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50일 / 비
캔터베리-차링-메이드스톤
런던을 향해 출발한다. "왜, 자전거만 타면 비가 오는 것일까!"
잠에서 깨자마자 메일을 확인한다.
"전화 연락이 필요합니다."
어이가 없는 카카오톡의 성의 없는 답변이다. 카카오톡의 고객상담 업무시스템은 모르겠지만 정말 형편없다.
독일의 번호로 계정을 만들고 카카오톡 상담을 해도 답변이 없다.
"화 내봐야 나만 손해지."
상담문의를 다시 남기고 짐들을 정리한다.
일기예보와 달리 이슬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비는 정말 싫은데."
런던까지 100km 정도의 거리, 비 내리는 하루에 이동하기 힘든 거리다.
"가는데 까지만."
캔터베리의 구시가지로 내려가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며칠째 햄버거만 먹어서인지 아침부터 허기가 심하게 밀려온다.
햄버거 세트 중에 들어있는 볶음밥 메뉴가 마음에 든다.
"캔터베리, 잘 쉬고 간다."
영국의 도로는 정말 최악이다. 우리와 진행방향이 반대인 도로는 폭이 좁고, 갓길도 없고, 자전거 도로도 없다.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거칠게 자전거를 지나쳐 간다.
"신사의 나라에 신사가 없다는 것은 진리다."
영국인들의 첫인상은 별로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다. 시니컬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정감이 있는 러시아인들의 매력에 비하면 정말 무색무취하고 유머가 부족한 사람들 같다.
"너네는 러시아의 썰렁한 유머 감각이라도 배워야겠어."
정말 지독하게 축축한 안개비와 바람 그리고 최악의 도로와 운전자들이다.
비에 완전히 젖어버린 바지를 벗고 레인 팬츠로 갈아입는다. 신발은 이미 축축하게 첨벙거리는 소리가 난다.
"괜히 영국에 왔나?"
악명이 높은 영국의 겨울 날씨를 모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정말 괴팍한 날씨다. 쉥겐 기간의 압박과 런던만을 구경하기 위해 계획에 없던 영국으로 넘어왔지만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어려운 환경이다.
캔터베리로 가기 위해 넘었던 켄트 다운즈를 다시 되돌아 넘어 찰링에 들어선다. 버스 정류장조차 없어 비를 피하며 쉴 수가 없었던 도로변의 작은 주유소로 들어간다.
콜라와 샌드위치를 사서 주유소의 카운터 데스크에서 허기를 달랜다. 영국 왕실 해리왕자의 독립 문제가 큰 이슈인가 보다.
"왕실 문제보다 블렉시트가 더 큰 문제 아니니?"
왕실의 존재는 넓게 봐서 국가의 문화유산이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아니지만 일반 국민의 삶과 직결된 블렉시트보다 왕실의 가십거리가 더 중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영국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나?"
영국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쩌면 영국에 대한 호감이 없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스코틀랜드는 좋아하는데. 브레이브 하트!"
20km 정도 떨어진 소도시 메이드스톤에서 오늘의 라이딩을 마쳐야겠다.
"월터, 영국의 날씨와 도로는 정말 최악이야!"
"맞아. 영국은 지금이 가장 나쁜 계절이야."
"스코틀랜드에 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지금은 그래. 5월에 좋아."
돌풍처럼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자전거를 도로 쪽으로 밀어내고, 거칠게 지나가는 차량들은 위험하게 느껴진다.
핸들을 쥐고 있는 팔은 저려오고 차갑게 얼어가는 손등은 시려온다.
"런던만 보고 파리로 돌아가자."
영국은 시차 때문에 조금 일찍 날이 밝고, 4시가 되면 어둠이 시작된다. 다행히 어둠이 시작될 때쯤 메이드스톤에 들어선다.
맥도널드에 들러 햄버거 세트를 포장하고, 주변에 저렴한 숙소가 있는지 검색하지만 작은 소도시에는 호스텔이 없다.
메이드스톤의 작은 메이드웨이 강 주변 공원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길을 찾아간다. 변변한 자전거 도로가 없으니 길을 찾기도 힘들다.
강변 공원에 텐트를 펼치고, 런던에서 머물 숙소를 예약한다. 일주일 정도 런던에서 시간을 보낸 후 포츠머스로 가서 페리를 타고 프랑스로 돌아갈 생각이다.
"바람 소리가 정말 무섭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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