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9일 / 맑음 ・ 6도
동궈이-소도트쏨
호르고를 향해 가는 길, 동궈이 바른자야의 게르에서 야영을 하고 호르고로 떠난다. 90k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이동거리
57Km
누적거리
9,497Km
이동시간
5시간 56분
누적시간
661시간

A0603
A0603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동궈이
바수이전
협곡
 
 
1,3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저녁 늦게까지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바른자야의 집을 드나들었지만 피곤함 탓인지 이내 잠이 들었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겠지만 날씨가 계속 추어지는 것 같다.

패니어를 정리하고 야영자리를 흔쾌하게 제공해 준 바른자야의 식구들에게 바른자야의 과자와 아빠의 맥주를 사주기 위해 언덕 위의 슈퍼로 간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슈퍼의 문이 닫혀 있어 그냥 돌아와야 온다.

언제나 시크한 바른자야의 아빠와 짧게 인사를 하고 동궈이를 출발한다.

어제와 달리 맞바람이 조금씩 강해지고 동궈이를 벗어나자마자 시작되는 오르막길에 페달링이 느려져간다.

"왜 계속 올라가는 거지?"

몽골에 와서 태극기가 잠잠한 날이 없다.

한 시간 동안 느리게 오르막을 오르고 도로변에 앉아 작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호르고에서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북향의 산에만 나무가 자르는 몽골의 산악지대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여행자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모험가, 수도승 아니면 그저 그런 방랑자?"

오르막길과 맞바람은 계속 이어지고.

오르막의 반복 끝에 멀리 비포장도로처럼 보이는 길이 산을 향해 굽어지며 올라간다.

"어떻게 타고 갈 수가 없는 길이네."

자전거를 끌며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사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남자가 나를 보며 오토바이의 뒤쪽에 묶여있는 밧줄을 가리키며 웃는다.

"바에르사!"

손을 가로저으며 도움을 주려는 남자에게 방긋 웃어준다.

흙길의 산을 넘어 조심스럽게 다운을 하니 길은 다시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왜 산을 넘는 길들은 포장도로가 끊기지? 여기도 돈을 빼먹는 놈이 있나?"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던 오르막길의 끝이 보인다. 멀리 눈이 쌓인 높은 산들의 실루엣과 길게 이어진 하천의 강물들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햇빛에 반사된다.

"어쨌든 풍경은 참 좋네!"

멀리 얼어붙은 하천을 바라보며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한다. 이틀 동안 끊겨있었던 통신이 근처의 작은 마을 틸(Teel, Тээл)에 가까워지며 작은 안테나를 반짝이며 연결되어 있다.

"벌써 1시인데, 아직도 50km가 더 남았네."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며 제대로 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처럼 생긴 곳에 들어갔지만 문이 닫혀 있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지만 바람 때문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간을 달려 다시 작은 마을의 모습이 나타난다.

"밥을 먹어야 해.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데 작은 집 앞에 있던 노인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하며 부른다.

"코리아? 문재인!"

할아버지의 집에 자전거를 세우고 쳐다보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한다.

"오! 할배 문파야?"

할아버지를 보고 밥을 먹는 제스처를 하며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는 곳을 가리키니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할아버지의 집에는 할머니와 손녀로 보이는 아이가 있다.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뜨거운 물과 함께 커피와 설탕을 내어준다.

오래된 몽골 지도를 가져와 지명들을 읽어주며 현재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름이 뭐예요? 네르?"

느린 걸음으로 볼펜과 종이를 가져온 뒤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준다.

"할배, 어려워서 나는 못 읽겠네."

빵을 가져오고 쌀을 가져와 보여주는 할아버지에게 손사래로 거절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할배,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할배, 웃어야지. 웃어봐요!"

할아버지의 집에서 따듯한 커피를 마시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아이고 언제 가나!"

마을의 끝을 벗어나자 맑은 물소리와 함께 김병남 선교사님이 말했던 협곡 같은 곳이 나타난다.

마치 제주도의 어느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처럼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이색적인 협곡의 모양이다.

"가다 보면 그랜드캐니언 같은 협곡이 나와요. 나는 그곳이 정말 좋더라고요."

김병남 선교사가 그랜드캐니언과 비교하며 말했던 곳인가 싶다.

"선교사님도 참! 뭐 어쨌든 해발 2,000미터의 초원에서 보는 멋진 풍경이네."

도로를 따라 협곡의 모습은 계속 이어지고 도로와 멀어지기 전에 안쪽으로 들어가 풍경을 구경하고 싶어진다.

"내가 또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다. 들어가자!"

도로를 벗어나 50미터 정도 자전거를 끌고 협곡 쪽으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꽤 깊은 높이로 파여진 자연 협곡이다.

거의 변함이 없는 초원의 풍경 속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협곡의 모습은 신기하고 낯선 풍경이다.

협곡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풍경을 감상하다 이곳에서 야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 어디서 텐트를 쳐도 괜찮겠는데."

도로와 떨어져 있고, 도로를 이동하는 차량도 별로 없고, 바위와 언덕으로 가려져 있는 장소라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아 좋은데, 통신도 느리지만 연결이 되고."

1시간 가까이 협곡의 주변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며 야영에 대한 고민을 하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조금만 더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그래도 60km는 채워야겠지!"

천천히 길을 따라 이동하는 사이 주변의 풍경은 현무암 지반의 독특한 지형으로 변하고, 나무가 자란 숲길로 이어진다.

"몽골의 숲길은 이런 느낌이구나."

오래된 침엽수들 사이로 풀들을 뜯는 말들이 지나다니고, 제법 울창하게 들어선 숲을 보니 늑대도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숲길의 끝에 타리안트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이 나오고.

멋진 협곡이 구부러진 언덕 위로 리조트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몽골 하나로 투어 여행사? 한국 여행사 리조트인가?"

"일단 가보자!"

한국인 여행객들이 있을지 모를 리조트를 향해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협곡의 끝에 조성된 리조트는 작은 나무 펜션과 게르들이 들어서 있다.

"코리아?"

나를 보고 밖으로 나온 여자들에게 리조트가 한국 여행사의 리조트인지를 물으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는 인적감이 없는 펜션과 게르를 가리키며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한다.

"나 여기서 잠을 자도 돼?"

여자는 손을 가로저으며 리조트의 위쪽 도로변에 있는 몇 채의 게르를 가리키며 밥을 먹는 시늉과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한다. 아마도 여행 시즌이 아니라 리조트가 운영되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리조트의 여자가 가리킨 도로변의 게르로 올라가니 한 여자가 나를 보며 반갑게 손짓을 하며 반겨주고, 게르의 옆 공간을 가리키며 텐트를 치라는 듯 안내를 한다.

도로변의 작은 식당으로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여자는 식당 내부를 페인트칠을 하는 중이라며 알려준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를 하나 보네."

여자를 따라 들어간 게르에는 식당을 공사하는 인부처럼 보이는 사내들이 4명 정도가 침대에서 쉬고 있다.

"소주!"

게르의 테이블에 앉아 반갑게 인사를 하던 남자는 '소주'를 반복적으로 말하며 참이슬 병을 보여주며 나에게 술을 따라준다.

"뭐야? 참이슬이네. 한국 제품이잖아!"

남자가 안주도 없이 큰 사발에 마시고 있는 참이슬은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정용 소주다.

"소주! 소주 좋아? 보드카를 마셔야지! 몽골 보드카!"

"몽골 보드카 모! 모!"

남자는 연신 소주를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몽골의 보드카는 나쁘다며 새끼손가락을 아래로 향하며 모모를 외친다.

그 사이 여자는 소금을 뿌린 냄비에 감자를 넣고 볶는다.

약간의 물과 함께 고기를 넣고.

몽골의 조미료 같은 것을 뿌리고.

밀가루 국수를 푸짐하게 집어넣고.

끓인다. 몽골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초이완을 만드는 것이다.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는 작은 빵을 먹으라고 권하며 소주를 따라주는 남자의 잔에 손사래를 치며 밖으로 나온다.

"안 돼! 빈속에 소주를 마시면 속 쓰려. 초이완하고 같이 먹어야지."

공사 중인 가게의 주변에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참이슬 박스가 여러 개 놓여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고 남자가 건네준 소주와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텐트를 치는 것을 구경하는 남자에게 패니어에 들어있던 관절염 진통제를 몇 개 건네준다. 소주를 마시며 팔목과 어깨에 소염제 같은 로션을 바르며 아프다는 제스처를 했던 남자다.

"여기 아플 때 한 알씩 먹어!"

남자에게 진통제를 주는 것을 본 여자가 다가와 '에취! 에취!'하며 감기약이 있는지 물어보며 산만한 덩치로 아양을 떤다.

"없어! 그냥 이거나 써!"

먹지 않는 진통제는 몇 알 준다 해서 큰 문제는 없지만, 감기약은 누구에게 나눠줄 만큼 넉넉하지 않다. 뭔가를 바라는 여자에게 오초르가 주었던 쓰다 남은 핸드크림을 건네준다.

우리나라 개그맨을 닮은듯한 인상의 남자와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나를 향해 짖지도 않고 잘 따르는 이상한 몽골 개와 협곡으로 산책을 나간다.

협곡의 주변에는 동물의 뼈들이 잔뜩 흩어져 있다.

"늑대가 먹은 거 아냐?"

"쫓아오는 개들을 때리려면 이거라도 들고 다녀볼까."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을 보니 언젠가부터 소의 생김새가 야크처럼 생겼다.

"할미꽃인가?"

게르와 조금 떨어진 곳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고, 몽골 초원의 화장실을 보면 바람이 주로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해가 지기 시작하여 길 건너편 돌바위가 있는 작은 산에 올라간다.

멀리 협곡의 모습이 보이고.

내일 지나가야 할 서쪽으로 길게 뻗은 도로도 보인다.

그리고 초원의 일몰이 시작된다.

"초원의 아름다운 석양을.."

"내 손에 담아.."

"너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찬 바람과 함께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석양빛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산을 내려와 불리해지면 벌러덩 누워버리는 개와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초저녁 무렵 빠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우렁차게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와 텐트 가까지 지나가는 소들의 움직임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요란하게 지나다니는 오토바이 소리와 게르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는 밤늦게까지 계속되고, 하늘에는 별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어보지만 블랙 화면만이 찍힌다.

카메라를 꺼내어 별을 찍는 연습을 하고 싶지만 너무 추워서 귀찮다.

자정이 넘어 다시 잠이 든다. 호르고까지 30km 정도가 남아있어,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점심 이전에 도착하여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밤늦게까지 싸돌아다니는 거야? 딱히 할 것도 없는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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