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1일, 102일 / 흐림
호르고
호르고에 도착하여 뱀바의 도움으로 서동고의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5월인데 눈이 내려 수북하게 쌓인 날, 호르고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제 날씨가 그렇게 짓궂더니 눈이 내리려고 그랬나 보네."
"어제 몇 시까지 마신 거예요?"
시계를 보여주며 침대와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새벽 6시의 시간을 가리킨다.
"으으."
"아침부터 또 마셔?"
빙긋이 웃으며 건네는 술잔을 손사래를 치며 거부한다.
"도대체 너희들의 정체는 무엇이냐?"
아무런 안주도 없이 술을 따라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고, 술잔을 받아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그냥 마신다.
"뭐라도 먹으면서 마셔라."
언제나 엄지손가락만을 치켜세우며 웃는 오도덕을 피해 가며 작은방을 돌아다니는 동안 한 무리의 여자들이 집으로 들어온다.
병원에서 일을 한다는 여자들 중 사이흐른아의 아내는 몇 차례 타박을 주고 그를 데려간다.
서동고의 엄마가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고기를 녹이는 동안 깡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안주거리라도 사다 주려 슈퍼에 나간다.
과자와 과일주스 그리고 컵라면을 사 오는 동안 오도덕은 작은 테이블에 뒤집어져 누워있다.
"아이고, 이 대책 없는 사람들!"
점심으로 양고기 국밥을 먹고 허리를 꺾어 누워있는 오도덕을 바닥에 눕혀놓는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낮잠을 잔다.
"이 정도면 화산에 올라가기 힘들겠다."
눈은 하루 종일 내리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다시 새벽에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다. 오늘도 화산 구경은 틀린 것 같고 날씨마저 너무나 추워진다.
어제 사다 놓은 컵라면은 귀여운 서동고가 아침으로 맛있게 먹었고, 양고기 죽으로 아침을 먹는다.
"고기가 심하게 당기는데."
서동고의 가족은 무슨 행사가 있는지 새 옷을 꺼내 입고 바쁘게 준비를 한다.
잠을 자라며 제스처를 하는 서동고의 부부, 번역기를 줘도 오초르처럼 이상한 말들만 적어놓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
집의 열쇠를 받고 동네를 둘러보기 위해 걸어 다닌다.
"감바가 자랑하던 열쇠보다 더 독특하네."
구글 지도와 달리 몇몇 호텔들이 거리에 있지만 모양새가 어떤 기대를 하기 어렵다.
"양고기 볶음을 파는 음식점이 없나?"
하나뿐인 도로를 따라 걸어도 음식점은 보이질 않고, 호텔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다.
"meat, potato, soup"
소고기와 감자튀김 그리고 수프를 생각했던 요리는 양고기에 감자를 넣은 국물에 식빵을 곁들인 음식이다.
"이건 서동고네 집의 식사와 별 차이가 없잖아."
찌그러지고 구겨진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
"어째 한국에서 있을 때보다 컵라면을 더 먹는 거지?"
몽골 사람들은 컵라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조리 기구나 주방을 보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라면을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한편 게을러 보이는 성향 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난데없는 이런 상황은 뭘까? 몽골 사람들의 성향은 참으로 오묘하고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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