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5일 / 비
포크스톤-캔터베리
영국의 괴팍한 날씨, 비바람을 피해 켐트 다운즈를 넘어 캔터베리로 향한다. "정말 지독한 날씨다!"
어제 저녁부터 시작된 안개와 강한 비바람은 아침까지 계속된다. 요란하게 요동치는 텐트의 흔들림에 밤잠을 설친다.
"오늘은 날아가는 건가?"
서류들을 발급받기 위해 대리점으로 간다는 누이의 연락을 기다리며 선잠 속에서 뒤척이고, 언덕 위로 밀려오는 바람에 요동치는 텐트를 점검한다.
8시, 핸드폰 대리점의 직원과 인스타그램의 영상통화로 본인 확인을 하고 핸드폰의 이용계약서를 발급받는다.
"통화내역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고, 고작 이용계약 확인서를 발급받는데."
필요 서류를 발급받기 위한 대리인의 위임장과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들, 그리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인감 관련 서류까지 구비를 했음에도 본인과의 통화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시대의 시스템은 빠르게 변해가는데 업무 시스템이나 담당자의 사고방식은 너무나 느리게 변하는 것 같다. 옛 핸드폰 번호만 있으면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며 광고를 하는 심부름센터의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허술한 시스템일 텐데 말이다.
"빌어먹을 카카오톡, 이젠 해결할 수 있겠지?"
강한 바람 때문에 켄트다운즈의 언덕 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다. 미친 듯이 흔들거리는 텐트의 폴대가 부러지거나 외피가 찢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지경이다.
100km 정도 떨어진 런던으로 향하기엔 비에 젖은 모든 것들이 엉망이다. 큰 기대 없이 주변의 저렴한 숙소를 검색하니 30km 거리의 캔터베리에 숙소가 검색된다.
"일단 캔터베리로 가자."
브뤼셀을 떠나 일주일간 야영을 하느라 배터리들도 모두 소진되고, 무엇보다 따듯한 공간이 간절하다.
"정말 영국의 안개는 상상 초월이구나."
바람과 함께 비에 젖어 미끌거리는 언덕 위에서 텐트와 짐들을 정리하느라 고생을 하고 캔터베리로 향한다.
캔터베리로 가기 위해서는 켄트다운즈를 가로로 가로질러 넘어야 한다. 200미터 높이의 켄트다운즈는 대부분 목초지처럼 보인다.
오르내리는 길들이 계속 이어지고, 비는 계속된다.
좌회전, 우회전을 반복하며 오래된 길들을 따라가는 동안 축축하게 젖어드는 옷들과 엉망으로 변해가는 자전거다.
"푸시식."
언덕을 오르던 중 뒷바퀴이 잡음소리에 자전거를 세우고 확인하니 빠르게 바람이 빠지고 있다.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오르고 적당한 곳에서 자전거를 눕힌다.
"안 그래도 지치는데, 꼭 이런 날."
암스테르담 미첼의 집에서 정비를 해 두었던 튜브로 교체를 하고 라이딩을 할 만큼만의 바람만을 넣고 출발한다.
"배고프다."
캔터베리까지 7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다. 작은 버스 정류장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어제 맥도널드에서 먹지 않고 넣어둔 햄버거로 허기를 달랜다.
캔터베리에 있는 호스텔을 예약하며 사용정지가 된 카드로 부킹닷컴을 예약하니 예약은 가능하다.
불편한 영국의 도로와 흙길의 산책로를 따라 캔터베리에 도착한다.
영국을 일주하고 싶더라도 불편한 도로와 부실한 자전거 도로는 꽤나 거슬리는 문제일 것 같다. 차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북유럽의 운전자들과 달리 영국의 운전자들은 조금 거친 느낌이다.
"엉망이네."
자전거, 패니어, 옷과 신발이 모두 엉망이다.
"하루 더 있을게요."
체크인을 하며 숙소를 연장하고, 패니어들은 샤워를 하며 씻어낸다. 양탄자가 깔린 실내를 더럽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조그맣네. 내일 산책해 볼까."
따듯한 숙소에 들어오니 피곤함이 밀려온다.
카카오톡에 상담문의를 남기고, 한 달의 사용기간이 지난 보다폰의 데이터를 충전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5기가의 데이터가 소진된 후 로밍으로 한 달 가까이 조금 느리지만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5기가 고속 데이터 후 저속 데이터는 무제한 인가?"
우리나라의 3G 속도 정도의 연결은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보다폰의 어플로 9.99유로의 상품으로 변경하고 결제액을 충전해 둔다. 결제액은 내일 충전금에서 빠져나간다고 한다.
하나카드에 접속하여 복제된 카드로 사용된 내역들을 확인하고 메일과 함께 해외결제 이의신청을 건별로 접수해 둔다.
하나카드의 문의 답변이나 안내는 굉장히 신속하다. 결제된 카드내역을 엑셀로 보내주어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고, 메일의 답변도 빠르게 리턴이 된다.
"잘 해결되었으면."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간다. 유럽의 일반적인 집들처럼 호스텔의 내부는 복잡하고 좁지만 공간을 꾸며놓은 정성이 느껴진다.
어제 먹다 남은 치킨과 함께 숙소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저녁을 한다.
비슷한 구조의 숙소지만 작은 도시의 숙소들은 참 편하고 좋다.
"캔터베리에서 시간을 보낼까?"
쉥겐기간의 압박을 피해 여유롭게 여행하기 위해 영국으로 왔는데, 이상하게 더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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