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4일 / 흐림 ・ 8도
체체를렉
흐리고 쌀쌀해진 날씨, 하늘에서 싸리눈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동거리
00Km
누적거리
9,36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47시간

뒹굴뒹굴
뒹굴뒹굴
0Km / 00분
0Km / 00분
숙소
수도원
숙소
 
 
1,18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해발 1,600미터의 도시 체체를렉, 쌀쌀해진 아침이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하나둘씩 진눈깨비가 떨어져 내린다.

"눈이 내리려나 보네."

1층에 있는 카페 겸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철한 웃음을 갖은 어제의 여직원이 방긋 인사를 건넨다.

단품으로 적혀있는 메뉴들을 고르며 배가 많이 고프다고 하니 아침 세트 메뉴를 추천해 준다.

"아마도 오늘 눈이 내릴 거예요. 날씨가 추워요."

하늘을 보고 있는 나에게 여직원이 친절하게 날씨를 알려주며 음식을 가져다준다. 빵을 잘 먹지 않는 나에게 팬케잌과 빵, 베이컨 등의 아침 식사는 어색하고 성에 차지 않는다.

"빵으로 먹는 식사에도 익숙해져야지."

게스트하우스답게 이곳저곳에 여러 나라의 소개 자료 같은 것들이 걸려있고.

"이곳에 산악자전거 투어 같은 것이 있나?"

바위가 있는 산악지역이라 MTB 코스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후에 시간을 봐서 한 번 가볼까. 체체를렉의 싱글 코스를 타보고 싶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여행객들이 하나둘 짐들을 들고 빠져나가고, 여행 자료를 정리하다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뒤편의 바위산에 사찰 같은 것이 있어 올라가 보고 싶어진다.

"저기 올라가면 체체를렉이 한눈에 들어오겠네. 가보자."

학교가 있는 작은 공원에 불상으로 보이는 석상이 놓여있는데 그 모습이 이색적이다.

공원 뒤편에 있는 기와지붕의 오래된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사찰인가?"

자전거를 공원의 난간에 묶어두고 건물로 들어가며 안내 간판을 살펴보니 사찰이 아니고 박물관이다.

몽골의 사자상의 입 부분에는 무엇을 묻히는지 모두가 시커먼 기름 같은 것이 묻어있다.

5,000투그릭 입장권을 사들고.

작은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뭔가 휑하니 그렇다.

몽골은 알록달록 원색을 많이 사용하고, 문양이나 조각상들의 형상이 강렬하다.

옛 게르의 모형을 봐도 지금의 게르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옛 건축물을 전혀 볼 수 없던 몽골에서 유적처럼 남겨진 건물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 같다.

박물관 안에는 과거의 생활 유물들과 종교 관련 유물들 그리고 근현대의 역사 정보들이 3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전시되어 있다.

라마교의 부처상은 느낌이 사뭇 다르고, 종교 관련 조각상들의 마치 악마나 사탄의 형상을 표현한 것처럼 강렬하고 이색적이다.

"마르코 폴로가 서방에 몽골을 알려주기 전, 사람들은 우리는 야만인으로 생각했데요."

울란바토르에 세워진 마르코 폴로의 석상에 대해 물었을 때 툴가가 대답했던 말들이 떠올른다. 토템 신앙을 뿌리에 두고 있는 몽골의 독특하고 이색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60년대 체체를렉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보이고, 박물관이 있는 건물과 뒤편의 사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사라지고 없는 것 같다.

원나라의 성쇠기 100년간 원나라의 속국으로 지배를 받았던 고려시대의 지도도 보인다.

"외세에 많이도 치이면서 살아온 민족이야.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니 짠하다 짠해!"

거대한 대륙을 정복했던 몽골이 자신들의 글자를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칭기스칸 광장에 있던 조각상의 모형도 보이고.

관람객이 아무도 없는 박물관을 혼자서 구경하고.

박물관의 뒤편의 사원으로 올라간다.

돌산을 배경으로 부처상이 보이는 많은 계단이 보이고.

"무엇을 묻혀놓은 거지. 궁금해지는데."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보이고.

계단의 중앙으로 12간지의 동물들상이 순서대로 놓여있고, 호랑이 조각상 밑에 돌을 하나 올려놓고 계단을 올라간다.

정상의 사원 앞에 커다란 부처상이 세워져 있는데 왠지 우리의 부처상과 너무나 똑같다.

체체를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원의 주변을 둘러보고 부처상의 오른 편에 놓여있는 종을 보기 위해 가까이 가보니 이것은 한국의 종이다.

"세계인류평화 기원의 종. 설마 저 부처상도 한국에서 세워놓은 것인가?"

시내 중심의 좌우 언덕으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체체를렉의 풍경이 소박하고 아름답다.

산악 초원에도 꽃들이 피기 시작하고, 초원의 능선에 들어서 있는 몽골의 집들에도 익숙해져 간다.

"Are you tourist?"

수도원을 내려오던 중 산 길에서 걸어 내려오던 외국인과 눈이 마주치자 관광객인지를 물어본다. 러시아에서 워킹 여행을 왔다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여행자 명함을 주며 대화를 나눈다.

"Good luck!"

봄과 가을에 짧은 기간 여행을 즐긴다는 러시아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전거를 세워둔 박물관 앞까지 함께 걸어온다. 러시아 남자는 그의 빠른 영어 발음이 부담스러워질 때쯤 짧은 인사와 악수를 건네고 시크하게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버린다.

"오, 브로. 뭘 좀 아는 녀석이군."

자전거를 타고 체체를렉의 시내를 잠깐 구경하고 몽골 씨름 선수의 석상이 세워진 사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 정도의 꼬마가 인사를 한다.

"안녕. 너 한국 자전거 타는구나."

알톤 자전거를 타고 있는 꼬마에게 자전거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한다. 숙소에 보았던 트렉 자전거 샵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보이질 않아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카페에 걸려있는 트렉 자전거 매장의 약도를 가리키며 어디에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참 동안 포스터를 살펴보더니 울란바토르에 있는 가게라고 알려준다.

"Not here? 아쉽네. 산악코스가 있으면 MTB로 달려보고 싶었는데."

동네 곳곳에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체체를렉.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하고 호텔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높은 테이블과 낮은 소파가 음식을 먹기에 불편한데 내몽골에서부터 이런 구조의 음식점들이 많다.

"내가 짧은 거겠지."

영어를 잘 구사하는 남자는 몽골어로 되어있는 메뉴판 대신 영어 메뉴판이 있다며 책상을 뒤적거린다. 괜찮다며 몽골어 메뉴판을 가지고 와 펼쳐보는 순간 영어 메뉴판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메뉴들 속에서 김치찌개백반 같은 것이 보이고 제육볶음 같은 메뉴가 보인다.

"난 소고기나 양고기가 먹고 싶은데."

남자에게 메뉴판을 가리키며 돼지고기인지를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며 매운 양념으로 볶은 음식이라며 소개를 한다.

"제육볶음이네. 이걸로 주세요."

10분 정도가 지나 제육볶음이 나오고, 밥이 없느냐는 질문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져다주며 두 공기의 밥과 함께 약간의 반찬을 내어주었다. 아마도 2인분의 메뉴인가 싶다.

맵다는 주인 남자의 설명과 달리 내 입에는 아주 달달하게 맛있는 정도다. 국물 떡볶이 정도의 느낌이랄까.

한국에서 이런 음식을 주면 형편없다고 말하겠지만 외국인들이 먹기에는 아주 적절한 맛의 제육볶음이다. 김병남 선교사와 먹었던 김치찌개도 그랬지만 한국 음식의 맛이 조금은 느껴지면서 현지인들이 먹기 편한 게 만들어지는 음식들이다.

중국의 한국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한국 음식들이 아주 이상한 형태의 맛이라면, 몽골에서 판매되는 한국 음식들은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해가 되는 그런 맛이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좋은 음식이다."

식당의 남자와 여행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하며 여행자 명함을 건네주고 나온다. 저녁을 먹는 사이 비가 내렸는지 도로와 땅들이 젖어있다.

슈퍼에 들러 숙소에서 주전부리로 먹을 것들을 골라 담고, 독수리 타법으로 POS기를 사용하는 아주머니 탓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참 느긋하단 말야."

서툰 업무인지 계산을 하기 위한 줄이 길어지지만 짜증을 내는 사람도 없고, 빠르게 계산을 처리해 주려고 허둥거리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귀까지 빨갛게 변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텐데, 카운터의 여자는 너무나 태연하고 느리다.

해발이 높아지면서 진공 포장되어 있는 제품들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아침에는 눈이 내리고 오후 들어 맑아지더니, 저녁에는 잠시 비가 내리고 이내 비현실적인 구름들이 저녁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소들을 주인이 있는 거야?"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체체를렉이 마음에 든다.

문제라면, 이런 좋은 곳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낡은 영사기의 파노라마처럼 찌그덕거리며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때는 미처, 그때는 그저, 아마도, 어쩌면, 그래서..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등등의 유효 기간도 없이, 순서도 없이 무례하게 파고드는 낡은 감정들.

툭.. 툭.. 툭. 이제는 괜찮은지 묻는 듯 감정의 끝을 건드려 놓고, 이번엔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처럼 빈 시간을 놓아둡니다.


"이번엔 네가 틀렸어. 널 이곳에 놓아두려고 온 거야! 꽤나 힘들 거야. 다시 나를 찾으려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9일 / 흐림 ・ 10도
울란바토르
울란바토르의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보그드 칸 울루(Bogd Khan Uul)에 데려다 주겠다는 툴가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8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26시간

기념풍가게
때밀기
0Km / 00분
0Km / 00분
숙소
우체국
숙소
 
 
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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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976-9911-4119

 

딱히 울란바토르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도시지만 한국의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울란바토르다.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다 칭기스칸 광장의 옆에 있는 국립 역사 박물관을 구경하기 위해 숙소를 나온다.

찌뿌둥한 하늘이 어두워지는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광장을 지나 광장의 측면에 있는 박물관으로 걸어간다.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잉, 닫혔네."

일요일이라 개관을 하지 않고 겨울 시즌인 5월까지는 월요일에도 휴무라고 쓰여있다.

"5월 14일이 겨울 시즌이야?"

잠시 시내를 걸어 다니며 구경을 하고 근처에 있는 마리앤마타의 기념품 가게로 간다.

찾고 있던 몽골의 엽서들이 보이고.

지갑이나 가방, 악세사리 같은 다양한 수제품들도 많다.

엽서와 작은 냉장고 자석을 산다.

구름의 모양이 심상치가 않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툴가가 알려주었던 우체국이 보인다.

"호텔 옆이라고 했는데 두 블록은 넘겠다야."

우체국의 안쪽에 우편을 보내는 공간이 있고.

전시되어 있는 엽서들과 우표들을 구경하고.

문이 열려있는 Post Shop에 들어가 엽서를 보낼 수 있는지 물어본다.

"Can I sand post card to korea here?"

시큰둥하게 아무 답변도 없이 여직원은 밖으로 나가버린다.

"뭐야? 나한테 똥이라도 묻었어?"

잠시 후 돌아온 여직원은 1,000투그릭의 우표를 보여주며 계산기에 1,100을 찍어서 보여준다.

"응, 말보다 이게 편하다고!"

엽서를 보내는 방법을 확인하고 호텔로 돌아간다.

순식간에 검붉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버리고.

공원에서는 어르신들이 체스를 두고 있다.

옷을 입은 모습도 다르지만 문화도 중국과 차이가 난다.

툴가는 어머니의 일을 도와야 한다며 보그드 칸 울루에 갈 수 없다며 미안해한다.

검붉은 구름의 이상한 구름과 하늘.

"5성급 호텔에서 이 무슨 복에 겨운 호강이야."

백 년 만에 펜 글씨를 써본다. 삐뚤삐뚤 이상해진 필체가 돼버렸다.

"안되네. 어릴 땐 나름 개성 있고 괜찮았는데."

SNS나 전화가 있으니 엽서라는 것이 생각보다 큰 재미가 없다. 별 내용이 없어도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하나둘씩 보내진 엽서가 좋은 추억이겠지 싶다.

엽서를 보내기 위해 다시 우체국으로 가려니 비가 내리고 있다.

추적추적 오는 듯 마는 듯 떨어지는 비지만 영어도 써볼 겸 호텔의 우산을 빌려봤다. 고작 필요한 말은 '두유 햅 엄브렐라'가 전부지만.

"무려 60년대의 5성급 호텔인데, 재밌잖아."

징기스칸 광장을 지나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고 돌아오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산을 쓰지 않고 다닌다.

우산을 쓰고 있는 내가 이상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일 년 강수량이 적어 그냥 맞고 다니는 것이 편한가?"

호텔에 도착하여 우산을 접는데 잠깐 동안 눈을 의심한다.

"이건 뭐야?"

접은 우산의 표면에 검은 얼룩들이 가득하다. 깨끗한 호텔의 우산이었기에 검은 얼룩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빗물임이 틀림없다.

툴가의 말처럼 울란바토르의 공기가 꽤나 안 좋은 것 같다.

"얘들아, 너네 우산 쓰고 다녀라!"

배가 출출한데 딱히 밥을 먹을 식당을 찾기가 귀찮다. 호텔의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팬케잌 한 조각으로 이른 저녁을 해결한다.

몽골과 중국 여행의 차이점 중에 하나가 먹거리인 것 같다.

음식점이나 길거리 음식이 너무 흔한 중국에 비해 몽골은 그리 다양하지가 않다.

방으로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한다. 한국에서 이태리 타월을 세 장 가지고 왔는데, 긴 것도 가져올 걸 그랬나 싶다. 손이 닿지 않는 등 부분이 너무나 아쉽다.

혹시나 욕조의 수챗구멍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쪼르륵 거리며 잘 빠져내려간다.


조금 더 울란바토르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8일 / 맑음 ・ 18도
울란바토르
한국 식당이 영업을 마쳐 함께 밥을 먹지 못했던 툴가와 점심을 하기로 한다. 오후에 만나 한국식당 연아에 갈 것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8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26시간

뒹굴뒹굴
툴가점심
00Km / 00분
0Km / 00분
숙소
연아식당
숙소
 
 
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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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시 정도에 툴가를 만나 연아에서 밥을 먹자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이게 제일 맛있네."

호텔 프런트로 내려가 칫솔세트와 물이 없는지 물어보니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아니 뭐. 됐다!"

자전거를 놓아둔 창고에서 패니어들을 떼어내 방으로 옮겨놓고 물과 음료수 등을 사기 위해 근처에 있는 슈퍼로 간다.

넓은 지하의 공간이라 규모가 크지만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패니어를 옮기는데 도와준 직원에게 바카스 같은 음료수를 하나 건네주고 올라온다.

"오호, 욕조가 있다는 말이지."

4시가 되어 툴가가 호텔로 찾아와 함께 어제 저녁에 걸었던 길을 따라 연아식당으로 간다.

"진짜 여기 하늘은 정말 좋다!"

"형, 여기 미세먼지 많아요. 냄새 안 나세요?"

작은 도시에 차량이 많고 석탄을 연료를 사용하는 울란바토르의 공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은가 보다.

"여기는 해발 1,300미터에 있는 고산 지대라고!"

큰 의미를 알 수 없는 서울의 거리를 지나.

소파가 놓여있는 한국 레스토랑 연아에 들어간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법 사람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제육볶음을 주문하니 기본 반찬들이 나오고.

제육볶음이 나온다. 몽골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조금 단맛이 느껴지는 그런 제육볶음이다.

밥을 먹으며 오초르에게 전화를 걸어 툴가의 통역으로 안부도 전하고, 울란바토르에 진출해 있는 CU에 들러.

시원한 얼음 음료수를 마시고.

딱히 쉬며 이야기할 공간이 없는 울란바토르에서 씨유 편의점의 테이블 공간은 사람들로 가득가득하다.

숙소로 돌아온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빨래를 한다. 몽골의 여행 동안 모래바람을 맞고, 울란바토르로 들어오는 흙구덩이 길에서 묻은 누런 먼지들이 계속해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잔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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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7일 / 맑음 ・ 16도
볼러-울란바토르
초원의 캠핑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야영을 해서 기분이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울란바트로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이동거리
126Km
누적거리
8,877Km
이동시간
9시간 23분
누적시간
626시간

AH3
AH3
77Km / 5시간 13분
49Km / 4시간 10분
볼러
시계
울란바토
 
 
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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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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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을 하면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일찍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째 아침이 기온이 떨어져 제법 쌀쌀한 날씨이지만 따듯한 침낭 속에서 세상모르게 푹 자고 일어난다.

해발이 높은 몽골의 아침은 지면에 닿아있는 구름 탓에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가 없다.

하루의 굿모닝을 알리고.

몽골의 화장실에는 문이 없는 재래식 화장실이 많다. 처이르에서 길을 가다 가끔 사람이 들어앉아있는 화장실을 지나칠 때면 괜스레 내가 더 미안해진다.

텐트를 정리하고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아침을 주문한다. 어제와 같은 메뉴를 주문하니 이번에는 카운터 옆에 있는 보온병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한다.

"아, 차를 마실 거냐고 묻는 거구나."

식사와 함께 따듯한 우유차를 500투그릭에 추가로 판매하고 있다. 중국의 차가 입안을 정결하게 해주는 느낌이라면 몽골의 우유차는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밥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젯밤 내 손을 끌며 집으로 가자고 했던 아저씨가 찾아와 인사를 한다. 아마도 추운 날씨에 별 탈 없이 잘 보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잘 잤다는 인사의 제스처를 하니 자신의 집으로 가서 밥을 먹고 잠을 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따듯하게 관심을 가져준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초원의 작은 식당을 떠난다.

울란바토르까지는 이제 120km 정도가 남아있다. 조금 일찍 라이딩을 시작했고, 어제와 비슷한 느낌의 바람이 불어오니 오후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이르까지의 초원에서는 도마뱀이 자주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작은 햄스터처럼 생긴 귀여운 설치류가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인다. 아주 귀엽게 생긴 녀석인데 가까이 가면 작은 굴속으로 재빠르게 몸을 숨겨버려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이 녀석아, 나와봐!"

안타까운 것은 달리는 내내 도로 위로 로드킬 된 녀석들의 사체가 많다는 것이다.

천천히 이어지는 오르막의 길이지만 바람이 적어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작은 언덕들을 넘으며 20km 정도를 달리니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도로변을 따라 좌우로 들어선 작은 마을이다.

울란바토르가 가까워지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버스 정류장이 도로변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울란바토르까지는 버스가 운행되는 모양이다.

많은 수의 양떼들을 게르가 있는 곳으로 몰고 가느라 도로가 막히고.

오토바이를 타고 양떼를 모는 목동과도 손인사를 한다.

출발한지 2시간 35km 정도 지나 어제 도착하려 했던 바가항가이의 교차로 나온다.

바가항가이에 접어들며 갑작스레 바람의 거칠어지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자전거를 밀어주는 뒷바람이다.

"86km 정도면 3시 전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높은 언덕의 좌측으로 들어서 있는 바가항가이. 고개를 넘는 동안 뒤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맞바람으로 돌변하며 미친 듯이 불어댄다.

어렵게 어렵게 언덕을 오르고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 자전거가 굴러가지를 않는다.

"뭐야 갑자기!"

두 시간 동안의 평화롭던 라이딩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린다. 바가항가이의 검문소에서 버스에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자전거를 눕혀놓으니 남자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를 가는 거예요?

자민우드에서부터 짧게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고 있다. 울란바토르까지 80km가 남았다며 알려주는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니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돌변해 버린 초원의 날씨이다. 5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던 울란바토르의 도착 시간을 짐작할 수 없다.

"아, 80km나 남았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

검문소를 지나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페달링을 시작한다. 휘청휘청 거리는 자전거를 억지스레 전진시키는데 멀리 주유소의 담벼락에서 누워있던 검은 개가 나를 향해 짖으며 맹렬하게 뛰어온다.

"아! 이 개*********. 오지 마! 오지 말라고!""

50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리를 빠르게 달려온 크고 검은 개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자전거를 쫓아온다. 바람 때문에 느릿느릿 기어가기도 힘든 상황에 더러운 개가 쫓아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차량이 지나가 개를 도망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죽을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한참 동안을 따라오며 짖어대던 개가 떨어지자 다리의 힘이 모두 풀려버린다.

"아! 개*******************************."

휘몰아치는 모래바람 속에 모든 것들이 뿌옇게 변해버린다. 점점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나를 지나치는 차량들은 모랫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저 멀리 모랫바람 속에서 헤드라이트를 켠 차량들이 갑작스레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이리저리 요동을 치며 불어대는 초원의 모래바람에 페달링을 멈추고 만다.

눕혀놓은 자전거의 바퀴는 모래바람에 의해 바쁘게 회전을 하며 돌아가고 있다.

"이런 바람은 뒤에서 불어주면 안 되는 거니?"

갑자기 시작된 모래바람이 잦아들기를, 아니면 도로의 방향이 바뀌기를 바라며 꾸역꾸역 길을 이어간다.

계속 이어지는 언덕과 고개의 오르막길들, 한가롭게 시작되었던 울란바토르의 여정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잠시 바람을 피할 곳조차 없는 초원의 한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가던 길을 이어가는 것뿐이다.

"저 파란 하늘은 또 뭐야?"

지옥 같은 바람이 불어오는 지상과는 달리 머리 위의 하늘은 미친 듯이 파랗다.

바람으로 인해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이, 길은 오르막의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나를 죽여라. 이놈들아!"

거친 바람과 지나가는 차량들의 돌풍, 갓길조차 없는 좁은 도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높은 산등성이가 눈높이에 맞춰질 때쯤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에이 **!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어제 아침 간져가 싸준 양고기만두를 꺼내어 바람을 등지고 길바닥에 퍼질러 앉는다.

"죽어도 밥은 먹고 죽어야겠다."

식어있는 만두지만 간져가 센스 있게 넣어둔 오이 피클과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제법 맛이 좋다. 누렇게 변해버린 풍경 위로 솜뭉치를 문질러 놓은 듯 떠있는 구름들을 보며 만두를 먹는다.

시원한 오이 피클을 먹는 사이 세 개 정도 남은 양고기의 반찬통이 돌풍으로 엎어져 데구루루 초원을 향해 굴러가 버린다.

"#$%#^#$#%$%#^#$%#."

바람 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꽤나 높이 올라온 느낌에 산들샘 GPS를 켜보니 1,650미터까지 올라왔다. 울란바토르에서부터 시작되는 몽골 중부의 산악지형을 예상했지만 초원이 시작되던 중국 내몽골의 장베이을 넘던 환경과 너무나 비슷한 모양이다.

"죽겠네. 저기 좀 더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휘청거리며 기어가는 자전거를 향해 지나가는 차량들은 스카프를 흔들거나 연이어 손인사를 하며 응원을 보낸다. 애써 답례를 하기 위해 잠깐 핸들바에서 손을 떼면 미친 듯이 휘청거리는 자전거.

"힘들어. 응원하지 마!"

"제발 저것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고개를 넘으며 이유 없이, 갑자기, 불현듯 바람이 사라지기만을 바랐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쭉 내려가 주기를 바랐지만.

그럴 일은 여전히 없다.

소들마저 자리에 앉아 바람을 피하는데, 할 일 없는 여행자만이 쓸데없이 페달질을 하며 바람을 이기고 있다.

도무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 산등성이의 도로에 질리듯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언제 끝낼 거야?"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어붜가 쌓아진 언덕 위로 올라가 본다.

거센 바람에 몸이 휘청이게 만드는 언덕의 위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뿌옇게 사라지는 도로는 분명 내리막길이고, 저 멀리 풍력 발전기의 실루엣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도로를 지나던 차량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어붜가 쌓인 언덕으로 뛰어 올라온다.

"그렇게 급한 거야?"

산등성이 쪽에 세워진 어붜를 향해 급하게 달려가던 남자는 어붜를 몇 바퀴 돌더니, 내 쪽으로 달려와 이쪽의 어붜를 정신이 뛰어다닌다.

돌풍과 바람소리, 모래와 흙먼지, 양떼와 말떼들 그리고 어붜 주변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까지 정말 혼을 쏙 빼놓는 느낌이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게 떨어지는 도로를 브레이킹을 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지나가는 차량이 만드는 돌풍에 자전거가 휩쓸리는 것이 무엇보다 걱정이 된다.

"내리막조차 브레이킹을 하며 가야 하다니."

말들의 한가로움과는 달리 변속기마저 트러블을 일으키며 변속이 원활하지 않고.

급경사의 구간이 지나고 나지막이 떨어지는 내리막이 이어진다.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를 살펴 가며 브레이크를 풀고 속도를 내어본다.

"프리덤!"

산을 돌며 좌측으로 크게 휘어지던 내리막은 그것으로 끝이 나고, 정면의 맞바람이 소떼와 함께 가던 길을 멈춰 세운다.

"저기 저 언덕은 또 뭐야?"

소들의 사체들과 쓰레기들의 뒹구는 언덕을 다시 넘고, 토브를 지나 울란바토르의 경계에 도착한다.

준모드와 울란바토르의 갈림길, 직진을 하여 울란바토르로 가야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2시 30분. 여유롭던 아침 시간에 생각했던 울란바토르의 도착 시간인데 아직도 45km가 남았고, 끔찍한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있다.

"힝, 앞으로 4시간은 족히 걸릴 거야."

발걸음이 떨이지지 않는 누런 풍경을 향해 기어 들어간다. 울란바토르의 톨게이트가 나오고 톨게이트의 직원이 나를 보며 인사를 하고 차단기를 올려준다.

저 멀리 다시 보이는 산의 실루엣이 어질어질하다. 엄청난 수의 묘지들이 들어선 산등성이를 돌아 오르락내리락 짧은 언덕들이 이어지더니.

울란바트로의 위성도시 날라흐(Nalaikh)가 뿌연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울란바트로와 날라흐의 갈림길의 회전교차로에서 길을 확인하고.

맞바람이 불어오는 울란바트로의 방향의 서쪽을 향해 언덕을 오른다.

"울란바트로는 내일 갈까? 쉬고 싶다."

언덕을 지나 울란바트로에 가까워지니 하늘의 색이 조금은 맑아지는 듯하고.

"어, 한국 식당!"

몸이 지치고 힘드니 자전거가 알아서 식당으로 끌려들어 가는 기분이다.

"화장실이 어디예요?"

3시 40분, 울란바토르까지 30km가 남아있는 거리가 부담스럽지만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무작정 메뉴판을 집어 들고.

"모르겠다. 김치찌개 한 그릇 먹고 가자!"

"90일 만에 너를 본다!"

한국 일반 음식점의 맛과 똑같은 김치찌개의 맛이다.

든든하게 두 그릇을 비워놓고.

한국말을 잘 하지만 한국인은 아닌 식당의 매니저에게 울란바토르에 코리안 타운이 있는지 물어보니 별도로 모여있는 곳은 없고 시내 여러 곳에 한국인이 산다고 말해준다.

밥을 먹느라 한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먹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주유소가 있는 삼거리로 나오니 도로를 공사하는지 길이 막혀있다. 할 수 없이 공사장 옆으로 차들이 다니는 비포장길을 따라가다 보니 임시 도로라기보다는 그냥 초원의 흙길이다.

쉴 새 없이 오가며 먼지를 날리는 차량들의 틈에 끼어 털털거리는 비포장길을 자카르타 랠리를 하듯 요란스럽게 따라간다. 대책이 없는 먼지 구덩이의 흙길을 정신없이 가다 보니 나로 인해 차량의 흐름이 둔해지니 마주 오던 화물트럭의 운전자가 아직 공사를 하고 있지 않은 좌측의 도로를 가리키며 빠져나가라는 듯이 안내를 해준다.

도로와 가장 근접해 있는 구간에서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빠져나온다.

"하루 종일 먼지를 뒤집어쓰는구나."

흙먼지를 날리는 복잡한 비포장길을 빠져나와 혼자 도로를 독차지했지만 한가로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시 흙먼지 속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요동을 치는 비포장길을 정신없이 따라간다.

무려 한 시간 동안을 흙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러 도로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다.

그 사이 미친 듯이 불어오던 모래바람은 사라지고 거짓말처럼 하늘이 고요하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울란바토르의 외곽을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지나친다.

멀리 북쪽의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게르와 판자집들이 이색적이다.

낡고 허름한 외곽의 시내를 지나자 포장도로의 상태가 좋아지며 아름다운 툴강의 모습이 나타난다. 강을 따라 촘촘하게 들어선 수변의 나무들이 어색할 만큼 아름답다.

"세상에 몽골에서 처음으로 나무를 보는 거야."

울란바트로의 시내에 접어들며 좁은 2차선 도로는 차량들로 혼잡하다.

복잡한 차들 사이로 두 군데의 원형 교차로를 통과하고.

칭기스칸 광장으로 향하는 도심의 도로는 완전히 정체되어 자전거가 지나갈 수조차 없다.

"아니 무슨 차들이 이렇게 많지!"

인도로 올라가 자전거를 끌고 칭기스칸 광장으로 걸어간다.

"마르코 폴로 형님은 이곳에 왜 서 있는 거지?"

7시, 11시간의 험난한 라이딩 끝에 목적지인 칭기스칸 광장에 도착한다.

넓고 한적한 광장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산책을 하는 칭기스칸 광장. 중국의 광장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형, 나 왔어!"

광장의 정면에 웅장하게 놓여있는 칭기스칸의 석상.

계단 위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중국의 베이징처럼 부자연스러운 제재는 하지 않는다.

한적한 광장을 둘러보고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울란바토르의 도착을 알려준다.

"툴가야, 형 왔다! 같이 저녁 먹자."

수업을 듣는다는 툴가는 9시에 수업을 마치고 호텔이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한다.

"아이고, 칭기스칸이고 나발이고 완전히 너덜너덜해졌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곳의 하늘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광장에 누워 오랜만에 트립닷컴을 켜고 숙소를 검색한다. 많은 호텔들이 검색되는데 의외로 숙박비들이 비싸다. 5~6만원 정도의 숙박료들인데 일반 몽골의 작은 호텔에 가려니 자민우드에서부터 시작된 거친 바람의 시달림에 편하게 쉬고 싶은 생각이 먼저 앞선다.

"씻고 싶고, 먹고 싶고 편하게 자고 싶다!"

100미터조차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가격을 포기하고 가장 가까운 울란바토르 호텔을 찾아 들어간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호텔에 들어가 호텔 바우처를 보여주며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를 물으니 프런트의 직원은 걱정하지 말라며 안내를 한다.

호텔 직원을 불러 자전거를 짐 보관 창고에 넣어주고 방까지 짐들을 올려다 놓는다. 클래식한 호텔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서비스지만 왠지 이런 서비스들은 불편하다.

"그냥 내가 들고 가도 되는데."

호텔의 가장 작은방에 들어가 아무리 둘러봐도 칫솔 세트도 없고 물도 없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툴가를 기다린다.

9시가 넘어 호텔로 찾아온 툴가를 만나고 주변에 한국 식당이 있는지 물었다. 오는 도중 김치찌개를 먹어서인지 허기짐보다는 쓴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연아라는 한국 식당이 있데요."

주변에 한국 식당이 있는지 친구에게 통화를 해 물어본 툴가는 연아라는 한국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2km 정도 떨어진 식당까지 그동안의 소식들을 이야기하며 길을 걸어간다.

10시, 서울의 거리를 지나 찾아들어간 연아(Yuna) 식당은 영업이 끝났다며 안내한다. 몽골의 대부분의 식당들은 10시를 전후로 영업을 마치는 모양이다.

하는 수없이 길 건너편에 있는 술집으로 들어간다.

"툴가, 너 먹고 싶은 것을 시켜. 나는 밥보다는 술이 조금 마시고 싶다. 사람들이 칭기스를 먹으래."

면 요리와 치킨을 시키고 보드카를 달라며 주문을 하던 툴가가 오랫동안 직원과 대화를 한다.

"왜? 칭기스 없데?"

"아니요. 오늘은 술을 팔 수가 없데요. 12시가 지나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데요."

"아니, 왜? 왜?"

"모르겠어요. 금요일이라 술을 안 판다고 하는데요."

평상시 손님들이 많다던 술집은 무슨 이유인지 술을 팔 수 없다고 하고 손님들도 없다.

"힝!"

맛있는 한국 음식도, 간절한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했지만 몽골의 여행 동안 여러 가지로 도와준 툴가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조르노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간볼트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흔쾌히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는 툴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던 사람들은 내가 느꼈던 간절함과는 달리 툴가와의 통화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혹시라도 전화가 오면 잘 설명해 주면 좋겠고, 자신들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어떻게 도와줄 방법은 없지 뭐."

하고 싶은 바람이나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앞에 두고 고민에만 몰두하며 투정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삶을 살며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을 해야만 하고, 선택으로 인한 과정들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 결과에 의한 또 다른 선택과 결정들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세상에 잘 된,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 단지 선택에 의한 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의 문제일 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5일 / 맑음 ・ 8도
처이르
지난 밤 강풍이 휘몰아치더니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며 쌀쌀해졌다. 바람의 방향은 알 수 없고 울란바토르를 향해서 길을 떠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648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10시간

게르구경
감바탁구장
0Km / 00분
0Km / 00분
처이르
처이르
처이르
 
 
46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강풍으로 정전이 되었던 처이르의 다시 전기가 들어와 있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데 창문 밖을 쳐다봐도 바람의 방향을 알 수가 없다.

바람의 방향을 알아보려 숙소 밖으로 나오니 쌀쌀한 겨울의 한기가 느껴진다.

"뭐가 이렇게 추워?"

슘베르의 날씨를 보니 영하의 기온에 찬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6~-10도 적혀있다.

옷을 다시 챙겨 입고 처이르 초입에 세워진 커다란 석상이 있는 공터로 나간다.

"대체 어디서 불어오는 거야?"

동풍, 울란바토르의 방향으로 측면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220km가 남아있는 울란바토르, 처이르를 벗어나 숙소나 음식점이 있는 곳까지는 100km 정도가 떨어져 있다.

"120, 130km. 갈 수 있을까?"

여유를 두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릴지, 조금이라도 울란바토르의 거리를 줄여놓을지 고민하다 매일 이어지고 있는 거센 바람을 예측하기 어려워 그냥 출발하기로 결정한다.

"일단 출발하고 갈 수 없으면 돌아오지 뭐."

처이르를 빠져나가기 전 슈퍼에 들러 빵과 물 등을 사두어야 한다.

몽골 슈퍼에는 이상하게 낱개로 포장된 빵이 없고, 모두 무게가 나가는 대용량 빵들뿐이다.

"한국에서 보름달이나 단팥빵 같은 것도 가져다 놓지."

매장을 두 바퀴나 돌며 적당한 빵을 찾아도 보이질 않고 그럭저럭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빵을 두 개 골라 든다. 간의 포장된 빵이라 빨리 먹지 않으면 변질돼서 버려야 할 것이다.

"한국 사람이세요?"

한국에서 5년 정도 일했다며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서툰 억양이지만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울란바토르에 가고 있어요."

어디를 가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고 반갑다며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다.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미 계산을 마친 남자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기다리고 있다.

김치 컵라면과 믹스커피를 낱개로 사들고 있던 남자는 슈퍼의 근처에서 탁구장을 운영한다며 시간이 되면 컵라면을 먹고 가라며 제안을 한다.

남자를 따라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그의 탁구장으로 따라간다. 슈퍼의 건물에 있을 줄 알았던 그의 탁구장은 아파트 지하를 개조하여 운영되고 있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지하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지하는 한국의 오래된 빌라들의 지하와 비슷한 느낌이다.

책상과 소파가 놓은 작은 사무실에는 탁구 대회의 입상 사진들과 우승 상금으로 주어졌을 몽골 화폐 모양의 트로피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탁구 선수이신가? 탁구를 잘 치시나 봐요."

감바(Гамбаа), 52세의 남자는 몽골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며 탁구장과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10년 전에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했었다. 나 한국말 잘 못해."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하다 불법 체류로 추방되었다는 감바와는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와, 탁구 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했네요. 근데 우승 상금이 되게 적네."

이틀 동안 휴무라는 감바는 어제 저녁 친구들과 술을 마셔서 해장을 하기 위해 김치찌개 컵라면을 사러 슈퍼에 들렀던 것이다.

감바의 컵라면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 처이르에서 하루를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감바에게 말했더니 자신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출발하라고 한다.

"전에 다른 외국인들도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갔어."

감바는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고 있고, 그의 부인이 탁구장을 운영한다고 한다. 탁구장은 어린이들이나 동네 주민들을 가르치는 레슨반 같은 것이 있고, 감바 챔피언스 탁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낡은 지하실을 개조하여 4개의 구역으로 나뉜 감바의 탁구장은 포켓볼을 칠 수 있는 당구장과 아이들의 레슨구역 그리고 성인들이 이용하는 탁구장으로 되어 있다.

아파트 지하실의 낡고 허름한 시설이지만 규모가 제법 되는 감바의 탁구장이다.

어제 생각했던 대로 오래된 아파트의 1층을 개조하여 은행과 슈퍼 같은 공간이 들어서 있다.

간단한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아파트의 1층을 개조해 들어서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1960년대 러시아에 의해 지어졌다는 감바의 아파트로 간다.

한 층에 세 가구가 입주해 있는 오래된 아파트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더 낡고 허름하다.

집을 사며 은행의 대출을 받았던 감바는 3개의 방이 있는 건너편 아파트에서 최근에 2개의 방이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하며 은행의 대출을 상환한다고 한다.

2천만원 정도 하는 감바의 아파트는 욕실과 부엌, 거실 그리고 안방으로 심플하게 나눠진 구조이다. 며칠 전 이사를 하며 집안은 정리가 되지 않은 짐들이 펼쳐져 있다.

"아내가 집 정리를 하라며 울란바토르에 갔는데, 오면 잔소리를 할 거야."

"오늘 쓰레기를 치워도 내일이면 다시 바람에 날려와 의미가 없어."

동네의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비닐봉지와 페트병들을 보며 감바가 말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와이프와 함께 자비로 만들었다며 설명을 해준다.

아내와 통화를 하던 감바는 아내의 여동생이 병원에 입원을 했다며 함께 가자고 한다. 도로변에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 무언가를 말하더니 무작정 타라고 한다.

단지 앞에 택시들이 서는 정류장이 있지만 공공버스가 없는 처이르에서 동네를 다니는 차들을 잡아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병원이 있는 건너편 산동네로 이동한다.

감바의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나무판자의 담들에 게르와 단층 집들이 어지럽게 들어선 동네이다.

"예전에 이곳이 게르들이 모여있던 동네이고, 내가 사는 곳은 러시아 애들이 아파트를 지어놓은 동네야."

작은 단층 건물과 2층 건물들로 이루어진 처이르의 병원. 아내의 여동생이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모르고 있던 감바는 산부인과 병동에서 자신을 부르는 아내를 보고서야 산부인과 병동으로 들어간다.

2층 건물의 산부인과 병동은 입구를 들어서자 접견실 같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병실의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아내의 여동생, 처제가 셋째를 가져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낳아야 해서 울란바토르에 갔던 아내가 급하게 간병을 하러 돌아온 것이다. 접견실에서 잠시 아내와 이야기를 하던 감바는 옆에 있던 남자와 전화를 주고받더니 가자고 한다.

"아는 사람이에요? 여동생 남편?"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내가 전화기가 안돼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 달라고 했어."

통신 요금을 내지 않았는지 전화를 걸 수 없는 감바가 산부인과에서 처음 만난 남자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전화해달라고 한 것이다.

"뭐. 이 동네의 대인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몽골을 여행하며 히치하이킹을 하듯 지나가는 차량을 잡고 스스럼없이 합승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받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간 나면 집 정리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네."

병원을 나온 감바는 다시 지나가는 승용차를 잡더니 뭔가를 얘기하고 타라고 한다.

흙바닥 길의 골목을 돌아 작은 마트 앞에서 내린다.

작은 슈퍼에는 생필품보다 술들이 더 많이 진열되어 있다. 감바의 형이 운영하는 작은 슈퍼에서 맥주 한 캔씩을 마시고 집으로는 걸어가자고 한다.

"여기 있네. 징기스!"

"게르가 보고 싶은데."

나무판자로 된 다른 사람의 집의 문을 열고 골목을 가로질러 가던 감바에게 게르가 보고 싶다고 말하니 모두 아는 사람들의 집이라며 게르에 가보자고 한다.

넓은 마당에 게르 한 채가 지어진 집.

양철로 지어놓은 현관을 지나 게르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동그란 게르의 내부는 가구들과 화로, 식탁, 침대 등이 놓여있다. 다섯 명 정도의 가족들이 따듯한 게르 안에서 이방인의 방문을 신기해하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따듯한 우유차를 한 잔 내어주고.

기도를 올리는 곳 같은 작은 공간도 있고.

간단한 조리 기구가 있는 작은 식탁.

그리고 가축의 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는 화로가 가운데에 놓여있다.

나를 위해 몽골의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며 말린 가축의 똥을 집어넣고 화로의 화력을 높인다.

말린 가축의 똥은 가볍고 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다.

"초원의 좋은 풀만 먹고 자라서 냄새가 나질 않아."

"아니, 김종훈씨가 여기에서."

멋진 가죽 부추를 신은 아저씨는 한국의 예비군 군복을 입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수거되는 한 옷들이 몽골에 넘어오는 모양이다.

가축의 똥을 넣은 화로는 이내 화력이 높아지고.

큰 냄비에 약간의 물과 소금을 뿌린다.

얇게 썰어놓은 양고기와 적당량의 물을 넣고 끓이면 끝.

소변을 보러 넓은 길가에 나와 시원하게 해결을 하고.

군복을 입은 아저씨는 식수를 길러와 집들에 배달을 해주며 조금의 배달비를 받는다고 한다.

나에게 관심이 많은 게르 주인의 동생과 한 컷.

게르의 주인인 형은 오토바이를 수리하느라 바쁘고.

쇼바가 높은 몽골의 오토바이에는 푸른 천들이 묶여 있다.

소변을 보고 온 사이 양고기를 넣은 음식은 팔팔 끓어가고.

작은 그릇에 한 그릇을 가득 담아주고.

몽골의 김치라며 작은 병을 건네준다.

모양으로 보아 소금 같은 것으로 절여놓은 것인데, 국물에 조금 넣고 먹으니 짭조름하고 향긋한 향이 난다.

육수 국물에 빵을 적셔 먹기도 하고.

소금 이외에 아무런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 양고기 요리는 마치 쇠고기 뭇국 같은 시원한 맛이 났다. 진한 국물이 속을 따듯하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준다.

"야. 이건 완전히 해장용이야."

많이 먹으라며 계속 담아주는 양고기 국물을 세 그릇을 비우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어요?"

"서울에서도 있고, 강원도에서 있고. 공장에서도 일하고 건설 현장에서도 일하고 했어."

10년 전, 감바는 관광비자를 가지고 불법체류를 하면서 5년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일할 때는 마음이 아프고 하면 바다에 가서 앉아있고 술도 마시고 했어."

강원도의 공장에서 일하며 3개월치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감바는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겪었음에도 다시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불법 체류로 추방되어 비자가 나오지 않는 감바는 6월 초에 결정되는 비자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감바는 처이르의 체육행사가 있는지 회의를 하기 위해 잠시 가게를 비우고, 사무실에 앉아 7시에 돌아온다는 감바를 기다린다.

그 사이 어린 친구들이 탁구장으로 들어와 돌아가며 탁구를 치고.

두 번째에 서이는 감바의 첫째 딸은 탁구를 잘 치는지 몽골의 동급생 중 두 번째의 실력이라고 한다.

"감바, 제법 멋진데."

사무실에 앉아 자료들을 정리하는 나에게 탁구장의 아이들이 몰려든다.

너무 많은 질문들을 하는 아이들에게 중국 여행의 동영상과 한국의 영상들을 보여주니 호기심 가득 지켜본다. 옆자리에 앉아 핸드폰의 영상을 관심 있게 보며 수줍게 질문을 건네는 분홍색 여자아이에게 명함을 주니 너무나 좋아하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다.

남자아이가 나에게 포켓볼을 치자며 제안을 한다. 어떤 포켓볼의 룰로 게임을 하는지 몰라 아무것이나 집어넣고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로우, 하이 볼을 집어넣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알았어. 내가 높은 숫자를 넣으면 되는 거지?"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의 밝은 치어리딩을 받으며 가볍게 게임을 정리해 주고, 포켓볼 게임을 제안했던 남자아이에게 잘 쳤다며 악수를 해주니 멍하게 서있다.

"내가 요즘 술을 안 먹어서 손떨림이 없다. 임자 잘 못 만났어 너."

꼬마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노는 사이 회의를 마친 감바가 돌아온다.

"감바, 애들이 뭐라고 하는 거예요?"

"자기들에게도 명함을 달라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명함을 한 장씩 나눠주고서야 어수선했던 사무실이 조용해진다.

"아내의 엄마가 저녁을 줄 거야. 집으로 가자."

감바의 장모의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감바의 장모님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다.

양고기 국물로 끓인 국수와 빵으로 저녁을 먹고.

"감바, 저녁에 맥주 한잔할까요? 내가 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들어갈게요."

"좋지."

10시까지 영업을 해야 하는 감바는 탁구장으로 들어가고, 슈퍼에 들러 몽골의 큰 페트병에 담긴 맥주 두 통을 사들고 감바의 집으로 간다.

아무리 열쇠를 돌려도 잘 열리지 않는 감바의 현관문. 10분 정도를 낑낑거리며 이리저리 열쇠를 돌리다 어떻게 열린 것인지 모르게 철커덕 문이 열린다.

현관 문을 열자 바로 거실문이 이중 문처럼 붙어있다.

냉장고가 없어 작은 베란다에 맥주를 놓아두고 거실에 앉아 핸드폰으로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감바가 집으로 돌아온다.

"벌써 끝난 거예요?"

"아니, 오늘 여기에서 못 잘 것 같아. 아내의 작은 아버지 식구들이 울란바토르에서 와서 집에서 자야한데."

처제의 출산을 앞두고 울란바토르에서 가족들이 내려왔는지 가게의 사무실에서 자야 한다고 한다.

"아, 괜찮아요. 그럼 가게로 가요."

다시 돌아온 탁구장은 감바 탁구회의 동호회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탁구를 치는 감바의 공과 라켓을 다루는 실력이 애사롭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팀으로 나누어 내기 게임을 하며 탁구를 치는 모습들을 구경한다. 제법 실력들이 좋고 즐겁게 떠들면서 운동을 한다.

"한국 사람도 구경만 하지 말고 같이 치자고 하는데?"

"탁구 못 쳐요. 그냥 구경할게요."

다들 실력들이 좋아서 게임이 안될 것도 같고 무엇보다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아 스윙이 불가능하여 탁구를 칠 수 없다.

핸드폰의 충전기를 가져오기 위해 사무실의 열쇠를 달라고 하니 구석기 시대에 사용했을 법한 열쇠를 건네준다.

"이런 열쇠 지금은 없어."

남자와 여자팀으로 나눠 5,000투그릭의 첫 번째 게임은 여자팀이 이겼고, 이후 7,000투그릭의 두 게임은 남자팀이 이기며 게임이 끝났다.

맥주를 마시며 탁구를 지켜보던 나에게 여자의 팀이 내기에서 진 금액으로 맥주를 추가로 사다 준다.

"이 아저씨는 몽골 씨름을 하는 사람이야."

키가 크지는 않지만 건장한 몸을 가진 남자를 가리키며 감바가 소개를 시켜준다.

간져, 30대 초반의 몽골 씨름을 하며 중고차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밝게 웃는 얼굴이 귀여운 남자다.

감바, 간져와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통역이 되는 감바가 있으니 너무나 편하고 좋다.

"내일 가기 전에 양고기만두를 해줄게."

간져는 양고기만두를 해주겠다며 아침에 집으로 나를 초대한다.

맥주를 마시고 헤어지던 간져는 당구장에서 포켓볼을 치는 남자들에게 당구 큐를 넘겨받더니 게임을 정리한다.

"오, 간져. 운동 신경이 좋은데."

몽골 씨름을 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있는 것인지, 간져의 등치가 좋아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간져의 스스럼없는 행동에 비해 다른 사람들의 표정들은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침을 초대해 준 간져와 악수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감바는 계속 남은 맥주를 비우자며 술을 권한다.

"오늘 하루 일해서 11,000투그릭을 벌었어. 이건 돈이 아니야."

"그래 감바, 비자가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나오지 않으면 다시 몇 년을 기다려야 해."

"혹시 비자가 나와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연락을 줘.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와줄 사람을 소개해 줄게."

"다른 것은 필요 없어. 일자리 센터 같은 곳에 함께 가서 이야기만 해주면 돼."

"그래, 한국 사람이 같이 가서 말해주면 못되게는 안 할 건데."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는 감바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몽골의 생활 물가가 중국과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적은 월급이다.

한국과 몽골의 환율은 2:1. 한국에 들어가 이삿짐센터나 막노동을 하면 벌 수 있는 300~400만원이면 몽골의 6개월의 급여이다. 90일의 몽골 여행비자로 불법 취업하여 일을 하고 돌아오면 집을 한 채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니 모두들 한국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자민우드, 조르노크 그리고 처이르에서 만난 바트보르드, 오드바야르, 간볼트, 감바까지 모두들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중국 여행이 사람들과의 스킨쉽에 흥미롭고 즐거웠다면 몽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마음을 무겁고 안타깝게 만든다.

"감바, 이제 그만 마셔. 나 내일 자전거 타고 가야 해."

약간의 취기가 오른 감바를 어렵게 집으로 돌려보내고, 남은 맥주통을 들고 감바는 장모의 집으로 돌아간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갈 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자."

"응. 지금은 감바가 제일 무서워. 하하하."

날씨가 쌀쌀해지지만 며칠 동안 남동풍이나 남풍이 불어온다.

"내일은 조금 편안한 라이딩이었으면 좋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1일 / 맑음 ・ 18도
노르조크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만나게 된 노르조크의 사람들과 함께 한가롭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97시간

페친등록
맥주타임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조르노크
아라크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쌀쌀한 기운이 들어 새벽녘에 침낭을 꺼내어 덮는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하루하루의 기온이 매일처럼 다르게 느껴지는 몽골이다.

어제의 모래폭풍은 온데간데없고 맑은 하늘에 바람마저 거의 없다.

"정말 알 수가 없는 날씨다."

부스스 깨어있는 나에게 에르덴 오초르가 아침 인사를 하며 아침을 먹으라며 빵을 잘라 놓는다.

어젯밤 불을 끄지 않고 잤다는 제스처에 사방을 둘러봐도 스위치가 없었다며 떠들어대니 방문 앞에 걸려있는 작은 빨래 건조대를 가리킨다.

"그걸 왜 거기에 숨겨놔!"

'아야~'하며 웃고 떠드는 에르덴 오초르.

"오초르, 나 응가!"

애플힙 자세를 취하며 오초르에게 웃어 보이자 '오호~'하며 두루마리 화장지를 건네준다.

집 밖으로 조금 떨어진 재래식 화장실에서 깔끔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오초르는 일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바트보르드처럼 철로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것 같다.

가끔씩 긴 화물칸을 단 기차가 느리게 지나가고.

집 주변을 둘러본다. 네 가구가 함께 사는 집이 창고처럼 보이는 목재 건물들을 하나씩 두고 세 개의 집이 있다.

작은 철탑이 있는 네모난 간물과 농구 코트, 놀이터 그리고 작은 건물 몇 개가 전부다.

오른쪽이 에르덴 오초르의 집, 왼쪽이 오드바야르의 집.

진청색 문이 오초르의 집이고, 하늘색이 오드바야르의 여동생 집이다.

이렇게 한 집에 네 가구가 함께 사는 형태이다.

현관의 나무 문에 숫자들이 적혀있고.

현관 문을 열면 창고처럼 쓰는 작은 공간이 있다.

안쪽 문을 열면 주방이 나오고.

가장 안쪽에 침대가 놓인 방이 있다.

주방에는 세면대와 작은 식탁.

그리고 화로가 하나씩 놓여있다.

"대우 제품이네. 그런데 한글 철자가 이상하다."

오초르가 아침으로 잘라놓고 나간 빵으로 아침을 먹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면 끝나는 집 주변을 구경한다.

기찻길 옆에 창고 같은 작은 사무실이 있고.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어지는 몽골의 철도.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곳에 모두들 모여있다.

기찻길 사고를 예방하는 재미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남자들은 창고를 정비하는지 바쁘고, 여자들은 페인트 통을 들고 도색 작업을 하려나 보다.

오초르의 집으로 들어와 그의 컴퓨터를 사용하려는데 자판이 이상하다.

영자 자판에 몽골 자판을 표시해서 사용한다. 영어 알파벳 보다 몽골 알파벳의 숫자가 많은지 숫자키까지 빼곡하게 사용한다.

어제 전화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툴가와 통화를 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오드바야르에게 한국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부탁하니 성의껏 설명하겠다며 대답을 해준다.

"한국 생활의 어려움이나 필요한 사항들을 잘 설명해 주면 좋겠다."

12시쯤 돌아온 오초르는 점심을 먹자며 꽁치 통조림 같은 것을 꺼내어 빵과 함께 먹으라고 한다.

"이렇게 먹으라고? 정말?"

생선 통조림은 비리지 않고 단맛이 조금 나는 게 괜찮다.

생선 세 덩어리를 한꺼번에 올려놓고 먹으라는 오초르.

점심을 먹고 오초르는 여기저기 건물들의 설명을 해준다.

작은 송전탑이 있은 건물은 철도의 통제실 같은 곳이었다. 제복을 입은 직원 세 명이 계기판에 앉아 철도의 상황판 같은 것을 주시하고 있다.

오초르의 집 앞에 있는 작은 건물에서는 오드바야르의 아내와 여동생이 페인트칠을 하느라 바쁘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라고 하여 가보니 사우나 시설이 되어있는 샤워장이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공용 샤워장, 아직 개장을 안 해서 이용을 못하는 것이 아쉽다.

기찻길 옆 아주 작은 건물은 이곳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길러오는 곳이다.

큰 통에 물을 받아 집에 있는 수통에 담아놓는다.

철도를 향해 긴 나무통이 나와있어 비를 받아 사용하나 생각했지만 년 강수량이 미미한 이곳에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가까이 가보니 수도관 같은 것이 있은 것으로 보아 기차에서 물을 수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곳에 이외의 건물은 없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구글 번역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연결해 주기 위해 오초르의 컴퓨터에 한글 자판을 설정한다.

"어디 보자. 대충 설정에 들어가서 언어 설정을 누르고."

"키보드의 언어 설정에서."

"한글을 추가해 주면 되겠지."

다행히 오초르의 컴퓨터는 인터내셔널 버전의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어 별 어려움이 없다.

가끔씩 방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나에게 들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핸드폰의 번역기에 몽골어를 잘 쓰지 못하는 오초르와 사람들에게 구글 번역 사이트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자리를 내어준다.

"오초르, 이렇게 해봐."

오전에 보이지 않았던 오드바야르에게 전화기를 달라고 하여 툴가와 통화 연결을 해준다.

"툴가야, 네가 한국에 대해 잘 설명을 해줘."

오초르와 사람들은 핸드폰의 작은 UI만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뭐야. 이 독수리도 아닌 병아리 타법들은?"

몽골 철자의 자판을 찾느라 버벅거리는 것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고 몽골어도 제멋대로 적어 해석이 안된다.

조르노크 사람들은 2G폰도 사용하고 스마트폰도 사용하는데 페이스북의 계정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와이프의 페이스북 계정만 있는 2G폰의 오초르에게 내 소식을 보라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주고 북마크를 해준다.

"오초르, 계정 프로필에 사진 넣자."

오초르의 사진을 찍어 계정에 넣어주니 방안이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해버린다.

언제나 유쾌한 에르덴 오초르 계정의 유일한 팔로우가 되었다.

계정을 연결하는 것을 보더니 모두들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며 페이스북을 연결해 달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없어?"

온통 이상한 사람들의 친구 등록과 신청으로 만신창이가 된 페이스북보다는 인스타그램의 계정이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한데 모두들 페이스북 계정만을 갖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설치해 주려 해도 데이터 속도가 너무 느려 다운을 받을 수도 없다.

네트워크가 잡히는 와이파이의 비번을 물어봐도 자신의 와이파이를 쓰질 않고 데이터 연결을 해서 사용한다.

"아니 멀쩡한 와이파이 놔두고 왜 데이터를 써?"

사람들은 다시 작업을 하러 나가고, 책상에 놓인 핸드폰에 페이스북 계정들을 연결해 준다.


작업 중인 사람들에게 핸드폰을 건네주고 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려고 자리에 누웠다.

잠시 후 방문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꼬마 녀석들이 모두 방으로 들어와 쉴 새 없이 질문들을 해댄다.

"아이고, 너희들까지."

어수선하게 방을 헤집어 놓던 꼬마들이 물러가고 여행 자료를 정리하며 잠시 쉰다.

퇴근을 알리며 방에 들어온 오드바야르와 짧은 대화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그의 처남이 큰 딸의 자전거를 고쳐주고 있다.

"오호, 이것은 나의 전공이지!"

자전거의 앞뒤 브레이크를 정비하고 타이어에 공기를 넣어주고 보조바퀴를 알맞게 높이 조정을 해준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있는 모습을 본 오드바야르는 창고에서 바람이 모두 빠진 자전거 두 대를 꺼내온다.

"뭐야? 어디서 나온 것들이야?"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고 체인에 윤활과 함께 변속이 잘 되는지 점검해 준다.

"오드바야르, 이제 네가 펌프질해. 힘들어!"

자전거를 정비하고 여기저기 흙먼지를 날리며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오드바야르.

처음 자전거를 타는 것인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흙바닥에서 자전거를 배우는데도 재미있어 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오초르에게 라면을 먹자고 하니 좋다고 한다.

"오초르, 이거 정말 매워!"

오초르에게 라면이 맵다는 제스처를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다. 패니어에서 참치캔을 꺼내어 라면에 넣고 조금 남은 참치캔을 오초르에게 주며 먹어보라고 하니 요리조리 살펴보고 조금 먹어본다.

맛있다는 하는 오초르에게 참치 사진을 보여주며 큰 물고기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라면을 끓여 오초르와 오드바야르에게 담아주니 매운 국물을 마시고 고개를 저으며 아우성이다. 여행을 하며 매운 음식을 먹지 않은 나에게도 입술이 얼얼한 느낌이 오는데 그들에게 얼마나 매울지 짐작이 간다.

라면을 먹으며 사람들과 한바탕 웃고 떠들어댄 후 오초르는 옷을 갖춰 입더니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차 타고 어디를 가자는 거야?"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가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서둘러 움직이는 오초르를 따라 집을 나선다.

버릇처럼 승용차의 오른 편의 문을 열고 타려 운전대가 있다. 멈칫하는 나를 보며 깔깔거리며 웃는 오초르.

몽골의 도로에서 일본 도요타와 현대 소나타 차량을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거의 70% 이상이 운전대가 왼쪽에 있는 도요타를 타는 것처럼 보인다.

승용차에 올라 안전벨트가 없는지 물으니 웃으며 없다고 하더니 좌석의 뒤쪽으로 길게 늘어진 안전벨트를 가리킨다. 안전벨트를 맨다는 표현보다는 몸에 두른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헐거워진 안전벨트를 두르고 있으니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뒷좌석에 앉는다.

"어디를 가는 거지?"

낡은 오초르의 도요타 승용차, 라디오를 듣기 위해 Mp3 같은 조그만 기기를 자동차에 꽂아놓는다.

몽골의 가요처럼 들리는 노래를 틀어놓고 처이르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간다. 30km 떨어져 있는 아라크에 간다고 알려주는 오초르는 신이 난 듯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고작 80km가 나오는 속도계를 가리키며 빨리 간다며 보라는 오초르.

"알았어. 천천히 가!"

평평한 몽골 초원의 지면과 맞닿아 있는 구름 사이로 천천히 해가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아라크까지 드라이브를 한다.

작은 검문소를 지나며 오초르는 매고 있지 않던 안전밸트를 몸에 두른다. 오초르가 검문소를 향해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눈인사를 하니 내려져있던 차단기가 올라가고.

도로의 왼편으로 보이는 아라크를 향해 도로를 벗어나 아무렇게나 흙길로 들어간다.

"역시, 몽골은 내가 가면 그것이 길인 거야!"

사인샨드와 마찬가지로 흙길의 골목을 두고 나무판자의 담들이 줄지어 이어지는 아라크.

마을 초입의 간판조차 없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슈퍼가 있다.

슈퍼의 입구에 마른 말똥이나 소똥 같은 것이 모아져 있고.

슈퍼의 안쪽에 놓인 화로를 가리키자 소똥으로 연료를 쓴다며 화로를 열어 보여준다.

"한국이나 몽골이나 맛의 비밀은 따로 있구나."

음식을 하는데 다시다를 많이 사용하는지 오초르가 다시다의 발음을 제법 그럴듯하게 하면서 코리아를 외친다.

오초르의 차를 타고 함께 나온 젊은 여자는 작은 슈퍼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며 장을 본다. 아마도 젊은 여자를 태워다 주려고 오초르는 아라크에 온 것 같다.

작은 슈퍼에서 장을 보고 아라크의 안쪽으로 들어가니 제대로 된 마트가 나온다. 젊은 여자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동안 슈퍼를 둘러보며 오초르에게 저녁에 술을 마시자고 제스처를 한다.

조르노크를 떠나기 전 오초르와 간단히 술 한 잔을 하려고 보드카를 가리키니 X자를 크게 그리며 안된다고 한다.

"그럼 맥주?"

큰 페트병에 든 맥주 한 통과 카스, 하이트 한 캔씩을 사들고 슈퍼를 나온다.

어둠이 내려앉은 AH3 초원의 도로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앞서가는 차량의 브레이크 등만이 빨갛게 흔들거린다. 마주 오는 차량들을 상향등을 켜고 운전을 하는지 왼쪽 조수석에 앉은 나는 눈이 부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마주 오는 차량들을 보며 상향등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오초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두운 도로를 안전하게 운전을 한다.

조르노크로 돌아온 오초르는 젊은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젊은 여자는 오드바야르의 옆집, 그러니까 오초르의 대각선의 집이다.

오초르가 사는 집에는 오초르, 오드바야르, 오드바야르의 여동생 그리고 젊은 여자가 함께 사는 것이다.

들어선 집은 화로를 피워 조금 덥게 느껴지고 남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방 안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아이고 이 집도 얘기들이 많네."

6살 정도의 개구져 보이는 남자아이, 4살 정도의 여자아이 그리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 2살 정도의 갓난 아이가 있다.

차와 양고기 그리고 몽골 김치를 내놓는다. 오초르가 칼로 양고기를 뜯어 먹으라며 방법을 알려주고.

육포를 먹는 것처럼 잡내가 없이 괜찮은 맛이 나는 양고기 그리고 몽골식 김치처럼 보이는 김치는 우리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뭔가가 이상한 그런 맛이 난다.

방에서 나온 젊은 남자와 인사를 하고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부부와 함께 맥주를 마신다.

간볼트, 26세의 남자와 그의 아내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적힌 종이를 가져와 보여주는 그들에게 구글 번역기를 설치해 주고 발음들을 하나씩 읽어 준다.

"어떻게 하면 한국말을 빨리 배울 수 있느냐?"

"나도 몰라. 나도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방안의 TV에는 한국 드라마와 오락 프로가 이어지는 채널이 고정되어 있고.

수입이 적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간볼트와 오랫동안 어렵게 대화를 이어갔다.

"울란바토르에 친구가 있는데, 가서 만나면 너를 도와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전화해 줄게."

오드바야르처럼 툴가와 통화를 시켜주는 것이 편하겠지만 툴가에게 너무 많은 부탁을 하는 것 같아 먼저 얘기를 하고 부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간볼트의 아내가 먹기 좋게 발라놓은 양고기를 안주 삼아 큰 페트병의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의 아내는 라면을 끓여 준다며 몽골 슈퍼에서 흔하게 보이는 김치라면을 끓여준다.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더니 뜨거운 물을 냄비에 붓고 라면과 스프를 넣고 뚜껑을 덮어 놓는 것이다.

"이건 컵라면 먹을 때 이렇게 하는 거지! 내가 내일 라면 끓이는 법을 알려줄게."

제대로 익지 않은 라면을 먹고 12시가 되어서야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중간에 사라진 오초르는 하이트 맥주를 한 캔 따서 반 정도 마신 후에 코를 골며 자고 있다.

TV와 전등을 꺼주고 자리에 누웠지만 바트보르드, 오드바야르 그리고 간볼트까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며 도와달라는 그들의 바람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툴가의 얘기에 따르면 몽골인들이 여행 비자를 받아 90일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건설 현장의 막노동과 이삿짐센터 같은 곳이라고 했다. 열악하고 힘든 노동 환경일 것은 당연할 테고, 여행 비자로 취업을 하는 것이 불법인지라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인데 하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많은 나라들과 사증면제 협약이 되어있는 한국, 하지만 몽골과는 사전 비자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느 국가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카자흐스탄을 비롯하여 환경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나라들은 모두 사증면제 협약이 되어있는데 유독 몽골만은 사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필요한 제도이겠지만 제도가 사람들을 불법의 현장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편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몽골인들에게 지금의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단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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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6일 / 맑음 ・ 20도
자민우드
하루를 더 자민우드에서 쉬며 캠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준비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19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76시간

주유소
슈퍼마켓
00Km / 00분
00Km / 00분
숙소
자민우드
숙소
 
 
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찍 잠이 깨어 믹스커피 한 잔을 들고 숙소 밖으로 나온다. 프런트에는 어제의 여직원이 아닌 중년의 여자가 앉아있다.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는지 햇살이 좋은 아침이다.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바로 이해하고 알아듣는다. 어제의 눈치 없던 직원과 달리 업무에 능숙하고 친절하다.

"와이파이가 잘 되는 방으로 주세요."

여러 번 번역기를 돌려도 제대로 된 몽골어가 검색되지 않는다. 어렵게 비슷한 뉘앙스의 번역을 보여주니 뜻을 이해했는지 번역기에 알았다는 몽골어를 써준다.

"휘발유는 주유소에서 파나요?"

한 번 더 가솔린을 번역해서 보여주고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국경 근처의 주유소를 가리키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몽골어가 문제가 아니었어. 이건 눈치와 센스의 문제야!" 

어제 숙소에 와 의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여직원과 대화하느라 힘들었는데 이 직원이 있었으면 훨씬 편했겠다 생각이 든다.

전산이 없이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하는 자민우드의 숙소, 마치 몽골어가 복잡한 수학 공식처럼 보인다.

방으로 올가와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바로 내려온다. 숙소 입구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와 페달을 밟으니 핸들이 요란하게 흔들거린다.

이내 가벼운 핸들에 적응을 하고 천천히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국경이 있는 주유소로 도로를 따라간다. 

몽골도 중국처럼 80, 92, 95의 숫자를 붙여 휘발유를 판매한다. 80번은 디젤이고 92와 95는 가솔린인데 차이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무실에 있는 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연료통과 함께 번역기로 가솔린을 보여준다. 약간 의아해하며 안된다는 X 표시를 두 팔로 표시를 하는 남자 직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버너로 음식을 하는 사진을 보여준다.

뜻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지만 계속 안된다는 의사 표현을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가솔린을 팔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작은 버너 연료통만큼은 팔 수가 없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10리터의 커다란 연료통을 가져오더니 그곳에 가솔린을 받아 버너의 연료통에 넣으라고 제스처를 한다. 

"얼마에요? 1리터만 주세요."

핸드폰을 주니 2,000의 숫자를 적어준다. 1리터에 900원 정도의 가격이니 중국과 휘발유 가격은 비슷한 것 같다.

주유소의 직원에게 2,000투그릭를 주니 주유기 측면에 붙어있는 곳에 숫자를 누르고 큰 휘발유통에 휘발유를 넣어준다.

버너의 연료통에 부으라는 제스처를 하며 주유소 건물의 측면 모래밭으로 안내해주며 양동이을 건네준다.

"브로, 남자는 함부로 흘리지 않아. 걱정 마!"

필요한 만큼만 연료통에 휘발유를 담은 후 남은 휘발유는 직원에게 돌려준다. 무려 75일 동안 사지 못했던 가솔린을 몽골에 넘어와 쉽게 산다.

"됐다. 버너의 연료도 샀고." 

돌아오는 길 자민우드 초입에 있는 작은 공원의 탑도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와 여직원에게 빨간 연료통을 들어 보이니 빙긋 웃는다.

"이제 남은 위안화를 환전해 볼까."

중국에서 사용하고 남은 위안화는 505.5위안이 남아있다. 8만원 정도의 금액이니 어제 ATM에서 찾아 쓴 투그릭과 합치면 울란바토르까지 사용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숙소 앞에 있는 은행에 들어가니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며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가장 측면의 여직원에게 번역기를 보여주며 환전하는 곳을 물어보니 다행히 한 사람만이 창구에 서서 업무를 보고 있는 한가한 창구이다.

"번호표 같은 게 설마 있나?"

주위를 둘러봐도 번호표 같은 것은 보이질 않고 은행 창구에도 딱히 순번을 알리는 숫자들이 보이질 않는다.

환전 창구로 가 바닥에 그려진 안내선에 서서 차례 기다린다.

"뭐라고 쓰여있는 걸까? 여기서 대기? 가까이 오지 마시오? 줄을 서시오?"

어느새 익숙해진 위안화. 남은 0.5위안은 기념으로 넣어두고 505위안을 환전할 것이다.

한 사람밖에 없어 빨리 환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행 직원은 계속해서 지폐를 세는 카운터기를 돌리며 오른쪽과 왼쪽의 카운터기를 모두 사용해 무언가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아무래도 지폐의 종류가 많고 금액에 따른 지폐의 숫자가 많아 반복적으로 카운터기를 돌려야 하는 것 같다.

"야, 이 동네는 돈 세느라 하루가 다 가겠네."  

20분 넘게 돌아가는 카운터기의 숫자들만을 구경하는 사이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지폐 확인이 끝나고 내 차례가 돌아온다.

위안화를 보여주며 환전을 하고 싶다고 하니 환전 신청서 같은 것을 건네준다. 환전할 금액과 이름을 적으라 알려주고 뒤에서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서명을 하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고참으로 보이는 여직원을 부르더니 무언가를 상의하고 내 핸드폰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적으라고 한다.

"핸드폰 번호를 적으라고?"

몽골 유심을 사며 핸드폰 번호가 생겼기 때문에 유심카드를 확인하고 당당하게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었더니 재미있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

한 다발의 투그릭을 건네줄 거라 생각했는데 환전 영수증을 주고.

처음보는 돈들을 조금 건네준다.

"금액이 맞나? 왜 이렇게 조금 주지. 만수르가 되고 싶었는데, 실망스럽게."

20,000투그릭, 10,000투그릭, 5,000투그릭, 1,000투그릭 그리고 잔돈들까지 해서 1위안당 391투그릭으로 환전을 해준다.

"무슨 지폐가 이렇게 많아. 주체할 수가 없네."

숙소로 돌아오니 여직원이 다른 방 키를 흔들며 나를 부른다. 와이파이를 확인하라며 함께 올라가자는 제스처를 해서 그녀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

공유기가 붙어있는 복도의 첫 번째 방을 내어주며 와이파이를 확인하라고 안내를 한다. 활기차게 모든 안테나를 채우고 있는 와이파이를 확인하고 OK 표시를 해준다.

4층으로 올라와 짐들을 나눠 들어주고 3층으로 방을 옮긴다. 

점심을 먹기 위해 고글을 벗고 안경을 찾는데 안경이 보이질 않는다. 방을 옮기며 꼼꼼하게 남겨둔 물건이 없나 확인을 했는데 안경을 빠뜨리고 온 모양이다. 

다른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안경을 놓고 왔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경'이라고 한국말을 하니 한국말로 대답을 한다.

"한국말을 하시네요?"

"네, 조금 할 줄 알아요."

"405호에 안경을 놓고 왔나 봐요."

"알았어요."

작은 도시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자민우드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어제의 여직원은 보이지 않고 그녀가 추천해 주었던 세 번째 메뉴 스팀 비프를 주문한다. 감자와 함께 모양 좋게 나온 음식은 제법 괜찮았지만 어제의 파인애플 치킨보다는 조금 맛이 덜하다.

몽골 숙소에서는 물은 큰 물통을 통째로 준다.

캠핑을 대비해 무거운 무게를 감내하며 들고 다녔던 고용량 보조 배터리도 충전을 시켜 놓고 음식들을 사기 위해 기차역 앞의 마트로 간다.

2중으로 되어있는 나무 문이 항상 닫혀있는 자민우드의 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무엇이 있나 천천히 매장을 둘러본다.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뾰족구두 신사화처럼 생긴 동물의 특수 부위도 통째로 있다.

"이게 대체 어느 부위인 거야? 혓바닥인가, 턱인가?"

매장 곳곳에서 한국 제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박카스와 레츠비 그리고 뽀로로 음료수까지 있다.

일단 두툼한 햄과 빵 그리고 잼을 사들고.

아무리 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몽골의 즉석 식품도 무게가 가벼워 하나 사둔다.

과자와 쵸콜릿 등을 조금 골라 담고 계산대로 가 어떻게 계산을 하나 궁금했는데 우리와 똑같이 바코드를 찍으며 쉽게 계산을 한다. 단지 카운터의 책상 서랍에 엄청난 양의 지폐들이 꽂혀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계산을 끝내고 마트 내에 있는 문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 사 먹었는데 엄청나게 달아서 먹느라 힘들다. 

마트 2층에는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그리고 옷 가게 같은 것이 있고 분위기는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으로 먹으려던 파인애플 치킨을 포기하고 매운 컵라면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다. 몽골에서 파는 매운 컵라면에는 중국처럼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있다.

조금 나른한 기분이 들어 잠을 잘까 생각하다 내일부터 시작될 몽골 라이딩을 위해 짐들을 재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양치와 세수를 하려고 칫솔세트를 열어보니 세트 상자에 세면도구가 모두 들어있다.

숙소에 들어와 비누와 샴푸를 찾아도 없어 가지고 다니던 세면도구를 사용했는데 이곳에 한꺼번에 들어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빗은 중국이나 여기나 필수품이구나."

패니어의 짐들을 풀어 헤치며 중국 남부의 빗속을 달리게 도와주었던 6위안짜리 고무장갑을 버린다.

"잘 썼다. 당분간 비 맞을 일이 없으니 여기까지."

패니어의 짐들을 가지런히 펼쳐놓고 중국의 우중 라이딩에 맞춰져 있던 짐들을 캠핑에 적합하게 재분배한다.

렉 패니어에 들어있던 옷들과 잡동사니들을 빼내고 침구류와 취사도구들을 넣고 캠핑용 식량으로 채워 넣고.

취사도구들이 빠져나간 프런트 패니어에 노트북을 옮겨 담고.

노트북이 빠져나간 리어 패니어에는 겨울옷들을 넣어 둔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리어 패니어를 뒤적이며 물건들을 꺼내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많은 짐들이 어떻게 패니어에 다 들어가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짐들을 풀어헤치고 나니 마음은 개운한데 몸이 피곤해진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몽골의 초원과 사막, 높은 고산지대와 드넓은 호수를 향해 달려보자. 밤하늘을 보며 캠핑도 해보고..  

"몽골, 너를 보여줘!"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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