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6일 / 맑음
옹구데이-쉐발리노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 러시아의 첫 번째 도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향해 달려간다. 알타이 지역의 자연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어제와 오늘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챙겨주는 부부이다.
감자를 넣고 맑게 끓인 국물인데 제법 시원하다.
"이건 이렇게 먹는 거구나."
"응, 너의 인스타그램을 봤어. 고마워."
사진을 찍고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다.
"다나. 러시아 풀 네임은 어려워."
"다나, 고마워. 음식은 너무 잘 먹었어."
그녀의 본명은 코소바 타티아나(Kosova Tatiana)인 것 같다. 5~6세 정도의 귀여운 딸을 갖은 젊은 부부이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 볼까?"
90km 거리에 쉐발리노라는 마을이 검색된다.
식당은 깨끗하고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몽골의 보츠처럼 보이는 넓적한 튀김 만두를 두 개 주문하고 커피와 수프를 달라고 한다.
메뉴를 모를 땐 메뉴판의 가장 첫 번째 메뉴를 선택하거나 적당한 가격의 첫 번째 메뉴를 선택한다.
뜨거운 물을 따라준 커피잔에 믹스커피를 타고, 수프가 나오는 동안 튀김 만두를 먹는다.
곧바로 나온 수프는 고기와 감자, 토마토 소스에 면이 들어있는 음식이었다. 토마토 향이 듬뿍 나는 달콤한 맛의 수프.
"모두 해서 203루블이면 훌륭한데."
"저기 한가운데 눕고 싶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색감이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들꽃들을 모습에 반해 페달링의 힘겨움을 잊는다.
"뭐지? 얼마나 올라온 거야? 1,600미터!!"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쉐발리노까지 아직도 50km가 남아있다.
"저기가 끝인 것 같은데."
"아, 왜 또!"
뒷바퀴의 바람이 반쯤 남아 물컹거린다. 좁은 갓길에 최대한 안쪽으로 자전거를 눕히고 튜브를 탈착한다.
차량 통행의 소음과 바람 소리 탓에 펑크가 난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작은 실구멍이라면 펌프질을 해가며 갈 수 있을까 싶어 튜브를 넣고 공기를 채워놓으니 이내 바람이 빠져버린다.
"에쒸."
다시 튜브를 탈착하고 바람이 빠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공기를 넣어 겨우 펑크가 난 자리를 찾는다.
"찾았다. 요놈아!"
"유 아 크레이지!"
"그래, 안 그래도 지금부터 미칠 것 같아."
예비 튜브도 없고 튜브패치도 떨어져간다. 지난번 사용한 튜브패치를 재활용해서 정비를 했지만 1차 시도 실패, 다시 로드용 패치를 재활용해서 겨우 정비를 마친다.
타이어를 4번이나 탈착하는 동안 한 시간 반이 지나버린다.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달콤하고 태우고 마지막 업힐을 끝낸다.
"산 정상에 마을이 있는 거야? 변태스럽게."
산의 정상에는 마을이 아닌 기념품 가게들이 길게 들어서 있다.
"러시아는 이런 느낌이군."
몽골의 산 정상에는 어김없이 어붜가 쌓여져 있고, 러시아의 산 정상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선 모양새다.
기념탑 같은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바람막이를 걸쳐 입은 후 바로 출발을 한다. 7시가 가까워지고 있었고 쉐발리노까지 여전히 40km 가까이 남아있다.
산의 정상에서 시작되는 내리막의 경사로, 브레이크를 풀고 시원하게 내달렸다. 적당히 맞바람이 불며 속도를 제어해 주었고, 하루 종일 힘겹게 오른 업힐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이틀 전 우중 라이딩 이후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거의 느슨해져 있었던 터이다.
"달릴 거야!"
순식간에 10km의 거리가 삭제되고 급경사는 끝이 난다.
"조금 아쉬운데."
나지막하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오랜만에 언더바를 잡고 신나게 질주한다.
몽골 여행이 답답하고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람과 도로의 환경으로 경쾌한 라이딩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험한 오지를 자전거로 탐험하며 경이로운 자연을 마주하는 것보다 다양한 길과 풍경을 지나치며 페달을 밟아가는 라이딩이 더 즐겁다. 지금의 여행은 그렇다.
4시간 동안 올라갔던 30km의 오르막 그리고 쉐발리노까지 30km의 내리막을 한 시간 만에 도착한다.
"일단은 슈퍼를 찾아 캠핑 음식을 마련하자."
구글맵을 검색하여 도로변에 있는 슈퍼를 확인했지만 찾을 수가 없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슈퍼를 찾기 위해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도착한 슈퍼,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젊은 여자가 황급하게 문을 닫으며 영업이 끝났다는 제스처를 한다.
"아니, 뭘 이리 야박하게."
다시 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이동한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 시간임에도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고 적막하다.
관공서처럼 보이는 건물 주변에서 슈퍼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즈드랏스 뿌이쩨."
여전히 어색한 행동의 여주인 웃음이 없다. 빵과 요거트, 음료 등을 사들고 계산을 하니 가게 안에 있던 사람에게 무언가를 묻고는 그제서야 '땡큐'라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비가 내릴 듯 흐려지는 날씨에 해가 떨어지고, 서둘러 마을을 벗어나 야영을 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오래된 고목의 가로수 길을 끝으로 쉐발리노를 벗어난다.
야영지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는 순간 통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 네트워크!"
핸드폰을 열어보니 데이터의 안테나가 하나가 남아있다. 온라인을 열어 통신이 되는지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저기가 좋겠다."
하천 방면 언덕의 수풀 속을 헤집고 들어가 적당한 자리를 잡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를 한다.
닭고기 수프에 찍어서 저녁을 해결한다.
"엊그제가 초복이던데, 러시아 닭을 먹어보네."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지만 괜찮은 하루였어."
계곡의 물소리, 들꽃들의 풀내음.. 그리고 깊이 잠들었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러시아(19.07.08~07.31)'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8. 카툰강의 하루, 친절한 예브게니 아저씨. 2018.07.16 (2) | 2019.07.17 |
---|---|
#167. 만저로크, 카툰강에서 캠핑을 하다. 2019.07.15 (0) | 2019.07.15 |
#165. 옹구데이, 카툰강을 따라 달리다. 2019.07.13 (0) | 2019.07.14 |
#164. 인야, 협곡의 카툰강을 만나다. 2019.07.12 (0) | 2019.07.13 |
#163. 아크타쉬, 알타이의 아름다운 산길을 달리다. 2019.07.11 (0) | 2019.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