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사람들이 오가며 부릉거리는 오토바이와 승용차 소리에 잠을 여러 번 깨었다. 이곳 사람들은 밤을 즐긴다는 것보다 할 일이 없어 싸돌아다닌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체체를렉에서도 느꼈지만 몽골 사람들은 밤과 낮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게 느껴진다. 평온해 보이는 낮과 달리 밤의 모습은 왠지 불완전하고 위험해 보인다. 어쩌면 밤에 노느라 낮에는 힘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편하게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피곤한 아침이다. 초원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굿모닝을 알릴 수 있는 것이 몽골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일지 모른다.
제법 강한 바람이 불어와 텐트를 정리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길을 나선다.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호르고에 되도록 일찍 도착해서 쉬고 싶은 마음이다.
가볍게 라이딩하여 12시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던 생각은 출발과 함께 멀리 사라진다.
귀를 시끄럽게 울려대는 바람 소리와 함께 엄청난 맞바람이 0도의 비껴남도 없이 좌우 정면에서 정신없이 불어온다.
자전거를 멈춰 세워버리는 바람 앞에 20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너덜너덜 해진다.
"정말 징그럽게도 불어온다."
끝이 없는 직선 도로와 페달을 밟을 수 없는 지독한 맞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 동안 겨우 5km 남짓을 이동한다.
선택의 여지가 아무것도 없다. 호르고까지 어떻게든 가야만 한다.
평지를 지나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오고 채 몇 미터를 오르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내리고 만다.
"씨** 몽골 너무하네. 끌고 간다. 끌고 가!"
불어오는 바람을 서서 견디며 끌며 오르막을 오른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신발을 질질 끌며 걷기도 힘든 상황의 연속.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뒤쪽으로 붙으며 정차를 한다.
창문을 내리는 사람은 식당의 여자이다. 식당을 출발하며 인사를 못하고 떠난 마음에 반가운 인사를 하니 약간 주저하는 듯 멈칫거리더니 뭔가를 반복해서 떠들어 댄다.
느낌상 돈의 단위를 말하는 숫자처럼 들려 핸드폰으로 적어달라 하니 식당의 남자가 2G폰을 조작하며 16,000을 적어 보여준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츠이완의 값을 달라는 것 같은데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그래, 먹고 떨어져라. 다툴 정신도 없다."
어제 먹은 달달한 한국 소주 값이다 생각하며 돈을 주고, 차를 타라는 제스처를 하는 남자에게 주먹 감자를 먹여주고 싶었지만 참는다.
조금씩 몽골 사람들에게 적응이 되고 친숙해지려던 참이데 아직 멀었나 보다.
"몽골인들은 사람을 잘 속인다. 많은 물건값을 요구하니 최대한 깎아라."
수니터우기에서 지아오강강이 해주었던 조언이 생각난다.
바람 탓에 기진맥진 해지고, 무엇보다 식당 여자의 마지막 모습 때문에 기분이 순식간에 나빠진다.
"에잇 **! 똥 밟았네."
기운이 빠진 탓에 움직이기도, 쉬기도 귀찮아지고 여행의 피로만이 밀려온다.
마치 중국 여행에서 방이 더러워졌다며 청소비를 달라던 호텔을 빠져나올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힘든 여정의 피로와 환경들 보다 사람들에게 지치는 것이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공통된 것은 모두가 잔돈푼의 욕심을 얼굴에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얼굴들을 마주하면 구역질이 난다.
평지에서조차 자전거를 끌며 1미터, 2미터를 이동하고 쉬기를 반복한다.
1시, 호르고까지 12km가 남았다. 평속 5km 정도의 속도이니 2시간은 더 가야만 한다.
바람으로 인해 눈은 충혈되고 조금씩 시야가 흐려진다.
"아까 욕해서 죄송해요. 몽골 너무 좋아요."
지독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하늘은 왜 이리도 멋지고 좋은지 모르겠다.
정말 가혹하리만큼 힘든 몽골의 여행 환경인데 몽골이 품고 있는 자연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좋은 하늘을 감상할 여유조차 주질 않는 바람이지만 흙바닥에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뭐, 어쨌든 두 시간이면 충분하잖아."
지나가는 트럭이라도 있으면 잡고 싶은 심정으로 1미터씩, 1미터씩 끌며 걸어간다.
12, 11, 10, 9, 8. 호르고를 앞두고 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의 밑으로 족히 1미터가 넘을 것 같은 두께의 얼음이 얼어있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바람에 밀려 무거운 자전거가 넘어지려 한다.
퍼드득 거리며 날아갈 듯한 태극기에서 이상한 쇠의 마찰음이 나는 것 같다.
흔들리는 자전거를 잡고 사진을 찍기도 힘들어지고, 끝없이 올라가는 언덕의 끝으로 호르고 초입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마을을 향해 무겁고 더디게 걸음을 옮겨간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도로변의 집들을 지나며 마을의 중심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아무것도 나오질 않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지도를 확인해도 근처에 있어야 할 진입 도로가 보이질 않고.
마지못해 도로변의 호텔과 식당을 순서대로 들어가 봐도 너무나 허름하고 구색조차 갖춰지질 않았다.
"그래도 몽골의 관광 랜드마크는 될 텐데, 너무 없잖아?"
마을 초입에 있었던 게스트하우스 겸 레스토랑으로 길을 돌아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출입구마다 합판이 덧대어져 막혀있다.
"없다. 없어도 너무 없어! 배고파! 쉬고 싶다고!"
다시 길을 돌아가 들어가 보았던 호텔과 식당을 다시 찾아가 보았지만 휴식을 취하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제는 제대로 앞이도 보이질 않을 만큼 시야가 흐려지고 구글맵이 가리키는 안내를 따라 흙길을 따라간다.
"이게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야?"
멀리 마을의 나무판자 담들이 보이고, 넓은 공터에서는 사람들이 가축의 똥을 모아 담고 있다.
좌우로 나눠진 골목들을 따라 집들이 이어져 있고, 슈퍼처럼 보이는 곳의 문을 열고 무작정 들어간다.
이제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문이 닫힌 몽골의 가게는 무작정 열어보고 확인한다. 생각대로 작은 슈퍼다.
"일단, 맥주 하나 주세요."
맥주를 마시며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와 어디서부터 대화를 시작할까 고민을 한다.
"잠! 식당!"
잠 자는 시늉과 음식을 먹는 제스처를 해도 그저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여자는 핸드폰으로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가게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에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는지 물어보니 손가락을 가리키며 호텔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역시 어린애들이 영특하군."
일단 호텔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이들과 장난을 치다 가게로 들어오는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샌 베노!"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니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난 싸비. 넌 이름이 뭐야? 타니 네르?"
이름을 알려주는 남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남자는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준다.
뱀바(Бямбаа), 1975년생의 생글생글 잘 웃는 남자이다.
뱀바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동안 호텔이 아닌 그의 집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선교사님과 툴가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고 할 수 없이 감바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설명했지만 그동안 한국어 실력이 다시 줄어버렸는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남자에게 전화를 주고 감바와 통화를 하게 해주었더니 한참 동안 심각하게 통화를 한다.
"감바, 뭐라고 했어?"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을 잘 모르는 감바는 뱀바에게 게르에서 잘 수 있게 도와주고 식사도 제공해 주라고 얘기를 한 모양이다. 말이 많은 감바의 성향으로 뱀바에게 여러 가지 설교를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뱀바와 슈퍼를 나와 그의 오토바이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의 집은 마당에 한 채의 게르가 설치되어 있는 집이다.
게르 안에는 중학생 정도의 애들과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다. 각자에게 인사를 하고 컵라면을 먹는 동안 뱀바를 보드카 술병을 들고 신이 난 듯 웃으며 돌아다니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차례대로 뱀바의 게르에 찾아 들어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뱀바의 친구들과 예쁘장한 꼬마를 데리고 온 노부부 그리고 잘 생긴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까지 뱀바의 게르가 북적이며 정신이 없다.
"아이고, 정신이야. 너희들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예쁜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 노부부는 50세와 46세의 부부고, 손녀로 보았던 아이는 그들의 딸이다.
"헉, 46세라고?"
"뱀바, 저 여자 정말 46세야? 그럼 친구잖아!"
"응, 군복을 입은 애는 44살, 여자의 엄마는 46살. 내 친구들이야!"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다는 남자는 목발을 짚으며 술병을 가지고 다니며 술을 마신다. 뱀바의 친구인데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자꾸만 귀찮게 불러대는 남자.
"형 힘들다. 부르지 말어! 너 술 먹으면 뼈 안 붙어!"
조금 후에 목발을 한 남자의 형이자 여자아이 아빠의 친구인 오도덕(49)이 37세의 부인과 게르 안으로 들어와 다시 난장 법석이 되고.
어렵게 어렵게 그들의 관계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뜨가(50)와 그의 아내(46) 그리고 예쁜 여자이이, 오도덕(49)과 그의 아내(37) 그리고 동생(44), 그리고 뱀바의 친구들.
술에 취한 듯 힘이 없는 마뜨가는 핸드폰의 번역기에 이상한 글자들만을 적어주며 보여주고, 안쪽 주머니에서 술병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술잔을 따라주는 오도덕은 나를 향해 연신 OK만을 외쳐댄다.
마뜨가는 나를 보며 자꾸만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제스처를 하고, 뱀바는 어딘가 정신없이 사라졌다 새 술병을 들고 생글생글 웃으며 나타난다. 이유를 알 수 없어 김병남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전하고 이유를 설명 받는다.
뱀바가 아이를 낳아서 와이프가 있는 병원으로 내일 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뜨가의 집에서 잠을 재워 달라며 나를 부탁했던 것이고, 그 소식을 들은 마뜨가의 친구인 오도덕의 가족들이 구경을 하러 온 것이다.
예쁜 여자아이와 친구라고 생각하기엔 존댓말이 절로 나오는 마뜨가의 아내, 힘없이 느릿느릿 말을 하고 행동하는 마뜨가와 그의 친구 오도덕, 오도덕의 젊은 아내와 뱀바가 마뜨가의 집으로 이동을 한다.
5일간 머물렀던 체체를렉을 떠나는 날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조용한 이 도시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몽골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날들이다.
미국식 아침식사는 심플하고 좋지만 배고픈 여행자에겐 뭔가 허전하다.
짐들을 정리하고 친절하게 대해준 몇몇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페어필드를 떠난다. 휴화산이 있는 호르고까지 170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슈퍼에 들러 물과 빵 그리고 간단한 먹거리들을 사 든다.
"박카스도 한 병 마셔 볼까?"
페어필드의 숙박비를 결제하고 나니 당분간 사용할 현금이 떨어졌다. 다행히 슈퍼의 바로 옆에 ATM 기기가 놓여있어 은행을 찾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던다. 물가에 비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몽골에서는 현금 지급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칸 뱅크인가?"
자민우드에서 처음 이용했던 은행인데 뭐라고 읽는지 모르겠다. 느낌상 칸 뱅크인 것 같은데, 어쨌든 영어 서비스가 되는 ATM 기기라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체체를렉의 서쪽 마을을 돌아 고개를 넘어가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틀 동안 조금의 눈이 내리며 쌀쌀해졌지만 라이딩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 산등성이를 타고 알록달록 양철지붕의 집들이 모여있는 도시의 모습이 이색적이고 마음에 든다.
"안녕. 체체를렉!"
체체를렉을 둘러싸고 있는 돌산 불간울(Bulgan Uul, Булган Уул ДГ)을 넘기 전 작은 톨게이트가 나오고, 그 너머로 흙길로 된 산 길이 이어진다.
"시작부터 이상한 기운이 감도네."
페어필드에서 만난 한국인 교사에게 호르고까지의 도로 상태가 좋다고 들었는데 시작부터 흙바닥의 산 길이다. 몽골의 표현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산을 따라 듬성듬성 자라고 있지만 체체를렉의 경계를 넘어서며 몽골에서 나무를 볼 수 있다.
"나무가 자라는 것이 신기하다니. 별스럽다."
흙길에 미끄러지는 바퀴를 어렵사리 밟아가는데 저 멀리 높은 경사도의 오르막이 보인다.
그리고 따듯하게 등을 달구던 날씨가 갑자기 변하면서 세찬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진다.
"진짜, 갑자기 왜? 왜 이러는 거야."
정상에서부터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자전거에서 내려 흙길을 끌고 간다.
그렇게 20여 분동안 자전거를 끌고 볼간울을 넘는 고개의 정상에 도착한다. 해발 1,970미터의 체체를렉을 넘는 볼간울의 고갯길.
고개의 정상에 돌을 쌓아놓은 어붜 대신하여 큰 바위들의 주변에 기도의 흔적들이 놓여있다.
멀리 체체를렉의 하늘에는 검은 비구름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고, 하늘에선 커다란 천둥소리가 요란해진다.
체체를렉에서 쉬는 동안 하루에도 몇 차례씩 날씨가 변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급변하는 몽골 고산의 기후가 생소하고 낯설다.
검은 구름에 휩싸여 있는 체체를렉과는 달리 반대편의 하늘은 고요하고 맑다.
흙길에 미끄러지는 자전거를 브레이킹하며 털털거리는 자전거를 어렵게 제어한다.
"젠장, 어렵게 끌고 올라왔는데 내리막의 보상도 없네."
볼간울 너머 체체를렉의 건너편은 몇 분 전의 궂은 날씨가 이상하리만큼 평화롭고 바람마저 없다.
내리막의 끝에서 포장도로는 다시 이어진다. 오늘 어쩌면 이런 도로의 상황을 수차례 만날지도 모르겠다.
나무들이 자라는 숲이 있어서인지 이곳에는 햄스터보다 큰 다람쥐 같은 것이 도로변을 돌아다닌다. 동남부의 햄스터들처럼 재빠르게 몸을 숨겨버려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바람이 사라진 평온한 도로에는 멋진 구름들만이 둥실둥실 하늘을 채우고 있고.
평평한 도로는 끝이 없이 구부러지며 이어진다. 체체를렉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GPS를 켜보니 산들샘 GPS가 먹통이다. 다시 재부팅을 하고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는지를 확인한 후 길을 이어간다.
넓은 초원 한가운데 생뚱맞게 놓여있는 비석과 대리석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무덤의 비석인지 기도를 하기 위한 공간인지는 모르겠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 꽃들이 초원을 뒤덮을 준비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몽골의 초원, 부드러운 산의 능선들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잠시 고개를 돌리면 순식간에 변해있는 구름의 모양들이 신기하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도로에서 한가로운 페달링으로 풍경들을 감상하며 게으르게 길을 이어간다. Zaankhushuu(Заанхошуу)가 시작되는 마을의 초입을 지나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다.
지루한 업힐이 계속 이어지고 거대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버린다. 해를 가리고 있는 검은 구름을 지나면 언제나 그렇듯 바람이 불어온다.
산 길이 이어지며 핸드폰의 네트워크마저 완전히 끊겨버린다.
새끼 양을 데리고 다니는 녀석들은 자동차가 지나가도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앞서 지나가던 자동차가 갑자기 뛰어든 새끼 양을 피하느라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휘청거린다.
빠른 자동차가 지나가도 꿈적하지 않던 녀석들은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빠르게 도망가 버린다. 이상한 녀석들이다.
체체를렉을 지나며 차량의 통행마저 뜸해진 겹겹의 산들을 오르고 또 오른다.
멀리 고산의 초원에 얼어있는 얼음은 녹지 않고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고.
도로변의 남쪽의 산(북향)에만 나무가 자라는 고산의 초원이다.
"몽골의 숲은 북향이나 음지에만 형성이 되어 있어서, 예전에는 그것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고 하네요."
김병남 선교사의 말처럼 따듯한 남향의 양지에는 초원의 풀들이 자라고, 북향의 산등성이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나저나 저 구부러지는 고갯길은 어떻게 할 거야!"
지나온 길 위로 비를 뿌리듯 흐릿하게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들이 보인다. 처음 중국의 고산 초원과 몽골에 왔을 때, 카메라에 찍힌 구름들의 사진이 솜뭉치로 문지른 듯 흐릿하게 뭉개진 것이 카메라의 렌즈에 이물질이 묻어 그런 줄 알았다.
카메라 렌즈를 닦고 사진을 찍어도 똑같은 모양의 구름들, 바람에 흩날리며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며 구름을 만드는 모양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글을 쓰고 하늘을 보면 지면에서 올라가는 구름의 모양들이 신비롭게 보인다.
"몰라. 밥이나 먹고 가자."
슈퍼에서 사온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먹는 동안 수없이 모양을 바꾸며 움직이는 구름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의 푹신해 보이는 구름이 너무나 좋다.
느릿느릿 산 길을 오르고.
언제나 몽골 초원의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어붜가 쌓여있다.
나무가 자라는 곳이라 어붜도 나무를 쌓아 세워놓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사고가 많이 나는지 언제나 어붜에는 목발들이 많이 놓여있다.
길은 다시 오르막의 산길로 구부러지며 이어지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산길은 해발 1,997미터의 정상을 찍고 내려간다.
저녁이 가까워지며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내리막길을 달려 만난 도로변의 작은 식당과 몇 채의 집 앞에서 잠시 고민에 빠진다.
"오늘 여기까지만 탈까? 식당에서 밥을 먹고 게르 주변에 텐트를 치면 좋을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5시가 가까워져 간다. 라이딩을 마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고 통신조차 되지 않아 조금만 더 길을 가보기로 결정한다.
"꼭 중국의 변발처럼, 누가 깎아놓은 것처럼 나무들이 자라네."
초원에서 말을 타며 휘파람을 부는 목동들과 손인사를 하며 평탄한 초원의 길을 달린다. 6시까지만 달리겠다는 생각으로 시계를 확인하니 이미 6시가 넘어 7시를 향해 분침이 움직이고 있다. 내리막이 시작되던 작은 식당의 앞에서 6시의 시간을 5시로 잘 못 본 것이다.
"어쩐지, 적당한 장소가 나오면 거기까지만 움직이자."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해가 저물기 시작하며 조금씩 마음이 조급해진다. 평평한 길을 달리던 중 초원에서 움직이는 검은 가축과 눈이 마주쳤다. 족히 4~50미터는 떨어져 있을 것 같은 곳에서 그 눔이 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한다.
"아. 오지 마. 개**********!"
쓰레기들이 놓여있는 웅덩이 같은 곳을 배회하던 검은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빠르게 자전거를 향해 달려든다. 또다시 개와의 단거리 경주를 하듯 미친 듯이 페달을 밟고 남아있던 체력도 완전히 바닥이 난다.
"아오. 짝대기를 하나 장만하던지, 짱돌을 들고 다니든지 해야지."
조금씩 해가 저무는 동안 멀리 작은 벽돌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도로를 빠져나와 몇몇 사람들이 차에서 짐들을 옮기고 있는 작은 식당으로 갔지만 문이 닫혀있는 집은 사람의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집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좋은 공간이 있지만 썩 마음이 내키질 않고.
짧은 고갯길을 돌아 나오니 저 멀리 석양빛을 반사시키는 양철지붕 같은 것이 보인다.
"집 같은데, 3~4채 정도. 5~6km만 가면 되겠는데."
몇 채의 집이 모여있는 것 같은 곳을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려간다. 5~6km 정도 될 것 같았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고 30분이 넘게 흐릿한 집들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달려간다.
무려 10km 정도의 거리를 달려 도착한 동궈이 마을.
"몽골에 가면 눈이 좋아진다고 하더니, 어떻게 10km 떨어진 작은 집이 눈에 보였던 거야?"
멀리서 보였던 양철 지붕의 집은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집을 지나 도로변으로 작은 주유소와 몇 채의 집들이 들어서 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먼 곳에서 이곳이 보였지?"
식당이 있는지 찾기 위해 도로를 따라가다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탄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샌 배노!"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오토바이의 남자가 언덕 위에 있는 집을 가리킨다.
"저기에 가라고?"
어리둥절하게 서 있으니 언덕을 오르던 오토바이가 멈춰 서더니 다시 나를 향해 작은 간판이 붙어있는 집을 가리킨다.
"몰라. 일단 가 보자!"
언덕을 올라가 보니 그곳은 식당이 아니고 작은 슈퍼다.
슈퍼에 들어가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물어보려 해도 핸드폰에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난감해하며 한숨을 돌리고 있으니 중년의 아주머니가 가게를 닫아야 한다며 나가라고 한다.
"아니, 왜 문을 닫아. 음료수라도 하나 살게."
슈퍼 아주머니에게 겨우 오렌지 음료수 하나를 사들고 가게를 나오니 다른 남자와 얘기를 나누던 오토바이의 남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툴가가 적어준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메시지를 보여주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시큰둥하게 반응을 하는 남자의 표정을 이해하기 어려워 정확한 의사 전달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김병남 선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해보려 했지만 전화기마저 먹통이다.
"내 핸드폰이 안돼! 너, 취 핸드폰 있어?"
온갖 제스처로 표현을 해도 시큰둥하게 주유소가 있는 길 건너편 방향의 게르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기가 네 집이야? 저기로 가자고?"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의 남자를 따라 게르가 있는 곳으로 간다.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주저주저하고 있으니 빨리 오라며 손짓을 하는 남자.
남자를 따라 들어간 게르에는 어린아이 둘과 남자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와 서너 명의 남자들이 앉아 있다. 고글과 헬멧을 벗고 인사를 하니 침대에 앉으라며 안내를 하고 우유차를 내어준다.
그리고 부셔놓은 과자 가루 같은 것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와 나에게 먹으라고 한다. 무엇인지 몰라 약간을 집어먹으니 남자는 바구니를 처음 놓여있던 곳에 놓아둔다.
"몽골 집에 방문하면 의식적으로 먹는 그런 건가?"
게르의 기둥에 걸어놓은 2G 폰을 보여주며 사용하라 제스처를 해서, 남자의 전화기로 김병남 선교사와 통화를 한다.
"여기 호르고 가는 도중에 게르에 들어왔는데 하룻밤 신세를 지겠다고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김병남 선교사와 통화를 한 남자는 여전히 시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앉아 맥주를 따라 살짝 입을 갖다 댄다. 그리고 사람들과 무언가 대화를 하던 남자는 맥주잔을 채우고 상대에게 건네주고, 잔을 받은 남자는 살짝 입을 갖다 대듯 한 모금만 마시고 다시 남자에게 건네준다.
이번에는 집을 들어서는 남자에게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마지막으로 그의 아내에게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무엇을 하는 거지? 느낌상 마지막 차례는 난데?"
게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다시 맥주잔을 채워 나에게 준다.
"이걸 어떻게? 어떻게 하는 거야? 마셔? 전부? 내가 전부 마시라고?"
나의 제스처를 보며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우유차와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을 내어주고, 잔을 돌려 마신 술을 주는 것이 몽골의 손님을 맞이하는 풍습인가 생각한다.
쇼바가 높은 오토바이를 타는 몽골의 유목민들.
항상 작은 가죽 가방을 옆에 차고 있고.
가방 안에는 망원경이 들어있다.
다섯살짜리 꼬마 바른자야의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진다.
바른자야에게는 어린 젖먹이 여동생이 하나 있고.
숲이 있는 곳이라 겨울철에는 늑대 사냥을 했던 모양이다.
맛있는 요거트까지 얻어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양 떼들의 사이에.
텐트를 친다. 텐트를 보고 손을 잡고 끌고 들어가 게르의 침대에서 잠을 자라는 남자의 권유에 정중히 감사의 인사만을 하고 텐트로 돌아온다. 김병남 선교사님의 말에 따르면 몽골 사람들은 의사표현이 직설적이고 확실하다고 한다.
텐트에서 자겠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고 그 후로 의견을 물어보거나 권유하지 않는다.
바른자야에게 남은 초콜릿을 건네주기 위해 게르로 들어간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바른자야의 젊은 엄마는 나에게 양고기 볶음밥을 한 그릇 건네준다. 양고기 향이 퍼지는 볶음밥은 꽤나 괜찮은 맛이다.
텐트에서 잠을 자는 동안 늦은 시간까지 오토바이들이 게르를 들렀다 간다. 몽골 사람들은 조금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체체를렉에서도 새벽까지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 같은 곳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밤하늘의 별을 조금 쳐다보고 싶지만 너무 춥다. 바람과 산길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라이딩이 그리 쉽지만은 않지만 조금씩 몽골의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간다.
눈이 내리며 기온이 떨어진 체체를렉, 진눈깨비처럼 눈이 내리더니 하늘이 어둡다. 체체를렉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모두가 하얗게 변해있다.
아침으로 먹을 것은 일명 풀 일글리쉬 블랙퍼스트.
"빵 식사에 적응을 해야 해."
게스트하우스는 러시아 사람들이 빠져나간 이후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3인실의 방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페어필드 전체를 독차지하고 있는 기분이다.
산책을 하기 위해 패니어에 들어있던 방풍 재킷을 다시 꺼내어 입고 불교사원을 둘러본다.
게르 형태로 지어진 작은 라마교의 불교 사원을 문을 열고 들어간다.
동그란 게르의 정면에 부처로 보이는 상들이 모셔진 제단이 있고, 천장으로 달라이 라마의 사진과 스님으로 보이는 모르는 사람의 사진도 커다랗게 걸려있다.
양쪽으로 나누어진 책상에 각각 세 명의 스님들이 앉아 있고 사람들이 마주 보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입구 쪽에 놓아진 작은 의자에 네 명의 사람이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있어 조용히 그 옆에 앉는다.
옆에 있는 여자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안된다며 엷은 미소를 보인다.
스님들은 작은 쪽지 같은 것을 넘기며 불경 같은 것을 계속 읊조리며 종을 울리거나 통에 든 주사위를 굴리거나 부적 같은 것을 적어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사람들은 스님들의 앞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거나 수첩에 무언가를 받아 적는 등 모두 제각각이다. 아이와 함께 온 사람,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 중년의 아주머니, 부녀처럼 보이는 사람 등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앉아있다.
마치 우리의 점집이나 신당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고 경건한 모습들이다.
낮은 중저음의 불경 소리가 편안하여 오랫동안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다 숙소로 돌아온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몽골도 토템신앙을 기본으로 티벳불교의 문화가 복잡하게 섞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교 옆에 있는 공원이 조각상. 중국의 조각상들이 정교하다면 몽골의 조각상들은 모두가 강렬하다.
주변의 몽골리안 식당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토요일이라 대부분 문을 열지 않는다며 안내를 해준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생각나지 않고 숙소에 있는 피자를 시켜 먹어본다.
10,000투그릭, 4,500원 정도의 피자인데 부드럽고 편안한 맛이다.
저녁 무렵 랜드로버를 타고 여행을 하는 독일인 커플이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온다. 러시아를 통해 몽골로 들어온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컴퓨터로 무언가를 정리하는 남자가 짧게 대화를 하며 여행자 명함을 건네준다.
남자는 바로 인스타그램으로 친구 등록을 하며 'long long journey'라며 친근하게 웃는다. 조금씩 영어가 들리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말하는 것이 어렵다.
여행하며 아무 말이나 내뱉고 다니다 보니 외국인에 대한 낯선 거부감이나 언어 사용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것이 전혀 없다.
"뭐 아무 말이나 던져 놓으면 지들이 알아듣겠지. 못 알아들으면 번역기 쓰고!"
함께 자전거를 타며 여행하는 외국 친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든다. 대충 나보다는 나이가 어릴 테니 언어도 배우고 일도 부려먹을 수 있게 말이다.
몽골의 게르나 집에서는 연료로 석탄을 태워 사용하기 때문에 마을은 언제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로 가득하고, 연탄 냄새 같은 것이 난다.
새벽까지 진눈깨비가 날리더니 여전히 아침이 흐리다. 10시쯤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는 독일 커플과 인사를 나눈다. 마치 페어필드의 호스트가 된 기분이다. 남자는 나의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보겠다며 인사를 하고, 잘 생겨서 예쁜 여자는 좋은 여행을 하라며 악수를 청하며 웃는다.
"개미 손톱만큼 부럽기는 하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하루 종일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점심 무렵 외국인 커플이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왔지만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바로 나가버린다.
이후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를 싱가폴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여직원 자이카와 인사를 나눈다.
"싱가폴 사람보다는 내가 귀티가 날 텐데."
복도의 테이블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고, 소파에 기대어 핸드폰의 자판을 두들긴다.
저녁 8시가 되어 출출함이 느껴져 자니카에게 근처에 테이크 아웃 식당이 있는지 물으니 길 건너편의 식당과 숙소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저게 식당이었어?"
자니카에게 저녁을 어떻게 먹는지 물어보니 집에 가서 먹는다고 한다.
"나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안 갈래?"
언제나 웃는 얼굴의 자니카가 조금 주저하길래 같이 가자며 반강제적으로 소원을 한다.
불고기 같은 한국 음식을 판다는 길 건너편 식당은 불이 켜진 채 문이 닫혀있어, 숙소 옆에 있는 호텔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가라오케가 운영되는 묘한 컨셉의 호텔 식당에서 메뉴들을 주문했지만 요리가 안된다고 하여 간단한 것들을 시켜 먹는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에도 한국 음식이 있어."
"앙? 페어필드에 한국 음식이 있다고?"
"응."
왜 나는 쓸데없이 빵 식사에 적응을 한다며 굳이 양에 차지도 않는 빵과 베이컨 같은 것을 먹고 있었을까 싶다.
체체를렉에서 태어난 27살의 자니카는 7살의 딸이 있고, 남자 친구와 살고 있는데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해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나처럼 여행을 하고 싶은데 가족, 돈, 일 등등으로 갈 수 없다고 말하고, 한국에 가보고 싶은데 비자를 받는 것이 어려워 갈 수 없다고 한다.
김병남 선교사님이 말하기를 몽골에서 한국에 가려면 500만투르크 정도를 보증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비행기표 값이나 여행경비 등등을 고려하면 보통의 몽골인들이 한국을 여행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자니카와 어쩌면 삶의 고민거리일지도 모를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 나는 왜 사람들과 이야기만 하면 주제들이 이렇지."
자니카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식당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온다. 밥을 잘 먹었다며 웃으며 인사하는 자니카.
"같이 먹어줘서 내가 더 고맙지."
"I don,t know whether to stay another day or le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