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4일 / 흐림 ・ 8도
체체를렉
흐리고 쌀쌀해진 날씨, 하늘에서 싸리눈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동거리
00Km
누적거리
9,36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47시간

뒹굴뒹굴
뒹굴뒹굴
0Km / 00분
0Km / 00분
숙소
수도원
숙소
 
 
1,18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해발 1,600미터의 도시 체체를렉, 쌀쌀해진 아침이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하나둘씩 진눈깨비가 떨어져 내린다.

"눈이 내리려나 보네."

1층에 있는 카페 겸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철한 웃음을 갖은 어제의 여직원이 방긋 인사를 건넨다.

단품으로 적혀있는 메뉴들을 고르며 배가 많이 고프다고 하니 아침 세트 메뉴를 추천해 준다.

"아마도 오늘 눈이 내릴 거예요. 날씨가 추워요."

하늘을 보고 있는 나에게 여직원이 친절하게 날씨를 알려주며 음식을 가져다준다. 빵을 잘 먹지 않는 나에게 팬케잌과 빵, 베이컨 등의 아침 식사는 어색하고 성에 차지 않는다.

"빵으로 먹는 식사에도 익숙해져야지."

게스트하우스답게 이곳저곳에 여러 나라의 소개 자료 같은 것들이 걸려있고.

"이곳에 산악자전거 투어 같은 것이 있나?"

바위가 있는 산악지역이라 MTB 코스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후에 시간을 봐서 한 번 가볼까. 체체를렉의 싱글 코스를 타보고 싶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여행객들이 하나둘 짐들을 들고 빠져나가고, 여행 자료를 정리하다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뒤편의 바위산에 사찰 같은 것이 있어 올라가 보고 싶어진다.

"저기 올라가면 체체를렉이 한눈에 들어오겠네. 가보자."

학교가 있는 작은 공원에 불상으로 보이는 석상이 놓여있는데 그 모습이 이색적이다.

공원 뒤편에 있는 기와지붕의 오래된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사찰인가?"

자전거를 공원의 난간에 묶어두고 건물로 들어가며 안내 간판을 살펴보니 사찰이 아니고 박물관이다.

몽골의 사자상의 입 부분에는 무엇을 묻히는지 모두가 시커먼 기름 같은 것이 묻어있다.

5,000투그릭 입장권을 사들고.

작은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뭔가 휑하니 그렇다.

몽골은 알록달록 원색을 많이 사용하고, 문양이나 조각상들의 형상이 강렬하다.

옛 게르의 모형을 봐도 지금의 게르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옛 건축물을 전혀 볼 수 없던 몽골에서 유적처럼 남겨진 건물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 같다.

박물관 안에는 과거의 생활 유물들과 종교 관련 유물들 그리고 근현대의 역사 정보들이 3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전시되어 있다.

라마교의 부처상은 느낌이 사뭇 다르고, 종교 관련 조각상들의 마치 악마나 사탄의 형상을 표현한 것처럼 강렬하고 이색적이다.

"마르코 폴로가 서방에 몽골을 알려주기 전, 사람들은 우리는 야만인으로 생각했데요."

울란바토르에 세워진 마르코 폴로의 석상에 대해 물었을 때 툴가가 대답했던 말들이 떠올른다. 토템 신앙을 뿌리에 두고 있는 몽골의 독특하고 이색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60년대 체체를렉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보이고, 박물관이 있는 건물과 뒤편의 사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사라지고 없는 것 같다.

원나라의 성쇠기 100년간 원나라의 속국으로 지배를 받았던 고려시대의 지도도 보인다.

"외세에 많이도 치이면서 살아온 민족이야.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니 짠하다 짠해!"

거대한 대륙을 정복했던 몽골이 자신들의 글자를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칭기스칸 광장에 있던 조각상의 모형도 보이고.

관람객이 아무도 없는 박물관을 혼자서 구경하고.

박물관의 뒤편의 사원으로 올라간다.

돌산을 배경으로 부처상이 보이는 많은 계단이 보이고.

"무엇을 묻혀놓은 거지. 궁금해지는데."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보이고.

계단의 중앙으로 12간지의 동물들상이 순서대로 놓여있고, 호랑이 조각상 밑에 돌을 하나 올려놓고 계단을 올라간다.

정상의 사원 앞에 커다란 부처상이 세워져 있는데 왠지 우리의 부처상과 너무나 똑같다.

체체를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원의 주변을 둘러보고 부처상의 오른 편에 놓여있는 종을 보기 위해 가까이 가보니 이것은 한국의 종이다.

"세계인류평화 기원의 종. 설마 저 부처상도 한국에서 세워놓은 것인가?"

시내 중심의 좌우 언덕으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체체를렉의 풍경이 소박하고 아름답다.

산악 초원에도 꽃들이 피기 시작하고, 초원의 능선에 들어서 있는 몽골의 집들에도 익숙해져 간다.

"Are you tourist?"

수도원을 내려오던 중 산 길에서 걸어 내려오던 외국인과 눈이 마주치자 관광객인지를 물어본다. 러시아에서 워킹 여행을 왔다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여행자 명함을 주며 대화를 나눈다.

"Good luck!"

봄과 가을에 짧은 기간 여행을 즐긴다는 러시아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전거를 세워둔 박물관 앞까지 함께 걸어온다. 러시아 남자는 그의 빠른 영어 발음이 부담스러워질 때쯤 짧은 인사와 악수를 건네고 시크하게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버린다.

"오, 브로. 뭘 좀 아는 녀석이군."

자전거를 타고 체체를렉의 시내를 잠깐 구경하고 몽골 씨름 선수의 석상이 세워진 사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 정도의 꼬마가 인사를 한다.

"안녕. 너 한국 자전거 타는구나."

알톤 자전거를 타고 있는 꼬마에게 자전거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한다. 숙소에 보았던 트렉 자전거 샵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보이질 않아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카페에 걸려있는 트렉 자전거 매장의 약도를 가리키며 어디에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참 동안 포스터를 살펴보더니 울란바토르에 있는 가게라고 알려준다.

"Not here? 아쉽네. 산악코스가 있으면 MTB로 달려보고 싶었는데."

동네 곳곳에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체체를렉.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하고 호텔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높은 테이블과 낮은 소파가 음식을 먹기에 불편한데 내몽골에서부터 이런 구조의 음식점들이 많다.

"내가 짧은 거겠지."

영어를 잘 구사하는 남자는 몽골어로 되어있는 메뉴판 대신 영어 메뉴판이 있다며 책상을 뒤적거린다. 괜찮다며 몽골어 메뉴판을 가지고 와 펼쳐보는 순간 영어 메뉴판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메뉴들 속에서 김치찌개백반 같은 것이 보이고 제육볶음 같은 메뉴가 보인다.

"난 소고기나 양고기가 먹고 싶은데."

남자에게 메뉴판을 가리키며 돼지고기인지를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며 매운 양념으로 볶은 음식이라며 소개를 한다.

"제육볶음이네. 이걸로 주세요."

10분 정도가 지나 제육볶음이 나오고, 밥이 없느냐는 질문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져다주며 두 공기의 밥과 함께 약간의 반찬을 내어주었다. 아마도 2인분의 메뉴인가 싶다.

맵다는 주인 남자의 설명과 달리 내 입에는 아주 달달하게 맛있는 정도다. 국물 떡볶이 정도의 느낌이랄까.

한국에서 이런 음식을 주면 형편없다고 말하겠지만 외국인들이 먹기에는 아주 적절한 맛의 제육볶음이다. 김병남 선교사와 먹었던 김치찌개도 그랬지만 한국 음식의 맛이 조금은 느껴지면서 현지인들이 먹기 편한 게 만들어지는 음식들이다.

중국의 한국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한국 음식들이 아주 이상한 형태의 맛이라면, 몽골에서 판매되는 한국 음식들은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해가 되는 그런 맛이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좋은 음식이다."

식당의 남자와 여행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하며 여행자 명함을 건네주고 나온다. 저녁을 먹는 사이 비가 내렸는지 도로와 땅들이 젖어있다.

슈퍼에 들러 숙소에서 주전부리로 먹을 것들을 골라 담고, 독수리 타법으로 POS기를 사용하는 아주머니 탓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참 느긋하단 말야."

서툰 업무인지 계산을 하기 위한 줄이 길어지지만 짜증을 내는 사람도 없고, 빠르게 계산을 처리해 주려고 허둥거리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귀까지 빨갛게 변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텐데, 카운터의 여자는 너무나 태연하고 느리다.

해발이 높아지면서 진공 포장되어 있는 제품들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아침에는 눈이 내리고 오후 들어 맑아지더니, 저녁에는 잠시 비가 내리고 이내 비현실적인 구름들이 저녁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소들을 주인이 있는 거야?"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체체를렉이 마음에 든다.

문제라면, 이런 좋은 곳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낡은 영사기의 파노라마처럼 찌그덕거리며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때는 미처, 그때는 그저, 아마도, 어쩌면, 그래서..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등등의 유효 기간도 없이, 순서도 없이 무례하게 파고드는 낡은 감정들.

툭.. 툭.. 툭. 이제는 괜찮은지 묻는 듯 감정의 끝을 건드려 놓고, 이번엔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처럼 빈 시간을 놓아둡니다.


"이번엔 네가 틀렸어. 널 이곳에 놓아두려고 온 거야! 꽤나 힘들 거야. 다시 나를 찾으려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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