구의 앞에 섰다.

영어를 하냐며 러시아 억양으로 말을 하는 남자의 영어는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몇 차례 '왓', '아이 돈 노우'를 말하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너 발음 무지하게 구려. 자식아!"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묻는 질문도 이상하다.

"어디로 갈 거야?"

"여기서 카자흐스탄 밖에 더 있냐?"

"자전거 어디에서 샀어?"

"소개해 줄까? 김포 자전거 가게!"

"자전거 번호 갖고 있어?"

"한국엔 그딴 거 없어!"

짜증스러운 얼굴로 옆에 서있던 직원과 시시덕거리더니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내가 구린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인지 아니면 동양인에 대한 비하의 웃음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면 쓸데없는 것에 감정을 소비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존감이 강한 편이라 의미 없는 하찮은 외부 자극에 무신경하다.

"굿럭, 웰컴 투 카자흐스탄."

"네가 왜 웰컴투를 해!"

출국 사무실을 나오니 세울을 말하며 웃던 군인이 미소를 지으며 패니어를 열어 달라고 한다.

앞뒤 패니어를 열자 훑어보지도 않고 끝났으니 가보라며 출구 쪽을 안내하고 인사를 한다.

"네가 제일 마음에 든다."

러시아 검문소를 나와 길을 따라가니 바로 카자흐스탄 검문소가 나온다.

"입출국을 공동으로 한꺼번에 할 수는 없는가?"

카자흐스탄 검문소의 입구에는 몸이 마른 남자가 통제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이상한 질문들을 한다.

"어디로 가냐?"

"카자흐스탄 가려고 여기 왔잖아!"

"키르기스스탄?"

"다시 러시아로 갈 건데."

"오홍?"

아마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키르기스스탄으로 간 모양이다.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두 질문을 하고 검문소에 있던 군인의 영어 회화는 모두 바닥이 났다. 이후의 모든 질문에는 난데없는 How가 모두 붙었고, 하우 다음에는 바디랭귀지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체류 확인증을 주며 적어야 할 곳에 체크를 해주어 이름과 국가, 방문 목적을 적고 사인을 하고 보여주니 차단기 앞을 가리키며 말한다.

"하우 스탑!"

"어, 그래."

한참을 차단기 앞에서 기다리고,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을 먼저 보내더니, 그제서야 검문소 확인증을 건네주고 길을 안내한다.

"음, 하우 넘버 원!"

자전거를 끄는 시늉을 하고, 걷는 시늉을 하더니 입국 사무소를 가리키며 재차 '하우 넘버 원'을 외친다.

"그만해. 쉐리야!"

하우 끌바로 차량들이 줄 서있는 곳에 자전거를 놓고, 하우 워킹으로 입국 사무소의 하우 넘버 원 출입문을 들어갔다.

입국 사무소에는 여덟 명 정도의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고, 입국 심사는 3분 정도 소요되었다.

마지막 내 차례가 돌아올 때쯤 한무리의 사람들이 입국 사무실로 들어오고.

동양인 외모의 심사관은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뭔가가 어설퍼 보인다.

역시나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더니 이후에는 러시아말인지, 카자흐스탄말인지 모르겠지만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여러 국가의 비자 정보가 적혀있는 듯한 매뉴얼에서 태극기를 알려주었더니 사증 페이지를 추가해 놓은 두툼한 내 여권을 계속해서 들춰본다.

"러시아 출국 사무실의 그놈도 여권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세어보더니. 너네들 그게 신기한 거야?"

그리고는 난데없이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는 시늉을 하며 뭔가를 자꾸 물어본다.

"노. 바이시클!"

답답하다는 듯 계속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며 말을 하고.

"모터바이크 노! 바이시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답답한 대화의 소리가 커지자 대기줄에 서있던 사람들이 동요를 한다. 마지못해 한 남자가 다가와 심사관에게 무언가를 말하니 무안한 표정으로 더는 오토바이 그립을 당기지 않았다.

"이름이 뭐야?"

"차섭변."

"뵨?"

여권을 보며 독수리 타법으로 영타를 입력하는데, 누가 봐도 버벅거리는 모양새다.

"왜 또? BYOUN이 아니고 BYUN이라 안 찾아지는 거야, 못 치는 거야?"

한참을 자판과 씨름을 하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여권과 확인증들을 돌려주며 나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뭐야? 도장 안 박았잖아!"

창구에서 물러나 황당하게 서있으니 대기줄에 있던 젊은 남자가 다가와 속삭이듯 영어로 말한다.

"심사관이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어요."

"아하. 땡큐!"

잠시 후 남자와 여자의 다른 검사관이 오고, 이름과 여행 경로를 물어보더니 이전 검사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었다.

검사관은 컴퓨터로 무언가를 처리하고 나를 창구로 부른 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여권과 체류 확인증, 검문소 확인증에 스탬프를 찍었다. 다행히 체류 확인증에 두 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어주었다.

만약 하나만 찍었다면 또 한 세월을 옥신각신하며 복잡해졌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입국 시 거주등록을 해야 하는데 육로로 입국할 때 체류 확인증에 두 개의 스탬프를 받으면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험난했던 입국 심사가 끝나고 새로 나와 사태를 수습한 심사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나왔다.

두건과 헬멧들을 다시 쓰고 있을 때, 검사관이 뒤따라 나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자전거를 가지고 짐 검사를 받은 후에 가라며 인사를 한다.

"하아 참나. 이렇게 완장만 떼면 다 동네의 형, 동생, 아저씨, 오빠인데 말이야."

자전거를 끌고 짐을 검사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니 하오!"

나를 보던 군인이 어설픈 중국어로 인사하며 웃는다.

"나 한국 사람이야. 안녕하세요라고 해야지."

"아하, 세울?"

패니어를 오픈하니 전혀 보지를 않고 핸들 패니어를 보자고 하더니, 다른 군인이 다가오며 담배를 달라고 한다. 러시아 담배 한 개비를 주자 검사원은 패니어 검사가 끝났다며 인사를 한다.

"너네 혹시 담배를 찾았던 거니?"

입국 심사가 모두 끝났다. 바로 검문소의 출구로 이동해 검문소 확인증을 반납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왔다.

1시 30분에 들어선 러시아 출국 사무실에서 카자흐스탄의 입국 절차를 끝내고 나오니 3시가 되었다. 약간의 피로가 몰려온다.

카자흐스탄의 국경 검문소를 조금 벗어나 도로변에 앉아 잠시 쉬었다.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왔지만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잘 잡히고 있어, 러시아를 떠나는 인사를 인스타그램으로 짧게 업로드하고.


"한 달 뒤에 다시 보자. 러시아!"

"그나저나 출입국을 하느라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네."

100미터가 넘는 세메이는 갈 수 없고, 구글맵을 검색해서 카자흐스탄 유심칩 구매와 현금을 찾을 수 있는 마을을 찾았다.

60km 정도의 거리에 몇몇의 슈퍼와 은행이 검색되는 마을이 있다. 세메이로 가는 메인 도로에서 10km 정도 벗어나 있는 Borodulikha라는 마을이다.

"오늘은 여기에서 야영을 하자."

메인 도로를 타고 드미트리에브카까지 가서 10km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64km, 가 볼까!"

30분 정도의 휴식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의 첫 번째 라이딩을 시작한다.

국경의 주변이라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고, 길게 뻗은 평야의 도로 위로 뭉게구름들만이 하늘을 덮고 있다.

갓길이 전혀 없는 도로는 국경을 통과하는 절차들 탓인지 지나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크게 불편하지 않고, 운전자들도 매너 좋게 지나쳐 간다.

마주 오고, 지나치는 운전자들이 손을 들어 많은 응원과 인사를 보내준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라 그런지 러시아의 네트워크가 여전히 잘 잡힌다.

도로의 오른 편은 러시아고, 도로부터는 카자흐스탄이다.

"언제쯤 끊길까? 쓸데없이 괜한 궁금증이 생기네."

카자흐스탄의 도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오래된 도로인지 아니면 아스팔트의 함유량이 부족했던 것인지 바닥 돌들이 드러나 우둘투둘한 바닥면이 드러나 있다.

러시아 지역의 평야와 함께 왼편의 카자흐스탄 지역은 멀리 우거진 숲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조차 없는 평평한 도로는 계속 이어지고, 러시아의 통신도 끊기지 않고 연결이 되어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작은 시골 마을의 모습이 보이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도로변에 가까워진다.

빽빽하게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소나무 숲이다.

주유소와 함께 작은 식당이 나타나고 자연스레 식당 앞의 그늘을 향해 자전거가 이끌려 들어간다.

"아휴 더워."

에어컨 실외기가 놓인 지붕을 수리하고 있던 아저씨가 인사를 하며 식당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핸드폰을 꺼내어 번역기를 사용하려고 보니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끊겨있고, 로밍을 하라는 문자 같은 것이 수신되어 있다. 항상 필요할 때는 이렇다.

"카드 결제돼요?"

카자흐스탄의 현금(텅게)가 없어 카드 결제가 되는지 묻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러시아 루블을 꺼내어 보여주니 식당에 들어가서 물어보라는 제스처를 한다.

식당 안은 에어컨이 켜져 있어 시원했고, 주방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중년의 여자는 이방인의 등장에 낯설어 하며 인상 좋은 할머니를 부른다.

"시원한 뭔가가 없나?"

식당의 한편에 술과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러시아 루블을 보여주며 러시아 돈을 받는지 물어보니 잠시 머뭇거린다.

"안 되는가?"

잠시 의자에 앉고 싶어 뒤돌아서니 계속해서 무어라 말을 한다.

"된다고?"

물건을 파는 공간의 앞에서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자 할머니는 계산대 밑쪽의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웃는다.

시원한 음료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1리터의 콜라의 가격을 묻자 350의 숫자를 보여주더니 놀란 표정을 하자 실수라는 듯 웃으며 계산기에 70을 눌러 보여준다. 100루블을 주니 잔돈 대신에 껌 같은 것을 주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잔돈이 없으니 대충 물건으로 준 것인데, 그것을 설명하는 것 같다.

"알아요. 그 정도 융통성인 있는 남자랍니다."

시원한 콜라를 한꺼번에 반쯤 들이마시고, 간이 세면대를 가리키며 씻을 수 있는지 묻자 양동이에 물을 가져와 간이 세면대에 물을 채워준다.

메뉴표를 가져와 무언가를 설명하는데 알아 들를 수도 없고, 100루블을 주며 알아서 달라는 제스처를 했다.

잠시 후 빵과 함께 오이와 토마토에 소금을 살짝 뿌린 샐러드를 내어주고.

"설마? 이게 끝은 아니지?"

그리고 넓은 그릇에 감자와 고기가 들어간 수프가 나왔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지붕을 고치던 아저씨들과 잠깐 얘기를 나누고 다시 도로를 따라간다.

잠깐의 소나무 숲길을 지나 소나무 숲은 도로에서 멀어지고.

드넓은 평야가 이어진다.

태양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추며 만들어진 그늘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었다.

6시, 목적지인 Borodulikha까지 30km 정도가 남았다.

"먼저 유심 카드를 사야 하는데, 슈퍼나 핸드폰 가게가 몇 시까지 하려나?"

몽골,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이나 핸드폰 가게에서 쉽게 유심 카드를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업시간이 문제였다.

"9시까지는 하겠지."

미지근한 콜라와 더 미지근한 탄산수를 번갈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해보려 했지만 더 갈증이 난다.

아이오버랜드 앱으로 Borodulikha의 주변을 검색하니 세 군데 정도 와일드 캠핑을 했던 정보들이 나온다.

두 개의 포인트는 마을의 외곽을 벗어나 저수지 같은 곳에서 캠핑을 한 것이고, 하나의 포인트는 마을 중심에 있는 공원인데 캠핑에 대한 내용은 없고 공원에 대한 설명만 적혀있다.

"도착해서 마땅한 곳이 없으면 저수지로 가지 뭐."

다시 출발을 하고 잠시 길을 따라가는데 느낌이 안 좋다. 10,000km가 훌쩍 넘어가며 얇아진 타이어가 작은 철심에도 펑크가 나는 것인지,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산 튜브들이 불량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스타나에 도착하면 뒤쪽 타이어를 교체해야 되겠네."

저번에 펑크가 난 부분과 비슷한 위치인데 튜브가 불량인가 싶기도 하고,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산 펑크 패치를 꺼내보니 스티커형 접착식 펑크 패치라 간편하고 좋다.

길은 여전히 평평하고 욕심을 내면 10시 전후로 세메이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쓸데없는 욕심이다.

속도를 늦추고 야영을 할 좋은 장소를 살펴 가며 길을 따라간다.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해바라기 밭도 좋겠는데, 나무들로 시야도 완벽하게 가려져 있고."

이동을 멈추고 노란 해바라기 밭에서 캠핑을 할까 생각하다 일단 유심카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Borodulikha로 들어가는 드미트리에브카의 모습이 나타나고.

나무 집들이 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시골 마을, 가축의 분뇨 냄새가 조금 진하게 나는 마을이다.

Borodulikha로 들어가는 사거리 교차로가 나오고.

8시가 가까워지며 뜨거웠던 날씨의 기세도 차츰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잠시 쉬는 동안, 조금 전에 지나쳤던 젊은 여자가 다가와 담배를 달라고 한다.

담배 한 개비를 주고 불을 붙여주니 '스바시바'라며 인사를 하고 간다.

담배를 빌렸던 여자는 도로변을 걸어가며 가벼운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자전거를 끌고 소를 몰던 아주머니는 도로를 건너느라 바쁘다.

Borodulikha로 들어가는 길은 소나무 숲을 관통하며 긴 내리막이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은 보호구역처럼 관리가 되는 것 같다.

"소나무 숲에서 캠핑을 해도 좋겠어."

중국의 앙증맞은 도로 표지석, 몽골의 볼링핀 모양의 표지석, 러시아의 심플한 안내 표지판. 카자흐스탄의 도로 표지석은 시멘트 기둥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특이하고 웃기다.

세메이로 가는 메인 도로와 달리 차량의 통행이 조금 많아지고, 7km 정도의 소나무 숲길이 이어졌다.

"아고, 왔다!"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독수리가 내려앉은 멋진 Borodulikha의 구조물이 나오고.

마을은 숲을 벗어나 작은 다리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이 생각보다 작네."

"슈퍼에서 유심카드를 살 수 있나?"

마을 입구의 삼거리에서 구글맵을 검색하는 동안 서너 대의 승용차가 지나가며 엄지를 세우거나 손을 들며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여기로 들어가는구나."

천천히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작은 마을이다. 지도에는 몇 개의 슈퍼와 은행이 검색되었는데 눈에 잘 보이질 않고.

관공사처럼 보이는 곳에서 길을 지나가는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헬로, 유심 카드를 어디서 사요?"

핸드폰을 가리키며 '심카드'를 여러 번 반복해도 의사 전달이 잘 안된다. 구글 번역기 있는지 묻자 자신의 핸드폰으로 한국어 번역을 설정해 준다.

"오, 센스!"

다른 사람들은 일본이나 중국인이냐며 묻거나 일본, 중국의 인사말을 건넸는데 여자는 태극기를 보고 내가 한국인임을 알았는지 묻지도 않고 한국어를 설정했다.

번역기로 유심카드를 어디서 파는지 물으니 환하게 웃으며 길 건너편 가게를 가리킨다. 어린이용 자전거가 다섯 대쯤 진열되어 있는 가게는 슈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여자는 빙긋 웃으며 가던 길로 걸어갔다.

들어간 가게는 옷을 파는 가게로, 카운터의 주변에는 간단한 문구류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옷을 고르는 손님을 응대하느라 바쁜 주인 여자는 잠시 후 말을 걸어왔다.

"심 카드!"

두어 번 심카드를 외치자 이해하고 가게의 안쪽으로 가자고 한다. Beeline과 ALTEL의 유심 카드가 진열대 위로 쌓여있고 300, 500 등의 펜 글씨가 적혀있다.

"알텔로 주세요. 데이터가 어떻게..."

알텔의 유심을 선택했지만 데이터 용량과 사용기간을 물어보려니 소통이 안된다.

아주머니는 뭔가를 설명하며 부산하게 가게 안을 돌아다니고 의사소통 불가의 시간, 옷들이 진열된 방향에 조금 전 길에서 만났던 여자가 웃으며 서있다.

"헬프미!"

반갑게 웃으며 도움을 청하자 핸드폰을 들고 걸어온다.

"어떤 게 좋아?"

여자의 통역으로 주인 여자는 비라인이 더 좋다고 하며 카자흐스탄에서만 쓸 수 있는 유심이라고 한다.

데이터와 사용기간 같은 것을 묻자 주인 여자는 비라인의 상품을 안내하는 파일첩을 가져오고, 30일/20기가/3,000텅게의 상품을 선택했다.

"이거 핫스팟은 되는 거지?"

번역기로 몇 차례 음성인식을 해도 오번역이 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핫스팟, 핫스폿, 핫스폿."

월터의 발음처럼 핫스폿을 말해도 소통이 안되어, 핸드폰을 보여주며 '와이파이 커넥션'을 말하니 여자는 자신의 핫스팟을 켜고 내 핸드폰을 연결해 준다.

"어, 이게 핫스폿이야."

그녀의 핸드폰으로 핫스팟을 연결했는데 비라인의 상품에 핫스팟 지원이 되는지 물어볼 방법이 없다.

"너 유심카드 비라인이야?"

"응."

"그래? 그럼 핫스팟 되겠네. 이것으로 할래."

유심카드를 결정하고 그녀와 사진을 찍고, 이름을 물었다.

자넬, 동양인 외모의 자넬은 길에서 마주치고 유심카드를 사러 가는 나를 도와주려고 가게로 돌아온 것이다.

자넬의 도움으로 카자흐스탄의 유심카드를 쉽게 구매하고.

통신사 등록을 하던 주인 여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며 등록을 마쳤다.

"카자흐스탄 전화번호 생겼다."

"자넬, 주변에 캠핑을 할 장소가 있을까?"

주인 여자와 무언가를 상의하더니 주변의 공원에서 캠핑을 할 수 있다며 데려가 주겠다고 한다.

주인 여자는 자넬의 설명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오우'라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혼자서 다니는 거야?"

"응."

"오우."

그리고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보더니 더 크게 '오우'하며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지 묻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는다.

러시안과는 달리 웃음이 많고 친절한 카자크 사람들이다.

자넬과 함께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걸어가는 동안 노을이 지고 있다.

"자넬, 여기 이름이 뭐야?"

"보로둘리하."

마을의 공원에 도착하여 자넬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공원에서 자려면 관리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10분 후에 차로 온다고 해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넬과 악수하며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했다.

공원에는 아이들과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잠시 후 인상 좋은 관리인 아저씨가 오고, 빙긋이 웃더니 공원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아저씨는 공원 안쪽을 설명해주며 화단 안쪽 편안한 곳에 텐트를 치라고 알려주고 돌아갔다.

공원 가운데 러시아의 마을들처럼 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조상되어 있다.

모기들을 피해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빌어먹을 모기. 사비, 여기는 모기가 너무 많아 죽겠어."

노보시비르스크로 갔던 월터는 메인 도로가 없어 작은 도로를 타고 이동 중인가 보다.

"난 카자흐스탄에 왔어. 공원에서 캠핑 중이야."

"일본 스타일이네. 사람들이 귀찮게 안 해?"

"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친절해. 하지만 말이 나를 괴롭히고 있어."

월터와 메세지를 주고받는 동안 말들이 텐트 옆으로 다가와 킁킁거리며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잘 있지?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연락을 줘. 알았지?"

인스타그램으로 자넬의 메세지가 왔다. 자넬에게 마을의 주변에 대해 묻고 메세지를 주고받았다.

주변에 식당을 추천해 주어서 내일 아침을 그곳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보로둘리하에 늦게 도착하여 저녁을 먹지 못했다. 점심때 사놓은 크림빵과 요거트로 간단히 허기만을 채우고, 라면에 넣어 먹으려고 했던 작은 꼬마 만두는 완전히 녹아서 흐물거려 버려야 했다.

그냥 웃으면 바보라고 생각한다는 러시아와 달리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친절하고 웃음이 많으며 편안한 사람들인 것 같다.

카자흐스탄, 오랜 시간 구소련의 지배하에서 그들만의 오랜 전통이 사라지고, 잃어버렸다는 카자흐스탄이지만 사람들의 모습만은 그대로 변하지 않았나 보다.

구경을 넘는 날은 언제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데, 이상하게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몽골의 툴가, 러시아의 비꾸, 아스카, 아카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자넬까지.

"카자흐스탄의 여행이 시작됐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2일 / 흐림
룹촙스크
비가 내린다.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룹촙스크에서 하루를 쉬며 휴식을 취한 후 카자흐스탄으로 떠날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77시간

 
재래시장
 
러시안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룹촙스크
 
룹촙스크
 
룹촙스크
 
 
1,27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8시에 잠이 깨고, 창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피곤함에 다시 잠이 든다.

10시에 일어나 산책 겸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재래시장 같은 골목이 보이고.

룹촙스크의 시내가 한가롭다.

극장처럼 보이는 곳의 레스토랑에 200루블의 세트 메뉴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그림만 좋아 보이는 메뉴다.

오면서 보았던 재래시장으로 들어간다. 의류와 신발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고.

한 블록에는 야채와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제법 사람들도 북적이고.

"시장은 장터 음식이지."

고기를 굽고 있는 시장의 음식점으로 들어가 그림 속에 있는 꼬치구이를 가리키며 주문한다.

160루블, 역시 시장이라 저렴하다.

식빵과 양파 그리고 꼬치구이가 나온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지만 그런대로 고기니까 괜찮다.

숙소 쪽으로 걸어 나오니 바로 숙소의 맞은편이 시장의 입구다.

빗물에 자전거가 깨끗하게 세차가 되고.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5시가 가까워지니 슬슬 배가 고프다.

이번에는 아침에 먹었던 식당의 옆집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재래시장은 4시에 모두 문을 닫는가 보다.

오전에 보았던 극장 같은 곳의 레스토랑으로 걸어간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레스토랑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있으니 건물의 관리를 하는 아저씨가 무언가를 말한다.

"이게 레스토랑이죠?"

"맞아, 그런데 네 복장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있는 나를 보더니 자신처럼 긴바지의 복장을 해야 한다는 듯 제스처를 한다.

"왜? 내 복장이 어때서."

아저씨에게 주변의 식당을 물어보니 재래시장의 입구를 지나 마리아-라 슈퍼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커다란 마리아-라 매장이 보이고, 광장에는 러시아의 도시에서 흔하게 보이는 노점이 보인다. 맥주나 음료를 파는 것 같은데 항상 궁금했다.

"이게 뭐야?"

책을 읽고 있던 여자는 살짝 웃으며 카바스라고 한다. 비스크의 세미온의 집에서 하루를 보낼 때 그는 슈퍼에서 카바스 두 통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월터는 러시아의 국민 음료수라고 알려주었다.

"아, 카바스. 얼마예요?"

작은 컵으로 한 잔에 10루블을 받는다. 거리나 도로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바스를 파는 노점이다.

약간 달달한 음료인데, 시원하게 마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마리아라에 들어가.

빵과 치킨 반마리를 사서 저녁을 해결한다.

오후 늦게 비는 멈추고 하늘이 맑아진다.

숙소에 러시아 친구가 들어온다. 아무런 말도 없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던 중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그런데 러시안들은 왜 잘 안 웃어?"

생뚱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을 일이 있으면 잘 웃지만, 평상시에는 잘 웃지 않아."

"왜?"

"별일 없이 웃으면 바보라고 생각하거든."

위너님이 알려주었던 이유와 똑같이 말하며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안 웃는 것이 더 바보 같던데."

어쨌든 식당, 호텔, 슈퍼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러시아의 여자들이 웃지 않는 이유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고, 월터의 말처럼 단지 러시안이기 때문이었다.

"겁나 다행이네. 다리 펴고 편히 자자."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1일 / 맑음
포스펠리카-룹촙스크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12,176Km
이동시간
5시간 36분
누적시간
877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스펠리
 
해바라기
 
룹촙스크
 
 
1,27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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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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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새벽까지 화물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휴식을 하는 바람에 조금 시끄러웠고, 새벽 일찍 떠나는 화물차들의 엔진음으로 6시부터 잠이 깨고 잠들기를 반복해야 했다.

8시가 안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양치와 함께 짐들을 정리한다.

식당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아침으로 고기를 주문했다. 250루블.

출발하기 전 몽골의 보츠와 같은 튀김 만두를 두 개를 점심으로 먹기 위해 포장을 한다. 여전히 식당의 종업원들은 잘 웃지 않는다.

"먼저 웃으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렇다고?"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의 날씨가 꽤 쌀쌀하다.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출발을 한다. 오늘은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룹촙스크로 간다. 90km 정도의 거리다.

15km 정도의 속도로 길을 이어가고.

끝없는 해바라기 밭은 오늘도 계속된다.

"언제쯤 이 해바라기 밭이 끝날까?"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점에서 사온 튀김만두를 꺼내었다. 크기에 비해 만두의 소로 들어간 고기의 양이 조금 적어 약간 실망스럽다.

"45km 정도 남았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도로변에 접근하기 편안한 해바라기 밭이 나온다.

"사진을 좀 찍고 갈까. 또 언제 이런 해바라기 밭을 볼 수 있겠어?"

해바라기를 찍고 출발한 길은 기역자를 그리며 왼쪽 방향으로 크게 휘어진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이 질주의 유혹을 보낸다.

"뭐, 그럼 달려줘야지."

5km 정도의 직선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힘차게 질주하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룹촙스크 까지 27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쉴만한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 앞에 놓여있는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길을 건너자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잉? 또?"

튜브를 탈착해 보니 이물질이 박혀 펑크가 난 것이 아니고 튜브가 약간 불량인 것 같다.

펑크 패치로 정비를 했지만 실패, 아무래도 몽골에서 산 본드의 성능이 떨어지나 보다.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를 하고, 오늘 숙소에 들어가 두 개의 튜브를 정비해둘 생각이다.

천천히 라이딩의 속도를 줄이며 여유를 부리고.

인공 호수인지, 자연 호수인지 알 수 없는 저수지 크기의 작은 호수가 나오고 도로는 호수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작지만 오랜만에 호수를 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바다도 보고 싶네."

작은 호수를 지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의 굴뚝을 시작으로 룹촙스크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나무집들을 지나 두 번째 호수를 앞두고 룹촙스크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A322의 도로를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돌아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이 나오지만 작은 길을 따라 시내 외곽부터 구경을 하고 싶다.

잠시, 두 번째 호수를 구경하러 가보니 10여 명의 남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요금을 받은 관리소가 있다. 미끄럼틀처럼 보이는 커다란 목조건물이 호수를 향해 경사를 두고 만들어져 있다.

"별거 없네. 시내로 들어가자."

흙길과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을 따라 룹촙스크의 외곽을 지나가고.

철도길을 넘어.

시내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주택가 도로는 몽골처럼 포장이 안 된 흙길 그대로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재래시장의 근처인것처럼도 보이고.

룹촙스크 시내의 인도는 오래된 가로수가 우거진 흙길이고, 차도 역시 먼지가 날리는 오래된 시멘트길이다.

"나라가 작아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참 대단한 나라야."

지방의 소도시는 물론 작은 시골의 마을까지 깨끗하게 도로가 정비되고 관리되는 우리나라가 대단해 보인다.

시내에 있는 광장을 향해 길을 따라가고.

오래된 건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룹촙스크 의 광장이 나온다.

공장의 중앙에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분수들이 물을 뿜어내고 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난을 치고 있다.

광장의 정면에 레닌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분수대에서는 아이들이, 주변의 벤치에는 부모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리에 앉아 구글맵으로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6인실 침대가 놓인 깨끗한 호스텔을 찾았다.

"바로 옆에 있네. 좋았어."

일단 슈퍼에 들러 탄산수 하나를 사서 갈증을 해결한다. 가끔은 콜라보다 탄산수가 좋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러시아에서 탄산수 맛을 알아버렸네."

검색했던 호스텔로 갔지만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시큰둥하게 방이 없다며 몇 마디를 하고 그만이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응대 문화야? 뭐야? 뭐가 이렇게 불편해!"

혹시나 하고 트립닷컴을 검색하니 호텔의 저렴한 3인실 룸이 검색된다. 추가 정보가 불확실하여 일단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을 찾는 동안 길거리의 아저씨들과 운전자들이 환대를 해주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의 호텔에 도착한다.

"외관이 그럴싸한데. 저렴한 방이 있다고?"

호텔의 프런트에는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앉아있다.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투숙을 하고 싶다고 하니 가장 어려 보이는 직원이 당황한 듯 살짝 웃으며 안내를 한다.

"1,800루블."

"아니, 그 방 아니고."

다시 트립닷컴의 화면을 보여주며 3인실 방을 확인시켜 주어도 여전히 어리둥절.

"그냥,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될까요?"

여직원은 뭔지 모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던 여직원 뭔가를 퉁명스럽게 몇 마디 하고 만다.

트립닷컴으로 할인까지 받아 8,000원이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호텔 바우처를 보여줘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왜 너네가 당황을 해. 난감한 건 난데."

몇 분 동안 아무런 안내도 없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냥 책상에만 앉아있다.

"어떤 문제라도 있어?"

그제서야 몇 마디를 러시아말로 중얼거리는 여직원이다. 번역기를 갖다 대니 '필요서류'라는 말이 번역된다.

"혹시 여권?"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권을 주자 여러 차례 복사를 하더니 방의 키를 들고 안내를 한다.

"아니, 말을 해야 알지. 뚱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앉아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숙소는 호텔의 별관처럼 도로변에 있는 저가형 룸들의 건물이다.

3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고, 별관의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것 같다.

"아주 좋아."

여직원은 방을 확인시켜 주고 열쇠만을 건네준 후 돌아가버린다.

"한 번이라도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라도 생긴다니."

짐들을 옮겨놓고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한다.

"월터, 러시아 여자들은 정말 잘 안 웃어. 내가 못생겨서 그런가 봐."

"아냐, 그냥 러시아인이라 그런 거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겸 룹촙스크 시내를 살짝 둘러본다.

사람들이 모여있을 기차역으로 가서.

전쟁 영웅으로 보이는 사람의 동상을 보고,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작은 도시라 딱히 별다른 것은 없다.

"오, 생맥주 가게. 맥주나 1리터 사 마실까?"

근처 슈퍼에 가서 90루블 통닭 반 마리와 맥주 두 캔을 사서 돌아온다.

이곳의 인도는 가로수 관리나 인도 정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도시들이 모두 그랬지만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방치된 느낌에 가깝다.

잘 보면 몽골의 도시들이 러시아의 도시들과 구조나 모습들이 흡사하다.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을 복사하듯 받았네."

아마도 몽골 도시의 설계나 건축은 러시아의 원조나 시공으로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것 같다.

호텔 입구에 있는 묘한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마사지 광고야? 꿀 광고야?"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잔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0일 / 맑음
알레이스크-포스펠리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국경 도시 룹촙스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12,092Km
이동시간
5시간 32분
누적시간
872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할레이스
 
시푸노보
 
포스켈리
 
 
1,18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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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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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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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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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골아 떨어졌다. 새벽에 잠시 깨었지만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물 마셨나?"

신체 알람 8시에 자동으로 일어나.

러시아 땅에도 굿모닝을 푸짐하게 알려주고.

어제 남은 닭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다시 남은 닭고기는 잘게 찢어 점심에 요거트와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세 끼를 해결하고 290루블이면 정말 훌륭하다."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가까워져 온다.

"오늘 어디까지 가야 하나. 160km, 룹촙스크까지 가 볼까?"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풍으로.

"잠시만, 팔토시를 써야겠어. 너무 따가워."

어제 라이딩으로 팔 부분이 탔는지 따갑고 간지럽다.

약간의 바람이 불어 평속 12km 정도의 진행이다.

여전히 끝없는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이 펼쳐지고.

푸른 콩밭도 나타나고.

들풀이 무성한 들녘도 나타난다.

계속되는 12km 정도의 이동, 더워지는 날씨 탓에 조금씩 지쳐가고.

배고픔도 찾아온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그늘이 없냐?"

점심을 먹을 그늘을 찾아 길을 따라가지만.

평야의 도로변은 하얀 메밀꽃과.

밭들의 구획을 나누는 경계인듯한 나무들과.

은은한 파스텔톤을 뽐내는 밀밭과.

작고 예쁜 러시아의 클래식한 승용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는 것을 제외하면 몽골의 환경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리며 겨우 찾아낸 도로변의 나무 그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수풀 사이로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몰려드는 날벌레가 적어 나름 괜찮은 장소이다.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닭고기를 준비하고.

요거트에 시리얼과.

닭고기를 넣어 푸짐하게 먹는다.

"닭고기가 신의 한 수인데."

밥을 먹는 동안 두어 대의 승용차들도 그늘을 찾아 들어오고, 건너편의 그늘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시 반, 룹촙스크까지 120km가 남았다.

"덥다. 룹촙스크까지는 못 간다."

두 개 정도의 마을을 지나면 룹촙스크까지 80km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 마을인 40km 거리의 포스펠리카까지만 갈 생각이다.

노란 해바라기밭과.

하얀 메밀꽃밭은 너무나 예쁘지만.

쉴 수 있는 그늘이 없다.

그늘을 찾아 한 시간 반을 달려 앉을 곳조차 없는 곳에서 햇볕을 피하고, 물을 마시고 목덜미에도 뿌려보지만 큰 효과가 없다.

길 건너편으로 한 대의 버스가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린다. 휴게소 같은 것이 없으니 소변을 해결하려는 듯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들 숲을 향해 들어간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러시아 정도면 대충 휴게소 정도는 만들어 놓지."

포스펠리카까지 15km, 도로를 달리는 동안 심심치 않게 도로변에서 정비를 하는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자동차 긴급 정비 같은 네트워크가 러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없으니 때때로 자가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인데, 땅이 너무 넓어도 불편하겠구나 싶다.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전,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에서 캠핑을 하고 싶지만 내일의 비상식을 사야 한다.

잠시 후 주유소가 보이고.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가 나온다. 6km, 마을로 들어가면 식당과 함께 저렴한 호텔도 검색되지만 왠지 들어가기가 귀찮다.

잠시 그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도로변에 있는 24시간을 알리는 식당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주유소를 발견한다.

식당의 주변에는 주차장과 함께 넓은 공터가 있고, 주유소의 사무실로 사람들의 드나들며 손에 뭔가를 들고 나온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 근처에 텐트를 치자. 그리고 저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나 본데, 그러면 이곳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

먼저 주유소로 넘어간다.

주유소에는 작은 슈퍼가 있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내일 아침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다.

주유소에서 시원한 물을 사고 건너편 식당으로 다시 넘어간다.

"자, 여기서 텐트만 허락해 주면 오늘은 끝."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식당에서.

"헉, 고기!"

"고.. 고기 주세요!"

토마토 수프와 함께 숯불구이 고기를 340루블에 사 먹는다.

"에어컨 바람에 고기라, 천국이군."

식당의 세면대에서 세안을 깨끗하게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고 번역기를 보여준다.

"자전거 여행 중인데, 주차장에 텐트를 쳐도 되나요?"

번역기를 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더니 그렇게 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한다.

"뭐지? 이 애매함은. 하라는 건가?"

몽골의 500투그릭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먹은 후 계산대에 다시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며 음식점 주변을 가리키니 이번에도 뚱한 표정으로 반대편을 가리키며 무어라 말한다.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라는 제스처인데 웃지도 않고 표정이 뚱하다.

많은 러시아의 슈퍼들과 음식점을 다녔지만 사람들이 좀처럼 웃지를 않는다. 이방인의 낯선 행동이 서툴고, 대화가 안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을 법도 한대 대부분이 무뚝뚝하다.

"러시아인들은 왜 잘 안 웃지?"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고.

"아고, 내 집이 제일 편해."

텐트 건너 해바라기도 구경하고.

"사비, 나 고기도 먹고 러시아 여자도 많이 봤어."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고기는 알겠는데, 러시아 여자는 어디에 있냐?"

월터는 어제 클럽 같은 곳을 갔는지 요란한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낸다.

"어, 세미온 집보다는 좋네."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싸이키 조명 같은 것을 켜놓았던 세미온 집의 이상한 분위기를 생각하며 함께 웃는다.

"사비, 카자흐스탄에 가면 세메이 부근에 좋은 캠핑 자리가 있으면 알려줘."

"알았어."

밤이 깊어지고 주자창 공터에 요상한 차들이 들락거린다.

"에쉬, 편히 자기는 틀렸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9일 / 맑음
바르나울-알레이스크
휴식을 취했던 바르나울을 떠나 카자흐스탄을 넘어가는 국경으로 향한다. 러시아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이동거리
142Km
누적거리
12,011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866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장소
 
알레이스
 
 
1,10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바르나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으로 향한다. 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350km의 거리, 4~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에어컨이 없는 게스트하우스, 더위가 시작되었는지 새벽까지 방안의 후덥지근한 열기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숙소를 나가기 위해 부스럭거리는 젊은 러시아 친구 때문에 8시쯤 잠에서 깨어난다.

"스모그인가? 날씨가 흐린 건가?"

바르나울에 도착해서 하늘은 언제나 뿌옇다. 매캐한 냄새는 없어서 스모그나 미세먼지처럼 느껴지진 않은데 잘 모르겠다.

하루 종일 혼잡한 도로의 상태를 보면 스모그일 것도 같다.

약간 바람이 빠진 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우고.

짐들을 정리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오늘은 어린 남자아이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가족이 돌아가며 게스트하우스를 지키는 것 같다.

오늘 가야 할 거리가 130km가 넘으니 비상식을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

슈퍼에서 시리얼과 식빵 등을 사는데 어제부터 카운터에 있는 30대 중후반의 뚱뚱한 여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건들을 던지듯 하며 계산을 한다.

"뭐가 저리 불만일까? 인상을 쓴다 해서 삶이 달라질 것 같진 않은데."

숙소 옆에 있던 식당은 영업 전인지 문이 닫혀있다.

"아침을 해결하고 떠나고 싶은데 로만의 가게 옆 식당으로 가자."

언덕을 내려와 로만의 자전거 가게 근처의 식당으로 갔지만 역시나 문이 닫혀있다.

"설마?"

시계를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매일 영업을 하는 우리와 달리 몽골과 러시아는 주말에 많은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알레이스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몇몇의 식당이 검색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니, 우선 슈퍼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본다.

30루블의 커다란 빵과 60루블의 1리터짜리 콜라를 사든다. 러시아의 가격표에는 소수 자리까지 적혀있는데 대부분 가게에서는 계산을 할 때 절삭을 하고 계산을 한다.

나름 맛이 좋은 빵을 먹는 동안 비둘기 한 마리가 다가와 뻔뻔스러운 얼굴로 쳐다본다.

"뭐? 어쩌라고?"

녀석에게 빵 부스러기와 빵을 작게 떼어주며 아침을 해결한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A322 도로를 따라 남서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바르나울을 벗어나는 인터체인지의 언덕을 오르며 작은 러시아의 소도시 바르나울을 떠난다.

트램의 철로를 따라가는 도로는 공사 중으로 교통이 혼잡하고.

갓길이 전혀 없는 좁은 도로는 약간 불편하다.

40여 분이 지나 트램의 철로는 끝이 나고, 이상한 회전 교차로를 지나 유턴을 한 후 바르나울의 교외 지역까지 완전히 벗어난다.

이곳의 회전 교차로는 사방의 도로에서 진입하고 빠져나가는 다른 곳과 달리 바르나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만이 진입을 할 수 있는 이상한 교차로다.

교차로 부근에 몇 군데의 식당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비둘기와 99.9:0.1의 비율로 분할해서 먹은 빵 때문에 그냥 지나친다.

길은 오르마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고 언덕의 곡선을 따라 마을들이 종종 나타난다.

조금씩 넓은 평야들이 펼쳐지더니 4~5대의 트랙터들이 줄을 맞춰 흙먼지를 날리며 밀밭을 고르는 풍경이 펼쳐진다.

끝이 없는 평야의 밀밭은 연녹색의 푸른 밀들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밀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파종하는 시기가 다르거나 품종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에잇, 발!"

"점심이나 먹자."

1시, 약간은 지루한 라이딩에 허기도 일찍 찾아든다. 월터에게 배운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식빵과 잼으로 조합하는 식단이다.

빨간 잼은 석류잼 같은 것인데, 나탈리아의 집에서 식사를 할 때 만저로크에서 유리에게 선물 받았다며 자랑하던 월터의 것을 맛보고 슈퍼에서 발견하고 하나 사 들었다. 66루블인데 적당한 양과 무게가 마음에 든다.

"월터 따라 하기 점심!"

햇볕 아래에서 날벌레들과 사투를 하며 점심을 끝내고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푸석거린다.

"일일 일빵이니? 그만하지."

쉐발리노의 고개를 넘으며 임시 조치로 덧대었던 펑크패치가 더는 공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올챙이배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더는 안되겠다."

전국 일주와 중국, 몽골, 러시아까지 견뎌냈던 16방의 펑크 패치를 붙인 튜브의 퇴역이다.

"수고했다. 충분했어!"

고르노 알타이에서 새로 산 튜브로 교체하고.

넓은 평야를 달린다.

완전 평면으로 변한 평야의 길을 언더바를 잡고 3단을 걸어 달려간다.

"간만에 제대로 달려보자."

무엇을 심을지 궁금한 로터리가 잘 쳐진 평야도 보이고.

쭉쭉 뻗은 도로에는.

적당한 곳에 식당도 있고.

어디가 끝일까 궁금한 밀밭을 지나고.

천지가 들꽃뿐인 들판도 지나고.

쓸데없는 셀카질도 해보고.

어느새 94km를 달려왔다.

"50km 정도 남았네. 3시간이면 충분하겠지."

긴 질주 끝에.

노란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월터와 함께 라이딩하는 동안 찍지 못했던 해바라기.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

"참 재미있고 유쾌한 꽃이야."

"자, 발!"

수천, 수만의 웃는 얼굴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즐겁다.

40km 가까이 이어지던 평야는 알레이스크가 가까워지며 끝이 난다.

오르막의 길이 조금씩 힘들어질 때쯤 왼쪽 방향 멀리 건물과 함께 마을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변을 따라 단층의 나무집들이 보이고.

"여기가 입구가 아닌가?"

왼편으로 마을의 모습이 보이는데 도로의 안내판은 계속 직진을 하라고 한다.

4km 정도 후 알레이스크를 지나가는 길은 좌회전을 알리며 기역자 모양으로 꺾인다.

"일단, 다 왔다."

마을로 향하는 내리막을 달려.

마을 초입의 도로변에 식당들과 함께 작은 슈퍼들이 있다.

"시원한 콜라를."

식당 주변에 있는 작은 슈퍼에 들어가려고 하니 어린 여자가 웃으며 밖에서 주문을 하라고 한다.

작은 슈퍼는 시내의 간의 판매점처럼 밖에서 물건을 주문하여 구매하는 방식이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비싸!"

27루블 정도 하는 콜라가 50루블, 아침에 60루블에 산 콜라가 100루블이다.

"마을로 들어가서 사자."

도로변에서 밥을 먹고 야영지를 찾아가려던 생각을 바꿔 알레이스크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고 야영지를 찾으려고 한다.

알레이스크로 들어가는 도로의 구조물에서 인증샷을 찍고.

3km 정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글맵을 검색하여 초입에 있는 마리아-라로 들어간다.

슈퍼를 둘러보고 시원한 콜라만을 사서 밖으로 나와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한다.

"어디서 왔어?"

슈퍼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어르신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건넨다.

"한국요. 혹시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있나요?"

번역기를 보여주니 아저씨는 '뭐?'라는 표정으로 놀라며 없다고 한다.

"이곳은 밤에 위험한가요?"

아저씨는 심각한 얼굴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아저씨가 다가와 마리아-라 위가 호텔이라며 그곳에서 자라고 알려준다.

"얼만데요?"

"600~800루블 정도."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일반 호텔처럼 보이고, 신축을 했는지 깨끗하게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 가격을 물어보려 4층의 호텔로 올라간다.

"500루블이면 여기서 쉬어야지."

공실로 비어있는 2, 3층을 지나 4층으로 들어가니 프런트의 여자가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가격을 물으니 1,400과 2,200을 종이에 적는다.

"헐, 시골에 호텔이 뭐가 이렇게 비싸!"

그대로 뒤돌아서 내려와 슈퍼에서 290루블 통닭과 맥주, 요거트, 물을 500루블에 사서 나온다.

"숙박비로 치맥을 먹는 것이 낫지."

이제 야영지를 찾아야 한다. 다시 A322 도로로 빠져나와 룹촙스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가며 야영지를 찾는다.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나 네트워크가 되는 곳이면 좋겠는데."

핸드폰의 네트워크 안테나를 보며 한참 동안 길을 따라다 5km 이상 벗어난 지역에서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어, 대충 이 근방에서 찾아보자."

도로와 기찻길 사이 나무숲으로 자동차 바큇자국이 있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자전거를 끌고 나무숲으로 들어가니 길은 기찻길을 지나는 통로로 이어진다. 통로는 큰 자갈밭이라 텐트를 치기가 어려웠고, 주변은 기차의 소음으로 잠을 자기가 힘들 것 같았다.

풀밭의 땅을 고르며 생각하는 동안 모기에게 수방을 물리고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왔던 길로 돌아온다.

도로로 나가는 도중 작은 샛길을 발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트랙터 같은 것이 지나가며 길이 난듯한 곳인데 땅도 푹신하고 무언가가 지나간 흔적들도 전혀 없다.

"좋은데, 여기로 결정!"

모기들을 피하며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물로 간단히 세안을 하고, 물티슈로 팔과 다리를 닦아낸 후 침낭을 베고 눕는다.

"아고, 좀 쉬자. 먹는 건 나중에."

9시 40분, 해가 떨어져가며 어두워진다.

"먹어 볼까."

우리의 전기구이 통닭처럼 생긴 녀석과 함께 시원한 맥주 두 캔으로 저녁을 먹고, 남은 닭은 내일 아침으로 먹을 것이다.

140km를 달려와서인지, 맥주 두 캔에 약간의 취기가 느껴진다.

"사비, 여기는 완전히 미쳤어. 네가 여기에 왔어야 했는데."

노보시비르스크에 간 월터는 러시아 남자들만 잔뜩 나온 사진을 보내며 러시아 여자가 많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 아주 황홀하다. 좋겠다!"

아무래도 요즘 러시아에서는 여자들이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는가 보다.

"잠이나 자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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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8일 / 맑음
바르나울
고르노 알타이스트에서 만나 일주일 동안 함께 여행을 했던 월터는 노보시비르스크로 기차를 타고 떠난다. "정 들었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869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58시간

 
굿바이월터
 
뒹굴뒹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바르나울
 
바르나울
 
 
96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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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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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는 8시에 노보시비르스크로 기차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6시 30분부터 울리는 알람들을 패쓰하고, 이틀 동안 쉬었지만 묵직한 피곤함에 몸이 무겁다.

8시, 기차역으로 나간다는 월터의 메시지에 부랴부랴 옷을 갖춰 입고 기차역으로 나간다.

"아고, 세이 굿바이는 해야 하는데."

기차역 승강장들을 빙빙 돌며 월터를 찾고.

"월터, 어디야?"

실시간 위치정보를 교환했지만 찾기가 어렵다.

"나 기차역 정면에 있어. 노란모자 안 보이는데."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 겨우 월터와 나탈리아를 만난다.

요상한 기차가 대기 중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이런 느낌 싫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나탈리아.

"음, 사진 솜씨가 별로군."

월터와 나탈리아의 사진을 찍어주고.

"이렇게 찍어야지."

"사비, 노보시비르스크까지 6시간이 걸려. 겨우 200km라고."

"자전거가 빠르겠다. 나도 기차 타고 갈까?"

문이 닫히고 월터는 떠난다.

나탈리아에게 메일로 사진을 전송해 주고, 아침과 커피를 먹자는 나탈리아의 제안을 미안하지만 거절한다.

"나 잠을 자야 해."

아침으로 슈퍼에서 요거트를 사들고.

잠시 자료를 정리하다 게스트하우스의 숙박을 하루 더 연장한다. 며칠째 숙박을 연장하는 것이 이상한지 아주머니는 비자를 보여달라고 한다.

"한국 사람은 러시아에 비자 없이 올 수 있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 없이 되돌아간다.

"Have a good trip ! Keep in touch."

"킵 인 터치? 촤식, 끝까지 깨알 같은 영어를 알려주네."

월터는 떠나며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

"이제 다시 혼자 여행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 고마웠어. 월터!"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짜증 나. 여행을 하며 새로운 경험이 기다릴 거야. 좋은 사람을 만날 거고. 굿 럭!"

숙소 옆의 식당으로 들어가니 반갑게 미소를 짓는다.

"뭐지? 오늘 생파라도 있나?"

닭다리가 없어 닭고기처럼 생긴 메뉴를 주문하여 점심을 해결한다. 230루블, 여전히 저렴한 식당이다.

오후 내내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이 되어 전쟁 공원을 산책하고.

KFC로 건너간다.

"러시아 할배는 러시아 사람 같아."

치킨과 햄버거를 테이크아웃 하고.

슈퍼에서 월터와 마셨던 러시안 스트롱 비어를 두 캔 산다.

"우울할 땐 고기와 술이지."

러시안 스트롱 비어는 강하다. 그래봐야 맥주지만.

여행을 떠난 지 6개월이 되어간다. 모르겠다.

여전히 지긋한 가족들 때문인지, 갑작스레 찾아온 그리움인지 아니면 러시안 스트롱 비어 탓인지..

잊고 살았던 몹쓸 감정의 무게가 느닷없이 러시아의 한복판에서 찾아든다.

"방심했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7일 / 맑음
바르나울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르나울, 자전거를 타고 바르나울의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869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58시간

 
오비강
 
스카이바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바르나울
 
바르나울
 
 
96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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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기절을 하고 8시에 잠에서 깬다. 자연스럽게 8시에 기상시간이 맞춰진 것 같다.

아침을 먹기 위해 슈퍼에 들러 요거트와 음료를 사 들고.

"아니, 왜 동전은 하나를 쓰면 두 개가 느는 거야?"

"이런 소스들을 먹는단 말이지."

"못생겼지만 과일들도 신선하고."

자료들을 정리하고 어제 문이 닫혀 가지 못한 숙소 옆 식당에 들어간다.

러시아의 식당은 주로 배식창구에서 메뉴를 고르는 형태인가 보다.

닭다리와 보리밥 같은 이상한 곡류를 선택하고 180루블.

아침에 사온 맥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나탈리아와 함께 시내를 구경할 것이라고 한다.

북쪽에 있는 동방교회를 구경하고 오비강으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시내 구경을 하고 올게요. 짐 좀 잘 보관해 주세요."

크리스타나는 퇴근을 하고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6km 정도 떨어진 정교회를 찾아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따라간다.

도로의 중앙으로 트램이 지나다니는 탓에 도로의 폭이 좁고 차량의 통행이 제법 혼잡하지만 도로 위의 운전자들은 매너가 좋은 편이다.

큰 대성당을 배경으로 들어선 작은 성당,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에 도착한다.

빨간 벽돌로 지어지고 볼록한 지붕과 십자가의 첨탑이 이색적이다.

성당을 들어가며 나오며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쓰고 성호를 그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여성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음속 신앙의 깊이가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동작이다.

사람들을 따라 조심스레 교회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서너 사람들들의 신도와 수녀들이 기도를 하거나 촛대를 닦고 있다.

작은 교회의 내부는 벽화와 촛불 그리고 여러 가지 기도의 장식물들이 놓여있어 아담하고 아름답다.

작은 천들을 가위로 자르고 있는 수녀의 옆에 앉아 교회의 내부와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낸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대성당은 공사 중인지 내부를 구경할 수 없다.

러시아의 회전 교차로는 중앙으로 트램이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교차로의 크기가 굉장히 넓다.

러시아에서 느낀 것이지만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건너면 차량들이 안전하게 정차를 하며 기다려준다.

복잡한 회전 교차로에는 차량의 통행이 복잡했지만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안전하게 건널 수가 있다.

굉장히 성숙된 교통 문화이다.

오비강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무슬림의 모스크도 보이고.

레닌 광장을 지나 오비강변을 향해 이동한다.

"사비, 어디야? 우리는 강변에 있는 교회에 있어."

월터와 왓츠앱으로 실시간 위치를 주고받으며 그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오비강의 잠망킨 수녀원(Znamensky nunnery) 근처에서 월터가 손을 흔든다.

수녀원의 근처 공원에서 월터와 나탈리아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시 수녀원을 둘러보고.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수녀원은 직선의 석조건물이 너무나 심플하고 예쁘다.

높은 아치형 천장과 밝은 톤의 벽화들, 그리고 검은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하고 있다.

잠시 내부를 구경하고 입구로 나오자 여성 두 명이 입구의 의류함에서 스커트와 스카프를 꺼내어 착용을 한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월터와 나탈리아 때문에 오래 구경을 못하고 그들에게 돌아간다.

"나탈리아, 혹시 여자들이.."

의류함의 사진을 보여주자 나탈리아는 알았다는 듯 설명을 한다.

"여자들은 스커트와 스카프를 하고 교회에 들어가야 해."

월터와 함께 수도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월터, 재미없어."

"그럼 이렇게."

"너네들 어제 싸웠니?"

"그럼 셋이서."

"코리안 스타일, 셀카봉."

"월터, 나 맥주가 필요해. 강으로 가자."

"예, 리버타임!"

오비강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지만.

작은 강변의 노점에는 음료들만 판매하고, 삼각 팬츠를 입은 풍만한 몸매의 할아버지들이 모여있을 뿐이다.

"사비, 우리는 약간의 음식을 먹고, 다른 교회를 구경하고, 저녁에 스카이바에 갈 거야."

"그래, 난 들어가서 쉴래."

크게 불편한 것은 없지만 나탈리아의 성격이나 움직임이 편하지 않고, 조금 쉬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KFC에서 치킨과 햄버거를 사 먹는다.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

숙소로 돌아오니 피곤함이 밀려든다. 자료도 정리하기가 힘들고 나른해진다.

게스트하우스에 러시아 친구 로만이 들어온다. 41살의 로만과 번역기를 사용해 어렵게 대화를 하는 동안 월터에게 연락이 온다.

"우리는 이 교회에 왔어. 한 시간 후에 스카이 바에 갈 건데 올래?"

쉬고 싶었지만 월터를 만날 시간이 얼마 없어서 함께 맥주를 먹기로 한다.

"내가 가도 돼? 맥주는 있어?"

"물론!"

로만과 얘기를 나누고 시간에 맞춰 스카이바가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스카이바는 자전거를 정비해 줬던 보드엘의 로만의 자전거 가게 옆의 높은 건물이다.

13층 밖에 안되지만 바르나울에 고층 빌딩이 없어서 그 정도면 시내의 스카이뷰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높이인가 보다.

쇼핑몰의 내부에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스카이바 Loft에 먼저 도착한다.

마지막 남은 창가 자리를 잡고, 흥겨운 음악 속에서 맥주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월터, 나 왔어."

"나탈리아는 너무 느려.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리는 것에 지쳤어."

약간 독특한 성격의 나탈리아는 사람을 조금 편치 않게 만든다. 술도, 음식도 잘 먹지 않고 뭔가 느리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요청하고 되돌아갈 동안 월터와 나탈리아는 도착하지 않고, 꽤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린다.

월터와 나탈리아가 도착하고 독일 맥주에, 닭날개 구이를 안주로 이야기를 나눈다.

"한 잔 더 할까?"

몇 모금 만에 500cc의 맥주잔을 비워지고, 월터에게 한 잔씩 더 하자고 하니 비싸서 싫다고 한다.

한 잔에 207루블의 메뉴판을 가리키는 월터에게 애원하듯 '내가 살게'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딱! 한 잔만 살게. 같이 먹자. 응?"

마지못해 수락을 한 월터와 맥주를 마시고, 나탈리아는 사과 주스를 마신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돈을 아껴야 하는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다 보니 4,000원 정도의 맥주를 사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니 뭔가 짠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지금 4,000원이 너와 함께할 마지막 시간의 비용일지도 모르잖아. 그 댓가의 4,000원이라면 아끼지 말자."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월터, 알타이에서 여자친구를 만나지?"

"응, 겨우 한 달 남았어. 한 달이라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기대감에 신이 난 월터.

"염장질이냐. 한 달은 롱롱롱롱롱 롱타임이야!"

"어. 그래도 겨우 한 달이야!"

월터가 아이슬란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쉥겐협약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갈 수 없다고 하자 월터는 핸드폰을 무언가를 찾더니 소리를 친다.

"사비, 이것 봐.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비행기표도 엄청 싸."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검색한 항공권은 5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왕복?"

"아마도."

월터는 캐나다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에 많이 살고, 여행을 간다며 정보를 알려준다.

"빙고, 나도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방법을 알게 돼서 캐나다에 도착하면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를 생각해봐야겠다.

음식값을 분할한 계산서로 각자 계산을 하고 스카이 바를 나온다. 내가 계산한 돈은 8,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10시가 넘어 두 사람은 트램을 타고 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른다. 트램보다 빠르게 언덕을 오르는 나를 보더니 월터가 메시지를 보낸다.

"You are right. Steep."

"스티ㅍ...."

숙소에 돌아오니 로만은 잠들어 있다. 월터의 염장질 탓인지, 약간의 맥주 탓인지 아니면 편치 않은 나탈리아의 모습 때문인지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밀려온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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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6일 / 맑음 ・ 24도
바르나울
바르나울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는 하루, 시내를 둘러보고 보드엘에 들러 자전거를 정비 해야겠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1,844Km
이동시간
2시간 52분
누적시간
855시간

시내구경
나탈리아의집
12Km / 2시간 16분
5Km / 36분
숙소
보드엘
숙소
 
 
93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제 새벽 늦게 잠든 탓에 세상모르게 잠들었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컨디션이다.

"아고, 어린 녀석을 따라다니려니 힘드네."

잠시, 쑤니터우기에 있는 파박님과 영상 통화를 하며 오랜만에 지아오강강의 얼굴을 보고, 파박님은 오늘 얼롄하오터로 들어간다고 한다.

시내를 둘러보고 어제 만난 보드엘에 놀러 갈 생각이다.

숙소의 아저씨는 퇴근을 하고 예쁜 크리스티나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숙박을 연장하고 짐들을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건 뭐니?"

밤새 주저앉아 있는 타이어, 튜브를 교체하기도 귀찮고 해서 펌프로 바람을 넣은 후 시내 구경을 나간다.

"여기는 기차역인가?"

숙소 근처 전쟁공원의 뒤편으로 바르나울의 기차역이 있다.

"가깝네. 월터가 떠날 때 배웅을 나와야겠다."

잠시 기차역을 구경하는 사이 타이어의 바람은 모두 빠져버린다. 펑크 패치를 붙인 곳에서 조금씩 빠지던 바람이 아닌 것 같다.

"펑크가 새로 났나 보네. 이번에 튜브를 교체해야겠다."

자전거를 끌고 레닌 광장 방향을 걸어가며 시내 풍경을 구경한다.

예쁜 길거리 카페들이 영업을 준비하고 거리는 한산하다. 그리고 모기나 하루살이 같은 것들이 아주 많아 귀찮게 만든다.

레닌 광장에 도착하고.

레닌의 동상의 뒤로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고, 광장의 건너편은 전쟁 박물관이 있는 분수 공원이 있다.

귀찮지만 펌프를 꺼내어 바람을 넣고 큰 길을 따라 오비강의 방향으로 내려간다.

대학교 같은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 있고.

공사 중인 도로 사이로 러시아 정교회가 보인다.

붉은 벽돌의 오래된 교회, Nikol'skiy Khram.

교회 안에서는 부드러운 찬송가 소리가 작은 울림으로 퍼지고, 몇몇의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계속해서 오비강의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며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에 연신 펌프질을 한다.

"아무래도 먼저 자전거 가게로 가야겠다."

도로 중앙의 산책로를 따라 레닌의 동상과 러시아 정교회의 구조물들이 세워져 있다.

"아, 귀찮아. 자전거 가게부터 가자."

인스타그램에 적혀있는 가게를 찾아 시내를 가로질러 간다.

게스트하우스 이즈바에서 멀지 않은 곳의 도로변에 보드엘의 간판이 보인다.

"문이 닫혔나?"

"나 가게에 왔어. 어디야?"

"오, 1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것 같아. 기다려 줄래?"

슈퍼에 들러 시원한 콜라를 사서 마시고.

러시아의 모든 가게에서는 현금을 계산할 때 노란색의 받침대 같은 것을 사용한다. 동전이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손과 손이 접촉하는 것이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적으로 돈을 주려고 하면 받침대에 놓으라고 한다. 중국이나 몽골처럼 돈을 테이블 위로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보다는 좋기는 한데. 하여튼 재미있다.

배가 출출하여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오호, 여기 주문 시스템은.."

배식 장소에서 메뉴를 고르고 저울에 무게를 단 후 계산을 하면 된다.

샐러드와 마카로니 그리고 얇은 돼지고기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는 동안 자전거 가게가 열리고 보드엘은 보드와 자전거 렌탈을 하는 정비 샵이다.

로만, 26살의 멋진 친구고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

자전거 펑크를 수리한 로만은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중국에서부터 흔들리던 리어 허브를 정비해 주겠다고 한다.

웬만하면 분해를 해서 정비하는 것보다 그냥 부서질 때까지 타고 교체를 하려고 했는데, 그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허브를 분해하고 베어링들을 빼내어 다시 그리스 작업을 한다. 고급형 엠티비보다 중저가용 레포츠형 자전거를 많이 정비하다 보니 저가형 허브를 정비하는 것이 익숙해 보인다.

기름때와 상관없이 거침없이 자전거를 만지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만 작업의 수고스러움을 알기에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작업을 마치고 로만은 밀크커피까지 대접을 해준다.

겨울엔 보드, 여름엔 자전거와 롱보드를 하는 보드엘.

나이는 어리고 가게는 볼품이 없을지는 몰라도 로만은 자부심을 갖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로만은 부자네. 꿈이 있고 삶에 자긍심이 있으니 그리고 예쁜 여자친구까지."

"로만 고마워. 네가 정비를 해줘서 아프리카까지 잘 갈 수 있을 것 같아."

정비된 자전거를 타고 레닌 광장을 돌아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월터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사비, 호스트와 함께 저녁을 먹고 맥주 마실래?"

"좋아. 내가 그곳으로 갈게."

자전거를 타고 월터의 호스트 집을 찾아간다. 숙소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의 오래된 아파트에는 모기가 굉장히 많다.

"월터, 나 왔어."

"사비, 오늘의 메뉴는 치킨과 감자야."

호스트 나탈리아와 함께 슈퍼에서 생닭과 감자 그리고 맥주를 산다.

나탈리아가 감자를 슈퍼에 놓고 오는 바람에 다시 슈퍼에 들러 감자를 사 오고.

월터와 각자의 맥주 한 병씩을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나탈리아는 술 안 마셔?"

"글쎄, 그녀는 술도 안 마시고, 음식도 잘 안 먹어."

"왜?"

"잘 모르겠어."

월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탈리아는 방 안에서 무언가를 하는지 나오지를 않는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그녀다.

1971년에 지어졌다는 그녀의 아파트는 20대 초중반 젊은 여자의 집처럼 보이질 않고, 좁고 낡은 외향적 모습보다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녀는 왜 카우치서핑을 하며 낯선 이방인과의 만남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비닐봉지에 닭과 소스를 넣고 오븐에 구운 닭고기가 준비된다.

"맛있네. 나탈리아, 한국인은 1일 1닭이야!"

나와 월터가 정신없이 닭을 해체하며 식사를 하는 동안 나탈리아는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사비, 맥주 한 잔 더 할까?"

슈퍼에서 사온 세 병의 맥주를 모두 마시고 월터는 맥주 가게에서 1리터의 맥주를 사 오자고 한다.

맥주를 사 오고 나탈리아에게 차를 타주며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월터, 사람들이 나이를 물어보면 몇 살이라고 할까? 44는 너무 많잖아."

"맞아. 나탈리아, 사비가 몇 살처럼 보여?"

"29 정도."

"그럼, 32 정도라고 해."

"싫어. 30이라고 할래!"

"월터, 너 밥 로스 같잖아!"

설거지를 해주고 바르나울의 밤거리를 달려 숙소로 돌아온다.

"피곤하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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