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야-옹구데이
아름다운 카툰강을 따라 옹구데이로 향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알타이 공화국의 자연이다.
일찍 잠에서 깨었다. 게무진의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오토바이의 체인으로 만들고 있던 용의 날개를 붙이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9시가 넘으면 가게들의 문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뭔가 귀찮다. 구글을 검색하니 30km 거리에 마을이 검색된다.
"30km, 가자! 식당 하나쯤 있겠지."
"웨하스는 러시아지."
"좋은 곳이 여기에 있었네. 아쉽다."
폭이 좁은 러시아의 도로는 몽골의 도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도로의 폭과 상태, 이정표까지 몽골의 도로들이 러시아의 형태를 따라 했거나 러시아에 의해 건설되었을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몽골 도로의 갓길에 세워진 동물의 통로를 알려주는 볼링핀 모양의 안내석이 없다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정차하고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나의 주변을 살피던 젊은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통신이 끊겨 번역기를 사용할 수은 없었지만 명함과 여행 경로를 보여주며 짧게 인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여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그들의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모습에서 야영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중국과 몽골을 지나며 잠자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먹거리만 해결된다면 편안한 곳에 텐트를 쳐도 문제가 없겠네."
11:30분, 아침에 검색되었던 마을에 도착한다.
"아휴, 배고파."
"총알 구멍일 리는 없고 뭐지?"
"식당이 어디에 있는 거야?"
음식점으로 보이던 곳은 슈퍼다. 슈퍼에 들어가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망했다."
슈퍼를 둘러봐도 딱히 요기를 할만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담배를 사던 중 코쉬아가츠에서 사 먹었던 크림빵 한 봉지가 눈에 들어온다.
조용하고 너무 조용한 곳의 생활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욕심 없는 자연의 삶일까, 무료한 일상의 반복일까.
돈이나 물건 같은 것을 요구하던 몽골 사람들의 대면이 불편했다면 러시아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은 인사처럼 편안하다.
도로변의 수돗가에서 물을 채우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 저렇게도 식수를 수급하는구나."
빵을 먹는 동안 태극기를 붙인 오토바이를 보고 손을 들었지만 손인사의 답례를 하며 그냥 지나쳐 간다. 자전거에 달린 태극기를 보고 바이커 역시도 놀란 몸짓이다.
"오토바이인데, 잠시 쉬었다 가지."
마을을 지나 길은 조금씩 오르막이 계속되고, 계곡은 반대편 방향으로 흘러내린다.
"다시 올라가는 건가?"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질 때쯤 반대편 방향에서 자전거를 탄 세 명의 여행자가 내려온다.
"하이"
자전거를 멈추고 세우는 동안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스페인의 알바와 프랑스의 토마스는 연인 사이처럼 보이고, 러시아 친구는 어제 라이딩을 하면서 만났다고 한다.
알바와 토마스는 유럽에서부터 11개월 동안 여행을 하고 있고, 러시아의 친구는 러시아를 종주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쾌활한 성격의 알바는 내게 러시아 비자 기간을 묻더니 자신들은 10일 동안의 비자라 하루에 100km가 넘게 라이딩을 하며 몽골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쪽으로 가면 업힐 후에 내리막이야."
"그래? 너희들은 국경까지 계속 업힐이야. 2,000미터까지 올라가야 해."
"500km 정도 거리에 한국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어. 카자흐스탄을 지나 러시아로 갈 거래."
"500km 앞에?"
각자의 명함을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고 바쁜 알바 일행과 헤어진다.
지금까지 만난 자전거 여행자들의 최종 목적지는 모두 중국이다. 이럴 땐 남북이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육로를 통해 한국에 갈 수 있다면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분명 중국이 아닌 한국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유럽의 여행 경로에서 섬나라인 영국을 경유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처럼 그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궁금하지만 건너가기 귀찮은 섬나라, 비싼 물가 그리고 좁은 땅.
"한국 좋은데."
"아무래도 너를 넘어가야 하나보다. 딱, 미시령 사이즈 같은데."
40분 만에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맥주 한 캔을 마시기 위해 고개의 건너편으로 넘어가자 차량들이 정차되어 있다.
"얼마야?"
"250루블"
"빨리 줘! 어서!"
캔 맥주를 따자 꼬치를 굽던 젊은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와우! 죽인다!"
한참 동안 땀을 식힌 후, 슈퍼에 들어가 빵과 맥주, 물과 음료 그리고 닭고기 그림이 그려진 통조림 캔을 사든다.
캠핑장 입구의 관리 사무실의 할머니에게 텐트를 칠 수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를 물어본다.
"300루블."
밖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캠핑장으로 끌고 들어오자 젊은 러시아 부부가 다가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는다.
"여기에 텐트를 치고 자고 싶어."
영어를 하는 금발의 여자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하고 300루블이라며 알려준다.
"응. 알아."
"어디서 왔어?"
"한국, 자전거 여행 중이야."
명함을 꺼내어 건네주니 놀란 표정을 하며 무언가를 할머니에게 말하며 대화를 한다. 할머니에게 주머니의 돈을 꺼내어 보여주니 젊은 여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잠시 주저하더니 300루블을 가져간다.
"그녀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네가 돈을 꺼내니 요금을 받아버렸어. 편한 곳에 텐트를 치면 된다고 해."
"괜찮아. 고마워."
적당한 자리에 텐트를 치고 있으니 예쁜 꼬마와 함께 샌드위치와 차를 들고 그녀가 찾아온다.
"오, 땡큐."
강으로 내려간다.
시원한 강물로 땀을 씻어낸 후 발을 담그고 자리에 앉아 쉰다.
저녁으로 젊은 여자가 건네준 샌드위치를 먹는다. 빵에 치즈 같은 것을 바르고 햄을 올려놓았을 뿐인데 썩 괜찮다.
"오호, 이렇게 먹으면 되는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텐트에 누워 쉰다.
라디오를 켜고 다시 자리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어, 잠깐만."
몽골에서 사두었던 게르 모양의 냉장고 자석을 꺼내어 부부에게 선물을 한다.
"몽골 여행 중에 산 거야."
이제부터 러시아의 여행이 시작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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