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5일 / 맑음 ・ 8도
처이르
지난 밤 강풍이 휘몰아치더니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며 쌀쌀해졌다. 바람의 방향은 알 수 없고 울란바토르를 향해서 길을 떠난다.
강풍으로 정전이 되었던 처이르의 다시 전기가 들어와 있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데 창문 밖을 쳐다봐도 바람의 방향을 알 수가 없다.
바람의 방향을 알아보려 숙소 밖으로 나오니 쌀쌀한 겨울의 한기가 느껴진다.
"뭐가 이렇게 추워?"
슘베르의 날씨를 보니 영하의 기온에 찬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6~-10도 적혀있다.
옷을 다시 챙겨 입고 처이르 초입에 세워진 커다란 석상이 있는 공터로 나간다.
"대체 어디서 불어오는 거야?"
동풍, 울란바토르의 방향으로 측면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220km가 남아있는 울란바토르, 처이르를 벗어나 숙소나 음식점이 있는 곳까지는 100km 정도가 떨어져 있다.
"120, 130km. 갈 수 있을까?"
여유를 두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릴지, 조금이라도 울란바토르의 거리를 줄여놓을지 고민하다 매일 이어지고 있는 거센 바람을 예측하기 어려워 그냥 출발하기로 결정한다.
"일단 출발하고 갈 수 없으면 돌아오지 뭐."
처이르를 빠져나가기 전 슈퍼에 들러 빵과 물 등을 사두어야 한다.
몽골 슈퍼에는 이상하게 낱개로 포장된 빵이 없고, 모두 무게가 나가는 대용량 빵들뿐이다.
"한국에서 보름달이나 단팥빵 같은 것도 가져다 놓지."
매장을 두 바퀴나 돌며 적당한 빵을 찾아도 보이질 않고 그럭저럭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빵을 두 개 골라 든다. 간의 포장된 빵이라 빨리 먹지 않으면 변질돼서 버려야 할 것이다.
"한국 사람이세요?"
한국에서 5년 정도 일했다며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서툰 억양이지만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울란바토르에 가고 있어요."
어디를 가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고 반갑다며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다.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미 계산을 마친 남자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기다리고 있다.
김치 컵라면과 믹스커피를 낱개로 사들고 있던 남자는 슈퍼의 근처에서 탁구장을 운영한다며 시간이 되면 컵라면을 먹고 가라며 제안을 한다.
남자를 따라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그의 탁구장으로 따라간다. 슈퍼의 건물에 있을 줄 알았던 그의 탁구장은 아파트 지하를 개조하여 운영되고 있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지하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지하는 한국의 오래된 빌라들의 지하와 비슷한 느낌이다.
책상과 소파가 놓은 작은 사무실에는 탁구 대회의 입상 사진들과 우승 상금으로 주어졌을 몽골 화폐 모양의 트로피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탁구 선수이신가? 탁구를 잘 치시나 봐요."
감바(Гамбаа), 52세의 남자는 몽골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며 탁구장과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10년 전에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했었다. 나 한국말 잘 못해."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하다 불법 체류로 추방되었다는 감바와는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와, 탁구 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했네요. 근데 우승 상금이 되게 적네."
이틀 동안 휴무라는 감바는 어제 저녁 친구들과 술을 마셔서 해장을 하기 위해 김치찌개 컵라면을 사러 슈퍼에 들렀던 것이다.
감바의 컵라면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 처이르에서 하루를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감바에게 말했더니 자신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출발하라고 한다.
"전에 다른 외국인들도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갔어."
감바는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고 있고, 그의 부인이 탁구장을 운영한다고 한다. 탁구장은 어린이들이나 동네 주민들을 가르치는 레슨반 같은 것이 있고, 감바 챔피언스 탁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낡은 지하실을 개조하여 4개의 구역으로 나뉜 감바의 탁구장은 포켓볼을 칠 수 있는 당구장과 아이들의 레슨구역 그리고 성인들이 이용하는 탁구장으로 되어 있다.
아파트 지하실의 낡고 허름한 시설이지만 규모가 제법 되는 감바의 탁구장이다.
어제 생각했던 대로 오래된 아파트의 1층을 개조하여 은행과 슈퍼 같은 공간이 들어서 있다.
간단한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아파트의 1층을 개조해 들어서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1960년대 러시아에 의해 지어졌다는 감바의 아파트로 간다.
한 층에 세 가구가 입주해 있는 오래된 아파트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더 낡고 허름하다.
집을 사며 은행의 대출을 받았던 감바는 3개의 방이 있는 건너편 아파트에서 최근에 2개의 방이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하며 은행의 대출을 상환한다고 한다.
2천만원 정도 하는 감바의 아파트는 욕실과 부엌, 거실 그리고 안방으로 심플하게 나눠진 구조이다. 며칠 전 이사를 하며 집안은 정리가 되지 않은 짐들이 펼쳐져 있다.
"아내가 집 정리를 하라며 울란바토르에 갔는데, 오면 잔소리를 할 거야."
"오늘 쓰레기를 치워도 내일이면 다시 바람에 날려와 의미가 없어."
동네의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비닐봉지와 페트병들을 보며 감바가 말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와이프와 함께 자비로 만들었다며 설명을 해준다.
아내와 통화를 하던 감바는 아내의 여동생이 병원에 입원을 했다며 함께 가자고 한다. 도로변에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 무언가를 말하더니 무작정 타라고 한다.
단지 앞에 택시들이 서는 정류장이 있지만 공공버스가 없는 처이르에서 동네를 다니는 차들을 잡아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병원이 있는 건너편 산동네로 이동한다.
감바의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나무판자의 담들에 게르와 단층 집들이 어지럽게 들어선 동네이다.
"예전에 이곳이 게르들이 모여있던 동네이고, 내가 사는 곳은 러시아 애들이 아파트를 지어놓은 동네야."
작은 단층 건물과 2층 건물들로 이루어진 처이르의 병원. 아내의 여동생이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모르고 있던 감바는 산부인과 병동에서 자신을 부르는 아내를 보고서야 산부인과 병동으로 들어간다.
2층 건물의 산부인과 병동은 입구를 들어서자 접견실 같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병실의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아내의 여동생, 처제가 셋째를 가져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낳아야 해서 울란바토르에 갔던 아내가 급하게 간병을 하러 돌아온 것이다. 접견실에서 잠시 아내와 이야기를 하던 감바는 옆에 있던 남자와 전화를 주고받더니 가자고 한다.
"아는 사람이에요? 여동생 남편?"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내가 전화기가 안돼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 달라고 했어."
통신 요금을 내지 않았는지 전화를 걸 수 없는 감바가 산부인과에서 처음 만난 남자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전화해달라고 한 것이다.
"뭐. 이 동네의 대인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몽골을 여행하며 히치하이킹을 하듯 지나가는 차량을 잡고 스스럼없이 합승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받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간 나면 집 정리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네."
병원을 나온 감바는 다시 지나가는 승용차를 잡더니 뭔가를 얘기하고 타라고 한다.
흙바닥 길의 골목을 돌아 작은 마트 앞에서 내린다.
작은 슈퍼에는 생필품보다 술들이 더 많이 진열되어 있다. 감바의 형이 운영하는 작은 슈퍼에서 맥주 한 캔씩을 마시고 집으로는 걸어가자고 한다.
"여기 있네. 징기스!"
"게르가 보고 싶은데."
나무판자로 된 다른 사람의 집의 문을 열고 골목을 가로질러 가던 감바에게 게르가 보고 싶다고 말하니 모두 아는 사람들의 집이라며 게르에 가보자고 한다.
넓은 마당에 게르 한 채가 지어진 집.
양철로 지어놓은 현관을 지나 게르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동그란 게르의 내부는 가구들과 화로, 식탁, 침대 등이 놓여있다. 다섯 명 정도의 가족들이 따듯한 게르 안에서 이방인의 방문을 신기해하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따듯한 우유차를 한 잔 내어주고.
기도를 올리는 곳 같은 작은 공간도 있고.
간단한 조리 기구가 있는 작은 식탁.
그리고 가축의 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는 화로가 가운데에 놓여있다.
나를 위해 몽골의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며 말린 가축의 똥을 집어넣고 화로의 화력을 높인다.
말린 가축의 똥은 가볍고 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다.
"초원의 좋은 풀만 먹고 자라서 냄새가 나질 않아."
"아니, 김종훈씨가 여기에서."
멋진 가죽 부추를 신은 아저씨는 한국의 예비군 군복을 입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수거되는 한 옷들이 몽골에 넘어오는 모양이다.
가축의 똥을 넣은 화로는 이내 화력이 높아지고.
큰 냄비에 약간의 물과 소금을 뿌린다.
얇게 썰어놓은 양고기와 적당량의 물을 넣고 끓이면 끝.
소변을 보러 넓은 길가에 나와 시원하게 해결을 하고.
군복을 입은 아저씨는 식수를 길러와 집들에 배달을 해주며 조금의 배달비를 받는다고 한다.
나에게 관심이 많은 게르 주인의 동생과 한 컷.
게르의 주인인 형은 오토바이를 수리하느라 바쁘고.
쇼바가 높은 몽골의 오토바이에는 푸른 천들이 묶여 있다.
소변을 보고 온 사이 양고기를 넣은 음식은 팔팔 끓어가고.
작은 그릇에 한 그릇을 가득 담아주고.
몽골의 김치라며 작은 병을 건네준다.
모양으로 보아 소금 같은 것으로 절여놓은 것인데, 국물에 조금 넣고 먹으니 짭조름하고 향긋한 향이 난다.
육수 국물에 빵을 적셔 먹기도 하고.
소금 이외에 아무런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 양고기 요리는 마치 쇠고기 뭇국 같은 시원한 맛이 났다. 진한 국물이 속을 따듯하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준다.
"야. 이건 완전히 해장용이야."
많이 먹으라며 계속 담아주는 양고기 국물을 세 그릇을 비우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어요?"
"서울에서도 있고, 강원도에서 있고. 공장에서도 일하고 건설 현장에서도 일하고 했어."
10년 전, 감바는 관광비자를 가지고 불법체류를 하면서 5년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일할 때는 마음이 아프고 하면 바다에 가서 앉아있고 술도 마시고 했어."
강원도의 공장에서 일하며 3개월치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감바는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겪었음에도 다시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불법 체류로 추방되어 비자가 나오지 않는 감바는 6월 초에 결정되는 비자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감바는 처이르의 체육행사가 있는지 회의를 하기 위해 잠시 가게를 비우고, 사무실에 앉아 7시에 돌아온다는 감바를 기다린다.
그 사이 어린 친구들이 탁구장으로 들어와 돌아가며 탁구를 치고.
두 번째에 서이는 감바의 첫째 딸은 탁구를 잘 치는지 몽골의 동급생 중 두 번째의 실력이라고 한다.
"감바, 제법 멋진데."
사무실에 앉아 자료들을 정리하는 나에게 탁구장의 아이들이 몰려든다.
너무 많은 질문들을 하는 아이들에게 중국 여행의 동영상과 한국의 영상들을 보여주니 호기심 가득 지켜본다. 옆자리에 앉아 핸드폰의 영상을 관심 있게 보며 수줍게 질문을 건네는 분홍색 여자아이에게 명함을 주니 너무나 좋아하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다.
남자아이가 나에게 포켓볼을 치자며 제안을 한다. 어떤 포켓볼의 룰로 게임을 하는지 몰라 아무것이나 집어넣고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로우, 하이 볼을 집어넣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알았어. 내가 높은 숫자를 넣으면 되는 거지?"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의 밝은 치어리딩을 받으며 가볍게 게임을 정리해 주고, 포켓볼 게임을 제안했던 남자아이에게 잘 쳤다며 악수를 해주니 멍하게 서있다.
"내가 요즘 술을 안 먹어서 손떨림이 없다. 임자 잘 못 만났어 너."
꼬마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노는 사이 회의를 마친 감바가 돌아온다.
"감바, 애들이 뭐라고 하는 거예요?"
"자기들에게도 명함을 달라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명함을 한 장씩 나눠주고서야 어수선했던 사무실이 조용해진다.
"아내의 엄마가 저녁을 줄 거야. 집으로 가자."
감바의 장모의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감바의 장모님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다.
양고기 국물로 끓인 국수와 빵으로 저녁을 먹고.
"감바, 저녁에 맥주 한잔할까요? 내가 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들어갈게요."
"좋지."
10시까지 영업을 해야 하는 감바는 탁구장으로 들어가고, 슈퍼에 들러 몽골의 큰 페트병에 담긴 맥주 두 통을 사들고 감바의 집으로 간다.
아무리 열쇠를 돌려도 잘 열리지 않는 감바의 현관문. 10분 정도를 낑낑거리며 이리저리 열쇠를 돌리다 어떻게 열린 것인지 모르게 철커덕 문이 열린다.
현관 문을 열자 바로 거실문이 이중 문처럼 붙어있다.
냉장고가 없어 작은 베란다에 맥주를 놓아두고 거실에 앉아 핸드폰으로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감바가 집으로 돌아온다.
"벌써 끝난 거예요?"
"아니, 오늘 여기에서 못 잘 것 같아. 아내의 작은 아버지 식구들이 울란바토르에서 와서 집에서 자야한데."
처제의 출산을 앞두고 울란바토르에서 가족들이 내려왔는지 가게의 사무실에서 자야 한다고 한다.
"아, 괜찮아요. 그럼 가게로 가요."
다시 돌아온 탁구장은 감바 탁구회의 동호회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탁구를 치는 감바의 공과 라켓을 다루는 실력이 애사롭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팀으로 나누어 내기 게임을 하며 탁구를 치는 모습들을 구경한다. 제법 실력들이 좋고 즐겁게 떠들면서 운동을 한다.
"한국 사람도 구경만 하지 말고 같이 치자고 하는데?"
"탁구 못 쳐요. 그냥 구경할게요."
다들 실력들이 좋아서 게임이 안될 것도 같고 무엇보다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아 스윙이 불가능하여 탁구를 칠 수 없다.
핸드폰의 충전기를 가져오기 위해 사무실의 열쇠를 달라고 하니 구석기 시대에 사용했을 법한 열쇠를 건네준다.
"이런 열쇠 지금은 없어."
남자와 여자팀으로 나눠 5,000투그릭의 첫 번째 게임은 여자팀이 이겼고, 이후 7,000투그릭의 두 게임은 남자팀이 이기며 게임이 끝났다.
맥주를 마시며 탁구를 지켜보던 나에게 여자의 팀이 내기에서 진 금액으로 맥주를 추가로 사다 준다.
"이 아저씨는 몽골 씨름을 하는 사람이야."
키가 크지는 않지만 건장한 몸을 가진 남자를 가리키며 감바가 소개를 시켜준다.
간져, 30대 초반의 몽골 씨름을 하며 중고차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밝게 웃는 얼굴이 귀여운 남자다.
감바, 간져와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통역이 되는 감바가 있으니 너무나 편하고 좋다.
"내일 가기 전에 양고기만두를 해줄게."
간져는 양고기만두를 해주겠다며 아침에 집으로 나를 초대한다.
맥주를 마시고 헤어지던 간져는 당구장에서 포켓볼을 치는 남자들에게 당구 큐를 넘겨받더니 게임을 정리한다.
"오, 간져. 운동 신경이 좋은데."
몽골 씨름을 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있는 것인지, 간져의 등치가 좋아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간져의 스스럼없는 행동에 비해 다른 사람들의 표정들은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침을 초대해 준 간져와 악수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감바는 계속 남은 맥주를 비우자며 술을 권한다.
"오늘 하루 일해서 11,000투그릭을 벌었어. 이건 돈이 아니야."
"그래 감바, 비자가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나오지 않으면 다시 몇 년을 기다려야 해."
"혹시 비자가 나와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연락을 줘.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와줄 사람을 소개해 줄게."
"다른 것은 필요 없어. 일자리 센터 같은 곳에 함께 가서 이야기만 해주면 돼."
"그래, 한국 사람이 같이 가서 말해주면 못되게는 안 할 건데."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는 감바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몽골의 생활 물가가 중국과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적은 월급이다.
한국과 몽골의 환율은 2:1. 한국에 들어가 이삿짐센터나 막노동을 하면 벌 수 있는 300~400만원이면 몽골의 6개월의 급여이다. 90일의 몽골 여행비자로 불법 취업하여 일을 하고 돌아오면 집을 한 채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니 모두들 한국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자민우드, 조르노크 그리고 처이르에서 만난 바트보르드, 오드바야르, 간볼트, 감바까지 모두들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중국 여행이 사람들과의 스킨쉽에 흥미롭고 즐거웠다면 몽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마음을 무겁고 안타깝게 만든다.
"감바, 이제 그만 마셔. 나 내일 자전거 타고 가야 해."
약간의 취기가 오른 감바를 어렵게 집으로 돌려보내고, 남은 맥주통을 들고 감바는 장모의 집으로 돌아간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갈 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자."
"응. 지금은 감바가 제일 무서워. 하하하."
날씨가 쌀쌀해지지만 며칠 동안 남동풍이나 남풍이 불어온다.
"내일은 조금 편안한 라이딩이었으면 좋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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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g > 몽골(19.04.14~07.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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